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는 유학적 가치관과 윤리, 도덕 등이 중심 내용을 이루었기에 중국과 우리나라의 지배계층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널리 읽히고 활용되었다. 그러나 사서삼경으로 불리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시경’, ‘서경’, ‘역경(주역)’에 비해 그 가치가 낮게 평가된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는 ‘신서’가 본격적인 경서가 아닌, 이야기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경서들이 활발히 번역되었음에도 ‘신서’가 덜 알려지고 번역 작업이 상대적으로 미진한 것 또한 같은 이유다.
하지만 ‘유학적 이념을 담은 이야기책’이라는 ‘신서’의 특징은 오히려 유학의 현대적 계승을 촉진하기에 적합하다. 읽고 이해하기 쉬우며, 인용 등 활용하기에도 편리하다. 또한, 등장하는 이야기와 대화는 시대를 관통하여 현대에도 유효한 가치를 담고 있다.
‘신서’는 유학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리더십 교과서로 손색이 없다. 짧은 호흡 속에 명구, 문답식 구조, 이야기 등을 담고 있다. 따라서 현대인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어렵고 낡은 것으로 치부되는 유학의 이념을 생동감 있고 흥미롭게 다가가는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흩어져서 떠돌던 이야기들을 모으고 같은 것끼리 묶고 앞뒤로 통하는 맥락을 만들어 후대의 사람들에게 뜻을 환하게 밝혀줌으로써 “옛것을 배워 익혀서 새것을 알아내는” 경지로 우리를 이끈다.
■ 저자 홍기용
저자 홍기용은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유체기계 석사과정을 마쳤다. 1989년부터 LG전자에서 연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여 가전 분야 연구, 기술 전략 및 상품/전략 기획 업무를 수행했다. 2021년 말 히타치-LG 데이터 스토리지에서 퇴직했다. 2017년부터 논어등반학교에서 논어, 대학, 중용, 대학연의, 사기, 춘추좌씨전 등을 배우고 있다. 스스로 배우는 힘을 키우기 위해 짧을 글들을 직접 읽다가, 사서와 같은 경전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케이스를 모아 놓은 유향의 신서를 번역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고전 번역을 지속할 예정이다.
■ 차례
들어가는 말 -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될 만한 ‘신서’
자서: 유향
‘권1’ 잡사 1 - 이런저런 이야기 (1)
‘권2’ 잡사 2 - 이런저런 이야기 (2)
‘권3’ 잡사 3 - 이런저런 이야기 (3)
‘권4’ 잡사 4 - 이런저런 이야기 (4)
‘권5’ 잡사 5 - 이런저런 이야기 (5)
‘권6’ 자사 - 사치를 나무라는 이야기
‘권7’ 절사 - 절개가 있는 선비
‘권8’ 의용 - 마땅함과 용기가 있는 선비
‘권9’ 선모상 - 좋은 계책 (상)
‘권10’ 선모하 - 좋은 계책 (하)
옮긴이의 말 - 스스로 공부해서 풀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리더의 도(道)와 덕(德)은 어떻게 얻어질까요? 191편의 옛이야기 속에서 길어올린 제왕학의 진수 ‘신서(新序)’를 통해 리더의 판단과 언행에 관한 통찰과 만나보세요.
신서
권1 잡사 1 - 이런저런 이야기 (1)
순임금의 효도
옛날에 순임금이 스스로 농사지으며 그릇을 빚고 물고기를 잡으면서 몸소 효도와 우애를 다했는데, 아버지 고수는 완고하고 미련했으며 어머니는 어리석었고, 동생 상은 오만했다. 모두가 가장 어리석은 자들이라 바뀔 수 없었으나 순은 효도를 다하면서 고수를 공양했다. 고수는 상과 더불어 우물을 파고 창고를 칠하게 하는 음모를 꾸며서 순을 죽이고자 했지만, 순은 효도하기를 더욱 도탑게 했다. 밭에 나가면 크게 흐느껴 울었는데, 나이가 50이 되어서도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를 그리워하듯 했으니 지극한 효라 일컬을 수 있다.
공자가 효와 다움으로 다스리다
공자가 시골 마을에 있을 때는 독실하게 효도를 다했고, 궐당에 살 때는 그 마을 자제들과 사냥하고 물고기를 잡았는데 어버이가 있는 사람에게는 많이 나눠 주어 효로써 그들을 교화시켰다. 이에 제자 72명이 멀리서 바야흐로 찾아와 공자의 다움을 마음으로부터 따르게 되었다.
