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나를 위해 일하게 하라
 
지은이 : 세달 닐리, 폴 레오나르디 (지은이), 조성숙 (옮긴이)
출판사 : 윌북
출판일 : 2024년 08월




  • 인공지능(AI)이 우리의 삶과 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를 활용해 더 나은 성과를 내는 방법을 다룹니다. 독자들은 AI 시대에 필요한 디지털 마인드셋을 배우고, 이를 통해 변화하는 세상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AI 나를 위해 일하게 하라


    협업

    기계와 함께 일한다는 것 : 인간 지능이 인공지능을 만날 때

    상호 행동의 새 규칙

    디지털 마인드셋을 개발하기 위한 필수 조건 한 가지는 기계와의 성공적 협업에 필요한 비결이 사람과 성공적으로 협력하는 데 필요한 비결과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차례 진행된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자신들이 상호 행동하는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기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절대다수가 기계를 사람처럼 생각하고 다루었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그런 행동은 우리가 업무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작업을 완수하는 방식에 문제를 일으킨다. 디지털 마인드셋을 개발한다는 것은 기계에 적용하는 상호 행동 규칙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당신이 기계를 대리로 내세워서 친구나 가족, 고객과 상호 행동을 할 경우 그들도 기계를 마치 사람처럼 대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오늘날 우리가 이용하는 AI는 해야 할 일을 정해놓고 그 일에만 집중한다. 툭하면 인간 체스 챔피언을 이기는 AI 애플리케이션을 생각해보자. 그 체스 AI는 체스는 아주 잘 두지만 다른 것은 전혀 못 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 하나인 알리바바(Alibaba)는 아마존처럼 고객이 사고 싶어 하는 것을 예측하려고 AI를 이용한다.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젯슨 가족(The Jetsons)에 나오는 로지(Rosey)처럼 집 구석구석을 다 청소해주는 AI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아이, 로봇(iRobot)에 나오는 소니처럼 살인 사건을 해결해주는 AI 로봇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모두를 놀라게 하는 성능에도 불구하고 AI는 아직 여러 주제와 분야를 통합하고 치환해서 문제를 해결할 만한 수준의 지능은 가지지 못했다. 또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장착해 세상을 정복한 로봇이나 인간을 지배하는 AI도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철학자이며 AI 사상가인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은 이런 초지능을 이렇게 정의한다. “초지능은 과학적 창의성과 전반적인 통념, 그리고 사교 능력을 망라해 실질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인간의 뇌보다도 훨씬 뛰어난 지능이다.” AI가 이런 능력을 갖추려면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압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도 뛰어나고 감정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 부분은 우리가 고민할 내용이 아니다. 우리는 한 가지 작업에 충실한 AI와 기계를 기계로 대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지금으로선 그게 현실에도 맞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가 기계를 기계로 대하기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AI를 인간과 흡사한 지능을 가진 기계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기계는 알고리즘을 수행하면서 인간의 ‘인지 기능을 흉내 낸다. 그렇기에 AI는 환경을 인식해서 목표 달성 가능성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행동을 취하는 기계이다. 현재, 그런 목표를 프로그래밍하는 것은 인간이다.


