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동화작가이자 버몬트 깊은 산골에 꽃과 식물이 가득한 자신만의 천국을 꾸려 누구나 꿈꾸는 삶을 살아간 타샤 튜더의 자전적 에세이다. 수많은 독자에게 꿈꾸는 삶의 의미를 일깨워준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의 개정 신판으로, 포근하고 감성적인 일러스트 커버를 입은 ‘타샤 튜더 코티지 가든 에디션’으로 돌아왔다.
버몬트주 깊은 산골에서 펼쳐지는 그의 정원살이, 시골살이, 홀로살기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후, 타샤 튜더는 다큐멘터리와 영화로도 꾸준히 알려져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진짜’ 레트로 라이프 스타일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는 자신이 바라는 행복을 매 순간 실천하며 살아간 타샤 튜더의 삶을 아름다운 사진과 울림 있는 글로 담아낸 책이다. 타샤 튜더는 단순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삶의 철학을 몸소 실천하며 삭막한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나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몸소 보여준 원조 소확행의 아이콘으로 남았다. 56세라는 중년의 나이에 바라고 바라던 정원을 일구기 시작해 흙 묻은 손으로 잡초를 뽑고, 시든 꽃을 꺾어주고, 열매를 수확하고, 코기와 염소, 닭과 오리가 노니는 마당을 맨발로 거침없이 거니는 타샤의 모습은 뻔한 일상에서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그 자체로 더없는 위로를 선사한다.
나이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관계가 어긋날까 봐… 우리는 좋아하는 것들을 쉬이 포기하며 살아가지만 타샤는 단호히 말한다. “인생은 짧으니 오롯이 즐겨야 한다”고. 특유의 낙천적인 마음가짐으로 차분하고 고집스럽게 행복의 순간들을 지켜온 타샤 튜더. 이 책은 자연을 존중하고 삶을 사랑하며 자신의 꿈을 위해 한 걸음씩 노력해온 타샤 튜더의 고요하면서도 유쾌한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 저자 타샤 튜더
꽃과 동물, 자연을 존중하는 자연주의자
타샤 튜더는 1915년 미국 보스턴에서 조선 기사 아버지와 화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타샤의 집은 마크 트웨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 아인슈타인, 에머슨 등 걸출한 인물들이 출입하는 명문가였다. 엄격한 규율을 지키며 살던 타샤는 아홉 살에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 친구 집에 맡겨졌고, 그 집의 자유로운 가풍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열다섯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서 살기 시작한 타샤는 비로소 그림을 그리고 동물을 키우면서 화초를 가꾸는 일에 열중하기 시작한다. 스물세 살에 첫 그림책 『호박 달빛』이 출간되면서 타샤의 그림은 세상에 알려졌다. 남편과 이혼한 뒤 그림을 그리며 혼자 4명의 아이들을 키웠던 타샤는 『1은 하나』, 『Mother Goose』 등으로 칼데콧 상을 수상하면서 그림책 작가로서 확고한 명성을 획득하고 약 100여 권의 그림책을 남겼다.
56세에 인세 수익으로 드디어 버몬트주 산골에 땅을 마련한 타샤는 18세기풍의 농가를 짓고 오랫동안 소망하던 정원을 일궈냈고, 이 정원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원 중의 하나가 되었다.
19세기 생활을 좋아해서 골동품 옷을 입고 골동품 가구와 그릇을 쓰는 타샤 튜더는 골동품 수집가이기도 하다. 그녀가 수십 년간 모은 약 200여 벌의 골동품 의상들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1830년대 의상 컬렉션으로 불리며 록펠러재단이 운영하는 윌리엄스버그 박물관에 기증되었다. 타샤의 또 하나 고풍스러운 취미는 인형 만들기다. 골동품 박물관 같은 타샤의 집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3층짜리 인형의 집에는 타샤의 분신인 엠마와 새디어스 부부가 살고 있으며 손톱만 한 책들과 골동품 찻잔들, 골동품 가구들이 빛을 발한다.
타샤가 여든세 살이 되었을 때, 타샤 튜더의 모든 것이 사전 형식으로 정리된 560쪽에 달하는 『Tasha Tudor: The Direction of Her Dreams(타샤 튜더의 완전문헌목록)』가 헤이어 부부에 의해 출간되었으며 타샤의 모든 것이 담긴 소중한 책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92세의 여름, 평생을 사랑한 정원의 품으로 돌아갔다.
