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육계』는 내용이 간략하지만 매우 실용적이라 군사 외에 조직이나 경영에서도 바로바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역대 병법서를 비롯해 다양한 전적에서 전략 전술의 정수들만 추출하여 승전계(勝戰計)-적전계(敵戰計)-공전계(功戰計)-혼전계(混戰計)-병전계(幷戰計)-패전계(敗戰計)의 여섯 개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다양한 상황에 적용하도록 체계를 잡은 것도 큰 특징이다.
이번 개정증보판은 오탈자를 바로잡는 작업은 물론 중국에서 출간된 관련 책들을 참고하여 경영사례나 활용법을 간단하게 더 보탰다. 『삼십육계』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 36개의 모든 계책이 기업경영과 사회생활에 폭넓고 깊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몇 개의 계책을 마치 ‘연환계(連環計)’처럼 엮어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런 점에 맞추어 이번 개정증보판에서는 경영사례와 몇 개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있는 활용법을 보완했다.
『삼십육계』는 어려운 병법서에 그치지 않고 알기 쉽게 각 항목마다『삼국지』사례 36가지와 기존의 [경영 사례] 36가지에 추가로 36가지를 더해 총 72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개정증보판『삼십육계』에 소개된 총 108가지 사례들을 자신이 처한 상황에 잘 적용해서 실전에 사용한다면 개인적인 인생처세와 회사 경영에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113개의 도판 자료와 50여 개의 도표를 실어서 책의 가독성과 소장가치를 높였다.
부록으로 『삼십육계』의 주요 사상, 특징, 명언명구, 핵심 일람표, 비즈니스에서 가장 많이 활용된 열 가지 전략표, 『삼십육계』가 사용된 전략과 사례, 종합 분석표 등도 실려 있어 여러 각도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 저자 김영수
1992년 이후 역사의 대중화에 힘을 쏟아왔다. 특히 사마천의 삶과 정신, 그리고 절대 역사서 『사기』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통찰하는 데 노력했다. 중국을 제대로 알리는 일도 적극 병행하고 있다. 역사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을 150차례 이상 다녀왔다. 중국의 대중적이면서 수준 높은 연구 성과를 우리말로 옮겨 소개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60여 권의 저서와 역서를 출간했다. 최근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오십에 읽는 사기』, 『알고 쓰자 고사성어』, 『리더의 망치』(리더십 3부작), 『제왕의 사람들』 등이 있다. 번역·편역서로는 『사기』 완역작업을 필두로, 『모략고, 『모략가』(역사를 바꾼 모략의 천재들), 『간신론』 등이 있다.
김영수는 ‘응용 역사학’을 통해 역사의 대중화를 위해 유튜브를 비롯한 SNS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유튜브 “김영수의 좀 알자, 중국”, 블로그 “김영수의 사기세계”, 밴드 “좀 알자, 중국”, 페이스북 “youngsoo kim 7374”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고대 중국의 병법서 『삼십육계』의 36개 전략을 현대 경영과 사회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삼국지』와 경영 사례를 통해 심리적 통찰과 전략적 사고를 다룹니다. 기업 경영자부터 전략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지침서입니다.
중국 최고의 실용서 삼십육계
서장
『36계』는 어떤 병법서인가?
