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마케팅 브레인》이 ‘일회적 판매’가 아니라 ‘지속적 가치 교환’으로서 마케팅의 선순환 구조를 분석했다면, 이번 《AI 시대의 마케팅 브레인》은 그 연장선상에서 고객과의 지속적 관계 형성에 AI가 새롭게 제기하는 도전 과제를 들여다본다. 오늘날 AI의 강점을 활용하여 브랜딩에 성공한 수많은 사례를 통해, AI가 마케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터의 능력을 증폭해 주는 도구임을 생생하게 증명한다. 동시에 AI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도 적지 않게 다루며, 바로 그 지점에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주목한다.
AI는 소비자의 행동과 가치 판단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
■ 저자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고객 가치’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브랜드 심리학자로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인지·사회심리학을 근간으로 소비자심리, 브랜드 전략 등을 연구하며 그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우수 논문상과 우수 강의상을 받았다. KT 마케팅연구소 연구원, CJ 제일제당 브랜드 애널리스트로 활동했고, 유한킴벌리, CJ푸드빌, 아모레퍼시픽, 아디다스코리아 등에서 강연과 컨설팅을 해왔다. 일반인에게 마케팅의 개념을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칼럼, 강연 등을 통해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마케팅 브레인》 《디스 이즈 브랜딩》 《브랜드 심리학자, 메타버스를 생각하다》이 있다. 일반인에게 마케팅의 개념을 좀더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칼럼, 강연 등을 통해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차례
프롤로그: AI 시대에는 마케터가 필요 없을까?
1부. 마케팅의 본질을 다시 묻다
잘 파는 것 VS. 지속적 가치 교환
마케팅 브레인 사고법 ① :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
마케팅 브레인 사고법 ② :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
2부. 가치 분석 : 소비자는 어떻게 가치를 판단하는가?
가치함수, 비용은 낮추고 혜택은 더하는 공식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의 유형
탐색 비용: 판단할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졌다!
거래 비용: 마지막 선택의 순간까지 무엇을 망설일까?
사용 비용: 편리함의 대가로 감수하는 불안
처분 비용: 소비는 끝나도 관계는 끝나지 않는다
공유 비용: 새로운 고객을 부르는 알고리즘의 비밀
통제 비용: 자동화 시스템에 개입할 수 없다는 부담
고객이 추구하는 혜택의 유형
기능적 혜택: 현재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문제를 예방할 것
상징적 혜택: 이 선택은 나를 어떻게 보이게 하는가?
경험적 혜택: 오감 만족과 지적 즐거움을 위한 더 많은 기회
윤리적 혜택: 의미 있고 옳은 선택을 했다는 감각
관계적 혜택: 관계는 누적된 데이터로 만들어진다
도전적 혜택: 시작은 쉽게 성취는 가능하게
3부. 가치 제안 : 소비자와 어떻게 다른 가치를 약속할 것인가?
선택과 포기, 가치를 설계할 때 7가지 원칙
고객 : 어떤 역할을 맡은 누구를 공략할 것인가?
카테고리 : 제품의 특정 혜택 유형에 갇히지 마라
경쟁사 : 강력한 전환 비용을 설계하라
시대정신 : 고객 가치의 변화를 반영하라
고객 경험 : 입체적일 때 더 강력한 시너지 효과
후발 주자의 차별화 : 경쟁 브랜드의 강점에 균열을 내라
소비자 욕구 : 모순된 요구를 해결하기
4부. 가치 전달 : 약속한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마케팅 믹스, 원칙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전술들
제품설계 : 무엇이 아니라 왜 사는지를 이해하라
가격설계 : 이 가격의 이유를 설득할 수 있는가?
유통설계 : 경쟁의 단위는 기업이 아니라 유통구조다
프로모션 : 설득을 완성하는 커뮤니케이션 설계
사람 관리 : 무형의 서비스를 좌우하는 직원 관리
서비스 마케팅 : AI와 로봇을 활용한 새로운 접근
에필로그: 선택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브랜드 심리학자인 저자는 좋은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란 최신 AI 기술을 익히는 데 앞서, AI의 등장으로 소비자가 가치를 판단하는 방식에 어떤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포착해 내는 것이라 말한다.
