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대한 PD     010-5107-0996      kfp_center@naver.com
  달러 종말의 허구
 
지은이 : 곽수종
출판사 : 메이트북스
출판일 : 2025년 10월




  • 달러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 경제의 심장이자 패권의 상징으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달러의 안정성은 단순한 금융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 시장 경제, 국제 안보를 지탱하는 근본 가치 체계와 직결된다. 이 책은 달러 패권의 균열이 단순한 통화 교체가 아니라 세계 질서 전반의 거대한 변화를 예고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보여준다.


    달러 종말의 허구


    트럼프의 오독: 달러 패권이 불안하다
    시대전환, 새 판이 짜인다
    트럼프는 누구인가? 미국 질서의 변수 
    도널드 트럼프는 누구인가? 그의 성장 과정은 어떠했을까? 그는 정치인인가, 아니면 방송인인가? 현재 트럼프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의 대통령 임기 1기와 2기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가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는 '관세'라는 무기는 방어용인가, 공격용인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임 직후 바로 종전까지 이루어낼 수 있다고 한 그 이상한 자신감은 단순한 농담일까, 아니면 무언가를 암시하는 발언일까?

    '보편관세'와 '상호관세'는 겉으로는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정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불똥은 결국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로 튈 수밖에 없다. 1969년 이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가운데 미국 국적자가 57명에 달한다는 사실은, 미국이 학문과 정책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해왔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단순히 부동산 사업가적 관점만으로 글로벌 경제 질서를 좌지우지해도 되는 것일까? 이 질문은 곧 모순을 드러낸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많다고 해서 미국의 정책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미국이 영원히 패권국가로 남는다는 보장도 없다. 역사적으로 트럼프처럼 한 번의 임기를 건너뛰고 재임에 성공한 대통령은 단 한 명뿐이다. 바로 제22대(1885~1889년)와 제24대(1893~1897년)를 지낸 그로버 클리블랜드(Grover Cleveland)다. 그는 남북전쟁 이후 당선된 첫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었다. 흥미롭게도 트럼프가 개인적으로 존경한다고 밝힌 인물은 클리블랜드 다음 대통령인 윌리엄 매킨리(William McKinley)다. 매킨리 역시 재선에 성공했으나, 불의의 암살로 대통령직은 부통령이던 시어도어 루스벨트에게 넘어갔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1890년 셔먼 반독점법(Sherman Antitrust Law)을 전격적으로 실행한 인물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로 이어지는 격동의 전환기에, 미국 대통령들의 철학과 국정 운영은 글로벌 질서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트럼프를 둘러싼 논란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닮았지만 닮지 않은 매킨리와 트럼프
    매킨리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는 몇 가지 유사한 점이 보인다. 첫째, 재벌들의 후원을 받았고, 둘째, 영토 확장에 큰 변화를 이끌었으며, 셋째, 적극적인 관세 정책을 시행했다. 물론 매킨리 대통령은 집권 말기에 관세 정책이 반드시 긍정적 효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독백처럼 고백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청년 시절부터 줄곧 '관세를 통해서라도 미국을 속이며 무역 흑자를 챙기는 국가들을 응징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미국인들은 자국이 유럽을 능가했고, 뉴욕이 런던을 대신해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태양이 저물고 있다"는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바로 그 시기, 트럼프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앞질렀을 뿐 아니라 "미국을 속이고 있다". 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전형적인 공화당 사업가의 시각을 지녔다. 정부 의존을 외면하고, 세금과 규제를 불만스러워하며, 자신의 사업에 유리한 것이 곧 나라에도 이롭다고 확신하는 태도다. 그러나 대다수 공화당 사업가들과 달리, 그는 세계를 착취 대상이 아니라 미국을 이용하는 ‘호구(the patsies)’ 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1987년, 트럼프는 뉴욕타임스와 두 개 신문에 전면광고를 싣기 위해 9만 4,801 달러를 개인 비용으로 지출했다. '미국 국민에게(To the American People) 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에서 그는 일본·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의 군사적 보호를 받는 국가들에 군사비를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고는 결국 "우리 위대한 나라가 더 이상 조롱당하게 놔두지 맙시다(Let's not let our great country be laughed at anymore) 라는 문장으로 끝맺었다.

