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비즈니스 트렌드
 
지은이 : 권기대 (지은이)
출판사 : 베가북스
출판일 : 2025년 10월




  • 방산 산업의 성장, 바이오 분야의 미래, 원자력 발전의 전망 등 변화의 핵심을 살펴야 할 시기입니다. 주요 산업별 구체적인 전망과 전략을 통해 기회를 선점할 인사이트를 드립니다.


    2025 비즈니스 트렌드


    K-방산

    한마디로 괄목할 만한 도약이다. 수출 대상국은 4개국(2022)에서 12개국(2023)으로 늘어났고, 수출 품목도 육·해·공 12개로 두 배나 다양해졌다. 대한민국 방위산업 이야기다. 중흥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요, 질적 성장을 이뤘다고 평해줘도 아깝지 않다. 이제 방위산업에도 자랑스러운 K를 붙여 K-방산으로 불러줄 때가 된 것 같다. 2025년 우리 방위산업은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확대된 시장에서 글로벌 4위 도약을 꿈꾸고 있다. 투자전문가들도 국내 방산 업체들이 이미 대형 수주잔고를 확보해 2028년까지는 실적이 안정적일 것으로 본다. 방산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주가가 오름세다. 가령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2년간 400% 상승했고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등도 호시절을 누리고 있다. 조선 기업이면서도 방산 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HD현대중공업이나 한화오션 등도 장기적으로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무기체계의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에 기존의 수출국들이 대응하지 못하는 틈을 K-방산이 파고들면서, 2023년 우리 방산 수출은 130억 달러(16조9,000억 원)를 넘어섰다. 이후 우리의 경쟁력이 인정받으면서 2024년엔 200억 달러를 달성할 전망이고 2025년에도 K-방산은 유럽, 중동, 호주 등지를 무대로 순항할 태세다. 나아가 2027년 시장점유율 9% 돌파와 세계 4강의 자리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방위산업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33% 수준으로, 수출 증대의 필요성과 가능성은 모두 커 보인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국내 방산주 주가는 강하게 오르다가 기술주와 밸류업 관련주의 약진에 다소 밀리기도 했지만, 그 상승 전망은 좀 더 장기적인 추세라고 본다.


    안보와 국방; 각자도생

    투자자들은 방산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무기체계는 개발에 7년~12년, 수출에 2년~3년이 걸린다. 뉴스가 떴다고 흥분할 일이 아니란 얘기다. 늘 중·장기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반대로 일단 무기 수출이 이뤄지면 상당한 기간 다른 무기로 교체하기 어려운 소위 잠금(lock-in) 효과가 있고 계속 유지·보수 계약이 따라오기 마련인데, 그게 길게는 20년 이어지고 금액도 수출액의 4배~5배에 달하기도 한다.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있다는 얘기다.


    무기 수출은 어느 나라든 원래 공개하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2018년~2022년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4%로 9위로, 지난 5년간 무기 수출이 급증했다는 평가다. 현재 무기 10대 수출국은 미국(40%), 러시아(16%), 프랑스(11%), 중국, 독일,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한국, 이스라엘 등이고, 무기 7대 수입국은 인도(11%), 사우디(9.6%), 카타르(6.4%), 중국, 이집트, 한국이다.


    뭣 때문에 방위산업 관련주 투자심리가 들썩였을까? 지정학적 갈등이 심해졌고 글로벌 안보 환경이 심각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1)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을 비롯한 세계 전역의 갈등이 높아져, 자주국방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2) 미국 먼저를 외치는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K-방산의 추가 상승 동력이 될 것이다. 동맹국의 방위예산 증대를 강요하는 그의 스트롱맨 효과가 각국의 방위비 증대를 자극하고 우리 방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테니까. 3) 북한과 러시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확립하고 군·경 협력을 강화하자 위협을 느낀 NATO가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에 적극적인 군사 협력을 요청하고 있어서 우리 방산엔 호재가 될 수 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감소했던 나토(미국 제외)의 국방비는 2024년엔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큰 국내 방산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는 크게 둘로 나뉜다.


