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어휘만큼 나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내가 아는 어휘만큼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어휘를 안다는 것은 나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적절한 어휘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이 곧 어른의 문해력이다.
한국어를 ‘할 수 있는 것’과 ‘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한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상황과 맥락에 맞는 어휘를 선택하고, 둘째로 문법에 맞게 문장을 구성하며, 셋째로 논리성과 일관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 가장 첫 번째 요소인 상황과 맥락에 맞는 어휘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내가 쓰는 어휘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즉, 어휘의 정확한 뜻과 쓰임을 알고 문맥에 맞게 쓰는 것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을 결정짓는 힘이다.
■ 저자 박선주
서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정치학을 복수 전공했다. 어렸을 때부터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것을 좋아했다. 호기심이 많은 데다 궁금한 건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이때 알게 된 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길 좋아한다. 그래서 혼자만 알기 아까운 것들을 모아 유튜브 ‘모던걸 교양살롱’을 시작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던걸’로서 교양 있게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맞춤법 등 ‘교양 있는 모든 걸’ 다루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SBS 〈생활의 달인〉에 ‘맞춤법 달인’으로 출연했으며 EBS 〈평생학교〉에서 맞춤법 강의를 진행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교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저서로는 《물어보기 부끄러워 묻지 못한 맞춤법 & 띄어쓰기 100》이 있다.
유튜브 모던걸 교양살롱
인스타그램 @moderngirl.korea
■ 차례
1장 한국어 못하는 한국인
나는 한국어를 잘할까?
중요한 것은 글의 재료인 어휘이다
어휘의 3가지 영역
2장 오해의 영역: 올바르게 표현하기
001 호랑이가 죽어서 남기는 것은? | 가죽과 거죽
002 둘은 같은 뜻 아닌가? | 갑절과 곱절
003 ‘걷’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 걷잡다와 겉잡다
004 ‘결딴’은 틀린 말 아닌가? | 결단과 결딴
005 같은 듯 같지 않지만 같아 보이는 | 그러므로와 그럼으로
006 ‘꼬리’는 아는데 ‘꽁지’는 뭐지? | 꼬리와 꽁지
007 이어폰을 귀에 꼽다? 꽂다? | 꼽다와 꽂다
008 난이도가 높다고? | 난도와 난이도
009 ‘한 뼘 너비’일까, ‘한 뼘 넓이’일까? | 너비와 넓이
010 넙죽한 얼굴이 고민이라면? | 넓죽하다와 넙죽하다
011 이거 보면 깜짝 놀랄걸요? | 놀라다와 놀래다
012 안 틀리는 사람 찾기가 더 힘들어요 | 대와 데
013 나물할 때 없는 맏며느리? | 데와 때
014 저는 화를 돋군 적이 없어요 | 돋구다와 돋우다
015 두꺼운 외투를 입어야 따뜻합니다 | 두껍다와 두텁다
