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걱정 없이 책방으로 먹고사는 법
 
지은이 : 쑬딴 (지은이)
출판사 : 쑬딴스북
출판일 : 2023년 08월




  • 대한민국 동네 곳곳에 책방 하나쯤은 있는 나라를 꿈꿉니다. 그러려면 책방 주인이 먹고사는 데 크게 걱정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법칙이나 시스템은 없지만 주인장이 하기 나름, 돈 걱정 없이 책방으로 먹고사는 법을 소개합니다.


    돈 걱정 없이 책방으로 먹고사는 법


    왜 하필 책방인가요

    이 세상에는 수십만 가지 직업이 있는데 그 많은 직업 중에 하필 책방 주인이라니? 더구나 생업이라니? 책방에 낭만이 있는 건 맞다. 책향기를 맡으며 책방을 오픈해서 미리 골라둔 책을 읽는 것, 동네 이웃과 옹기종기 모여 책이야기를 하고 평소 좋아했던 음악을 라이브로 듣고 싶어서 콘서트를 여는 것, 만들기 수업, 글쓰기 수업, 전시회 등등 해오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할 수도 있는, 정말 꿈에 그리던 일 아닌가.


    하지만 멀리서 보면 낭만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절망일 때도 많다. 왜? 어려우니까. 물론 쉬운 삶은 없다는 건 인정하자. 그래도 어차피 어려운 인생, ‘그래도 책방을 할 거야.라고 한다면 시작은 순조로운 편이다.


    우선 자신의 위치부터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자. 지금 직장에 다니는 중이면서 너무나 책방을 하고 싶다면, 회사가 싫어서 그 대안으로 책방을 하고 싶은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솔직해져도 괜찮다. 책방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회사가 다니기 싫은 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이 퇴사하고 책방을 하면 위험하다.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려야 한다. 회사가 싫어서 퇴사하는 사람은 책방을 해도 안 되는 경우가 다분하다.


    회사에는 진상 손님이 없다. 진상 동료나 부장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 수는 제한적이고 기다리면 그들은 회사를 떠난다. 그러나 책방을 하면 예상하지 않을 때, 전혀 상상도 못할 때, 그리고 수시로 진상 손님이 책방에 나타날 수 있다. 진상 동료나 부장도 견디지 못하고 나왔는데 심지어 진상 손님이라니. 압박 강도로 쳐서 진상 부장이 3정도 된다면 진상 손님은 7 정도 된다.


    그래도 퇴사하고 책방을 하고 싶다면 이렇게 하기를 바란다.


    먼저, 퇴사일을 정하라.


    기쁘지 않은가, 퇴사라니! 기쁜 마음으로 달력에 표시하라. 내 생에 가장 기쁜 날, 잘 있어라 XX들아 등등 적어두면 좋다. 볼 때마다 흐뭇해질 것이다. 그날이 다가오기 전에 책방을 차리는 데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라.


    어디에서 할까? 그곳은 내가 잘 아는 곳인가? 몇 평이나 할까? 보증금은 어느 수준으로 잡을까? 월세는? 바람이 잘 드는 곳이 좋을까, 볕이 잘 드는 곳이 좋을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 좋을까? 조심하라.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은 월세가 세다. 산 속으로 들어갈까? 산속도 나쁘지는 않지만 차가 다닐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고 싶다면 상관없지만. 독서지도사 과정을 공부해볼까? 북큐레이터 공부를 해볼까? 책방에서 음료도 팔까? 과일청을 배워볼까? 제과제빵을 배워볼까? 커피도 할까? 그러면 바리스타 공부를 해볼까? 커피 머신이 있어야 하는데, 자동 머신? 아니면 수동? 신제품으로 할까, 중고는 어떨까? 머신은 어디서 알아봐야 하나?


    장난 아니다. 체크리스트만 A4 10장은 족히 될 것이다. 그래도 생각만으로도 신난다면 좋다.


    절대로 잘 안다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의뢰하지 마라.


    내가 파주 헤이리에 들어왔을 때, 기존에 카페를 하다가 사정이 생겨 2년 정도 쉬던 곳을 임차했다. 실내 60평, 마당 40평으로 주방에는 기존 카페 집기와 전자제품이 모두 세팅되어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커피 머신이 천만 원이 넘는 거라며, 쓰시다가 되팔아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옆에서 거들었다. 다만 사용하지 않은 지 2년이 지나 확인해야 했다.


