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돈을 벌고, 쓰고, 모으며 살아갑니다. 돈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죠. 전세 대출을 받을 때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무엇을 선택할지,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중 뭘 써야 할지 등 우리는 돈과 관련된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 선택의 중심에는 경제가 있어요. 경제를 잘 안다면 현명한 선택이 가능해진답니다. 사실 경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경제 공부가 어려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을 뿐이죠. 그런 독자들을 위해 10만 경제 유튜버 ‘개념있는 희애씨’가 나섰습니다. 저자가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나 서울 역세권 아파트를 갖기까지 이끌어준 것은 스스로 공부하며 쌓아온 경제 지식이었다고 해요.
수많은 경제 책 사이에서 왜 이 책을 보아야 할까요? 이 책은 단순히 경제 지식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아요. 독자가 경제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일상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경제 지식만 쏙쏙 골라 담았어요. 우리가 돈을 벌고 쓰고 모으는 모습들을 통해 경제를 쉽고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 저자 손희애
은행원 출신이자 10만 경제 유튜브 〈개념있는 희애씨〉의 운영자. 유튜브 채널로 어려워 보이는 경제 지식을 쉽게 풀어 주며 2030 세대에게 도움이 될 재테크 꿀팁들을 소개한다. SBS Biz 〈경제현장 오늘〉 ‘똑똑한 재테크 라이프’와 SBS 〈유민상의 배고픈 라디오〉 ‘똑소리’, KBS 〈경제로 통일로〉에 고정 출연 중인 방송인이기도 하다. 또 각종 대기업과 지자체에서 경제 분야 전문 강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알아야 할 필수 경제 지식을 전하고자 유튜브, TV, 라디오, 강의 등 다양한 곳에서 활약 중이다.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서울 역세권에 자가를 마련하기까지, 그 과정에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공부한 경제 지식 덕분이라고 한다. 경제를 공부하며 미래를 희망하기 시작했고, 희망이 불러온 자신감 덕분에 쉼 없이 나아갈 수 있었다. 지금도 계속 경제를 공부하면서 돈 걱정 없는 삶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으며, 그 길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고자 이 책을 썼다. 저서로는 『하루 5분 머니로그』, 『퇴사는 괜찮아, 방법이 문제지』가 있다.
유튜브 | 개념있는 희애씨
인스타그램 | instagram.com/heeaeson_way
■ 감수 홍춘욱
경제와 투자에 관련한 궁금증을 깔끔하게 풀어 주는 이코노미스트. 31년 동안 국민연금·은행·증권사 등 여러 분야에서 경제 전망부터 투자 전략까지 아우르는 경제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후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명지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한국금융연구원을 시작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현재는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로 일하고 있다. 2016년에는 『조선일보』와 FnGuide에서 ‘가장 신뢰받는 애널리스트’로 선정되었다. 저서로는 『홍춘욱의 최소한의 경제 토픽』, 『대한민국 돈의 역사』,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외 다수가 있다.
■ 차례
1장 AM 6:00 하루 3만 5,000번의 선택, 경제란 무엇인가
경제란 무엇일까?
경제활동에서 ‘누가’를 맡고 있습니다
경제의 날씨를 나타내는 ‘경기’
낙타의 등을 닮은 경기 사이클
경기의 흐림과 맑음
경제와 금융은 같은 말일까?
금융의 힘은 나라의 경쟁력
미국경제 소식이 우리 신문에 실리는 이유
달러가 세계의 중심 통화로 자리 잡은 순간
세계 경제를 알면 한국 경제가 보인다
마무리
2장 AM 8:00 출근길 아메리카노를 빼앗아 간 ‘금리’
금리는 무엇일까?
예금금리가 15%‘밖에’ 안 하던 시절
대한민국 칼군무의 중심, 기준금리
기준금리는 왜 바뀔까?
금리를 결정하는 동물이 있다?
저축이냐 투자냐 그것이 문제로다
고정금리가 나아요, 변동금리가 나아요?
기준금리를 내렸다는데 왜 대출 이자는 똑같지?
내 집 마련, 기준금리에 달려 있다?
기준금리가 올랐는데 일자리가 사라지는 이유
우리나라는 왜 미국 기준금리를 의식할까?
돈을 맡기시려면 돈을 내세요?
경제의 흐름을 보는 금리지표
마무리
3장 AM 9:00 3,000시간으로 만들어 낸 대한민국
연간 노동 3,000시간과 맞바꾼 경제성장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이 흐려진 이유
경제성장은 생산량에 달려 있다
백수는 분명한데, 실업자는 아니다?
