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 옳다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지은이 : 마리테레즈 브라운 (지은이), 장혜경 (옮긴이)
출판사 : 갈매나무
출판일 : 2024년 07월




  • 말이 안 통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종종 갈등을 일으키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화 기술을 제시하는 이 책을 통해, 대화에서의 주도권을 잡고 상대방과 협력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


    자기만 옳다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불리한 대화에서도 주도권을 가져오는 심리 게임

    왜 “그러나”의 뒤보다 앞에 오는 말에 집중해야 할까? :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긍정 강화 기술

    당신은 헬스장 트레이너이다. 오늘은 1일 이용권으로 누구나 헬스장을 시범 이용해볼 수 있는 날이다. 어떤 고객이 와서 이용해보더니 이렇게 말한다. “트레이닝 방식은 아주 좋네요. 그런데 가격이 너무 비싸요. 또 제가 워낙 집순이라서 집에서 혼자 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차려입고 나오기도 보통 일이 아니라서요.” 그럴듯한 논리이다.


    이럴 때 대부분은 헬스장의 장점을 강조할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 오시면 최신 기계도 이용하실 수 있고 또······” “그건 맞는데요. 너무 비싸요.” “가격은 상대적이죠. 어디랑 비교하셨어요? 러닝머신만 뛰다 가는 그런 헬스클럽하고 비교하시면 안 되죠. 저희는 개인 PT까지 제공하고 또 이용할 수 있는 기계도 엄청 많거든요. 그렇게 치면 저희가 훨씬 싼 셈입니다.” “그건 맞아요. 하지만 사실 저는 러닝머신이나 하는 수준이라서요. 다음에 필요하면 다시 올게요.”


    차이점에 초점을 맞춘 전형적인 “네, 그렇지만”식 토론이다. 언어학자이자 협상 자문인 하르트비히 에케르트 박사는 대부분의 설득이 차이에, “그러나” 다음에 오는 반론에 초점을 맞춘다고 지적한다. 그렇게 하면 시선이 반론을 향할 뿐 아니라 반론을 계속 쫓아가야 하므로 상대에게 협상의 주도권을 넘기게 된다. 따라서 에케르트는 상대가 어떤 점에 이미 동의하였는지, 동의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인정을 했는지에 관심을 기울여 이런 패턴을 부수라고 권한다. 상대가 동의한 부분을 반복하고, 심화 질문으로 그 점을 강조한다면 다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우리의 부정 필터는 “그러나” 다음에 오는 반론에만 귀를 쫑긋 세운다. 하지만 인정과 동의는 “그러나” 앞에 올 때가 많다. 앞서 헬스장 고객도 “트레이닝 방식은 아주 좋네요”라고 입을 뗐다. 그렇다면 트레이너는 바로 그 말에 초점을 맞추어 심도 있는 질문으로 대화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트레이너: “트레이닝 방식이 좋다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드셨을까요?”

    고객: “디지털 순환 트레이닝이 재미있었어요. 또 탈의실도 다른 곳보다 깨끗하고요. 그런데 좀 비싸서요.”

    트레이너: “그렇죠, 저희는 위생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서 기계도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소독을 합니다. 사실 저희 기계들이 최신이잖아요. 그래서 아무래도 가격이 좀 있죠. 헬스장이 이랬으면 좋겠다 싶은 점이 있을까요?”

    고객: “저는 청결이 중요하고요. 여기는 기계가 많아서 그런지 사람이 많은데도 회전이 빠르네요.”

    트레이너: “순환 트레이닝으로 빠르게 교체를 하니까요. 대기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1분을 안 넘깁니다.”


    이번에는 고객이 알아서 장점을 언급한다. 앞서 “네, 그렇지만”식 대화에서는 반론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장점이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레이너가 고객의 칭찬과 헬스장의 장점에 집중함으로써 꺼져가던 대화의 불씨를 다시 살려낸다. 너무 비싸다는 반론에 곧바로 반박하지 않아도 긍정 강화를 활성화하니 고객의 바람과 동기가 절로 커진다. 고객이 다시 한번 자기 눈으로 본 장점을 언급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자기 입에서 나온 논리는 타인의 입에서 나온 논리보다 힘이 세다. 말하면서 스스로를 설득하기 때문이다. 찬성의 논리를 더 많이 언급했을수록 자신의 바람과 확신이 실천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불쾌감도 더 크다. 이런 생각과 행동의 모순을 인지 부조화라고 부른다.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면 돈을 더 쓰겠다는 마음도 커진다. 너그러워진 마음이 적극적으로 협상의 여지를 넓힌다. 이 긍정 강화 기술의 좋은 점은 상대가 원치 않는 일을 억지로 주절주절 강요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저 상대가 장점을 볼 수 있도록 시선을 최대한 열어주기만 하면 된다.