《36계》는 풍부한 처세 철학을 내포하여 많은 사람이 즐겨 읽었기 때문에 목판 등으로 간행하거나 필사되긴 했지만, 당시 지식인들이 서가에 내놓고 드러내는 일은 꺼려 한 것 같다. 체계가 반듯하지 못하고 그 내용 대부분이 얼핏 보면 속임수에 가깝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36계》가 1941년 세상에 다시 나타나고 학자는 물론 일반인까지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36계》는 시류를 타고 대량으로 출판되었다. 특히 개혁개방 이후 《36계》는 병법서의 범위를 벗어나 인간 관계와 처세, 조직과 경영 등 사회 전반에 두루 활용되는 영향력이 막강한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36계》는 병법서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손자병법》만큼이나 일상생활에서 폭넓게 인용되고 활용된다. 《36계》에 포함된 다양한 고사와 교훈이 현대인의 복잡한 생활과 여기에서 비롯되는 각종 골치 아픈 문제를 푸는 실마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승전계(勝戰計)
만천과해(瞞天過海)
《36계》 승전계의 첫 계이자 36계 전체의 첫 계인 ‘만천과해는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넌다는 그 뜻부터가 거창하다. 하지만 그 의미는 대단히 심장하다. 모든 사물의 상대성에 주목하여 이를 음양의 이치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만천과해(瞞天過海)에 견줄 만한 경영 사례는 1960년대 디즈니월드의 건설부지 매입 전략을 들 수 있다. 디즈니는 디즈니월드 건설부지를 확보하려고 3만 에이커에 달하는 부지를 따로따로 떼어서 익명으로 매입했다가 나중에 이들을 모두 합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부지 매입에 따른 땅값 상승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디즈니는 익명으로 부지를 따로따로 매입하여 부동산업자와 투기꾼들의 의심을 피하는 ‘만천과해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만천과해는 일상 속에, 평범함 속에, 같은 것 속에 나의 의도를 감춰서 일을 성사시키는 전략이다. 『손자병법』의 “수비에 능한 자는 땅 깊숙이 잠복하고, 공격에 능한 자는 하늘에서 떨어지듯 공격한다”라는 대목이 떠오른다.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을 빌려 상대를 제거한다. 적은 이미 분명해졌으니 친구가 정해지지 않았을 땐 친구를 끌어들여 적을 속이면 내 힘을 내지 않아도 된다. 《주역》 ‘손(損)괘의 이치다.
승전계 제3계 ‘차도살인은 자신의 실력을 보존하기 위해 상호 모순과 갈등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모략이다. 적의 움직임이 분명해졌다면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친구, 즉 잠재적 동맹자를 온갖 방법으로 유인하여 한시라도 빨리 적을 공격하게 한다. 그러면 자신의 주력은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차도살인(借刀殺人)의 성공 사례는 보는 사람의 무릎을 치게 할 정도로 기가 막히다. 그중에서도 삼국시대 주유가 채모(蔡瑁)와 장윤(張允)을 죽인 사건은 이 모략의 대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군대는 수전에 익숙하지 못해 수전 경험이 풍부한 형주의 패장 채모와 장윤을 기용, 하룻밤 사이에 수군을 훈련하여 수전 능력을 크게 향상시켜 놓았다. 장강 방어를 책임진 주유에게는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 없었다. 주유는 궁리 끝에 조조의 참모이자 자신의 오랜 친구인 장간(蔣干)이 자신을 찾아온 것을 이용하여 술자리를 마련하고 채모와 장윤의 거짓 투항서를 교묘하게 노출시켰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차도살인의 절묘한 사례는 주유가 연출하고 장간이 춤추고 조조가 칼을 휘둘렀다.
이일대로(以逸待勞)
이일대로(以逸待勞)는 새로운 전장을 파악하고 선점하여 진지를 구축한 뒤 느긋하게 상대를 기다리는 전략이다. “강한 두 세력이 부딪치면 굽힐 줄 아는 쪽이 이긴다”는 노자의 말이 정곡을 찌르는 지혜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이일대로는 ‘위위구조(圍魏救趙)와 함께 구사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1980년대 일본 아사히 맥주는 소비자의 구매 습관이 변하는 상황에 주목하고 월마트와 비슷한 전략을 구사했다. 그리고 선두주자 기린 맥주를 뛰어넘을 준비를 해나갔다. 여성들이 주점이 아닌 슈퍼마켓에서 맥주를 사는 경향이 크게 증가하는 현상에 맞춰 슈퍼마켓, 식품 잡화점, 대형마트와의 판매 관계를 강화한 것이다.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에서 소리 지르고 서쪽을 공격한다. 적이 투지를 잃고 혼란에 빠져 어찌할 줄 모르는 상황은 홍수가 대지를 뒤엎은 ‘곤하태상(坤下兌上)괘와 같으니 적이 주체하지 못하는 틈을 타서 취하라.”