    트럼프 2.0의 불안한 출발
    트럼프 두 번째 임기에 대한 시장 반응은 첫 임기와 전혀 달랐다. 트럼프 1.0(2017년) 초기에는 S&P 500 지수가 약 5% 상승했고, 다우존스 지수도 4~5%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에 더욱 강한 상승세를 기록하며 S&P 500이 10%, 다우가 11% 상승했다.

    그러나 트럼프 2.0의 첫 100일은 주식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 2025년 1월 20일 취임식부터 4월 25일까지 S&P 500 지수는 7.9% 하락했다. 이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 두 번째 임기 초반 이후 두 번째로 나쁜 성적이었다. 

    트럼프 취임 후 첫 100일 동안의 핵심 키워드는 '불확실성'이었다. 전통적 무역 정책이 하루아침에 뒤집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전례 없는 관세 정책은 경제 환경이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을 증폭시켰고, 행정부의 불명확한 소통은 이를 더욱 심화시켰다. 투자자들은 정책의 장기적 영향을 스스로 추론해야 했고, 이는 공황 심리를 키웠다. 결국 ‘관세를 통한 위협’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불러왔다. 

    ‘중국의 세기’로 본격 진입하다
    ‘중국의 세기’, 그 서막
    워싱턴의 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년 동안 많은 이들은 '중국의 세기(Chinese century)' 가 도래할 것이라 예견해왔다. 이는 중국이 막대한 경제적·기술적 잠재력을 활용해 미국을 추월하고, 세계 권력의 중심축을 베이징으로 옮기는 세상을 뜻한다. 어쩌면 그 세기는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역사가들이 훗날 돌이켜볼 때,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기 시작한 결정적 전환점은 트럼프 2.0 시기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 무역전쟁이 불완전한 휴전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곧바로 '승리'로 선언했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미국은 보다 큰 차원의 패배를 겪고 있음에도, 트럼프는 본질이 아닌 무역충돌 같은 소규모 전투에만 매달렸다. 이 같은 근시안적 태도는 오히려 미국의 구조적 문제를 더욱 부각시켰다.

    미래의 갈림길
    억만장자 기업가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저서 『세계질서의 변화』에서 제국 쇠락 초기에 나타나는 공통된 정서를 경고한다. "제조업 부활"을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청정에너지와 반도체 같은 첨단 기술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 '산업과 상업이 떠난 자리에 자본만 남는다'는 사실은 제국의 종말을 알리는 징후임을 그는 모르는 듯하다.

    중국은 이미 철강, 알루미늄, 조선, 배터리, 태양광, 전기차, 풍력 터빈, 드론, 5G 장비, 소비자 전자제품, 의약 원료, 고속열차 등 여러 산업에서 세계 생산을 선도하고 있다. 2030년에는 전 세계 제조업의 4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3월, 양자컴퓨팅과 로보틱스 등 최첨단 기술에 장기 투자하는 1,380억 달러 규모의 국가 벤처캐피털 펀드를 발표했고, 공공 연구개발 예산도 대폭 늘렸다. 이러한 전략은 눈에 띄는 성과를 낳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2025년 1월 인공지능 챗봇을 출시했을 때, 많은 미국인들은 중국의 AI 경쟁력을 실감했다. 그러나 이런 '스푸트니크 모멘트'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동맹인 일론 머스크가 한때 비웃었던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2024년에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판매 1위를 차지했다. BYD는 전 세계에 새 공장을 세우고 있으며, 2025년 3월에는 포드·GM·폭스바겐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높은 가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암 치료를 포함한 신약 개발에서도 앞서 있으며, 2023년에는 전 세계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산업용 로봇을 설치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오랫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영역을 화웨이의 기술 돌파를 중심으로 자립적 공급망으로 전환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들 기술이 서로 연계되어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여전히 관세에 집착하고 있다. 그는 중국이 제기하는 위협의 규모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무역 관세 인하 합의가 발표되기 전에도, 그는 고율 관세로 매장이 텅 빌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하며 "아이들에게 인형을 좀 덜 사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을 여전히 '값싼 상품만 만드는 공장' 정도로 치부하는 시대착오적 인식이다.