    ·체계업체; 군과의 R&D 협력을 통해 무기체계 완제품을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화시스템의 5개 회사를 가리킨다. 보통 두 기업이 하나의 무기체계를 담당해 다소 제한적인 경쟁 구도다. 내수 수요가 안정적인 가운데 채산성 높은 수출 물량이 확대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 협력업체; 부품 및 소재를 생산함으로써 후방 공급사슬을 형성하는 70여 개 기업. 자연히 체계업체의 업황을 따라간다. 한동안 실적이 부진했던 기동화력 분야 협력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눈에 띈다. 현대위아(K-9 포신), STX엔진(K-9 엔진), HD현대인프라코어(K-2 엔진), LS엠트론(K-2 궤도)의 부문 매출이 증가했고 이엠코리아(K-9 화포 모듈),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천무 분산탄 체계) 역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기동화력 분야는 상대적으로 국산화율이 높아 체계업체와 협력업체 간 실적 동조성이 높게 나타난다. 크고 작은 방산 관련 업체도 군의 첨단화 덕분에 안정된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휴니드테크놀러지스, 이오시스템, 빅텍 등은 지휘 정찰·통신 장비 분야에서, 한국화이바, 퍼스텍, 단암시스템즈 등은 항공기·유도 무기 분야에서, 그리고 연합정밀, 삼양컴텍, 코오롱데크컴퍼지트 등은 무기체계 전반에 활용되는 각종 커넥터와 소재 분야에서 각각 혜택을 누리고 있다.


    어찌 꽃길뿐이겠는가

    물론 풀어야 할 우리 방산의 난제도 적지 않다. 품목 다양화와 수출대상 지역 확대는 가장 기초적인 과제일 뿐이다. 대저 무기 수입국의 목적은 국방 주권, 즉, 자주국방이기 때문에 단순한 수입에 그치지 않고 기술 이전 및 공동 개발과 현지 업체와의 협업이 중요하다. 수입국과 더불어 무기 시스템 운영과 MRO(설계 및 부품 유지·보수)를 함께해야 한다는 뜻이다. K-방산의 자체 기술 개발과 방산업의 소·부·장 강화가 꼭 필요한 이유다. EU와 미국 등 전통의 방산 강국들이 갈수록 우리를 견제하려 는 움직임도 풀어야 할 숙제다. 2030년까지 유럽산 무기 비중을 지금의 20%에서 50%까지 늘리겠다는 EU 집행위원회의 결정이 그런 예다.


    방산용 첨단 신소재에도 항상 주목해야 한다. 가령 전차는 대당 55톤이 넘는 쇳덩어리인데, 철 대신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사용하면 무게가 20%~30% 줄어든다. 그러면서도 방호 기능은 4배~5배 늘어난다. 소형화하거나 기동 속도를 높이기 쉽다는 뜻이다. 또 요즘 부상하고 있는 무인기는 가벼우면서도 강도 높은 소재를 써야 한다.



    K-바이오

    의료 AI

    국내 의료 AI 설루션 기업들이 한편으로 B2C 사업으로 뻗쳐나가 성과를 내면서, 다른 한편으로 최대 시장 미국부터 EU·중동·동남아시아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공급사례가 축적되면서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의료 AI 설루션은 부족한 의료 인력을 보완하고 질병의 정확한 조기 진단으로 의료비 부담을 낮추어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어느 나라에서건 민간병원, 정부, 군, 기관 등 다양한 조직과 협력하여 우리 의료 AI 기술을 펼치고 있다.