■ 역자 공경희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지금까지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성균관대 번역 테솔 대학원의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서울여대 영문과 대학원에서 강의했다. 시드니 셀던의 『시간의 모래밭』으로 데뷔한 후,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호밀밭의 파수꾼』, 『파이 이야기』 등을 번역했다.
■ 차례
프롤로그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봄
여름
가을
겨울
옮긴이로부터 - 마음에 주는 선물
타샤 튜더 연표
타샤 튜더 대표작품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동화작가이자 버몬트 깊은 산골에 꽃과 식물이 가득한 자신만의 천국을 꾸려 누구나 꿈꾸는 삶을 살아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할머니, 타샤 튜더가 전하는 ‘자기답게 인생을 가꾸는 법’과 만나보세요.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봄
이곳엔 봄이 늦게 찾아온다. 몇 주간 계속해서 기온이 5도를 밑도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기어이 도요새가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청개구리들이 울기 시작한다. 거위는 알을 까고, 나는 비둘기 집을 열어두고 비둘기들이 드나들게 한다.
더운 봄날, 사방이 고요할 때면 목덜미가 흰 참개들이 늪지의 죽은 나무 꼭대기에 앉아 애처로운 노래를 한다. 종달새 소리는 들어본 적 없지만, 참새의 노랫소리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손꼽을 만하다. 되새라고도 불리는 참새는 노래를 잘도 부른다. 나중에는 여러 종류의 개똥지빠귀들과 푸른 울새 몇 가족이 찾아온다. 그들은 내 늙은 돌능금나무를 좋아하지만, 너무 낮게 둥지를 틀어서 곤란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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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년간 기른 화초에서 새싹이 움트는 것을 보는 것이야말로 설레는 일이다. 옛 친구를 다시 만나는 기분이랄까. 디기탈리스가 죽지 않은 게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들쥐에게 입은 피해가 안타깝다.
언덕이 찬 북풍을 막아주는 집의 남쪽에 노란 미나리아재비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이어 아네모네와 솜털이 난 버드나무가 나온다. 그다음에는 수선화와 돌능금꽃이 피기 시작한다.
수선화는 낙천적인 꽃이고 잘못될 리 없는 꽃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는 “제비가 엄두를 내기 전에 오는 수선화, 3월 바람을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이네”라고 읊었다. 수선화 구근을 땅에 던지면 떨어진 곳에서 꽃을 피운다고들 한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수선화 파종기는 써본 적도 없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짓이다!
나는 큼직한 삽으로 커다란 구덩이들을 파고 수선화 구근을 심는다. 큰 구멍 몇 개를 파놓고 각각 꽤 많은 구근을 한꺼번에 심어 넣는다. 그래서 수선화가 꽃을 피우면 특별한 풍경을 연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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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봄을 맞이하는 큰 행사는 처음으로 따뜻해진 날 7,8킬로미터쯤 떨어진 시골 가게까지 걸어가서 각자 5센트어치씩 초콜릿을 사는 일이었다. 장화와 발목 덮는 긴 내복을 벗어던지면, 페르세우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 신의 아들‧옮긴이)처럼 날개 달린 발을 가진 요정들이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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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간이나 집에서 일할 때면 종종 인생을 살면서 저지른 온갖 실수들이 떠오른다. 그러면 얼른 그런 생각을 뒤로 밀어내고 수련을 떠올린다. 수련은 항상 불쾌한 생각들을 지워준다. 새끼 거위들도 수련처럼 마음에 위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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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거위의 눈을 자세히 본 적이 있는지? 단춧구멍을 낸 듯한 눈 주변과 보송보송한 솜털이라니. 얼마나 고운지! 작디작은 검은 주둥이와 올록볼록한 예쁜 발… 새끼 거위는 새끼들 중에서 가장 매혹적이다. 새끼 염소와 작은 코기들보다도.
새끼 거위들을 상자에 넣어 부엌 난로 옆에서 키워본 적이 있는지? 기분이 좋을 때 내는 이상한 휘파람 소리 같은 지저귐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그 새된 지저귐은 참 듣기 좋다. 아, 정말이지 평온한 소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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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면 짬날 때마다 정원을 가꾼다. 그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 내 정원 이야기가 나오면 겸손할 수가 없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뽐내게 된다. 난 정원에서 자라는 화초들에 익숙하고, 여러 꽃들이 한데 섞여서 피게 심는다. 노란 루이지애나 아이리스, 층층이부채꽃, 겨자꽃, 양귀비가 뒤섞여 자란다. 보통은 밝은 주황색이지만, 난 연분홍색을 아주 좋아한다. 나는 언제나 정원이 어떤 모양이면 좋을지 선명한 그림을 마음에 품고 있다.
