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모임에서든 동물학자가 입을 열기만 하면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다며 아쉬워하는 저자는 누구나 동물에 푹 빠질 수 있도록 동물들의 재미있는 특징만 가려 뽑아 위트와 스토리텔링을 더해 펼쳐놓는다. 사람의 음경을 쏙 빼닮은 흡충의 이미지가 아무리 궁금해도 절대 회사 사무실에서 검색하지 말라는 엄중 경고까지 놓치지 않는 다정함도 겸비했다. 독자들이 많은 사랑을 보내주기만 한다면 1만 4000권 정도의 속편이 기다린다며,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저자의 지독한 동물 사랑도 관전 포인트다.
저자의 톡톡 튀는 동물 설명을 받쳐주는 동물 일러스트도 이 책의 핵심이다. 영국예술대학교 출신 과학 전문 일러스트레이터 제니퍼 스미스가 직접 책에 등장하는 모든 동물의 삽화를 그렸다. 그림만 봐도 동물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지도록 동물 저마다의 특징까지 표현해낸 그림은 책의 완성도를 더욱 높인다. 자다가도 생각날 저자의 유머와 여러 번 봐도 새롭게 보이는 동물 그림까지 결합하여 그야말로 종합 엔터테인먼트 같은 동물 사전이 탄생했다.
■ 저자
요안나 바그니에프스카
요안나 바그니에프카 박사는 동물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다. 폴란드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중국, 태국에서 자랐다. 옥스퍼드대학교 동물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보존 생물학, 행동 생태학, 기술과 동물학의 교차점을 연구하고 웜뱃과 왈라비부터 두더지쥐, 자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현재 런던 브루넬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대중 과학을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제니퍼 스미스
자연계의 경이로움을 표현하는 과학 및 의학 전문 일러스트레이터. 영국예술대학교에서 그림을 전공했다. 현재 영국의 브리스틀에 있는 원더띠어리 스튜디오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 역자 김은영
서울대학교에서 지구시스템과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고생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사람들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알리기 위해 과학책을 기획, 편집, 번역하고 있다. 『과학실험을 도와줘! 미션키트맨』, 『베어북』 등을 쓰고, 『노래하는 곤충도감』, 『진짜 진짜 재밌는 과학 그림책』, 『지구의 지배자들』, 『아찔하게 귀엽고 엉뚱하게 재미있는 공룡 도감』 등을 옮겼다.
옥스퍼드 출신의 괴짜 동물학자 요안나 바그니에프스카가 세상에서 가장 이상하고 신기한 동물들을 모은 독특한 동물 사전입니다. 동물들의 놀라운 행동과 특성을 유머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풀어내며, 독자에게 과학적 지식과 함께 위로와 재미를 선사합니다.
나를 닮은 동물 사전
땅
야자집게
학명: Birgus latro
사는 곳: 인도양, 태평양의 환초
특징: 찰스 다윈조차 괴물이라고 부른 동물. 인간의 물건을 잘 훔침.
열대 낙원에 공포를 몰고 오는 용감한 해적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겁이 많은 사람이라면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듣자.
사실 이건 무자비한 게의 이야기이다. 진짜 해적의 방식으로 위협하고 약탈하고 죽이는 게 말이다. 소개하겠다. 야자집게다. 무게 4킬로그램에 다리를 펼친 폭이 1미터가 넘는 이 거대 갑각류는 가장 큰 육상 절지동물이면서 가장 큰 육상 무척추동물이기도 하다. 서양의 과학자들은 전 세계를 오가던 중 이 생물을 접한 사략선 선장 프랜시스 드레이크를 통해 처음으로 야자집게에 대해 알게 됐다. 한편 찰스 다윈은 야자집게를 괴물이라고 표현했는데, 확실히 위협적이긴 하다. 이 무척추동물 세계의 천하장사들은 최대 28킬로그램까지 들어올릴 수 있고 몸집이 가장 큰 개체들이 강력한 집게발로 발휘하는 악력은 3300뉴턴으로 추정된다. 이는 하이에나가 무는 힘과 비슷한 수준이다.
야자집게는 소라게의 친척이다. 어린 야자집게는 선조들과 마찬가지로 복족류 껍데기에서 산다. 하지만 일단 완전히 성장하면 이들은 껍데기 집을 떠나 단단하고 석회화된 외골격과 거대한 집게발로 몸을 보호한다. 실제로, 소라 껍데기에서 나오는 습성은 야자집게의 거대한 집게발을 설명해준다. 공간이 제한된 소라 모양의 보금자리를 떠나며 몸(집게발과 그 외 모든 것)이 인상적인 크기에 도달할 수 있다. 힘도 그러하다.
