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배신
 
지은이 : 배종빈 (지은이)
출판사 : 서사원
출판일 : 2024년 04월




  • 생각이 많으면 없던 병도 생깁니다! 머릿속 생각을 끄고 일상을 회복하는 뇌과학 처방전과 만나보세요.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생각 습관’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다시 건강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의 배신


    생각이 마음의 병을 일으킨다? : 생각의 배신

    부정적인 감정은 생각할수록 강해진다

    생각에 대한 오해

    생각은 의식적인 정신 활동으로, 단순히 보고 듣고 움직이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는 보고 듣고 움직이는 시간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생각하며 보내는데, 실제로 사람들은 깨어 있는 시간 중 약 47%를 지금 하는 일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며 보낸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행위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표현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배려심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그 사람은 생각이 깊어”라고 이야기하는 반면, 충동적인 사람을 가리켜 “그 사람은 생각이 없어”라고 말한다. “많이 생각하고 적게 말하고 더 적게 써라”라는 속담은 말과 행동보다 생각이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실제로 우리는 자라면서 생각하는 법을 끊임없이 배운다. 생각하는 것은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할 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할 때, 그리고 사회인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 그런데 정신장애를 가진 환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오히려 생각이 환자들을 힘들게 하거나 우울감과 불안감을 일으키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부정적인 생각과 우울감의 악순환

    우울하고 불안해서 생각이 많아지기도 한다. 우울증은 무기력감을 일으키므로, 우울증 환자들은 활동이 줄어들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된다. 불안증을 경험하는 환자들은 불안감을 유발하는 상황에 관한 생각과 걱정이 늘어난다.


    네덜란드의 레이던대학교 연구팀은 반복되는 부정적인 생각과 우울·불안의 관계를 연구했다. 네덜란드인 2000여 명을 대상으로 반복적인 생각과 걱정의 정도를 측정했고 우울장애와 불안장애 유무를 확인했다. 그 결과, 반복적인 생각은 우울장애, 불안장애의 유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고, 당장은 문제가 없던 사람들도 생각이 많은 경우 3년 뒤에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컸다. 이처럼 반복적인 생각과 걱정이 우울장애와 불안장애의 발생과 지속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환자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생각에 빠지는 것과 행복감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이 수행한 흥미로운 연구가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연구진은 83개 국가의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휴대폰 앱을 활용하여 어떤 행동을 할 때 행복하거나 불행해지는지를 연구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랑을 나눌 때, 운동할 때, 대화할 때, 놀 때, 음악을 들을 때 순으로 행복했고, 반대로 부정적인 생각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가장 불행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생각의 반복은 해야 할 일을 방해할 뿐 아니라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


    생각의 굴레에서 빠져나오는 게 시작이다

    반복되는 생각과 우울, 불안 증세의 연결고리

    진료를 하다 보면 ‘이 환자는 이제 곧 좋아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환자들이 “생각이 많이 줄었어요” 혹은 “이제는 그런 생각을 떨쳐내기가 수월해요”라고 말할 때 그렇다. 자신을 괴롭히던 생각들이 줄어들고, 이러한 생각들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은 한결 편안해지고 그들을 힘들게 했던 우울과 불안 증상도 점차 좋아진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진은 우울증 청소년 26명을 두 개의 군으로 나누어 한 군은 항우울제만 복용하고, 다른 한 군은 항우울제와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했다. 항우울제만 복용한 군은 우울증상은 좋아졌지만 생각을 반복하는 정도는 크게 변하지 않은 데 반해, 항우울제와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한 군은 우울 증상과 생각을 반복하는 경향 모두 줄어들었다.


    이는 생각의 반복을 줄이기 위해서는 항우울제 복용뿐 아니라 인지행동적 접근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생각을 반복하는 경향이 우울 증상의 회복과는 별개임을 알 수 있다.


