| 2026년 02월 2주차 |
BOOK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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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삼국지 인생 수업 |
| 저자 나관중 (지은이), 강현규 (엮은이) 출판 메이트북스 출간 2026.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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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움직이고 세상을 얻는 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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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요약 보기[엮은이의 말] 삼국지의 명장면으로 사람을 읽고 삶의 지혜를 얻는다 이 책은 방대한 삼국지 원전을 다시 줄거리로 풀어내거나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책이 아니다. 이 작업을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그 방식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미 수백 년 동안 삼국지에 수많은 해석이 덧붙여졌고, 우리에게는 지나치게 익숙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 책에서는 그 서사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 곧 사람과 장면에 집중했다. 삼국지 속 그 사람이 어떤 순간에 가장 그 사람답게 빛나는가, 그때 그는 무엇을 말하고 어떤 결로 움직였는가. 이 책은 그런 장면들의 모음이다. 삼국지에서 일곱 사람을 고른 것도 영웅이라서가 아니다. 관우, 제갈량, 조조, 유비, 장비, 조운, 손권은 거대한 서사를 이끌었지만,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그들이 지닌 힘이 아니라 각자의 기준을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였다. 세상은 언제나 혼란스럽고, 선택은 언제나 어렵다. 그 혼돈 속에서 무엇을 지키며 살아갔는가. 그 기준의 결은 인물마다 달랐고, 그 다름이 이 책의 중심이 되었다. 삼국지가 지금까지 살아남아 크게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이야기는 왕조가 바뀌는 거대한 전쟁을 다루지만, 끝내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의 마음에 남는 것은 칼과 군대보다 사람 한 명이 무엇을 지키려 했는가 하는 문제이다. 시대는 달라져도 인간의 고민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 마음이 흔들릴 때, 약속 앞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때, 삼국지의 인물들은 지금 우리와 다르지 않은 얼굴로 서 있다. 삼국지는 우리에게 완성된 답을 주지 않는 고전이다. 관우의 의리도, 조조의 냉철함도, 제갈량의 지모도 어느 하나 완벽한 해답이 아니다. 그들은 각자의 기준대로 행동했고, 그 기준에서 비롯된 빛과 그림자를 모두 감당했다. 그래서 삼국지를 읽을 때마다 새로운 해석이 생기고, 세대마다 새로운 독해가 가능하다. 고전이 오래 살아남는 방식은 바로 이런 열린 여지에 있다. 삼국지는 수천 페이지에 이르는 대서사이기에 어느 지점에서 읽어도 속도와 깊이가 달라진다. 그래서 이 책은 삼국지를 읽기 전에도, 읽는 중에도, 다 읽은 뒤에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 처음 삼국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독자에게는 인물이 먼저 보이도록 길을 열어주고, 이미 삼국지를 여러 번 읽은 독자에게는 인물의 결을 다시 살펴보는 자리로 작용한다. 심지어 삼국지를 아직 읽지 않은 독자라도 각 장면 속에서 인물들이 지키려 했던 마음과 기준을 통해 삼국지가 지닌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삼국지의 방대한 여정 앞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등불이다. 또한 삼국지라 는 긴 여정을 지나온 뒤 인물의 얼굴을 다시 마주하게 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이 책의 구성은 해설이 아니고, 요약도 아니다. 