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언어
 
지은이 : 마티아스 뇔케 (지은이), 장혜경 (옮긴이)
출판사 : 더페이지
출판일 : 2024년 11월




  •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권력과 주도권의 핵심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마티아스 뇔케는 설득과 카리스마를 높이기 위해 언어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하며, 다양한 대화 상황에서 상대를 효과적으로 이끄는 법을 알려줍니다.  


    이기는 언어


    권력의 선방은 주도권이다

    협상의 기술

    내 뜻을 관철하고자 한다면 지배적인 위치를 점유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아 보인다. 주도권이 있는 쪽이 아무래도 앞으로의 진행 상황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핸들을 쥔 쪽이 항상 유리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상대에게 부탁해야 할 것이 있지만 상대는 전혀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자기 뜻을 관철하고 싶다고 해도 너무 저돌적으로 나가지 말고 의도적으로 뒤로 슬쩍 물러나는 편이 훨씬 더 득이 된다.


    권력 분량을 조절하라

    주도권을 쥐고 싶다 해도 온몸으로 신호를 내뿜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속담은 여기서도 통한다. 과도하게 권력 욕심을 내비쳐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도권의 의지를 과하게 피력할 경우, 상대가 나를 너무 힘이 세거나 자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하여 주눅이 들거나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 상대는 일부러 당신을 피해 빙빙 돌게 된다.


    따라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신호의 분량을 적절하게 조절한다. 어떨 땐 굴복의 각오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넌지시 섞어 보내기도 한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편이 오히려 보다 인간적으로, 보다 사랑스럽게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도권이 좋기만 할까?

    하지만 주도권을 쥐게 되면 나쁜 점도 있다. 항상 지배하고 리드하려면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다. 따라서 가끔씩은 한 걸음 물러나 상대에게 내 구역을 양보하는 것이 경제적인 처사이다. 특히 크게 중요하지 않은 구역, 앞에서도 말했듯 소소한 권력의 장이라면 여유를 갖고 자주 양보하도록 하자.


    그뿐만이 아니다. 책임의 문제도 있다. 특정 사안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나중에 그 일의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그러자면 어느 정도의 요령이 필요하고, 요령이 있다고 해도 너무 자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가끔은 상대에게 핸들을 넘겨주는 편이 유익하다. 잘 모르는 사안이거나 결과에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경우 특히 그렇다.


    그 밖에도 주도권의 단점은 두 가지가 더 있다. 주도적인 역할만 맡으면 상대의 호감을 사기 어렵다. 상대가 심한 거부감을 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상대가 주도권을 잡을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상대는 모욕감을 느낄 것이다. 이때 상대는 반드시 대갚음해 주겠다는 복수심을 불태울 수 있다. 물론 주도권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상황에도 원만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가 자신을 싫어할까 봐 겁내지 않고 상대가 복수의 칼을 휘두를 기회조차 잡지 못하도록 미리 조처할 것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주도권의 마이너스 지점은 바로 이것, 지배적 위치에 선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희망에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사소한 약점을 이용할지도 모를 사람에게 마음을 열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지배권을 가진 사람에게 자신의 소중한 정보를 제공해 줄 사람은 물정 모르는 신입 사원이나 상대적으로 순진한 동료들뿐이다.



    주도권 실전 전략 : 에두르지 말고 지시를 내려라

    빙빙 돌지 말고 목표로 곧바로 직진!

    조금 더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이라면 상대가 해 주어야 마땅한 일, 예를 들어 상대가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사소한 호의를 지시할 것이다. 부탁이라고 표현할 일을 상대에게 해달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 중요한 것은 절대 부탁의 의미를 담은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곧바로 요점으로 직행해야 한다. 일체의 미사여구와 부탁의 표현은 생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안하지만 저기 있는 저 책 좀 집어주면 안 될까?”라고 말하지 말고 단도직입적으로 “저 책 좀 줘.”라고 말한다.


    너무 무례하고 불손한 것 같나? 맞다. 그런 인상을 풍길 것이다. 하지만 주도권 쟁탈전에서는 약간의 무례함도 나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을 빙빙 돌리다가는 기회를 놓치고 만다. 간단명료하게, 직접 표현할수록 그 말의 효과도 크다.


