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질문 앞에서 머뭇거린다면 내면의 불안감에 무기력하게 떠밀리듯 살고 있는 것이다. 남보다 한발 앞서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없고 여전히 불안감으로 괴롭다. 만약 자신이 뒤처져 있다는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면 불안은 미래에 대한 ‘끔찍한 상상’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불안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이 ‘나쁜 상상’이라고 말한다. 통제력을 잃은 상상은 불안감을 더 키우고, 증폭된 불안은 다시 더욱 끔찍한 상상으로 악순환된다. 마침내 불안감은 내면을 가득 채운 코끼리가 되어 주기적으로 커다란 발소리를 쿵쿵거리며 머릿속을 휘젓는다. 이내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무의미한 동동거림만 반복하게 된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이러한 나쁜 기운은 퍼져 나간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일시 정지다. 미래에 대한 끔찍한 상상의 연결 고리를 깨뜨리려면 ‘일시 정지’를 시도해야 한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시장을 거닐며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고르고, 자연으로 돌아가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꽃향기를 맡아야 한다. 아름드리나무를 껴안고 고개를 들어 흰 구름을 바라보는 것이다. 일시 정지는 자신을 현실 세계로 되돌려 미래에 대한 끔찍한 상상을 하나둘씩 깨트리고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나에 대한 글쓰기’를 통해 일상과 잠시 거리를 두며, 나를 만나고 대화를 나눠보자.
■ 저자 장신웨
베이징사범대학 교육심리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쉬카이원 교수에게 정신동력치료 및 게슈탈트 심리치료를 공부했다. 국가 공인 심리상담사, 국제 IPA 인증 소통 전문가, 글쓰기 치료 단체 대표로 활동 중이다. 언어와 스토리텔링이 현대인의 걱정을 덜어내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데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 연구해왔다. 공기업과 상장회사에서 인력 자원 업무를 담당했다. 2009년부터 경영 컨설팅 분야에서 오랫동안 국제 항공사, 원전 그룹, 대경유전 ABB(중국) 등 300개가 넘는 중대형 기업에서 교육을 담당해왔으며 직장인을 위한 개인 성장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호감 가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 《기적을 부르는 공감 대화법》, 《말하는 법 배우기》, 《인터랙티브 대화》 등이 있다.
■ 역자 고보혜
숙명여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서울외대 통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하였다. 대기업에서 통번역사로 일하다 현재는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호감 가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 《기적을 부르는 공감 대화법》, 《AI트렌드와 투자 인사이트》, 《오늘부터 웃으며 거절할게요》, 《성공이 보이는 심리학》, 《빌 게이츠의 인생수업》 등 다수가 있다.
■ 차례
prologue
당신의 불안을 이해해요
추천의 글
불안을 받아들이고, 저항하지 않기
불안과 친구 되기
1장 불안증후군
불안과 눈을 맞춰라
▶글쓰기로의 초대_지금, 함께
안전 행동은 피난처가 아니다
▶나를 바꾸는 글쓰기_기초 수업, 프리 라이팅
나다움에 승부를 걸어라
▶나를 바꾸는 글쓰기_부지런히 ‘퇴비’ 주기
욕망은 다스리고 포부는 펼쳐라
▶나를 바꾸는 글쓰기_글쓰기를 통한 마음 연마
2장 인터넷 불안 시대
부러움이 불안을 부른다
▶나를 바꾸는 글쓰기_몸의 감각 쓰기
스스로 자유를 허하라
▶나를 바꾸는 글쓰기_감정 쓰기 연습
자아도취보다 자아 발견이 낫다
▶나를 바꾸는 글쓰기_네 가지 기본 방법
이상의 출발점은 현재이다
▶나를 바꾸는 글쓰기_글쓰기로 탈바꿈을 증명하라
3장 불안 탐구 생활
불안은 잠재의식에서 싹튼다
▶나를 바꾸는 글쓰기_근본적으로 자신과 연결하기
거침없이 화해하고 독립하자
▶나를 바꾸는 글쓰기_가족과의 연결
나를 위한 가정은 없다
▶나를 바꾸는 글쓰기_테마 글쓰기
4장 불안 뛰어넘기
기준에 제압당하지 마라
▶나를 바꾸는 글쓰기_감정 일기
트라우마는 올가미가 아니다
▶나를 바꾸는 글쓰기: 통합 캘린더
자유에는 책임을 덧대야 한다
▶나를 바꾸는 글쓰기_글쓰기의 응용
불안을 달래는 명약이 있다
▶나를 바꾸는 글쓰기: 출석 체크 100일
epilogue
글쓰기가 내 불안을 잠재웠다
우리는 불안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에 주제별로 ‘나에 대한 글쓰기’를 제안해 우리가 불안에 맞서 단단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돕습니다.