‘성동격서는 《주역》 ‘곤하태상괘의 이치를 운용하고 있다. ‘곤하태상에서 ‘곤은 땅, ‘태는 물이다. 물이 땅 위에 있는 형상으로 홍수가 넘치는 혼란과 궤멸의 상을 말한다. 적이 이런 상황이라면 통제 불능일 것이다. 바로 이런 형세를 파악하여 기민하게 적을 궤멸시키되, 원하는 곳을 바로 공략하지 말고 다른 곳을 공격하는 척하여 적을 또 한 번 혼란에 빠뜨쳐 완전히 전세를 장악하고 그 기세도 원하는 곳을 치라는 뜻이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동영상 콘텐츠를 구현하는 아이팟을 출시하기 전의 일이다. 잡스는 경쟁 상대의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해 영화나 동영상 따위를 보면서 운전할 수 없다는 둥 배경 활동으로 음악만 한 것이 없다는 둥 연막술을 펼쳤다. 소니를 비롯한 경쟁 상대들이 이에 현혹되어 아이팟 같은 기기에다 동영상을 구현할 생각을 못 하는 상황에서 잡스는 동영상 구현이 가능한 아이팟을 출시하여 단숨에 시장을 석권했다.
잡스가 구사한 전략이 바로 ‘성동격서(聲東擊西)다. 이 전략은 유지하기 힘든 비밀을 최대한 지켜야 한다는 취약점 때문에 자주 활용하지는 않지만 정확하게 실행하고 예상대로 맞아떨어진다면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략으로서 ‘성동격서는 먼저 동쪽을 만들어 내는 단계, 다음으로 소리를 만들어 내는 단계, 끝으로 서쪽을 치는 단계가 일사불란하게 순서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성동을 무리하게 진행해서도 안 되고, ‘격서의 시기를 그르쳐서도 안 된다. 스티브 잡스는 시대를 이끌어 간 선구자이자 대단한 전략가였다. 애플을 상징하는 아이폰은 인류의 생활 방식을 크게 바꿔 놓았다.
적전계(敵戰計)
소리장도(笑裏藏刀)
“웃음 속에 칼을 감춘다. 믿게 만들어 안심시키고 은밀히 도모하되 만반의 준비를 한 뒤에 움직여야지 변동이 생기게 해서는 안 된다. 겉으로는 유순한 것 같지만 본바탕은 단단하다.”
삼국시대 동오의 여몽은 관우가 위나라 번성을 공격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 틈에 형주를 빼앗으려 했다. 여몽은 중병 핑계를 대고 건업으로 되돌아온 다음 무명의 육손을 우도독(右都督)에 앉혀 자기 대신 육구(陸口)를 지키게 했다.
육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관우의 세력을 마비시키기 위해 겉으로는 화해를 청하면서 뒤로는 싸움을 준비하는 두 가지 수를 활용했다. 그는 우도독에 부임하자마자 관우에게 편지를 보내 그의 명성과 권위를 한껏 치켜세웠다. 그러고는 자신은 이런 자리를 맡을 능력이 없는 서생일 뿐이니 모든 것을 관우의 명성에 의지하겠다는 등 관우의 주의력을 조조 쪽으로 돌렸다.
동오는 육손의 전략과 동시에 조조와도 관계를 맺음으로써 양면 전투를 피했다. 그리하여 관우가 동오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오로지 번성 공격에만 힘을 집중하는 동안 여몽은 전함을 장사꾼들의 배로 가장하여 서서히 대군을 이끌고 강을 따라 북상한 뒤 기습적으로 형주를 빼앗았다. ‘소리장도(笑裏藏刀)는 상대의 의중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 있어야 효과를 발휘한다. 여몽은 관우를 잘 알고 있었다.
공전계(功戰計)
타초경사(打草驚蛇)
“물을 들쑤셔 뱀을 놀라게 한다. 의심스러우면 실상을 정확하게 살피고 움직인다. 반복해서 두드리고 살피는 것은 숨거나 감춰진 적을 발견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타조경사는 본래 생활 상식인데 점차 군사 영역에 차용되었다. 당나라 때 단성식이 편찬한 《유양잡조(酉陽雜俎)》를 보면 오대시대에 왕인유가 수집한 고사가 있고, 《개원천보유사(開元天寶遺事)》에도 기록이 나온다.