016 뒤처지기도 뒤쳐지기도 싫어요 | 뒤처지다와 뒤쳐지다
017 내 귓속에 개가 있다? | 먹먹하다와 멍멍하다
018 모든 걸 알려 줄 테니 뭐든 물어보세요 | 모든과 뭐든
019 무리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 무리와 물의
020 밤새지 말란 말이야 | 밤새다와 밤새우다
021 옷에 냄새가 배다? 베다? | 배다와 베다
022 라면이 불었지만 불지는 않는 이유 | 붇다와 불다
023 갈등이 붉어진다고? | 불거지다와 붉어지다
024 틀린 것 같아도 ‘사달’이 맞습니다 | 사단과 사달
025 ‘상서로운 말’은 좋은 뜻일까, 나쁜 뜻일까? | 상서롭다와 상스럽다
026 ‘스러지다’는 없는 말이다? | 스러지다와 쓰러지다
027 ‘알갱이’와 ‘알맹이’의 차이는? | 알갱이와 알맹이
028 엄한 사람 잡지 마세요? | 애먼과 엄한
029 정말 어의가 없네? | 어이와 어의
030 ‘에’와 ‘에게’를 구별해야 할 때 | 에와 에게
031 ‘유래’와 ‘유례’는 모두 찾기가 힘듭니다 | 유래와 유례
032 연극의 출현진을 소개하겠습니다? | 출연하다와 출현하다
033 한창 바빠 보여서 한참을 기다렸어 | 한참과 한창
[복습 문제] 조금 더 적절한 말을 고르세요
[쉬어 가기] 어휘는 계속 생기고 사라져요
3장 상식의 영역: 정확하게 표현하기
034 그래서 된 거예요, 안 된 거예요? | 가결과 부결
035 하나는 합법, 하나는 불법이다? | 감청과 도청
036 누가 신고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 고발과 고소
037 경찰에 소장을 제출한다고? | 고소장과 소장
038 시간을 가로와 세로로 나누는 법 | 공시적과 통시적
039 죄를 지어도 교도소에 안 갈 수 있다? | 교도소와 구치소
040 알았다가도 잊어버리는 그 말 | 귀납법과 연역법
041 약물의 남용과 오용의 차이 | 남용과 오용
042 냉전과 열전 사이 | 냉전과 열전
043 명태의 다른 이름들 | 동태 / 북어 / 생태 / 코다리 / 황태
044 사장님 필수 어휘 | 매출과 이익
045 둘 중 뭐가 더 몸에 좋을까? | 무농약과 유기농
046 법대로 하자고? 무슨 법대로? | 민사와 형사
047 코로나19는 바이러스일까, 세균일까? | 바이러스와 세균
048 엑스선의 발견일까, 발명일까? | 발견과 발명
049 말과 글의 차이 | 번역과 통역
050 작은 병원과 큰 병원의 차이 | 병원과 의원
051 결혼식에 내는 것은? | 부의와 부조
052 우리 회사가 판매하는 것은? | 상품과 제품
053 누가 나쁜 사람일까? | 원고와 피고
054 19세는 술을 마실 수 있을까? | 이상과 이하 / 초과와 미만
055 안주 일절? 안주 일체? | 일절과 일체
056 나는 임대인일까, 임차인일까? | 임대와 임차
057 자료와 정보의 긴밀한 관계 | 자료와 정보
058 유의해서 봐야 하는 경제 용어 | 자본과 자산
059 축하를 표현할 때와 애도를 표현할 때 | 주기와 주년
060 올해 중순에 대박이 날 운세이다? | 중반과 중순
061 누가 돈을 빌린 사람일까? | 채권과 채무
062 논리적 사고의 시작 | 충분조건과 필요조건
063 기사에서 자주 보는 그 기호 |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
064 누가 피해를 당한 사람일까? | 피의자와 피해자
065 헷갈리면 안 되는 우리말 상식 | 한국어와 한글
066 백신을 맞으면 몸에 형성되는 것은? | 항원과 항체
[복습 문제] 조금 더 적절한 말을 고르세요
[쉬어 가기] 어휘의 의미는 변하기도 해요
4장 교양의 영역: 섬세하게 표현하기
067 ‘가관이네’와 ‘장관이네’ 중 뭐가 욕일까? | 가관과 장관
068 이제 헷갈리지 마세요 | 가늘다와 얇다 / 굵다와 두껍다
069 뭐가 더 공손한 말일까? | 감사하다와 고맙다
070 ‘자기 개발’과 ‘자기 계발’은 다르다? | 개발과 계발
071 오늘 점심 뭐 먹을까요? | 국 / 전골 / 찌개 / 탕
072 군에 사는 사람은 시민이 아닐까? | 국민 / 시민 / 주민
073 어느 것이 고향으로 가는 길일까? | 귀경길과 귀향길
074 ‘향기로운 냄새’는 틀린 말일까? | 냄새 / 내음 / 향기
075 서로 바꿔 쓸 수 있을까? | 능률과 효율