노나라에는 심유씨란 자가 있어서 아침에 양에게 물을 배부르게 먹여서 시장 사람을 속였다. 공신씨는 아내가 있었는데 음란했고, 신궤씨는 사치하고 교만 방자했으며, 노나라 시장에서 소와 말을 파는 사람은 미리 값을 올리기를 잘했다. 공자가 장차 노나라 사구가 되려 하자, 심유씨는 감히 아침에 그 양에게 물을 먹이지 못했고, 공신씨는 그 처를 쫓아냈고, 신궤씨는 국경을 넘어서 옮겨 갔고, 노나라에서 소와 말을 파는 사람은 미리 값을 올리지 않은 채 바른 모습을 하고서 공자를 기다렸다. 이미 사구가 되고 나자 계손씨와 맹손씨는 후성과 비성을 무너뜨렸고 제나라 사람들은 침탈했던 노나라 땅을 돌려주었으니, 올바름을 쌓아감으로써 이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말하기를 “그 몸이 바르면 영을 내리지 않아도 행해진다”라고 했다.
초나라 번희의 현명함
번희는 초나라 왕의 부인이다. 초나라 장왕이 조회를 마치고 늦게 돌아오자 그 까닭을 물으니 장왕이 말했다.
“오늘 뛰어난 재상과 더불어 이야기를 하느라 날이 늦은 것을 알지 못했소.”
“뛰어난 재상은 누구를 말합니까?”
왕이 “우구자를 말한 것이요”라고 하자 번희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왕이 그 까닭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첩이 요행히 수건과 빗을 잡고서 왕을 모실 수 있었습니다. 귀함을 오로지하고 사랑을 마음대로 하려는 욕심이 없지 않았습니다만, 그것이 왕의 마땅함을 해친다 여겼기 때문에 첩과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여러 명 천거해 올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구자는 재상이 된 지 십수 년이 되었지만, 일찍이 1명의 뛰어난 이도 천거해 올리지 않았으니, 알면서도 올리지 않았다면 이는 충성이 아니고 몰랐다면 이는 사람을 볼 줄 모르는 것입니다. 충성이 없고 사람 보는 지혜가 없는데 어찌 뛰어나다 하겠습니까?”
다음 날 조회에서 왕이 번희가 한 말을 우자에게 알려주자, 우구자는 머리를 조아리고 말했다.
“번희의 말과 같습니다.”
이에 자리를 사양하고 손숙오를 올려 초나라 재상이 되게 했다. 나라가 부유해지고 병사들이 강해져서 장왕이 끝내 패자가 되었으니, 번희가 어느 정도 힘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권3 잡사 3 - 이런저런 이야기 (3)
백성과 더불어 좋아하면 된다
양나라 혜왕이 맹자에게 일러 말했다.
“과인에게는 병이 있으니, 과인은 색을 좋아한다.”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 색을 진실로 좋아하신다면 왕께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어찌해야 하는가? 색을 좋아해도 왕 노릇을 할 수 있는가?”
맹자가 말했다.
“태왕께서도 색을 좋아했습니다. 시경에 이르기를 고공단보(태왕)가 아침에 말을 달려 서쪽 칠수 가부터 기산 아래에 이르렀다. 강씨 여인과 함께 이곳에 와서 집터를 보았다라고 했습니다. 태왕께서는 그 왕비를 사랑하시어 나고 들 때면 반드시 함께했으니, 그때에는 안으로는 남편 없는 여인이 없고 밖으로는 홀아비가 없었습니다. 왕께서 만일 여색을 좋아하시되 백성과 더불어 같이한다면 백성은 왕께서 여색을 싫어하실까 봐 두려워할 뿐입니다.”
왕이 말했다.
“과인에게는 병이 있으니, 과인은 용맹함을 좋아한다.”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 용맹함을 진실로 좋아하신다면 왕께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어찌해야 하는가? 용맹함을 좋아해도 왕 노릇을 할 수 있는가?”
맹자가 말했다.
“시경에 이르기를 임금께서 분연히 성내어 군사들을 거느리시고, 그 무리를 막으시어 주나라의 복을 도탑게 하시고 천하에 본을 보이셨다라고 했으니, 이것이 문왕의 용맹함입니다. 문왕이 한번 성내자 천하 백성이 편안해졌습니다. 지금 왕께서 진실로 한번 성내어 천하 백성이 편안해진다면 백성은 왕께서 용맹함을 좋아하지 않을까 봐 두려워할 뿐입니다.”
권5 잡사 5 - 이런저런 이야기 (5)
다섯 번 몸을 굽혀 사람을 얻다
제나라 환공이 말직에 있는 신하 직을 보려고 하루에 세 차례 나갔는데도 볼 수가 없었는데, 이를 지켜보던 종자가 말했다.