나는 오늘 불안과 친구가 되기로 했다
불안증후군
불안과 눈을 맞춰라
“이 도시를 벗어나고 싶다. 오늘만 벌써 11번째 드는 생각이다. 올해 들어서만 7번이나 사표를 쓰고 싶었다. 26번째 회사 문을 닫을까 고민했다. 33번째 이혼을 떠올렸다.”
이 광고 문구는 2018년 중국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힘이 되는 영상으로 뽑혔다. 도시 생활을 그대로 보여준 광고 속 주인공은 바로 나, 혹은 친구나 이웃으로 짐작된다. 그래서일까. 5분도 되지 않는 이 짧은 영상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수천만 네티즌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누구나 한 번쯤 바쁜 일상을 탈출하고 싶어 한다. 지금 있는 위치에서 하루라도 벗어나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다. 다르게 말하면 새로운 시도나 도약의 기회를 꿈꾼다는 의미이다.
중국의 구인구직사이트 레핀왕의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에는 50% 이상이 도시 생활을 원했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35%의 직장인이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고향과 가까운 곳으로 직장을 옮기려 했다. 현재 망설이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28%나 되었다. 지역적 문제가 아니고 심리적 부담과 압박이 원인이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 자기 나름의 해결방안을 찾은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이곳을 벗어난다고 해서 정말 좋아질까?, ‘지금 가고 싶어 하는 곳이 내가 진짜 원하던 미래일까? 마음이 편치 않다면 그 어느 곳이라도 천국이 될 수 없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걱정
우리는 끝없는 걱정의 시대에 살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 문제로 ‘불안을 품고 두려움과 초조함에 떤다. 이 불안은 어딜 가나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끊임없이 괴롭힌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걱정은 밤잠을 못 이루게 만든다.
과학의 발전과 요동치는 환경은 미래학자조차 단언하지 못하는 현실을 펼쳐 보인다. 주식, 부동산, 고용, 팬데믹 등 미래는 예측 불가한 미궁에 빠진 모습이다. 전문가나 정부, 기관이나 기업의 통제력을 잃은 불안이 대중에게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다. 그로 인해 우리는 끊임없이 걱정과 불안에 잠식되어버렸다.
불안보다 더 무서운 것은 미래에 대한 ‘끔찍한 상상
자기 사고의 바탕에 ‘일시 정지 버튼을 달자. 일시 정지는 외부에서 자극이 올 때 생각과 행동 사이에 휴지(休止) 타임을 두어 일정한 공간을 남겨두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시장을 거닐며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고르거나,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꽃향기를 맡거나, 아름드리나무를 껴안고 고개를 들어 흰 구름을 바라보자. 이게 어려우면 길게 심호흡하며 신체 각 기관을 이완시켜보자. 현재 만끽할 수 있는 세계를 보며 미래에 대한 끔찍한 상상을 털어내야 한다.