AI 시대의 마케팅 브레인
마케팅의 본질을 다시 묻다
잘 파는 것 VS. 지속적 가치 교환
어느 봄날 딸기를 한 통 사왔다. 통 안에는 딸기가 두 층으로 담겨 있었는데, 위에는 크고 윤기가 나며 상태가 좋아 보이는 딸기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아래에는 작고 품질이 확연히 떨어져 보이는 딸기들이 깔려 있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들은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와, 딸기 파는 사람 진짜 똑똑하네. 마케팅 천재 아닌가?“
순간 감정이 복잡해졌다. 당황스러웠고, 살짝 억울했고, 묘하게 찔리기도 했다. "지금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 아들인데"라는 생각이 먼저 스쳤다. 동시에 머릿속 어딘가에서 설명 버튼이 눌렸다. 마케팅 교수로서, 그리고 아빠로서 뭔가 바로잡아야 할 것 같은 사명감이 생겼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속으로만 강의를 시작했다. 이건 마케팅이 아니며, 왜 그런지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강의였다. 아들에게는 하지 못한 그 답을, 여기서 해보려 한다.
질문부터 다시 던져보자. "이런 행동을 마케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딸기 상자에서만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AI가 우리 삶으로 깊숙이 침투한 오늘날에도 같은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AI가 만든 가짜 영상을 활용해 제품을 팔았다면, 그것도 마케팅일까? 최근 AI의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은 실제와 구별하기 어려운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어 낸다. 누군가가 특정 브랜드를 추천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을 만들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는 사용 후기를 영상으로 만들어 퍼뜨릴 수도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가 다르다는 점에서, 딸기 상자의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차이를 모른 채 소비자는 구매를 결정한다.
기업 강연에서 마케팅의 개념에 관해 물어보면 늘 답은 제각각이다. 영업 담당자는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고객 서비스 CS 담당자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라 말한다. 또 고객 관계 관리 CRM 담당자는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 답하기도 한다. 그들의 말 중 틀린 답은 하나도 없지만 마케팅의 본질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각각은 마케팅의 한 단면일 뿐, 전체를 설명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마케팅(Marketing)이라는 용어를 쪼개서 생각해 보자. Market과 ing의 합성어이다. Market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가치 있는 것을 교환하는 시장을 의미하고, ing는 그 상태가 멈추지 않고 지속됨을 뜻한다. 이 두 단어를 연결하면, 마케팅의 개념이 분명해진다. 즉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 가치 교환이 지속되도록 하는 활동을 말한다. 앞서 여러 기업의 담당자들이 말한 판매(가치 교환), 고객 만족, 신뢰 구축(관계 관리)이 서로 무관한 개념이 아니다. 가치 교환이 만족스러워 신뢰할 수 있는 관계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관계 위에서 다시 가치 교환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바로 마케팅이다. 이 지점에서 세일즈(sales)와 마케팅의 차이도 함께 드러난다. 일회성 거래에 초점을 두는 세일즈는 이 순간의 가치 교환을 어떻게 성사시킬 것인가가 핵심이다. 반면 마케팅은 그 거래가 다음 거래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즉 마케팅은 가치 교환의 "지속성"이 중요하다.
-다음 구매 시점까지의 공백을 관리하기
이와 관련된 중요한 개념이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이하 CLV다. 이는 거래를 통해 관계를 형성한 고객이 떠날 때까지 기업에 돌려줄 수 있는 가치의 총합을 의미한다. 마케팅 관점에서는 고객을 일회성 거래의 주체로 보지 않는다. 지금 얼마를 쓰느냐보다 앞으로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갈지를 중요하게 본다. 따라서 CLV는 고객을 더 소중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관점을 담고 있다. 동시에 하나의 중요한 인사이트를 던진다. 일회성 거래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 거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매 후 다음 구매 시점까지의 공백을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관계는 거래가 일어나는 순간에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유지되거나 무너진다.
