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권하는 시대’에 창업자의 길 대신 기업가형 인재의 길을 제안하는 저자의 의도는 분명하다. 많은 이가 퍼스트 펭귄을 꿈꾸지만, 우리나라에서 5년 이상 버티는 스타트업의 비율은 겨우 30퍼센트에 불과하다. 필연적으로 매우 험난하고 성공 가능성이 낮은 가시밭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압축 성장을 이루며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키운 세컨드 펭귄은 어느 회사를 가더라도 그 능력을 인정받고 회사와 자신의 성장 모두를 견인할 수 있다.
누군가가 성공했다고 해서 모두가 그 방법으로 똑같이 성공하지는 않는다. 극히 일부에게만 통했던 방법은 방법이라기보다 운 좋게 행운의 여신을 만난 것에 가깝다. 인내심과 리스크 감수 능력을 동시에 지닌 세컨드 펭귄은 합리성을 기반으로 전략적 의사 결정을 내린다. 직관과 싸우며 종종 반직관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대다수 사람이 말하는 방향과 반대로 가야 하며, 매뉴얼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이러한 의사 결정 원칙은 우리 삶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저자는 주도적으로 일하며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기회를 잡아 첫 바퀴를 돌려야 한다고 말하며 그런 압축 성장의 기회는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에 더 많다고 주장한다. 스타트업 특성상 개인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기여도에 따라 가져갈 수 있는 보상 수준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멀티플레이어로 일하며 얻는 경험과 지식은 나만의 역량이 되고, 그것은 결국 나의 가치를 높이는 무기가 된다.
■ 저자 임승현
딜로이트 컨설팅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흙 만지는 일’을 하고 싶어 당시 스타트업인 쿠팡에 뛰어들었다. 쿠팡에서 전사 전략, 데이터 분석, 영업 기획, 마케팅 전략 등 원하던 것 이상으로 흙에 파묻혀 지내다가, AI 에듀테크 기업인 뤼이드에 COO로 합류하게 된다.
뤼이드의 첫 번째 유료 프로덕트인 ‘산타토익’을 론칭한 후, 비즈니스 및 프라이싱 모델을 수립하고 그로스 전략을 수행했다. 열 명 남짓으로 시작했던 뤼이드는 현재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현재는 아이디어스와 텀블벅 서비스를 운영하는 백패커에서 CSO로 일하며 창작자 생태계를 수립하는 비전을 실현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 차례
이 책에 대한 찬사
들어가는 말|창업자보다 기업가형 인재가 되라
1부 퍼스트 펭귄의 도약
1. 창업자는 또라이다
2. 모든 퍼스트 펭귄은 두 번째가 필요하다
3. 창업자는 직관으로 베팅한다
4. 세컨드 펭귄은 합리성으로 결정한다
5. 권력은 세컨드 펭귄을 유혹한다
6. 창업자여,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2부 세컨드 펭귄의 성장 공식
1. 나는 기업가형 인재인가?
2. 스타트업에서의 커리어 설계
3. 기업가형 인재의 일
4. 문제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
5. 당신의 가설은 무엇인가
6. 스타트업 난세의 영웅
3부 세상 어디에도 없는 CSO의 비법 노트
1. 측정의 어려움과 아름다움
2. 지표를 개선하려 해서는 지표를 개선할 수 없다
3. 분석은 지표를 쪼개어 의미를 찾는 도끼다
4. 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 내러티브
5. 당신은 어떤 업에 속해 있는가?
6. 확률적 사고
7. 전략적 의사 결정
맺음말| 누가 나 밀었어?
참고 문헌과 주
위험과 불확실성 속에서 절벽 밑으로 주저 없이 몸을 던지는 퍼스트 펭귄은 스타트업계에서 소위 창업자입니다. 이 무모하고 비합리적인 직관으로 뛰어드는 창업자를 진정한 리더로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세컨드 펭귄입니다. 세컨드 펭귄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어떻게 유인할 것인지, 세컨드 펭귄으로서 확실하게 성장하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들려드립니다.