“만승의 주인께서 벼슬 없는 선비를 보고자 하루에 세 번이나 이르심에도 보지 못했으니, 진실로 그만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환공이 말했다.
“그렇지 않다. 선비가 벼슬과 녹을 업신여기는 것은 실로 그 임금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고, 그 임금이 패왕을 업신여기는 것은 또한 선비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설령 선생이 벼슬과 녹을 업신여긴다고 해서 내가 어찌 감히 패왕을 업신여길 수 있겠는가?”
다섯 번을 찾아간 후에야 만날 수 있었으니, 세상에서 이를 듣고 모두 말했다.
“환공은 벼슬 없는 선비에게도 오히려 몸을 굽히는데, 하물며 다른 나라의 임금에게는 어떻겠는가?”
이에 서로 무리를 거느리고 와서 조현했으니, 오지 않는 이가 없었다. 환공이 아홉 번 제후를 모으고 한 번에 천하를 바르게 할 수 있었던 까닭은 선비를 대우하는 것이 이와 같았기 때문이다. 시경에 이르기를 “덕행을 깨달으니 사방의 나라들이 고분고분해졌다”라고 했으니, 환공이 그렇게 한 사람일 것이다.
권7 절사 - 절개가 있는 선비
어진 이는 입 밖에 내지 않은 말도 지킨다
연릉계자가 장차 서쪽으로 가서 진나라에 문안하러 가던 중 보검을 차고서 서나라 임금에게 들렀는데, 서나라 임금이 칼을 보고서는 말은 안 했으나 얼굴빛이 갖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연릉계자는 상국으로 가는 사신이 되었기에 바치지는 못했지만, 그 마음속으로는 허락한 상태였다. 진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오는데, 이미 서나라 임금이 초나라에서 죽었으므로 이에 칼을 풀어서 이어받은 임금에게 이르도록 했다. 종자가 말리면서 이르기를 “이는 오나라의 보물이라서 선물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하자, 연릉계자가 말했다.
“내가 선물하려는 것이 아니다. 앞선 날에 내가 왔을 때 서나라 임금이 내 칼을 보고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갖고 싶어 하는 기색이 있었는데, 내가 상국으로 가는 사신이 되었기에 바치지는 못했으나 내 마음속으로는 이미 허락했었다.
지금 죽었다고 해서 칼을 올리지 않는다면 이는 마음을 속이는 일이다. 칼을 아끼려고 마음을 속이는 것은 마음이 깐깐한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이다.”
마침내 칼을 풀어서 이어받은 임금에게 이르게 하니, 이어받은 임금이 말했다.
“선군의 명이 없어서 제가 감히 칼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이에 계자가 칼을 서나라 임금의 묘에 두고서 바로 떠났다. 서나라 사람들이 아름답게 여기고는 노래해 말했다.
“연릉계자는 옛날의 인연을 잊지 못했네. 천금의 칼을 풀어 언덕묘에 두었네.”
믿음으로 나라를 지키고 자신을 지키다
제나라가 노나라를 공격해 잠정을 요구했는데 노나라 임금이 다른 솥을 실어 보냈다. 제나라 임금이 믿지 않고 돌려보내며 가짜라고 하면서, 사람을 시켜 노나라 임금에게 알리기를 “유하혜가 맞다고 말하면 이 청을 받아들이겠다”라고 했다. 노나라 임금이 유하혜에게 청했는데, 유하혜가 대답해 말했다.
“군자가 잠정이라고 여기게 하고자 하면 나라의 위기는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만, 신 또한 여기에 나라가 있습니다. 신하의 나라를 깨뜨려야 임금의 나라가 위기를 벗어나게 되니 신하로서는 곤란한 바입니다.”
노나라 임금이 마침내 진짜 솥을 보냈다. 유하혜는 믿음을 지켰다고 말할 수 있으니, 단지 자기 나라를 보존했을 뿐 아니라 노나라 임금의 나라도 보존하게 했다.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주는 것은 중요하니, 마치 수레의 끌채나 멍에와 같다. 그래서 공자가 말하기를 “큰 수레에 끌채가 없고 작은 수레에 멍에가 없으면 이에 어떻게 수레가 갈 수 있겠는가?”라고 했으니, 이를 말함이다.
죽을 때까지 물고기를 먹을 수 있다
옛날에 정나라 재상에게 물고기를 보낸 사람이 있었는데, 정나라 재상이 받지 않았다. 누군가가 정나라 재상에게 일러 말했다.
“그대는 물고기를 좋아하는데 무슨 까닭으로 받지 않았습니까?”
대답해 말했다.