AI 시대에 들어서면서 CLV의 의미는 더 확장된다. 과거에도 고객 행동을 모니터링하고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고객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개입해야 할지가 막연했다. 이 때문에 CLV는 고객의 미래 가치를 추정하는 ‘측정 지표’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AI는 고객의 상태를 진단하고 예측하는 데 멈추지 않는다. 구매 빈도, 이탈 가능성, 반응 패턴을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을 세밀하게 구분한다. 나아가 각 고객에게 어떤 개입이 가장 효과적인지까지 판단한다. 또한 누구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제시한다.
따라서 CLV는 더 이상 사후적으로 계산되는 값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즉시 개입이 가능한 ‘운영 변수’가 된다. AI 덕분에 분명 개입의 속도가 빨라지고 효과가 개선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결핍은 남는다. 바로 개입의 ‘온도’다. AI가 진정한 고객 관계 관리의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인간적 따뜻함을 장착해야 한다. 최근 연구는 AI가 고객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며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정서적 연결감을 제공해야 진정한 고객 관리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AI가 단순히 문제를 처리하는 도구를 넘어 고객의 감정을 다루고 관계를 형성하는 역할까지 요구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치 분석 : 소비자는 어떻게 가치를 판단하는가? : 가치함수, 비용은 낮추고 혜택은 더하는 공식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의 유형
탐색 비용: 판단할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졌다!
탐색 비용은 소비자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찾고, 비교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뜻한다. 사람들은 선택의 순간마다 수많은 정보 앞에 서는데, 이때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막막해지는 감정, 여러 옵션을 비교하며 느끼는 피로감 등을 말한다. 이는 단순히 시간을 쓰는 문제가 아니라, 인지적 자원과 감정 에너지를 소모하는 비용이다.
-선택의 고통을 탐색의 즐거움으로
AI 기술의 발전은 소비자의 탐색 비용을 극도로 낮추고 있다. 거실에서 TV를 보던 한 사람이 화면 속 연예인이 입은 옷에 눈길이 멈춘다. "저 스타일 괜찮은데?" 예전 같으면 비슷한 옷을 찾기 위해 검색어를 바꿔가며 쇼핑몰을 돌아다니거나, 화면을 캡처해 이미지 검색을 하며 유사한 상품을 하나씩 찾아야 했다. 어떤 브랜드인지 추측하고, 비슷한 디자인을 비교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무신사 같은 온라인 쇼핑몰 앱에서는 화면을 캡처해 업로드하면, AI가 사진 속 색감과 스타일을 분석하고 가장 유사한 상품을 찾아준다. 단순히 비슷한 옷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 속 특정 아이템을 기준으로 여러 후보를 제시하고, 필요하다면 코디로 확장할 수 있는 선택지까지 제안한다. 사용자는 이미지 한 장만으로 원하는 스타일에 가까운 결과에 도달한다. 이처럼 AI는 소비자가 직접 수행하던 탐색 과정을 대체하면서, 탐색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크게 줄이고 있다.
거래 비용: 마지막 선택의 순간까지 무엇을 망설일까?
앞서 살펴본 탐색 비용이 ‘무엇을 살 것인가’를 찾고 비교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이라면, 거래 비용은 ‘사기로 어느 정도 마음을 정한 실제 구매를 완료하기까지’ 소비자가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뜻한다. 소비자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발견하고 비교하는 단계에서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결정을 내린 뒤에도 실제 구매 버튼을 누르기까지 여러 번 멈춰 선다. 거래 비용은 바로 이 지점에서 작동한다. 단순히 지불해야 하는 금액 자체뿐만 아니라, 결정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소비자가 감수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과 절차적 번거로움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AI 비서는 불안과 불편을 어떻게 줄였나?