여름
코기에 비견할 만한 개는 없다. 코기는 예쁨 덩어리다. 아폴로 신도 내 코기 ‘오윈 앞에선 맥도 못 출걸. 오윈은 왕족 혈통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코기와 같은 아비에게서 태어났다. 내 조상인 ‘오윈 튜더의 이름을 붙인 것도 그 때문이다. 코기는 원래 웨일스산으로, 머리가 크고 코리가 축 처진 ‘카디건와 내 개처럼 꼬리가 없고 더 우아하게 생긴 ‘펨브로크로 나뉜다.
내가 처음 키운 코기는 아들 탐이 펨브로크셔의 존스 목사에게 10기니를 주고 산 것이다. 난 개에게 첫눈에 반해서 코기를 여러 마리 키우겠다고 마음먹었다. 한때는 열 서너 마리까지 있었지만, 발에 거치적거려서 번거로웠다. 사람들이 찾아오면 특히 더하고.
코기들은 기품이 있다. 개와 고양이를 섞어놓은 것 같다. 특히 사람들 앞에서 혼나는 것을 싫어한다. 말대꾸를 하느라 으르렁대고, 이빨을 드러내면서 몹시 사나운 체한다. 하지만 투덜대지 않는다. 늘 예쁘게 군다.
나는 개들을 제대로 먹이려고 무척 애를 쓴다. 깡통에 든 사료는 먹이지 않는다. 꿈에도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다! 녀석들에게 집에서 만든 수프나 염소 고기를 먹이고, 마늘을 듬뿍 먹게 한다. 개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도 그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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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은 ‘베리(딸기류)가 한창인 계절이다. 라즈베리(나무딸기), 블루베리(월귤나무), 심블베리(나무딸기류). 하나같이 아주 검고 반들거린다. 맛본 적이 있는지? 최고의 잼을 만들기에 딱 좋은 과실들이다. 하지만 최고는 역시 스트로베리(딸기)다. 갓 딴 딸기같이 맛좋은 것은 없다. 나는 가장 섬세한 종류들을 골라서 키우려고 애쓴다. 그것들을 맛보면 과연 ‘신들의 음식이라 부를 만하다. 특히 햇살을 받아 아직 따뜻할 때 따 먹는 딸기맛이란…. 내가 신선한 염소젖 크림으로 만든 딸기 아이스크리을 맛보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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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상추 양귀비가 아찔하게 곱다고 생각지 않는지? 무리를 지어 군락을 이루면 더욱 아름답다. 잎은 흐린 상추 색깔 같은 회녹색이다. 우리 집에 있는 상추 양귀비는 할머니의 정원에서 자라던 것으로, 나는 어딜 가나 씨앗을 가지고 다녔다. 보라색 양귀비는 가장 친하고 깐깐하게 고른 친구들에게만 나눠 준다. 나는 구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양귀비를 키운다. 셜리 양귀비, 웨일스 양귀비, 플랑드르 지방의 들판에서 자라는 양귀비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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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원을 ‘코티지 가든(정원풍 정원)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지만, 그저 괜찮은 뒤죽박죽 정원일 뿐이다. 조경 계획 같은 것은 없다. 난 계획해서 화초를 심지 않고, 되는대로 쑥쑥 심는다. 많은 꽃이 뒤섞여 자라는 게 좋다. ‘렌드 비올레트 장미, 연잎꿩의다리, 난쟁이은쑥, 아이리스, 패랭이꽃, 으아리, 작약, 물망초가 풍성하게 섞여 있다. 난 꽃이 많은 게 좋다. 돈이 많은 분이라면, 한 가지 품종에 투자해서 큰 성공을 이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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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은 취하게 하는 향기를 지녔고, 아주 보드랍고 매끈해 보인다. 연분홍빛이 가장 맘에 들지만, ‘대초원의 달이라는 흰색이 도는 노란색 작약은 마법처럼 아름답다. 작약의 이파리는 여름 내내 곱게 남아 있다. 걸레 모양으로 죽는 장미와는 달리 작약은 우아하게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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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사람들이 너무 정신없이 산다. 카모마일 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 앞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다면 한결 인생을 즐기게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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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짓눌릴 게 아니라 즐겨야 한다. 프라지오반니가 한 멋진 말을 아는지? 먼 곳에 사는 늙은 수도사였던 그는 성직 수여권자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구절을 적었다. ‘세상의 우울함은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뒤, 우리의 손이 닿는 곳에 기쁨이 있습니다. 기쁨을 누리십시오. 바로 이것이 ‘고요한 물교의 첫 번째 계명이다. 