    치료 후에도 생각에 빠지는 경향이 남아 있으면 우울장애나 불안장애가 다시 생기기 쉽다. 물론 이때 증상만 좋아지게 하면 되지, 굳이 생각을 줄일 필요가 있냐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우울장애나 불안장애가 재발하는 경우가 있기에, 회복 이후에도 좋아진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고 증상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은 치료만큼이나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사람이 행복하다

    몰입의 기쁨

    행복을 바라보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지금 느끼는 감정으로서의 행복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카너먼은 행복을 현재 여기서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으로 정의한다. 이와 같은 의미의 행복은 우리가 즐거운 일을 하거나 무언가에 몰입할 때 느껴지는 긍정의 감정을 말한다.


    다음으로는 자기 삶에 대한 평가로서의 행복이다. 사회학자 뤼트 베인호번은 자신의 전반적인 삶에 대한 만족감으로 행복을 정의한다. 순간의 즐거움을 자주 느낀다고 해서 반드시 삶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삶이 행복하다고 여기기 위해서는 즐거운 감정을 자주 느끼는 것 외에도 자신의 현재 상황이나, 지위, 관계, 건강 상태 등이 만족스러워야 한다.


    하지만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많이 경험할수록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여길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행복에 대한 두 가지 측면을 완전히 별개라고 말할 수는 없다.


    행복을 얻는 가장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방법

    우울하지 않거나 불안하지 않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행복은 불편한 것이 없을 때 경험하는 감정이 아니라 무언가를 통해 즐거움과 몰입감, 만족감을 느낄 때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우울과 불안을 줄이는 것 외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것이 바로 ‘생각에서 벗어나기다. 우울과 불안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우리의 주의를 다른 무언가로 옮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의를 옮기는 것뿐 아니라 다시 생각이 주의를 끌어가지 않도록 그것에 주의를 유지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그러므로 ‘생각에서 벗어나기는 생각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과 같은 행위다.


    과거에 행복했던 순간들을 회상해보면, 무언가에 완전히 몰입해 있는 순간들이 대부분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소통하고 교감할 때,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집중할 때, 자녀가 걸음마를 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그 순간 자체에 온전히 몰입한다. 이처럼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무언가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을 지속해서 연습하는 것과 같으며, 생각에서 쉽게 빠져나올수록 우리는 다른 무언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우리는 왜 부정적인 생각에 빠질까? : 우울과 불안을 가져오는 생각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미래에 대한 걱정

    우리 뇌는 매일 수만 가지의 생각을 만들지만, 대부분 일시적으로 우리의 의식을 붙잡았다가 금세 흩어진다. 그런데 그중 몇몇 생각은 우리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다양한 감정 중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생각들은 유난히 우리 머릿속에 자주 떠오른다. 오늘 하루를 돌이켜보면 좋은 일보다 나빴던 일이 더 강하게 기억되는 것도 뇌가 가진 특징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우리 뇌는 생존에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생각을 더 자주, 더 쉽게 떠올림으로써, 생존의 위기에 처할 가능성을 낮추려는 것이다.


    걱정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불안은 대표적인 부정적인 감정이다. 우리는 평소에 불안감을 유발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문제에 대한 걱정이다. 어렵고 복잡한 일,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처럼 다양한 문제에 대한 걱정은 어떤 생각들보다 우리 머릿속에 자주 떠오른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다양한 걱정을 하면서 살아간다.


    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무조건 단점은 아니다. 걱정은 문제 해결 방법을 고민하게 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한다. 건강에 대한 염려로, 우리는 주기적으로 운동 계획을 세우고, 식단을 관리하며, 건강검진을 받는다. 불의의 사고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여 보험에 가입한다. 만약 문제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아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문제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처럼 걱정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 우리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걱정이 걱정으로만 그칠 때가 있다. 문제 상황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생각만 할 뿐, 해결 방법을 모색하거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이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걱정은 우리의 정신과 육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머릿속 상황을 실제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다양한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따라서 문제에 대한 걱정은 딱 필요한 만큼만 하는 것이 좋다. 내가 이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으며, 어떤 대안이 있을지 확인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이어지는 걱정은 우리 몸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미칠 뿐이다.