고용률+실업률=100이 아닌 이유
고용률이 역대 최고여도 경기가 살아난 게 아니라고요?
최저임금 인상에 울고 웃는 사람들
중세 유럽 흑사병 때보다 심각한 한국의 인구감소
‘서른 즈음에’는 가고 ‘쉰 즈음에’가 온다
마무리
4장 AM 11:30 편의점 오픈런을 하게 만든 ‘물가’
물가는 무엇일까?
2배, 초인플레이션
내 월급을 더 작게 만드는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이 바꾸는 우리 일상
인플레이션은 무조건 안 좋을까?
물가가 하락할 때 경제는 어떻게 될까?
인플레이션 VS 디플레이션 뭐가 더 나을까?
최악의 조합, 스태그플레이션
무엇이 물가를 움직일까?
기름 값이 오르면 물가도 오른다고요?
물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소비자물가동향’
비교했을 때 진짜 의미가 보이는 물가지수
마무리
5장 PM 3:30 잠이 번쩍 깨는 장 마감
돈 나와라 뚝딱! 마법의 증권
주식을 사면 기업의 주인이 된다
주식은 어디서 살까?
케이크 한 조각의 가격, 주가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 주식 한 주도 나눈다!
주식시장의 안녕을 확인하는 기준
정기적인 알을 낳는 거위, 배당
금리가 오를 때는 주식 대신 예·적금?
환율과 주가는 반대로 움직인다
한 가지를 고르기 겁난다면? ETF!
빌린 돈에 대한 약속, 채권
금리가 높은 채권, 달콤하지만 위험한 이유
채권을 사고 팔 때 돈은 어디로 흐를까?
증권으로 경기의 건강을 파악하는 방법
마무리
6장 PM 6:00 퇴근하고 일본에서 우동 한 그릇?
환율은 무엇일까?
은행마다 환율이 다른 이유
환율이 정해지는 곳, 외환시장
통화가 강하다? 약하다?
우리나라의 환율은 적절한 수준일까?
환율이 오르면 무슨 일이 생길까?
환율이 내려가면 무슨 일이 생길까?
환율과 물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환율과 주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온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외환위기
마무리
7장 PM 8:00 용인 푸씨 푸바오에게 숨겨진 표정
무역 맛집, 대한민국
소변도 팔던 나라 대한민국 7,000배 성장하다
우리나라의 가계부, 국제수지
경상수지가 흑자면 경제가 좋아질까?
K-컬처만으로는 적자를 벗어날 수 없다
공짜 이벤트에 당첨됐는데도 웃을 수가 없는 이유
미국,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이 몸살감기를 앓는 이유
미국이 좋아? 중국이 좋아?
중국, 고마운 단골손님일까? 경계대상 1호일까?
설빙에서 왜 떡볶이를 팔까?
마무리
8장 PM 10:00 화려한 부동산 불빛에 눈을 감는 청년들
도대체 부동산이 뭐길래
조선시대에도 골칫거리였던 내 집 마련
부동산은 언제부터 투자 대상이 됐을까
부동산 가격은 왜 계속 오를까?
금리가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방법
환율이 오르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
집이 부족하면 새로 지으면 되는 거 아닌가?
왜 서울은 집값이 더 비쌀까?
적절한 공급의 기준, 미분양
부동산 시장에 낀 ‘거품’의 정체
마무리
9장 AM 00:00 당신의 하루에 안부를 묻는 경제지표
돈의 흐름, 경제지표로 읽자
%와 %P는 무엇이 다를까?
경제 분야의 1인자를 찾습니다
‘경제성장’의 진정한 의미
얼마나 클지 가늠하는 성장판 검사, 잠재성장률
경제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 주는 거울
경기가 어려울수록 매운 음식이 잘 팔린다
우리나라가 누구나 인정하는 선진국인 이유
순서대로 줄 서세요! 신용등급 순으로요
마무리
경제의 기본 개념을 쉽게 설명하며, 경제와 일상생활의 연결을 보여주며 주식, 코인, 금리 등 다양한 경제 요소들을 다루고, 이를 통해 똑똑하게 돈을 벌고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서른 살, 경제 공부
하루 3만 5,000번의 선택, 경제란 무엇인가
경제란 무엇일까?
