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루가 달리 진화하는 급속한 기술 변화가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급변의 회오리 속에서 저마다 사람들은 적자생존의 늪에서 각개전투로 허우적거리고 있다. 어물쩍하다가는 주변 경쟁자들에게 뒤쳐져 내 이럴 줄 알았다는 하소연을 할까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다.
시와 인문학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고 꽤 쓸모가 있다. 생산성으로 승부하던 시대를 지나 창의성이라는 산업적 요구에 대한 해답을 정작 경영학이나 기술과학이 아닌 인문학에서 찾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저자들은 그 답을 어디서 찾았을까? 시에서 얻은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인간의 오랜 역사에서 찾았다.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생각법을 배우다 보면 그들이 자신 앞에 닥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
■ 저자 오정환
저자 오정환은 미래경영연구원 원장으로, 시인이자 자기계발 분야 전문 작가다. 리더십, 자기계발, 동기부여, 마케팅, 영업조직 관리 분야에서 인기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교양인을 위한 고전 리더십’,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성공, 질문으로 승부하라’, ‘청소년을 위한 질문 수업’, ‘영업, 질문으로 승부하라’, ‘세일즈, 심리학에서 답을 찾다’ 등이 있고, 시집으로 ‘해감’, ‘내가 어리석어’, ‘앉은뱅이 아버지’ 등이 있다. 저술 경험을 살려 네이버 카페에 ‘무조건 책 한 권 쓰기’를 개설해 많은 예비 저자들에게 책 쓰기 코칭도 하고 있다.
■ 저자 김상범
저자 김상범은 직장인, 대학교수, 작가, 비즈니스 코치, 1인 기업가, 경영자 등 다양한 경험의 소유자로, 힘들 때마다 시를 외우고 사마천의 사기를 읽으며 리더십을 길렀다. 이 책은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경영학과 심리학을 공부한 그는 (사)한국코치협회로부터 ‘올해의 코치 대상(Coach of the year)’을 수상한 코칭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다. 기업 임원들의 전문 코치로 기업과 임원들을 오랫동안 코칭하고, 컨설팅해 왔다. ‘리더들의 코칭 역량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특히 ‘피드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리더십 분야에서 연구를 시작한 선구적 인물로 꼽힌다. 저서로 ‘탁월한 리더는 피드백이 다르다’ 등 30여 권이 있다.
■ 차례
들어가는 글: 문학과 역사, 그 통섭의 시선
1장.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1. 아픈 흉터, 오늘을 사는 힘
2.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
3.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4.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5. 내 마음속의 고래 한 마리
6.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7. 저 밑에는 날개도 없는 것들이 많다
8. 홀로 환하게 빛나는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2장. 잃어버린 불을 꿈꾸며
1. 썩은 살덩이 밀어내듯 쓸어버릴 것
2. 늘어진 넥타이가 되지 않으려면
3.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4. 그 옛날 난 타오르는 책을 읽었네
5. 천적이 없는 새는 다시 날개가 살아진다지
6. 다시 끌러 새로 채우면 되는, 단추 같은 삶
7. 사람, 아름다운 책
8. 어깨에 힘을 주는 사람들에게
3장. 그대와 내가 숲이 되려면
1. 따뜻한 말은 사람을 따뜻하게 하고요
2.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3. 호박꽃이 아름답다고 말했다가
4. 넌 나의 마음을 너의 색으로 바꿔버렸다
5.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6. 맨발로 길거리에 나섰다가 돌아오면
7. 늘 음지에 서 있었던 것 같다
8. 비는 모난 걸 보여준 적이 없으시다
9.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4장. 너무 오랫동안 알지 못했네
1. 바라는 것만 보이는
2.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눈
3. 남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함
4. 지독하게 속이면 내가 곧 속고 만다
5.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6. 물고기 입장이 되어보는 일
7. 모든 소리들이 흘러 들어간 뒤
8. 인생의 마무리,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
시 출처
참고 도서
질문하며 시를 감상하다 보면, 인생에서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관계의 문제, 절망과 희망의 문제, 변화와 목표의 문제, 인격의 문제, 사업의 문제 등 무수히 많은 문제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시와 역사를 통해 생각해봅니다.