    그리고 걱정하기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한 작은 행동부터 하나씩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동은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행동을 미루고 걱정만 하는 것이 반복되면 이것도 하나의 잘못된 습관이 될 수 있다. 문제에 대한 걱정이 떠오르는 순간, 생각에 빠지기보다는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수치스러운 일에 관한 생각

    생존의 감각, 수치심

    수치심은 사람이 공동체 생활을 하기에 느끼는 감정이다. 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다른 구성원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상황에서 느끼는데, 타인의 마음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수치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공동체가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질서와 체계에 따라서 움직여야 한다. 만약에 이를 지키지 않는 구성원이 있다면 공동체 생활이 어려워진다. 사람은 공동체 생활을 통해 생존을 유지할 수 있기에 누구나 무리에서 떨어지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이에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늘 신경 쓰고, 다른 구성원들이 자신을 소외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 되면 수치스러움을 느낀다. 수치심은 강하고 부정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이를 일으키는 생각이 한번 머릿속에 들어오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수치심은 죄책감과는 다른 감정이다. 수치심이 공동체의 규칙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공동체로부터 분리될 만한 행동을 할 때 경험하는 감정이라면, 죄책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규범이나 가치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 때 경험하는 감정이다. 수치심은 자신의 결점이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나는 상황에서 경험한다면, 죄책감은 스스로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때 경험한다.


    수치심과 죄책감은 모두 우울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뉴욕의 시러큐스대학교 연구진은 기존에 수행된 108개의 우울증 연구의 결과를 분석해 수치심, 죄책감, 우울증과의 관계를 확인했다. 그 결과 수치심이 죄책감보다 우울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수치심을 일으키는 생각을 반복하는 것은 자신을 질책하는 것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정신건강에 해롭다.


    물론 수치스러운 일을 돌이켜 생각하는 것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어떤 식으로 바꾸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해준다. 이는 공동체 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행동은 줄이고 적합한 행동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부정적인 생각도 예방할 수 있다 : 생각의 늪에 빠지는 상황들

    해야 하는데 몸이 움직여지지 않아

    미루기에 대한 생각

    미루는 습관이 만드는 악순환

    해야 할 일은 언젠가는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미룰수록 불안과 걱정이 커진다. 게다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공부를 미룰수록 시험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기 때문에 낮은 성적을 받을 확률이 커지고, 다른 사람과의 오해와 갈등을 해결하지 않고 놔두면 점점 관계가 나빠져 나중에는 회복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나면 우리는 자책감에 빠지게 된다. 누구나 자신의 과업을 제시간에 척척 해내기를 원한다. 특히, 통제의 욕구가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마저 완벽하게 통제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무언가를 미루게 되면 자신이 꿈꾸던 자아상과 현실 모습 간의 차이로 인하여 불편을 느끼고 자책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자책이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자책은 우울감과 좌절감만을 유발한다.


    미루기를 멈추는 방법

    미루기를 멈추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불편한 감정을 피하려고 해야 할 일을 미룬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무력감, 부담감, 압박감, 불안감, 긴장감 등 어떤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미루게 만드는지 파악하고 나면, 더는 의지나 성격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미루기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답에 한 발짝 가까워진다.


    미루기를 유발하는 불편한 감정을 인지했다면, 감정에 따라서 각각 다른 해결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부담감이나 무력감으로 인해 반복해서 미루는 경우는 과업의 목표를 낮추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리포트를 완벽하게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면 리포트를 쓰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질 수 있다. 이때, 리포트 전체를 완성하는 것에서 한 줄을 쓰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면 부담감과 무력감이 크게 줄어든다.


    불안감과 긴장감으로 인해서 해야 할 일을 미루게 된다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불안과 긴장을 줄이는 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심호흡과 복식호흡은 불안감과 긴장감을 줄이는 쉬운 방법이다. 그 외에 명상, 스트레칭, 이완 훈련 등도 익숙해지면 불안과 긴장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참을 수가 없어

    자극적인 것에 대한 생각

    많은 사람이 중독은 충동 조절의 문제가 있거나 자기 절제가 어려운 사람들에게만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중독은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일어난다. 과거에는 술, 도박, 마약, 약물 중독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통한 애플리케이션, 인터넷, 온라인 게임중독 등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이나 행위는 강한 자극을 유발해서 중독자가 많은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경제적 자원을 소진하게 만든다.