    미국은 이제 관세나 무역 압박만으로는 중국의 국가 주도 전략을 꺾을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실제로 중국은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첨단 산업에서의 지배를 위해 '맨해튼 프로젝트'에 버금가는 집중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중국도 부동산 침체와 고령화 같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의 예측과 달리, 중국은 매번 돌파구를 마련하며 국가 주도 체제를 유지해왔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집착은 오히려 중국 중심 세계의 부상을 앞당길 뿐이다.

    이번 세기가 중국의 세기가 될지, 미국의 세기가 될지는 결국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러나 진로를 바꿀 수 있는 시간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달러 패권의 흔들림: 종말인가, 전환인가
    미국 채권 불신과 금융질서의 균열
    달러보다 채권부터, 오점 찍힌 채권
    주식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로 인한 혼란 이후 반등했지만, 채권시장은 여전히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2025년 4월 2일 이후 장기국채 가격이 하락하며, 기준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약 4.37%대로 끌어올려졌다. 장기 재무성 채권 수익률 상승은 단기 채권 수익률이 하락한 상황에서도 나타났는데, 이는 경기 둔화에 따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와 장기 채권 매도세가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하지만 단기 채권 금리도 여전히 4%대 초중반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 수익률 차이, 즉 월스트리트 용어로 '경사형 비틀림(steepening twist)' 현상은 정책 입안자들에게 큰 도전 과제가 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차입 비용을 높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 재무성 국채 수익률은 연준이 설정하는 단기 금리에 대한 기대에 크게 좌우된다. 그러나 기업 투자 비용을 포함한 경제 전반의 차입 비용은 장기 금리에 더 크게 의존한다. 최근 채권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은 이 연결고리를 약화시켜, 연준이 금리 인하를 통해 성장을 촉진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 불확실성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향후 몇 년간 물가와 금리가 완화될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무역 정책으로 예측이 빗나갈 위험이 크다고 본다. 따라서 장기 국채 보유 리스크에 대한 추가 보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데, 이를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라고 한다.

    채권시장은 경제 전망과 정책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한다. 보통 장기 금리가 높은 이유는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가정하기 때문이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 채권 매도세가 겹치면서, 가격은 떨어지고 그 역수인 금리는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미 채권 가격 하락의 진짜 원인
    미국 채권시장의 불안,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미국 재무부 채권에 대한 수요는 항상 존재한다. 문제는 '얼마에 팔리느냐' 이다. 지난 2025년 2월 20일, 미국은 중요한 신호를 경험했다. 160억 달러 규모의 20년물 국채 입찰에서 예상보다 낮은 수요가 나타나며 작은 혼란이 발생한 것이다.

    수익률은 5.014%로 예상치를 소폭 웃돌았고, 최근 일련의 입찰에서 형성된 약 4.6% 기준치를 크게 상회했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5%를 넘었고, 10년물도 4.6%에 근접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물론 이는 금융위기 수준은 아니다. 만약 미국이 금융위기에 빠진다면 국채 금리는 15%를 향해 급등할 수 있다. 현재의 수익률 상승은 상대적으로 완만하다.

    이번 혼란의 근본 원인은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성장동력이 부족하면 국채 발행 조건은 악화되고, 재정적자를 흑자로 전환할 세수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해답은 미국의 경제 성장률에 달려 있다.

    문제는 관세로 인한 소비자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압력이다. 이는 연준의 통화정책보다 재정우위 (fiscal dominance) 정책을 불가피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복지 개혁은 미진하고, 세법에는 여전히 특정 이익집단을 위한 조항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번 법안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보다 더 많은 지출 억제 내용을 담고 있다. 

    미 공화당이 얻어야 할 교훈은 명확하다. 성장 중심의 정책에서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가 예산안에서 복지 지출 삭감을 추진한다면 허용해야 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세계시장 개방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리즈 트러스 총리가 44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영국은 여전히 '고세율· 고지출· 고인플레이션'의 늪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글로벌 투자자들이 공화당 예산안을 싫어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의 후폭풍도 고려해야 한다. 시간이 흐른 뒤 "고맙다"는 평가를 듣게 될 것이라 트럼프는 믿고 있는 듯하다.