저는 오늘 오후에 배가 고파서 베이커리에서 소금빵 하나를 사서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었어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베이커리를 그냥 지나칠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그냥 갔다가는 배고파서 일을 제대로 못할 것 같더라고요. 베이커리 안에서도 소금빵 말고 선택지가 너무 많았어요. 소시지 빵, 베이글, 휘낭시에 등 요즘 맛있는 빵이 너무 많아서 선택장애가 오기 십상이에요.
아! 그리고 결제할 때 통신사 포인트 사용하는 것도 잊지 않았어요. 어플 켜는 게 귀찮아서 할인을 포기할까 아주 잠시 망설이기는 했지만, 짠테크 실천을 선택했죠. 제가 베이커리에서 지불한 돈은 9,600원. 이 돈은 제 손을 떠났을 뿐이지 세상에서 아예 사라지는 돈은 아니에요. 베이커리 매출에 포함되죠. 베이커리 사장은 제가 지불한 돈과 다른 매출을 합쳐서 제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준 직원에게 급여를 주고요.
내일 만들 빵 재료로 밀가루와 계란도 구매할 거예요. 가게가 베이커리 사장의 소유가 아니라면 가게 월세도 내야겠죠. 월세를 받은 임대인은 임대 소득에 대한 세금을 정부에 내게 되고요. 제 손을 떠난 9,600원은 이렇게 돌고 돌아 언젠가 다시 제 수입으로 들어올 수도 있을 거예요.
한편 애플에서 또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됐다고 가정해 보죠. 애플은 이 신제품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 엄청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신기술을 개발하고 또 제품을 생산하려고 어마어마한 양의 부품도 구입했을 거예요. 때로는 사람이, 때로는 기계가 부품을 조립하면서 아이폰을 만들었을 거고요. 그 과정에서 직원들은 급여를 받고, 애플은 신기술 개발에 큰돈을 투자금으로 쏟아부었겠죠.
아이폰이 공장 밖을 나오는 순간부터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은 신형 아이폰을 구매하고 SNS에 인증도 해요. 막대한 수입을 얻은 애플은 수입의 일부를 정부에 세금으로 내죠. 삼성, LG,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내로라하는 기업과 우리 같은 개인 그 누구도 세금을 피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제 세금을 걷은 정부가 움직일 차례예요. 거둬 간 세금으로 나라 살림을 꾸려 가요. A 도시와 B 도시를 직접 잇는 도로가 없는 상황이에요. 다른 도시들을 거쳐 빙 둘러 가야 하는 비효율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속도로 건설을 결정해요. 새 고속도로를 깔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하겠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건설하는 데 막대한 자재가 들어가겠네요. 기존에 없던 도로가 생기면서 인근 동네의 부동산 가격은 들썩이기 시작해요.
사소한 것에서 세상이 움직이는 것, 이 모든 게 경제예요. 우리 개개인이 하루 안에 하는 3만 5,000번의 선택과 그 선택이 만들어 내는 결과. 그 결과로 이어지는 또 다른 결과. 여러분이 지금 보고 있는 책,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여러분이 고개를 들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어느 것 하나 경제와 동떨어진 게 없어요.
경제는 결국 선택에서 시작돼요.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고, 그걸 충족시켜 줄 돈과 시간 같은 자원은 한정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여러 선택지 중에서 '어떤 걸 골라야 나에게 가장 유리할까?'를 고민하게 되고, 여기에서 경제가 출발해요.
제 허기를 달래 주었던 소금빵, 아메리카노와 여러분이 새로 구매한 스마트폰은 '재화'라고 불러요. 우리가 원하는 걸 만족시켜 주는 모든 물건이 재화에 해당하죠. 반면에 제가 이른 아침에 집 밖을 나서면서 깨끗한 도로를 걸을 수 있었던 건 환경미화원의 비질이 있었던 덕분이었어요.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었던 것도 베이커리 아르바이트생이 커피를 만들어 준 덕분이죠. 이런 행동은 우리에게 만족을 안겨 주지만 형체가 없잖아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노동을 경제학에서는 '서비스' 혹은 '용역'이라고 불러요.
우리가 돈을 벌고 쓰는 '경제활동'을 하는 건 결국 이 재화와 서비스를 얻기 위해서죠.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살고 싶은 집에서 살기 위해서 또 다른 재화를 만들고 또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반복하죠. 이런 경제활동의 대상이 된다고 해서 재화와 서비스를 합쳐 '경제객체'라고 불러요. '경제학'은 이 같은 선택들이 반복되는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학문이에요.