    도저히 진전의 희망이 안 보일 때

    긍정 강화의 또 한 가지 예로 원래의 동기를 묻는 방법이 있다. 여기서 포기해야 하나 싶을 때, 누가 들어도 딱 자른 거절이다 싶을 때, 이 방법을 한번 써먹어보자.


    당신이 면접을 보고 이런 대답을 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아무래도 적임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안타깝지만 다음 기회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다 끝났다. 이미 결정이 났다. 여기서 당신이 한 마디 더 곁들인다면, 아마도 거절의 이유를 물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질문은 상대에게 자기 결정의 이유를 다시 떠올리게 하므로 당신에게 전혀 유리하지 않다. “그건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유는 첫째······ 둘째······ 셋째······” 이제는 정말 돌이킬 기회가 없다.


    하지만 다시 대화의 물꼬를 틀 방법이 하나 있다. 면접이건, 미팅이건, 술자리이건 당신이 초대를 받았다면 한 가지는 분명하다. 상대가 당신을 초대한 이유가 있다. 당신이든 당신이 파는 제품이든 무언가 좋게 보았다. 따라서 모든 면접에는 자신 있게 가도 된다. 적어도 몇 가지 지점은 당신 편이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애당초 이 자리에 오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거절을 당했다면 바로 그 점을 이용할 수 있다. 원래의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물어서 협상의 문을 다시 열어보자. 당신이나 당신의 제품에 관심을 가진 원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물어보자.


    앞의 면접이라면 이렇게 물어볼 수 있겠다.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제게 면접의 기회를 주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X, Y, Z분야에서 경험이 있으시니까 우리 회사에서도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실 수 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만......” 초점이 이동하였다. 당신이 자신의 가치를 굳이 떠벌리지 않아도 상대는 다시 당신에게 유리한 지점으로 관심을 돌렸다. 당신을 그 자리에 초대한 이유를 제일 잘 아는 사람도 사실 인사부장이다. 물론 이 질문으로 당신이 다시 합격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무대로 오를 수는 있다.


    꼭 사무실이 아니어도 괜찮다. 당신이 집을 내놓았는데 누가 구경을 하러 왔다. “잘 봤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발코니가 없네요. 당연히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도 긍정적인 말은 없다. 하지만 발코니가 없어도 그 사람은 당신의 집을 보러 왔다. 부동산에서 설명을 듣고 마음이 동했다는 소리이다. 이렇게 물어보자. “부동산에서 무슨 말을 듣고 우리 집에 오셨을까요?”


    혹은 고객이 갑자기 변심해서 이렇게 말한다. “생각해보니 냉장고가 너무 커요. 작은 거로 할래요.” 여기서 큰 것을 포기한 이유를 물으면 바뀐 결정을 심화하는 결과가 나온다.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해요. 또 가격이 우리 예산을 초과해요.” 초점을 큰 냉장고의 긍정적 측면으로 향하자. “처음에 큰 냉장고를 고른 이유가 있었을 텐데요?” “손님을 많이 치르는 집이라서요. 지금 건 냉동실이 너무 작았어요. 야채칸도 작아서 채소를 조금만 사도 금방 넘치고 해서요.”


    분명히 거절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상대의 논리에 넘어간 경험이 있다면, 아마 상대는 이 기술로 당신의 마음을 돌렸을 것이다.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리지 않는 현명한 대화 기술

    “저도 같은 입장이지만, 방법이 조금 다릅니다.” : ‘내용 가치관 프레이밍 기술

    팀장이 사장과 면담을 하고 와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도무지 말이 안 통한다는 것이다. 사장은 매출 15퍼센트 증대를 올해 목표로 삼았다. 팀장은 현 상황에서 불가능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또 전년도의 인원 감축으로 만성적인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직원들도 생각해주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사장은 만성 적자 상황이라 충원 계획이 전혀 없다고만 대답했다. 두 사람은 한참을 옥신각신했다. “우리 팀 혼자서는 불가능합니다. 지원이 필요해요.” “그 이야기는 그만합시다. 목표는 달성하라고 있는 거니까, 잘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한 톨의 이해심도 없었다. 팀장은 절망했다. 두 가치관이 충돌했다. 이윤 극대화와 지원의 형태를 띤 인간성. 이 둘은 도저히 화합할 수 없는 문제 같다.


