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아름다운 니체의 철학수업
 
지은이 : 지연리 (지은이)
출판사 : 열림원어린이
출판일 : 2023년 08월




  • 질문을 불편해하는 사회, 인성교육 결핍으로 스승도 제자도 고통받는 현실, 철학자 니체를 통해 인생을 알아보고, 스스로에 대한 신비를 탐험하여, 인격이라는 통로로 안내해드립니다.


    작고 아름다운 니체의 철학수업


    서문

    그 많던 질문은 지금 모두 어디에 있을까?

    니체의 정원에는 천 송이의 꽃이 있었어.

    삶의 모퉁이마다 그가 해 왔던 질문의 꽃이자 대답의 꽃이었지. 바람이 불면 꽃들은 춤추며 노래했고, 니체는 그 꽃들을 돌보며 오랜 시간을 보냈어.


    유리창을 두드리던 바람이 새들의 노래로 바뀐 어느 햇살 좋은 날이었어. 니체는 정원으로 나갔어.


    바닥에는 딱정벌레 한 마리가 겨우내 얼었다가 녹아서 부드러워진 흙에 얼굴을 비비고 있었어.

    니체가 딱정벌레에게 말했어.


    “행복해 보이는구나. 이제 봄이 되었어.”


    딱정벌레가 대답했어.


    “맞아요. 니체 할아버지. 정원의 문을 열 때가 왔어요.”


    니체는 딱정벌레에게 비스킷을 먹이고 집 안으로 들어가 책상 앞에 앉았어.

    그러곤 백 명의 아이들에게 보낼 초대장을 쓰기 시작했어.


    나의 작은 영웅들에게.


    안녕, 얘들아!

    모두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구나.

    밤새 베개 위 생각의 요정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무지개를 따라 얼마나 멀리 가보왔는지,

    너희들의 모든 게 궁금해.

    그래서 작은 모임을 준비하게 되었단다.

    모임의 이름은 ‘니체와 함께 떠나는 질문 여행이야.

    너희들이 이곳에 도착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마.

    먼 길, 조심해서 오거라.


    -피어나는 봄에, 정원에서

    프리드리히 니체가.


    프롤로그

    백 명의 아이들이 길을 떠났어.

    각자 가방 속에 한 가지 질문을 담고서.

    아이들이 니체의 정원으로 향한 이유는 각기 달랐어. 여정 또한 같지 않았지.


    누군가는 강을 따라 걸어야 했고, 바다를 건넌 아이도 있었으며, 산을 넘기도 했어.

    모두가 니체의 정원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의 푸른빛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이었어.

    니체는 아이들에게 문을 열어 주고 따뜻한 수프와 빵을 대접했어. 아이들은 재잘거리며 수프에 빵을 적셔 먹었어.


    식사가 끝나고, 니체는 아이들을 응접실로 안내했어. 아이들은 자리에 앉아 메고 온 가방을 풀었어. 가방 안에는 궁금했으나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던, 혹은 누구에게도 묻지 못한 질문이 들어 있었지.

    아직 열리지 않은 세상을 문을 열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중요한 질문이었어.


    나 자신이라는 꽃

    니체는 차례로 아이들을 둘러보았어.

    그러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어.


    “모든 질문은 ‘나로부터 출발하고 ‘나에게로 돌아온단다. 너희들을 이곳으로 이끈 이도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너희 자신들이지. 따라서 우리의 대화는 ‘나로 시작될 거야. ‘나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한 게 있다면 어떤 질문이든 좋으니 해 보렴.”


    나 자신에 대하여

    첫 번째 아이가 물었어.

    “할아버지. 저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지요?”


    니체가 대답했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이제껏 무엇을 좋아해 왔는지를 생각해 보면 돼. 어떨 때 기뻤고, 무엇에 가슴이 뛰었는지, 무엇에 열중하게 되고, 언제 웃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명확해져. 해바라기가 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겠니? 그만큼 해를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깊이에 대하여

    곧이어 두 번째 질문이 이어졌어.


    “그런데 할아버지, 왜 그런 걸 생각해야 해요? 그냥 아무 생각도 안 하면 안 돼요?”


