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은 단순한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 소비자 선택을 바꾸는 강력한 도구다. 저자는 작은 브랜드는 더 큰 유연성과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행동경제학이 촉매제로서 작은 브랜드만의 특성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줄 것이라 자부한다. 이 책이 소비자가 브랜드와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제품을 사용하고 공유하는 순간까지의 여정에 심리적 관점을 녹여내는 데 든든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말대로 “행동경제학은 당신의 브랜드 운명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다.”
■ 저자 곽준식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동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코래드 AE, 리앤디디비 마케팅 연구소장으로 일했으며 한국마케팅관리학회 학회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동서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교에서는 글로벌 융복합 도전스쿨 Q College 학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소비자 의사결정》(공저), 《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 등이 있다.
9. 국내 최초 테이크아웃 도시락은 어떻게 국민 도시락이 되었을까? - 한솥도시락과 대표성 휴리스틱
- 나의 브랜드는 무엇을 연상시키는가?
- 국내 최초 테이크아웃 도시락 브랜드를 만들다
- 1인가구를 위한 6S 마케팅
4부 작은 브랜드는 어떻게 혁신하는가?
10. 브랜드 정체성을 살린 콜라보레이션 - 곰표와 차이식역
- 브랜드 콜라보를 성공시키는 방법
- 브랜드 퍼스낼리티를 잃지 말 것
- 선을 넘지 않아야 성공한다
11. 오프라인 시장에서 온라인으로 살아남기 - 밀당PT와 언패킹 효과
- 디테일할수록 좋다
- 온라인 학습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다
- 전형성, 디테일을 조절하는 힘
12. 따라가지 말고 선두에서 주도하라 - 락앤락과 타임페이싱
- 소비자 욕구가 급변하는 시대, 변화를 주도하는 법
- 위기 속에서 적극적으로 변화를 주도하기
- 때로는 깊게, 때로는 넓게, 영향력을 확장하다
맺음말 작은 브랜드는 더 큰 유연성과 독창성이 있다
참고 자료/ 사진 출처
작은 브랜드가 행동경제학을 활용해 소비자 심리를 이해하고 차별화된 가치를 제시하여 성공하는 전략을 소개합니다. 브랜드 철학, 새로운 가치 제안, 고객 경험 설계 등을 통해 시장에서 생존하고 혁신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작은 브랜드는 행동경제학이 답이다
소비자는 철학이 있는 브랜드를 원한다
브랜드 철학은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킨다
고객이 사는 건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이다
많은 패션업체가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때 연예인 협찬을 일반적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한다. 이는 제품의 가시성을 높이고 브랜드 인지도를 증진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공짜는 없다’는 말처럼 비용과 노력이 상당히 들어간다. 하지만 로우로우(RAWROW)는 이러한 일반적 방식을 거부하고 독특하고 의미 있는 방법으로 브랜드를 알리기로 결정했다.
2012년, 가로수길에 위치한 유명 편집숍 ‘에이랜드’ 3층 코너에 한 가지 특별한 아이템이 등장했다. 그것은 서류가방이라고도 할 수 있고, 배낭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단순한 디자인의 가방이었다. 이 가방은 그 자체로의 기능성을 넘어서, 단순함이 주는 세련된 미학으로 많은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이 가방이 입소문을 타더니 구매자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가방은 곧 3층에서 1층으로 내려와 진열되었다. 이는 눈에 가장 잘 띄는 곳, 즉 ‘골든 존’에 자리 잡은 것을 의미한다. 가방이 골든 존에 진열된 것이 로우로우 브랜드의 성공의 시작이었다.
광고에 본질을 담자 생긴 일
로우로우는 제품을 만들 때 불필요한 요소는 최소화하고 본질만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이러한 철학을 반영하여 회사명도 ‘날 것(raw)’과 ‘행렬(row)’의 합성어인 로우로우로 지었다. ‘본질의 반복’이라는 뜻이다. 로우로우가 추구하는 가방의 본질은 바로 ‘들고 담고 보호하는 것’이다.
