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논리학 강의
 
지은이 : 무천강 (지은이), 이지은 (옮긴이)
출판사 : 북아지트
출판일 : 2024년 06월




  • ‘논리학’이라고 하면 현실에서 멀찍이 떨어진 형이상학적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논리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능력입니다. 직접 가지 않고 배우는 하버드 강의, 이번에는 논리학과 만나보세요.


    하버드 논리학 강의


    논리학과 사람됨의 이치

    논리학의 흐름

    영어의 Logic은 그리스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원래 이성, 사유, 언사(言辭) 등을 의미한다. 논리는 일종의 과학으로 형식논리, 수리논리, 변증 논리로 분류된다. 그중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형식논리는 2천여 년 전에 그리스, 인도, 중국에서 탄생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유럽에서 논리학을 창시한 인물이다. 그의 저서《오르가논》은 논리 연구의 성과를 총망라한 것으로, 후세에 큰 영향을 미치어 아리스토텔레스를 ‘논리학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오늘날 우리가 일반적으로 배우는 논리학 역시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이론에서 비롯됐다.


    다양한 종교가 있는 인도의 수많은 종파는 자신의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바로 그 과정에서 논리학은 논증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크게 발전했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논리학을 논리의 논증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하여 ‘인명학(因明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국의 고대 학자 혜시(惠施), 공손룡(公孫龍), 묵자(墨子), 한비자(韓非子) 등은 철학자이자 동시에 논리학자였다. 묵자의 제자는 선대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 중국 역사상 최초의 논리학 경전인 《묵경》을 세상에 소개하며 수준 높은 논리체계를 선보였다.


    논리 사학자들은 세계 논리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고대 그리스, 고대 인도, 고대 중국을 논리학의 3대 발원지라고 부른다.


    수리 논리학은 전통적인 형식의 논리를 토대로 발전한 논리 과학이다. 17세기부터 일부 과학자를 중심으로 수학적 방법을 사용한 논리 연구가 시도되었다. 독일의 수학자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는 수리 논리학에 대한 구상을 가장 먼저 제시한 인물로, 훗날 수리 논리학의 창시자로 평가된다.


    수리논리는 인공의 언어, 즉 부호와 공식을 사용해 논리적 사고형식을 체계적으로 확장했다고 해서 부호 논리 또는 현대 논리로 불리기도 한다. 수리논리는 300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지녔지만, 현대 과학기술, 특히 컴퓨터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 결과, 중요한 ‘학제(學際) 과학으로서 다양한 과학기술과 생산, 관리부서에서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이처럼 수리논리는 현대의 과학기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변증 논리는 말 그대로 변증법적 사고 법칙을 연구하는 논리 과학이다. 엥겔스, 레닌은 한목소리로 변증 논리에 관한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변증 논리 과학이라는 관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후로 논리에 관한 현대인의 연구 역시 꾸준히 이루어지면서 논리는 이를테면 양상논리(Modal logic), 시제논리(Temporal logic), 다치논리 등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논리를 각 과학 영역에 응용한 덕분에 논리 응용과학 역시 크게 발전했다. 그 결과 법률 논리, 의학 논리, 교육 논리 등이 탄생할 수 있었다.



    명확한 개념과 사고의 논리

    사고의 전환만으로도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사유 방식은 효과적이고 경제적으로 통상적인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로 일반적인 사유로는 통상적이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게다가 인간은 본디 나태한 동물이라 머리를 써서 생각하는 방식이 체계화되면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머리가 굳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사고를 전환해야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어느 날 일요일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설교를 준비하던 목사는 쉬지 않고 우는 어린 아들 때문에 무척 난처한 상태였다. 아이의 주의력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목사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세계지도를 갈가리 찢은 뒤 바닥에 뿌렸다. “존, 여기 있는 조각을 모두 맞추면 네게 25센트를 주마.”


    목사는 아들이 오전 내내 조각을 맞출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들은 10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지도의 조각을 모두 맞췄다.


    “존, 이렇게 빨리 조각을 맞췄다니 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지도 뒷면에 사람 얼굴이 그려져 있었어요. 얼굴 조각을 하나하나 맞춘 뒤 뒤집으면 세계지도가 되잖아요. 이 ‘사람의 얼굴 조각을 모두 맞추면 ‘세계도 정확할 거로 생각했어요.”