    강한 자극일수록 몰두하기 쉽다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이나 행위는 강한 자극을 통해 몰입을 유발한다. 강한 몰입감은 강한 자극을 다시 찾게 되는 이유가 되고, 무언가에 몰입했던 기억은 반복해서 떠올라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런데 우리 뇌는 자극에 적응한다. 처음에는 자극적이었던 것들도 나중에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는다. 그렇게 강한 자극을 통해 유발된 몰입은 점점 더 큰 자극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자극적인 것들은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시킨다. 더 큰 문제는 자극적인 것에 오래 노출될수록 잔잔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강한 자극을 주는 감각에 익숙해져 있는 뇌는 단순하고 밋밋하고 지루한 것들에 집중하지 못한다.


    최근 들어 성인 ADHD에 대한 인식률이 높아지면서 자신이 성인 ADHD인 것 같다며 진료실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실제로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의력 결핍 증상을 가지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보인다. 하지만 성인 ADHD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증상 중 일부가 12세 이전에 나타나야 하는데, 어떤 사람들의 경우는 학창 시절에는 주의력 문제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공부도 잘하고 책도 잘 읽고 산만하지 않았는데, 성인이 되어서 주의력이 크게 떨어지고 책도 읽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언가에 중독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릴 적에는 자극적인 것에 노출이 되지 않아서 주의력에 문제가 없었으나, 성인이 되어 자극적인 것에 반복 노출되면서 잔잔한 자극에 주의를 기울일 수 없게 되자 결과적으로 주의력 결핍 증상이 생기게 된 것이다.


    주의력이 떨어지면서 이전에 잘 읽었던 책에도 집중이 되지 않고 일상적인 활동에도 지장이 생기게 된 것이다. 한번 자극적인 것에 중독이 되면 자극적인 것을 계속 찾거나 접하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반복된다. 무언가를 하다가도 자극적인 것이 생각나고 또다시 이를 갈망하게 된다. 무언가에 중독되면 이로부터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 않다.


    뇌의 자극 줄이기

    이전과 다르게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면, 차분한 음악을 듣는 것이 불편하다면, 지인과의 대화가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우리 뇌가 너무 큰 자극에 오랫동안 노출되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뇌가 자극적인 것에 지속해서 노출된 상태에서는 잔잔한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어려워진다. 자극적인 것에 관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잔잔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같이 자극적인 것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고, 독서, 산책, 조용한 음악 등의 잔잔한 자극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자. 처음엔 쉽지 않겠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변화 할 수 있다. 오늘부터라도 조금씩 실천으로 옮겨본다면 점차 주의력, 집중력, 기억력이 좋아지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있을 때 생각에 둘러싸인다

    안전한 관계망의 중요성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사는 동물이다. 그러므로 관계 속에서 자라나고 관계 속에서 무엇보다 큰 행복과 고통을 경험한다. 관계를 어떻게 만들고 유지하느냐로 그 사람의 성품을 알 수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누군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울과 불안 등 많은 정신과 증상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문제에서 유발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거나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우리는 우울해진다. 사람들로부터 소외될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고립과 단절이 미치는 영향

    혼자 남겨지는 상황 또한 생각을 많아지게 하고 우울과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한다. 미국의 올드도미니언대학교 연구진은 코로나로 인해 거리 두기가 이어지던 2020년도에 대학생 199명을 대상으로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들을 조사했다.


    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연구 대상자들은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의 반복은 우울감의 정도와 연관이 있었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우울감을 유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연구에서 알 수 있었다. 이처럼 혼자 있는 상황은 우리를 쉽게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게 하고 심한 경우 우울감을 경험하게 한다.


    현대인들은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2022년 기준 75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4.5%를 차지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에도 스마트폰의 보급과 생활양식의 변화로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이전보다 많아졌다.


    혼자 있는 시간에 자꾸 생각에 빠진다면 최대한 혼자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가족과 지인과의 시간을 규칙적으로 가지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고 대화하는 데는 시간과 에너지가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정적인 관계는 우리의 기분을 편안하게 하며, 인지기능을 높이고 활력을 가져다준다. 직접 만나기가 어렵다면, 전화 통화나 SNS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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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