    지시에 대한 대응전략

    당신은 상대의 지시를 받아들여 실행에 옮길 수도 있다. 상대의 주도권 의지가 그리 강하지 않고 또 당신 자신이 다음 기회에 주도적인 파트를 넘겨받을 예정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나중에 역할을 바꾸지 않는다고 해도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편이 이익이 될 때도 많다. 그럴 땐 의도적으로 복종하는 역할을 수락하고 그 역할에서 이익을 취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절대로 상대에게 주도권을 건네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경우에는 대응을 해야 한다. 방법은 세 가지이다.


    1) 지시를 무시한다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대응전략이다. 한편으로 상대의 체면을 지켜 준다. 그리고 상대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한다.


    “당신에겐 지시를 내릴 권한이 없어. 주도권은 내 것이야. 당신도 인정한다면 실수로 내린 그 지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기로 하지.”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강한 거절의 형태이다. 상대에게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일체의 권한을 빼앗는 것은 물론, 상대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면서 상대에게 모욕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대는 자신의 뜻을 더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말투를 날카롭게 바꾼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상황은 오히려 당신에게 유리해진다. 상대의 말투가 부당하게 예의 없는 말투로 변할 것이고, 당신은 그런 말투로 당신에게 말을 건네는 사람을 마음껏 나무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주도권을 과시할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인 셈이다.


    물론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상대가 당신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이라면 괜찮지만, 동급의 대화 파트너에게는 위험의 소지가 높고, 상대가 당신보다 지위가 높으면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할 방법이다.


    2) 어깃장을 놓는다

    공격적인 대응방법이다. 상대에게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물론 타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그럴 상황이 아니라든지, 시간적으로 문제가 있다든지 하는, 상대도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어쨌거나 이런 거절의 방법은 상대에게 “당신이 여기서 지시를 내려야 할 위치가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방법은 상대의 지시가 부당해 보이지 않을 경우 호감을 잃을 위험이 있다. 말투가 건방질 때는 특히 그렇다. 사소한 일로 남 앞에서 빼기는 꼴이 좋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거꾸로 그런 사소한 일로 빼기는 사람한테 주눅 들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강력한 권력의 신호를 내뿜을 수 있다.


    3) 내 멋대로 바꾼다

    외교적인 대응방법이다. 상대의 요구를 거부하지 않는다. 심지어 적극 지지하는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지시를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나름대로 해석하거나 그저 또 하나의 제안으로 만들어버린다.


    “바이헤르트 씨 그런 제안을 해 주시니 정말 기쁩니다. 저도 마침 같은 생각을 했거든요.”

    “정말 멋진 아이디어네요. 그렇게 한번 해봅시다.”


    마구 뿜어대는 자의식에 곁들인 말의 의미는 분명하다.


    아무리 네가 지시를 해 봤자 너는 내 손 안에 있어!


    주도권을 잡으려면 상대의 제안이 아무리 좋아도 그걸 그대로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 바꾸고, 개선하고, 뛰어넘어야 한다. 하다 안 되면 개악이라도 시켜야 한다. 상대가 무슨 요구를 했든지 상관없다. 상대를 뛰어넘었든 상대보다 못한 결과를 내놓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여기서 결정권을 휘두르는 사람은 나!”라는 사실을 과시하는 것이다.


    순서 주고받기 규칙

    어떤 사람의 발언은 간단명료한데 또 어떤 사람은 하염없이 마이크를 잡고 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언어학의 영역을 잠시 염탐해 볼 필요가 있겠다.


    왜 우리는 대화를 할 때 모두가 한꺼번에 자신의 할 말을 해대지 않고 차례차례 순서를 기다리는 걸까? 그 이유를 언어학이 상세하게 연구했다.


    언어학자들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지키는 몇 가지 규칙을 발견하였다. 누군가 그 규칙을 어기면 우리는 불쾌한 느낌을 받고 화가 나며, 그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규칙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미국 언어학에서 사용하는 전문 개념 하나를 소개해야겠다. 순서(Turn)라는 개념이다. 이 말은 어떤 사람이 말을 할 순서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당신 순서가 되면 당신이 말을 하고, 다른 사람들은 당신의 말을 들어 주는 규칙이다.