    이 이야기를 통해 방법이 잘못되었다면 사고를 전환해서 문제를 타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일 당신의 생각이 옳다면 당신이 속한 세계에서 만나게 되는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사상가 스탠리 아놀드(Stanley Arnold)는 모든 문제는 자체적으로 이미 해결의 열쇠를 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야기는 모든 문제는 이미 해결의 방법을 내포하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들려준다. 문제 자체적으로 해결책이 들어있다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기만 해도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상대할 때 고정관념을 종종 동원하곤 한다. 하지만 고정관념으로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왜냐면 여태껏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문제일 수도 있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변하는 문제를 고정된 틀에 놓고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관점의 전환, 생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사고의 실마리를 끌어내고 상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구상과 통속적인 틀에서 벗어난 관념을 만들어야 한다.


    * 하버드의 지혜

    하버드대학교 박사이자 은행가인 데이비드 록펠러(David Rockefeller)는 사고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말한다. “머리 회전이 얼마나 빠르냐는 성공에 무척 중요하게 작용한다.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은 변화 속에서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다.” 눈앞에 닥친 상황이 예상과 다르다면 즉시, 과감하게 기존의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생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라. 어쩌면 문제가 단숨에 해결될지도 모른다!



    적절한 판단과 세상살이의 논리

    한마디 말 속에 숨겨진 두 개의 의미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박학다식한 인물로, 열일곱 살 때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대철학자 플라톤 밑에서 학문을 닦기 시작했다. 독립적 사고에서 뛰어난 소질을 보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인, 플라톤을 무척 존경했지만, 그의 관점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았다. “난 스승님을 사랑하지만, 진리를 더욱 사랑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 말은 훗날 널리 알려져 오늘날에는 명언으로 두루 활용되고 있다. 논리적 분석이라는 측면에서 그의 말은 연언 판단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연언 판단이란 몇 가지 상황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을 판정하는 판단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서 ‘벤저민 프랭클린은 위대한 과학자다. 그리고 벤저민 프랭클린은 위대한 정치가다. 이 문장은 전형적인 연언판단에 속한다. 위의 예시에서는 벤저민 프랭클린을 위대한 과학자이자 위대한 정치가로 판단했다. ‘난 스승님을 사랑하지만, 진리를 더욱 사랑한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스승을 사랑하는 동시에 진리를 더욱 사랑하는 두 가지 상황을 동시에 판단한다는 점에서 연언판단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연언판단은 성질판단과 관계판단과는 다르다. 성질판단과 관계판단이 하나의 판단을 통해 구성되며, 그 자체만으로는 두 번째 판단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일판단이라고 부른다. 연언판단은 하나의 판단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판단(수량 무제한)을 포함한다고 해서 복합판단이라고 부른다. 복합판단의 모든 단일판단을 ‘연언지라고 부른다. 이 외에도 복합판단에는 선언판단, 가언판단 등이 존재한다.


    연언판단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 연언지는 연언판단을 구성하는 ‘단일판단이다. 위의 예시에서 ‘벤저민 프랭클린은 위대한 과학자다와 ‘벤저민 프랭클린은 위대한 정치가다라는 말 모두 연언지에 속한다. 연언판단에 포함된 연언지는 두 개일 수도 있고 세 개, 또는 그 이상도 될 수 있다. 논리적으로 알파벳 ‘p, q, r을 사용해서 ‘연언지를 표시할 수 있다.


    둘째, 연결항은 연언지를 연결하는 연결사를 말한다. 예를 들어서 ‘그리고, ‘~와(과), ‘~뿐만 아니라 또한~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를 사용해서 ‘벤저민 프랭클린은 위대한 과학자다와 ‘벤저민 프랭클린은 위대한 정치가다라는 말을 연결할 수 있다. 연언판단의 논리적 성질은 연결항을 통해 결정된다.


    연언판단의 참과 거짓은 각 연언지가 동시에 모두 진실한가에 달렸다는 점에서, 우리는 두 가지 규칙을 얻을 수 있다. 하나는 연언지가 모두 참일 때는 연언판단은 참이 된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연언지 중에 거짓이 하나라도 있는 한, 연언판단은 거짓이 된다.


    연언판단의 언어 표현 형식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병렬 복합구로 예를 들어 ‘그는 풍부한 문학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풍부한 역사적 지식도 가지고 있다가 여기에 속한다. 둘째, 순차 복합구는 ‘그는 시험에 참가했을 뿐만 아니라 만점을 받았다가 속한다. 셋째, 역접 복합구로 ‘게이츠는 하버드대학교를 다니다 중퇴했지만,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가 속한다.