3,000시간으로 만들어 낸 대한민국
연간 노동 3,000시간과 맞바꾼 경제성장
6.25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61년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 소득은 연간 약 93달러였어요. 11만 원 정도죠. 이게 월 소득이 아니에요. 연간 소득, 즉 1년 동안 우리나라 국민 한 명 한 명이 벌어들이는 소득이 평균적으로 11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는 건데요.
당시에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찢어지게 가난했어요. 같은 시기 나이지리아의 국민 소득은 96달러, 가나는 190달러, 세네갈이 321달러였으니까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우리나라가 더 못 살던 시기였죠.
그로부터 16년이 흘러 1977년에 우리나라의 1인 국민 소득은 1,000달러를 넘어섰어요. 196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경제성장률이 연간 7%가 넘었죠. 이 수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감이 잘 오지 않으실 텐데요. 10년 만에 소득이 2배가 된 수준 이라고 보면 돼요.
특히 이 시기에 우리나라가 이룬 성장을 '압축성장'이라고 하는데요. 웬만한 선진국에서 100년에 걸쳐서 이룬 것들을 우리는 30년 만에 꾹꾹 눌러 담아서 단기간에 이루어 낸 거예요. '한강의 기적'이라는 단어도 여기서 만들어졌죠. 평범한 성장으로 어떻게 감히 '기적'이라는 말을 쓰겠어요. 당시 경제성장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성과였죠.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까지 계속 하위권 성적을 기록하던 학생이 수능을 몇 달 남기고 전국 상위권 성적이 됐다고 생각해 보세요.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이런 결실을 본 건 스스로를 '자원'이라고 칭했던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의 '노동력' 덕분이었는데요. 결과가 빛났던 만큼 1980년대 우리나라에는 '세계 최장시간 노동국가'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어요. 국민들이 한 해 동안 3,000시간씩 일할 만큼 노동을 멈추지 않았거든요. 1년 동안 3,000시간 일을 했다는 건 1년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8시간을 꽉 채워서 일했다는 얘기인데요. 심지어 당시에는 자라나는 새싹인 학생들도 스스로를 '인적자원'이라고 칭했고요. 청소년들도 하루에 16시간씩 일하면서 혹사당하는 경우가 흔했어요.
당시 정부는 5년 단위로 경제성장 계획을 세우고, 국민들의 장시간 노동이 당연한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상상해 보세요. 1년 365일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출근해야 돼요. 게다가 부장님이 1시간 단위로 업무 성과를 보고하라고 압박까지 하고 있어요. 얼마나 삶이 각박해요. 하지만 우리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경제를 일으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 '노동력'을 제공하고 고통을 감내해 냈어요.
보통 경제학에서 생산의 3대 요소로 노동력과 토지, 자본을 말하는데요. 사실 우리나라는 선택지가 많이 없었어요. 이렇다 할 생산자원도 거의 없죠. 땅도 좁은 편이에요. 특히 당시에는 나라의 곳간도 텅텅 비어 있었어요. 그래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국가를 일으킬 수 있는 건 국민들의 노동력뿐이라며, 가슴까지 차오른 물을 가르며 출근한 거예요.
심지어 현재 교육부도 2001년부터 2008년 초까지는 '교육인적자원부'라고 불렸어요. 국민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정부부처 이름에 '인적자원'이 포함돼 있었다는 건 그만큼 국민들의 노동력을 중요하게 여겼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어요.
그 결과 대한민국은 노동력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경제력을 갖게 되고, 현재의 모습이 만들어졌어요. 그야말로 3,000시간의 노동과 맞바꾼 무에서 유를 만든 경제성장을 이룬 거죠.
편의점 오픈런을 하게 만든 ‘물가’
물가는 무엇일까?
KBS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의 지역축제 바가지 가격 논란을 기억하실 거예요. 1박 2일 멤버들이 어느 지역축제를 찾아서 옛날과자를 구매했는데, 고작 과자 2봉지가 7만 원이 넘어서 논란이 됐어요. 여러분이 알고 있는 옛날과자 맞아요. 엄마 아빠가 좋아하시는 오란다, 김전병 같은 거요. '관광지 물가', '축제 물가'라는 말은 예전부터 있었죠. 상황이 상황인지라 적당히 이해하며 지나갔는데, 선을 넘은 가격에 시청자들은 분개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후로 각종 축제의 바가지 물가가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한 벚꽃축제에서는 김치전 한 장에 3만 원, 전기구이 통닭 한 마리에 5만 원을 받았다고 해요. 이 정도 가격이면 웬만한 식당에서는 스테이크도 주문할 수 있는데 말이죠. 실체가 드러나면서 각지의 축제위원회는 물가를 바로잡기 위해 단속에 나섰어요.