    또한 로봇은 AI가 아니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두 가지를 같은 것처럼 말하는 소리가 자주 들리지만 로봇은 AI를 담은 그릇일 뿐이다. 다시 말해 AI는 로봇 내부에서 로봇을 작동하게 만드는 존재이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데이터, 알고리즘이 모여 아마존 알렉사(Alexa)라는 AI를 작동시키지만 우리가 듣는 알렉사의 음성은 이 AI를 의인화한 존재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차량 생산에서 상품 포장에 이르기까지 산업 현장에서 온갖 작업을 하는 강철로 만든 모형들은 금속과 액추에이터, 전기회로를 집합한 로봇들이다. 그리고 AI는 그런 강철 덩어리들이 사람처럼 팔을 움직이고 나사를 조이고 상자를 들어 올리게 만드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AI 생태계는 넓은 의미에서 데이터와 도구, 통계 모델을 아우른다. 통계 모델은 대량의 데이터 셋을 처리한다.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먼저 데이터 ‘정제(cleaning)라는 전처리 과정을 통해 알고리즘이 이해하는 포맷으로 바꿔야 한다. 데이터 정제 과정에서 부적절하거나 불완전하거나 중복되는 데이터가 수정되거나 제거된다. 데이터가 매번 깨끗하고 일관된 방식으로 수집되는 것은 아니며, 복수의 데이터 소스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중복이나 부적합, 잘못된 분류는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 가령 여러 가지 인구통계 데이터 소스를 결합하는데, 한 소스의 명칭은 ‘인구통계 데이터이고 한 소스의 명칭은 ‘인구데이터라고 치자. 둘 다 똑같지만 컴퓨터는 두 데이터가 같은 것임을 알지 못한다. 당신이 데이터를 정제해야만 컴퓨터는 두 소스를 똑같은 것으로 취급하고 처리할 수 있다.


    디지털 존재감 기르기 : 디지털에서는 없어도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먼 곳에 있는 동료의 행동에 당황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바쁘다면서 이메일에 답장도 안 할 때. 아예 읽지도 않을 때. 이메일이 제대로 들어가기나 한 것인지 모르겠을 때. 우리는 동료들이 제때 반응을 해주지 않으면 왜 그러는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우리가 그런 상상에 빠지는 이유에 대해서, 디지털 협업 환경을 평생 연구한 조지메이슨대학교 경영학과의 캐서린 크램턴(Catherine Cramton) 명예 교수는 우리가 물리적으로 떨어져서 일하게 해주는 디지털 툴들이 이른바 ‘상호 파악의 장애(mutual knowledge problem)를 불러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당신의 동료는 그날이 마침 연차였기 때문에 이메일에 답장을 하지 못했던 것일 수 있다. 아니면 시급한 프로젝트에 참석 중이었을 수도 있고 이메일이 스팸메일함에 잘못 들어갔을 수도 있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일하는 팀원들은 서로에 대해 필수적인 공통 정보는 알아두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아주 약간만 떨어져도 서로를 파악하기가 크게 힘들어지곤 한다. 상호 파악이 되지 않은 팀은 협업이 훼손되고 무너지기 시작한다.


    디지털 시대의 번영에는 면밀한 협업 관계 구축이 모두의 필수 조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호 파악의 장애를 예상하고 보완 전략을 배우는 마인드를 길러야 한다. 우리는 그런 보완 전략을 ‘디지털 존재감(digital presence)이라고 부른다. 효과적인 디지털 존재감을 기르는 방법을 알아보자. 어도비, AT&T, 블루 크로스 블루 실드, 시스코, 플레시먼힐러드, 휴렛 패커드, IBM, 로그미인,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타이코, 웰스 파고를 비롯해 다양한 산업과 다양한 직무에 종사하는 원격 근무자들을 만나 디지털 존재감의 모범 사례를 찾았다.


    이 회사들에서 디지털 존재감이 높은 사람과 아닌 사람들을 비교한 결과, 타인과의 업무 관계에서는 ‘지속성 유지가 디지털 존재감의 포인트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디지털 존재감이 뛰어난 사람들은 동료들에게 소통이 뜸하거나 연락이 두절돼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았다. 업무 스케줄이 다르고 근무 시간이 다름에도 언제든 연락이 가능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했다. 동료들이 당신의 존재를 잊어버리지 않고 떠올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세 가지다.


    요청받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진척도를 업데이트 하라

    제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제나는 네트워크 하드웨어 장비 대기업에서 4년 동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다 플래그십 제품을 연구하는 개발자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팀장을 비롯해 팀원의 4분의 1은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근무했지만 나머지는 세계 각지에서 일하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었는데 제나는 그중 유일하게 노스캐롤라이나 지사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제나는 업무가 마음에 들었지만 처음 몇 달간 100% 온라인으로 근무하면서 원격으로 협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일 자체는 어렵지 않았어요. 하지만 나 없이도 일이 잘 굴러가고, 팀장이 내게 모든 것을 다 공유해주지는 않는다는 느낌이 가시지를 않았죠.”