독자에게 설명을 얹어주는 대신, 삼국지 서사의 장면을 앞에 세웠다. 고전은 설명하지 않을 때 더 깊어진다. 이해시키려고 하지 않을 때 더 멀리 간다. 그래서 이 책은 스스로 말하는 장면을 먼저 건네고, 그 뒤에 아주 짧은 사유의 문장을 붙였다. 관우 관우는 이기는 길보다 바른 길을 택했다. 한 번 세운 기준을 자신이 먼저 깨지 않았다. 은혜는 갚고, 마음은 팔지 않았다. 고립될수록 더 흔들림 없이 버텼다.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자기 길을 바꾸지 않았다. 관우에게 승패는 결과가 아니라 기준을 지켰는가의 문제였다. 그래서 그는 쓰러졌어도, 스스로 세운 기준을 끝까지 책임진 사람으로 남았다. 함께 짊어진 순간부터 이미 운명이 된다 하얀 복면을 두른 농민들이 도끼를 들고 성문을 향해 몰려들었다. 천하가 뒤집히는 소리가 흙먼지 속에서 울렸다. 황건의 물결이 들판을 삼키고, 마을마다 깃발이 바뀌던 때였다. 유비가 검을 쥐고 말했다. "내가 약자라면, 약자를 지킬 것이다." 장비가 성난 소처럼 고함치며 옆에 섰다. 관우는 조용히 칼을 들고 그들 사이를 가로막듯 바라보았다. 유비가 말했다. "그 길이 바르다면, 목숨은 아낄 필요가 없다." 세 사람은 서로의 등을 맡겼다. 대의를 위해 처음으로 칼끝을 맞댄 그 밤, 도원의 복사꽃 아래서 피로 새긴 맹세는 같은 운명을 택한 자들의 약속이었다. 떠나는 길에서도 의리는 남는다 유비가 하비성에서 패했을 때, 관우는 포로가 되어 조조의 진영으로 보내졌다. 조조는 후하게 대접했고, 관우가 쓰던 적토마와 비단을 아낌없이 내렸다. 그러나 관우는 “무력한 몸이지만 유비를 찾겠다”고 스스로 다짐해두고 있었다. 유비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자 관우는 조조에게 인사를 올렸다. “할 일을 모두 다 했으니 떠나겠소. 은혜는 잊지 않겠으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소.” 조조 진영을 벗어나자 다섯 관문이 길을 막았다. 조조의 장수들은 관우에게 외쳤다. “조공을 배반하고 어디로 가는가!” 관우는 칼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내 칼은 도리가 쥐고 있다.” 은혜는 갚되 사람은 바꾸지 않는다 조조가 원소와의 전쟁에서 고전하자, 관우는 조조의 부하로서 안량과 문추를 베어 길을 열어주었다. 이는 조조가 자신을 극진히 대접한 은혜에 대한 마지막 보답이었다. 전투가 끝난 뒤, 조조는 관우를 높이 평가하며 더 큰 벼슬과 부귀를 내렸다. 그러나 관우는 두 부인의 수레를 앞세우고 그 앞에 단정히 서 있었다. 관우가 말했다. “몸은 머물렀으나, 마음은 떠나 있었다.” 관우는 절 한 번으로 마음을 팔지 않았다. 조용히 말을 돌려 유비를 향해 길을 나섰다. 진정 강한 사람은 약한 사람부터 챙긴다 번성 전투가 한창일 때, 피란을 가는 백성들이 아이를 업고 관우의 진영으로 몰려왔다. 성문 밖은 이미 위군의 화살이 빗발치는 죽음의 길이었다. 장수들이 다급히 물었다. “장군, 문을 닫아야 병력이 보존됩니다!” 관우가 성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이를 안은 어머니가 떨리는 손으로 성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관우는 곧바로 외쳤다. “문을 열어라! 백성이 먼저다!” 성문이 다시 열리고, 병사들이 노부모와 아이들을 부축해 안으로 들였다. 관우는 마지막 한 사람까지 들어오는지 직접 세어가며 지켜보았다. 관우가 장수들에게 말했다. “강한 자가 먼저 살면 모두가 죽는다. 약한 자가 먼저 살면 모두가 산다.” 살기 위해 굴복하면, 살아도 남는 게 없다 사슬에 묶인 관우가 동오 진영으로 끌려왔다. 손권은 사람들을 물리게 한 뒤 조용히 말을 건넸다. “관장, 절을 하면 살 것이다.” 관우는 묵묵히 고개를 들었다. 장수와 병사들이 숨을 죽이고 바라보는 가운데, 그의 음성이 선명히 울렸다. “살아서 굴욕을 받느니, 죽어서 의를 지키겠다.” 관우는 목숨을 조건으로 삼지 않았다. 제갈량 제갈량은 아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정답을 말했으면 그 결과를 직접 짊어졌다. 승리는 위로 돌리고, 실패는 자신이 감당했다. 누구보다 슬기롭지만, 누구보다 부담이 컸다. 외로워지는 줄 알면서도 중심에 섰다. 책략은 머리로 만들었지만, 책임은 가슴으로 건넸다. 그래서 그는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진 사람으로 기억된다. 천하를 바꾸는 일은 한 사람을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형주에 머무르던 유비는 사방에서 밀려오는 소식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조조는 다시 군을 일으키려 했고, 손권은 형주를 노려 그 세를 키우고 있었다. 