강력한 집게발은 자기방어뿐만 아니라 먹이(의 위치를 후각으로)를 찾을 때도 쓰인다. 야자집게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야자열매를 쪼갤 수 있다. 이들은 이동도 평범하지 않다. 다리로 나무줄기를 붙잡고 올라가 야자수를 타고 다닌다. 보통 과실, 견과류, 씨앗이나 그 외 식물성 먹이를 먹지만 잡식성이라 기회만 있으면 즐겁게 고기를 뜯는다. 주변에 먹을 만한 사체가 없으면 직접 사냥한다. 야자집게가 쥐를 죽이거나 잠든 새를 공격해 치명적인 집게 힘으로 날개를 부러뜨리고 잡아먹은 기록이 있다. 이들은 집게로 붙잡고 힘차게 흔들어 가장 큰 뼈도 쉽게 부술 수 있다. 동족 포식도 딱히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
무방비 상태의 새를 죽이지 않을 땐 이 거대 갑각류들은 약탈에 나선다. 이들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은 도둑게나 야자 도둑이다. 당연하겠지만 인간에게서 물건을 낚아채서 가져가는 경우가 많아서다. 일단 냄비, 신발, 시계, 카메라를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위스키병을 꼭 붙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정말이지 무모하면서도 용감한 짓이지만, 군인에게서 총을 빼앗았다는 카더라도 존재한다. 왜 그렇게 많이 훔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어쩌면 흥미로운 냄새를 풍겨대는 새로운 물건들을 먹이 후보로 조사해야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도둑게는 인도양, 그리고 개체 밀도가 가장 높은 크리스마스섬을 포함한 태평양 일부 지역의 환초에 서식한다. 그들은 아마도 유일하게 바다를 떠다닐 수 있는 유충 시기에 이 외딴 섬에 도달했을 것이다. 바다에서 3~4주를 보낸 어린 야자집게는 육지로 올라간다. 일단 성장하면 수영 능력을 잃는다. 번식기 암컷은 굉장히 조심하며 만조 상태의 바다에 알을 낳아야 한다. 왜냐하면 파도에 끌려가는 순간 익사해 상어 밥이 되기 때문이다.
이 야자 도둑들이 다른 섬에서도 악명을 얻었다는 소문이 있다. 일부 역사가들은 야자집게가 비행 중 태평양 어딘가에 추락한 유명 비행사 아멜리아 에어하트를 먹어치웠을 거라는 가설을 세웠다.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그러나 도둑게의 해적질을 보고도 이들이 식인하지 않을 거라 단정지을 수 있는 이는 없으리라.
말뚝망둥어
학명: subfamily Oxudercinae
사는 곳: 열대성 맹그로브 숲
특징: 물고기지만 땅 위로 올라와 앉을 수 있음.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남긴 말이다. 단지 물고기라는 사실만으로 나무에 오르고 바위를 오르는 것을 주저하지는 않는 말뚝망둥어의 인생 모토이기도 하다.
말뚝망둥어는 망둥이의 친척으로, 열대성 맹그로브 숲에 서식하는 옥수데르키나에아과의 32종을 의미한다. 말뚝망둥어의 학명은 좀 전통적으로 지어진 경향이 있다. 자이언트말뚝망둥어의 학명은 네덜란드의 의사이자 박물학자인 요한 알버트 슐로저를 기념하는 이름 페리오팔모돈 쉴로세리(Periophthalmodon schlosseri)이다. 퍼그헤디드말뚝망둥어의 학명은 프랑스 탐험가 루이 드 프리이시네를 딴 페리오말모돈 프레이키네티(P. freycineti)다. 심지어 뉴기니슬렌더말뚝망둥어의 학명 자파 콘플루엔투스(Zappa confluentus)는 음악가 프링크 자파가 명확하고 현명하게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옹호한 공로를 기리고자 붙은 이름이다(프랭크 자파는 미국 상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미국 수정헌법 제1조,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 바 있다).
프랭크 자파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했고 말뚝망둥어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결연하다. 그 어떤 것도 자신들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이들은 공기 호흡을 할 수 있고 육지에서도 버티는 양서류형 어류 중에서도 육지에 가장 잘 적응해 삶의 약 90퍼센트를 물 밖에서 보낼 수 있다.