    제나는 간단히 한 가지만 바꿨다. “내 진척 상태를 업데이트 했고, 따로 요구가 없어도 상황을 미리 알렸어요.” 컨설턴트들에게 메일을 보낼 때면 팀장에게도 참조를 걸었으며, 개발 프로젝트에서 중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협업 프로그램에 팀장을 언급했고, 팀장과 팀원들에게는 짤막한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 그녀의 작업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수시로 업데이트했다. 이런 하나하나의 업데이트가 모여 그녀가 팀장과 팀원들에게 디지털 존재감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다음 고과에서 제나는 최고 점수를 받았다. 팀장의 평가 중에서도 유독 한마디가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제나는 늘 옆에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제나의 업무 내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팀원들에게 자기 일에 대해 알리는 시기와 방법을 바꿨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변화로 제나의 업무 고과는 최저에서 최고로 바뀌었다.


    호기심을 유발하라

    직장에서는 간결하고 명확한 소통이 최고의 소통이라는 말은 귀에 딱지가 맺히도록 들어봤을 것이다. 상대에게 상황을 업데이트하고, 시기적절하게 생각을 제시하고, 메시지를 분명히 이해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면 유념해야 하는 조언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면 이야기가 약간 달라진다. 디지털 마인드셋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는 모호함이 최고의 미덕이 될 수도 있다.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의 에릭 아이젠버그(Eric Eisenberg) 교수는 사람들이 모호함이라는 전략을 소통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메일 같은 개인 대 개인의 메시지에서든 회사의 사명선언문 같은 공식적인 소통에서든 의도적으로 모호한 문구로 쓴 메시지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첫째로, 사람들은 메시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면서 의미를 파악하려 하고 메시지를 보낸 사람에게도 관심을 쏟는다. 둘째로, 사람들은 메시지의 의미나 핵심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 해석을 하고 의견을 낸다. 어느 경우든 모호함은 디지털 마인드셋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이 정확히 원하는 지점, 즉 그들 자신에게로 관심의 초점을 모아준다.


    게다가 이렇게 모호한 메시지는 호기심을 만들어 원격 근무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역할도 한다. 팀과 떨어져 원격 근무를 하는 대형 은행의 영업 직원 알레나는 모호한 메시지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설명했다. “어떤 사람과 직접 얼굴을 볼 시간은 나지 않는데 내 존재를 기억해주기를 바란다면 연락을 건넬 일이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메시지를 띄워요. ‘중요하게 말씀드릴 일이 생겼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보내기 전에 먼저 보내는 거죠. 상대방은 ‘무슨 일인지 계속 궁금했습니다라며 답변을 보내요.” 알레나는 디지털 마인드셋을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존재감 유지를 위해 전략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이다.


    내 시간이 아니라 동료의 시간에 맞춰 소통하라

    메시지의 수용도를 좌우하는 것도 타이밍이다. 상대가 다른 사람이나 다른 일을 제치고 당신이 관심 받기를 원한다면, ‘그 상대가 메일이나 메시지를 들을 마음이 있을 때를 잘 골라서 보내는 것이 관심을 받는 가장 좋은 길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사람들은 정반대로 행동한다. 그들은 메시지를 받는 상대에게 가장 적합한 시간이 아니라 자기가 가장 편한 시간에 소통하려 한다.

    연산

    데이터와 분석 : 셀 수 있어야 중요하다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글로벌 테크 대기업, 신용카드 회사 디스커버, 방위산업체 플리어, 광산 회사 사우스32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데이터 생성과 수집과 연산에 어려움을 겪는 수백 명의 직장인과 인터뷰를 통해, 분석적으로 보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해주는 디지털 마인드셋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세 가지 모범 행동을 판별했다.