    위의 세 가지 복합구는 서로 다른 연결사를 사용해서 특정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두 가지 상황을 판단하는 논리적 의미를 모두 지니고 있다. 그래서 모두 연언판단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도피는 가장 멍청한 자기방어다

    인간은 태어난 이상, 필연적으로 온갖 시련과 고난을 마주해야 한다. 어쩌면 발걸음을 뗄 때마다 시련의 벽에 부딪히고 쉴 새 없이 잔뜩 뒤엉킨 문제를 풀어야 할지도 모른다. 가는 곳마다 생각지도 못한 위협이 우리의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삶, 또는 업무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중요한 것은, 시련을 마주하는 당신의 태도다. 어려움에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용감히 맞설 것인가? 선택의 결과가 당신의 미래를 결정한다.


    대개 우리는 시련 앞에서 한발 물러난다. 실패하거나 아니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지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어난 모든 상황을 회피하려 한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일,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려 하지 나와 관련 없어 보이는 힘든 일을 외면하거나 강하게 거부한다. 온전히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도망치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어려운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우리는 항상 겁을 집어먹고 문제를 피해 갈 방법을 찾는데 몰두한다. 이러한 생각과 자세로는 우리 자신을 더욱 나약하고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오랫동안 소크라테스는 유약한 문인의 이미지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 그는 웬만한 사내보다 훨씬 듬직하고 책임감도 높은 ‘상남자였다. 한때 군인이었던 소크라테스는 전투에 참여했다가 다친 동료들이 포로로 끌려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적군의 진영에 쳐들어간 소크라테스는 적의 공세에 맞선 끝에 동료들과 아군의 무기를 몽땅 되찾은 뒤 무사히 복귀하기도 했다. 이 일로 소크라테스는 나라에서 내리는 최고 명예훈장을 받기도 했다. 누군가가 목숨을 걸면서 적의 진영에 뛰어 들어간 이유를 묻자, 소크라테스는 껄껄 웃으며 남자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뿐이라고 대답했다.


    말년의 소크라테스는 진리와 철학을 전파하는 일에 매진했으나 부패한 당국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고 말았다. 집행일을 며칠 앞두고 한 친구가 도망치라고 권유했지만, 소크라테스는 그렇지 않겠다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 “내 믿음을 지키기 위해 내가 감당해야 할 최후의 책임이네.”라고 말했다. 진리의 전파라는 중임을 짊어진 소크라테스는 책임은 생명보다 고귀하다는 평소 지론대로 청년을 가르치는 일에도 언제나 당당했다.


    책임은 자아실현, 자기계발, 자존감 및 자아 성장의 일부이기도 하다. 과감한 책임감은 강인함과 용기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삶과 사회가 개인에게 부여한 숭고한 사명감, 인생관과 가치관에 대한 태도와 마음가짐의 표현이기도 하다. 또한 혈기 넘치는 젊은이가 지혜와 연륜 넘치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고통은 언제나 실패하고 포기한 사람의 몫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 4년 동안 공부한 사람이라면 가장 절실하게 깨닫는 교훈이다. 어려움에 대하는 당신의 마음가짐은 앞으로 당신이 걸어야 할 삶의 여정에서 보게 될 장면이기도 하다. 시련에 부딪혔을 때, 희망은 항상 고난과 함께 찾아오며, 도전의 그림자 속에 기회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어려움에 기죽지 않고 당당히 맞설 때,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때 경쟁과 도전에서 승리할 기회가 비로소 당신에게 주어질 것이다.


    *하버드의 지혜

    ‘스스로 책임지고, 스스로 도전하라라는 말은 하버드 학생들이 학교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익히는 생존 방법이다. 하버드대학교가 전 세계 고등 교육기관 중에서 가장 빼어난 성과를 올렸다는 것은, 치열한 경쟁과 냉혹한 승부가 여타의 대학과 비교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선발, 육성, 훈련은 하버드대학교가 인재를 육성하고 키우는 유일한 방법이다. 모든 하버드 학생은 어떤 시련이 부닥치더라도 도망치지 않으며 용감하게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논리적 논증과 사귐의 논리

    신은 존재하는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Epicurus)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논증에 나섰다.


