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고 또 누군가와 헤어진다. 그 과정에서 아픈 상처만 쌓아가는 이가 있고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하는 이도 있다.
후이는 사랑이라는 전쟁터에서 늘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비루한 패잔병은 되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말처럼 지나간 사랑에서 교훈을 얻고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며 새로운 사랑을 꿈꿀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전해 주는 흥미로운 경험담과 깊은 통찰은 독자에게 단단한 마음 근육을 키울 수 있는 깨달음을 준다.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현실과 타협하고 속내를 감춘 채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완전히 받아들여 성장하고 사랑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는지, 그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스스로를 온전히 보호하고, 사람들과 만나야 하는지를 알려 준다. 마침내 그녀가 전하는 메시지는 독자에게 깊은 안도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뜨거운 용기가 된다.
■ 저자 후이
후이구냥(輝姑孃), 본명 뤼후이(??). 1983년생 물병자리. 중국방송대학(University of China) 졸업 후 출판, 광고, 미디어, 음악 등 여러 분야에 몸담았다. 현재 공푸전옌 영화사 부사장을 맡고 있으며 글과 가사를 쓴다. 1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2014년, 2015년 연속 베스트셀러 대상을 받아 ‘인터넷 시대 신여성 대변인’이라고 불렸다. 과거에 침잠된 일들을 기억하고 기록해서 ‘이야기 속에 인생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한다. ‘손에 든 펜만 있다면 그 어떤 일도 단지 하나의 인생 경험이 된다’는 말을 믿는다. 『결국 모든 것이 가장 잘된 일』, 『괜찮아, 상관없어』, 『시간이 너를 증명한다』 등을 썼다. 『결국 모든 것이 가장 잘된 일』은 올해의 명언으로 선정되어 100여 명의 명사를 통해 인용되었으며, 동명의 드라마가 2017년 제작되었다.
■ 역자 최인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하였고,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괴짜 심리학』, 『초등학생을 위한 좋은 심리 습관. 2: 자신감이 강한 아이』, 『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라』, 『지금 나를 위로하는 중입니다』, 『분투: 화웨이의 근본』, 『심리를 처방합니다』 외 다수가 있다.
■ 차례
프롤로그 _ 결국 모든 것이 나를 위로하고 있어
1장. 흔하디흔한 사랑타령이지만
· 빈 마음이 그대의 시선으로 채워질 수 있다면
· 사랑보다 더 위대한 그것
· 낯설고 어색해도 그 역시 사랑이다
· 모든 것이 처음인 듯
· 관심은 마음을 두는 곳에서 시작한다
2장. 마음 편히, 행복하게, 있는 그대로
· 원하는 대로, 내키는 대로 살아도 괜찮아
· 미련한 한걸음보다 합리적 뒷걸음이 멋진 이유
· 즐기면 그뿐, 무얼 더 바랄 것인가
· 주저 없이 고를 단 하나의 사랑
· 잘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반짝이는 노력들
3장. 공식도 답도 없는 인생이지만
· 나를 위해, 상대를 위해 거절하는 삶
· 각자 앞에 높인 생, 그 길을 갈 뿐
· 죽어라 버틸 뿐 진심 어린 공감은 없다
· 기억의 문은 기억 속에 잠가두길
· 할 수 있는 한 힘껏 행복하라
4장. 끝까지 견디다 보면
· 대가 없이 더 주고 싶은 사람
·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길
· 가끔은 관심을 꺼둬도 좋아
· 세상이 너를 몰래 사랑하고 있어
· 하나의 손가락이 아닌 다섯 손가락으로 안아주는 고결함
· 엉망진창 여행길, 기대를 안고 씩씩하게
현대 사회에서 느끼는 고독과 소외감에 대해 이야기하며, 독자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제공합니다. 후이의 글은 담백하면서도 섬세하고, 독자를 훈계하기보다는 함께 느끼고 나누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각 장마다 소소한 이야기와 함께 펼쳐지는 사진과 글귀는 독자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하며, 읽는 내내 마음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단단한 사랑이 있는 한, 넘어지지 않는다
흔하디흔한 사랑타령이지만
낯설고 어색해도 그 역시 사랑이다
친한 친구끼리 모인 날, 술자리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한 친구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그녀는 웃으며 전화를 받았지만 이내 심각해졌다. 그러더니 수화기 저편을 향해 진심으로 ‘그 일을 잊다니 정말 미안하다. 바로 들어가겠다며 열심히 사과하기 시작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다들 숨죽인 채 그 친구만 바라봤다. 그녀는 통화를 끝내자마자 급한 일이 있어서 가 봐야겠다며, 이번에는 우리에게 사과했다. 다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씩 했다.