시문사답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아픈 흉터, 오늘을 사는 힘
살다 보면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기도 하고, 갑자기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도 있다. 그럴 때 삶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결핍과 역경이 외려 열심히 사는 동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맞닥뜨린 문제를 헤쳐나갈 때 통찰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살면서 부대끼고 베인 아픈 흉터가 ‘오늘을 사는 힘이 되는 것이다. 박시교 시인의 ‘힘은 상처투성이 인생에 힘을 준다.
꽃 같은 시절이야 누구나 가진 추억
그러나 내게는 상처도 보석이다
살면서 부대끼고 베인 아픈 흉터 몇 개
밑줄 쳐 새겨 둔 듯한 어제의 그 흔적들이
어쩌면 오늘을 사는 힘인지도 모른다
몇 군데 옹이를 박은 소나무의 푸름처럼
- <힘>, 박시교
아픈 흉터가 어떻게 오늘을 사는 힘이 될까? 말콤 글래드웰이 쓴 ‘다윗과 골리아에는 심리학자 마빈 아이젠슈타트(Marvin Eisenstadt)가 혁신가, 예술가, 기업가를 인터뷰하며 발견한 사실이 실려 있다. 놀랄 만큼 많은 사람이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었다. 걸출한 리더 573명을 조사한 결과, 4분의 1이 열 살이 되기 전에 적어도 부모 한 명을 잃었다. 34.5퍼센트는 열다섯이 될 때까지, 45퍼센트는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부모 한 명이 죽었다. 질병과 사고와 전쟁으로 기대수명이 오늘날보다 훨씬 낮은 20세기 이전에도 놀라운 수치다.
심리학자 딘 사이먼트(Dean Simonton)는 어렸을 때 뛰어난 재능을 보인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이유를 ‘과도한 심리적 건강 상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편안한 마음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는 것이다. 뛰어난 재능이 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사람은 ‘어떤 혁명적인 아이디어로 대성공을 거두기에는 너무 전통적이고, 너무 순종적이며, 너무 상상력이 부족한 아이들이었다. 사실 재능을 지닌 아이나 신동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 가정환경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이들에게는 결핍이 없다. ‘어떤 혁명적인 아이디어로 대성공을 거두기에는 동기가 약하다. 반대로 놀라운 성과를 창출하는 천재는 나쁜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는 이상한 경향이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나쁜 가정환경이라는 결핍이 동기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대학 1학년 때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꿈의 크기를 공에 비유해 이야기했다. 1학년 때는 꿈의 크기가 운동회 때 공굴리기 공만큼 컸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농구공 축구공 핸드볼 공으로 점차 줄더니 이제는 탁구공만 하게 줄었다고 했다. 그때는 웃어넘겼는데 나도 나이를 먹으니 그렇게 되었다. 아마 많은 사람이 그럴 것이다. 꿈이 줄어드는 이유는 뭘까? 현실의 벽이 너무 높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벽을 뛰어넘을 만큼 노력을 덜했기 때문일까?
당신은 꿈을 성취해 가는 과정에서 떨어져 보았는가? 쓰러진 적은 있는가? 떨어진 자리에 푹석 주저앉으면 바람 빠진 공이다. 바람(air)을 바람(wish)으로 바꿔 생각해보자. 공은 바람(air)이 빠지면 떨어졌을 때 튀어 오르지 못하고, 사람은 바람(wish)이 빠지면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바람으로 가득 찬 사람만이 튀어 오른다. 튀는 공처럼 바람으로 가득 찬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자. 앞에서 소개한 범저도 떨어진 자리에 주저앉지 않고 공처럼 튀어 올랐다. 비슷한 인물 한 명을 더 살펴보자. 오자서가 그 주인공이다.