    이 개념에서 바로 두 번째 개념, 순서 주고받기(Turntaking)가 나온다. 이는 누군가 이전 사람 다음으로 말할 권리를 갖는다는 의미이다. 그 사람은 이제부터 자기가 말을 하고 싶다는 뜻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입을 다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의 시간에 자기 차례가 되었는데도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순서 주고받기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이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규칙을 살펴보기로 하자. 첫 번째 규칙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다. 제일 먼저 말을 시작한 사람이 순서, 즉 발언권을 획득한다는 규칙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 발언권이 아무 의미도 없는 미사여구나 “에... 또....” 같은 막간 휴식으로 채워질 때가 적지 않다.


    두 연설자가 동시에 말을 시작하면 더 끈기 있게 물고 늘어지는 쪽이 발언권을 획득한다. “에... 또....”로 뜸을 들이는 쪽이 금방 떨어져 나간다는 뜻이다.


    자, 이제 두 번째 규칙이다. 절대로 다른 사람의 말을 도중에 자르면 안 된다. 언어학자들이 이행 지점이라 부르는 마법의 경계선에 도달할 때까지는 상대의 말을 끊지 말아야 한다. 이행 지점이란 잠정적인 종결을 말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어라

    우리라는 원칙

    이기는 언어의 효과적인 핫 리스트가 있다면 아마 이 대명사가 상당히 위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우리이다. 우리라고 말하는 사람은 상대와 자신을 한편으로 묶는다. 원을 그려놓고 상대와 자신을, 그리고 다른 몇 사람을 그 원으로 끌어들인다.


    우리는 그것이 자신의 의지, 자신의 이익과 결부될 경우, 특히 더 전략적으로 유용하다. 나의 의지는 우리의 의지이고, 나의 이익은 우리의 이익이다. 내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타인과의 동맹이 결성된다. 상대가 우리의 의지 속에 얼마나 많은 나의 의지가 숨어 있는지 눈치채지 못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이는 뭔가 꼼수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사실 약간의 꼼수가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사회적 윤활유가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의지를 선포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것을 관철시켜야 한다. 그러면 당연히 상대의 반발심이 커질 것이다. 물론 앞에서도 말했듯 이렇게 자기 의지를 관철하는 과정에서 권력을 체험하고 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원칙을 사용하면 훨씬 더 수월하게, 부드럽게, 상대에게 큰 모욕이나 상처를 주지 않고서도 나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다. 우리의 공동 의지가 곧 나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우리라는 말 뒤에 숨은 나

    우리는 한쪽으로만 가서는 안 된다. 상대에게 나의 이익을 도모하도록 의무를 지워서는 안 된다. 당신 역시 상대의 이익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행동할 것이라는 표현을 보여줘야 한다. 당신이 특별히 이타적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라는 말 뒤로 나를 숨기면 협동심이생겨난다. 우리의 감정은 권력의 가장 튼튼한 기반 중 하나이다. 이 기반을 바탕으로 많은 것을 불러낼 수 있다. 물론 성공의 확률은 제각각이다. 우리와 공동의 이익을 거론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권력의 자리에 올랐거나 그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은 기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멀어지는 거리감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 더 이상 그는 우리들의 세상에 살지 않는다. 우리의 근심을 공유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지지가 필요하다. 우리가 그를 믿어 주어야 하고, 그의 지시를 따라야 하며, 그의 목표가 이뤄지도록 노력해 주어야 하며, 그에게 표를 던져주어야 한다.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그도 우리 중 하나야.”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가 우리를 위해 애써 줄 거야.”라는 믿음과 함께.


    권력의 은유

    흔히 은유법은 권력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은유는 문학의 재료나 확실한 의사 결정을 미룰 때나 쓰는 도구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간단명료하게 말할 수 없을 때, 의미를 흐리고 싶을 때나 쓰는 방법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다. 잘만 쓰면 은유는 천하무적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은유는 논리적인 근거나 설명으로 대응할 수 없는 독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은유는 구체적이고 생명력이 넘치며 우리의 사고방식에 부응한다.


    디테일을 살려라

    은유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상대의 내면에 이미지를 불러내야 한다. 또 그것을 차용한 분야가 듣는 사람에게 친숙해야 한다. 그래야 혼란을 피할 수 있다.