폐가 없는데도? 문제없다. 이들은 커다란 아가미에 저장된 물을 통해서 숨을 쉬거나 입과 목의 내벽을 통해 직접 피부 호흡한다. 촉촉함만 유지된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탈수증이 일어나면? 말뚝망둥어에겐 해결책이 있다. 몸을 반질반질하게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진흙 속을 굴러다니는 것이다. 게다가 물에서 1분 이상 떨어져 있는 경우도 거의 없다. 활동하지 않을 때는 물이 들어찬 굴에 피신해 있는데, 이곳은 번식용으로도 쓰인다. 이들이 숙소를 지을 때 쓰는 진흙은 무산소 상태인 데다 만조에는 숙소가 몇 시간 동안 물에 잠기기 때문에 미리 산소를 비축해 놓는 말뚝망둥어도 있다. J자 모양의 굴에서 지표면과 떨어져 있는 불룩한 공간을 공기 호흡용으로 쓴다. 이들은 입 안에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채워 넣고 집 안으로 쑥 들어와 공기를 1분에 15회 이상 배출해둔다.
땅을 걸을 발이 없는데? 흥, 이 물고기는 지느러미로 걷는다고. 가슴지느러미에는 팔꿈치와 유사한 관절이 있는데, 말뚝망둥어는 이 관절을 이용해 사람이 목발을 짚고 걷는 것과 비슷한 동작으로 이동한다. 가슴지느러미가 몸통을 들어올리면 배지느러미는 몸통을 지탱한다. 배지느러미는 작은 흡착기처럼 어딘가에 달라붙거나 떨어지며 물체를 꽉 붙잡는다. 어떤 말뚝망둥어는 배지느러미로 나무를 오르기도 한다. 이 다재다능 물고기는 지느러미에 물을 거의 묻히지도 않고 물을 뛰어 건넌다. 그들은 꼬리로 수면을 쳐 뛰어올라선 나무, 바위, 아니면 또 다른 마른 땅에 도착해 가장 물고기답지 않게 앉는다.
나폴레옹이나 자파와 교감하지 않을 때 말뚝망둥어는 도널드 트럼프적 사고를 발휘하여 벽을 쌓는다. 말뚝망둥어는 엄청난 영역 동물로 3~4센티미터 높이의 칸막이를 쌓아 올려 다각형 영토의 경계선을 표시한다. 이들은 진흙 덩어리를 물고 운반해 건물을 짓는데, 하루 활동의 약 5퍼센트를 건축과 수리 작업에 할애한다. 이들의 영토는 영양가 있는 해조류 채집 장소가 되기도 한다.
다른 육식성 말뚝망둥어 종은 또 다른 난관을 마주한다. 혀가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물고기는 혀에 관해서는 성공을 거둔 적이 없으며 보통 먹이가 들어 있는 물을 빨아들일 뿐이다. 그러나 육지에서는 음식물 조각들을 입 뒤쪽으로 밀어내 삼키게 해주는 근육질의 혀가 흡입보다 더 나은 선택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뚝망둥어들은 해부학적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혁신으로 보완한다. 이들은 혀가 있는 동물의 행동을 흉내 내 입에 물을 채우고 앞으로 움직여 먹이를 걸러낸 다음 다시 빨아들여 삼킨다.
말뚝망둥어의 다양한 해부학적 구조를 보면 척추동물이 물에서 육지로 올라온 과정을 조명할 수 있다. 해낸다는 태도는 육상 동물이 누리는 신체적 이점만큼 중요한 것 같다.
물
먹장어
학명: family Myxinidae
사는 곳: 전 세계 바다 곳곳
특징: 나일론보다 10배 더 강력한 점액 스타킹을 직접 만들어 먹이를 잡음.
출연진이 사람이 아니라 먹장어였다면 영화 죠스의 내용은 매우 달라졌을 것이다. 오프닝 장면을 상상해보길 바란다. 상어가 먹잇감에 다가가 공격을 위해 앞으로 돌진한 뒤 몸부림치는 먹잇감을 붙잡고는... 역겨워서 뱉어내고 숨이 막혀 헐떡이고 켁켁거리며 입과 아가미를 비우려고 하는 장면을 말이다.