1982년 파산 직전의 크라이슬러 경영을 맡은 아이아코카는 4년 연속 적자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뒤 재도약을 위한 경영 전략으로 ‘타초경사(打草驚蛇)를 활용했다. 지난 10년 동안 생산이 중단된 컨버터블 자동차를 재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주위에서는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고, 경영진은 대부분 반대하고 나섰다. 자동차에 에어컨이 장착된 뒤로 지붕이 없는 컨버터블은 사실 의미 없는 차종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아코카의 판단은 달랐다. 그는 수제로 멋진 컨버터블을 만들게 하여 교통이 혼잡한 도로로 직접 차를 몰고 나갔다. 교통체증이 심하고 유동 인구가 많은 혼잡한 도심에 느닷없이 나타난 컨버터블은 수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아이아코카는 다음 단계로 이 차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쇼핑센터, 대형 슈퍼마켓에 전시하기 시작했다. 아이아코카의 승부수는 멋들어지게 적중했고, 고가의 컨버터블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판매량을 올리며 크라이슬러의 경영을 확실한 성공 궤도에 올려놓았다. 새로운 상품은 왕왕 기업 생존의 관건이 된다. 위험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다. 이때 대량 생산에 앞서 시장의 분위기와 반응을 탐색하는 ‘타초경사는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보편화된 시음, 시식, 시운전 같은 판매 방식과 전략이 모두 ‘타초경사와 맥을 같이한다.
‘타초경사는 시장 변화에 대한 날카로운 촉이 전제되어야 하고, 전략적 타깃이 정확해야만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저가 상품은 ‘박리다매(薄利多賣)를 전제로 공략층이 넓어야 하고, 고가 상품은 특정 구매자를 정확하게 겨냥해야 한다.
포전인옥(抛磚引玉)
“벽독을 버려서 옥을 가져온다. 모종의 비슷한 것으로 적을 유혹하여 유혹에 넘어간 무지몽매한 자를 치는 것이다.”
이 계책을 군사에서 사용할 때는 먼저 비슷한 사물로 적을 유혹하고 속여서 내가 쳐 놓은 영역으로 빠뜨린 다음에 공격하는 것이다. ‘벽돌은 작은 이익을 가리키는 미끼에 해당하고, ‘옥은 작전의 목적으로 큰 승리를 가리킨다. 벽돌을 버리는 것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고, 옥을 가져오는 것은 목적이다.
제갈량이 북벌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만난 가장 노련한 상대는 사마의(司馬懿)였다. 사마의는 제갈량을 제대로 이해했고, 따라서 군사적으로 대단히 신중했다. 제갈량으로서는 아주 상대하기 힘든 적수가 아닐 수 없었다. 제갈량은 사마의를 제거하기 위해 ‘포전인옥(抛磚引玉) 계책을 사용하기로 했다. 제갈량은 호로곡에다 군대를 매복시켜 놓고 고상(高翔)에게 식량을 운반하기 위해 말이나 소 모양으로 만든 나무 수레인 목우유마(木牛流馬)를 이용하여 산 위로 식량을 운반하게 했다. 적이 식량을 탈취하도록 일부러 던지는 미끼였다. 이와 함께 위연(魏延)에게 5백 명의 군사로 위의 군영을 공격하게 했다. 사마의는 군영을 나와 싸웠다. 위연은 패하는 척 달아났고, 사마의는 이를 뒤쫓다가 계곡에 매복해 있던 제갈량의 공격을 받아 큰 곤욕을 치렀다.
혼전계(混戰計)
혼수모어(渾水摸魚)
“물을 흐려 물고기를 잡는다. 적 내부의 혼란을 틈타 그 허점과 주관이 없는 것을 이용하라. 이는 《주역》의 ‘수(隨)괘처럼 밤이 되어 집에 가서 쉰다는 뜻이다.”
‘혼전모어 계책에서 인용하는 《주역》의 ‘수괘는 우레가 연못 속으로 들어가고, 날이 추우면 대지가 얼고, 만물이 몸을 움츠린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사람도 이처럼 천사에 맞춰 휴식을 취한다는 의미다. 적이 혼란스러워진 틈을 타서 그 힘이 허약하고 주관이 없는 것을 이용해 사람이 때가 되면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내게 순종하도록 만들라는 것이다.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군대는 대패했다. 주유는 승리의 여세를 몰아 남군(南郡)까지 취하기로 하고 공세를 이어 갔다. 주유는 조인에게 승리를 거두고 바로 남군으로 군대를 몰아 진격했다. 주유가 남군의 성 밑까지 밀고 들어갔지만 남군의 성에는 촉한의 깃발만 나부낄 뿐이었다.
