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엄민용은 〈표준국어대사전〉, 중학교 교과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의 설명문 등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작업을 통해 그 공을 인정받아 한국어문상 대상(문화관광부 장관상)을 2회 수상했다. 〈건방진 우리말 달인〉 시리즈에서 그가 “사람들이 널리 쓰는 말을 표준어로 삼았으면 좋겠다.”며 말한 이후, ‘내음’ ‘짜장면’ ‘먹거리’ 등 수많은 말이 복수 표준어로 인정받기도 했다. 마치 예언처럼 들어맞은 그에게 감탄하며 많은 팬도 생겼다. 그가 ‘우달이’로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우리말을 잘 알아서만이 아니다. 끊임없이 우리말을 공부하고 최신 정보를 습득하면서, 이를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잘 알려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어 하나하나를 외우게 하기보다 말의 원리를 찾고, 한글맞춤법과 표준어규정을 만든 개념을 파악하게 한다. 맞춤법과 표준어의 원리를 이해하면 쉽게 바른말을 기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잘못된 우리말을 봤을 때도 알아챌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버려야 할 일본말과 대체할 우리말을 안내하고, 띄어쓰기 요령, 최신 외래어표기법까지 몽땅 담아냈다. 가히 정확하게 표현하는 ‘글쓰기 고수’가 되기 위해 곁에 두고 꼭 읽어야 할 우리말 비법서라 하겠다.
■ 저자 엄민용
엄민용 기자의 공식 직함은 ‘스포츠경향 편집국장’이다. 하지만 그는 ‘기자’보다는 ‘우리말 달인’으로 더 유명하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일상어를 쉽게 풀이한 〈건방진 우리말 달인〉 시리즈가 인기를 끈 덕이다. 이들 책은 우리말글 관련 도서 분야에서는 이례적으로 도합 30쇄 넘게 팔렸다. 이번에 〈건방진 우리말 달인〉 시리즈를 새롭게 고쳐 쓴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어휘 편’과 ‘문법 편’을 동시에 펴냈다.
한국어문기자협회의 부회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그동안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과 중학교 국어 교과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물에 나타난 우리말 오류 사례를 지적하는 등 우리말 바르게 쓰기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한국어문상 대상을 2회 수상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글맞춤법과 글쓰기를 교육하는 등 ‘기자를 가르치는 기자’로도 유명하다.
국회보, 기자협회보, 공무원연금공단 사보, 삼성 SDS 사보, 경향신문 등 많은 매체에 우리말 바르게 쓰기 칼럼을 연재했거나 연재 중인 그는 오늘도 우리말 공부를 하고 있다.
블로그 blog.naver.com/margeul
■ 차례
작가의 말
1부. 말법을 알아야 우리말 달인이 될 수 있다