먹장어(꾀장어과에 속하는 약 70종)는 원구류(턱이 없는 원시적인 물고기)의 일종이다. 원래는 뼈가 있었지만 진화 과정에서 다시 뼈를 잃은 척추동물로 이들의 골격은 연골로 이루어진 두개골, 척색(척추의 전구체)과 꼬리지느러미의 기조(fin ray)뿐이다. 일부 세 배가 넘는 길이인 종도 있지만 보통 길이가 약 0.5미터에 달하고 분홍색이나 회색을 띠며 아가미 호흡을 하고 심장이 네 개다.
척추가 부족하긴 하지만 이 원시 어류의 친척은 상어, 투어바리(농어과에 속하는 대형 물고기), 그 외 대형 포식자를 격퇴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발달시켰다. 먹장어 방어 겔이라고도 불리는 점액이다. 이들은 점액을 생성하는 분비샘과 가장자리를 따라 점액이 줄줄 흐르는 90~200개의 점액 구멍으로 무장하고 있어 콧물 장어라는 못된 별명이 붙었다. 방해를 받거나 연속 공격을 받으면 이들은 엄청난 양의 끈적한 물질을 뿜어낸다.
이 물질의 구조는 다른 끈적끈적한 것들과는 다르다. 먹장어 점액은 민달팽이처럼 겔 형성 단백질인 뮤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여기에 독특하게도 기다란 실 같은 단백질 섬유도 들어 있다. 직경이 약 1~3마이크로미터인 이 섬유는 직경이 몇 분의 1밀리미터쯤인 타래에 꽉꽉 채워져 있다. 이 점액이 바닷물과 닿으면 약 15센티미터까지 풀려 점액 소포와 함께 촘촘한 섬유망을 형성한다. 강도는 나일론의 10배에 달한다.
이 점액질 시트는 완벽한 방수 효과를 발휘하진 못하지만, 매우 미세한 체처럼 작용해 확실하게 물의 흐름을 늦추며 이를 통해 포식성 물고기의 아가미를 매우 효과적으로 틀어막는다. 겔을 완전히 방출하는 데 1000분의 1초밖에 걸리지 않으며 먹장어가 그 어떤 상처도 입기 전에 공격자에게 잡히자마자 바로 펼쳐낼 수 있다. 구토 반사를 유발하는 점액을 한 번이라도 입안 가득 대접받아 본 육식동물은 다시 콧물 장어를 무는 일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먹장어 자체는 대부분 청소동물로 떨어져 있는 썩은 고기와 어업 폐기물을 먹거나 해삼과 불가사리로부터 먹이를 낚아챈다. 이들은 사체의 입으로 들어가거나 그 피부를 직접 파내고 즐거이 사체 속에 몸을 묻는다. 먹장어는 척추동물 중 유일하게 피부를 통해 직접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데, 이는 먹이 내부에서 만찬을 즐기는 동물에게 적합한 기술이다.
이들은 사냥도 한다. 물론 사냥도 점액을 사용해서 한다. 콧물 장어는 물고기를 찾으면 구석구석으로 몰아 많은 양의 점액으로 질식시킨다. 점액은 여기저기 매우 써먹기 좋지만, 생산자에게도 위험할 수도 있다. 먹장어는 자신의 끈적끈적한 물질에 잠기면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명적인 점액 침낭을 방지하기 위해 콧물 장어는 또 다른 독특한 해결책을 개발했다. 문자 그대로 자신을 매듭짓는 것이다. 이들은 매듭 묶기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제약하는 척추가 없고 방해되는 지느러미도 없으며 헐거운 스타킹처럼 헐렁하고 얼마든지 비틀 수 있는 피부는 걸리는 것 하나 없이 매끄럽다. 매듭이 풀리며 먹장어는 몸통부터 머리까지 쭉 훑어 나가는데, 이 때 점액도 벗겨진다.
이 기술은 다른 상황에서도 쓸모가 많다. 예를 들어 좁은 공간에서 탈출하거나 굴에서 먹이를 끄집어내는 경우다. 먹장어가 자신보다 큰 먹이를 먹을 때에도 유용하다. 이들은 발달된 아래턱이 없어서 매듭지은 몸을 임시변통 턱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비트는 힘으로 고깃덩어리를 잡아당긴다. 먹장어는 간단한 외벌매듭과 8자 매듭을 선호하지만 때로는 더 복잡한 세 가닥 매듭도 묶는다.
화석 기록에 따르면 먹장어는 지난 수억 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들의 점액 삼출 및 매듭 묶기 생존 전략은 개선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홍해파리
학명: Turritopsis dohrnii
사는 곳: 지중해
특징: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음.