유비는 군사보다 사람을 먼저 얻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다시 초려를 찾아 나섰다. 대나무 숲길은 조용했고,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두 번 찾아 비켜섰을 때도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세 번째가 되던 날, 먼지 묻은 신발이 문 앞에 멈추었다. 제갈량은 안에서 뚜벅이는 소리를 들었다. 문을 열자, 유비가 몸을 낮춰 깊이 절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제갈량이 말문을 열었다. “천하의 큰일은 군사가 아니라 마음 한 줄기에서 시작됩니다.” 그날, 두 사람은 마침내 자리에 마주 앉았다. 사람을 먼저 본 자가 천하를 먼저 얻는다 초려에서 천하삼분의 뜻을 들은 날 이후, 유비와 제갈량은 며칠 동안 계곡을 오르내리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비는 장수들의 성정을 숨김없이 털어놓았고, 백성들의 사정을 길게 들려주었다. 제갈량은 유비의 말을 한동안 듣고만 있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땅을 얻는 이는 많으나, 사람을 얻는 이는 드뭅니다.” 유비는 고개를 들었다. 그 말은 칼보다 무거웠고, 장수의 마음보다 깊었다. 그날 이후 유비가 다시 장수들을 부를 때, 그의 눈빛은 이전보다 분명해져 있었다. 제갈량은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승리는 한 번의 기적이 아니라 끝없는 준비의 결과다 적벽에 연합군이 진을 치고 몇 날이 지났다. 강 위에는 안개만 맴돌고, 바람 한 줄기 없었다. 낙엽 하나의 움직임에도 병사들의 숨결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제갈량이 하늘을 움직일 것이라 속삭였다. 그러나 그는 차가운 밤마다 등불 아래서 수십 번 계산하고 또 계산하며 말했다. “기적은 기다리는 자에게 오지 않는다. 준비한 자에게 온다.” 사람들은 바람을 보았지만, 제갈량은 그날까지 쌓아온 시간을 보고 있었다. 진심의 말 한마디가 천 명의 칼보다 깊다 남만으로 향하던 길, 뜨거운 숲속에서 병사 하나가 탈진해 쓰러졌다. 장수는 그 병사를 질책하며 호통쳤다. “네 이놈! 군율을 어기면 처벌받는다!” 그때 제갈량이 말을 세웠다. 그는 쓰러진 병사의 물통을 직접 들어 입에 대주었다. 그리고 장수에게 말했다. “사람을 미워하는 데 마음을 다 써버리면, 다시 세울 마음이 남지 않는다.” 병사들은 숲이 숨을 멈춘 듯한 침묵 속에 서 있었다. 그날, 제갈량의 군은 명령이 아니라 마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삶의 끝은 멈춤이 아니라 책임을 비우는 일이다 장원에 진을 친 지 오래, 제갈량의 병세는 이미 몸을 가누기 어려울 만큼 깊어졌다. 그러나 장막 밖에서는 여전히 횃불이 흔들리고, 북소리가 밤을 버티고 있었다. 숨이 넘어가는 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등불을 가까이 당기고 붓을 들어 남은 군무와 장부를 하나하나 정리해 내려갔다. 패전의 책임도, 승전의 공도, 모두 자신의 이름 아래 두었다. 제갈량은 낮지만 단호하게 읊조렸다. “몸은 다했으나, 해야 할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동이 틀 무렵, 마지막 장부를 덮는 순간 그는 천천히 붓을 내려놓았다. 등불이 그의 뒷모습을 길게 비추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자리에는 기록만 남았다. 조조 조조는 승리에서 자만하지 않았고, 패배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이길 수 있다면 이기고, 질 것 같다면 먼저 물러났다. 사람을 의심하면서도 사람을 썼고, 충돌을 두려워하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욕을 먹어도 군을 살릴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했다. 그래서 그는 잔혹한 영웅이 아니라, 끝까지 패하지 않은 이가 되었다. 두려움을 넘는 자가 인재를 얻는다 관도 전투가 끝난 뒤, 허창까지 이어진 평야는 불길이 꺼진 냄새와 피비린내로 가득했다. 원소의 크고 화려했던 깃발은 이미 먼지 속에 쓰러졌고, 살아남은 장수들은 쇠사슬에 묶인 채 끌려왔다. 무릎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연회장 마루를 울렸다. 그들은 두려움에 떨며 눈조차 들지 못했다. 조정의 신하들이 앞다투어 외쳤다. “원한을 씻어 원씨의 잔당을 모두 제거해야 합니다!” 