    이전 주인에게 물어보니, 한 업체에서 모든 주방기기를 세팅했다면서 그 업체에 전화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그 업체에 문의해보니 다짜고짜 100만 원이 넘는 액수를 견적서로 보내왔다. 내가 가전을 알 리 없고, 빨리 운영해서 장사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덜컥 계약하자고 했다.


    결론은? 엄청나게 눈퉁이 맞았다. 냉장고 두 대는 아예 돌아가지 않았고, 제빙기는 내 돈으로 교체했고, 온수기까지 바꿔야 했다. 불만을 터뜨리자 기계가 오래되어 그렇단다. 그럼 A/S볼 때 체크하고, 교체해야 할 제품이 있으면 그렇다고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확인조차 하지 않은 내 잘못이 컸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니 절대로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채 모르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지 마라. 누군가에게 일임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본인이 만지고 수리할 줄 아는 수준이어야 한다. 고장 날 때마다 사람을 부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고 밥보다 고추장만 많아진다.


    그다음에 할 일은 주변에 퇴사를 알리는 것이다. 이것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도 알려야 한다. 그래야 일이 덜 온다. 일을 하면 책임져야 하고, 인수인계해야 하고,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줄줄이 따라 나온다. 맡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적당한 선에서 끊어라.


    절대로 조급해지지 마라. 덜컥 월세 계약부터 하는 짓은 하지 말기 바란다. 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 더는 빼도 박도 못한다. 이번 달에 하든 다음 달에 하든 크게 상관없다. 더 알아보고 또 알아보고 한 번 더 알아본 다음에 계약해도 늦지 않다.


    직접 확인하고 직접 가보고 직접 경험하면서 하나씩 정리해야 나중에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절대로 급하게 하지 마시라. 내가 왜 책방을 하고 싶은지 자신에게 물었을 때 1초도 쉬지 않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남에게 대답할 필요는 없다. 가끔 누가 물어보긴 하겠지만, 그때 적당히 그럴듯하게 대답하더라도 본인에게만은 확신이 있어야 한다. 자기 확신이 없으면 책방이 어려울 때 무너지기 쉽다.


    마지막으로, 책방이 책을 파는 곳은 맞지만 월세가 오른다고 책값을 더 받을 수는 없다. 책 이외에도 뭔가 부수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 있어야 한다. 책방이라는 공간까지도.


    내 경우에는 술이 있다. 전국 각지의 막걸리도 있고, 벨기에에서 들여온 수도원 맥주도 팔아보았다. 내가 술을 좋아해서다. 지인이 오면 자연스럽게 꺼내 마시기도 하고, 손님이 왔다가 “어! 막걸 리가 있네!” 하면서 사 가는 경우도 있다.


    본인이 좋아하고 즐기는, 사랑하는 그 무엇을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책만으로는 사람을 끌어들이기 약하다. 플러스알파 되는 것을 정해서, 그것을 책과 어떻게 조화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베이커리에 관심이 많고 좋아한다면 ‘책빵집도 괜찮고 ‘빵책방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책보다 빵 손님이 더 많을 수는 있겠지만 상관하지 말자. 지금 우리는 책방으로 먹고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다.


    미싱, 디자인 편집, 그림 그리기, 도자기 굽기 등 무궁무진하고, 다 책으로 연결된다. 관련된 책들만 갖다 놓아도 손님들은 구미가 당길 것이다. 반드시 플러스알파를 생각하라.



    장사의 흥망은 월세 때문이 아니다

    지금의 책방으로 옮긴 건 순전히 싼 월세 때문이었다. 저렴한 월세만큼이나 인적이 드물기도 했다. 기존 책방의 3분의 1 수준이다. 보통 터를 잡을 때 목, 즉 좋은 입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사람이 다녀야 노출도 되고, 그만큼 유입 가능성도 커진다. 하지만 그만큼 월세가 비싸다. 정확하게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다. 급매가 나오거나 천사 같은 집주인을 만나 시세보다 저렴하게 얻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살다 보니 철봉 아래 모래밭에서 동전을 줍는 몇 안 되는 경우로, 그런 일이 자주 있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런데 월세가 싸서 인적이 드물다고 해서 매출까지 낮을 거라고 예상할 필요는 없다. 책방뿐만 아니라 장사를 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수만 가지이지만 그 정점에 목(location)이 있지는 않다.


    요즘은 입소문이 나면 산꼭대기에 있어도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온다. 인적이 드물어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은 문만 열어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말과 다르지 않으며, 기본도 안 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식당들 중에서 월세가 가장 높은 곳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낼까?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프랜차이즈보다는 노포가, 중심 상가보다는 한적한 카페가 매출이 훨씬 높을 가능성이 크다.


