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마천학회 김영수 이사장의 《간신-간신론(奸臣論)》은 200자 원고지 기준 총 5,000여 매 분량의 ‘간신 3부작’ 중 1부이다. 저자는 〈일러두기〉에서 책의 개관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간신이란 큰 제목 아래 모두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 〈간신론〉은 간신의 개념 정의부터 부류, 특성, 역사, 해악과 방비책, 역대 기록 등을 살핀 ‘이론편’이다. 제2부 〈간신전〉은 역대 가장 악랄했던 간신 18명의 행적을 상세히 다룬 ‘인물편’이다. 제3부 〈간신학〉은 간신의 수법만을 따로 모은 ‘수법편’이다. 이와 함께 역대 간신 약 100명의 엽기 변태적인 간행을 모아 보았다.”
《간신-간신론(奸臣論)》은 크게 9개 장으로 구성되었다. ‘간신의 글자와 뜻풀이 및 관련 용어, 간신에 대한 보다 진전된 정의(定義), 간신과 관련한 단어들과 현대판 간신 부류, 간행(奸行)을 이루기 위한 수법(手法)으로 본 간신의 특성과 공통점, 간신현상의 토양, 간신의 해악과 교훈, 그리고 방비책, 간신(奸臣)에 관한 역대 전적(典籍)들의 인식과 한계, 간신 방비를 위한 선현들의 검증법에 대한 분석, 최초의 간신(奸臣)은?’으로 이루어져 있다. 70여 점의 관련 사진 자료와 도표를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으며, 책의 말미에 특별부록으로 〈간신 지수 측정을 위한 설문 조항〉을 넣어서 ‘나의 간신 지수’를 체크할 수 있게 했다.
■ 저자 김영수
1992년 이후 역사의 대중화에 힘을 쏟아왔다. 특히 사마천의 삶과 정신, 그리고 절대 역사서 『사기』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통찰하는 데 노력했다. 중국을 제대로 알리는 일도 적극 병행하고 있다. 역사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을 150차례 이상 다녀왔다. 중국의 대중적이면서 수준 높은 연구 성과를 우리말로 옮겨 소개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60여 권의 저서와 역서를 출간했다. 최근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오십에 읽는 사기』, 『알고 쓰자 고사성어』, 『리더의 망치』(리더십 3부작), 『제왕의 사람들』 등이 있다. 번역·편역서로는 『사기』 완역작업을 필두로, 『모략고, 『모략가』(역사를 바꾼 모략의 천재들), 『간신론』 등이 있다.
김영수는 ‘응용 역사학’을 통해 역사의 대중화를 위해 유튜브를 비롯한 SNS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유튜브 “김영수의 좀 알자, 중국”, 블로그 “김영수의 사기세계”, 밴드 “좀 알자, 중국”, 페이스북 “youngsoo kim 7374” 등을 운영하고 있다.
■ 차례
일러두기
머리말
간신(奸臣)의 글자와 뜻풀이 및 관련 용어
간신의 어원과 뜻풀이-관련 용어 검토
간신(奸臣)에 대한 보다 진전된 정의(定義)
간신(奸臣)과 관련한 단어들과 현대판 간신 부류
간행(奸行)을 이루기 위한 수법(手法)으로 본 간신의 특성과 공통점
간신현상의 토양
간신의 해악과 교훈, 그리고 방비책
간신(奸臣)에 관한 역대 전적(典籍)들의 인식과 한계
간신 방비를 위한 선현들의 검증법에 대한 분석
최초의 간신(奸臣)은?