보조개는 패이지 않는다 / 하늘은 개이지 않는다 / 살을 에고, 살이 에이는 / 설레이는 마음은 없다 / 곰팽이는 정말 싫어 / ‘애기’도 없고, ‘애비ㆍ에미’도 없다 / 빨갱이는 되는데, 노랭이는 왜 안 돼? / 머리끄뎅이는 잡는 게 아니다 / 뒷쪽 마당엔 마굿간이 없다 / 윗옷을 벗으니 웃통이 드러났다 / 수캐와 수고양이의 싸움 / 깨끗이 쓸고 꼼꼼히 닦자 / 돈에 급급하는 사람은 되지 말자 / 걸맞은 자리에 알맞은 사람이 되자 / ‘맞어 맞어’… 맞기는 뭐가 맞아! / 부끄러운 ‘자랑스런’ / 졸립지 마라 / 성냥 개피로는 막을 수 없는 추위 / ‘어서 오십시요’는 아첨하는 말 / 할아버지의 말씀은 계시지 않는다 / 높인다고 다 존대는 아니다 / 초생달은 뜨지 않는다 / 금슬 좋은 부부는 없다 / 승낙하도록 허락해 주세요 / 세상에 ‘녹슬은 기찻길’은 없다 / 땀에 절은 유니폼도 없다 / ‘알다’는 앎, ‘살다’는 삶, 그러면 ‘만들다’는? / 정말 뗄래야 뗄 수 없다 / 몸을 추슬르는 일은 부질없다 / 길다란 줄 뒤에는 서지 마라 / 양성은 양성끼리, 음성은 음성끼리, 그러나… / 헤롱헤롱거리지 마라 / 새는 푸드득 날지 않는다 / 아동바동하지 말고, 오도방정도 떨지 마라 / 넹큼 고치슈! 닁큼 닐리리로 고치슈! / 일을 서둔 것은 서툴렀기 때문이다 / 게 섯거라, 당신이라면 서겠소? / ‘유관순 열사’를 류관순으로는 못 쓴다 / 선동열? 선동렬? / 북한도 한글맞춤법을 따라야 한다 / 연록은 있어도 연록색은 없다 / 연육교는 건너지 못한다 / 쥐어 준 돈은 못 받는다 / 산성비에 머리가 벗겨지지는 않는다 /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고? 에이~ 바보! / 라면과 몸은 불지 않는다 / ‘-습니다’도 모르던 대통령 / 있슴은 없고, 있음만 있다 / ‘선동열 있음에’는 틀린 말 / 바람을 피지 마라 / 우리말 좀 안다고 으시대지 맙시다 / 뚝배기에 담긴 곱빼기 / 선배 등쌀에 찌푸려지는 후배의 눈살 / 반말짓거리는 하지 마라 /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오 / 산이에요? 뫼예요? / 그리고 나서 할 것은 별로 없다 / 우리를 자유케 하는 것은 없다 / 진실된 마음도 없다 / 삼가하지 말고, 서슴치도 마라 / 하렸다? 하렷다! / 너네도 없고, 지네도 없다 / 나를 잡아 잡수? 뭘 잡숴! / ‘놀자구려’ 했더니 ‘살 만하구먼’ 하대 / 같은 듯 다른 숟가락과 젓가락 / 팔힘 센 사람은 없다 / 개구진 아이는 없다 / ‘7부 바지’는 못 입는다? / 끄들리며 살지 말자 / ‘비러먹다’와 ‘빌어먹다’는 달라야 한다 / 대빵 크고, 딥다 힘들다 / 존망과 존폐는 위협받지 않는다 / 진위 여부를 물으면 헷갈린다 / 누구에게도 생사여탈권은 없다 / 남을 놀래키지 마라 / 태풍은 절대 비켜 가지 않는다 / 까칠한 사람을 싫어하는 까슬까슬한 국어사전 / 굳은살은 배기지도 박히지도 않는다 / 화는 삭이고, 김치는 삭히고 / ‘하’는 되, ‘해’는 돼 / ‘않다’는 ‘-지’하고만 논다 / 금방 왔는데, 벌써 간대 / 날개와 가시는 돋히지 않는다 / 깜박이 켜고 끼어들어도 소용없다 / 함박 웃지 말고 함빡 웃으세요 / 품사를 알면 우리말 공부가 쉬워진다 / ‘알아야 면장을 한다’의 면장은 무엇? / ‘따라지’는 있어도 ‘싸가지’는 없다 / 명량해전에 나팔은 없었다 / ‘탄신일’은 안 돼도 ‘석가탄신일’은 되는 까닭은? / 여지껏 안 된 일은 앞으로도 안 된다 / 아무도 모르는 표준어 ‘괴까다롭다’ / 윗사람에게 ‘수고하다’는 삼가세요 / 사람에게 쓰는 말과 동물에게 쓰는 말은 다르다
2부. 버려야 할 일본말 찌꺼기, 품어야 할 일본식 우리말
‘민비 시해’는 역적이나 쓰는 말 / 우리나라는 해방된 게 아니다 / 을사오적이 만든 말 ‘한일합방’ / 식민지배 세월은 36년이 아니다 / 이조백자는 멋이 없다 / 기라성 같은 사람은 없다 /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종군위안부’ / 정말 다른 일본과 한국의 ‘18’ / 우리나라에는 없는 ‘고수부지’ / 윤중로에는 사쿠라꽃이 핀다 / 군대 속 일본어 잔재들 / 야지 놓지 마라 / 넘쳐나는 일본식 외래어 표기 / 그 밖에 버려야 할 일본말 찌꺼기