    책방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월세가 비싼 곳은 일단 무시하는 게 좋다. 가진 돈이 넉넉해 이왕이면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돈이 풍족하지도 않은데 자신감만 믿고 과도한 월세를 짊어질 꿈 같은 건 꾸지 않는 게 좋다. 그런 곳은 절대로 계약하지 말기를 바란다.


    큰돈으로 큰돈을 벌자는 게 아니다. 없는 돈으로 그것도 책방을 운영하는 데 전혀 문제없고 더구나 생활까지 풍족하게 하고 싶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책방으로 먹고사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나는 그들을 대상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예상되는 통장의 잔고는 뻔하고, 얼마 후에 어느 정도의 돈이 남아 있는지 대략 예상하고 있지만 책을 좋아하고 책방을 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쓰고 있다.



    출간은 무조건 해야 한다

    “책방으로만 돈 버는 것 아니었나요?”


    책으로 돈 버는 이야기다. 내 책방에서 남의 책만 팔라는 법은 없다. 내 책도 팔면 된다. 책방에서 출간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20221년에 출판업을 등록했다. ‘쑬딴스북이라는 어엿한 출판사다. 그렇게 《개와 술》을 출간했다. 많이 팔았느냐고? 그렇지는 못했다. 4쇄 찍고, 약 3천여 권 팔았다. 중요한 것은 《개와 술》이 얼마나 팔렸느냐가 아니라 그 이후로 출간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 책 《대기업 때려치우고 동네 북카페 차렸습니다》는 출판사에서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3쇄를 찍고, 약 1,800여 권 정도 팔았다가 서점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개와 술》이 출간되고 잠깐 판매가 활성화되었을 때, 첫 책 판매가 올라갔다. 콘텐츠는 그런 것이다. 이미 세상에 한 번 나온 이상 언젠가 다시 뜰 수 있다.


    이 책 《돈 걱정 없이 책방으로 먹고사는 법》이 출간되면 《오늘같은 날 헤이리》와 《개와 술》, 《대기업 때려치우고 동네 북카페 차렸습니다》 그리고 《종교 너머 도시》가 다시 조금 판매될 것이다. 책을 볼 때 사람들은 저자 프로필이나 책날개를 먼저 본다. 그리고 책을 읽고 감동 혹은 느낌을 받으면 반드시 검색한다. 예를 들어 ‘쑬딴이라고 검색하면 지난 책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전 책은 어떨지 궁금해지고, 마침내 이전 책까지 구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출간은 처음도 어렵고, 두 번째 쓰기도 어렵고, 쓰기는 더 어렵고, 서점에 영업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그 모든 일은 지금 회사에서 남의 일을 하면서 부장에게 잔소리 듣기보다 쉽다. 하물며 출간은 현직에 있으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충분히라고 표현해서 미안하긴 하다. 쉽지 않다는 걸 잘 안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한다.


    출간은 단순히 “우와! 책도 내셨어요!” 이런 말을 듣자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는 나만의 것이고, 그 콘텐츠를 누리거나 사용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비용을 지불하게 되어 있다.


    나는 16년 동안 글이라곤 보고서밖에 써보지 않은 대기업 영업부 과장이었다. 그것도 액셀만 사용했다. 숫자는 나름 강하지만 한글은 문외한이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제발 “나는 이과인데 괜찮을까?”, “요즘 바빠서 말이지.”, “나는 집에서만 있어서 뭘 써야 될지 모르겠어.”, “글은 작가들이나 쓰는 거지 무슨.” 이런 말은 이제 더 이상 하지 말기를 바란다. 될 것으로 생각하고 시작하는 것과 지레 포기하고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은 여러분의 인생 마지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SNS는 장식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과 상품이 있어도 알려지지 않으면 손님이 알 수가 없다. TV나 라디오, 신문 등과 같은 고전적인 광고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비싸다. 그런데 SNS는 무료다. 계정과 아이디를 만들고, 자신과 관련 있는 내용을 꾸준하게 업로드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차이는 대부분 여기서 드러난다. 자주 하고 관리하느냐 아니면 계정만 가지고 있을 뿐 아무런 내용도 없거나 활동하지 않거나.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는 단순히 개인 계정의 차원이 아니다. 나와 매일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와 콘텐츠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 콘텐츠가 당장 팔 수 있는 것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내 인친 혹은 페친 그것도 아니면 나를 아는 누군가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것까지는 모른다. 나도 인스타그램은 1,400여 명의 팔로워가 있고, 블로그는 2,600여 명의 이웃이 있을 뿐이다. 꾸준하게 매일 올리지도 않는다. 정말 일기처럼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방에 오는 외부 손님의 50퍼센트가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보고 책방을 찾아온다.


