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지은이 : 아리스토텔레스 (지은이), 박문재 (옮긴이)
출판사 : 현대지성
출판일 : 2024년 06월




  • 플라톤의 이상주의와 대비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주의적 관점은 특히나 요구사항이 첨예하고 복잡다단한 이익단체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오늘날 정치 현장에서 실천적 지혜를 찾는 이들에게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가정과 국가

    국가의 형성 과정

    일상적이지 않은 필요들을 위해 여러 가정이 모여 생긴 최초의 공동체가 부락이다. 부락의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는 어떤 사람이 같은 젖을 먹고 자란 자들이라 부른 아들들과 손자들이 분가해 근처에 정착하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 국가들은 왕이 다스렸고, 이민족의 국가들은 지금도 여전히 왕이 다스린다. 왕의 지배를 받고 있던 사람들이 서로 결합해 국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모든 가정은 가장 연장자가 왕처럼 다스렸고, 마찬가지로 분가해 나간 가정들도 혈족이었으므로 마찬가지로 각 가정에서 가장 연장자가 왕처럼 다스렸다.


    여러 부락이 결합해 완전한 공동체를 이루는데, 이 공동체가 자급자족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게 되면, 그것이 바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국가는 생존을 위해 생기지만, 그 존재 목적은 훌륭한 삶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이전 단계의 모든 공동체와 동일하게 본성에 따라 존재하며, 이는 이전 단계의 모든 공동체의 목표가 국가라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한 것이 추구하는 목표나 가치가 그것의 본질적인 특성, 즉 본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국가가 본성적인 것이고, 인간은 본성적으로 국가를 이루고 살아가게 되어 있는 정치적 동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본성에 의해 국가에 속하지 않게 된 사람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형편없는 자이거나 인간보다 더 나은 존재일 것이다. 호메로스는 그런 자를 “친족도 없고 법도 없고 가정도 없는 자”라고 욕했다.


    인간은 벌을 비롯해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는 모든 동물보다 더 국가를 이루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정치적 동물임이 분명하다. 자연은 어떤 것도 아무 목적 없이 무턱대고 만들지 않는다. 그런데 모든 동물 중에서 오직 인간에게만 언어가 있다. 물론 다른 동물들에게도 괴로움과 즐거움을 표현하는 소리가 있다. 동물들도 본성적으로 괴로움과 즐거움을 인지하고 서로에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반면 언어는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을 알리고, 정의로운 것과 불의한 것을 알리는 데 사용된다. 선과 악, 정의와 불의 같은 것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은 다른 동물들에게는 없고 오직 인간에게만 있다. 그리고 그런 것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가정과 국가를 만들어낸다.


    국가는 본성상 가정과 개인보다 우선한다. 전체가 부분에 비해 우선되는 것이 필연이기 때문이다. 몸 전체가 죽으면 손이나 발은 더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물론 몸이 죽은 뒤에도 돌로 만든 손을 비유적으로 손이라 부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본래의 기능과 능력을 상실한 채 이름만 남은 것에 불과하다. 즉, 사물은 고유한 기능과 능력으로 정의되는 것이다. 그 기능과 능력을 잃어버린 순간, 그것을 더는 진정한 의미의 그 사물이라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국가가 본질적으로 개인에 앞선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개인이 혼자 고립되어서는 자급자족할 수 없기에 전체와 부분의 관계처럼 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나 자급자족할 수 있어서 공동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는 국가의 일부가 아니라, 짐승 또는 신일 것이다.


