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읽히는 친절한 반도체 투자
 
지은이 : 팀 포카칩(For Kchips)
출판사 : 메이트북스
출판일 : 2024년 11월




  • 반도체 산업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와 투자에 관한 실용적인 지침서. 반도체 산업의 현황, 동향, 전망을 다각도로 탐구하며, 반도체 시장의 복잡한 흐름과 글로벌 경쟁 상황을 파악하려는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합니다. 


    술술 읽히는 친절한 반도체 투자


    전 세계 반도체에 시선집중, 왜 그런 걸까?

    지금은 반도체 시대

    인류사는 도구와 함께 발전해왔다고 합니다. 인간이 돌을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한 석기시대는 인류 문명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평가받습니다. 그 시절 돌은 채집과 수렵의 도구로 인간 생존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평행이론! 현대문명이 발달하고 인공지능(AI)이 인류를 위협하는 지금, 아직도 돌이 우리의 삶을 좌우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반도체의 주재료가 되는 웨이퍼의 핵심소재가 바로 돌·모래 등에서 발견되는 규소이기 때문입니다. 석기시대와 반도체시대 모두 자연에서 흔히 발견되는 재료로 문명의 발전을 견인했다는 것, 어쩌면 닮은 꼴 아닐까요? 그래서 규석기시대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물론 반도체 소재를 바꾸려는 기술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손가락 계산하던 인류, 반도체를 만들기까지

    반도체는 언제부터 우리 생활에 들어왔을까요? 컴퓨터의 조상은 1946년 개발된 에니악(ENIAC)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피가 너무 커서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25m·1m·2.5m에 달했다고 합니다. 무게는 무려 30t 이었다는데, 통상 코끼리의 몸무게가 6t 정도라고 하니 코끼리 5마리쯤 무게의 컴퓨터인 셈입니다.


    인류는 왜 컴퓨터를 만들어야만 했을까요? 그 이야기부터 먼저 해보겠습니다. 손은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계산도구입니다. 그 뒤엔 주판. 계산자 같은 보조도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열 손가락으론 헤아릴 수 없는 숫자가 이 세상엔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1600년대 독일의 빌헬름 시카르트와 프랑스의 블레즈 파스칼이 기계식 계산기를 내놓았고, 1893년엔 미국의 허먼 홀러리스에 의해 천공카(펀치카드) 시스템이 발명되었습니다. 천공카드는 종이에 구멍을 뚫어 2진법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식인데, 이 덕분에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기계식계산이 가능해졌습니다.


    무한대로 넓어지는 반도체의 활용 범위

    계산도구가 오늘날의 컴퓨터와 가까워진 건 1950년대 미국과 소련이 우주항공 분야에서 경쟁하면서부터입니다. 우주비행에 사용되는 다양한 숫자를, 또 실시간으로 바뀌는 숫자를 사람이 손으로 계산하기에는 너무 느리고 부정확했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 집적회로(IC)가 보편화되며 기판이 작아졌고, 개인용 컴퓨터가 속속 나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반도체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1990년대 정보화시대가 시작되면서 개인용 컴퓨터가 전 세계 각 가정에 보급되었습니다. 퍼스널디바이스 시대인 요즘엔 자동차·냉장고·TV까지 반도체가 없는 기기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지경입니다.


    최근엔 디바이스들 간에 데이터를 연결하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대되었고, 여기에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이 등장하면서 반도체의 활용 범위는 무한대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덩달아 반도체 산업도 무한대로 커지고 있습니다.


    반도체가 도대체 뭐길래?

    반도체는 영어로 Semiconductor, 말 그대로 반(Semi)과 전류가 흐르는 물질(comductor,도체)의 합성어입니다. 쉽게 말해 필요에 따라 전류가 흐를 수도 있고, 흐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전자신호의 온-오프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이 트랜지스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이 2개 이상 모여 집적회로가 됩니다. 이것이 하나의 작은 조각처럼 보여서 이를 통상 반도체 칩이라고 부릅니다.


    K반도체, 어떻게 시작했을까?