참고 자료
에필로그. 마지막 싸움이 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부록 1. 간신 관련 어록
부록 2. 간신 관련 기존 출간서의 서문 모음
부록 3. 참고문헌
특별부록. 간신 지수 측정을 위한 설문 조항
<b>간신은 어떻게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는가?<br>간신이 없는 곳은 없다. 간신은 하나의 심각한 역사현상이다. <br>간신을 막고 제거하지 못하면 그 조직은 물론 나라가 망한다. </b><br><br>간신이란 망령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배회하고 있다. 망령으로 떠돌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갉아먹고 있다. 사람들을 해치는 것은 기본이다. 선량한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죽어 나간다. 봉건시대의 찌꺼기가 어째서 지금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는 것인가? <br><br>역사현상으로서 ‘간신현상’은 여전히 잔존(殘存)하고 있다. 부분적 잔존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 그 본질적 원인을 역사적으로 현실적으로 따져야 한다. 특히 신종 간신 부류는 학력과 스펙(spec)을 기반으로 부와 권력, 기득권, 시스템과 정보 를 독점하여 부도덕한 사이비 ‘엘리트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인맥과 피를 섞는 혼맥(婚脈)으로 기득권을 다지는 것은 물론, 이렇게 해서 탈취하고 갈취한 부와 권력을 세습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머리말〉 중에서
간신-간신론
간신(奸臣)에 대한 보다 진전된 정의(定義)
간신에 대한 진전된 정의
간신의 출현 배경은 사유제와 국가, 그리고 권력이다. 여기에 개인의 열악한 인성이 결합됨으로써 하나의 역사현상으로서 간신이 전격 출현했다. 간신은 인성이란 면에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저열하고 비열한 자로서, 사리사욕을 위해 권력을 탈취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간신은 권력 탈취를 위해 권력자의 환심을 사는 데 온 힘을 쏟는다. 권력을 쥐면 역사상 탐관이 보여준 공통된 특징인 탐재·탐권·탐색·탐위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간신은 소인배의 저급한 인성과 탐관의 특성 및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사악한 부류의 관리들이 보여준 특성을 한 몸에 지닌 자로서 그들이 저지른 짓거리, 즉 간행(奸行)의 결과는 작게는 나라와 백성을 구렁텅이에 빠뜨리며 크게는 나라를 망하게 만든다.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간신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첫째, 역사적으로 간신은 어느 시기에나 존재했고, 단 한 번도 완전히 박멸된 적이 없는 존재다. 또, 하나의 현상이자 보편적 현상으로서 세상에 워낙 크고 나쁜 영향을 미쳤고, 여전히 미치고 있기 때문에 특수한 역사현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간신은 보통명사이자 특수명사의 성격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 간신은 하나의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역사현상으로 역사적으로 청산해야 할 대상이다. 공소시효 없는 역사의 법정에 세워 치욕스러운 역사의 기둥에 영원히 못 박아야 할 존재다.
둘째, 간신은 또 사회적으로 각종 해약을 끼치는 사회적 현상이다. 사회적 기풍을 타락시키고 사회를 크게 오염시키는 존재다. 따라서 사회적 차원에서 윤리·도덕적으로는 물론 사회제도적으로 뿌리를 뽑아야 할 악성 종양이다. 간신은 역사적 현상이자 사회적 현상이다.
셋째, 간신은 경제적으로 탐욕과 사리사욕을 위해 경제기초와 산업기반을 파괴하고, 나아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들의 생업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피해를 주는 존재다. 경제적으로도 없어져야 할 열악한 존재다. 간신은 경제와 산업, 국민들의 생업을 파괴하는 존재다.
넷째, 역사적 실체로서 간신의 가장 큰 특징은 ‘사탐일무(四貪一無)로 요약할 수 있다. 즉, 탐욕(貪慾)을 바탕으로 ‘탐권, ‘탐위, ‘탐재, ‘탐색의 ‘사탐과 부끄러움을 모르거나 아예 없는 ‘무치(無恥)의 ‘일무이다. 그리고 간신의 탐욕 내면 한층 더 깊은 곳에는 자기보다 잘나고 잘사는 반듯한 사람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시기(猜忌)와 질투(嫉妬), 그리고 증오(憎惡)가 웅크리고 있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요약하자면, 간신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사탐일무를 가장 큰 특징으로 하는 사악한 존재들이 저질러 온 지극히 부정적인 역사적 현상이자 사회적 현상이며 동시에 경제적 현상으로 사회와 나라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방위적으로 철저하게 박멸해야 할 대상이다.
간신(奸臣)과 관련한 단어들과 현대판 간신 부류
‘검간(檢奸)과 ‘판간(判奸)은 우리 현대사에 있어서 가장 추악한 간신 부류로 떠올랐다. 사법고시라는 봉건시대 과거제의 잔재를 통해 검사나 법관이 되어 갖은 특권을 독차지하여 법을 농단하는 최악의 고위 공직자 간신들로서 우리 사회에 가장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 존재들이 되고 있다. 당연히 다른 부류의 간신들 특히 ‘언간(言奸)과 ‘정간(政奸), ‘관간(官奸), ‘학간(學奸), ‘상간(商奸)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기득권을 마음껏 누렸고, 여전히 누리고 있다.