그리고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두려움에 떠밀리는 대표적인 증상이 미루기다. 미루고 미루다 정점에 다다르면 ‘해야 한다와 ‘하고 싶지 않다 사이에서 충돌한다. 마치 나무와 덩굴처럼 얽히고설키지만 결국 불안감이 승리하므로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자신의 무능력함이나 적응 능력 부족을 깨닫고 우울한 감정이 돋는다. 일을 미루거나 도피하는 연장은 스스로 일시 정지 상태를 강제하는 것이다. 이때의 일시 정지는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
능동적이며 적극적이고 광적인 분주함에도 일시 정지가 필요하다. 불안감에 이끌려 노력의 의미와 만족감을 상실하기에 바쁘지만 즐겁지 않다. 이는 결국 자기 소진으로 귀결된다. 끔찍한 상상에 쫓기며 질주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일시 정지를 강요당하는 날이 온다. 치명적인 건강상의 문제일 수도 있고 실패와 좌절이라는 예기치 않은 결과일 수도 있다.
나와 일상과의 종이 한 장의 거리
매사추세츠 메디컬 명상 센터와 캘리포니아 건강연구소의 플로렌스 메이어 교수와 밥 스테어 교수가 진행하는 MBSR(마음챙김에 기반을 둔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명상 강연 둘째 날, 휴대폰을 끄고 이틀 동안 ‘정좌하고 침묵하는 훈련을 했다. 강제로 철저히 일시 정지당한 나는 현기증이 나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한밤중 방에 홀로 앉아 있자니 문득 ‘나는 왜 이곳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메모지를 찾아 “휴식조차도 이렇게 노력해야 하는구나,”라는 한 줄을 쓰고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 적막한 밤은 오롯이 나 자신과 함께한 첫날이었다.
그때부터 글쓰기가 내 삶에 들어왔다. 감정의 폭풍이 몰려오거나 물러갈 때 컴퓨터 앞에 앉아 나의 분노와 눈물, 상심과 무기력을 한 자 한 자 써 내려갔다. 평정심을 되찾을 때까지.
이제는 글로 나 자신과 대화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묻는 습관이 생겼다. 일상과 종이 한 장의 거리를 유지하며 내가 스스로 누르는 일시 정지 버튼이다. 나는 그 안에서 자유를 느낀다.
그렇게 5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게 된 지금 나는 책을 쓸 만한 충분한 체력과 인내심을 가지게 되었다.
▶글쓰기로의 초대_지금, 함께
글쓰기는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늘 가지고 다니는 수첩에 기분 좋은 순간을 메모하거나 스마트폰의 메모 기능을 활용하여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기록할 수 있다. 매일 세 줄에서 다섯 줄 정도 적는 것을 과제로 삼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글쓰기에 해당한다.
저는 글재주가 없는데요
글쓰기는 자신과의 대화이다. 맨 처음 쓰는 글의 첫 줄은 자신에게 건네는 인사로 시작하자. 자기 성장을 돕는 글쓰기 연습은 전문적인 창작 활동이 아니므로 행간마다 속마음을 진솔하게 드러내면 된다. 작가이자 유일한 독자인 자신의 감각을 총동원하면 된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낀 바 그대로 적어나가자. 글쓰기를 겁내던 사람도 하루 이틀 쓰다 보면 뜻밖의 자기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없는 것도 ‘재능이 없는 것도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쓸까 고민된다면 가장 쉬운 ‘일상부터 쓰자. 처음부터 어려운 주제나 소재를 고를 필요가 없다. 오히려 글쓰기의 매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인터넷 불안 시대
부러움이 불안을 부른다
인터넷 시대는 정보 과부하 시대다. 정보는 방대하고 번잡할 뿐만 아니라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기 어렵다. 매일 최신의 정보가 빠르게 올라오는 인터넷에서 실시간 이슈는 순간순간 바뀌고 한번 놓친 정보는 다시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들은 정보를 다양하게 접하지만, 지식의 범위는 확장되지 못하고 깊이도 얕다. 이 세계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탐구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정보가 자신을 어떻게 바꾸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 역시 흔치 않다.