3부. 띄어쓰기가 발라야 문장의 의미가 통한다
‘커녕’은 무조건 붙여라 / 시간이 흐른 ‘지’는 띄어 쓴다 / 붙여 쓰는 ‘만’과 띄어 쓰는 ‘만’ / ‘-어(-아)하다’는 붙여 쓴다 / ‘내가 먹을걸’과 ‘내게 먹을 걸 다오’의 차이 / 삼촌 댁에서 삼촌댁을 뵈었다 / ‘도로상’이든 ‘인터넷상’이든 무조건 붙여라 / ‘띄어쓰기’만 붙여 쓰는 이유 / ‘노래하다’는 붙이고, ‘음악 하다’는 띄고 / 꼭 붙여 써야 하는 ‘-ㄹ라치면’ ‘-ㄹ망정’ ‘-ㄹ뿐더러’ ‘-ㄹ수록’ / 다른 말로 바꿀 수 있는 ‘데’는 띄어 쓴다 / 정말 어려운 ‘잘하다’의 띄어쓰기 / ‘못생겼다’는 붙이고 ‘못 먹는다’는 띈다 / 죽 끓듯 하는 ‘듯’의 띄어쓰기 / 일이 ‘안 돼’ 얼굴이 ‘안돼’ 보인다 / ‘적’으로 대신할 수 있는 ‘바’ / 마침표 뒤의 ‘이 외’는 띄어 쓴다 / 이틀간 오간 서울~부산 간 / 첫사랑은 붙이고, 첫 대면은 띈다 / ‘있다’와 ‘없다’의 띄어쓰기 / 오늘따라 너 따라 가고 싶다 / ‘및’과 ‘등’은 무조건 띈다 / 하늘 같은 부모님의 주옥같은 말씀 / 너같이 나와 같이 갈 친구가 필요해 / 바뀔 것이 분명한 ‘받다’의 띄어쓰기
4부. 외래어표기법, 아는 만큼 바르게 쓸 수 있다
표기 규정을 배우되 규정의 노예는 되지 말자 / 어르신은 ‘노털’이 아니다 / 받침으로는 7가지만 쓴다 / 된소리는 가급적 쓰지 않는다 / 모음도 단순화한다 / 비슷한 소릿값의 자음이 겹치는 것을 싫어한다 / 일본어에서는 어두에 거센소리를 못 쓴다 / 중국어 표기에서는 신해혁명이 중요하다 / ‘R’은 ‘알’도 되고 ‘아르’도 된다 / 복수를 나타내는 ‘S’는 ‘스’로 적는다 / 자주 틀리는 외래어 모음
우리는 과연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 쓰고 있을까요? ‘우리말 달인’ 엄민용이 전하는 어른들을 위한 우리말, 우리 문법 공부를 통해, 정확한 표현력과 문법으로 우리말을 쓰도록 안내해드립니다.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문법 편
말법을 알아야 우리말 달인이 될 수 있다
보조개는 패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문법을 몰라서 반복적으로 잘못 쓰는 말에는 쓸데없이 ‘이를 끼워 넣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 게 진짜 엄청 무지 아주 많죠.
‘보조개가 패인 모습이 귀엽다거나 ‘이번 홍수로 도로 곳곳이 움푹 패였다의 ‘패이다도 그중 하나입니다.
‘패이다가 왜 틀린 말인지 알려면 우선 한글맞춤법 제 37항에서 밝히고 있는 “‘ㅏㅕㅗㅜㅡ로 끝난 어간에 ‘-이가 와서 ‘ㅐㅖㅚㅟㅢ로 줄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라는 규정부터 알아야 할 것 같지만, 사실 그런 것은 몰라도 됩니다. 왜냐하면 그런 규정들은 괜히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고, 사람들이 우리말의 문법을 어렵게 생각하게끔 만들거든요.
진짜 거짓말이 아니라 저도 그런 규정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한번 처억~ 보면 ‘에구~ 요거 잘못 썼네 하는 느낌은 화악~ 다가옵니다. 여러분도 그런 느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우리말 고수가 될 수 있거든요. 이제부터 그 느낌적 느낌에 대해 알려 드릴게요.
먼저 ‘패인을 보자고요. 이 말을 풀어놓으면 ‘파이인이 되는데, ‘파이인 땅? 뭔가 어색하지 않나요? 그렇게 말하지는 않죠? ‘패였다도 마찬가지입니다. 파이(패)이었(였)다? 너무 이상합니다.