076 ‘누구 씨’라고 하면 반말이다? | 님과 씨
077 역시 전문가는 틀리네? | 다르다와 틀리다
078 알고 보면 당황스러워요 | 당황하다와 황당하다
079 ‘대가리’라고 하면 기분 나쁜 이유 | 대가리와 머리
080 잘못 쓰면 싸움 납니다 | 때문 / 덕 / 탓
081 못 한 거야, 안 한 거야? | 못과 안
082 사실 둘은 같은 시간이라고? | 반나절과 한나절
083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 반증과 방증
084 감으로는 알겠는데 정확한 차이는 모르겠는 말 | 벌써와 이미
085 ‘이 인간아’가 기분 나쁜 이유 | 사람과 인간
086 지금까지 날 사용한 거라고? | 사용과 이용
087 ‘새 옷’과 ‘새로운 옷’은 뭐가 다를까? | 새와 새로운
088 우리가 버려야 할 것 | 선입견과 편견
089 하나는 칭찬이고 하나는 욕이다? | 순수하다와 순진하다
090 누가 가장 어릴까? | 신생아 / 아동 / 어린이 / 영아 / 유아
091 이제는 정확하게 알아 두자 1 | 아가 / 아기 / 아이
092 이제는 정확하게 알아 두자 2 | 아버님 / 아버지 / 아빠 / 아비 / 부친
093 먹었었었었었어? ‘었’은 몇 개까지 가능할까? | 었과 었었
094 저희나라에 놀러 오세요? | 우리와 저희
095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다? 잇따라 발생하다? | 잇달다와 잇따르다
096 ‘장기 자랑’은 있지만 ‘특기 자랑’은 없는 이유 | 장기와 특기
097 업무에 참고하다? 참조하다? | 참고와 참조
098 구별해서 쓰고 있나요? | 피곤과 피로
099 피란민이 발생했다고? | 피난과 피란
100 빨래를 말리는 건 햇볕일까, 햇빛일까? | 햇볕과 햇빛
[복습 문제] 조금 더 적절한 말을 고르세요
[쉬어 가기] 표준어가 여러 개일 수도 있어요
5장 어휘력을 늘리는 습관 5가지
하나, 이 말은 피하세요
둘, 다른 말을 생각하세요
셋, 사전을 찾아보세요
넷, 책을 많이 읽으세요
다섯, 뜻을 유추하세요
[부록] 자주 쓰는 문장 부호
[복습 문제] 정답
정확한 어휘 사용이 문해력을 높이는 핵심임을 강조하며 자주 잘못 사용되는 어휘 100개를 소개하고, 그 정확한 의미와 쓰임새를 설명합니다. 어휘의 미묘한 차이를 알면 더 정확하고 효과적인 소통이 가능할 것입니다.
한 끗 어휘력
오해의 영역: 올바르게 표현하기
둘은 같은 뜻 아닌가? - 갑절과 곱절
-갑절: 어떤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만큼
-곱절: 어떤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만큼
앞 글자의 모음 하나만 다른 갑절과 곱절은 언뜻 보면 같은 뜻처럼 느껴집니다. 실제로 사전에 첫 번째로 나오는 뜻도 같은데요. 둘 다 "어떤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만큼" 이라는 뜻이죠. 따라서 2배를 나타낼 때는 갑절과 곱절을 모두 쓸 수 있습니다.
은혜를 갑절/곱절로 갚다.
하지만 은혜를 두 갑절로 갚다는 부자연스러운 표현입니다.
은혜를 두 갑절로 갚다. X
은혜를 두 곱절로 갚다. O
곱절은 "일정한 수나 양이 그만큼 거듭됨을 이르는 말" 이라는 뜻을 하나 더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곱절 앞에는 수를 써도 되지만 갑절 앞에는 수를 쓰지 않죠.
이자를 세 갑절로 갚다. X
이자를 세 곱절로 갚다. O
갑절 앞에 수를 쓰지 않는 이유는 어휘 자체에 2배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곱절은 2배라는 의미로 말할 때 곱절과 두 곱절을 모두 쓸 수 있습니다. 세 곱절, 네 곱절 등 다른 수를 쓰는 것도 가능하고요.
같은 듯 같지 않지만 같아 보이는 - 그러므로와 그럼으로
-그러므로: 앞의 내용이 뒤의 내용의 이유나 원인, 근거가 될 때 쓰는 접속 부사
-므로: 까닭이나 근거를 나타내는 연결 어미
-으로: 어떤 일의 수단·도구를 나타내는 격조사
그러므로와 그럼으로 중 무엇이 맞을까요? 둘 다 맞는 말입니다. 다만 발음은 같으나 뜻이 다르니 글을 쓸 때는 유의해야 합니다.