“내가 물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래서 물고기를 받지 않았습니다. 물고기를 받고 녹봉을 잃으면 앞으로는 물고기를 먹지 못하게 되지만, 받지 않고 녹봉을 얻으면 죽을 때까지 물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권8 의용 - 마땅함과 용기가 있는 선비
억지로 맺은 임금과 신하 사이의 약속 때문에 스스로 죽다
제나라 진항이 간공을 시해하고 맹약을 맺었는데, 맹약을 맺은 자들은 모두 그 집 안을 온전하게 해주었고 맹약을 맺지 않은 자들은 온 집 안을 죽였다.
석타인이 말했다.
“옛날에 자기 임금을 섬기는 자는 모두 자기 마음에 드는 임금을 얻은 후에 그를 섬겼는데, 지금은 나에게 일러 말하기를 네 임금을 버리고 나를 섬겨라라고 한다. 나는 그럴 수 없다. 비록 그렇다 해도 맹약을 맺지 않으면 부모를 죽인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서 맹약을 맺었지만, 이는 임금과 신하 사이에 예가 없는 것이다. 어지러운 세상에 태어나면 바르게 갈 수 없으니, 사나운 윗사람으로부터 위협을 받아서 도리와 마땅함을 얻지 못한다. 그러므로 비록 맹약을 맺은 일은 그로써 부모를 살리기는 했지만 물러나 스스로 죽는 것만 못하니, 예로써 임금을 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내 자살했다.
힘이 없어도 임금의 위험을 보고만 있지 않는다
송나라 민공의 신하 장만이 용기와 힘으로 소문이 났다. 장만이 노나라와 싸워서 군대가 패하고 노나라에 붙잡혔는데, 궁중에서 죄수로 있다가 몇 달 후 송나라로 돌아왔다. 민공과 더불어 박투를 하는데 부인들이 모두 곁에 있었다.
임금이 장만에게 말했다.
“노나라 임금과 과인을 비교하면 누가 아름다운가?”
장만이 말했다.
“노나라 임금이 아름답습니다. 천하 제후 가운데 오직 노나라 임금뿐이니, 그가 임금이 된 것은 당연합니다.”
민공은 괴로워하고 부인들은 시샘하더니, 이에 민공이 말했다.
“너는 노나라의 죄수였을 뿐이다. 어찌 알겠느냐?”
장만이 화가 나서 마침내 민공의 뺨을 주먹으로 치니, 입에서 이가 떨어져 나가고 목구멍이 끊어져 죽었다. 구목이 임금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는 빠른 걸음으로 이르렀다. 문에서 장만을 만나 칼을 들고 꾸짖자 장만이 팔뚝으로 구목을 쳐서 죽이니, 이가 문짝에 박혀서 드러날 정도였다. 구목은 무공이 뛰어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임금의 어려움을 보고 급히 쫓아오는 것이 뒤돌아볼 틈조차 없었다고 가히 이를 만하다.
권9 선모상 - 좋은 계책 (상)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 제나라 관중
제나라 환공 시대에, 강나라와 황나라는 작은 나라인데 강수와 회수 사이에 있었다. 가까이에 초나라가 있었는데 초나라는 큰 나라였고, 자주 침범하고 공격해 두 나라를 차지하려 해서 강나라와 황나라 사람들이 초나라를 근심했다. 제나라 환공이 바야흐로 나라가 남을지 없어질지, 제사를 이을지 끊을지를 정함으로써 위태로운 나라를 구해주고 기울어진 나라를 도와주며 주나라 왕실을 높이고 오랑캐를 물리쳤는데, 양곡에서 회합하고 관택에서 맹약해 제후들과 더불어 바야흐로 초나라를 치려고 했다. 강나라 사람들과 황나라 사람들이 환공의 마땅함을 사모해 관택에서 열린 회맹에 왔다.
관중이 말했다.
“강나라와 황나라는 제나라와 멀고 초나라와는 가까워서 초나라에 유리한 나라인데, 만일 공격받았는데도 구해주지 못하면 제후들의 종주가 될 수 없으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환공이 관중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마침내 맹약에 함께하게 했다. 관중이 죽은 뒤 초나라 사람들이 강나라를 치고 황나라를 없앴는데, 환공이 구해주지 못하니 군자가 이를 마음 아프게 여겼다. 이때부터 환공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고 다움이 약해져서 제후들이 기대지 않았으니, 마침내 천천히 쇠퇴해 다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무릇 어질고 지혜로운 계책은 일이 닥치면 즉시 끊는 바가 있어야 하는데, 힘써도 구할 수 없으면 그들의 인질을 받아서는 안 되었다. 환공의 허물이고, 관중이 좋은 계책을 냈다고 할 수 있다. 시경에 이르기를 “일찍이 이를 들어주지 않았으니, 천명이 이미 기울어졌다”라고 했으니 이를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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