또 공직에서 물러나면 이른바 전관예우라는 부정한 특권을 한껏 누릴 뿐만 아니라 끈끈한 혼인관계 등으로 기득권과 특권을 세습적으로 누리는 가장 악질적인 간신 부류다. 이들은 공직에서 물러나면 대부분 전과 같은 일을 하는 ‘변호사로 변신하여 누렸던 특권과 부를 다시 누린다. 이런 점에서 변호사 일을 간신 부류는 ‘변간(辨奸)으로 분류할 수 있다. 검간, 판간, 변간은 모두 ‘법이라는 깊은 뿌리에 기생하면서 공생하는 간신 부류들이라 뭉뚱그려 ‘법간(法奸)이라 부를 수 있다. 일찍이 사마천은 이 ‘법간들에 해당하는 존재들에 주목하여 혹리열전이라는 탁월한 역사 기록을 남겼다.
다음으로 ‘군간(軍奸)이 있다. 군 고위직 출신으로 권력을 찬탈하거나 권력에 빌붙어 권세를 누리는 간신들이다. 문민정부 이후 그 기세가 많이 꺾이긴 했지만 언제든지 발호할 수 있는 막강한 조직을 가진 자들이다. 당연히 ‘정간과 결탁되어 있다. ‘군간은 자신의 가장 중요하고 신성한 책무인 나라와 국민의 안위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물론, 일신의 영달을 위해 권력에 아부하고 외세에 꼬리도 친다.
경제 방면에 종사하는 간신 부류로 과거 ‘간상이라 불렸던 ‘상간(商奸)이 있다. 역시 ‘정간과 결탁되어 이른바 ‘정경유착(政經癒着)이라는 폐단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상간은 경제력이라는 가장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여러 부류의 간신들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나라까지 뒤흔들 정도로 엄중한 간행을 저지르고 있다. 특히 ‘상간은 어떤 간신 부류도 가리지 않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결탁한다. 자신의 탐욕만 채울 수 있다면 악마와도 거래할 수 있는 부류다.
다음으로 ‘교간(敎奸)이 있다. 최근 들어 부쩍 기세를 올리고 있는 종교계의 간신들을 말한다. 여기에는 미신, 무속과 같은 유사종교의 간신들도 당연히 포함된다. 이들은 종교를 앞세워 혹세무민(惑世誣民)은 기본이고 그 밖에도 온갖 해약을 끼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간을 비롯한 여러 부류의 간신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그 세를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특히 무지몽매한 ‘간민(奸民)들을 동원하여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나아가 나라의 기강까지 흔들어 댄다. 이들의 우두머리들의 행태를 보면 윤리·도덕적 타락은 기본이고,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상식과 기본조차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기풍의 타락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간신은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다.
간신 내면의 정신세계는 ‘시기(猜忌)와 ‘질투(嫉妬)로 가득 차 있다. ‘시기는 누군가를 샘내서 미워한다는 뜻이고, 질투도 비슷하게 누군가를 시샘하고 그 사람을 헐뜯는다는 뜻이다. 어느 정도의 시기와 질투심은 누구나 갖고 산다. 시기와 질투는 인간의 본성에 가깝기 때문이다.
간신의 정신은 권력과 이익에 대한 탐욕(貪慾)과 집착(執着)으로 뒤틀려 있다.
간신은 의심(疑心)이 많고 변덕스러우며 수시로 변신하는 존재다.
간신은 교활(狡猾)과 음험(陰險)을 본성으로 한다.
간신은 이리처럼 잔인(殘忍)하고, 전갈처럼 악독(惡毒)하다.
간신현상의 토양
현재는 절대 권력과 절대 권위를 기초로 하는 왕조 체제는 사라졌고, 체제의 핵심인 제왕도 없고, 그 제왕을 그림자처럼 따르면서 수발하는 환관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신과 간신현상이 여전히 존재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어떤 체제든 어떤 제도든 모두 인간이 작용한다. 모두 인간이 작동시킨다. 그렇다면 간신과 간신현상의 진정한 토양은 인간이다. 즉, ‘인간의 토양이다. ‘인성의 약점을 가진 인간이다. 바로 우리 자신이다.
간신과 간신현상을 지탱하는 두 개의 커다란 기둥이자 간신의 모든 것은 권력과 돈이다. 따라서 이 두 기둥을 뽑을 때는 확실하게 뿌리까지 송두리째 뽑고 그 자리조차 남기지 않아야 한다.
간신의 감정표현은 누구보다 풍부하여 때로는 너무나 인간적이라는 착각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해서 살피면 감정의 변화와 기복이 결코 정상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간신의 약점이다. 특히 과장된 언행에 주의해야 한다. 그 과장은 위장일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간신은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사람이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뛰어나거나 그런 평가를 얻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친다.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반드시 해친다. 이때 간신이 구사하는 수단과 방법을 잘 살펴야 한다.