    국산 의료 AI 스타트업; 세계가 비좁다

    ·2014년 설립된 뇌졸중 전문 의료 AI 기업 제이엘케이의 뇌경색 진단 설루션 JBS-01K는 국내 혁신 의료기술 1호로 지정돼 국내 210개가 넘는 병원에 설치돼 있다. 이 설루션은 또 국내 최초로 AI 의료기기 보험수가 적용 대상에 지정돼 3년 동안 비급여로 사용된다. 현재 이를 기반으로 내년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해외사업은 올 연말 FDA 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일찌감치 일본, 유럽, 호주, 동남아시아 등에 걸쳐 66개 인허가를 획득해 해외사업의 포석을 깔았고, 현지 정부·의료기관과의 다양한 프로젝트로 사업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2024년부터는 시장 규모가 무려 410억 달러(약 53조 원)로 가장 큰 뇌졸중 치료 AI 설루션의 미국 시장에 안착할 계획이다.


    제이엘케이는 뇌졸중 치료 전 주기를 관리할 수 있는 설루션을 세계 최다인 11종 보유하고 있다. 초급 증상부터 중증도까지 이르는 뇌출혈, 뇌경색 등을 AI가 분석하고, 유형과 예후 등을 예측한다. 이 설루션을 활용하면 뇌졸중 환자가 응급실에 와 영상을 찍고 이를 분석해 시술을 시작하기까지 통상 걸리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선 10개월간 210개 병원이 도입했는데, 2028년에는 국내 병원 점유율을 지금의 56%에서 85%까지 높이는 게 목표다. 미국 시장 10% 이상 점유의 성과까지 더해 2025년은 실적이 나오는 원년, 흑자까지 실현하는 원년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해외 실적이 전체 매출의 85.8%를 차지하는 기업답게 루닛은 AI 영상진단 루닛 인사이트 글로벌 고객이 2,000곳을 돌파했고, AI 바이오마커 루닛스코프도 데이터 분석 서비스 매출이 나오기 시작했다. 해외사업이 공격적이어서 전 세계에 골고루 진출해 있으며, AI 응급질환 자동분류와 AI 영상 분석 설루션 3종은 미 FDA 승인을 획득했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보건의료 디지털 대전환 사업에도 참여한다.

    뉴질랜드 유방암 검진 AI 업체인 Volpara Health Technologies(볼파라)를 인수한 것도 매출의 97%를 미국 시장에서 기록해온 볼파라를 활용해 미국 AI 진단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루닛의 유방암 AI 진단 제품 인사이트 MMG와 1억 장에 달하는 볼파라의 유방 촬영 데이터가 합쳐지면 극히 정교한 AI 진단 제품이 탄생할 수 있다. 게다가 볼파라 인수 후 글로벌 투자업계의 시선도 호의적으로 변했다.


    · 코어라인소프트는 흉부 CT 촬영 한 번으로 여러 가지 폐 질환을 검출하는 폐암 검진용 설루션 에이뷰 LCS 플러스를 국내외에 공급한다. 유럽 6개국 다국적 폐암 검진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며 폐암 검진 시장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최근 중동 최대의 메디컬 유통사와도 공급계약을 맺었다. 또 다른 AI 설루션 에이뷰 COPD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진단하는 목적인데, EU에 대한 공급을 이미 시작했고, 대만과 싱가포르로부터도 인증을 획득해 정식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1세대 의료 AI 기업 뷰노는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AI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카스의 확산과 2024년 말경 FDA 승인으로 본격화할 미국 진출로 단기 성장을 추구한다. AI 뇌 정량화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 브레인은 이미 FDA 승인을 얻은 상태다. 일본, EU, 중국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미국 진출이 얼마나 순조로이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한 번 더 도약할 수도 있다.


    뷰노는 심혈관질환을 일찌감치 인지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예측 설루션에도 집중하고 있다. 딥이씨지(DeepECG)라는 이름의 심전도 분석 기기는 또 하나의 차세대 제품이다. 심전도 데이터를 딥러닝 기반으로 분석해 심부전증, 심근경색증, 부정맥을 탐지함으로써 무증상 환자를 조기 발견한다. 가정에서 혈압계나 혈당계를 사용하는 것처럼, 심전도를 주기적으로 측정하는 심전계를 상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더구나 심전도는 다양한 질환의 단서로 사용되는 지표이므로, 심전계는 언제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는 수준 높은 헬스케어 서비스가 될 수 있다.