세컨드 펭귄
퍼스트 펭귄의 도약
창업자는 또라이다
창업자인가, 기업가형 인재인가?
결국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역량 있는 창업자만큼이나 기업가형 인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러한 사실은 스타트업계에 있는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창업자인가, 기업가형 인재인가?”
이는 양자택일의 문제라기보다는 스펙트럼상의 위칫값에 관한 것이고, 현재 나의 포지션과 관계없이 내 역량이 지향하는 방향성이다. 즉, 창업자이면서 기업가형 인재에 걸맞은 역량을 보유한 사람도 있고, 기업가형 인재이면서 창업자로서 더 적합한 역량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현재 어떤 위치에 있으며 어떤 역량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그것을 옳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대학에서 경영학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기업 경영에 대해 배우지만 실상 그중 전문 경영인 또는 임원이 되는 경우는 1%도 되지 않는다. 스타트업 세계도 마찬가지로 창업자는 1% 미만이고, 스타트업 멤버들이 99%를 차지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창업을 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사회 전반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여기 기업가형 인재로 성장해 가는 또 다른 길이 있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에는 창업자에 준하는 역할을 하며 주도적으로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 내는 기업가형 인재가 도처에 있다. 이들은 종종 퇴사 후 창업을 하기도 하지만, 더 많은 경우 실력을 쌓아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업과 필드에 가서 다시 탁월한 기업가형 인재로서 눈부신 성과를 낸다.
이 길에는 많은 장점이 있다. 창업자는 일단 기업을 세우고 나면 다른 기업을 선택할 수 없지만, 기업가형 인재는 자신에게 맞는 산업이나 조직 구조, 문화를 가진 기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커리어 목표에 맞는 역량과 스킬을 갈고닦기 위해 특정 기업과 조직에 합류해 성장해 나갈 수도 있다. 기업가형 인재가 반드시 창업을 할 필요는 없지만, 만약 창업을 하고 싶다면 유사한 산업군 내 기업 중 참고할 만한 조직에 들어가서 일하면서 노하우를 쌓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기업가형 인재는 적절하게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성공률을 극단적으로 높일 수 있다. 만약 창업을 한다면 평균적으로 30% 미만으로 생존하겠지만, 기업가형 인재는 그보다 훨씬 더 큰 확률로 역량을 키우고 성장해 나가며 고연봉과 스톡옵션의 혜택까지도 누릴 수 있다.
하버드대학교 티머시 버틀러는 기업가형 인재 수천 명을 조사하고 인터뷰하면서, 이들을 향한 고정 관념을 뒤엎는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우선 기업가형 인재들은 창업자들과 달리 위험을 선호하지 않는다. 다만, 위험을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인다. 필요한 경우에는 위험을 감수하며 이로 인해 지나치게 고민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을 보다 능숙하게 다루며, 새로운 경험에 대해 보다 개방적이다. 호기심이 많고 학습 욕구가 뛰어나 잘 모르는 영역에도 두려움보다는 흥미를 더 많이 느낀다.
또한 이들은 권력욕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즉, 하급자에게 존경을 요구하거나 권위를 기반으로 명령을 내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완성된 결과물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싶어 했다. 이들에게는 프로젝트, 제품, 계획 등을 주도하는 것이 가장 큰 동기부여 요소였다. 주인 의식이 필요한 상황에서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이기심과 탐욕이 아니라 ‘가치 있고 유용한 것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느끼기를 원한다.
또한 기업가형 인재는 창의력이 특별하게 뛰어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이들은 탁월한 설득력이 있었다. 이들은 차분하고 지적인 태도로 조직 관련 이슈를 이야기하고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모르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태도를 견지한다.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따르게 한다.