    이런 종류의 공동체를 추진하고자 하는 욕구는 모든 사람 안에 본성적으로 내재해 있지만, 이런 종류의 공동체를 처음으로 조직한 사람은 가장 좋은 일을 행한 것이다. 인간은 완성되었을 때는 동물 중에서 가장 훌륭한 동물이지만, 법과 정의에서 벗어나 있을 때는 가장 사악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불의를 행하기 위한 도구들을 갖춘 인간은 다루기가 가장 어렵다. 인간은 지혜와 미덕을 완성하기 위한 수단들을 지니고 태어나지만, 그런 수단들은 정반대 목적으로 사용되기가 너무나 쉽다. 그래서 미덕이 없는 인간은 가장 불경하고 야만적인 존재가 되고, 색욕과 식욕을 밝히는 가장 사악한 존재가 된다. 그런데 정의로움은 국가와 관련된 미덕이다. 정의는 국가 공동체의 질서이고, 정의로움은 정의를 분별하는 판단력이기 때문이다.



    정치체제의 종류

    개인과 공동체의 목적인 훌륭한 삶

    정치체제는 국가의 여러 공직 중에서, 특히 모든 국정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최고의 공직과 관련한 국가의 편제다. 어디에서나 국가의 최고 권력은 정부에 있으므로, 정부는 그 자체로 정치체제다. 예를 들어, 민주정 국가에서는 국가의 최고 권력이 민중에게 있지만, 과두제 국가에서는 정반대로 과두정부에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두 국가의 정치체제가 서로 다르다고 말한다. 다른 정치체제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먼저 국가가 어떤 목적을 위해 조직되었는지, 그리고 사람들과 그들의 공동체적인 삶을 다스리기 위한 통치 체제의 종류가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서두에서 인간은 본성적으로 정치적 동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서로에게서 도움을 받을 필요가 전혀 없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그들의 열망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공동의 이익도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공동체 안에서 모든 구성원은 훌륭한 삶을 위해 노력하며, 이는 공동체와 개인 모두의 목적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국가 공동체를 형성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생존에 있다. 삶이 힘들고 고단하더라도 그 자체로 가치가 있기에, 대다수는 역경을 이겨내며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 이는 삶에 본성적으로 행복과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다스리는 방식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중 하나는 주인이 노예를 다스리는 것이다. 이 다스림은 본질적으로 노예와 주인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만, 주로 주인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지며, 노예의 이익은 부수적으로만 고려되는 경우가 많다. 노예가 죽게 되면 주인이 노예를 다스릴 수 없으므로 노예에게도 일정한 이익이 주어진다.


    가정을 다스리는 것. 즉 자녀나 여성 그리고 가정 전체를 다스리는 일도 마찬가지다. 이는 실질적으로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 모두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지지만, 본질적으로는 다스림을 받는 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이런 것은 의술이나 체육과 같은 다른 기술에서도 볼 수 있다. 이 기술들은 기술의 혜택을 받는 자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지만, 기술 사용자들도 부수적으로 이익을 얻는다. 키잡이는 선원 중 한 명이며, 체육 교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체육을 가르치면서 본인도 훈련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체육 교사와 키잡이는 주로 자신이 다스리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만, 자신도 그중 한 명인 경우에는 부수적으로 그 이익에 참여한다. 키잡이도 선원이고. 체육 교사도 체육 훈련을 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국가를 다스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평등하고 공정하게 조직된 국가에서 시민들이 교대로 통치에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직을 맡아 타인의 이익을 위해 일했던 사람이 이제는 타인이 공직을 맡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국가 재정과 공직에서 얻는 이익 때문에 공직을 그만두지 않는다. 사람들이 공직에 집착하는 이유는 아마도 병약한 사람이라도 공직을 계속 맡는다면 건강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절대적인 정의에 입각한다면, 공동의 이익을 위한 모든 정치체제는 바른 것이다. 반면에, 다스리는 자들의 이익만을 위한 정치체제는 모두 잘못된 것이며, 바른 정치체제가 변질된 것이다. 국가 공동체는 자유민들의 공동체인데, 다스리는 자들이 주인이고 다스림을 받는 자들이 노예인 체제는 잘못된 것이다.