    미국에서 시작된 반도체 산업이 한국에 싹을 틔운 건 1965년 미국 반도체 기업 고미가 한국에 고미반도체를 세우고 일부 쉬운 공정을 아웃소싱하면서입니다, 값싼 인건비, 좋은 손기술을 노린 외국 반도체 회사들이 한국에 공장을 짓고 조립을 맡긴 겁니다. 기술도, 경험도, 자본도 없던 한국은 그때만 해도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1974년 1월 미국에 있던 강기동 박사가 한국으로 돌아와 경기도 부천에 한국반도체라는 회사를 세우며 K반도체의 자립 여정이 시작됩니다. 한국 반도체는 손목시계용 칩을 생산했지만 자금난을 겪었고, 강 박사는 그해 12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에게 지분 일부를 넘기게 됩니다. 삼성은 1977년 12월 한국반도체 지분 전체를 인수했고, 1978년 3월 사명을 삼성반도체로 바꾼 뒤 삼성전자와 합병합니다. 이는 지금의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K메모리가 잘나가게 된 이유

    삼성이 메모리 1등으로 올라선 비결

    높이 쌓기 결정, K반도체 명운 갈랐다

    “스택 방식이 맞을 것이라는 감은 있었지만 나 자신도 100 확신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2010년 삼성전자의 40년 역사를 담아 출간된 「도전과 창조의 유산」에 실려 있는 내용으로,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과거를 회고하며 한 말입니다.


    1988년 이건희 선대회장은 4M(메가비트) D램을 만드는 방식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반도체 칩 평면 공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당시 기술만으로는 더 이상 셀(Cell)의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삼성전자는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합니다. 이 선대 회장은 대다수가 선택한 트랜치 방식 대신 스택을 적용하기로 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합시다. 지하로 파는 것보다 위로 쌓는 게 쉽지 않겠습니까!" 당시 스택은 처음 시도하는 기술이었던 만큼 전문경영인조차도 주저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스택과 트렌치는 D램을 만들 때 평면 방식으로 셀을 쌓는 것이 물리적 한계에 도달하면서 대두된 기술입니다. 스택은 셀을 위로 쌓아 올려 비교적 작업하기가 쉽고, 경제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불량이 생겼을 때 쉽게 내부 회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트렌치는 셀을 아래로 파고 내려가며 쌓는 방식입니다. 안전을 확보함과 동시에 칩을 작게 만들 수 있지만 공정이 까다로운 데다가 내부 회로에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건희 선대회장은 스택을 선택했습니다. 스택의 장점이 더 크다고 본 것입니다. 다소 도전적으로 보였던 이건희 선대회장의 선택은 결론적으로 성공이었습니다. 심지어 트렌치 방식을 표준으로 삼았던 많은 경쟁사는 오히려 시장에서 밀려났습니다. 이후 삼성전자는 30년 넘게 D램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반도체발 세계 3차대전은 일어날 것인가?

    반도체 기업을 불러들인 미국의 속내

    눈치싸움이 치열합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미국 편에 서 있는 모양새이지만 전 세계 반도체의 절반을 소비하는 중국도 무시할 수 없다 보니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니국이 중국의 반도체를 견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반도체는 나라 곳간을 채울 중요한 먹거리이자 미래 자원입니다. 이 때문에 향후 중국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체를 장악하고 방산·첨단 무기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반도체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얼어붙은 이른바 신(新)냉전 정국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포하자 미국은 그해 말 중국을 겨냥해 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 금지 등 수위 높은 여러 가지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입니다.


    "메이크 아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Make America Great Again)!”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6년 선거 캠페인에서 사용하며 유명해진 슬로건입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의미가 담겼는데, 이 원대한 포부는 반도체 산업으로도 번졌습니다. 자국에서는 반도체 설계만 진행하고 제조·생산시설은 아시아 지역으로 내보냈던 미국이 이제는 제조시설까지 불러들이며 반도체 시장 전체를 자신들이 관할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반도체 강국 명성을 노리는 일본과 유럽

    현재 일본은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일본 정부 주도로 라피더스가 출범했습니다. 라틴어로 빠르다라는 뜻이 있는데, 그만큼 일본의 반도체 부활 의지가 강하게 담겨 있습니다.


    미국 반도체 업계와의 협력도 끈끈합니다. 라피더스는 인력 100명가량을 미국 동부 뉴욕주에 있는 IBM 연구소에 파견해 최첨단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위한 기술개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럽 점유율 20 까지“ EU반도체법 띄워

    반도체 띄우기는 유럽도 예외는 아닙니다. 2022년 EU 집행위원회는 앞으로 8년간 반도체 지원을 위한 430억달러의 실탄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유럽 국가들의 점유율은 20 까지 끌어올린다는 EU반도체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인텔이 독일 마그데부르크 지역에 계획한 360억달러 규모의 공장에 EU는 3분의 1(110억달러) 수준의 보조금을 책정했습니다.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 반도체가 살 길은?