우선 그러므로를 분해하면 그렇다/그러다+므로가 됩니다. 그렇다/그러다가 활용을 하면서 그러가 되고 여기에 까닭이나 근거를 나타내는 어미 므로가 붙은 것이죠. 그러하기 때문에, 그리하기 때문에라는 의미입니다.
대장이 그러므로 따랐을 뿐이다.
오늘은 늦었으므로 내일 오세요.
또한 그러므로는 하나의 독립된 단어로서 사전에 등재돼 있습니다. 이때는 그래서, 따라서와 비슷한 뜻으로, 앞의 말이 원인이나 근거이고 뒤의 말이 결과나 결론일 때 쓰는 접속 부사입니다. 다음 예문은 내가 야식을 매일 먹었기 때문에 그 결과로
살이 쪘다는 의미이죠.
나는 매일 야식을 먹는다. 그러므로 살이 쪘다.
그럼으로는 분해하면 그렇다/그러다+ㅁ+으로입니다. 그렇다/그러다가 그러로 활용을 하고 여기에 명사형을 만드는 어미 ㅁ이 붙은 뒤 주로 수단이나 도구, 방법이나 방식을 나타내는 격조사 으로가 붙은 것입니다. 풀어 보면 그러함으로써, 그리함으로써라는 의미가 됩니다.
나는 매일 야식을 먹는다. 그럼으로 살을 찌운다.
단정한 옷을 입음으로 예의를 갖추다.
또한 ‘그럼으로는 ‘그럼으로 인하여, 그럼으로 말미암아처럼 써서 어떤 일의 원인이나 이유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난이도가 높다고? - 난도와 난이도
-난도: 어려움의 정도
-난이도: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
시험이 어려웠을 때 흔히 난이도가 높았다라고 말하는데요. 그런데 이 말은 조금 어색합니다. 난이도는 難(어려울 난)과 易(쉬울 이)에 정도를 의미하는 度(법도 도)가 더해진 한자어로, 어렵고 쉬운 정도를 나타냅니다. 어렵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쉽다는 의미도 동시에 갖고 있죠.
그렇다면 난이도가 높았다는 어렵고 쉬운 정도가 높았다는 말이 되는데요. 이 말은 어려웠다는 건지 쉬웠다는 건지 의미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만약 시험이 어려웠다는 말을 하고 싶으면 난도를 써서 다음 예문처럼 표현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마찬가지로 난이도가 낮았다도 어색한 표현입니다.
난도가 높았다/낮았다. O
난이도가 높았다/낮았다. X
난이도는 다음처럼 쓰는 것이 적절합니다.
난이도가 작년과 비슷하다.
난이도를 결정하다.
난이도를 조정하다.
아울러 고난이도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요. 마찬가지로 (높을 고)를 써서 많이 어렵다는 의미로 하는 말이지만 이 역시 어색한 표현입니다. 고난이도라고 하면 어렵고 쉬운 정도가 크다는 말이 되어 많이 어렵다는 건지 많이 쉽다는 건지 의미가 불명확해집니다. 따라서 많이 어렵다는 말을 하려면 고난도라고 해야 합니다.
고난도 문제. O
고난이도 문제. X
참고로 난도는 있어도 이도는 없습니다. 어렵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으면 난도가 낮다 정도로 표현하세요.
안 틀리는 사람 찾기가 더 힘들어요 - 대와 데
-대: -다고 해가 줄어든 말
-데: 해할 자리에 쓰여 과거 어느 때에 직접 경험하여 알게 된 사실을 현재의 말하는 장면에 그대로 옮겨 와서 말함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한국어 중 가장 헷갈리는 말을 꼽으라면 대와 데가 아닐까 싶습니다. 발음 차이가 거의 없어 더욱 헷갈리지만 한 번만 정확하게 알아 두면 절대 헷갈릴 일이 없을 거예요.