    정치체제의 종류

    정치체제는 바른 형태와 변질된 형태로 나뉜다. 정치체제라 함은 국가의 최고 권력인 정부를 가리키는 말로, 이 정부는 한 사람, 소수 혹은 다수로 구성된다. 바른 정치체제에는 왕정, 귀족정, 혼합정이 있고, 변질된 정치체제에는 참주정, 과두정, 민주정이 있다. 이런 문제들을 밝혔으므로 정치체제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각각의 정치체제는 어떤 특성을 지니는지 살펴봐야 한다. 먼저 바른 정치체제부터 살펴보면, 이를 통해 변질된 정치체제의 특징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체제를 보여주는 것은 정부이며, 정부는 국가의 최고 권력을 지니는 기구다. 국가의 최고 권력은 한 사람. 소수 혹은 다수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 사람이나 소수. 다수가 공동의 이익을 위해 다스릴 때 그것은 바른 정치체제가 되지만, 한 사람이나 소수, 다수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스릴 때 그것은 변질된 정치체제가 된다. 시민은 공동의 이익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공동의 이익에 참여하지 못하는 자는 시민이라고 볼 수 없다.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한 사람의 통치 체제를 왕정이라 부르고, 일인보다 많은 소수가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체제를 귀족정이라 부른다. 이 체제를 귀족정이라 부르는 이유는, 가장 훌륭한 사람들이 다스리며, 국가와 그 구성원에게 가장 좋은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다수가 공동의 이익을 위해 다스리는 체제는, 모든 정치체제를 아울러 부를 때 사용하는 정치체제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 명칭 사용은 타당하다. 한 사람이나 소수가 뛰어난 미덕을 갖추는 것은 가능하지만, 다수가 전부 완벽하게 미덕을 갖추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체제는 다수가 연관된 전쟁과 관련된 미덕에서는 가장 뛰어나다. 그래서 이 정치체제에서는 전쟁을 수행하는 전사 집단이 가장 큰 권력을 지니며, 무기를 지닌 전사들이 국정에 참여한다.


    방금 말한 바른 정치체제들 중에서 왕정이 변질된 것이 참주정이고, 귀족정이 변질된 것이 과두정이며, 혼합정이 변질된 것이 민주정이다. 참주정은 일인 독재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체제이고, 과두정은 자산가들의 이익을 추구하며, 민주정은 무산자의 이익을 추구한다. 이 변질된 정치체제들은 어느 것도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가장 훌륭한 정치체제

    개인과 국가의 가장 훌륭한 삶

    진심으로 뛰어난 정치체제를 찾아가려면, 무엇보다 먼저 최고의 삶이 무엇인지 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 최상의 삶이 공동체와 개인 모두에게 같은 의미인지 아닌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여기서는 먼저 전자에 대해 살펴본다. 외적인 좋은 것, 몸의 좋은 것, 혼의 좋은 것,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분되고, 이 세 가지를 모두 가진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이 세 가지 좋은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혼의 좋은 것이다. 따라서 각자가 지닌 미덕과 지혜와 거기에 따라 행하는 것만큼 각자에게 행복이 주어진다고 해야 한다. 동일한 논리를 국가에 적용하면, 행복하고 탄탄하게 잘 운영되는 국가가 최상의 국가이며, 따라서 개인이나 국가 전체에 있어 최고의 삶은 미덕을 실천할 정도의 능력을 갖춘 삶일 것이다.


    가장 훌륭한 정치체제에 대해 제대로 탐구하려면 우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이상적인 삶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삶이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면 가장 훌륭한 정치체제가 무엇인지도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상적인 정치 체제 속에서는 사람들이 그 상황에서 가능한 최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에게 이상적인 삶이 무엇인지에 관해 공감대를 이루어야 하며, 이후에 이런 삶이 공동체와 개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아니면 서로 다른지에 대해서도 합의해야 한다.