조조는 잠시 등을 돌린 채 그들의 얼굴을 살폈다. 패한 자의 얼굴이 아니라, 쓰일 자의 눈이었다. 조조는 손에 들고 있던 잔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말했다. “나는 하늘을 두려워하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원소의 장수들은 사형대로 끌려가지 않았다. 그들의 발끝은 조조의 군문을 향해 조용히 돌려졌다. 지도자는 욕을 먹기에 나라를 지킨다 관도 전역이 길어지며 조조의 군량은 바닥나고, 백성들의 짐은 더 무거워졌다. 원소와 맞서 천하의 주도권을 다투는 전쟁이었으나, 백성들은 싸움의 이유보다 삶의 고단함을 먼저 느꼈다. “조조는 간웅이다!” “천하를 속이는 자다!” 혹독한 군정은 백성들의 원망을 낳았다. 조조는 그 소리를 모두 들은 뒤에도 담담했다. “내 악명이 백성을 살린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는 다시 군량 장부를 펼쳤다. 천하를 얻는 일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더 어렵다 임종이 가까워지자 조조는 조비를 침상 곁으로 불렀다. 권력의 향기를 일찍 알아버린 아들이 신하들을 압박하고, 형제들을 경계한다는 소문이 조조의 귀에도 닿아 있었다. 조조는 숨을 고르며 아들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다가 말했다. “나라를 다스리기보다, 너의 마음을 먼저 다스려라.” 조조는 천하의 혼란보다, 야망이 사람을 안에서부터 무너뜨리는 일을 더 두려워했다. 유비 유비는 패배가 많았지만 한 번의 패배도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그는 늘 진심으로 사람의 마음을 먼저 세워주었고, 상대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를 존중했다. 유비는 뛰어난 전략가도 아니었고, 압도적 강자도 아니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혼돈의 시대에 오래 버텼고, 가장 멀리 걸어갔다. 큰 일은 힘센 칼보다 먼저 마음을 얻을 때 시작된다 서주 일대는 황건의 난 여파로 질서가 무너져 있었다. 관리는 성문을 닫았고, 백성은 무기를 들었고, 길 위에는 떠도는 사람이 늘었다. 유비는 의지할 군세도, 내세울 벼슬도 없었다. 다만 난세에 휩쓸리는 사람들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서주 북문 밖의 허름한 주막에서 유비는 장비를 만났다. 장비는 돼지 두 마리를 몰고 와 술을 빚고 있었고, 유비는 해진 삼베 옷차림으로 조용히 맞은편에 앉았다. 그때 전란을 피해 떠돌던 관우가 주막에 들어섰다. 술이 돌기도 전에 장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세상이 이처럼 어지러우니, 한 번 큰일을 해보시지요.” 유비는 잔을 들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내가 취하고자 하는 것은 그대들의 힘이 아니라, 그대들의 마음이다.” 사람을 얻는 일은 멀기에 서두름보다 기다림이 만든다 형주에 몸을 의탁한 뒤, 유비는 군도 땅도 제대로 갖지 못한 처지였다. 조조의 추격이 잠잠해지자 그는 곧장 제갈량의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주변 인물들은 젊은 선비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며 말렸지만, 유비는 마음속에 이미 함께할 사람을 정해두고 있었다. 초가집에 눈보라가 창틈을 흔들었다. 유비는 이미 두 번이나 헛걸음을 했다. 장비가 팔짱을 끼고 투덜거렸다. “그 젊은 선비 하나 만나려고 이 고생을 한다고요?” 유비는 털옷을 여미고 문을 두드렸다. “큰 뜻을 함께할 사람은 기다려도 된다.” 세 번째 두드림에 문이 열렸다. 유비는 깊이, 더 깊이 제갈량에게 허리를 숙였다. 그 한 번의 절로, 천하삼분의 서막이 열렸다. 패배는 길을 잃는 게 아니라 길을 바꾸는 것이다 형주 일부를 확보했지만, 유비의 세력은 여전히 미약했다. 조조의 압박은 계속됐고, 동오와의 관계도 안정적이지 않았다.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는 상황에서, 유비의 시선은 서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서쪽으로 들어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유장 세력은 성문을 걸어 잠갔고, 산성마다 병력이 웅크리고 있었다. 보급은 끊겼고, 군사들은 굶주림에 지쳐 밤마다 쓰러졌다. 첫 서쪽 진입은 시작부터 막혀 있었다. 장수들이 나섰다. "공, 이 길은 막혔습니다." 유비는 말없이 흙을 주먹에 쥐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막힌 길은 다른 길을 찾으라는 뜻이다." 