AI가 거래 비용을 줄이는 방식은 최근 고객과 기업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오해를 줄이는 방향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특히 인테리어처럼 고객 맞춤형 결과물이 중요한 분야에서 그 효과가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집을 새롭게 꾸미고 싶어 하는 고객은 자신의 취향과 원하는 분위기를 말로 설명한다. 하지만 같은 표현이라도 사람마다 떠올리는 이미지 다르므로 공사가 끝난 뒤 결과가 기대와 다르다는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고객은 결과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계약해야 하고, 업체 역시 수정 작업과 추가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AI는 이러한 문제를 크게 줄여줄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과 분위기를 설명하면 거실, 주방, 서재, 침실 등의 공간을 즉시 이미지로 시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과 업체는 실제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다양한 디자인 대안을 함께 검토하고 수정하며 결과물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말과 도면으로 상상해야 했던 결과가 이제는 눈앞의 이미지로 확인된다. 거래 비용 관점에서 보면 이는 단순한 디자인 편의성이 아니다. AI는 거래를 더 빠르게 만드는 것을 넘어,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 자체를 줄여주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사용 비용: 편리함의 대가로 감수하는 불안
사용 비용은 소비자가 구매한 후 제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지각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유지나 보수 비용과 같은 금전적 비용도 포괄하지만, 사용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심리적 불편함 즉 비금전적 비용이 특히 중요하다. 이를 해결해 주는 브랜드는 오랫동안 열광하는 팬을 만들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디지털 기술과 AI의 발전은 사용 비용을 낮추는 방식에도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설명서를 읽거나 사용법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했다. 기능이 많고 복잡할수록 이러한 학습 비용은 커졌다. 많은 소비자가 전자제품을 구매한 뒤 실제로는 일부 기능만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용법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심리적 비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AI가 적용된 제품은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여 최적의 사용 방식을 제안하거나 자동으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처분 비용: 소비는 끝나도 관계는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구매 이전이나 소비 과정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소비가 끝난 이후에도 여전히 여러 부담이 남는다. 이 가운데 가장 쉽게 간과되는 것이 처분 비용(disposal cost)이다. 처분 비용은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한 이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을 버리거나 반품하거나 되팔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금전적, 비금전적 비용을 의미한다.
-절정대미 효과, 아름다운 마무리의 설계
최근에는 AI가 한 단계 더 앞선 과정까지 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픈 고객의 반품 이력, 상품 특성, 물류비용 등을 기반으로 AI가 자동으로 판단해 ‘반품 없는 환불(refund without return)’을 제공하기도 한다. 반품된 상품을 다시 회수하고 재판매하는 비용이 더 클 경우, 고객에게 상품을 그대로 보유하게 하면서 환불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포장하대로 보유하게 하면서 환불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포장하고, 라벨을 붙이고, 택배를 보내는 일련의 과정을 아예 생략하게 된다.
공유 비용: 새로운 고객을 부르는 알고리즘의 비밀
공유 비용은 소비자가 구매 여정을 거치며 경험한 것을 타인과 공유할 때 지각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단순히 귀찮거나 불편한 문제만은 아니다. 내가 무엇을 왜 공유했음에 대해 타인이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까지 함께 계산해야 하는 비용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서 공유 대상을 한정하거나, 아예 부캐릭터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한다. 공유는 표현의 자유인 동시에 평가의 대상이 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한 가지 계산이 더 추가된다. 내가 올린 경험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만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이 콘텐츠를 얼마나 널리 확산시킬지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정 사람들에게만 보일 거라 생각한 게시물이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예상보다 훨씬 넓은 범위로 퍼질 수도 있다. 공유는 점점 개인적 표현인 동시에 알고리즘 환경 속 행동이 되고 있다.