우선 대는 내가 어떤 말을 다른 사람에게 듣고 그것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때 씁니다. 다고 해의 줄임말이죠. 대 대신에 다고 해를 넣어 말이 되면 대를 쓰면 됩니다.
걔는 그때 왜 그랬대? ⇒ 그랬다고 해?
일기 예보를 보니 내일은 비가 온대.⇒ 온다고 해.
데는 내가 과거에 직접 겪은 일을 지금 상대방에게 말할 때 씁니다. 더라와 같다고 생각하면 쉬워요. 데 대신에 더라를 넣어 말이 되면 데를 쓰면 됩니다.
내가 봤는데 바뀐 게 없데. 없더라.
이번에 보니 걔는 옛날이랑 똑같데. 똑같더라.
상식의 영역: 정확하게 표현하기
경찰에 소장을 제출한다고? - 고소장과 소장
-고소장(告訴狀): 범죄의 피해자나 다른 고소권자가 범죄 사실을 고소하기 위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서류
-소장(疏狀): 소송을 제기하기 위하여 제일심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
만약 친구가 나 오늘 소장 제출하러 경찰서에 가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말려야 합니다. 소장은 경찰서에 내는 것이 아니라 법원에 내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친구가 경찰서에 소장이 아니라 고소장을 제출하러 간다고 하면 좋은 소식이 있길 기원해 주면 됩니다. 고소장과 소장은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고소장은 경찰이나 검찰 같은 수사 기관에 범죄를 고소할 때 내는 서류로, 형사 사건에 씁니다. 바로 앞에서 살펴봤듯이 고소장은 범죄의 피해자나 다른 고소권자가 낼 수 있습니다.
소장은 소를 제기할 때 법원에 내는 서류입니다. 민사 소송, 즉 개인과 개인 간의 분쟁을 해결할 때 쓰죠. 법원에 소장을 내면 법원에서는 잘잘못을 따져 판결을 내립니다. 따라서 법원이 아니라 경찰서에 소장을 제출한다고 하면 의미가 어색해집니다.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다.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다.
참고로 공소장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고자 할 때 관할 법원에 제출하는 문서"라는 뜻입니다.
축하를 표현할 때와 애도를 표현할 때 - 주기와 주년
-주기(周忌): 사람이 죽은 뒤 그 날짜가 해마다 돌아오는 횟수를 나타내는 말
-주년(周年): 일 년을 단위로 돌아오는 돌을 세는 단위
2024년은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광복한 지 79년이 지난 해입니다. 그렇다면 2024년은 ‘광복 79주기일까요, ‘광복 79주년일까요? 이때는 ‘광복 79주기라고 쓰면 의미가 어색해집니다.
‘주년은 1년을 단위로 돌아오는 해를 세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1년 뒤는 ‘1주년, 10년 뒤는 ‘10주년이 되는 것이죠.
결혼 1주년.
설립 10주년.
주기는 사람이 죽은 뒤 그 날짜가 해마다 돌아오는 횟수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사람이 죽은 뒤 1년이 지나면 1주기, 10년이 지나면 10주기인 것이죠. 이때의 기는 한자 忌(꺼릴 기)로, 제삿날을 의미하는 기일의 기와 같은 한자입니다.
따라서 광복 70주기라는 말은 어색합니다. 예를 하나 더 들자면 베토벤 탄생 100주년은 말이 되지만 베토벤 탄생 100주기는 어색한 표현입니다. 다만 베토벤 100주기라고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베토벤이 서거한 뒤 100년이 지난 해라는 의미가 되니까요.
주기의 동음이의어 중에는 주기(週期)도 있습니다. "같은 현상이나 특징이 한 번 나타나고부터 다음번 되풀이되기까지의 기간"이라는 뜻으로, 다음과 같이 씁니다.
운동 주기.
주기가 단축되다.