    이번에는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여기서는 아동보호라는 도덕적 가치관이 쟁점이다.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이들을 지키려면 외국인 범죄를 뿌리 뽑아야 합니다.” 도덕적 가치관에 힘입어 이 말을 한 사람도, 그의 입장도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이런 주장은 반박하기 힘들다. 뭔가 다른 말을 하면 우리 아이들을 지키지 않으려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을 지키는 데 반드시 외국인 범죄의 형량을 내국인 범죄보다 더 높여야 할 이유는 없다. 외국인들의 발에 족쇄를 채운다고 자동으로 아이들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례는 가치관이 같아도 의견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자유를 외치며 록다운(lock down)에 반대할 수 있지만, 더 빨리 자유를 되찾기 위해 록다운을 찬성할 수도 있다. 가족을 위해 일터로 나가 돈을 버는 어머니가 있듯, 가족을 위해 집에 남기로 마음먹는 어머니도 있다. 모두 똑같이 돈을 나누어야 공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능력대로 돈을 버는 것이 공정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가치관은 같으나 입장은 갈린다.


    하나의 가치관이 여러 입장의 이유가 된다는 깨달음은 이 책에 실린 많은 기술을 이해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하다. 다른 입장을 주장하면서도 상대에게 같은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느낌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은 거꾸로 말하면, 같은 입장의 근거로 다른 가치관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똑같이 록다운에 반대하면서도 누군가는 자유를 외칠 수 있고 누군가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걱정할 수 있다. 똑같이 금연하면서도 어떤 이는 자기 건강을 먼저 생각하고 또 어떤 이는 가족의 건강을 먼저 생각한다. 똑같은 일을 해도 돈을 벌려는 목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이 즐거운 사람도 있다.


    가치관과 입장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가치관과 입장이 직접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설득을 목표로 삼은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깨달음이 아닐 수 없다. 당신의 입장을 표현은 물론이고 내용상으로도 상대의 가치관으로 밀어넣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 과정은 두 단계를 거친다.


    1단계: 상대의 가치관을 인정한다. 머리로 가치관과 입장을 구분한다. 한쪽을 찬성하면서 다른 쪽을 반대할 수 있다.

    2단계: 아래와 같이 자신의 입장이 상대의 가치관과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도 그 문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시각이 다릅니다.”

    “우리는 관심사가 같군요. 다만 길이 좀 달라서 저는·····.”

    앞에서 살펴본 팀장은 인간성이라는 가치관이 반드시 직원 지원 방식으로만 실현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매출 증대라는 사장의 가치관과도 어우러질 수 있음을 깨닫는다. 며칠 후 그는 사장에게 다시 면담을 요청하여 이번에는 사장의 가치관과 목표에 호소하였다. “매출을 올리자면 이런저런 지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사장도 팀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두 사람은 목표 매출 달성에 필요한 조건을 협상하였다.


    업무 과다도 다른 시각에서 한번 살펴보자. 당신의 동료가 일을 너무 많이 한다. 지원 인력이 필요한데도 상사는 모른척한다. 옆에서 보니 딱하기도 하고 저러다가 병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나 싶다. 대충 하라고 충고를 해도 그는 늘 이런 식이다. “내가 맡은 일인데 잘해야지. 어디서나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건강이 더 중요하지, 아프면 그딴 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 말이 혀끝에 맴돌지만 그런 말은 소용이 없다. 가치관은 토론으로 바꿀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가르칠 수 없다. 따라서 상대의 가치관을 인정하는 논리가 훨씬 잘 먹힌다. “우리 팀에서 너보다 일 잘하는 사람이 있어? 너는 이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야. 그런 네가 아프면 우리는 어떻게 되겠어? 그러니까 팀장님께 인턴이라도 붙여달라고 해서 건강을 챙겨. 그래야 오래오래 일하지.”


    상대의 가치관을 인정하고 그것을 당신의 논리를 떠받치는 기반으로 활용하면 당신의 주장이 훨씬 더 긍정적으로 비친다.