기쁨은 누리라고 있는 것이다. 날 때부터 비관론자인 사람도 있고, 날 때부터 낙관론자인 사람도 있다. 나는 확실히 낙관론자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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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는 8월에 만개하고, 갯개미취, 백일초, 피튜니아, 금잔화, 금련화 같은 일년생 화초들은 고개를 숙이기 전에 자태를 뽐내려 애쓴다. 8월이 되면 모두 화려하게 피어난다. 초지의 잔디도 에메랄드빛 초록색으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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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날 무렵이면 늘 겁이 났다. 국화가 피면 다시 학교에 다녀야 된다는 뜻이었다. 학교는 질색이었다! 하지만 남서풍에 향기가 실려 오고, 귀뚜라미 울음이 느려지기 시작하면서 밤하늘의 별자리가 바뀌는 이맘때는 늘 아름다웠다. 봄에 태어난 병아리와 오리 새끼들이 통통하게 자랐고, 거위들은 사과나무 아래 모여 빨갛게 익은 첫 사과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가을
가을에는 밭에서 채소를 거둔다. 호박, 감자, 당근. 양파도 풍성하다. 채소는 나무 태운 재를 뿌린 흙을 좋아하기에 언제나 재를 듬뿍 뿌린다. 수확한 양파는 말린 다음 꼬아서 걸어둔다. 9월 한낮에는 해가 더 낮아지면서 아름다운 빛이 비춰들어, 벽에 새장의 그림자를 근사하게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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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정원에서 일하면 얼마나 상쾌한지. 서리 맞은 고사리와 조록나무의 싱그러운 냄새가 풍기고, 성가신 날벌레도 없다. 이때 많은 양의 구근을 심어야 한다. 나리까지 넣으면 이번 가을에는 2천 개쯤 심으려 한다.
저번 날 정원에서 일을 하다가 첫 캐나다 기러기가 날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를 듣자 마치 원시 시대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맑은 날, 편지함 옆의 흰 자작나무 위로 흰 기러기 떼가 날아가는 광경은 숨 막힐 만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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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과수원에는 신비로운 배나무가 자란다. 뉴햄프셔의 웹스터에서 이사 오면서 뽑아서 가져온 나무다. 완전히 자랐는데, 여기서는 행복해하지를 않는다. 웹스터에서처럼 예쁜 자태를 뽐내지 않는다. 늘 ‘이쁜이 배나무라 불렀지만, 무슨 품종인지 지금도 모른다. ‘클랩 페이버릿도 아니고 ‘바틀렛이나 ‘베르 보스도 아닌 것 같다. 가을마다 배가 열리면 나는 병조림을 만든다. 시장에서 산 것보다 훨씬 맛이 좋다. 배나무를 심고 싶은 분이 있다면, 이 종류를 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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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켜면 늙은 얼굴이 예뻐 보인다. 난 항상 초와 등잔을 쓴다. 하지만 바람에 커튼이 날려 촛불에 닿지는 않는지 주의해야 한다. 또 아이들에게 촛불 위로 몸을 굽히지 말라고 일러야 한다. 아이들의 친구가 오면 나는 안달 난 고양이처럼 안절부절못했다. 촛불에 머리를 그을리기 십상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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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내집이 어둡다지만, 사람들은 옛날 집들이 얼마나 어두웠는지를 모른다. 난 집이 어두운 게 마음에 든다. 예쁜 다람쥐의 둥지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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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옥수수밭에 나가서 옥수수단 사이에서 잘생긴 호박을 고르는 일이 그렇게도 신났다. 그 호박으로 핼러윈 등북을 만들었다. 달의 얼굴과 비슷해서 그것을 ‘호박 달빛이라고 불렀다. 특히 늦가을 수렵월(중추의 보름달 다음에 뜨는 보름달‧옮긴이)은 대단히 크고 오렌지색으로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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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는 이런 말이 있다. ‘과일도 없고 꽃도 없고 나뭇잎도 없고 새도 없는 11월. 밭과 정원 일에 쫓기지 않아도 되는 때다. 실내에서 가정과 난로를 즐기는 계절. 내 친구들은 11월이면 뜨개질과 퀼트를 하느라 야단이다. 난롯가와 한 잔의 차를 만끽하는 때이기도 하다. 헨리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에 나오는 구절이 떠오른다. ‘애프터눈 티를 즐기려고 떼어둔 시간보다 즐거운 때는 없다.