-콘텐츠 양이 아니라 신뢰의 밀도가 문제다
AI의 발전은 공유 방식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생성형 AI를 이용해 만든 이미지나 글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데, 이러한 콘텐츠는 새로운 질문을 함께 불러온다. 이것이 실제 경험인지 AI가 만들었는지, 의문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플랫폼에서 AI로 생성된 콘텐츠를 표시하도록 권고한다. 공유 자체는 더 쉬워졌지만, 공유에 따르는 해석과 신뢰의 문제는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따라서 AI 시대 마케터는 얼마나 공유하기 쉽게 할 것인가와 함께, 이 얼마나 실제 경험처럼 받아들여질 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일부 브랜드는 AI를 활용해 공유를 단순히 자동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경험을 더 잘 드러내는 구조를 설계한다.
통제 비용: 자동화 시스템에 개입할 수 없다는 부담
통제 비용은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나는 어디까지 개입하거나 수정할 수 있나"에 대해 느끼는 불안과 부담을 뜻한다. 단순히 버튼을 조작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아니다. 나의 선택이 어떤 기준으로 유도되는지, 내가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스템이 나를 특정 방향으로 이끄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 통제 비용은 커진다. 디지털 서비스가 복잡해질수록 이 비용은 더욱 중요해진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앱은 위치 정보, 마이크, 연락처, 사진 저장까지 다양한 접근 권한을 요구한다. 대부분 사용자는 그 정보가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결국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통제권을 시스템에 넘겨주고, 이 과정에서 막연한 불안이나 피로를 느낀다.
-AI 시대 핵심 경쟁 요소는 투명성
AI 시대의 소비 경험은 단순히 얼마나 편리해졌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확장된다. 시스템이 대신 판단하고 대신 실행하는 환경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투명성이 단순한 보조 요소가 아니라 핵심 경쟁 요소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앞으로 마케터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일이 아니라, 고객이 그 기능을 얼마나 안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실제 통제보다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다. 알고리즘이 내린 결정을 일방적으로 제시하기보다, 여러 대안을 함께 보여주고 선택의 여지를 남기는 방식 또한 신뢰를 높이는 중요한 설계가 된다. 고객이 통제권을 잃었다고 느끼지 않으면서도 편리함을 경험하게 만드는 것, 바로 그 균형을 설계하는 것이 AI 시대 마케터의 핵심 과제가 된다.
가치 제안 : 소비자와 어떻게 다른 가치를 약속할 것인가?
선택과 포기, 가치를 설계할 때 7가지 원칙
경쟁자를 이길 수 있는 가치 제안의 방향은 명확하다. 분모의 비용은 낮추고, 분자의 혜택은 높이는 것. 차별적 가치 제안은 이 단순한 원칙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이 원칙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모든 비용을 낮추고 모든 혜택을 동시에 강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비용을 줄일지, 어떤 혜택을 강화할지에 따라 브랜드의 전략은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보자. 당신은 최근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한 온라인 서점의 마케팅 책임자이다. 최근 Z세대 고객 유입이 지속하여 감소하고 있다. 경영진은 이렇게 말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책을 안 읽어.” 하지만 당신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성장하고 싶어 하고, 새로운 지식을 얻고 싶어 하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렇다면 정말 문제는 독서 자체일까? 아니면 독자가 인식하는 가치가 변한 걸까? 조사 결과 Z세대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였다.
짧은 영상 콘텐츠에 익숙하다.
긴 글을 읽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자기계발 욕구가 높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어 한다.
친구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데 익숙하다.
만약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독서가 가진 비용은 무엇일까? 독서가 제공하는 혜택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떤 비용을 줄이고 어떤 혜택을 강화하면 Z세대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안할 수 있을까?
이 질문들에 답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 볼 것들이 있다. 같은 비용과 혜택을 바라보더라도 어떤 사람은 평범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어떤 사람은 시장의 판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 차이는 소비자를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가치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나온다.
①고객 : 어떤 역할을 맡은 누구를 공략할 것인가?