    이 먼 곳까지 인스타그램과 블로그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알고 찾아올 수 있는가? 심지어 몇 편 되지도 않는 유튜브를 보고 오셨다는 손님도 계신다. 인연은 그렇게 시작된다. 내 SNS를 보는 손님들은 대부분 책에 관심이 많고, 은퇴하고 싶으며, 은퇴 이후의 삶에 지대한 관심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나를 찾아온다.


    그렇다고 내가 컨설팅 비용을 받거나 어떤 특정 상품을 강매하지 않는다. 그렇게 찾아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내 책을 구매하고, 책방을 구경하고, 탄이에게 간식을 주며 나와 관계를 형성한다. 책방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서로 이야기하고, 그 희망으로 책방을 열고, 본인의 삶을 새롭게 시작한다.


    지게차 배우는 주인이 책을 팔고 있습니다

    볕은 좋고, 오늘은 지게차 실기 배우는 날이다. 50살이 다 되어 지게차를 배울 줄이야. 팔레트에 타이어를 올리고, 이쪽저쪽으로 옮겨보고. 생각보다 쉽네. 그리고 잠시 쉬며 담배를 꺼내는데 울리는 핸드폰. 신문사? 쑬딴스 북카페를 소개해달란다. 뭔 일이야, 우리 책방을? 딱히 소개할 것도 없고 마침 지게차를 배우는 책방 주인에게 책방 소개라니.


    “여기 책방인가요?”


    지나가다 가끔 손님들이 물어보긴 한다. 그렇다고 하면 놀라고, 더러는 반가워하고, 놀란 듯 황급히 나가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책방을 하면서 좋은 건 손님이 알아서 정리된다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진상은 아예 오지 않는다. 물론 개념 떨어진 손님이 가끔 오긴 한다. 마시던 음료를 새 책 위에 아무런 생각 없이 올려둔다던지, 새 책인데 본인 책인 양 뒤적거린다든지. 그렇다고 그러지 말라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한다.


    “어머, 탄이 아니야!”


    우리 책방에는 큰 강아지가 한 마리 있다. 헤이리를 산책하면 거의 다 알아본다. 자기 이름을 부르는 줄 알고 냉큼 달려가서 배를 깔며 만져달란다. 그러면 사람들은 귀엽다고 난리다. 탄이 너도 참 대단하다. 책방 안에서는 밖에 누군가 지나가면 엄청 짖는다. 들어오라는 소리인지 내가 편히 쉬는 중이니 모른 채 지나가라는 건지? 탄이만 알겠지. 그래도 이제 4살이 지나 텐션 좋고 체력도 좋은 청년 강아지다. 아프지만 말아라. 사람이나 강아지나 아프면 서로 힘들어.


    “날도 좋은데 책방 뒤에서 고기나 한번 구워 먹자. 목련 지기 전에.”


    증권회사에 다니는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그래. 돈 버느라 고생 많으니 고기는 네가 사와. 책방 뒤편이야 새와 동네 고양이들 놀이터이니 언제라도 환영이다. 어느 고기인들 문제인가. 막걸리에 목련잎 담가 고기 구워서 한잔하자. 친구야, 요즘 많이 힘들지. 그래도 연봉 1억 넘은 네가 힘들면 책방 주인은 다 죽어야 한단다.


    누가 누구를 위로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봄볕은 따뜻하고, 탄이는 꾸벅꾸벅 졸고, 나도 헤밍웨이를 읽다가 곁에 둔 채 같이 꾸벅꾸벅 존다.


    문 열리는 소리. 손님이다!


    “저기 죄송한데, 여기 원래 있던 식당은 어디로 갔어요?”


    그럼 그렇지.


    “헤이리 안쪽으로 이전했어요.”


    다정한 커플이 나가면서 한마디 나눈다.


    “여기 책방인가 봐.”


    멀어지는 손님을 보며 속으로 되뇐다.


    ‘맞아요. 여기 책방입니다. 주인장이 방금 지게차 배우고 와서 책을 파는 곳입니다.


    돈 걱정 없이 책방으로 먹고사는 법을 지금도 배우고, 그래서 지게차까지 익히고, 매일 깨닫는 일이 일상인 쑬딴스 북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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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