오자서는 초나라 사람으로 이름은 오원이다. 아버지는 오사, 형은 오상이며, 선조로 오거가 있었다. 오거는 초 장왕을 바른말로 섬겨 이름을 드러냈기 때문에 후손이 초나라에서 명망 있는 집안이 되었다.
비무기가 평왕에게 “오사에게는 아들 둘이 있는데, 모두 똑똑합니다. 죽이지 않으면 초나라에 근심거리가 될 것입니다. 아비를 인질로 잡고 부르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초나라의 우환이 됩니다” 하고 부추겼다. 이제부터 오자서는 떨어지는 공이 된다. 평왕은 오사에게 사신을 보내 “너의 두 아들을 부르면 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하고 위협했다. 오사는 “오상은 사람이 어질어 부르면 틀림없이 올 것이다. 오원은 사람이 강하고 독하며 치욕도 견뎌내어 큰일을 할 수 있다. 그 애는 왔다가는 함께 잡힐 것이 뻔히 보이니 분명 오지 않을 것이다” 하고 대꾸했다. 평왕은 듣지 않고 사람을 보내 두 아들을 부르면서 “오면 내가 너희 아비를 살려주겠지만, 오지 않으면 바로 죽이겠다” 하고 협박했다.
치욕을 참을 수 있어야 큰일을 한다
오자서는 달아났다. 오사의 두 아들에 대한 평이 흥미롭다. 오상은 사람이 어질고, 오원은 강하고 독하며 치욕도 참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평화롭고 안락한 시기에는 두 아들 모두 그런대로 잘 산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에는 강하고 독하며 치욕을 견뎌내는 오원이 큰일을 한다. 뭔가를 도모하다 실패하면 어떤가? 오상은 이후 치욕도 갚지 못한다면 결국은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라고 생각했다. 실패했을 때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지 걱정하고 있으니 큰일을 도모하기에는 소심하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오자서를 이렇게 평가했다.
“오자서가 오사를 따라 죽었더라면 땅강아지나 개미와 무엇이 달랐겠는가? 작은 의리를 버리고 큰 치욕을 갚아 이름을 후세에 남겼으나 참으로 비장하구나! 오자서는 강에서 곤궁에 빠지고 길에서 구걸하면서 단 한시도 초나라를 잊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치욕을 견디고 공명을 세웠으니 장렬한 대장부가 아니고서야 누가 이렇게 하겠는가?”
내 마음속의 고래 한 마리
정호승 시인은 마음속에 고래를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라고 했다.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밤하늘 별을 바라보는 사람은 모두 청년이다. 꿈을 지니고, 꿈이 비록 밤하늘 별처럼 아늑하더라도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오르는 패기가 있다면 노년이라도 젊다.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 <고래를 위하여>, 정호승
1921년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루이스 터먼 박사는 1910년 전후에 태어난 소년 소녀 1,500명을 선발해, 80년 동안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성격과 직업, 인생관을 지녔으며, 결혼이나 이혼은 했는지, 얼마나 건강했는지,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 등을 추적하고 분석했다. 그의 장기적인 ‘수명연구 프로젝트를 후배들이 이어갔다. 그 결과, 후배 연구자들은 장수에 영향을 끼치는 새롭고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는데, 크게 분류하면 성실성과 감성 지능이다.