로우로우는 이 세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을 구현했다. 손잡이를 크게 만들어 들기 편하게 하고, 내구성과 방수성이 뛰어난 원단을 사용하여 가방의 보호 기능을 강화했다. 노트북 컴퓨터와 같이 소중한 물품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는 가방은 잠수복 소재를 활용한 디자인을 도입했다. 로우로우의 이야기는 단순함의 힘을 믿고 본질에 충실한 경영 철학이 어떻게 비즈니스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탁월한 예다. 이 모든 경험은 ‘단순함이 최고(simple is best)’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로우로우는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지향하는 철학과 가치를 구매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신념을 바탕으로, 로우로우는 전통적인 광고나 유명인 협찬 대신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페이스북에서 소비자와 직접 만나며 브랜드를 알리는 전략을 선택했다. 페이스북 마케팅은 효율적인 비용 관리, 바이럴 효과 극대화, 세밀한 타깃팅 측면에서의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직접적인 소통 창구에서 타깃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강화할 수 있다. 로우로우는 페이스북에서 얻은 고객 피드백을 즉각 반영하고,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더 가까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활발한 소통은 고객과의 신뢰를 쌓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로우로우의 전략적 선택은 노숙인 자립을 돕는 잡지 《빅이슈》에 광고 제안을 받았을 때 더욱 빛을 발했다. 로우로우는 전통적인 방식대로 잡지 광고를 진행하는 대신, 빅이슈 판매원들을 위한 특별한 조끼를 제작하여 기부했다. 조끼는 눈에 잘 띄는 색상으로 제작되었고 내구성이 뛰어난 재료를 사용했으며 돈을 수납할 수 있는 주머니 등 판매원들에게 필요한 기능을 갖추었다. 조끼에도 로우로우의 철학인 ‘본질에 충실하기’를 구현한 것이다. 로우로우 조끼를 입은 빅이슈 판매원들은 그들이 활동하는 도시 곳곳에서 로우로우의 ‘걸어 다니는 광고판’ 역할을 했다. 이러한 모습이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 공유되며 로우로우의 브랜드 인지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만약 로우로우가 전통적인 잡지 광고를 진행했다면 단발적인 브랜드 노출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로우로우는 본질을 추구하는 조끼를 만들어 기부함으로써,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작은 인연의 스토리를 담다
로우로우는 단순히 패션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다. 그들은 특별한 이야기와 의미를 담은 제품으로 소비자들과 깊은 연결을 맺는다. 이러한 철학은 실제로 ‘민우가방’이라는 실체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이 가방의 이야기는 특별하게도, 로우로우가 처음 제품을 판매한 장소가 편집숍이나 런웨이가 아닌 벼룩시장이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격이 10만 원이 넘었음에도 그곳에서 가방을 구매한 고객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첫 고객과의 인연은 로우로우에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이후 고객의 군 제대 선물로 그의 이름을 따서 민우가방이 제작되었다. 건축학 전공인 고객에게 맞춰 제작된 가방은 각종 도구를 넣어 다닐 수 있는 실용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고객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민우가방은 실제 판매로까지 이어지며 로우로우를 대표하는 가방으로 자리 잡았다.
고객 중심 철학은 다른 제품에서도 계속되었다. 2017년 9월에는 페이스북에서 다양한 고객들에게 가방 아이디어를 받는 이벤트를 열었다. 당뇨환자를 위한 혈당기 세트 가방, 재난 대비 키트를 갖춘 가방, 도시 농부를 위한 가방 등 여러 제안이 있었지만, 가장 많은 요청을 받은 것은 카메라 가방이었다. 로우로우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고객들과 함께 가방을 디자인하고, 크라우드 펀딩플랫폼인 와디즈로 이를 실현했다. 4주 동안 469개의 카메라 가방이 선판매되면서 로우로우의 고객 중심 철학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증명되었다.
이 모든 사례는 로우로우가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닌 회사의 철학과 생각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가치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객들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이 지닌 의미와 로우로우가 추구하는 철학을 구매했으며, 이러한 접근 방식으로 로우로우는 단순한 패션 브랜드에서 벗어나 독특하고 의미 있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작은 브랜드는 어떻게 혁신하는가?