여기서 문제가 되는 물가는 '물건의 가격'이에요. 우리가 물건을 살지 말지, 산다면 얼마 정도를 살지 결정하게 하는 요소죠. 엄마들이 "요즘 물가가 너무 올랐어!"라는 말을 달고 사시잖아요. 이 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물건들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다는 얘기예요.
고등학생 때 정말 좋아했던 피자스쿨의 피자 가격만 봐도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알 수 있어요. 저는 피자스쿨에서 치즈피자 한 판을 단돈 5,000원에 사 먹었는데요. 2024년 기준으로는 치즈피자 한 판 가격이 8,900원이더라고요. 무려 80%나 가격이 오른 셈이에요. 1999년 처음 한국에 들어온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한 잔에 2,500원이었어요. 2024년에는 같은 메뉴가 4,500원에 판매되고 있으니 15년 동안 가격이 2.3배나 오른 거죠. 다른 외식물가들도 함께 올라간 건 말할 것도 없고요.
보통 '물가가 올랐다', '물가가 내려갔다'고 할 때 여기서 물가는 소비자물가인데요. 통계청이 매달 직원들을 투입해서 전국 2,500여 개 대표 상점에서 판매되는 물건 가격을 조사하여 발표하는 수치예요.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물건 가격을 다 조사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쌀이나 라면처럼 우리가 매일 같이 먹는 식품부터 교육, 레저용품 등 생활과 밀접한 품목 460여 개 가격을 살펴보고 소비자물가를 책정해요.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의 생활패턴도 달라지니까 시대 변화를 감안해서 품목은 5년에 한 번씩 바꾸고요.
물가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서 우리 행동도 달라지는데요. 당장 저만 해도 치킨 한 마리에 3만 원은 부담이라 한 달에 한두 번 시키던 치킨을 두 달에 한 번 정도로 줄였어요. 가격이 오르지 않았더라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식욕보다 치솟은 물가의 영향을 크게 받은 셈이죠.
무엇이 물가를 움직일까?
지난 2024년 여름은 정말 더웠어요. 기록적인 폭염으로 사망자가 나왔고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 유명 관광지에서 관광객을 받지 않는 일도 발생했죠. 지구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왔다고 헤드라인을 내건 기사가 마구 쏟아졌는데요.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이상고온 현상은 밥상 물가에도 영향을 미쳤어요. 각종 채소 생산에는 비상이 걸렸고, 생산이 원활하지 않으니까 곧 식료품 물가가 올라갔죠.
한편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유가를 끌어올렸어요. 러시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원유생산국인데요.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자마자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했고요. 유럽연합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90% 가량 줄이기로 합의했어요. 기존보다 석유의 공급 자체가 줄어들게 됐으니, 자연스럽게 국제유가는 상승했죠.
국제유가의 상승은 에너지 가격의 상승도 함께 이끌어요. 국제유가가 올랐는데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만 내려갈 수는 없는 일이에요. 휘발유 가격이 비싸지면 운송 비용도 커지니까, 이 돈은 결국물건 가격에 포함돼서 전반적인 물가를 오르게 만들고요. 이건 물가를 움직이는 몇 가지 예시일 뿐이에요. 경제에서는 무슨 문제든 단 하나의 원인으로 결과가 만들어지는 게 없거든요. 물가도 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지는 결과인데요. 그중에서도 물가를 움직이는 가장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단연'수요와 공급'이랍니다.
2023년과 2024년에 가장 화젯거리가 된 과자는 '먹태깡'이었어요. 새우깡의 후속작으로 농심에서 내놓은 제품이죠. 편의점, 마트에서는 입고되기만 하면 바로 품절이었고 온라인에서는 웃돈을 주고 구매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어요. 먹태깡 출시 당시의 정가는 1,700원. 온라인에서는 평균 3,000원에 판매되고, 심지어는 판매가가 5,000원을 넘긴 곳도 있었어요. 정가의 3배를 넘긴 가격이었지만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한동안 가격은 내려올 줄을 몰랐죠. 먹태깡의 정가가 올라간 건 아니었지만, 치 솟는 수요와 한정된 공급으로 먹태깡과 비슷한 과자류의 물가가 상승한 거예요.