교양의 영역: 섬세하게 표현하기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 반증과 방증
-반증(反證): 어떤 사실이나 주장이 옳지 아니함을 그에 반대되는 근거를 들어 증명함 또는 그런 증거
-방증(傍證):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되지는 않지만 주변의 상황을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증명에 도움을 줌 또는 그 증거
반증과 방증은 둘 다 어떤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간단히 증거라고 써도 상관없지만 내 표현의 의도를 드러내고 더 구체적으로 말하고 싶다면 반증과 방증을 구별해 쓰는 게 좋은데요. 오히려 뜻을 혼동해 잘못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증은 어떤 사실이 틀렸음을 밝힐 때 그 사실에 대한 반대 근거를 들어 증명하는 것입니다. 반대되는 근거이기 때문에 한자 反(돌이킬 반)을 쓰죠. 쉽게 말해 반대 증거입니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은 밥을 먹는다라는 말의 반증은 밥을 먹지 않는 사람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죠.
방증은 어떤 사실을 증명할 때 간접적으로 증명에 도움을 주는 근거입니다. 직접적인 증거가 아니라 간접적인 증거이기 때문에 한자 傍(곁방)을 쓰죠. 만약 어떤 회사의 임직원 임금이 높다면 이 회사의 수익이 크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이때 높은 임금이 큰 수익을 방증하는 셈이죠.
참고로 ‘반증은 어떤 사실과 모순되는 것 같지만 거꾸로 그 사실을 증명할 때 쓰기도 합니다. 이때는 주로 -(다)는 반증이다의 꼴로 씁니다.
작품에 대한 그의 분노는 그만큼 그가 이 작품을 사랑했다는 반증이다.
우리가 버려야 할 것 - 선입견과 편견
-선입견(先入見): 어떤 대상에 대하여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관점
-편견(偏見):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
다음 괄호에는 선입견과 편견 중 무엇이 들어가야 할까요?
( )을 가지다.
( )을 버리다.
( )에 사로잡히다.
선입견과 편견 둘 다 들어갈 수 있습니다. 둘 다 견이 들어 있어 생긴 것도 비슷하고 뜻도 비슷해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뜻이 다릅니다.
선입견은 무언가에 대해 이미 마음속에 갖고 있는 고정 관념이나 관점입니다. 한자 그대로 먼저(先) 들어와 있는(入) 견해(見)입니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보지 않고 그 사람은 어떨 것이라고 미리 생각한다면 그것은 선입견입니다. 그를 보고 난 뒤 원래 갖고 있던 생각과 달라져 마음이 바뀐다면 선입견이 깨지는 것이죠.
편견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입니다. 마찬가지로 한자 그대로 치우친(偏) 견해(見)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인종은 열등하다, 어느 지역 사람들은 성향이 어떻다 같은 생각이 편견입니다. 만약 나의 생각이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고 공정하게 바뀌게 된다면 편견이 깨지는 것이죠.
참고로 가끔 선입견과 편견을 합쳐 편입견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편입견은 비표준어입니다.
업무에 참고하다? 참조하다? - 참고와 참조
-참고(參考): 살펴서 생각함
-참조(參照): 참고로 비교하고 대조하여 봄
참고와 참조는 비슷한 맥락에서 혼용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뜻이 서로 조금 다릅니다. 참고는 살펴서 생각하거나 살펴서 도움이 될 만한 재료로 삼는 것을 말합니다. 참고의 고는 한자 考(상고할 고)인데요. 고려하다의 고와 같습니다. 즉, 참고한다는 건 고려한다는 의미입니다.
그의 의견을 참고해서 결정했다.
참고로 말하다.
그리고 ‘참고에 비교와 대조의 의미가 들어간 것이 ‘참조입니다. ‘참고를 할 때 둘 이상의 것을 서로 비교하면서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찾아보는 것을 강조한다면 ‘참조인 것이죠. ‘참조의 ‘조는 한자 ‘照(비출 조)인데요, ‘대조의 ‘조와 같습니다. 이 점을 생각하면 기억하기 쉬울 거예요.
업무 이메일을 보낼 때 업무에 도움이 되라는 뜻으로 ‘업무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요. 많약 비교하거나 대조할 대상이 있는 게 아니라면 ‘참고가 더 자연스럽습니다. 비교하거나 대조할 대상이 있으면 ‘참조를 쓸 수 있고요. 즉, 둘 다 쓸 수 있지만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짐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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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