    미국 달러가 여전히 ‘왕’인 이유
    달러가 왕좌에서 내려올 수 없는 이유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달러가 세계 지배적인 통화로서 왕좌에서 밀려날 수 없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대체할 수 있는 통화가 없다. 유로, 위안화, 엔화 등이 있지만 모두 달러의 지배력을 대신하기에는 부족하다. 유로는 유로존 내 재정정책 차이와 정부 부채 문제를 안고 있으며, 위안화는 중국의 자본 통제와 금융 개방 부족으로 제약을 받는다.

    둘째,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 금융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 국채는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며,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를 보유함으로써 외환보유고를 유지한다. 미국 시장의 깊이와 유동성은 달러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한다.

    셋째, 달러는 세계 무역과 금융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전체 외환 거래의 약 88%가 달러로 이루어지며, 글로벌 대출의 절반 이상이 달러로 표시된다. 이러한 지배적 위치는 글로벌 거래에서 달러 수요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한다. 넷째, 달러를 대체하려는 '탈달러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

    모건스탠리는 '탈달러화'에 대한 우려가 과장되었다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첫째, 중앙은행과 국제 무역에서 달러의 지위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위안화나 엔화, BRICS 공동통화 같은 경쟁자들이 달러의 위상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지만, 세계 주식시장이 하락하고 경제가 침체할 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것은 여전히 달러다. 역사적으로 금융 불안이 발생할 때 달러는 강세를 보여왔다.

    둘째, 위안화는 달러를 위협할 만큼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다. 중국은 위안화를 글로벌 경쟁 통화로 만들려 하지만, 자본 통제 때문에 통화 이동이 제한된다. 따라서 위안화가 달러를 의미 있게 위협할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중국은 소비 위축, 부동산 위기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어 자본계좌 개방을 단기간에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 미국의 막대한 부채가 달러의 지위를 흔들지는 않는다. 미국 정부 부채는 이미 34조 달러를 넘어섰지만, 달러는 여전히 장기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안전자산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재정 지출이 확대될 수는 있으나, 채무 불이행 사태를 촉발할 수준은 아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달러는 불안정한 통화가 될 가능성이 낮다.

    넷째, 암호화폐는 달러의 대안이 되기에는 지나치게 변동성이 크다. 예컨대 비트코인이 한 달 만에 10% 오른다면 사람들은 이를 거래 수단보다 투자 수단으로 보관할 가능성이 크다. 지배적 통화의 조건은 급등락이 아니라 안정성이다. 달러는 법정화폐로서 거시·미시경제 정책 운용을 가능케 하며, 국제금융에서 투명성과 유연성을 제공한다. 지배 통화가 교체되는 과정은 수십 년에 걸친 장기적 변화일 수밖에 없다.

    달러의 미래와 탈달러화 논쟁
    미국의 부채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달러는 여전히 강하다. 지난 5년간 달러 인덱스는 0.29% 상승했지만, 2025년 들어 상반기 기준으로 11%나 하락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이 시장 불확실성을 키운 결과다. 트럼프는 대체 통화로 거래하는 국가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고, 달러 강세가 미국 제조업에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강경책은 오히려 달러 신뢰를 흔들 수 있다. 기축통화는 경제력뿐 아니라 정치적 안정성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금, 암호화폐, 소규모 통화 모두 달러의 실질적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금은 유동성과 운송 문제, 암호화폐는 변동성과 신뢰성 부족 탓이다. 세계 중앙은행들은 호주·캐나다 달러 같은 소규모 안정 통화와 금을 추가 편입하며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달러 지위를 근본적으로 흔들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완전한 탈달러화가 발생한다면 충격은 대공황급 자산 붕괴와 신용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 중심 펀드(SPY) 비중을 줄이고 해외 펀드(VEA, VWO), 금(GLD), 부동산(VNQ) 등으로 분산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트럼프 행정부 내 일부 인사들은 달러 약세를 반길 수도 있다. 부통령 J.D. 밴스는 외국인의 미국 증권 대량 보유가 달러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여 제조업에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 스티븐 마이런도 해외 보유 미 국채에 세금을 부과하는 아이디어를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여기서 그가 강조한 핵심은 해외 준비자산으로서 미 국채 매수를 억제할 수 있는 조치다. 즉 미국의 경상·무역적자는 상대국의 대미 흑자가 미 국채 매수로 '재활용'되는 구조다. 따라서 달러 표시 국채 매입을 막으면, 흑자국의 대미 흑자를 축소하거나 아예 실현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