    “우리는 신이 세상의 모든 악이 사라지기를 바란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신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쩌면 악을 박멸할 능력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할 생각은 없으신 것 같다. 어쩌면 악을 뿌리 뽑아야겠다는 의지도, 능력도 없으실지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라면 세상의 악을 제거할 의지도 있고 그런 능력이 있으신 것일 수도 있다.


    만일 신이 세상의 모든 악이 사라지기를 바라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이는 ‘신은 전능하다라는 믿음에 어긋나는 것이다.


    악을 박멸할 수 있는 능력이 신에게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으신다는 것은, ‘신은 선하다라는 가르침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악을 박멸하는 일에도 관심이 없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면 이는 ‘신은 전지, 전능하며, 선하다라는 이야기와 일치하지 않는다.


    그것도 아니라면, 악을 제거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모두 지니셨는데도 세상에는 왜 여전히 악이 존재한단 말인가?


    고로 이 모든 건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증명한다.”


    현실 생활에서 우리는 특정 명제의 진실성을 종종 확인하려 한다. 해당 명제를 사용함으로써 특정 행동으로 유도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명제의 사실과 거짓 증명을 어떻게 가려야 할까? 이는 논증과 관련된 문제로서, 일반적으로 실천 활동과 논리적 추리를 동원해 명제의 진위를 논증한다.


    실천 활동을 통한 확인은, 이를테면 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해서 환자를 검사하거나 화학실험을 한 후에 검사 결과를 통해 증세를 판정하는 것과 같다. 수박 장수가 손님에게 꿀수박이라며 작게 자른 수박을 직접 맛보도록 건넨다. 수박 장수가 권유한 수박을 한 덩이 살지 말지 소비자 스스로 결정하는 것 역시 실천 활동을 통한 논증에 속한다.


    에피쿠로스가 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펼친 논증은 논리적 추리를 통해 명제의 진위를 판단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에피쿠로스는 몇 가지 진실한 명제를 동원해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명제의 진실성을 판단했다.


    논증은 한 가지 또는 몇 가지 진실한 명제를 이용해 또 다른 명제의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사유 과정으로서, 증명과 반박 역시 논증에 포함된다.


    증명은 이미 참으로 알고 있는 명제를 토대로 또 다른 명제가 참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사유 과정이다. 증기기관의 탄생으로 인류사회의 생산방식이 수공업에서 기계공업으로 발전하면서 생산력이 대폭 향상됐다. 전기기관의 등장으로 사회 생산력이 기계화에서 전자화 단계로 진화했고, 이에 따라 사회 생산력 역시 한 단계 발전했다. 컴퓨터의 등장으로 인류사회의 생산력이 자동화 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사회 생산력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위의 사례는 곧 과학기술의 점진적 발전이 생산력의 각 요소에 영향을 줬다는 것을 설명한다. 특히 사람과 도구라는 생산구조의 혁명을 촉진함으로써 자연을 개조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결정적인 요소라는 걸 논증한다.


    이에 반해 반박은 이미 참으로 알고 있는 명제를 토대로 또 다른 명제가 거짓이라고 입증하는 사유 과정이다. 컴퓨터가 사람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미래에 인간을 대신하고 심지어 인류를 지배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관점은 결코 성립될 수 없다. 시뮬레이션 또는 인공지능은 모두 기계를 통해 이뤄지는 물리적인 과정이지만, 사회성, 능동성, 창조성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 뛰어나다는 기능 역시 인간이 설계하고 부여했다는 뜻이다. 즉 시뮬레이션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인간의 사유 활동에 동원되는 수단이자 도구에 불과하며, 인간의 의식이 구체화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컴퓨터의 특정한 기능이 인류의 일부 사유 능력을 뛰어넘는다고 해도 인간의 두뇌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고 인류를 지배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논증은 층위의 구조가 가장 복잡한 사유 형태로서 개념, 명제 등을 포함한다. 또한 추리 관계가 가장 밀접할 뿐만 아니라 앞에서 말한 지식을 모두 아우른다는 점에서 논증은 개념, 명제, 추리 및 논리적 규칙 등 지식을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일종의 창조력 넘치는 사유 활동이라 하겠다.


    논증은 과학적 가설을 제시하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모든 과학적 가설은 사실과 이미 알려진 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논리적 논증을 통해 구현되어야 한다. 논증을 거친 가설만이 맹목적인 추정으로 폄하되는 일 없이 진리를 탐색하는 발판으로 취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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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