    · 딥노이드는 뇌동맥류 AI 영상진단 딥뉴로가 비급여 시장에 진출해 실적 성장이 예상되며 동남아를 시작으로 해외 실적을 키운다. 아울러 의료 AI 기술 기반으로 공장자동화 AI 머신 비전 설루션을 만들어 제조업 분야에서도 활용한다. 기업과 항공 보안 등에 적용되는 AI 기반 엑스레이 영상 판독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최근 우즈베키스탄 육군에 이동형 엑스레이 타입 AI 진단 보조 설루션도 설치했다.


    ·SK C&C는 국내 최초의 뇌출혈 진단 보조 AI 설루션으로 이름을 알렸다. 뇌CT 영상을 몇 초 안에 분석해 출혈 위치며 이상 여부를 바로 알려준다. 하이퍼 인사이트-ICH라는 이 설루션은 미 FDA 허가도 획득해, 세계 최대 북미 시장에 들어섰다. 국내 30여 병원에 공급·운영했던 경험을 축적한 다음,

    다양한 학회에서 이 설루션을 소개하는 등 미국 내 인지도 제고에 힘써 왔다. 클라우드와 보안 등 북미 시장 내 IT 사업을 수행하며 구축한 네트워크를 의료 AI 판매에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뇌출혈 분야는 의료 AI 설루션의 FDA 허가 사례가 아직 없는 데다,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설루션도 두어 개뿐인 초기 시장이어서, 국내 기업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K-원전

    K-원전을 한마디로 전망하자면 부활의 기지개다. 한때 탈원전의 거센 바람에 패닉 상태였던 우리나라 원전 업계에 르네상스의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단순히 정부가 바뀌었고 정치·정책 기조가 달라졌다는 경제외적 요소 때문만은 아니다. 전력 에너지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한 데다, 원전을 바라보는 전 세계의 시선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에 가장 앞장서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오던 유럽 국가들이 원전을 안정된 친환경 에너지 무탄소 에너지라 부르며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나섰다. 전 세계에서 새로 지으려는 원전이 500기에 육박한다. 요컨대, K-원전은 오랜만의 호기를 맞고 있다, 그것도 나라 안팎에서.


    원전을 보는 주요국의 시선 변화

    가장 발 빠르게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 건 세계 1위~2위를 다투는 원전 강국 프랑스. 운영 중인 원전 56기의 수명을 60년 이상 연장할 계획이다. 친환경 에너지 강국 스위스도 탈원전 정책을 철회했다. 이탈리아는 원전 재도입을 공식화하며 2050년까지 전력 소비량의 11% 이상을 원전에 맡긴다고 했다. 벨기에는 기존 원전을 10년 연장 운영하겠다며 탈원전 정책을 철회했고, 스웨덴도 국민투표로 결정했던 단계적 탈원전 이후 43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원전 축소·폐쇄를 지향했 던 주요국 중 사실상 독일만이 탈원전을 위태롭게 붙들고 있는 형편.


    미국에서도 첨단 원전 확대를 지원하는 법안이 초당적인 지지로 상원을 통과했다. 아시아는 어떨까? 우리나라와 함께 일본이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고, 최근 블랙-아웃 위험에다 반도체산업용 전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대만도 원전 채택을 고민하고 있다. 1998년 원전 중지를 도입했던 호주도 원전 재건설의 목소리가 크다. 무엇이 이처럼 탈원전의 흐름을 뒤바꾸었을까?


    탄소 중립 목표. 안정된 에너지 공급과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무탄소 에너지인 원전이 필수라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더구나 재생에너지 발전이 쉽지 않은 국가에서는 현실적으로 원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 2022년 터진 러·우 전쟁. 러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봉쇄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말 그대로 혹독한 겨울을 보냈던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값싸고 자연조건이나 국제 정세에 영향받지 않는 원전을 어떻게 외면하랴.