반면 퍼스트 펭귄인 창업자의 필승 전략은 과단성이다. 특히 초기 데스 밸리를 지나 다음 단계로 넘어간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생존 편향의 수혜자들이다. 이들이 내린 과감한 의사 결정과 전략적 결단은 결과적으로 ‘옳은 것이 되었고, 이것은 창업자들이 가진 긍정적 환상을 더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로 인해 창업자의 비전을 추종하는 멤버들과 조직 전반에 기분 좋은 낙관이 학습된다.
그래서 초기 스타트업에는 일종의 종교와도 같은 컬트 문화가 생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화는 스타트업에 필연적으로 역경의 시기들을 이겨 낼 수 있는 힘의 근원이 되어 준다. 스타트업처럼 실패 가능성은 크지만 기댓값이 큰 시장에서는 이런 창업자의 긍정적 환상이 이기는 전략인 것이다.
결국 창업자는 비합리적인 과단성을 가지고 결과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바로 이들의 비합리성이 때로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창업자를 생존과 성공으로 이끌었던 긍정적 환상이 다음 단계로 넘어서는 데는 역으로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자는 매 성장 단계마다 맞닥뜨리는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딜레마를 풀 수 있을까? 나는 창업자와 기업가형 인재의 균형과 협업이 이에 대한 해답이라 생각한다.
창업자여,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창업자의 야심
스타트업 창업자는 생존자들이며 과감한 시도를 통해 성공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자들이다. 창업자는 회사가 추구해야 할 사명과 비전을 수립하고, 조직의 문화와 인재상을 규정하며, 나아가야 할 전략적 방향을 제시한다. 창업자의 비전과 전략 하에 하나가 된 팀은 큰 조직은 흉내 낼 수 없는 엄청난 속도와 파괴력을 창출한다.
이때 창업자의 야망은 훌륭하고 좋은 것이다. 성공과 성취로 가게 만드는 연료이자 원동력이다. 권력의 남용은 폐해가 매우 크지만, 권력 그 자체는 곧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힘이다. 정치인이나 기업가뿐만 아니라 과학자, 사회 복지사, 간호사, 교사, 경찰관 모두 선한 의도를 가지고 사회와 환경과 사람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직업이다. 이런 좋은 의도를 가지고 올바르게 행사하는 권력은 선한 것이다. 앞서 권력을 잡는 데 대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는데, 이 대가를 덜 치르려면 권력을 ‘원해야하고 또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즐겨야 한다.
창업자가 권력욕이 낮거나 영향력 행사의 동기가 낮다면, 경쟁이 치열한 스타트업 환경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될 수 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코르티솔이 혈액에 만성적으로 유입되면 심혈관계가 안 좋아지고 전두엽, 기억 능력과 연관성이 높은 해마에 손상을 입게 된다.
행복한 창업자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 캠퍼스 연구원들은 미국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3년 동안 추적 조사했다. 연구원들은 매년 참가자들에게 공동체에 얼마나 시간을 할애했는지와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 그리고 건강 상태에 대해 물었다. 어떤 식으로든 공동체에 봉사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이혼이나 실직 같은 스트레스성 생활 사건으로 인해 새로운 건강 문제가 생길 위험이 증가했다. 놀랍게도 사회 활동에 시간을 투입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와 사망 위험도와 어떤 연관성도 없었다. 마치 스트레스의 해로운 영향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받은 것처럼 보였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의대 교수인 스티븐 콜은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채플힐 캠퍼스의 바버라 프레더릭슨 교수와 함께 매우 혁신적인 연구 결과를 저명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그들은 참가자 80명을 설문 조사를 통해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행복을 쾌락주의적(hedonic)으로 보는 집단이고, 다른 그룹은 행복을 의미 지향적(eudainomic)으로 보는 그룹이었다. 그런 다음 채혈을 해서 ‘역경에 대한 보존 전사 반응(CTRA)를 알아보았다. 이는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 유전자가 반응하는 방식인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염증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발현은 증가하고 항바이러스 유전자의 발현은 감소하게 된다. 염증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특히 해로운데, 심혈관계 질환과 전이성 암, 신경 퇴행성 질환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쾌락주의적 집단에서는 위험한 면역 반응을 지닌 게놈 지문이 나타났지만, 의미 지향적 그룹은 세포 차원에서 보호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콜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만약 내가 느끼는 행복이 쾌락과 직결되었다면, 내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은 나의 행복을 근본적으로 위협합니다. 하지만 나의 가치가 대의나 주변 사람들 혹은 내가 참여하는 공동체적 활동에 있다면 즉 행복이 내가 아닌 외부의 무언가에서 비롯된다면, 내게 안 좋은 일이 생기더라도 큰 위협이 되지 못합니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인 삶의 목적과 소명이 내 몸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외부의 공동체에 있는 것이니까요.”