    은유는 듣는 사람이 그 메시지와 연결시킬 수 있는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가장 잘 통하는 법이다.


    어느 기업이든 노사 간의 임금 협상은 양측의 기싸움이 장난이 아니다. 회사 측의 협상 대표는 모두 함께 “얼음판에서 소를 끌어내 보자.”고 말했다. 그의 비유는 독창적이고도 구체적이어서 평생 한 번도 꽁꽁 언 호수에 서 있는 소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단번에 그의 말뜻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다들 이해했듯이 그 말은 조심스럽게 힘을 합쳐서 문제를 함께 풀어보자는 뜻을 담고 있다.


    이렇게 해야 은유가 먹힌다

    은유가 통하려면 세 가지의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


    전통: 듣는 사람의 머리에 이미 깊이 뿌리를 내린 기존의 은유와 매치시킬 수 있는가?

    의미의 부합: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은유가 서로 부합하는가?

    조화: 모순되는 점은 없는가? 메시지와 동떨어진 연상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가?


    1) 전통의 힘

    기존의 은유가 아니라 직접 만든 은유를 사용할 때에도 듣는 사람은 그것을 전통의 연장선상에서 판단한다. 어떤 은유들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너무 깊이 각인되어 있어서 그것과 배치되는 은유는 절대 통하지 않을 정도이다.


    보통 출세라는 말은 길과 결합되고, 그 출셋길은 힘들게 올라야 하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따라서 그런 이미지와 맞지 않는 은유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이 있다. 여러 가지 주제에 이용할 수 있는 기본 은유, 기본 이미지가 많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두고 친숙한 은유의 모델, 문화의 거푸집이라 부를 수 있겠다. 이미 앞에서 살펴본 큰 강이 바로 그런 은유이다. 잠시 멈추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하지만, 쉬지 않고 한 방향으로 흐르는 거대한 강! 그 강을 이용해 우리는 멈추지 않는 모든 종류의 발전을 설명할 수 있다. 또 작은 줄기로 시작했지만, 강물이 계속 유입되어 거대한 강으로 변모한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시작은 미미했지만, 결과는 창대한 삶의 다양한 상황을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익숙한 모델과 매치될 수 있을 때 은유는 신빙성을 얻는다. 듣는 사람이 맥락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금방 이해할 수 있고, 많이 들었던 내용이므로 쉽게 믿을 수가 있다.


    2) 의미부합

    신빙성 있는 은유의 핵심은 메시지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전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업무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자. 아무리 재촉해도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 상사가 계속 압박을 행사한다. 화가 난 당신이 상사에게 항의하면서 스스로의 처지를 눌러 짠 레몬에 비유한다. 이 비유는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할까? 레몬은 즙을 내려면 쥐어짤 수밖에 없다. 레몬의 입장에서야 괴롭겠지만 짜지 않으면 즙이 안 나온다. 그러므로 이 은유는 결국 짤 수밖에 없는 상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차라리 “잡아 뜯는다고 풀이 더 빨리 자라지는 않는다”는 은유가 더 어울릴 것이다.


    3) 조화

    은유는 조화롭다라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은유 자체에 모순이나 비약이 없어야 하며, 특히 직접 만든 은유일 경우 이 점은 상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공동 프로젝트팀을 꾸리기 위해 해양탐험대의 비유를 들어 “탐험대가 힘을 합쳐서 폭풍우를 뚫고 나아가자.”라고 했는데 팀원들이 아직 배에 오르기는커녕 다른 배를 타고 항해 중이라면 당신의 은유는 전혀 먹히지 않을 것이다.


    단어가 가진 함의도 신경을 써야 한다. 조화롭지 못한 함의의 단어를 사용하여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완벽한 은유에 단어 하나가 부적절해서 은유 전체가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벌이나 흰개미 같은 사회적 곤충들은 함께 힘을 합하여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들의 성공 원칙은 쉼 없는 소통과 자기 조직화이다. 하지만 이 곤충을 인간조직의 모델로 삼으려는 사람은 개미가 가진 이런 함의도 생각해야 한다.


    “개미 한 마리 한 마리는 아무 가치가 없다. 중요한 건 개미 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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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