알면 알수록 불안해지는 이유
중국의 심리학 플랫폼 이신리(壹心理)와 중국 언론 런민왕이 공동 진행한 설문 조사는 팬데믹이 대중의 심리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설문지는 총 24개의 질문으로 구성되었는데 자기평가로 진행되었고 점수가 높을수록 심리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설문 결과 4년제 대학 이상의 참가자가 보여준 부정적인 심리 상태가 가장 높았다. 이를 해석해보면 지식에 의존할수록 더 정확하게 알고 싶은데 공부하고 분석할수록 무엇을 따라야 할지 몰라 초조하고 전전긍긍하게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처럼 지식은 우리의 불안을 완화하지 못한다. 오히려 지식의 추종이 불안을 높이는 것이다.
‘감각처리(Sensory Processing)는 두뇌가 몸의 감각 메시지를 받아 반응하는 과정이다. 대량의 정보와 지식이 두뇌를 장악하면 몸의 감각이 둔해지고 개체와 환경이 순조롭게 만나지 못한다. ‘감각처리 장애는 요즘 아이들이 많이 보이는 학습 능력 장애다. 지적 능력은 정상이지만 아이의 대뇌와 신체 각 부분의 조화에 문제가 발생하여 주의가 산만하고 손발이 맞지 않으며 통제되지 않는 행동을 한다. 섬세한 동작을 하지 못하고 방향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등 대뇌와 신체가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해 이상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아동의 과도한 보호이다. 아이에게 생각의 여지를 주지 않고 부모가 직접 모든 판단과 결정으로 명령만 내린다. 그로 인해 아이는 자신의 감각을 이용할 줄 모르게 된다. 과도하게 전자제품을 이용하는 것도 문제다. 이는 아이가 자신의 신체와 각 기관을 충분히 사용할 수 없게 만든다. 흙장난이나 모래놀이 같은 옛날 놀이 방식이 감각처리에 주는 의미를 얕보지 마라. 모래를 만지고 장난감을 관찰하고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애써 친구와 함께 물통을 나르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 감각처리 훈련이다. 나무에 오르고 물놀이를 하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면 몸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는 성인도 마찬가지다. 업무 중 잠깐 걷기나 하늘을 바라보는 등 감각적 활동을 수시로 병행해야 한다.
요즘의 우리는 생각이 자신을 잡아먹는 기분이 들 만큼 바쁘게 사고한다. 생각은 굽이치는 강물같이 뇌에 흐른다. 날마다 다사다망하다. 저녁이 돼서야 소파에 몸을 뉘어 보지만 이내 스마트폰을 들고 낮 동안 머릿속에 머물렀던 정보의 관성에 따라 움직인다. 잠들 때조차 미완성의 계획과 목표, 여러 가지 생각과 사고에 집중한다. 목표를 실현하는 그 순간 다음 목표를 정한다. 자신의 생활에 깃들어 있는 빛, 향기, 소리, 맛 등 몸의 감각이 전하는 느낌을 감상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 감각의 발견이 주는 감흥을 받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나를 바꾸는 글쓰기_몸의 감각 쓰기
몸의 감각을 느끼는 경험은 자신을 되찾는 첫걸음이다. 호흡과 심박, 두 발로 바닥을 딛는 느낌, 감정, 에너지 매 순간의 생명력. 자신을 활짝 열어 새로운 가능성을 맛봐야 한다. 목욕하거나 땀 흘려 운동하거나 마사지를 할 수도 있다. 차를 마시거나 서로 끌어안고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모든 감각 기관을 열고 눈, 귀, 코, 혀, 사지를 충분히 사용해 삶 전체를 끌어안고 체득해보자. 우리의 몸은 가장 직접적이고 가장 예민하고 가장 완전한 감각 통로이다. 이 순간 발생하는 모든 것을 느끼며 완전히 살도록 도와준다.
오감을 활용하라
내 몸의 다양한 감각이 살아나 행복함을 증명해낸다. 다음과 같이 글을 시작해보자.
“내가 본 것은….”