창업자의 삶은 고독하고 괴롭다. 하지만 동시에 창업자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여 직원들과 고객들, 그리고 사회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단, 자신의 영향력을 오롯이 인지하고 있을 때만 그렇다. 권력 자체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올바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이 권력의 선순환이 주는 이점을 오롯이 활용할 줄 아는 창업자는 승리하는 뇌 구조를 가지게 된다. 조심해야 할 것은 권력은 중독적이므로 자기중심적인 욕구를 충족하려는 배포 작은 야심보다 훨씬 더 큰 공동체적, 전 지구적 야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사명감을 가진 창업자의 진심은 직원들에게, 그리고 고객에게 다시 전달된다. 열광하는 팬이 생기면 그 자체로 브랜딩이 된다. 이렇게 목적과 의미를 추구하는 사명감은 무엇보다 창업자 개인에게 좋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유전자가 보호해 줄 것이고 건강하게 장수할 것이며, 무엇보다 행복할 것이다.
세상에 이런 창업자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창업자들이 더 잘되어서 사회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세컨드 펭귄의 성장 공식
기업가형 인재의 일
틀리지 않는 일
이렇게 스타트업계는 끊임없이 변하고 매번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하기 때문에 성공으로 가는 왕도는 없다. 이런 환경에서 창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그냥 뛰어내리는 것이다. 창업자는 본질적으로 성공 확률이 5% 미만인 게임에 과감하게 뛰어든 퍼스트 펭귄이며, 내가 그 5%안에 들 거라는 긍정적 환상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긍정적 환상과 미래 지향적 비전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어려운 상황에서 구성원을 단결시켜 준다. 그래서 이들의 이기는 전략은 ‘옳은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적시에 ‘과감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런 창업자의 역할을 보완하는 기업가형 인재의 역할은 반대로 ‘틀리지 않는 일이다. 기댓값이 아무리 크더라도 5%에 걸면 안 된다. 95%의 확률로 틀리기 때문이다. 가장 합리적인 의사 결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의사 결정자가 가장 합리적인 것이다. 그리고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옳은 의사 결정을 많이 하려고 하기보다는, 틀린 의사 결정을 최소화해야 한다.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높은 스타트업 현장에서 창업자가 자신의 철학과 신념과 스타일대로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해서 결단력 있는 의사 결정을 한다면 기업가형 인재는 창업자의 의사 결정을 데이터로 검증하고 효율적인 조직 구조와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고, 느리고 비효율적인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인재들을 육성하고 권한을 위임하며, 급변하는 고객과 시장의 니즈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재무적 리스크를 고려하여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것이 창업자와 기업가형 인재의 균형이며, 창업자의 약점을 보완하고 창업자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업가형 인재의 일이다.
기업가형 인재의 다섯 가지 역할
창업자가 절벽 꼭대기에서 신뢰의 도약을 하는 퍼스트 펭귄이라며, 기업가형 인재는 창업자와 같이 뛰어드는 세컨드 펭귄이다. 뛰어들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세컨드 펭귄의 일이 아니다. 창업자는 이미 절벽에서 뛰어내린 상태다.