    무례한 말, 무식한 말, 비꼬는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법

    “이상한 트라우마가 있으신 것 같은데…….”

    : 인신공격으로 우위에 서려는 사람을 멈춰 세우는 법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안전한 공급망 구축을 주제로 이야기가 끝나자 한 동료가 이렇게 대꾸한다. 이런 인신공격(argumentum ad hominem)으로 그가 노리는 대상은 주제가 아니라 사람이다. 지금껏 논의하던 주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주제를 언급한 사람을 무대로 끌어올린다. “부서도 다른데 뭘 안다고 나서요?” 혹은 “아이가 있어요? 자식이 없으면 이해 못 할 텐데.” 이런 식의 비난이 드물지 않다. 하지만 아이를 때리면 안 된다는 사실은 자식이 없어도 알 수 있다. 정신과 의사가 정신질환을 앓아보지 않아도 환자를 도와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다른 부서 사람이라고 해서 고객 불만을 해소할 건설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당신의 발언을 깎아내릴 방법은 이런 인신공격 말고도 수없이 많다. 가령 주제 자체를 무시한다. “그거 말고 다른 문제는 없어서 참 다행이네요.” 혹은 당신의 발언 내용이 과하거나 틀렸다고 왜곡한다. “아하,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이······” 이런 식의 표현은 모두 당신이라는 인간 혹은 당신의 발언을 깎아내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는 척하지 말고 넘어갈 수도 있다. 토론을 하다 보면 그런 잠깐의 삼천포행은 예사이므로 괜히 건드려서 일 키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 반복된다면 가만히 두고 볼 일이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신도 똑같이 인신공격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다가는 서로 얼굴 붉히며 좋지 않게 헤어질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상대방 행동의 정체를 까발려 멈춰 세워야 한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당신이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보여주자. 하지만 상대가 깔아 놓은 판으로 들어가서 추가 공격의 빌미를 주어서는 안 된다.


    1. 까발린다

    상대의 대화법을 짧게 요약한다.

    2. 멈춘다

    그 대화법을 멈춰 세우고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간다.


    이렇게 하면 상대의 공격에 휘말리지 않고 원래의 주제로 돌아갈 수 있다. 공격하지 않아도 상대가 당신의 의도를 알아차린다. 이렇게 일단 까발리고 나면 상대가 다시 똑같은 짓을 할 확률은 낮아진다.


    앞의 동료처럼 아무것도 모른다고 비난하거든 이렇게 대꾸해보자. “제 개인의 의견이라고 말씀하고 싶으신가 본데 그렇지 않습니다.” 혹은 “벌써 여러 번 건의했는데요. 제 개인 생각이 아니라 부서 차원에서 나온 의견이라서......” 그 후 대화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끌어가자고 부탁한다. 상대가 “여자 아니랄까봐”, “남자 아니랄까봐”라는 식으로 성별을 가를 때는 이런 대답이 가능하다. “남자냐 여자냐가 중요한 게 아니잖습니까. 지금 요점은......”


    상대가 “그건 문제가 아니에요”라고 말하거든 그 말의 숨은 뜻을 까발린다. “문제를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시면 해결책이 안 나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렇게 대응하면 누가 어떤 말을 해도 좋은지, 해도 되는 말과 안 되는 말은 무엇인지와 같은 중요하지 않은 곁가지로 흐르지 않고 토론을 다시 본래의 내용으로 돌릴 수 있다.


    “이걸 이해 못 하면 바보지.”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면 상대의 본심을 까발린다. “자기랑 생각이 다르다고 바보라고 부를 수야 있겠지만 그래서는 토론이 잘 될까요?” 이렇듯 상대가 당신의 말을 오해하거나 근거 없는 비난을 퍼붓는다면 상대의 진심을 까발리자.


    나에게 문제를 돌리는 ‘심리화에서 벗어나기

    자기가 옳다는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 뜻을 관철하려 한다. 심리의 위계를 구축하는 방법도 그중 하나이다.