    좋은 것은 외적인 좋은 것. 몸의 좋은 것. 혼의 좋은 것,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분되고, 이 세 가지가 모두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용기나 절제, 정의, 지혜가 전혀 없어서 파리 한 마리 날아다니는 것만 봐도 겁에 질리고. 먹고 마시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극악무도한 짓까지도 서슴지 않으며, 작은 이익을 얻기 위해 가장 소중한 관계까지 망가뜨리고, 어린아이나 미치광이처럼 철없고 망상에 빠져 있다면, 그런 사람을 행복하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 모두가 동의하는 듯 보이지만, 각각의 좋은 것이 어느 정도나 있어야 하고, 이 세 가지 좋은 것 간의 우열관계에 대해서는 서로 생각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미덕은 어느 정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부와 재산과 권력과 명성 같은 외적인 것은 필요 이상으로 무한히 탐한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지금 말하는 내용은 경험과 사실을 바탕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외적인 좋은 것들로 미덕을 얻거나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미덕을 통해 외적인 좋은 것들을 얻고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인간의 행복이 쾌락에 있든, 미덕에 있든, 또는 이 둘 모두에 있든, 성품과 지성을 많이 갖춘 사람이 외적인 좋은 것들을 적당히 갖고 있는 것이. 성품과 지성이 부족하지만 외적인 좋은 것들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갖고 있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이론적으로 고찰해도 쉽게 알 수 있다. 외적인 좋은 것은 모든 도구가 그런 것처럼 한계가 있다. 모든 도구는 특정한 것에만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적인 좋은 것이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많으면 그 좋은 것을 가진 사람에게는 도리어 해가 되거나 아무런 유익이 되지 못한다. 반면, 혼 과 관련된 모든 좋은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유용하다. 혼과 관련된 좋은 것에 훌륭하다는 표현 외에 유용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것의 최상의 상태 사이에서 우열을 가리는 것은 그것이 어떤 대상과 관련이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혼이 그 자체로든, 우리와 관련해서든, 재산이나 몸보다 더 중요하므로 혼이 최상의 상태일 때와 재산이나 몸이 최상의 상태일 때를 비교하면, 당연히 혼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게다가 우리가 재산이나 몸의 좋은 상태를 선택하는 것도 결국 혼을 위해서다. 모든 지각 있는 사람들은 재산과 몸을 위해 혼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각자가 지닌 미덕과 지혜, 거기에 따라 행하는 것만큼 각자에게 행복이 주어진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 이를 증명하는 증인으로 신을 들 수 있다. 신이 행복하고 축복받는 것은 신이 지닌 외적인 좋은 것 덕분이 아니라. 신 자신과 신이 본성적으로 지닌 어떤 것 덕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운은 행복과 다를 수밖에 없다. 혼 밖의 외부적인 좋은 것은 우연과 행운으로 얻어질 수 있지만, 정의 또는 절제는 결코 우연에 의해 얻어지거나 우연히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논리를 따라가면 행복한 국가, 훌륭하게 잘 꾸려가는 국가가 가장 좋은 국가라는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훌륭하게 행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훌륭하게 운영되는 국가도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개인이든 국가든 미덕과 지혜 없이는 훌륭한 행위도 없다. 국가의 용기, 정의, 지혜, 절제는 그 의미와 형태에 있어 모든 시민이 보여주는 용기 있고, 정의로우며, 지혜롭고, 절제된 행위들과 깊은 연관이 있다.


    훌륭한 시민

    우리의 목표는 최상의 정치체제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행복은 활동이며, 미덕을 실천하는 것이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훌륭해야 한다. 선량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본성, 습관 그리고 이성이 결합한 결과다. 이성을 따르는 행위가 습관이나 본성을 따르는 행위보다 더 유익하다고 확신하면, 사람은 자기 습관과 본성을 벗어나 이성을 따르는 행동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이성적 행동을 이끌어내려면 교육이 필요하다.


    이제, 훌륭하고 행복한 국가가 되기 위해 국가의 구성원들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살펴보자.


    어떤 일이든 잘 이루어지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목표를 올바르게 설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목표를 달성하게 해주는 적절한 수단을 찾는 것이다.