    ·설상가상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 주범은 반도체·AI 산업, 데이터센터, 전기차 확산 등이다. 2026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전력량만 해도 일본의 1년 전력 소비량과 같다니! 앞으로 5년쯤 후면 전 세계 전기차를 운행하기 위해 1GW급 원자력발전소 40개가 필요할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원전만큼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원을 어디서 찾겠는가.


    되살아나는 K-원전 생태계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는 모두 26기. 2025년 준공 예정인 새울 3·4호기와 이제 막 공사에 착수한 신한울 3·4호기까지 투입되면 총 30기가 가동된다. 문재인 정부 당시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 운영 허가 만료를 앞둔 원전 10기의 가동을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미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2년부터 추진돼왔고 발전사업 정식 허가까지 받은 원전 건설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의 탈원전 정책으로 백지화됐다. 이후로도 탈원전 기조는 굳건히 계속되었으나, 2022년 7월 현 정부 에너지 정책이 탈원전 탈피·친원전으로 바뀌면서 원전 사업 재개가 결정되었고, 이 분야에 대한 각종 투자도 이어졌다. 덕분에 국내 원전 산업 매출은 2018년~2019년 20조 원대로 급락했다가, 현 정부가 출범한 2022년 25조4,230억 원을 기록하며, 2016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도 단기에 22% 이상 회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3년 원전산업 전체 매출은 32조1,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다.


    원전 중소기업들엔 단비 같은 낙수효과

    우리나라 원전 생태계에도 다시 활력이 돌고 있다. 원전산업 일감의 규모를 보더라도 2022년 2조4,000억 원에서 2023년 3조3,000억 원으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2024년~2025년의 증가세는 더 가파를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중소 협력업체 등 민간 부문의 원전 설비 관련 투자 규모도 2023년 기준 4,880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역시 2년 만에 3배 넘게 늘어난 고무적인 통계치다. 또 이들 기업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맺은 계약금액도 2년 만에 9,000억 원이나 증가해 2024년엔 3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수원을 비롯해 기자재 업체, 연구·공공기관의 원전 인력도 모두 늘어나고 있다.


    K-원전 매출을 증대시키고 생태계에 단연 활력을 불어넣은 커다란 요소는 무엇일까? 국내에서는 신한울 3·4호기 착공을 들 수 있고, 국외 요소로는 24조 원 규모 체코 원전 수주를 위시한 원전 수출 호조를 꼽을 수 있다. 해외 원전 수주가 이어지자 한수원의 수출 지원사업을 신청하는 중소 업체도 60개에 이르러 2023년보다 2배 넘게 늘었다.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공사를 신청 8년 3개월 만에 허가하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2024년 9월 13일 울진에서 원전 2기 프로젝트의 첫 삽을 떴다. 둘 다 1400MW급 신형가압경수로 APR1400 노형의 원전으로 총 11조7,000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된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탈원전 정책 폐기, 원전 산업 부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3호기는 2032년 12월, 4호기는 2033년 10월 준공이 목표다. 한국전력기술이 신한울 3·4호기 종합설계를, 두산에너빌리티가 주 기기 공급을 담당하고, 시공은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등이 맡는다.


    공사가 본격적으로 착수되면서 국내 원전 생태계에는 벌써 일거리가 대량 창출되고 있다.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 사이에 2조9,000만 원 규모의 주 기기 계약이 체결돼 이미 자금이 집행되고 있으며, 보조 기기(케이블, 배관, 펌프 등)도 10년간 2조 원 규모로 차근차근 발주될 예정이다. 이 생태계 내 비즈니스 주체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도 낙수효과를 뚜렷이 느끼지만, 지역 경제에도 적지 않은 보탬이 될 것이다. 지난 정부 내내 일감이 없다가 이제야 부품이나 부속 장비 제작에 들어간 회사가 한둘이 아니다.