또 다른 예시로는 마스크가 있어요.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하고 갑자기 마스크가 필요하게 됐던 2020년 초에 마스크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마스크를 생산하는 공장이 많아지고 정부가 나서서 판매하면서 가격이 안정화되는 했어요. 하지만 팬데믹 기간 내내 마스크 수요가 지속되다 보니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일은 없었죠.
그런데 2023년에 본격적으로 코로나19 엔데믹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거예요. 여전히 마스크를 쓰는 사람도 많았지만, '없어서 못 사던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스크 수요가 적어졌죠. 자연스럽게 마스크와 방역용품 물가는 팬데믹과 비교했을 때 1/2도 안되는 수준으로 떨어졌어요.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물가가 지속해서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라고 얘기했는데요. 경제에 돈이 과하다 싶을 만큼 많이 돌며 물가가 상승하는 악순환을 꼬집은 한마디였죠. 시장에 돈이 얼마나 많이 풀렸는지에 따라서도 물가가 오르고 내리 게 되거든요.
당신의 하루에 안부를 묻는 경제지표
돈의 흐름, 경제지표로 읽자
말이 전혀 안 통하는 나라로 해외여행을 떠났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요즘은 워낙 스마트폰 번역기가 잘돼 있으니 일단 떠나기만 하면 문제될 건 없는데요.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때 느껴지는 미묘한 불편함은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메뉴판을 봐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서 옆 테이블에서 먹는 음식을 가리키며 같은 걸로 주문한다거나, 유명한 관광지에 안내판이 있어도 눈뜬 장님 신세이니 그저 "멋있다!" 같은 단조로운 감탄사만 내뱉게 되는 상황. 공감하시는 분 많으실 거예요.
심지어는 화폐단위와 현지 시세를 잘 모르는 탓에 '사기당하는 거 아닌가?' 눈 뜨고 코 베이는 듯한 찜찜한 기분이 들어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어물쩍 넘기게 되기도 하고요.
경제지표를 볼 줄 모른다는 건 그 나라 언어를 모른 채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여행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100% 그 나라를 이해하고 즐기기는 어려워요. 실제로 경제지표를 활용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어요. 아예 해독할 수 없는 외계 언어로 쓰인 문서쯤으로 취급하면서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조차 경제기사에 인용된 지표만 겉핥기식으로 보니까요.
경제지표는 절대 어렵지 않아요. 전체를 다 이해할 필요도 없어요. 이 지표를 왜 봐야 하고, 어떤 포인트를 봐야 하는지 정도만 알아도 충분한데요. 경제지표라는 단어 자체에서 이미 거리감이 느껴지니까 뜻부터 알고 갈게요.
'지표'는 경제활동의 결과를 통계 숫자 그대로 발표하는 걸 말해요. 반면 유사한 개념으로 '지수'가 있는데요. 지수는 기준과 비교해서 나온 숫자예요. 기준시점의 지표를 100으로 두고 변화의 폭과 속도, 방향성이 어떤지 살펴보는 식이에요. 이 두 개념을 모두 합친 걸 '경제지표'라고 하고요.
사실 우리가 보는 경제지표는 경제상황을 그대로 보여 주는 건 아니에요. 특수한 상황을 반영해서 조정을 하는데요. 대표적으로 '계절 요인' 반영이 가장 흔히 하는 조정이에요. 명절, 휴가철, 농업수확기 등 계절적으로 특수한 상황을 그대로 경제지표에 반영하게 되면, 자칫 경기에 대해서 과대 해석할 수 있거든요. 이런 상황을 방지하는 거예요.
쉽게 예를 들자면, 학창 시절 매달 치르는 시험이 있다고 가정해 봐요. 6월에 유독 난이도가 낮아서 평소보다 점수가 잘 나왔지만, 7월에는 어려운 문제가 섞여 있어 점수가 내려갔다고 했을 때 '성적이 떨어졌다'고 보기는 애매하잖아요. 성적표를 볼 때 6월 시험은 특히 쉬웠다는 걸 고려해서 봐야 성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겠죠.
그 외에도 불규칙 요인, 추세 요인, 순환 요인을 반영하여 경제지표를 가공하는데요. 겁먹지 마세요. 다 외우지 않아도 돼요. '우리가 보는 경제지표는 한번 조정을 한 상태구나! 정도로만 알아 두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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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