    이미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레이스가 무르익은 가운데 한국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한국 정보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대한민국 만도체 위기론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경쟁국 지원에 비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경쟁국들은 노골적인 보조금 정책과 함께 세금 지원, 각종 특혜 등 반도체 제조시설 유치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특화단지 인프라 조성 지원, 세제 지원, 이공계 인력 공급 부족으로 투자 메리트가 적다고 판단합니다.


    반도체 인력 부족, 코리아 엑소더스우려

    인력 부족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한국은 고졸부터 석·박사 급까지 매년 약 1천500명의 반도체 인력이 부족합니다. 반도체 분야의 인력 부족 심화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이공계 홀대 기조와 반도체 연구 개발지원 외면의 결과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1980년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뿌리를 내렸지만 지난 20년간 대기업·수도권 특혜론에 막혀 지원이 충분치 않았습니다. 컬럼비아대학교의 스티브 블랭크 교수는 “21세기에 반도체는 지난 세기의 석유와 같다. 반도체 생산을 통제할 수 있는 나라가 다른 나라의 경제·군사력을 좌우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첨단 반도체 기술력이 곧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 명백합니다. 경쟁국의 반도체 산업육성 군비경쟁이 세계대전을 방불케 하는 현실입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패권과 초정밀 반도체 제조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반도체 위기론이 불거지는 이유는, 국제 경쟁 환경이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원규모나 속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국보다 지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한국 반도체가 나아가야 할 길은 뭘까요?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AI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첨단 패키징과 로직 반도체, 파운드리, 팹리스 등으로 현재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된 생태계를 다변화하고, 여기에 미국, 일본 등과 협력해 신개념 반도체 소자의 로드맵과 표준을 주도해야 합니다.



    반도체 기업의 생존법칙

    힘들 때 웃어야 프로, 역발상 대가 삼성

    1982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당시 미국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출장 목적은 보스턴대 경영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은 실리콘밸리 방문이었습니다. 최첨단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른 그곳에서 IBM과 HP 등의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IBM은 이 창업회장 방문 당시 공장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허가했습니다. 이 창업회장은 놀라서 “당신들 공장에는 비밀이 많을 텐데요?”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이에 IBM 직원은 자신감에 찬 말투로 “그런 비밀을 본다고 따라할 수는 없겠죠”라고 답합니다.


    확실히 삼성전자를 과소평가한 것입니다. IBM 직원의 이 같은 태도는 당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의 상황과 맞물립니다. 한국은 반도체 황무지나 다름없었습니다. 1982년 이후 이 황무지를 반도체 허브로 개척하는 삼성전자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과대망상증 환자”라는 조롱 이겨낸 삼성전자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병철 창업회장은 몇 달 동안 끙끙 앓았다고 합니다. 반도체 산업의 진출을 놓고 고민이 컸습니다. 이 창업회장은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반도체 개발 전쟁에 참여해야만 한다”며 “반도체를 외국에서 수입하면 모든 산업의 예속화를 면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반도 체 공급이 중단되면 하루아침에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반도체 산업은 엄청난 도박이었습니다. “한국이 미국·일본의 기술을 추격할 수 있을까? 막대한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제품의 사이클은 기껏 2~3년인데,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을까? 고도의 기술 인력을 확보하고 훈련할 수 있을까?” 이 창업회장은 이 같은 고민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결심은 수개월 만에 섰습니다.


    1983년 2월, 이 창업회장은 “반도체 중에서도 첨단기술인 초고밀도집적회로에 대규모로 투자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삼성의 반도체 진출을 본격화한 이른바 도쿄 선언입니다. 당시 가전제품용 고밀도집적회로도 겨우 만들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진출을 두고 업계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이 창업회장은 결심이 서자 반도체 사업을 속전속결로 진행했습니다.


    마침내 삼성전자는 1983년 11월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합니다. 전 세계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던 한국 인력들을 불러 모아 24시간 개발 체제를 가동한 결과입니다.