성실한 사람이 장수한다는 사실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근검절약하고 끈기 있는 사람,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사람, 책임감 있는 사람이 가장 오래 살았다. 성실한 사람은 약물, 흡연 등을 멀리하고, 교통 법규를 잘 지키고, 음주 운전도 하지 않으니 장수에 유리하다. 성실한 사람은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근무환경도 더 좋을 확률이 높고, 주변에 성실한 친구들이 많아 오래 살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목표와 계획은 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연구자들은 1980년대까지 살아 있은 남녀 참가자 720명을 조사했다. 당시 참가자는 대부분이 70세 이상이었다. 참가자들이 여전히 생산성이 높은지, 일할 의욕이 있는지, 일을 완수하는지 여부를 연구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시간제든 종일제든 여전히 돈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새로운 배움의 길로 들어서거나 새로운 목표를 세우거나 무언가를 배우고 수료증을 받은 사람들도 있었다. 사회 변화를 위해 일하거나 사회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의욕을 내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연구자들은 노년에 생산성이 매우 높은 사람들과 쉬엄쉬엄 일하고 공적을 쌓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비교했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그 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20년을 살펴보았더니 꾸준히 생산성이 높은 노인들이 태평스러운 노인들보다 훨씬 오래 살았다. 이런 생산적인 성향이 연구 참가자들의 사회적 관계나 행복감보다 더 중요하게 나타났다.
결론을 종합해 보면, 나이 든 참가자 중에 가장 오래 산 사람들은 가장 행복하거나 가장 느긋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장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 제일 오래 살았다. 생산성이 높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심지어 노년에도 덜 생산적인 동년배들보다 더 즐겁고 건강하며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경향이 있었다.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을 하는 사람들과 특히 생산성이 높은 사람들이 느긋하고 나태한 사람들보다 훨씬 행복했다.
이로써 역경을 극복하려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분투하는 것, 중요한 단계에 도달한 뒤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것, 한결같이 열심히 생산적으로 사는 태도는 장수를 위해 꼭 따라야 할 지침이다. 장수한 사람들은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일찍 죽을까봐 두려워하거나 힘든 일을 회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그대와 내가 숲이 되려면
따뜻한 말은 사람을 따뜻하게 하고요
정일근 시인은 ‘신문지 밥상에서 ‘따뜻한 말은 사람을 따뜻하게 한다고 썼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초등학교도 못 나온 어른의 말씀 철학이 이렇다는 것이다.
더러 신문지 깔고 밥 먹을 때가 있는데요
어머니, 우리 어머니 꼭 밥상 펴라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신문지가 무슨 밥상이냐며 구시렁구시렁 하는데요
신문질 신문지로 깔면 신문지 깔고 밥 먹고요
신문질 밥상으로 펴면 밥상 차려 밥 먹는다고요
따뜻한 말은 사람을 따뜻하게 하고요
따뜻한 마음은 세상까지 따뜻하게 한다고요
어머니 또 한 말씀 가르쳐 주시는데요
해방 후 소학교 2학년이 최종학력이신
어머니, 우리 어머니 말씀 철학
- <신문지 밥상>, 정일근
언어 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
‘하버드 100년 전통 말하기 수업을 보면 언어폭력에 대응하는 유용한 방법이 나온다. 하버드대학의 버너스 루비 교수는 세상에 두 가지 종류의 언어폭력이 있다고 말했다.
1. 폭력으로 수식된 언어를 사용한다. 나쁜 말을 하지 않고 평온한 말투를 사용하지만 듣는 사람은 천 개의 비수가 꽂히는 느낌이 든다.
2. 입을 여는 것 자체가 폭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상대방은 이미 모든 결론을 내렸고, 말하는 것은 그저 당신을 모욕하기 위해서다. 당신이 그 말에 어떤 대답을 하는 것은 그저 스스로 모욕을 찾아 듣는 꼴이다.
다른 사람이 악담을 퍼부었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당신이 어떻게 나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죠?”, “저는 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 싫어요!”, “저한테 소리치지 마세요!” 등이 그것이다. 이런 말에는 모두 같은 특징이 있다. 이 불쾌한 일을 철저하게 자신의 문제로 만든다는 점이다.
왜 다른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게 하는가? 당신이 화가 난다는 것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통제할 권리를 순순히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는 뜻이다. 자신을 통제할 능력이 있어야 다른 부분의 능력을 키우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당신은 ‘자신을 통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기를 보호하려는 충동을 억제하라. 상대방이 언어폭력을 저지르고 있다면 중점을 상대방에게 옮겨야 한다. “당신은 오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가 보네요. 무슨 일이 있나요?” 하고 질문하면 된다. “내 잘못도 아닌데 나한테 뭐라고 하지 마!” 하고 말하는 대신 “이 일 때문에 네가 화가 많이 났구나”처럼 말하면 된다.