‘파다에 사동 또는 피동 접사 ‘이를 더한 말이 ‘파이다이고, 이를 줄인 말이 ‘패다입니다. 그런데 거기다가 또다시 사동 또는 피동 접사 ‘이를 한 번 더 집어넣어 잘못 쓰는 말이 ‘패이다인 거죠. 따라서 ‘패인은 ‘파인이나 ‘팬으로, ‘패였다는 ‘파였다나 ‘패였다로 써야 합니다. 사동 접사나 피동 접사를 두 번 겹쳐 쓰지 말고 한 번만 쓰는 거죠.
설레이는 마음은 없다
쓸데없이 피동 접사 ‘이를 집어넣어 이상한 말 꼴을 만들어 쓰는 낱말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아마 ‘설레이다일 겁니다.
“그를 만난다는 설레임에 가슴은 방망이질 쳤다”라거나 “설레이는 마음으로 편지를 씁니다”라는 표현들을 많이 쓰시죠? 아이스크림 이름으로도 ‘설레임이 있고요. 하지만 ‘설레임 ‘설레인 따위 역시 쓸데없이 피동 접사 ‘이를 집어넣은 겁니다.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얼굴이 발개지는 것은 자기 스스로 일으킨 감정입니다.
즉 설레는 것은 내가 그러한 것이지, 남이 나에게 설레라고 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죠. 이는 곧 피동 접사 ‘이를 끼워 넣을 필요가 없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리다”는 뜻의 자동사는 ‘설레다입니다. 따라서 ‘설레임은 ‘설렘으로 ‘설레이는는 ‘설레는, ‘설레여서는 ‘설레어서로, ‘설레이고는 ‘설레고 등으로 써야 합니다.
참, 한글맞춤법 검색기를 돌리다 보면 ‘설렜다 밑에 붉은 줄이 그어지기도 합니다. 마치 ‘설렜다가 틀린 표기인 것처럼요. 하지만 아닙니다. 맞는 표기입니다. 한글맞춤법 검색기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아니, 완벽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한글맞춤법 검색기는 참고용으로 활용해야지 전적으로 믿었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입니다.
깨끗이 쓸고 꼼꼼히 닦자
‘쓸쓸히 ‘깊숙히 ‘깨끗히 ‘꼼꼼히 ‘곰곰히 ‘일일히 ‘낱낱히 중에서 어느 것이 바른말일까요? 잘 모르시겠죠?
사실 부사를 만드는 말 ‘이와 ‘히를 제대로 구분해 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니, 거의 불가능할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국어사전마다 표준어가 달리 오른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구분하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 네 가지 정도만 알면 ‘이와 ‘히를 99%는 정확히 구분해 쓸 수 있습니다.
우선 ‘이나 ‘히 자리에 ‘-하다를 넣어 말이 되면 ‘히로 쓴다는 점은 많은 분이 알고 있을 듯합니다. 대개는 그것만으로 족합니다. ‘쓸쓸히 ‘급급히 ‘당당히 ‘꼼꼼히 따위가 그런 것들이죠. 그러나 ‘-하다가 붙어 말이 되더라도 앞말의 받침이 ‘ㅅ이면 ‘히로 쓰면 안 됩니다. 이때는 무조건 ‘이를 붙여야 합니다. ‘깨끗하다가 말이 되지만, 앞에 ‘ㅅ 받침이 있으니까 ‘깨끗이로 써야 한다는 말씀!
돈에 급급하는 사람은 되지 말자
지금부터 하는 얘기, 귀 쫑긋 세우고 들어 보세요. 아주 중요한 얘기거든요. 그리고 이런 내용은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배울 수 없을 겁니다. 이런거 알려 주는 책이 별로 없거든요. 한마디로 말해서 금쪽같은 내용입니다.
“덮어두기에 급급하는 검찰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길이…” “자기합리화에만 급급한다는 인상을 심어 줄 수 있어…” 등의 말은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들 문장 속의 ‘급급하는이나 ‘급급한다는은 우리 말법에 어긋난 말입니다. 사람들이 다 그렇게 쓰는데 왜 그러냐고요? 그것은 ‘급급하다가 형용사이기 때문입니다. 형용사는 어간에 ‘-ㄴ(는)다고 ‘-ㄴ(는)다는 ‘-ㄴ(는)다며 등의 활용어미가 붙을 수 없거든요. 이는 우리말법의 기본 중 기본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볼게요. 형용사 ‘기쁘다를 활용해 ‘기쁘는이라고 쓸 수 있나요? 없죠? 또 ‘기쁜다는요? 이렇게도 안 씁니다.