    데이터가 어디에서 오는지, 어떻게 그리로 갔는지를 파악하라

    데이터는 천연 물질이 아니다. 데이터는 야생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터는 창조물도 아니다. 그건 데이터를 이해하려 할 때 유념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 중 하나이다. 데이터는 어떤 사물이나 상황, 프로세스를 표현하고 제시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는 결국 데이터가 근본적으로 주관성을 내재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바람이라는 자연 현상은 다양하게 묘사할 수 있다. 바람이 얼마나 차가운지, 얼마나 빠른지, 그리고 얼마나 건조한지 등등. 바람을 이렇게 다양하게 묘사하기 위해 측정 기기를 발명했고, 측정한 결과를 기록하고 저장한다. 오늘날 데이터라고 불리는 이런 측정값은 바람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제시한다. 하지만 이 측정값은 본질적으로는 바람이 아니다. 게다가 이 데이터는 바람이 무엇이고 바람이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객관적으로 기술하지도 못한다. 측정값은 바람을 설명하는 방법일 뿐이다.


    이러한 개념을 이해한다면 데이터를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마음이 줄어들 것이다. 우리는 데이터라면 무턱대고 신뢰하거나 사실이라고 믿는다. 특히 데이터가 무엇을 제시하는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맹목적인 신뢰는 더욱 높아진다. 하지만 데이터가 반드시 정확하거나 참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종이 원장에서 바코드까지 : 유연성 vs 정확성

    디지털 마인드셋을 갖추면 데이터 생성에 사용하는 자동화 된 프로세스 밑바탕에 깔린 위험을 알게 된다. 재고와 판매량을 기록할 때는 더 발전된 기술을 이용할수록 데이터 생성 프로세스도 더 정확해진다. 사람이 손으로 기록할 때보다는 바코드 스캐너나 RFID 태그를 이용하는 편이 상품 데이터가 잘못 입력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 하지만 동시에, 생성하고 싶은 데이터를 사람이 알아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도 줄어든다. 많은 소매 상점과 유통사가 사용 중인 스캐너와 RFID가 프로그램으로 지정한 데이터 필드에 맞추어, 소프트웨어도 스캐너가 생성하는 숫자를 기록한다. 사용자가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의 설정을 변경할 수 없으면 사용자는 필요한 데이터를 생성하려 할 때마다 판매자에게 일일이 의견을 구해야 한다.


    데이터 분석력을 기른다는 것은 이처럼 유연성이 부족할 때에도 미리 파퓰레이트(populate), 즉 덧붙임 된 데이터 필드에서 용도에 맞는 새로운 데이터 소스를 생성할 기회를 찾아낸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상품 입고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로 인도일과 판매일을 기록하면 그 상품이 판매되기 전까지 얼마나 오래 재고 상태로 있었는지를 비교적 쉽게 계산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상품의 수익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데이터 포인트가 만들어진다.


    -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

    자동 프로세스로 데이터가 생성되어도 오류나 잘못된 결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컴퓨터 과학자와 데이터 분석가들은 IBM 프로그래머 조지 휘셀(George Fuechsel)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 엉터리 데이터는 엉터리 아웃풋, 즉 쓰레기를 생성한다. 디지털 마인드셋을 기르면 ‘들어 오는 데이터가 쓰레기가 아닌지 주의하게 된다.


    분석력을 기르기 위한 첫 단계는, 데이터를 제공받았을 때 그 데이터가 어떻게 생성되었고, 그 데이터에 누가 접속했고, 그 데이터가 우리가 이해하려는 행동이나 활동을 얼마나 잘 표현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데이터를 범주화하고 분석하는 블랙박스를 열라

    데이터가 설명을 넘어 예측으로, 그리고 처방으로 진행될 때 데이터의 유용성과 힘은 훨씬 커진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구단은 데이터로 선수들의 경기 공헌을 예측하고 상대 구단을 이기기 위한 경기 운영 전략을 처방했다. 학교는 미래의 학생 수를 예측하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처방하는 데 도시의 부동산 매매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 설명은 데이터를 통합해서 패턴과 추이를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이해하기도 쉬운 편이지만, 예측과 처방에 요구되는 데이터 분류와 조작(manipulation) 및 연산 작업은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한쪽으로 데이터가 들어가면 반대쪽으로는 처방과 예측이 나온다. 분석적 마인드셋을 기르려면 데이터 분석이라는 안이 보이지 않는 블랙박스를 최대한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조건이 선행되어야 예측에도 자신감이 붙을 수 있다.