간신(奸臣)에 관한 역대 전적(典籍)들의 인식과 한계
공자(孔子)는 나라와 백성을 해치는 간신과 같은 신하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꼽은 것이다. 그리고 이 부류의 특징은 간신의 특징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 따라서 이 기록대로라면 공자는 간신과 같은 부류의 신하들에 대해 상당히 진지하고 심각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런 부류들을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한 점은 눈여겨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간신에게 쓸데없는 아량을 베풀었다가 얼마나 큰 낭패를 보았는가 생각하면 공자의 단호함은 전적으로 옳다.
모든 소인배가 간신은 아니지만, 간신은 예외 없이 모두 소인배다. 이런 점에서 소인에 관한 공자와 유가(儒家)의 관점은 참고할 만하다. 《논어》에 언급된 군자는 약 100항목(정확하게는 107항목)이 넘고, 소인은 약 20항목에 이른다.
사람을 평가할 때 ‘육척사은을 보라는 대목은 마치 지금의 공직자 인사검증 때 살피는 기본과 거의 일치한다. 여불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잘 드러나지 않는 네 종류의 사람, 즉 ‘사은까지 살피라고 말한다. 이렇게 사람을 평가하고 검증하면 아무리 비를 잘 피한다고 해도 비에 젖지 않을 수 없듯이 검증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간신과 간신현상의 근원도 ‘육척사은(六戚四恩, 교제하는 벗, 오랜 친구, 이웃, 가까운 신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간신을 척결하고 간신현상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육척사은에 대한 철저한 응징이 함께 따라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법적응징은 물론, 사회적 응징과 역사의 응징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인사검증, 특히 고위 공직자나 사회 지도층에 대한 검증과정에 친인척과 주변에 대한 검증까지 포함시키는 법적 제도적 장치까지 보완된다면 간신 척결은 훨씬 더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비자(韓非子)는 다음과 같이 당시의 상황을 전하면서 ‘망국의 풍조라며 탄식하고 있다. 지금 우리 상황과 대비시켜 이 대목을 읽어 보면 자신도 모르게 섬뜩해진다.
“잘나고 못나고를 구분하지 않고, 공이 있고 없고도 논하지 않으며, 제후들이 천거하거나 좌우 근신들의 말만 듣고 무조건 등용한다. 부형과 대신들은 위로 군주에게 관직과 봉급을 청하여 이를 아래에다 팔아 재물을 긁어모은다. 그러다 마침내 사사로이 붕당을 조직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래서 재물이 많은 자는 돈으로 관직을 사서 귀하게 되고, 왕실·근신들과 친분이 있는 자들은 그들을 이용하여 귀한 몸이 된다. 공로 있는 신하가 심사에서 제외되고, 승급의 기준은 무너진다. 관리들은 직무수행에 힘쓰지 않고 사교에만 힘쓰며, 일은 내팽개친 채 재물을 탐하기에 혈안이 된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재능 있는 인재라 해도 게을러져 노력하지 않을 것이며, 공이 있는 자도 게을러져 업무를 소홀히 할 것이다. 이것이 망국의 풍조다.”
간신의 가장 중요한 특기가 바로 권력자의 취향을 잘 파악해서 그에 맞추고, 나아가 그 취향을 부추겨 사치와 방탕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다. 또 끊임없이 다른 오락거리나 놀이를 가져와 권력자를 꼬드긴다. 그런가 하면 자신들이 언행과 복장 등을 어리석은 백성들이 따라 하게 만든다. 말하자면 유행을 주도하여 민간의 기풍을 흐리게 만들고, 나아가 민심을 농락하여 자신의 간행을 감춘다. 이런 현상은 옛날은 물론 지금도 횡행하고 있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따른다고 했다. 리더의 언행은 ‘소리 없는 명령이란 말까지 나왔다.
중국 전국 시대 초나라의 정치가이자 시인인 굴원(屈原)은 나라가 약해져서 망하는 원인을 구체적으로 네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간신의 말만 듣고 옳고 그른 것을 가리지 못하는 리더(군주)의 못난 판단력과 분별력을 지적했다. 둘째, 리더가 이런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되는 요인으로서 아첨하는 무리를 꼽았다. 셋째, 아첨하는 간신배들은 권력자와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공명정대한 사람을 해친다. 넷째, 결과적으로 바르고 곧은 사람들은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쫓겨난다. 굴원은 조정에서 쫓겨났고, 이에 대한 강렬한 항거의 표시로 돌을 품고 멱라수에 걸어 들어가 스스로 몸을 가라앉혀 자결했다.