눈으로 본 색깔과 색깔이 전달하는 느낌을 묘사해보자. 눈으로 본 빛과 빛의 강약이 가져다주는 느낌을 그대로 쓰면 된다. 가까운 데서부터 멀리, 다시 멀리서부터 가까운 곳을 바라보고 나서 눈으로 본 전부를 글로 쓰거나 시선을 사로잡은 한 가지 사물을 글로 쓸 수 있다. 또는 세심하게 한 가지 사물에 응시할 수도 있다. 책상 위 달력을 보고 예전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세세한 부분을 써볼 수 있다.
“내가 들은 것은….”
귀로 들은 소리와 전달받은 느낌을 묘사해보자. 현재 있는 장소에 가득 찬 소리나 그 소리의 발원지를 적어도 좋다. 볼륨의 크기, 소리가 먼 곳에서 들리는지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지, 소리의 리듬과 선율을 쓴다면 공감각을 활용한 글이 된다. 다른 사람이 말할 때 눈을 감고 소리를 들으면 그의 생김새를 느낄 수 있다. 어떤 선율을 들었을 때 그것이 전달하는 정서를 느낄 수 있는가? 특별히 고요한 환경에 있다면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내가 만진 것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어떤 사물을 만져본다. 도자기 컵일 수도 있고 곰돌이 인형일 수도 있다. 손끝에 전해지는 온도, 질감, 감촉을 그대로 표현하면 된다. 혹시 그것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대화체로 쓰자. 뭐라고 말하고 싶은가? 자신의 두 손, 뺨, 머리카락, 혹은 몸의 다른 부분을 만져볼 수 있다.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내가 맡은 향기는….”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면 그 순간을 포착해 글로 적어보자. 외부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 문을 열고 들어온 후 집안의 향기에 주의를 기울여보자. 요리하며 맡는 음식의 풍미와 양말을 벗었을 때 후각의 예민함에도 유의하자. 후각은 우리가 가장 쉽게 등한시하는 부분이지만 무의식에 미치는 영향은 가장 크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향기에 집중해도 좋다. 그리고 향기 안에 어떤 기억이 있는지 글로 쓰면 좋은 추억이 되새겨진다.
“내가 먹은 것은….”
음식을 먹을 때 잠깐 멈춰보자. 식감이나 맛과 향기를 음미하기 위해 감각을 깨우면 좋다. 가볍게 음식을 입에 넣은 후 씹지 않고 그 향기가 천천히 입안에 퍼지는지 느껴본다. 의식적으로 한두 입을 깨물어보고 잘게 씹어본다. 그런 다음 향기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체험해볼 수 있다. 씹을수록 터져 나오는 맛을 감상하고 삼키고 싶은 충동과 위에서 꼬르륵꼬르륵거리는 소리를 동시에 느껴볼 수 있다.
불안 뛰어넘기
트라우마는 올가미가 아니다
스스로 생명을 구하는 힘, 트라우마
아기코끼리는 서커스단에서 태어났다. 장난꾸러기 아기코끼리는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싶었지만 다리가 가느다란 쇠사슬에 묶여 있어 그 범위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다. 아기코끼리는 쇠사슬을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한 번 또 한 번, 아기코끼리는 아무리 애를 써 봐도 쇠사슬을 풀 수 없었다. 아기코끼리는 무기력하게 벗어나려는 노력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기코끼리는 쑥쑥 자라서 힘도 세졌다. 이젠 이 작은 쇠사슬을 끊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쇠사슬을 절대 끊을 수 없다고만 생각했다. 무기력한 심리 암시가 이미 마음속 깊이 박혀 있는 것이다.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은 1967년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에 의해 밝혀졌다. 개를 케이지에 가두고 버저가 울리면 전기 충격을 주었다. 케이지에 갇힌 개는 전기 충격을 피해 도망칠 수 없었다. 여러 차례 실험을 진행한 후 연구원들이 버저를 울리고 전기 충격을 가하기 전에 케이지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개는 도망가지 않았다. 버저가 울리자 먼저 쓰러져 신음하고 떨기 시작했다. 개는 도망갈 수 있었는데도 절망적으로 고통이 닥치도록 내버려두었다. 이것이 바로 학습된 무기력이다.