    니체가 대답했어.


    “물속에 뛰어들어 보지 않고는 바닷속이 어떤지 알 수 없어. 세상 일도 그래. 나를 알아야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단다. 깊이 생각해 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지.”


    자신감에 대하여

    “세상을 이해한다고요? 그렇게 어려운 걸 지금 저보고 하라고요?”


    세 번째 아이가 놀란 눈으로 물었어.


    니체가 대답했어.


    “네가 아기였을 때를 상상해 봐. 그때 넌 서고 걷는 법을 몰랐어. 하지만 곧 두 다리로 서고 걸을 수 있게 되었지. 게다가 지금은 물구나무서기도 할 수 있어. 그런데 세상을 이해하지 못할 이유가 뭐지?”


    가치 있음에 대하여

    “할아버지, 나한테도 어려워요. 저는 공부도 못 하고, 달리기도 못 하고, 할 줄 아는 게 없거든요. 그래서 엄마 아빠는 저만 보면 한숨을 쉬세요!”


    네 번째 아이가 말했어.


    니체가 대답했어.


    “사람은 누구나 꼭 한 가지씩 타고난 능력을 가졌단다. 아직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찾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만이 가진 그 한 가지 능력을 반드시 깨닫게 돼. 물고기를 봐! 물고기는 날지도 걷지도 못하지만 헤엄만은 어떤 동물보다 잘 치잖니!”


    니체의 말에 두 아이는 자신감을 가져 보기로 했어.


    인내심에 대하여

    “니체 할아버지, 저는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자주 혼이 나요. 우리 집 강아지 만두도 ‘기다려! 하면 기다릴 줄 아는데 저는 그렇지 못하다고요. 저는 왜 이럴까요?”


    니체가 대답했어.


    “난 네가 그 이유를 안다고 생각해. 다만 너를 초조하게 만드는 문제에 대답을 찾지 못한 것뿐이지.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참을성이 필요한 순간에 떠올리면 좋은 것을 알려 주는 정도란다. 어렵지도 않아. 나무처럼 해 보는 거니까. 나무는 태풍이 불어도 놀라지 않고, 초조해하거나 서두르지 않아. 그저 자기 자리에 서서 묵묵히 견딜 뿐이지.”


    확신에 대하여

    “할아버지, 저는 며칠 전에 부모님께 야단을 맞았어요. 동생이랑 싸웠다고요. 동생이 먼저 잘못한 건데, 왜 제가 혼나야 하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해요.”


    “때로는 거짓말보다 확신이 더 위험할 수 있어. 허물을 벗지 못하는 뱀은 죽고 말 듯, 어떤 생각이 늘 옳지만은 않단다. 절대적 진리가 없듯, 지금 확신하고 걷는 이 길이, 내일이면 돌아 나와야 할 길이 될 수 있거든.”


    “하지만 동생이 먼저 나한테 시비를 걸었어요!”


    니체의 말에 아이가 반박했어.

    니체는 다정하지만 단호한 어투로 아이에게 대답했어.


    “그렇더라도 동생과 싸우는 대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겠지. 예를 들면 동생이 왜 시비를 걸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


    상실에 대하여

    “저는 우리 가족에게 힘이 될 말이 있는지 여쭙고 싶어요. 작년에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이 잘 안돼서 어려워졌거든요.”


    니체가 대답했어.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겠구나. 가족에게 이 말을 전해 주면 좋겠다. 많은 것을 잃어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면 전부 잃은 건 아니라는 사실을. 왜냐하면 우리가 가졌다고 여기는 모든 것은 ‘나라는 토양에서 나온 수확물에 불과하거든. 나라는 이 비옥한 경작지가 있는 한, 우리가 일구어 얻지 못할 열매는 없어.”



    마음의 꽃

    니체는 아이들을 데리고 정원으로 나갔어.

    정원에는 온갖 빛깔의 질문의 꽃이 가득했어.

    아이들은 정원을 오가며 꽃을 관찰했어.


    “와, 여기 이 투명한 꽃은 뭐죠? 신기해요!”

    한 아이가 소리쳤어.

    니체가 아이에게로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었어.