    우리는 데이터 분석 프로세스를 활용해 주기적으로 예측과 처방을 만들거나 이용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블랙박스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데이터의 범주화 방식과 데이터를 인과 모델로 분류하는 알고리즘 구축 방식을 모두 이해한다는 뜻이다.


    데이터 시각화를 청중의 니즈에 매칭하라

    미국에서 인구 5만이 넘는 모든 도시들은 종합 지역발전 계획을 세우고 지방정부의 승인을 받는 도시계획 기구(Metropolitan Planning Organization, MPO)라는 조직을 갖춰야 한다. MPO가 세운 개발 계획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지방정부가 교통과 토지 개발 계획을 수립할 때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우리는 2년 동안 미국 여러 도시의 MPO를 살폈다. 편의상 두 종류로 나누어 하나는 해안도시 MPO(Oceanside MPO)라고 통칭하고 다른 하나는 내륙도시 MPO(Mountainside MPO)라고 부르자. 두 MPO가 새롭게 착수한 데이터 집약적 프로세스는 시뮬레이션 모델을 사용해서 도시개발 계획을 위한 예측 모형을 만들었다. 두 MPO 모두 알고리즘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인 어반심(Urbansim)을 채택했다.


    어반심은 폴 웨들(Paul Waddell) UC버클리 교수와 그의 동료들이 개발했다. 정책의 영향을 최대한 투명한 분석 모델로 예측하고, 도시개발 계획을 세울 때마다 너무 복잡해서 어떤 논리로 세운 계획인지 정책 입안자에게도 대중에게도 설명이 불가능한 이른바 ‘블랙박스 모델에 불거지는 우려를 종식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두 MPO를 비교한 결과는 디지털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을 보여주는데, 데이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분석 결과를 제시하는 방법에 따라 사람들이 그 결과를 믿을지 말지, 결과를 기꺼이 신뢰해서 의사결정에 반영할지 하지 않을지가 달라진다.


    해안도시 MPO 담당 공무원들은 지역사회 주민들과 의견을 나눌 때 어반심을 주로 이용했고 시뮬레이션 모델의 3D 영상도 제작했다. 클릭 몇 번만 하면 해당 지역의 건물들까지 구체적으로 다 나오는 자세한 개발계획도도 만들었다. 지역의 미래 모습이 계획도에 다 나왔다. 사람들에게는 그 시각화 영상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영상을 틀어 주면 “내가 아는 거리야”나 “저거 우리 동네야”라는 말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한 주민은 시각화된 시뮬레이션 모델을 본 후 이렇게 말했다. “몰라보게 달라지겠죠! 지금 제가 저 자리에 있는 것만 같아요.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될 거예요.” 어반심 기술의 화려한 시뮬레이션 영상에 주민들은 흠뻑 빠져들었다. 그리고 영상을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모델은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는 미래가 아니라, 진짜로 가능할 것만 같은 미래를 보여주었다. 여기에서 사람들이 반응한 것은 데이터가 제시한 숫자가 아니라 비주얼이었지만, 데이터의 사실성을 믿으려는 우리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데이터에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되면 우리는 데이터가 진짜라고 믿는다.


    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더 자세하고 세부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는 게 항상 더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디지털 마인드셋 개발의 열쇠이기도 하다. 자세한 데이터는 오히려 토론을 삼천포로 빠지게 하고 중요한 분석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해안도시의 도시개발 공무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직관적인 데이터를 방대하게 수집하고 제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점점 쉬워지는 상황에서는 특히나 더더욱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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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