“됐어, 미안하긴, 월급쟁이 명줄은 상사가 쥐고 있는데 어쩌겠냐.”
“얼른 회사로 들어가서 일 봐라. 괜히 밉보였다 자리 없어질라.”
그녀는 잠깐 멍한 표정을 짓더니 곧 오해라며 손을 내저었다.
“상사가 아니라 세 살짜리 우리 딸이야. 오늘 밤에 같이 어린이 드라마를 보기로 약속했는데 그만 깜박 잊었지 뭐야.”
친구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랐다. 통화하는 말투도, 태도도 영락없이 어른을 대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딸과 통화하면서 그렇게 저자세로 나가다니 엄마의 권위는 어디로 갔냐며 누군가 핀잔을 주자 그녀는 우리보다 더 놀라며 반문했다.
“엄마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내 딸은 상사만큼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는 거야?”
또 다른 식사 자리, 전화벨이 울렸다. 이번에 전화를 받은 주인공은 평소 존재감은 희미하지만 진중한 친구였다. 그는 만면에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통화 상대에게 그날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조곤조곤 보고했다. 오늘은 모임이 있어서 늦을 것 같으니 기다리지 말고 먼저 식사하라고도 했다. 많이, 맛있게 먹으라는 말도 덧붙였다. 10시 전에는 꼭 집에 들어가겠다고 약속하면서 그 자리에 함께한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하기까지 했다. 참을성 있고 따스한 말투로 한참 통화하던 그는 이렇게 대미를 장식했다.
“응, 집에 가서 봐요. 사랑해요.”
그가 전화를 끊자 친구들이 기다렸다는 듯 놀리기 시작했다.
“와이프인가봐? 이야, 마냥 무뚝뚝한 줄 알았는데 완전 사랑꾼이었네.”
“공인받은 ‘공처가이신 줄 미처 몰라봤습니다.”
그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 실소를 흘렸다.
“다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곧 여든 되시는 우리 할아버지야. 나를 어렸을 때부터 키워 주셔서 사이가 각별해.”
순간 벌통을 쑤셔 놓은 듯 자리가 시끌시끌해졌다. 절대 그럴 리 없다, 괜히 인정하기 부끄러우니까 애먼 할아버지를 끌어들이냐, 등등. 그러자 그가 정색하며 말했다.
“나는 가족한테 늘 이렇게 해. 왜들 이상하게 보는지 모르겠네. 너희는 이런 식으로 어른을 대하는 게 그렇게 어색해?”
마음 편히, 행복하게, 있는 그대로
즐기면 그뿐, 무얼 더 바랄 것인가
이번 달부터 베이킹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수강생은 나를 포함해 여덟 명, 다들 열심히 배우려는 의지가 충만해서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열심인 수강생이 한 명 있는데, 학교 다닐 때 분명히 모범생이었겠구나 싶을 만큼 강사의 지시를 정확히 따르는 모습이 도드라졌다. 밀가루의 무게를 달 때나 녹인 버터의 온도를 잴 때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신중에 신중을 기한 결과, 오븐에서 나온 그녀의 작품은 마치 기계로 찍어낸 듯 모양과 색이 일정했다. 오, 놀라워라!
그에 비해 내 바로 옆 테이블을 차지한 여자아이들은 그야말로 자유분방 그 자체였다. 촉촉한 밀가루 반죽을 치댈 때부터 온갖 기발한 아이디어를 발휘해서 별의별 동물을 다 만들어 내더니 나중에는 아예 창조적으로 레시피를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는 달아야 좋다며 설탕을 몇 스푼 더 넣었고, 어떤 아이는 평소에 바삭거리는 식감을 좋아한다며 일부러 몇 분 더 구웠다. 그리고 마침내 오븐에서 디저트를 꺼냈을 때, 그 달콤한 냄새를 참지 못하고 너 한 입, 나 한 입, 강사님 한 입 해 가며 다 먹어 치웠다. 그래놓고 뒤늦게 사진 한 장 못 찍었다며 호들갑 떠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재미있던지! 다들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렇게 서로 웃고 떠들며 디저트를 맛보는 사이, 강사가 예의 그 모범 수강생 앞에 섰다.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인 그녀가 만든 카스텔라를 맛보려는데, 갑자기 그녀가 잠시 기다려 달라며 허둥지둥 카메라를 꺼냈다. 그리고 신중한 태도로 시간을 들여 상하좌우 모든 각도에서 사진을 족히 열 몇 장을 찍었다.
강사는 이미 식어 버린 디저트를 집어 들며 질문을 던졌다.
“카스텔라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신 것 같은데, 맞나요?”
“맞아요. 저뿐만 아니라 가족 전부가 안 좋아해요. 그보다는 코코넛 과자처럼 담백하고 고소한 디저트를 선호하죠.”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한마디 덧붙였다.