겨울
예전부터 크리스마스는 우리 가족이 가장 반기는 명절이다. 이번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곧 다음 크리스마스를 준비할 정도니. 큰 나무 상자를 마련해서, 여름과 가을 내내 준비한 장식품과 선물을 담아둔다. 나는 현관문, 식기실 문, 벽난로 위에 걸 월계수 꽃줄을 만든다. 월계수는 이곳에서도 잘 자라지만, 호랑가시나무는 없다. 너무 추워서 열매를 맺지 못하니.
보통은 헛간을 솔송나무로 장식하고, 동물들에게 특별한 것을 선사한다. 염소들은 빵 종류를 좋아해서 둥근 빵을 주고, 닭에게는 칠면조구이의 속을 채우고 남은 소를 준다. 우리는 동물들에게 각각 크 리스마스 트리를 해준다. 염소들은 저희 트리를 먹어치운다. 아주 좋아한다. 앵무새들도 저희 트리를 먹는다. 개들에게는 양말에 각각 정어리 통조림 하나씩을 넣어준다. 고양이는 개박하로 만든 쥐를 주면 물고 나간다. 크리스마스 전야에 모든 동물이 말을 한다는 것은 물론 잘 알려진 사실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하는 일들 중 가장 매혹적인 것은 숲에 구유 속의 아기 예수상을 만드는 일이다. 나무들 사이에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시냇물을 지나 커다랗게 튀어나온 바위에 닿는다. 옛날 그림에 는 아기 구유가 동굴 같은 것으로 묘사되기도 해서, 나는 튀어나온 바위 밑과 벽에 갈라진 나뭇가지들을 세워 작은 구유를 만든다. 또 나무와 낡은 재료들로 성탄극에 나오는 인물들과 동물들을 만들어 장식한다. 아주 애를 써서 만든다. 염소의 젖통까지 다 만드니까.
우리는 구유까지 눈 덮인 오솔길에 1미터마다 촛불을 밝힌다. 소나무, 자작나무, 솔송나무 사이로 촛불들이 구불구불하게 놓이고 하늘에 별이 반짝이는 광경은 정말이지··· 완전히 마법이다! 고요하고 푹신한 눈밭이 펼쳐지면 바랄 나위가 없다. 그 광경은 아이들에게 트리나 선물보다 큰 의미를 안겨준다. 내 손녀는 두 살에 맞은 크리스마스 때 아기 예수의 구유를 처음 보고는 몇 년 후에도 ‘숲속의 아기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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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트리는 크리스마스 전야에나 세운다. 트리에 진짜 촛불을 밝히는데 갓 자른 나무는 불에 잘 타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는 늘 숲에서 잘라 온다. 한 번도 트리용 나무를 사본 적이 없다. 파는 나무는 너무 메마르니까.
장식품도 사본 적이 없다. 모든 걸 증조모에게 물려받았으니 1850년대의 장식품이다. 둥그런 모양, 배 모양, 안을 수은으로 칠해서 은 같은 느낌을 주는 색유리로 만든 포도송이 모양. 붉은 것들이 가장 예쁘고 귀하다. 지금까지 깨지지 않았으니 난 운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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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트리를 공개한 직후 진저브레드(생강을 넣어 만드는 과자‧옮긴이)를 만드는 것이 우리 집안의 전통이다. 농장에서 키우는 동물들과 앵무새, 코기 모양의 과자를 만든다. 아이들은 설탕 크림으로 과자 꾸미는 일을 거들어준다.
크리스마스 만찬이 끝난 후, 뮤직 박스에서 시간이 됐음을 알리는 신호가 흘러나온다. 내 친가에서 내려오는 유서 깊은 뮤직 박스다. 아이들은 달려가서 어두운 응접실에 촛불이 켜진 트리를 보고는, 놀라움과 흥분으로 눈이 휘둥그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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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랄 나위 없이 삶이 만족스럽다. 개들, 염소들, 새들과 여기 사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다.
인생을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들에게 해줄 이야기는 없다. 철학이 있다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에 잘 표현되어 있다.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그게 내 신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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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