기득권층이 법 조항을 왜곡하다 보면 스스로 자기 덫에 빠지기 마련이다. 자기들끼리 서로 원수가 되어 죽고 죽이는 현상이 벌어졌다. 정치적인 이해관계나 권력 문제 때문에 붕당이 결성되고, 실세가 누구냐에 따라 반대당은 처참하게 숙청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에 앞장선 혹리들의 최후 또한 대부분 비참했다. 바로 전 세대의 급암(汲黯)이나 정당시(鄭當時)는 비교적 편하게 삶을 마감했다. 죽고 난 다음에는 존경까지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주양유(周陽由)처럼 효수형과 같은 잔혹한 형벌을 받고 죽는 것은 물론 만인으로부터 저주까지 받는 혹리들이 속출했다. 주양유는 사형되어 저잣거리에 버려졌다.
“모함꾼과 아첨꾼은 모두가 소인으로 같은 부류이지만 재주가 다른 자들이다. 그들은 모두 시기와 질투의 본성을 갖고 있으나 수단과 동기는 같지 않다. 모함꾼은 입으로 사람을 해치며, 아첨꾼은 일로 사람을 위협한다. 모함꾼은 자신의 의견을 감추지 않지만, 아첨꾼은 동기를 숨긴다. 모함꾼은 속이지 않지만, 아첨꾼은 음모를 꾸민다. 그렇기 때문에 군주가 모함꾼을 멀리하고 어진 이를 가까이할 수는 있지만, 현명한 사람과 아첨꾼은 구별하지 못한다.”
간신 방비를 위한 선현들의 검증법에 대한 분석
국가와 기업을 비롯한 모든 조직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여러 요인들 중 가장 심각하고 중대한 하나를 들라면 망설임 없이 ‘공사분별 또는 ‘공사구분을 들겠다. 이 문제는 인간의 이기적 본능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하다. 개인의 이기심이 극대화되면 탐욕으로 변질되고, 모든 일을 사리사욕을 앞세워 처리한다.
탐욕에 뿌리를 둔 사리사욕은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해친다. 탐욕과 사리사욕이 집단화되면, 간신이 패거리를 지어 간행을 저지르면, 개개인뿐만 아니라 그 집단 전체가 부패하고, 나아가 인간으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과 윤리도 깡그리 무시당한다. 그 결과 조직과 나라가 망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공사분별의 실천은 노블레스(noblesse) 오블리주(oblige)를 이끌어낸다. 즐, 백성들의 존경을 받음으로서 ‘고귀한 인격의 소유자로 거듭나고, 그 존경과 고귀함을 다시 백성을 위한 노력과 봉사로 되돌림으로써 공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게 되는 것이다.
칠류(七謬), 사람을 감정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일곱 가지 오류가 있다. 한 사람의 명예를 살필 때 나타나는 편견의 오류, 사물을 대할 때 나타나는 좋고 싫음의 오류, 마음을 가늠할 때 나타나는 크고 작음의 오류, 소질을 품평할 때 나타나는 설익고 조숙함의 오류, 인재의 유형을 가릴 때 나타나는 동일성의 오류, 인재의 재능을 논할 때 나타나는 긍부정의 오류, 기발한 인재를 살필 때 나타나는 진정 기이한 인재인가 빈 인재인가 헛갈리는 판단의 오류가 그것이다.
역사는 너무 잘 보여준다. 어느 시대가 되었건, 어느 나라가 되었건, 어떤 리더가 되었건 인재를 잘 살펴 기용해야만 번영했고, 소인배 간신이 뜻을 얻으면 쇠퇴하거나 망했다는 사실을! 만약, 내 조직과 내 나라가 침체에 빠지고 인심이 흩어져 있다면 사람을 식별하고 인재를 기용하는 방면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지금 목격하고 있는 간신현상의 뿌리를 캐다 보면 결국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한 치명적 실책과 오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신은 ‘칠류(七謬)와 같은 인식의 허점과 오류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오류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차가운 이성(理性)에 굴복할 줄 알아야 한다.
마지막 싸움이 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거듭 말하지만 간신은 용서의 대상도, 타협의 대상도, 무시의 대상도 아니다. 간신은 처리해야 하고, 처단해야 하고, 처벌해야 하는 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간신현상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라도 철저하게 처절하게 단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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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