②카테고리 : 제품의 특정 혜택 유형에 갇히지 마라
③경쟁사 : 강력한 전환 비용을 설계하라
④시대정신 : 고객 가치의 변화를 반영하라
⑤고객 경험 : 입체적일 때 더 강력한 시너지 효과
⑥후발 주자의 차별화 : 경쟁 브랜드의 강점에 균열을 내라
⑦소비자 욕구 : 모순된 요구를 해결하기
가치를 제안할 때 고려해야 할 다양한 원칙
많은 사람은 독서의 문제를 단순히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또는 긴 글을 싫어해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용과 혜택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전혀 다른 해석이 보인다. 어쩌면 온라인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독서 경험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
먼저 비용 중심의 차별화를 생각해 보자. 하루에도 수많은 책이 쏟아지지만 독자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고, 읽기 전에 나에게 도움이 될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AI가 독자의 관심사와 목표에 맞는 책을 추천하고, 구매 전에 핵심 내용을 미리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넷플릭스가 사용자마다 다른 예고편을 보여주듯, 같은 책이라도 독자에 따라 다른 미리보기를 AI가 제공할 수 있다. 취업준비생에게는 취업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창업가에게는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부모에게는 자녀교육과 관련된 내용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책 속 인상적인 문장을 유튜브 쇼츠(Shorts) 형태의 짧은 영상으로 제공한다면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도 자연스럽게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탐색 비용 감소). 이는 수많은 책을 보유한 대형 서점의 강점을 오히려 약점으로 바꾸는 전략이다. 따라서 경쟁 브랜드의 강점에 균열을 내라는 원칙과 연결될 수 있다.
다음으로 내향적인 사람들이 책을 읽고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과 토론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렇다면 AI와 먼저 독서토론을 해보게 하면 어떨까? AI는 독자의 의견에 질문을 던지고 반론을 제시하며, 생각을 정리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공유비용 감소). 독서는 혼자 하는 활동에서 새로운 만남과 성장을 돕는 활동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는 사람과 대면하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읽은 내용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하는 인간의 이중적 욕구를 공략해야 한다는 원칙과 연결된다.
한편 혜택 중심의 차별화도 가능하다. 플랫폼은 사용자가 인상 깊게 읽은 문장을 스크랩하도록 하여 취향과 관심사를 학습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아침에는 하루를 시작하는 문장을, 퇴근길에는 위로가 되는 문장을 건네줄 수도 있다.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사용자의 일상과 함께하는 동반자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이다(관계적 혜택 증가).
이러한 관계는 경쟁 서비스로 이동할 때 포기해야 하는 가치가 된다. 따라서 경쟁사의 비수를 높이라는 원칙과 연결된다. 다음으로 독자가 스크랩한 문장을 키링이나 북마크 같은 굿즈로 제작해 주거나, 같은 책을 읽는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굿즈를 제공할 수도 있다. 독서는 단순한 학습 활동을 넘어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상징이 될 수 있다(상징적 혜택 증가). 이는 카테고리가 정해놓은 혜택의 유형에 갇히지 말라는 원칙과 연결된다.
또한 AI를 활용해 독자가 읽고 있는 소설의 주요 장면을 영상으로 구현하거나, 역사책 속 사건을 시각적으로 재현해 보여줄 수도 있다. 독자는 더 이상 활자를 읽는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시각과 청각이 결합된 몰입형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다(경험적 혜택 증가). 이는 고객 경험은 입체적일수록 더 강력해진다는 원칙과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이 위로의 문장으로 가장 많이 스크랩한 문장을 특별한 문장 키링으로 제작해 힘들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특정 독서 활동이 소외계층 아동의 독서 지원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독서는 개인의 성장을 넘어 타인과 가치를 나누는 행동이 될 수 있다(공익적 혜택 증가). 이는 공생의 시대적 가치를 반영하라는 원칙과 연결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책이라는 제품 자체는 바뀐다는 사실이다. 달라진 것은 온라인 서점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차별적 가치를 제안할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고민은 늘 비슷하다. ‘뭔가 새로운 것이 없을까?’ 그러나 어쩌면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이제 더 중요한 것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창조력이 아니라,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이다. 데자뷰가 아닌 뷰자데의 감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