이런 대화 방식의 핵심은 상대방의 일을 내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 있다. 상대방이 언어폭력을 한 일은 상대방 생활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지 당신 때문이 아니다. 일단 당신이 ‘나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두 사람 간의 심리는 급격하게 변한다. 그 일이 당신과 상대방 사이에 있게 된다. 하지만 ‘너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언어폭력이 발생한 이유를 상대방에게 남겨둘 수 있다. 상대방 혼자만의 문제가 된다. 상대방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행동을 당신에게 설명해야만 한다.
또한 그렇게 하면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보호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어폭력으로 상처를 받지 않게 된다. 당신이 상대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것은 당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 힘을 과시하는 사람에게 덤비지 마라. 언어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면 당신은 상대방에게 그런 행동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나쁘다는 사실을 알게 해야 한다. 먼저 상대방이 자신의 행동을 인식하게 하고, 당신이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보자. 상대방이 당신에게 언어폭력을 가하는 것은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느끼기 때문이다.
당신의 신변이 걱정된다면 “권위도 있고, 권리도 있다”는 사실에 동의해주고, 상대방의 화를 해소해주는 것이 좋다. “음, 당신이 옳아요. 제가 틀렸어요” 하고 말해주자. 이 말로 욕설을 멈추고 나면 당신은 그곳을 떠날 것인지, 아니면 기다렸다가 다시 대화할 것인지 선택하면 된다. 이런 소통 방식은 이해받고 중요한 존재로 대우받고 싶어 하는 사람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법이라 매우 효과적이다. 언어폭력을 언어폭력으로 반격하지 않는다면 소통은 더욱 순조로워진다. ‘따뜻한 말은 사람을 따뜻하게 하고, ‘따뜻한 마음은 세상까지 따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너무 오랫동안 알지 못했네
바라는 것만 보이는
뇌신경학자들은 우리 머릿속에 일어나는 생각 체계를 2종류로 나눈다. 직관 체계와 숙고 체계다. 두 체계는 우리 뇌 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 과정이다. 두 체계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자.
직관 체계는 거의 혹은 전혀 힘들이지 않고 자동으로 빠르게 작동한다. 무의식적이다. 충동적이고 감정에 따른다. 일상적 습관을 수행하고 행동에 지침을 준다. 숙고 체계는 복잡한 계산을 포함해서 노력이 필요한 정신 활동이다. 직관 체계보다 느리고, 의식적이다. 자기 통제를 담당하며 자동적인 과정과 감성적인 충동을 억제한다. 새로운 것을 학습하거나 새로운 계획을 세울 때 작동한다.
직관 체계는 생존을 위해 매우 유용하다. 등산하다 뱀을 만나면 우리는 거의 반사적으로 행동한다. 뱀을 앞에 놓고 토론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화하여 도움을 받지도 않는다. 도망가든지 뱀을 잡던지 순간적인 판단에 따른다. 이런 재빠른 판단과 동작이 생존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숙고 체계를 사용하면 실수와 오류를 줄일 텐데 왜 직관 체계를 사용할까? 인간이 반사적이고 충동적이고 감정적이고 무의식적으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이유는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험과 학습으로 알 만큼 알아 뻔한데 다시 고민하고, 조언을 구하고, 토론하는 숙고 체계를 사용한다면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바로 여기에 답이 있다. 그동안 경험적 지식이 직관으로 하여금 결정하도록 만든다.
또 다른 이유는 에너지 사용과 관련 있다. 뇌 무게는 보통 1.4킬로그램이다. 그런데 뇌는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20퍼센트 정도를 사용한다. 만약 모든 결정에 숙고 체계를 사용한다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인간이 직관 체계를 사용하는 이유는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생존에 유리한 방법이다. 이런 이유로 신경림 시인의 ‘고장 난 사진기처럼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오류를 범한다.