    “무엇이든 만들어드려요”, 해결사 TSMC

    실리콘 방패의 시작

    TSMC를 창업한 모리스 창 전 회장은 1931년 중국 저장성 낭보시에서 태어납니다. 그는 국공내전과 중일전쟁을 피해서 홍콩을 거쳐 미국으로 이주합니다.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1949년 매사추세츠공과대(MIT)로 편입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반도체 회사 텍사스인스트루먼츠에서 20년 동안 근무하면서 부사장까지 오릅니다. 당시 미국 반도체 업계에서 중국계 중 최고위직이었습니다. 1962년에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창 전 회장은 대만 정부에서 대만산업기술 연구원 원장직을 제안 받아 1985년에 54세 나이에 귀국합니다. 그가 귀국한 것은 대만의 경제정책 변화와 맞물립니다. 당시 대만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던 쑨인쉬안 행정원장은 1979년 오일 쇼크 직후 경제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반도체 산업에 역량을 결집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를 위해 대만 산업기술 연구원을 세우고 이곳의 3대 원장으로 창 전 회장을 영입한 것입니다.


    TSMC를 창업한 모리스 창 전 회장은 대만 반도체 산업이 승기를 잡을 수 있도록 새로운 틈새 사업을 개발합니다. 평생을 미국 반도체 업계에 몸담으면서 시장 상황을 꿰뚫어본 그는 반도체 설계나 직접 생산이 아닌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을 고안합니다. 당시는 대만 반도체 설계 기술이 미국과 일본 업체에 비해 한참 뒤처진 상황이었습니다. 창 전 회장은 이를 뒤집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예측이 잘 맞아떨어지며 TSMC는 승승장구합니다.


    대만 정부도 TSMC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법인세를 깎아주는 등 세제 감면에 나선 것은 물론 연구개발(R&D) 보조금 등도 지원했습니다. 팹리스들은 자신들의 기밀인 설계기술이 경쟁사에 유출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합니다.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고객사와의 신뢰를 쌓았습니다.



    미래 반도체, 이것을 주목하라

    엔비디아의 왕좌를 노리는 빅테크 기업들

    엔비디아는 AI 모델을 구축하고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장악하고 있습니다. 현 시스템이 유지된다면 AI 산업이 발전할수록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AI 반도체 시장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약 20 성장해 1천120억달러에 달하는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딥러닝 등 AI 기술의 비약적인 성능 향상과 패러다임 변화로 초고성능 AI 반도체 기술 개발 니즈가 늘어난 영향입니다. 더불어 AI를 활용하는 서비스가 여러 분야로 확산되면 AI 반도체 시장의 비약적인 발전이 예상됩니다.


    다만 최근에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엔비디아와 협력해온 빅테크들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경쟁사끼리 손을 잡는 등 엔비디아를 견제하거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주합니다.


    우선 가장 널리 퍼진 생성형 AI인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AI 반도체 내재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 협력사를 모으고 관련 프로젝트를 위한 펀딩을 진행하는 초기 단계지만 오픈AI와 CEO인 샘 올트먼의 상징성을 비춰볼 때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입니다.


    오픈AI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비슷한 행보를 보입니다. 2023년 11월, AI 학습과 추론을 위해 직접 설계한 칩 마이아100을 공개한 것입니다. MS의 AI 가속기 애저 마이아 시리즈의 첫 세대 제품입니다. 5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진 마이아100은 1천50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갖췄다고 합니다. 오픈AI도 이를 테스트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또 다른 AI 강자인 구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LLM)인 제미나이를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는 가운데 이에 최적화된 AI 반도체 TPU v5e를 선보였습니다. 텐서처리장치(TPU)는 구글의 자체 AI 전용 칩을 일컫습니다. 후속작이자 6세대 TPU인 트릴리움까지 모습을 드러낸 상태입니다. 트릴리움은 v5e 대비 칩당 컴퓨팅 성능이 최대 4.7배나 향상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성은 67 나 높아졌다고 합니다.


    메타 역시 LLM 라마로 AI 시장에 뛰어든 뒤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한 AI 가속기 MTIA 시리즈를 연이어 내놓고 있습니다. MTIA는 메타의 딥러닝 추천 모델 등 AI 워크로드를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1세대 v1에 이어 2세대 v2까지 등장했는데, 전작 대비 컴퓨팅 성능과 메모리 대역폭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데이터센터 선두주자 아마존도 마찬가지입니다. 추론형 AI 반도체인 인퍼런시아의 두 번째 모델을 2022년 말에 공개했습니다. 2019년에 첫 제품을 내놓은 지 3년 만입니다. 자회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 서버에서 적용중입니다.


    AI 대응이 다소 늦다고 평가받는 애플도 부랴부랴 자체 칩 준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ACDC(Apple Chip for DataCenter)라는 코드명으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개발중이라고 합니다. 이미 M 시리즈로 모바일에 이어 PC 전용 반도체를 확보한 이력이 있는 만큼 애플의 반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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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