브랜드 정체성을 살린 콜라보레이션
브랜드 퍼스낼리티를 잃지 말 것
2017년 12월 슈퍼주니어 신동이 예성, 김희철과 함께 마마 어워즈(MAMAAwards) 참석을 위해 홍콩으로 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곰표 콜라보의 역사는 이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우연히 이 사진을 본 곰표 직원이 신동이 입은 티셔츠에 곰표 글씨를 발견한 것이다. 곰표 로고로 제품을 만든 적이 없던 회사에서는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상황 파악에 나섰고, 빅사이즈 옷을 만들어 판매하는 4XR이라는 의류업체가 로고를 무단 도용한 사실을 알아냈다.
만약 당신이 기업 담당자라면 어떻게 했겠는가? 가장 손쉬운 방법은 상표권 도용으로 소송하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곰표는 4XR에 협업을 제안했다. 4XR이 박사이즈의 옷을 판매하는 브랜드이다 보니 곰의 푸근하고 친근한 이미지에 적합했고 연예인이 편하게 입을 정도면 제품으로 만들어도 승산이 있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2018년 7월 4XR과 협업해 다섯 가지 디자인으로 100매씩 만든 한정판 곰표 티셔츠는 완판됐고, 2019년 11월 출시한 곰표 패딩도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SNS에서 제품 구매에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담이 돌 정도였다.
첫 번째 성공적인 콜라보 이후, 스와니코코(Swanicoco)와 만든 곰표 밀가루 쿠션은 실제 밀가루 성분을 첨가했고, 뷰티 방송 ‘겟잇 뷰티’에서 1위를 기록했다. CJ CGV와 협력한 ‘왕곰표 팝콘’은 20킬로그램 곰표 밀가루 포대에 담아 5,000원에 판매되었는데, 새벽 6~7시부터 CGV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만들어졌다. 또한 밀과 보리를 활용한 곰표 밀식혜는 출시 5일 만에 식혜 브랜드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제품은 곰표와 세븐브로이(7Brau)가 협업하여 출시한 ‘곰표 캔맥주’였다. 이 맥주는 세븐브로이의 수제맥주 제조 기술로 만들어졌으며, 롯데칠성음료가 위탁 생산했다. 2020년 5월 출시 이후, 사흘 만에 초도물량 10만 개가 판매되었고, 월 20만 개에서 300만 개로 생산량을 늘려도 꾸준히 완판을 기록했다. 2021년 6월 기준 하루 평균 17만 캔이 판매되며 누적 판매량이 6000만 캔에 달해 편의점 판매 맥주 1위에 올랐다. 곰표 캔맥주의 인기는 안주로 만든 ‘곰표 나초’로도 이어졌다.
곰표 맥주의 성공은 곰표 브랜드 이미지와 수제맥주 제조 기술, 위탁 생산과 판매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하여 이루어졌고, 대중들의 취향과 선호도를 고려한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날 수도 있던 협업이 이후 식혜, 막걸리, 스낵, 맥주, 화장품, 세제 등 20개 이상의 제품으로 확대된 것은 곰표 마케팅팀의 절박함 때문이었다. 2017년 당시 ‘밀가루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에 곰표를 답한 20~30대는 20퍼센트에 불과했다. 만약 한 번의 협업으로 끝나면 95퍼센트의 매출이 기업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브랜드 속성상 언제든 다시 잊힐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곰표는 다양한 브랜드와 적극적으로 협업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며 대중들에게 더욱 다양한 경험을 제공했다. 이러한 노력은 곰표의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강화했고, 곰표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원칙 없이 롱런 없다
곰표는 다양한 기업과 콜라보를 진행하면서도 무분별한 협업을 제한하는 협업 기준을 세웠다.
첫째, 곰표 아이덴티티(밀가루)와의 연관성이다. 예를 들어 하얀 밀가루와 연관된 미백 기능의 팩트, 기름때를 제거할 때 밀가루를 썼다는 점을 활용한 주방세제, 밀누룩 효모를 넣은 막걸리, 밀눈을 넣은 아이스크림, 곰표 밀가루로 만든 밀떡볶이 모두 이 기준에 맞춰 만들어졌다.