누가 영원히 살려 할까? 록스타와 해파리가 바로 그 누다! 그러나 전자의 생물학은 방해되는 반면, 후자는 결과적으로 모든 게 정리됐다. 적어도 홍해파리는 말이다.
해파리의 독특한 죽음을 막는 힘을 이해하려면 먼저 다양한 생물들로 이루어진 다소 원시적이면서 번성한 수생 동물 집단인 자포동물의 삶을 폭넓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문용어로 메두사라 부르는 해파리는 이 자포동물 생활사의 안 단계에 불과하다.
자포동물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헤엄치는 유생으로 생을 시작한다. 이들은 적절한 장소에 달라붙은 뒤 촉수 테두리로 화려하게 장식된 꽃병같이 보이는 폴립으로 자라난다. 폴립은 고착성으로 기질(基質)에 영구적으로 부착된 채 성장에 집중한다. 충분히 성숙하면 판 모양의 메두사 더미가 생기고 메두사는 떨어져 나와 드넓은 세상으로 둥실둥실 떠간다. 횡분체 단계라고 불리는 이 과정이 끝나면 폴립은 죽거나(뭐, 해저에서) 재생되어 다시 횡분체 단계에 돌입한다.
새로 형성된 메두사는 부유 생활을 하며 번식기의 형태는 해변에 좌초되는 경우가 많다. 우산 모양의 갓 중앙에는 촉수로 둘러싸인 입이 있다. 입은 동시에 항문 역할도 하는데, 해파리는 해부학적으로 매우 알뜰한 생물이기 때문이다. 산란하는 동안 수컷과 암컷 메두사는 정자와 난자를 물속으로 방출한다. 운만 좀 따른다면 이 둘은 서로 우연히 만나 수정되고 유생을 형성하게 된다. 새로운 생활사의 시작이다. 일부 종에서는 정자가 암컷의 입으로 떠밀려가 그곳의 난자를 수정시킨다.
다른 해파리들은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단순히 신체 부위의 분열이나 재생을 통한 무성생식만을 고수한다. 번식 후 메두사는 결국 죽는다. 이 생활사는 흥미롭지만 그다지 특이하진 않다. 유생-폴립-메두사, 이것이 자포동물의 일생이다(몇몇 종은 여기저기서 단계를 건너뛰지만 말이다). 생물은 부화하고 성장하고 여러 모험을 겪다가 결국 죽거나 먹힌다.
그러나 홍해파리는 늙어 죽는 건 과대평가됐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쪼개진 완두콩 너비만한 갓 안에 밝은 빨간색 소화 기관을 갖춘 이 작은 메두사는 압박을 받으면 수정과 유생 단계를 건너뛰고 폴립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이러한 개체 발생 역전(사실상 노화 역전)은 소수의 다른 자포동물에서도 관찰된 바 있지만 이미 성적으로 성숙해진 유기체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홍해파리는 젊어지기 위해 탈분화 과정 을 사용한다. 어떤 식으로 일어날까?
세포는 보통 모든 능력을 갖춘 팔방미인 상태로 시작되지만 성숙해지면서 특정 유형으로 전문화된다. 이 과정을 분화라고 한다. 일단 분화가 시작되면 세포는 자신의 역할을 고수한 채 같은 전문성을 가진 더 많은 세포를 생산한다. 그러나 탈분화는 이 과정을 역으로 돌린다. 완전히 특화된 세포를 비특화 상태로 탈분화한 다음 다른 전문 분야로 재분화해 부유성 유성 메두사를 고착성 무성 폴립으로 바꾸는 것이다.
홍해파리는 물리적 손상, 온도나 염분의 변화, 먹이 부족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반응해 역노화 기제에 돌입한다. 변신하는 것이다. 먼저 촉수가 줄어들고 몸이 오그라들며 수영 능력이 사라진다. 퇴행한 동물은 마지막으로 포낭에 싸여 기질에 정착한 뒤 결국 폴립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이론적으로 이 과정은 (물론 이 동물이 먹히지 않는 한) 무한정 계속되어 불멸을 보장한다. 이는 사실상 마법의 영역이다.
하늘
난초사마귀
학명: Hymenopus coronatus
사는 곳: 자바섬
특징: 꽃의 색깔 뿐 아니라 완벽한 하나의 꽃을 모방할 수 있음.