    하루는 나의 지인이 큰 강당에서 열린 유명 모티베이션 트레이너의 행사에 참석했다. 몽환적인 음악이 깔리고 트레이너가 무슨 도사처럼 무대에 서서 참석자들에게 이런 말을 날렸다. “당신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5인의 평균치이다. 믿기만 하면 다 이룰 수 있다.” 참석자 대부분이 열광했지만, 충격에 빠져 황당해하는 일부 참석자도 있었다. 내 지인도 후자였다. 트레이너가 강연을 마치더니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과 서로 어깨 마사지를 해주라고 하였다. 지인의 옆자리에 앉은 처음 보는 남자가 눈을 반짝이며 팔을 뻗었지만 내 지인은 거절했다. 행사가 끝나고 트레이너와 잠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행사 소감을 묻는 그에게 지인이 마사지는 당황스러웠다고 대답했다. 트레이너의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그렇게 생각하다니 의외인데요. 자신의 마음을 한번 들여다보세요. 신체 접촉에 트라우마가 있는 건 아닌지.”


    트레이너는 나의 지인을 ‘정신분석 카우치로 데려가 누였다. 사실 그의 대답은 자기변호의 전형적 패턴 중 하나이다. 비판하는 사람에게로 책임을 돌리는 패턴 말이다. 문제는 자신이 아니라 상대에게 있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백 퍼센트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아직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한 사람이고, 질투에 불타고 있으며, 분노나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에 그 그릇된 신념을 떨쳐내야 한다. 이것을 심리화라고 부른다. 사람의 마음을 조작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아마 당신도 들어보았을 것이다. 아래는 대표적인 심리화 논리들이다.


    “내 강의를 듣고도 레벨이 오르지 않았다고요? 내가 아무리 좋은 내용을 가르쳐드리면 뭐하나요? 실천을 안 하시는데.”

    “이 제품에 이만큼 돈을 안 쓰시겠다고요? 머니 마인드셋이 시급하십니다. 미래에 투자를 안 하시네요.”

    “물론 반대하는 직원들이 있겠지만, 뭐 어디 가나 징징대는 불평꾼들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이런 말은 이해심이 넘치는 듯 들리기에 상대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도, 자신을 비판하는 모든 이와 선을 그으려는 외침도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 이런 식의 심리화를 비판 면역화 혹은 면역화 전략이라고도 부른다. 무슨 말을 하건 상대의 말은 먹히지 않는다. 상대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상대는 자신의 신념을 재검토해야 한다. 물론 자기성찰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왜 비판을 받은 사람은 절대 반성하지 않는 걸까?


    누군가 탐조등의 방향을 당신과 당신의 정신건강 쪽으로 돌리고 자기는 책임에서 쏙 빠져나가면서 어떤 비판도 허용하지 않는다면, 무조건 귀를 쫑긋 세우고 조심 또 조심할 일이다.


    정신분석 카우치에서 내려와라!

    상대가 당신을 ‘정신분석 카우치에 누이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의 심리화 전략을 거울로 되비추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그것만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융통성이 없는데요.”

    “저보다 그쪽의 머니 마인드셋을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아니라 그쪽이 트라우마가 심하신 것 같은데......”


    이런 되비추기는 상대의 논리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까발린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대를 자극할 수도 있다. 따라서 논쟁이 격해지기를 원치 않는다면 상대를 고민하게 만드는 다른 방법이 더 좋겠다. 앞서 소개한 내 지인은 낯선 남자에게 마사지를 안 받으려고 하다니 “마음을 좀 손봐야겠다”는 트레이너의 지적에 이렇게 대답했다. “비판을 잘 수긍하지 않으시죠? 아니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다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트레이너는 당황했다. 그런 반응을 전혀 예상치 못한 것 같았다. 잠시 어버버하던 그가 이렇게 맹세했다. “아니, 그건 절대 아닙니다. 비판은 받아들여야죠. 다시 한번 문제점을 말씀해주시겠어요?” 드디어 두 사람은 같은 눈높이에 섰고, 그 이후로는 다른 주제에 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기술은 까발리기와 비슷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상대가 당신의 심리를 향해 비춘 탐조등을 다시 상대에게로 돌린다. “그러니까 X를 안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문제가 있다는 말씀이세요?” 물론 까발리고 멈추기도 가능하다. “있지도 않은 심리 문제를 지어내서 비판을 무마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정말 궁금한 것은 X의 배경입니다.” “비판한다고 전부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 아니고······” 상대의 전략을 알아차리고 그 사실을 언급하는 순간 심리화는 효력을 잃는다. 상대가 다시 같은 방법을 쓸 확률은 낮다. 만일 또 그러더라도 이제 당신은 휘말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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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