이렇게 되는 까닭은 ‘-ㄴ(는)다고 ‘-ㄴ(는)다는 ‘-ㄴ(는)다며 등은 동사에만 붙는 어미이기 때문입니다. 동사 ‘가다에 이들을 붙여 볼게요. ‘간다고 ‘간다는 ‘간다며…. 어때요? 자연스럽죠?
그렇다면 형용사에는 어떤 어미가 붙을까요? 우선 관형형의 경우 받침이 없을 때는 그냥 ‘ㄴ만, 받침이 있을 때는 ‘은이 붙습니다. ‘슬프다가 ‘슬픈이 되고, ‘높다가 ‘높은이 되는 거죠. 그리고 동사에 붙는 ‘-ㄴ(는)다고 ‘-ㄴ(는)다는 ‘-ㄴ(는)다며 따위는 형용사에선 그냥 ‘다고 ‘다는 ‘다며 꼴로 붙습니다. ‘높다고 ‘높다는 ‘높다며 등처럼 말입니다.
산성비에 머리가 벗겨지지는 않는다
우리 주변에는 잘못 알려진 우리말 상식도 많지만, 잘못 알려진 일반 상식은 더 많습니다. 거짓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는 얘기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에 내리는 산성비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질 일은 절대 없습니다. 만약 산성비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진다면 비가 오는 날에는 정부가 ‘재난 경보를 내리고 모든 사람의 외출을 막고 나설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전 국민이 대머리가 될 위기인데, 그정도면 국가 재난 상태죠. 안 그렇습니까?
대기오염물질에는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이 있습니다. 이것이 수증기와 만나 질산이나 황산으로 변한 뒤 비에 흡수돼 내리는 것이 산성비죠. 하지만 우리나라에 내리는 산성비의 수소이온농도는 아주 심해도 4.4~4.9에 불과합니다. 반면 우리가 평소에 쓰는 샴푸는 pH3 정도로 산도가 산성비보다 10배 이상 높다고 합니다. 즉 산성비가 탈모를 일으킨다면 하루도 빠짐없이 샴푸를 사용하는 사람은 진즉 대머리가 됐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산성비를 굳이 맞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것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질 것으로 걱정할 필요는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요, 보통 대머리인 사람을 두고 ‘머리가 벗겨졌다고 하는데 ‘머리가 벗겨지다는 아주 최근까지도 바른말이 아니었습니다. ‘벗겨지다는 “덮이거나 씌워진 물건이 ‘외부의 힘에 의해 떼어지거나 떨어지다”를 뜻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탈모는 누가 머리카락을 뽑은 탓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빠져서 생긴 일입니다. 이럴 때 쓰는 말은 ‘벗어지다만 맞는 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시중에 팔리고 있는 책이나 포털 사이트에 올라 있는 우리말 칼럼에는 ‘머리가 벗겨지면 큰일 난다는 내용이 많이 보입니다. 저도 그런 글을 쓴 적이 있고요. 하지만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벗겨지다의 여러 뜻풀이 중 하나가 “머리털이 빠져 맨살이 드러나게 되다”이고, 사용례로 ‘벗겨진 이마와 ‘머리가 벗겨지다가 올라 있습니다. ‘벗어지다의 뜻풀이와 똑같습니다. 사람들이 ‘벗어진 이마보다 ‘벗겨진 이마를 더 널리 쓰는 점을 살펴 국립국어원이 ‘벗겨지다를 ‘벗어지다와 같은 말로 삼은 것이죠.
우리말은 이렇습니다. 문법도 중요하지만, 어떤 말을 사람들이 어떻게 쓰고 있느냐도 중요합니다. 더러는 그런 쓰임이 기존의 문법을 이기기도 합니다. 당연히 표준어는 늘 바뀝니다. 따라서 진정한 우리말 고수가 되려면 한글맞춤법이나 표준어규정 공부뿐만 아니라 ‘생활국어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문법이 있어서 말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말이 문법을 만드는 것이니까요.