둘째, 재미와 반전이다. 데이비드 아커(David Aaker)는 브랜드도 사람처럼 개성(personality)을 갖는다고 했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특정 인상이나 감정을 전달하려는 것을 ‘브랜드 퍼스낼리티(brand personality)’라고 한다. 여기에는 브랜드가 인간처럼 행동한다고 느껴지게 하는 특성들이 포함되며, 이를 통해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감정적 연결이 강화된다. 브랜드 퍼스낼리티는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여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명확하게 인지하도록 한다. 공감하는 브랜드 가치에 매력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고, 브랜드의 목소리·메시지·시각적 요소에 일관성을 부여하여 고객과 효과적으로 소통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콜라보의 모습
다양한 브랜드 퍼스낼리티는 각기 다른 목표 고객층과 세분화된 시장에 어필하여 브랜드가 고유한 가치와 이미지를 구축하고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곰표는 이색 콜라보로 흥미로움이라는 브랜드 퍼스낼리티를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2030 MZ세대의 ‘재밌는 친구’로 포지셔닝 되었다. 일례로 2021년 4월 한강주조와 협업하여 출시한 ‘표문 막걸리’는 매일 오전 9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되었는데 2분 만에 하루 판매량 200박스(800병)가 다 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2022년 8월 판매 수량 15만 개를 돌파했다.
이 제품은 국내산 밀 누룩의 다양한 향미와 쌀 본연의 단맛 이 잘 어우러진 생막걸리로,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며, 목 넘김이 마치 고구마라테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든다”, “탄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아 더 부드럽게 느껴지며, 적당히 고소하면서 끝에 살짝 알코올 맛이 느껴진다”는 등 긍정적인 고객 평가를 받기도 했다. 처음 표문 막걸리를 보고 브랜드를 왜 ‘표문’이라고 했을까 궁금했는데 막걸리를 거꾸로 흔들어 마시는 소비자의 행동에 착안해 ‘곰표’를 거꾸로 뒤집은 ‘표문’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곰표 콜라보의 진화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곰표의 콜라보레이션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변화였고 브랜드에 적합한 분위기로 포지셔닝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곰표는 힙한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예를 들어, 스와니코코와의 협업으로 출시된 밀가루 쿠션은 실제 밀가루 성분을 활용해 큰 인기를 끌었고, 수제맥주 브랜드와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곰표 캔맥주는 젊은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전통 막걸리를 새로운 디자인과 맛으로 재해석한 표문 막걸리는 곰표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일관된 마케팅 전략으로 곰표는 넓은 소비자층에 매력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따라가지 말고 선두에서 주도하라
소비자 욕구가 급변하는 시대, 변화를 주도하는 법</P>
기업이 소비자 욕구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네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소비자 관심 극대화’, ‘구매 욕구 자극’, ‘지속적인 기대감과 신선함 제공’이다. 먼저 소비자 관심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주목할 만한 특별한 시점에 제품을 출시해서 소비자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예를 들어 연말연시, 명절, 또는 특정 기념일에 맞춰 새로운 제품이나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소비자들은 이벤트에 더 큰 흥미를 갖는다. 실제 글로벌 운송업체인 UPS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고객의 소원을 배달해준다는 취지로 “소원 배송됨(Wishes Delivered)”이라는 크라우드 펀딩 형태의 기부 캠페인을 시행한다. 고객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wishesdelivered)’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소원을 포스팅하면 추첨을 통해 소원을 이루어주고 고객의 게시물당 1달러의 가격을 매겨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특정 이벤트에 맞춘 제품 출시나 프로모션은 소비자에게 ‘지금 사야 한다’는 긴박감을 줌으로써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한정판 제품이나 특별 할인은 소비자가 즉시 구매 결정을 내리도록 자극하고 판매를 촉진하는 효과를 낳는다. '지금 사지 못하면 나중에 더 비싸게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헝거 마케팅(hunger marketing)' 전략이 대표적이다. 즉 한정된 물량만 판매해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기법인데, 잠재 고객이 무의식적으로 배고픔(hungry)을 느끼도록 만든다는 의미에서 파생한 이름이다.