나는 늘 사진기를 들고 다닌다
보이는 것은 모두 찍어
내가 보기를 바라는 것도 찍히고 바라지 않는 것도 찍힌다
현상해 보면 늘 바라는 것만이 나와 있어 나는 안심 한다
바라지 않던 것이 보이는 것은 환시였다고
나는 너무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내 사진기는
내가 바라는 것만을 찍어주는 고장난 사진기였음을
한동안 당황하고 주저하지만
그래도 그 사진기를 나는 버리지 못하고 들고 다닌다
고장난 사진기여서 오히려 안심하면서
- <고장난 사진기>, 신경림
고장 난 사진기처럼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도 고장이 나 있다. 사람들은 대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고장난 사진기처럼 바라는 것만 보이기 때문이다. 확증편향 오류다.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눈
사람은 지루하면 싫증을 낸다. 특이하고 독특하고 새로워야 흥미를 느낀다. 배우나 가수가 10년 넘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예가 드문 이유다. 대중은 새로운 얼굴을 찾기 때문이다.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익숙한 것은 관심을 받지 못한다. 오규원 시인은 ‘현대시작법에서 지루한 일상은 오히려 독이라 시적 진술은 묘사 못지않게 우리 정서 밑바닥에 자리 잡은 상투적인 의미 체계에 새로운 충격을 줄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고 했다. 공광규 시인은 그것을 ‘낯설게 하기라고 했다.
그러려면 남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 내거나, 발견하지 못한 것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관찰력이 그래서 중요하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그냥 지나쳐버릴 만한 것도 글의 소재로 사용한다. 관찰력 덕분이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Robert Root-Bernstein)과 미셸 루트번스타인(Michele Root-Bernstein) 부부는 공동 저작인 ‘생각의 탄생에서 글쓰기에는 예리한 관찰 기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시인 에드워드 E. 커밍스(Edward E.Cummings)는 자신을 태양 아래 있는 모든 것을 관찰하는 사람으로 규정한 바 있다. 작가 존 도스 파소스(John Dos Passos)의 기억에 따르면, 두 사람이 같이 산책을 할 때마다 커밍스가 종잇조각에 뭔가를 적고 스케치를 했다고 한다. 소설가 서머싯 몸(Somerset Maugham)은 사람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은 작가의 필수적인 자세라고 했는데, 그 말은 사람의 외관 뿐만 아니라 대화, 행동까지 관찰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간접적으로 전해지는 얘기라도 몇 시간 동안 들어둘 수 있어야 무심결에 새어 나오는 중요한 단서를 포착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작가들에게 관찰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도 없다. ‘진짜처럼 보이는 플롯의 전개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말과 몸짓과 행동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야만 한다. 독자들의 감각에 자극을 주기 위해서 감각 자체를 알아야 한다. 작가는 경험을 향유할 뿐 아니라 관찰하고 분석한다.”
좋은 글은 쉼 없는 관찰과 메모 속에서 나온다. 글을 잘 쓰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고, 부지런히 메모한다. 이것만큼 좋은 글감이 없기 때문이다. 이상국 시인은 남들이 그냥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무밭에서 남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남들은 하지 않는 질문을 하였다. 남들은 도저히 하지 않는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이상국 시인의 시 ‘무밭에서를 감상해보자.
무는 제 몸이 집이다
안방이고 변소다
저들이 울타리나 문패도 없이
흙 속에 실오라기 같은 뿌리를 내리고
조금씩 조금씩 생을 늘리는 동안
그래도 뭔가 믿는 데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완성해 가다가
어느 날 농부의 손에 뽑혀나갈 때
저들은 순순히 따라 나갔을까, 아니면
흙을 붙잡고 안간힘을 썼을까
무밭을 지나가다
군데군데 속여 나간 자리를 보면
아직 그들이 체온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손을 넣어보고 싶다
- <무밭에서>, 이상국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