버려야 할 일본말 찌꺼기, 품어야 할 일본식 우리말
군대 속 일본어 잔재들
남자들이 들려주는 얘기 가운데 여자들이 정말 듣기 싫어하는 것들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군대 얘기와 축구 얘기 그리고 군대에서 축구를 한 얘기요. 그만큼 남자들은 군생활을 하는 동안 겪은 일을 얘기하기 좋아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모두 군대를 가야 하는 까닭에 군대 얘기가 공감대를 형성하기 좋기 때문일 겁니다. 그때 빠지지 않는 말 가운데 하나가 ‘고참이죠. “나이도 어린 고참에게 엄청 시달렸다”라거나 “고참이 말도 안 되는 일을 시켰지만, 그것들을 다 해냈다”라는 식의 ‘무용담을 늘어놓곤 합니다.
또 ‘고참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고참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와 달리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따위처럼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쓰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흔히 쓰이는 ‘고참은 일본식 한자말입니다. 이 때문에 국립국어원도 ‘고참을 ‘선임 혹은 ‘선임자로 순화해 쓰라고 권했지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은 우리의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우리말을 못 쓰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네 한자말을 퍼뜨렸죠.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 속 용어들까지 일본식으로 물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광복과 함께 군대 조직을 급히 갖춰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군은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은 만주군관학교나 일본 육군사관학교출신들을 요직에 앉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의 군대용어는 일본식 한자말투성입니다. 이제는 일상용어로도 쓰이는 ‘약진이나 ‘포복은 물론이고 군대 하면 떠오르는 ‘유격 ‘각개전투 ‘제식훈련 등이 모두 일본식 한자말입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몇 발짝 앞서 근대화 물결을 받아들였고, 새로운 물질문명의 언어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니 근‧현대어 대부분이 일본식 한자말입니다. 대통령, 국무총리, 철학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지 않을 수 없는 말들도 대개는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쓴 말이죠. 그런 말을 죄다 쓰지 못하게 하고 순 우리말로 쓰자고 하는 것은 언어의 사회성과 경제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일본식 한자말은 안 되고, 중국식 한자말은 된다는 사고도 옳지 않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국립국어원도 ‘약진 ‘포복 ‘유격 ‘각개전투 ‘제식훈련 등을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올려놓고 있습니다. 이제 이들 말은 우리 국어라는 얘기죠.
하지만 군대에서 여전히 많이 쓰이고, 이 때문에 일반인 대부분이 표준어로 알고 있는 군대용어 가운데 국어사전에 오르지 못한 일본식 한자말도 많습니다. “힘든 훈련을 마치고 내무반으로 돌아오면 ‘환복을 해서 ‘관물대에 넣고 ‘총기 수입부터 한다”라는 표현에서 보이는 ‘환복 ‘관물대 ‘총기 수입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들 말은 국어사전에도 없는 일본식 한자말입니다. 특히 관물대의 경우 관물(官物: 관청 소유의 물건)을 놓아두는 대(臺)라는 뜻으로, 그 의미가 현실과도 많이 동떨어집니다. 현재 군인들이 ‘관물대에 두는 물건들 중에는 아주 사적인 물건도 많습니다. 따라서 그 공간을 더 이상 ‘관물대로 부를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개인 보관함입니다.
‘총기 수입의 ‘수입은 “손을 들인다”, 즉 “손질을 한다”는 의미의 일본말 ‘데이레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입니다. 이 때문에 국립국어원은 ‘총기 수입 대신 ‘병기 손질로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군대용어에는 ‘점호와 ‘요대 등 일본식 한자말이 무척 많습니다. 여기에는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순화해서 우리말식으로 고쳐 쓸 수 있는 것 역시 많습니다. “힘든 훈련을 마치고 내무반으로 돌아오면 ‘환복을 해서 ‘관물대에 넣고 ‘총기 수입부터 한다”를 “힘든 훈련을 마치고 내무반으로 돌아오면 옷을 갈아입어 개인 보관함에 넣고 병기 손질부터 한다”로 고쳐 쓸 수 있듯이 말입니다.
국방부에서 군대용어를 두루 살펴서 일본어의 잔재들을 걷어내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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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