저간의 사정을 보면 조운은 일찌감치 제갈량의 명령에 따라 주유와 조인이 격전을 벌일 때 크게 힘들이지 않고 남군을 취했던 것이다. 제갈량은 입수한 병부(兵符)를 이용하고, 밤을 틈타 조인에게 사람을 보내 구원하게 하여 형주와 양양(襄陽)까지 쉽게 손에 넣었다. 제갈량은 주유가 조인과 싸우는 혼란한 틈을 타서 남군을 비롯해 가장 중요한 형주와 양양을 얻는 ‘혼수모어(渾水摸魚) 계책을 잘 구사한 것이다. 이로써 자신이 구상해 온 ‘천하삼분의 큰 그림을 위한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뗄 수 있었다. 주유는 적벽대전의 승리를 몰아 남군까지 차지하려 했으나 제갈량의 ‘혼수모어 책략에 말려 패퇴했다.
병전계(幷戰計)
지상매괴(指桑罵槐)
“뽕나무를 가리키며 느티나무를 욕한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통제하려면 경계의 방법으로 유도해야 한다. 《주역》의 ‘사(師)괘 풀이처럼 때로는 강경한 수단으로 결단해야 상대를 복종시킬 수 있다.”
미국의 작은 마을에 사는 캐서린 클락은 베이커리 영업을 시작으로 크게 성공한 기업가다. 그녀는 마을에 빵집을 내면서 자기 나름의 엄격한 경영 원칙을 세웠다.
첫째,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했다. 실제로 빵을 싸는 포장지에 원가와 이윤을 솔직하게 표기했다. 둘째, 빵의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신선한 먹거리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면서 3일이 넘으면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금은 하루 이틀을 넘기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당시만 해도 대단한 결단이었다.
두 딸은 그걸 다 지키면 이익은커녕 손해가 날 것이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캐서린은 자신의 원칙을 고수했다. 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는 의심을 사거나 신뢰에 금이 가면 치명적이라는 확고한 경영 철학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캐서린의 판매 전략은 ‘지상매괴(指桑罵槐)를 응용한 것이다. 캐서린이 표방한 ‘가장 신선한 먹거리는 ‘지상에 해당하는데, 그 이면에는 다른 빵집의 빵을 염두에 둔 ‘매괴 전략이 내포된 것이었다. 기업 경영의 가장 큰 특징은 통일성과 협력성이다. 어느 한 부분에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소비자의 건강과 관련한 먹거리 사업은 더 그렇다. ‘지상매괴는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압박할 때 사용하지만, 경영에서는 강경한 태도와 확고한 결단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얼마든지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이다.
패전계(敗戰計)
주위상계(走爲上計)
“줄행랑이 상책이다. 전군이 퇴각하여 강한 적을 피하는 것이다. ‘군사가 잠시 왼쪽으로 물러나 포진하는 것은 허물이 아니고 병법의 이치를 잃는 것도 아니다”라는 《주역》의 ‘사(師)괘와 같은 이치다.”
1960년대 경제 불황이 세계를 덮쳤다. 사업 확장을 꾀하던 히타치는 이를 전격 중단하고 향후 시장 상황을 점검하여 다른 분야로 관심을 돌리는 한편 자금을 축적해 나갔다.
1962년부터는 미츠비시, 도시바 등도 잇따라 침체기를 맞이했다. 1960년대 후반 들어 경기는 회복세를 탔고, 히타치는 축적된 자금으로 재투자를 시작하여 전보다 더 크게 발전했다. 히타치는 ‘주위상계(走爲上計)를 정확히 구사했다.
‘주위상계는 그냥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자존심 때문에 이 전략을 꺼려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영인은 위기에 봉착했을 때 훗날을 기약하려면 무엇이 최선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진짜 위기라고 판단되면 자존심은 버려야 한다.
‘주위상계를 구사할 때는 임기응변이 변수다. 달아나면서도 주위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고 파악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임기응변할 수 있고, 나아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는 기동력, 반응력, 정보 수집의 수준이 대단히 높기 때문에 달아나더라도 제대로 달아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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