19세기 호주 여행 작가 제임스 힝스턴은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던 중 자바섬의 정원을 둘러보았다. 그의 관심은 가장 놀라운 꽃, 살아 있는 파리를 잡아서 잡아먹는 붉은 난초에 쏠렸다. 힝스턴은 여행기에서 그 식물이 나비를 붙잡고 그가 지켜보는 동안 예쁘지만 치명적인 잎으로 그것을 둘러쌌다라고 썼다. 그러나 작가가 본 것은 사실 살인적인 꽃이 아니라 놀랍도록 정확한 흉내내기였다.
흉내내기, 다른 말로 의태는 진화의 멋진 기술 중 하나다. 대벌레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보호 의태는 위험으로부터 숨기 위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데 아주 좋다. 반면에 공격 의태는 포식자를 먹잇감에 보이지 않게 하는 데 유용하다. 난초사마귀는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한다.
기능적으로 난초사마귀는 다른 사마귀들과 유사하다. 육식성이며 소름 끼치는 작은 삼각형 머리, 걷는 다리 4개와 잡는 다리 2개를 갖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마귀가 녹색이나 갈색인 것과 달리 이 종은 아주 치명적(pretty deadly)에 예쁘다(pretty)를 더한다.
전체적인 생김새는 화려하다. 섬세한 흰색이나 분홍색 색상에 보라색 눈, 꽃잎을 닮은 납작한 돌출부로 장식된 다리가 있으며 어린 사마귀는 난초를 더욱 잘 모방하기 위해 복부가 위쪽으로 구부러졌다. 다른 꽃들 사이에 앉아 있으면 사마귀는 꽃과 구별되지 않는다.
많은 포식성 종이 먹이를 가두기 위해 꽃잎의 색깔을 모방하려고 노력하는 반면, 난초사마귀는 꽃 전체를 흉내 내는 유일한 동물이다. 특정 식물종과 닮지 않았음에도 사마귀의 변장은 정말이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사마귀는 실제 난초보다 더 많은 수분 매개자를 유인한다. 불완전 의태 혹은 아주 매력적이면서도 일반적인 꽃처럼 보이는 생김새는 잠재적인 먹잇감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며 여기저기에 어필할 수 있다.
비슷하게 생긴 수컷과 암컷 사마귀는 각자 다른 약탈 전략을 구사한다. 몸집이 작은 2센티미터짜리 수컷은 주변 환경에 섞여 먹이를 덮치는 매복 포식자이지만, 6~7센티미터 정도로 몸집이 큰 암컷은 최대한 눈에 띄려 하며 생김새로 수분 매개자를 유인한다. 벌, 파리, 나비는 새로운 꽃에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우회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당연히도 이 아름다운 짐승의 치명적인 손아귀에서 벗어나기에는 너무 늦고 만다.
난초사마귀가 포식성 의태를 한다는 견해는 1877년 앨프리도 러셀 월리스 기세 월리스(Alfred Rusell Wallace)가 처음 제안했다. 불쌍하고 속기 쉬운 벌은 난초와 특히 어려운 관계를 맺고 있는 듯하다. 일부 꽃은 성관계에 집착하는 수컷 벌을 유인하기 위해 암컷 곤충인 척하는 데다 여기에 꽃처럼 생긴 곤충이 다시 한 번 천진난만한 존재를 잡아먹으니 말이다. 실제 난초와 마찬가지로 난초사마귀는 자외선을 흡수해 자외선을 반사하는 식물 잎보다 두드러지고 자외선으로 세상을 보는 벌과 말벌에게 확실히 눈에 띈다. 더욱이 사마귀는 겉보기에만 그럴듯할 뿐 아니라 꿀벌에게 매우 매력적인 냄새까지 풍긴다. 어린 사마귀는 꿀벌이 의사소통에 쓰는 것과 같은 화학적 혼합물을 방출한다.
동시에 꽃무늬 의상은 포식자를 속일 때도 매우 효과적인 것 같다. 새와 도마뱀은 위장(다른 꽃과 섞여 보이지 않게 된다)이나 먹을 수 없는 물체를 모방하는 가장 의태 때문에 난초사마귀를 꽃으로 이해한다.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다.
사마귀는 모델인 실제 난초보다 희귀하기에 성공적인 꽃 모방품이다. 이 때문에 먹잇감과 포식자 모두 통계적으로 위험한(하지만 잠재적으로 맛있는) 곤충보다 꽃을 만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으며 사마귀는 신비함을 유지할 수 있다. 플라워 파워(flower power : 1960년대 히피 문화에서 사랑과 평화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는 적당히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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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