트라우마가 부르는 또 하나의 문제가 바로 ‘학습된 무기력이다. 암흑의 순간을 경험한 사람은 다른 가능성을 보지 못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캄캄한 길을 만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때 손발 들고 그대로 투항해서는 안 된다. 생명은 불가사의한 치유력을 지녔고 포기하지 않는 한 트라우마는 삶이 주는 덤이라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무대 위에서 자유분방한 연기로 관중을 사로잡던 코미디의 거장 중에는 예민하고 우울했던 사람이 많다. 어느 예술가와 철학자가 고통을 겪지 않았을까? 위대한 작품은 고통에서 나온다. 어떤 사춘기 소년이 막막한 길을 걷지 않았을까? 세상의 모든 사랑은 웃음과 눈물로 완성된다. 지진, 홍수, 전염병의 고통은 오히려 힘겹게 행복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모든 마음의 고통이 생명의 지혜와 잠재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삶은 늘 우리를 상처투성이로 만들지만, 나중에는 상처받은 곳이 가장 강해질 것이다.”
헤밍웨이의 말처럼 ‘트라우마는 스스로 생명을 구할 ‘힘이다.
트라우마를 이성적으로 바라보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드러내는 사람은 없다. 나약한 면이라고 여기거나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심리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것도 이를 부추긴다. 심리 문제는 곧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글쓰기는 안전한 자아 표현 방식으로 치유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글쓰기가 심리 치료에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다. 제임스 페니베이커는 그의 제자 산드라 벨과 함께 트라우마 글쓰기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감정을 글로 쓴다고 당장 정서적 이완이나 쾌락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심리적 불안정 문제로 건강센터를 찾는 비율이 낮아졌다. 글쓰기를 한 후 몇 주, 몇 개월 안에 그들의 우울감이나 생각을 반추하는 정도가 줄어들었으며 불안한 정서도 줄었다. 글쓰기 과정이 주는 전체적인 행복감은 커졌다. 이후 오하이오주 마이애미대학의 실험실, 뉴질랜드의 오크랜드의학대학 및 기타 여러 기관에서 감정 글쓰기가 면역 기능 강화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물론 사람마다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에 느끼는 스트레스는 다르다. 개별적 심리 수용 능력에도 차이가 있다. 글쓰기 과정에서 감정 상태를 조절하기 어렵다면 나는 멈추라고 조언한다. 준비가 덜 되었다면 억지로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
심각한 트라우마 사건을 겪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개인의 심리적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평가는 고통의 정도, 사회적 기능의 손상 정도(정상적으로 출근하고 등교했는지, 사람들과 평상시처럼 어울렸는지), 증상의 지속 시간 등 3가지 차원으로 이루어진다. 과식이나 금지된 식품, 약품의 복용, 자신을 해치는 행위는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으므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
트라우마를 보는 것은 생명에 대한 자각이고,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것은 인생에 대한 무거운 수용이다. 트라우마를 용서하는 것은 위대한 자비이다. 트라우마에서 자신을 구하는 것이 불안감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나를 바꾸는 글쓰기: 통합 캘린더
트라우마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효과적인 방법은 내면의 변화를 관찰하고 확인하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방법에 따라 꾸준히 감정을 표현하고 분출하면 트라우마 치유에 도움이 될 것이다. 평정심을 찾은 정서는 자기 통제가 가능하도록 해준다.
굵직한 현실의 사건을 계속 기록하자. 깨달은 점을 쓰는 것은 현실과 내면의 통합을 이루고 깨진 감각을 회복하도록 도와준다.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기록과 확인은 시간의 연속성에 대한 감각을 갖게 한다. 자신의 연속감을 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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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