“그래도 이왕 배우는 건데 뭐든 제대로 해야 하잖아요. 카스텔라든, 코코넛 과자든.”
강사가 또다시 물었다.
“베이킹은 왜 배우시는데요? 혹시 디저트 가게를 열 계획이세요?”
“아뇨, 그냥 가족들 해 주려고 배우는 거예요.”
그러자 강사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그럼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가족들이 좋아하는 걸 하셔도 돼요. 저는 여러분이 ‘완벽한 디저트가 아니라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 수 있기를 바라요. 그거면 충분하답니다.”
그녀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강사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디저트를 만드는 건 얼마든지 가벼운 마음으로 해도 되는 일이에요. 팥소가 가득 든 빵을 좋아하면 터지지 않을 만큼만, 양껏 채워 넣으세요. 짭짤한 에그타르트를 먹고 싶다면 소금 반 스푼 정도를 더 넣어도 돼요. 피자빵을 삼각형으로 만들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 베이킹은 본질적으로 창조적인 작업이랍니다. 만약 모두가 똑같은 모양의 크루아상을 만들고 맛도 구분도 안 되는 똑같은 스펀지케이크만 굽는다면 얼마나 재미없겠어요?”
강사는 다정한 눈빛으로 우리를 둘러보았다.
“코코넛 과자가 좋다면 한 판 가득 굽고, 카스텔라가 싫다면 아예 만들 생각도 마세요. 아무리 빼어난 디저트를 만든다고 해도 나와 가족이 맛있게 먹을 수 없다면 결국은 실패작이나 다름없어요. 베이킹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기 위한 것이니까요. 색과 모양과 맛이 완벽한 디저트를 만들지 못해도 괜찮아요. 여러분이 이곳에 있는 시간을 충분히 즐기며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베이킹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공식도 답도 없는 인생이지만
할 수 있는 한 힘껏 행복하라
결혼 10년 차 A 씨 부부는 딩크족이다. 하지만 부모와 친척들은 두 사람의 결정을 존중하지 못하고 아이를 낳으라며 아직도 성화다.
“애를 안 낳는다고? 철없는 소리! 부부 사이에 아이가 없으면 안 돼, 하나라도 낳아. 나이 들면 결국 후회한다니까.”
“부모님께 손주 안겨 드리는 것보다 더 큰 효도는 없어. 끝내 불효할 셈이니?”
“지금 둘이 사이가 좋다고 그러나 본데, 늙으면 자식이 끈 역할을 하는 법이야.”
그때마다 A 씨 부부는 얼굴을 붉히지도, 애써 변명하지도 않았다. 그저 허허 웃으며 넘기고는 자신들의 생활로 돌아가 여태껏 그래 온 것처럼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에는 사이좋게 고양이 두 마리와 강아지 세 마리를 돌보았다. 평일 저녁에는 모든 것이 딱 두 사람 분량인 거실에서 남편은 책을 읽고 아내는 영화를 봤으며, 주말에는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열거나 둘이서 오붓하게 여행을 떠났다. 가끔 집이 적막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적막함이 불만족이나 부족한 느낌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어요.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죠.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우리 둘 다 이 생활에 만족한답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을 무책임하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 부부는 대책 없이 아이를 낳는 것이야말로 훨씬 더 무책임한 행동 아니냐고 반문한다.
현대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무거운 책임과 의무가 수반된다. 그저 잘 입히고 배부르게 먹이고 실컷 놀게 하면 되는 간단명료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제 막 부모가 된 사람들은 상상하고 각오한 것 이상의 책임과 의무, 압박감에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지만, 한 사람을 키워낸다는 일의 무게와 심각성을 깨달을수록 정신적 부담이 더 커진다.
아이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고, 또 보내야 하지만 아이를 먹이고 입히려면 일을 하러 나가야 한다. 여유가 있을 리 없다. 나의 정신과 감정, 심리 상태도 문제다.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동시에 엄격하면서도 바른 지침을 가르쳐야 하고, 세상의 풍파를 막아 주는 방패막이 되는 동시에, 혼자 설 수 있도록 적절한 훈련을 시켜야 하는데, 과연 내가 그런 중책을 완수할 만한 인물인지 수시로 회의가 든다. 게다가 이 어려운 일을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최소 20여 년을 지속해야 한다. 어지간한 책임감과 각오 없이는 발도 들이지 말아야 하는 세계인 셈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기로 결정했다면
방점은 ‘낳고가 아닌 ‘기르기에 있다.
단순히 잘 기르겠다고 결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잘 기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심지어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 내 아이에게 맞는 길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묻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니 아이를 갖고 싶다면 먼저 자신에게 심각하게 물어보자.