나는 기능적으로 ‘전략 기획과 ‘데이터 분석 업무를 했고, 부서로 치면 ‘마케팅, 영업‘ 등에 해당하는 조직에 주로 속해서 일했기 때문에 이에 기반해서 기업가형 인재의 역할과 역량을 설명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경험과 한계 때문에 선택한 제한적인 설명일 뿐이고, 각자의 역량과 역할에 맞게 창업자의 역할을 보완할 수 있다면 모두 기업가형 인재의 일일 것이다.
내가 경험하고 정리한 기업가형 인재의 일은 문제를 해결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의사 결정을 서포트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 업무를 잘하기 위해 가져야 하는 역량을 크게 다음의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현 상황에서 핵심 원인이 되는 문제를 찾아내는 ‘문제 정의 역량.
둘째, 선행 지표를 움직일 수 있는 레버리지를 찾아내고 테스트해 가설을 검증하는 ‘가설 기반 사고.
셋째, 현 상황을 수치로 측정하고 진단하며 지표를 개선하는 ‘데이터 분석 역량.
넷째, 데이터와 가설 검증 결과를 기반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데이터 내러티브 역량.
다섯째, 사람들을 이끌고 동기 부여하며 올바르게 판단하고 의사 결정할 수 있는 ‘리더십 역량.
나는 현재 백패커에서 CSO(Chief Strategy Officer, 최고 전략 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데, 한 인터뷰에서 CSO는 어떤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전략 책임자라는 직무에 대해 기업마다 요구하는 바가 다르고 각 개인도 다르게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나올 법한 질문이다. 나는 “데이터를 분석해 올바르게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상한 답이다. 그럼 데이터 분석가와의 차이는 무엇일까? 중요한 차이는 분석은 도구일 뿐이고, 이를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는 것이다. 전략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전사 및 팀 커뮤니케이션, 주요 이해관계자 설득, 예산 투입, 조직 구조 변경, 세부 전술 방안 수립 등의 의사 결정을 통해 그 전략을 실제로 수행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 난세의 영웅
리더십은 직급이 아니다.
내가 리더로 세우기 위해 주기적으로 면담을 하고 생각할 시간도 주면서 3개월 이상 설득을 해도 한사코 거절했던 ‘임포스터가 있었다. 이분은 주변 동료들의 평도 좋고 업무 면에서도 신뢰를 얻고 있어서 충분히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인데, 정작 자신은 “전혀 자격이 없고 내가 의사 결정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라며 거절했다. 설득의 강도를 높이자 이 분은 며칠간 휴가를 쓰며, 동료들을 통해 퇴사 의지까지 비치며 나에게 반협박성 거절을 했다.
이분의 고민도 그 나름대로 이해가 되었는데, 이분은 리더가 되면 자신이 잘 모르는 영역까지 포함해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부담된다고 했다. 해당 분야에 더 전문성을 보유한 팀원이 있는데, 자신이 어떻게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표했다. 또한 “수평적인 스타트업 조직에서 왜 굳이 리더가 필요한지 모르겠다”라며 나에게 역정을 내었다. 이분의 거절 이유를 가만히 들으면서 나는 ‘당신이 이야기하는 것은 언뜻 듣기에는 겸손한 말 같지만, 사실은 오만하고 리더에 대한 개념이 왜곡되어 있다고 좀 심한 피드백을 주었다.
리더는 포지션이나 직급이 아니다. 대기업처럼 큰 조직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주요 과제다. 이를 위해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연차와 승진 고과에 따라 직급을 만들고 팀과 실, 본부를 만들고 팀장, 실장, 본부장의 직위를 만든다. 누가 업무를 하달하고 누가 업무 지시를 따라야 하는지 최대한 명확하게 되어 있는 구조다.
반면, 스타트업은 이러한 대기업의 위계 기반(rank-based) 구조와 달리 역할 기반(role-based) 구조다. 스타트업의 경영진은 대부분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 기술 책임자)나 CPO(Chief Product Officer, 최고 제품 책임자)처럼 특정 기능 영역에서 최고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연차나 직급에 따라 위계가 정해지지 않으며, 대부분 ‘마케팅 리더 또는 ‘영업 리더 등 역할을 기반으로 포지션이 주어진다.