    그가 말했어.


    “이 꽃은 마음에 관한 질문의 꽃이야. 마음도 공기처럼 투명해서 눈에 보이지 않잖니. 그래서 알기가 어려워.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단다.”


    두려움에 대하여

    “할아버지, 저는 겁이 많아요. 제 마음속에는 두려움이라는 괴물이 사나 봐요. 누가 좀 꺼내 주면 좋겠어요.”


    니체가 대답했어.


    “마음속 두려움은 누구도 꺼내 주지 못해. 신조차 할 수 없지. 우리 마음이 두려움을 만든 거니까. 하지만 또 그래서 얼마든지 사라지게 할 수 있어. 두려움이란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에서 오는 공포감이라서 실체가 없거든. 마음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있다가도 사라질 수 있는 것. 두려움이란 바로 그런 거야. 알고 보면 아무 힘도 없는 놈이지.”


    슬픔에 대하여

    니체가 아이를 보고 물었어.

    “슬퍼 보이는구나. 무슨 일이 있었니?”


    아이가 대답했어.

    “얼마 전에 미미가 죽었어요. 우리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인데, 아파서 하늘나라로 갔어요. 그래서 너무 슬퍼요. 엄마, 아빠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잘 모르겠어요.”


    니체가 말했어.

    “그렇구나. 소중한 존재를 잃는다는 건 참으로 슬픈 일이야. 사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우물처럼 깊은 슬픔을 가슴에 품고 일상을 지속하는 것 외에는. 하지만 그러다 보면 서서히 알게 된단다. 우리를 슬픔이라는 우물에서 꺼내 주는 건 시간이 아닌 생활에 녹아 있는 작은 즐거움과 기쁨, 소소한 만족이라는 사실을. 너무 깊어서 검게만 보이는 우물도 햇살 한 줌에 반짝하고 꽃잎 하나로 예뻐지잖니.”


    니체는 말을 마치고 아이의 손을 잡아 주었어.


    마음에 대하여

    “제 동생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그 애의 마음을 좀처럼 알 수가 없어요. 동생의 마음이 어떤지 알려면 어떻게 하면 되지요?”


    니체가 대답했어.

    “흠, 어려운 질문이구나. 동생의 마음을 알고 싶으면 그 아이가 무엇을 귀하게 여기는지 살펴보면 어떨까 해. 마음은 보물이 있는 곳에 사니까. 물론 네 동생만이 그런 건 아니야. 네 마음도 네가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것 안에 산단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모두 같아. 때로 서로의 마음이 다른 까닭은 각자 그 순간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게 다르기 때문이지.”



    꽃 피는 아름다움

    숲은 커다란 호수를 품고 있었어.

    니체를 아이들과 함께 호숫가에 앉아서 물에 비친 구름을 구경했어.

    바람이 불자 잔잔했던 수면에 파문이 일며 한 덩이로 뭉쳐 있던 구름이 수천 개의 작은 조각으로 변했어.

    그 모습을 바라보며 니체가 말했어.


    “황금은 어떻게 최고의 가치를 얻게 되었을까?

    귀하고 쓰임새가 없으며, 은은한 빛을 내기 때문이 아닐까? 피어나는 모든 것은 그렇게 저마다 자신만의 가치를 지닌단다. 햇살에 반짝이는 저 물결처럼.”


    가치를 결정짓는 요인에 대하여

    “니체 할아버지, 저는 구슬 모으기가 취미예요. 그런데 부모님은 쓸데없는 걸 모으고 있다고 버리라고 하세요. 제 구슬들은 정말 아무 가치가 없나요?”


    니체가 대답했어.

    “세상의 무엇도 처음부터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지는 않아. 누군가가 그것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순간, 적어도 그에게만큼은 가치가 발생하는 것이지. 물론 가치를 결정짓게 하는 요인이 활용도만은 아니야. 취향이나 감각 또한 사물의 가치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니까. 다른 사람이 가치 없게 여기는 것들이 내게는 가치 있게 여겨지는 이유란다. 가치의 있고 없음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거든. 네 구슬이 적어도 너에게는 가치 있는 이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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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