‘나는 정말로 부모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만약 아이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과연 지금의 나를 부모로 선택할까?
스스로 불합격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토록 큰 책임과 의무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느낀다면, 혹은 나 자신을 그만큼 희생할 정도로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는 답이 나온다면, 그래도 역시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아무 고민 없이 무턱대고 낳는 것보다 훨씬 책임감 있고 현명한 결정이니까.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결심한 부부들은 자신이 부모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오래도록 심사숙고한 뒤 이성적으로 결정을 내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아무도 그들의 결정을 비난할 수 없다. 이 세상 누구도 다른 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식이 인생의 1순위가 될 수 있는 만큼, 자식 아닌 다른 것이 인생의 1순위가 될 수도 있다.
끝까지 견디다 보면
세상이 너를 몰래 사랑하고 있어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을 때, 정원은 오피스텔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 그녀는 현관문 앞에 서서 가방을 든 채 불만을 터뜨렸다. 회사에서 제공한 오피스텔이 얼마나 구석진 곳에 있는지, 교통편이 얼마나 불편한지, 아직 정식 출근은 하지 않았지만 인사차 들러본 사무실 분위기가 얼마나 냉랭했는지, 연봉은 또 왜 이렇게 짠지….
그녀의 불만을 들은 엄마는 뜻밖에도 속상해하기는커녕 웃음을 터트렸다.
“딸, 엄마는 네가 대견해. 얼마나 능력 있으면 회사에서 젊은 너를 일부러 집까지 구해 주며 스카우트했겠니? 엄마가 네 나이 때는 혼자 상경해 직장 다니면서 마땅히 묵을 곳이 없어서 친척 집이며 친구 집을 전전하며 눈칫밥을 먹었어. 나중에 겨우 몸뚱이 하나 누울 자취방을 구해 놓고 얼마나 기쁘던지…. 그런데 너는 번듯한 집, 그것도 회사에서 돈까지 내주는 집이 있잖니. 주변에 얘기하면 다들 잘난 딸 뒀다고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몰라. 난 네가 정말 자랑스럽단다.”
진심으로 기쁜 듯 낭랑하게 울리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정원은 기분이 점차 좋아졌다. 전화를 끊은 후, 정원은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었다.
살풍경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볕이 잘 드는 거실 한쪽, 붉은 꽃이 가득한 싱그러운 부겐빌레아 화분이 그녀를 맞이했다. 정원은 눈을 크게 떴다. 아마 전임자가 두고 간 것 같았다. 그동안 돌보는 이 하나 없었을 텐데도 홀로 꿋꿋이 소담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 낸 식물이 놀랍기만 했다. 그녀는 가방을 내려놓고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은은한 꽃향기를 한껏 들이켰다. 그러자 갑자기 웃음이 날 정도로 행복해졌다.
삶의 곳곳에 복병처럼 숨어 있는 불행, 놓쳐 버린 기회, 예기치 못한 고난에 좌절하지 마라. 더욱이 그 때문에 한 번뿐인 인생을 낭비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폭풍 같은 나날이라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기에.
아무리 힘든 시절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과거가 될 것이기에.
그리고 내가 미처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곳에서
나를 응원하고, 부축하고,
기도해 주는 누군가가 반드시 있기에.
당장 내게 주어진 상황은 추하고 징그러운 개구리 같을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 외면하지만 말고 용기 내어 키스한다면 징그러운 개구리 대신 멋진 왕자님이 눈앞에 나타나고, 모든 것이 변할지도 모른다.
어떤 책은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라서야 비극이 해결되고 아름다운 결말이 드러난다. 어떤 그림은 마지막 터치가 끝나고 나서야 명암이 분명해지며 전체적인 풍모가 명확해진다. 어떤 일들은 다 지나고 나서야 그때는 별 의미를 두지 않았던 행동들이 사실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선의와 진심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추한 얼굴 아래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노트르담의 꼽추처럼 어둠 속에서 남몰래 나를 돕는 이가 있다. 나는 깨닫지 못하지만 내가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내도록 보이지 않게 돕는 우렁각시 같은 이가, 삶의 곳곳에 존재한다.
운명은 높은 자리에 앉아 모든 것을 쥐고 흔드는 통치자가 아니다. 그보다는 소리 없이 동행하다가 때때로 손을 뻗어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워 주는 수호신에 가깝다.
운명이 주는 선물은 조금 늦기도 하고, 때로 느리기도 하고, 종종 평탄하지 않을 때도 있으며 전혀 선물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끝까지 견딘 사람에게는 반드시 값진 선물이 된다.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으면
세상도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때에 마주치게 되는
따스함과 온기가, 비참하고 어둡게만 보이던 인생을
조금씩 바꾸는 용기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그대만 모를 뿐, 세상이 그대를 몰래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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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