이런 구조의 명확한 장점은 멤버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업무를 정의하고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하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으로 유명한 댄 애리얼리 교수는 돈과 같은 외부적인 동기 부여가 단순 반복 업무에는 도움이 되지만 창의적인 업무를 할 때는 오히려 시야를 편협하게 하고 창의성을 감소시키며, 내재적인 동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체계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업무상 혼돈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케팅에서 특정 캠페인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디자인 쪽에서 어디까지 가이드라인을 받아야 할지, 담당자는 누구이며 어디까지 알리고 협의를 해야 할지, 해당 이슈는 협의의 문제인지 합의의 문제인지 고민된다.
업무 가이드라인을 잡으면 단기적으로 해결되는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마케팅과 디자인 어느 쪽도 우위에 있지 않고 조직 구조상 의사 결정자가 같은 레벨에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이는 대기업의 방식과 스타트업의 방식 중 어느 것이 맞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즉, 스타트업은 대부분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지나친 위계를 부여해서 조직의 활력과 동기를 빼앗기보다는, 업무상 혼돈을 감수하고서라도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업무를 정의하고 의사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리더는 배우고 가르친다
국내의 대표적 철학자로 존경받았던 고 안병욱 교수는 현대인의 3대 슬픔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째는 아무도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가르치려고 해도 아무도 배우려고 하지 않는 것이고,
셋째는 배운 후에도 아무도 이를 전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스타트업에 있는 당신은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 무엇보다 가르쳐야 한다. 지식의 공유는 후배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당신 자신을 위한 것이다. 지식은 아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가르침을 통한 심화 과정을 거쳐 내면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죽은 지식이 아니라 응용 가능한 살아있는 지식이 된다.
앞서 스타트업의 환경상 대다수 직원들은 업무 환경에 ‘던져진 채로 스스로 학습하고 배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바로 당신이 그랬기 때문에 당신의 후배들에게는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지식의 저주에 빠지지 않고 가장 생생하고 실감나는 현장 지식을 전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서 말이다. 고3 수험생들을 가장 잘 준비시킬 수 있는 이가 대학 신입생인 것과 같은 이치다.
안병욱 교수의 말마따나 요즘에는 아무도 배우려 하지 않고, 어느 누구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가르칠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르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배우지 않는 자들은 자신들이 배울 만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후자가 교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자 역시 동일하게 교만하다. 특정한 위치에 있는 위대한 사람만이 가르칠 수 있다고 믿는 ‘생각이 교만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변하는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개인과 조직의 학습 역량이 필수다.
지적 겸손함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학습하고 자신이 배운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좋은 리더다. 이 때문에 사회적 압박에 시달리는 여성이나 ‘임포스터들이 좋은 리더의 기본적인 조건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하여 끊임없이 학습하고,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많아 가르칠 준비가 된 좋은 리더다.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여성이거나 ‘임포스터일 필요조차 없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임포스터 현상을 겪는, 즉 내가 실제 능력보다 과대 평가받고 있다는 불안감을 한 번 이상 느낀 사람은 전체 연구대상의 70%였다고 한다. 이것이 만성적인 증후군으로 발전되면 당연히 좋지 않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어느 정도의 건강한 의심은 장점이 있다.
스타트업에 숨어 있는 건강한 자기 의심과 따뜻한 소통 능력을 가진 여성과 임포스터들, 권위나 직급이 아닌 자연스러운 영향력을 지닌 리더들, 자신이 배우고 습득한 것을 기꺼이 나눠 주고 지적 겸손함을 갖춘 당신들이 스타트업의 진정한 영웅이다. 부디, 리더 제안이 들어오면 거절하지 말길 바란다.
당신이 리더로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스타트업의 진정한 주인공인 기업가형 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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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