    신한울 3·4호기 이후에도 새로이 원전을 건설하는 추가 계획도 논의된다는 얘기가 들린다. 하긴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2038년까지 최대 3기의 원전을 새로 짓는다든지, 2035년부터 전력 에너지 생산에 SMR까지 투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마냥 손뼉 치고 좋아라 떠들기만 할 일은 아니다. 원전 확대에 따라올 수밖에 없는 여러 문제점을 미리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크고 작은 후유증에 시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전 확보가 우선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영구 처분할 수 있는 방폐장 건설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건 원전부터 지어놓고 사후에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 완벽한 사전 준비 사항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송전은 어떤가? 생산한 에너지를 활용하려면, 주된 수요지인 수도권까지 전기를 운반할 송전망을 확실히 갖추어놔야 하지 않겠는가.



    로봇

    로봇, AI를 만나다

    로봇 업계의 새 화두는 AI다. 지금까지는 로봇의 하드웨어 개량이 초점이었다. 로봇 손을 정교하게 만들거나, 큰 힘을 내도록 만드는 식으로. 하지만 지금은 사람처럼 생각하고 사람처럼 반응하는 휴머노이드, 즉, 인간형 로봇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또 예전에는 로봇 하나하나에 두뇌를 장착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클라우드에 거대한 두뇌를 놔두고 통신으로 주고받기만 하면 된다. 로봇 활용의 영역도 산업 현장에서 가정용, 국방용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로봇 OS; 로봇의 영혼은 우리가 맡을게

    로봇이 AI를 만나면서 일정한 명령만 수행하던 예전의 로봇은 밀려나게 생겼다. 가정이나 산업 현장이 원하는 로봇은 돌발 상황에도 능숙하게 대처해야 한다. 기기와 이용자를 안정적으로 연결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 전용 운영체제(OS)가 너무도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스마트폰과 달리 로봇은 사람과 직접 상호 작용해야 하므로 특화 OS가 필요하다. 그런데 로봇은 하드웨어가 표준화돼 있지 않아 일일이 소프트웨어를 새로 개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3년 안에 로봇 전용 OS 표준을 마련하는 업체·국가는 미래 로봇 생태계를 장악할 거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만큼 이 분야에선 아직 독보적인 강자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글로벌 빅 테크들이 OS를 로봇의 영혼이라 부르며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고. 참고로 글로벌마켓인사이트 같은 시장조사업체는 로봇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2023년 135억 달러에서 2032년 8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에서 로봇 OS를 개발하는 대표적 기업으로는 네이버랩스를 들 수 있지 않을까. 최근 국제 전시회에서 처음 선보인 ARC mind(아크마인드)는 네이버 자체 웹 플랫폼인 웨일 OS를 기반으로 개발한 로봇 OS으로, 특정 OS에 종속되지 않고 웹에서 로봇 서비스를 개발·통합·확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주된 장점이다. 어떤 제조업체에 특화한 앱을 추가로 만들 필요가 없어 확장성과 편의성이 높다.


    로봇 OS 개발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려면, 통신 역량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가령 네이버는 흔히 네이버 1784라고 불리는 제2 사옥에 로봇서비스에 최적화된 5G 이동통신망을 구축해놓고 있다. 이 특별한 통신망으로 그 안의 로봇들은 모두 클라우드 로봇의 두뇌, 즉 아크라는 시스템과 연결돼 있다. 이처럼 클라우드 등 차세대 통신에 기반을 둔 네이버의 로봇 OS에 세계 각국의 관심이 높다고 한다. 네이버는 앞으로 OS 기술을 고도화하고 적용 영역도 넓혀 도시 단위로 로봇을 움직일 계획이다.