실제 슈프림(Supreme)은 신제품 공개 시즌이 오면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에 매장에서 신제품을 한정 수량 선보이는 ‘목요일 드롭(thursday drop)’ 전략을 사용했다. 다만 어떤 제품이 언제 출시되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그날 매장에 들어가고 나서야 어떤 제품이 나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제품이나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서 기대감과 신선함을 불어넣어 주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갤럭시나 아이폰처럼 매년 또는 매 시즌 새로운 컬렉션을 출시하는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그 시점을 기대하게 만들면서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한다. 이러한 전략은 브랜드가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질레트가 인도 시장을 점유한 방법
기업들은 전략적으로 이벤트페이싱(event pacing)과 타임페이싱(time pacing) 전략을 채택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한다. 두 전략은 시장 상황과 기업의 위치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
먼저 이벤트페이싱 전략은 특정 사건이나 시장 변화에 반응하여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접근 방식이다. 주로 안정적인 시장환경에서 사용되며 경쟁자의 움직임, 기술 발전, 고객 수요의 변화 같은 외부 요인을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경쟁사가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면 이에 대응하여 자사 제품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마케팅 캠페인을 실행하는 것이 이벤트페이싱의 일환이다. 이 전략의 장점은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급격한 시장 변화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변화의 방향이 불분명하거나 시장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이벤트페이싱 전략만으로는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 타임페이싱 전략은 정기적인 간격으로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시장에 적응하는 접근 방식이다. 이 전략은 변화를 주기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여, 지속적인 혁신으로 시장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려는 기업에 적합하다. 타임페이싱은 기업이 시장 변화를 예측하여 변동성을 관리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기업이 매년 특정 시점에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거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는 것이 타임페이싱 전략의 일환이다.
면도기 시장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질레트는 시장의 변화를 선도하는 타임페이싱 전략을 활용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질레트는 1971년 세계 최초의 이중날 면도기인 ‘트랙II’를 출시하며, 면도기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까지 단일날 면도기가 주를 이루던 시장에서 이중날 면도기는 더욱 깔끔하고 부드러운 면도를 가능하게 해주었고, 질레트는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질레트는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미리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먼저, 질레트는 다양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해서 소비자들의 요구와 선호도를 파악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한다.
질레트가 인도에 진출할 당시 3중날 면도기 ‘마하3’은 인도인들이 선호하는 저렴한 이중날보다 50배 이상 비쌌다. 이에 질레트는 마하3의 가격을 이중날 면도기의 세 배 수준으로 낮춘 ‘질레트 가드’를 출시했다. 또한 인도 여성의 77퍼센트가 깔끔하게 면도한 남성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09년부터 ‘인도 면도 운동(have India Movement)’을 실시하면서 인도 남성 2,000명을 모아놓고 마하3로 면도하는 ‘면도 마라톤(Shaveathon)’ 행사를 열었다. 그러자 소셜미디어에서 ‘면도할까 말까’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면서 시장점유율이 20퍼센트에서 40퍼센트까지 급증했다.
타임페이싱 전략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성장하려는 기업에 중요한 접근 방식이다. 이 전략은 단순히 빠른 행동뿐만 아니라, 기업 활동의 속도와 예측 가능성을 모두 포함한다. 이를테면 기업이 활동 전환을 할 때 리듬이나 페이스를 스스로 조절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방법으로 기업은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의 단결을 강화하고, 외부적으로는 고객·공급자·파트너 같은 이해관계자들이 변화에 적응하고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제공할 수 있다.
핵심은 리듬 관리
타임페이싱 전략에서 핵심적인 요소는 리듬 관리이다. 리듬 관리는 기업이 자신의 변화 속도를 환경적 변화, 특히 계절 변화와 같은 요소와 일치시키려고 할 때 중요하다. 이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기업의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하며, 시장 내에서 기업의 동태적 조정 능력을 향상시킨다. 적절한 리듬 관리를 안착시킨 기업은 때로는 속도를 높여 집중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때로는 속도를 늦추어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을 관찰하며 숨을 고르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소비자 욕구가 다양하게 세분화되는 시장에서 타임페이싱 전략은 더욱 중요해진다. 각 세분 시장의 변화 속도가 다르기에 기업은 이를 인식하고 각 시장의 특성에 맞는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의 욕구가 급변하는 시장에서는 기업이 지속적인 혁신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새로운 제품 출시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변화가 덜한 시장에서는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유지하며 장기적인 안정성을 추구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결국 타임페이싱 전략은 리더에게 미래 시장 변화를 단순히 예측하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변화의 시기와 속도를 계획하고 시장을 주도해나갈 능력을 요구한다. 이로써 기업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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