    목표와 수단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목표는 올바르게 세워졌지만, 그 목표를 이루는 행위는 잘못 선택된 경우도 있고, 반대로 목표를 이루는 모든 행위는 올바르게 선택했지만 목표 자체가 잘못 세워진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의학에서 의사가 건강한 신체의 정의를 잘못 이해하고, 건강한 신체를 만들어줄 수단을 잘못 선택하는 경우가 그런 예이다. 따라서 모든 기술이나 전문지식에서는 이 두 가지, 즉 목표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훌륭한 삶과 행복을 목표로 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어떤 사람은 불운이나 본성 때문에 그런 목표를 이룰 능력이 없다. 훌륭한 삶을 살려면 일정 수준의 보조 수단이 필요하다. 보조 수단은 더 우월한 본성을 가진 사람에게는 덜 필요하고, 더 열등한 본성을 가진 사람에게는 더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방법으로 행복을 추구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의 목표는 최상의 정치체제를 발견하는 것이다. 최상의 정치체제란 국가를 최상으로 다스릴 수 있게 하는 체제이고. 최상으로 다스려진 국가란 행복에 도달할 가능성이 가장 큰 국가다. 따라서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윤리학』에서 행복이란 활동이며, 절대적인 덕의 실천이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는 여기서도 유지된다. 거기서 우리가 전개한 논증을 참고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대상이 어떤 조건에서 덕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덕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어떤 조건 아래에서"는 특정 상황에서 필요한 덕을 가리키고, "절대적"은 자체적으로 훌륭한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정의로운 행위에 대해 생각해보자. 정의에 따른 응징과 처벌은 필요한 경우에만 훌륭하다. 이들은 미덕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개인이든 국가든 상관없이 그런 필요성이 없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반면에 명예나 재산과 관련된 행위들은 절대적으로 훌륭한 행위로 볼 수 있다. 전자는 나쁜 것을 제거하는 행위이지만, 후자는 좋은 것을 생성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물론, 훌륭한 사람이라면 가난이나 질병 같은 불운 속에서도 훌륭하게 처신할 것이다. 그러나 행복은 그런 불운과 반대되는 것에 있다.


    『윤리학』에서 이미 논증을 통해 정의했듯. 훌륭한 사람이란 자신이 가진 미덕을 통해 절대선만 선으로 인정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의 행위는 절대적으로 훌륭한 행위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외적으로 좋은 것이 행복의 원인이라고 믿지만, 그것은 연주자가 리라를 훌륭하게 연주했을 때 그 원인이 연주자의 기술이 아니라 리라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앞서 말한 것에서 이런 결론이 나온다. 국가가 성립하는 데 필요한 것 중 일부는 처음부터 있어야 하고, 일부는 입법자가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가 조직될 때 행운이 모든 것을 제공해주기를 바란다. 행운에는 그런 힘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가 훌륭해지는 것은 행운이 아닌. 전문적 인 지식과 선택의 결과다.


    훌륭한 국가를 만들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훌륭해야 한다. 이상적인 정치체제에서는 모든 시민이 국정에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시민이 훌륭해지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각각의 시민이 훌륭하지 않아도 시민 전체가 훌륭할 수 있지만, 각 시민이 훌륭한 것이 더 바람직하다. 각 시민이 훌륭하다면 당연히 시민 전체도 훌륭하기 때문이다.


    선량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요소는 본성, 습관 그리고 이성이다. 선량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먼저 사람으로 태어나야 하며, 특정한 종류의 신체와 혼을 지녀야 한다.


    그러나 이런 본성을 가진 상태에서도 종종 아무런 효용이 없을 때가 있다. 이는 습관이 본성을 변질시키는 경우를 말한다. 본성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서 습관에 따라 나빠질 수도, 좋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들은 주로 본능과 습성에 의존하여 살아가지만, 인간은 이성을 지니고 있기에 이성의 인도를 받아 살아갈 수 있다. 선량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본성, 습관, 이성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은 이성을 따르는 것이 본능과 습관을 따르는 것보다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생기면, 본능과 습관의 지배에서 벗어나 이성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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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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