그 는 그 자리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방향을 바꿔 다시 길을 잡았다. 잠시 멈췄던 군세도, 다시 그 뒤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용서는 약함이 아니라 가장 강한 힘이다 이릉 패전 이후, 촉 진영은 깊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 패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그중 한 장수는 전투에서 치명적인 실책을 저지른 인물이었다. 그는 처벌을 두려워해 진영 한쪽에 숨어 있었고, 언제 불려 나갈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유비는 그를 불러내 꾸짖지 않았다. 대신 자리에 앉혀 술을 따르며 조용히 말했다. "사람은 실수로 끝나지 않는다. 다시 일어설 기회가 있을 때 살아난다." 그날 이후 그 장수는 달라졌다. 변명하지 않았고, 뒤로 숨지도 않았다. 다음 전장에서는 누구보다 앞에 섰고,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장비 장비는 충동적이었지만 믿음을 저버린 적이 없었다. 그의 고함은 분노가 아니라 진심의 울림이었다. 한 번 마음을 내어준 사람은 끝까지 지켰고, 힘으로 부하를 따르게 한 적이 없었으며, 두려움으로 사람을 움직이지 않았다. 오직 흔들림 없는 마음과 진짜 의리로 사람을 얻었다. 그래서 그는 영웅이 아니라 의로움으로 버틴 마음의 장수로 남았다. 함께하자며 맺은 약속은 평생의 기준이 된다 탁군의 장터는 전쟁 소문으로 늘 소란했다. 황건의 난이 번지기 전부터 세금과 징발이 거칠어졌고, 떠도는 사람과 울분을 삼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장비는 그 한복판에서 고기를 썰고 술을 팔며, 세상이 칼로만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먼저 배웠다. 어느 날 장터에서 백성들이 억울함을 호소하자, 유비가 나서 그들을 달래는 모습을 보았다. 말은 조용했지만, 사람들의 마음이 그 말에 붙었다. 장비는 그 장면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자신과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얼마 뒤 관우까지 합류해 세 사람은 술자리에 마주 앉았다. 도원에서 뜻을 함께하자는 유비의 말 앞에서 장비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거친 입으로 맹세했다. "같은 날 태어나지 못했으나, 같은 날 죽기를 원하노라.“ 의리는 한 번의 결심이 아니라 평생 지켜야 할 태도다 도원에서 뜻을 함께하자는 말이 나왔을 때, 관우는 신중했고 유비는 말을 아꼈다. 각자 걸어온 길이 달랐고, 앞으로의 삶이 가벼운 선택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비는 달랐다. 그는 술잔을 들자마자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의 술은 피로 바뀌어도 아깝지 않다.“ 장비에게 의리는 순간의 감정이나 맹세가 아니었다. 한 번 맺으면 되돌릴 수 없는 기준이었고, 삶의 방향을 고정시키는 약속이었다. 그래서 그는 관계를 계산하지 않았고, 유불리를 따지지 않았다. 거친 성정은 종종 문제를 만들었지만, 의를 지키는 순간만큼은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었다. 장비가 은혜를 갚는 방식은 단순했다. 말로 포장하지 않았고, 체면으로 대신하지도 않았다. 필요하다면 앞장섰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 수가 아니라 마음이다 유비가 남쪽으로 물러난 뒤, 장비는 신야 일대를 맡아 흩어진 병력을 추슬러 성을 지키는 임무를 맡았다. 연이은 패전으로 병사들의 눈빛이 흐려졌고, 적군은 추격의 기세를 늦추지 않은 채 포위망을 조여왔다. 성 위에서는 화살이 성벽을 두드리는 소리와 멀리서 울리는 북소리가 겹쳐, 숨까지 줄어드는 긴장이 흘렀다. 그때 한 부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장군, 우리가 너무 적습니다." 장비는 성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웃으며 답했다. "중요한 것은 사람 수가 아니다. 마음이다." 그 한마디에 흔들리던 시선이 다시 모였고, 흩어질 듯했던 병사들은 창을 고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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