    가정용 로봇

    2025년은 AI 가정용 로봇의 원년이 될 것 같다. 지금 산업 현장을 누비는 로봇의 다음 무대가 집이 될 거란 얘기다. 성장성이 클 거란 전망에 애플과 아마존 같은 거인들이 가정용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고, 엔비디아와 MS 등이 투자한 Figure AI(피겨 AI)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가정용 로봇은 개발하기 어려운 걸로 악명 높다. 가정마다 수행할 집안일도 다르고 동선도 각양각색인지라 소프트웨어가 특별히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빅 테크들이 일제히 뛰어든 이유다. 삼성전자의 AI 로봇 볼리와 LG전자의 Q9이 2024년 말 전후로 출시를 예고했고, 세계의 주요 가전전시회마다 주인공은 가전제품이 아니라 로봇의 몫이다.


    로봇이 건강관리 앱을 품어 심박수, 혈압, 산소포화도를 재고 스트레스 지수를 알려주는 것도 모자라, 이런 정보를 여러 가전기기와 주고받기까지 한다. 2세대, 3세대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가정용 로봇 영역으로 들어와 직립 보행을 해서 2cm가 넘는 턱도 쉽게 넘는다. 눈웃음을 짓거나 윙크를 하는 등 감정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춤도 춘다. 가령 LG전자의 Q9은 공감 지능을 장착하고 있어 특히 감정 표현에 능하다. 집안 가전제품을 컨트롤해 조명과 온도 등을 조절하고 사용자의 일정과 날씨 정보 등을 제공하는가 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트나 이미지를 빔 프로젝터로 쏴주기도 한다. 생성 AI 기술까지 탑재되어 책을 읽어주거나 창작 동화를 지어내고 능청스러울 정도로 사람처럼 대화를 이어 나간다. 개인 비서가 따로 없다.


    로봇이 우리 가족의 집사 역할을 할 날이 머지않았다. 로봇의 활동 영역은 가전제품 제어와 정보 제공을 넘어서 육아, 시니어 케어, 반려동물 돌보미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식사량을 확인하거나 노인이 낙상 사고를 당하면 센서가 감지해 가족에게 알리는 기능을 장착한 로봇도 있다. 한 시장조사업체는 가정용 로봇 시장이 2032년이면 530억 달러까지 커질 거라고 예상했다.


    산업용 로봇

    "궁극적으로 테슬라의 미래는 전기차가 아닌 로봇에서 나올 것." 일론 머스크는 로봇의 중요성을 그렇게 표현했다. 로봇과 AI의 시너지는 제조업과 생산 공장의 모습도 바꾸고 있다. 위험한 일, 번거로운 일, 노동집약적인 일을 로봇이 대신하고, 공장은 미래형 산업 현장의 핵심으로 변해가고 있다. 로봇을 중심으로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 데이터 같은 첨단기술들이 적용되는 스마트 공장의 모습이다. 공장 구석구석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앞으로 일어날 현상을 예측하고, 인간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로봇 활용만으로 공장 운영이 가능해진다. 로봇공학의 발전이 스마트 공장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독일의 시장조사업체 Statista(스타티스타)에 따르면 2024년 말 전 세계 스마트 공장 시장 규모는 2,448억 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LS일렉트릭 공장을 예로 들어볼까. 가령 전력 과부하 차단장치를 만드는 주인공은 네모난 선반 형태의 자율주행 로봇(AMR; automatic mobile robot)이다. 이런 로봇이 무거운 부품 상자를 10개씩 들어 생산 라인으로 옮기면, 훨씬 큰 다른 로봇 팔이 부품을 상자에서 꺼내 컨베이어 벨트 위에 내려놓는다. 예전에 라인마다 붙어 있던 7명~8명의 근무자는 이제 1명으로 충분하다. 로봇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기만 하면 되니까.


    이런 변화가 생산성에 미치는 여러 가지 영향은 어렵잖게 생각할 수 있다. 우선 불량률이 0.5% 이하로 떨어진다. 에너지 사용량도 30%씩 줄어든다. 생산량 자체도 20%가량 증가한다. 실제로 이런 공장들이 경험하고 있는 효과다. 더욱 개선된 성능의 로봇이 더욱 널리 쓰인다면, 다양한 영역에서 스스로 진단하고 학습하는 공장을 구축하는 것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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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