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타샤 튜더, 토바 마틴 (지은이), 공경희 (옮긴이),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출판사 : 윌북
출판일 : 2023년 12월
■ 책 소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자신을 꿈꾸는 모든 사람을 위한 초대장
일, 연애, 시험, 취업, 결혼, 인간관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왔지만 뭐 하나 뜻대로 되는 게 없다. 해야 할 일은 쌓여가고, 몸과 마음은 지쳐만 가고 그렇게 적정치를 넘어버리면 “잠시 멈추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한다. 『타샤의 정원』은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리틀 포레스트를 간절히 꿈꾸는 이들을 위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의 초대장이다.
타샤는 자연 속에서 고요히 자급자족하며 스스로 아름다움을 창조해낸다. 정원은 타샤에게 화려한 꽃과 나무만 안긴 것이 아니라, 수확의 기쁨과 노동의 가치를 일깨워준 삶의 터전이다. 염소젖을 짜고, 꽃을 가꾸고,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산책하고, 직접 말린 허브차와 쿠키로 티타임을 갖고, 손님을 접대하고, 그림 그리는 거의 모든 일과들이 정원에서 이루어진다. 정원에서 거둔 채소와 열매로 음식을 마련해 이웃과 나누기도 한다. 이렇듯 자연을 존중하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한 땀의 대가로 확실한 행복을 누리는 타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힐링을 선사한다.
■ 저자
타샤 튜더
꽃과 동물, 자연을 존중하는 자연주의자
타샤 튜더는 1915년 미국 보스턴에서 조선 기사 아버지와 화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타샤의 집은 마크 트웨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 아인슈타인, 에머슨 등 걸출한 인물들이 출입하는 명문가였다. 엄격한 규율을 지키며 살던 타샤는 아홉 살에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 친구 집에 맡겨졌고, 그 집의 자유로운 가풍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열다섯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서 살기 시작한 타샤는 비로소 그림을 그리고 동물을 키우면서 화초를 가꾸는 일에 열중하기 시작한다. 스물세 살에 첫 그림책 『호박 달빛』이 출간되면서 타샤의 그림은 세상에 알려졌다. 이혼한 뒤 그림을 그리며 혼자 4명의 아이들을 키웠던 타샤는 『1은 하나』, 『Mother Goose』 등으로 칼데콧 상을 수상하면서 그림책 작가로서 확고한 명성을 획득하고 약 100여 권의 그림책을 남겼다.
56세에 인세 수익으로 드디어 버몬트주 산골에 땅을 마련한 타샤는 18세기 풍의 농가를 짓고 오랫동안 소망하던 정원을 일궈냈고, 이 정원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원 중의 하나가 되었다.
19세기 생활을 좋아해서 골동품 옷을 입고 골동품 가구와 그릇을 쓰는 타샤 튜더는 골동품 수집가이기도 하다. 그녀가 수십 년간 모은 약 200여 벌의 골동품 의상들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1830년대 의상 컬렉션으로 불리며 록펠러재단이 운영하는 윌리엄스버그 박물관에 기증되었다. 타샤의 또 하나 고풍스러운 취미는 인형 만들기다. 골동품 박물관 같은 타샤의 집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3층짜리 인형의 집에는 타샤의 분신인 엠마와 새디어스 부부가 살고 있으며 손톱만 한 책들과 골동품 찻잔들, 골동품 가구들이 빛을 발한다.
타샤가 여든세 살이 되었을 때, 타샤 튜더의 모든 것이 사전 형식으로 정리된 560쪽에 달하는 『Tasha Tudor: The Direction of Her Dreams(타샤 튜더의 완전문헌목록)』가 헤이어 부부에 의해 출간되었으며 타샤의 모든 것이 담긴 소중한 책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92세의 여름, 평생을 사랑한 정원의 품으로 돌아갔다.
토바 마틴
토바 마틴은 《빅토리아》지의 객원 편집자이자 코네티컷에 있는 ‘로지네 온실’의 수석 원예가로 활동했다. 주요 정원 잡지에 원예 관련 글을 쓰면서 『천국의 에센스』, 『꽃이 필 무렵』, 『현대 정원을 위한 옛 꽃들』, 『꽃들의 길』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 차례
타샤 튜더로부터 - 가드닝은 기쁨의 샘
프롤로그 - 시간에 묻힌 정원
4월과 그전 - 봄을 여는 서막
5월 - 정원, 깨어나다
6월 - 지천으로 핀 꽃
7월 - 데이지 화환과 참제비고깔
8월 - 백합과 산딸기
9월과 그 이후 - 수확의 계절
옮긴이로부터 - 천국 같은 정원으로의 나들이
타샤 튜더 연표
타샤 튜더 대표작품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영혼의 할머니 타샤 튜더가 전하는 ‘자연과 하나 된 삶!’.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동화작가이자 손꼽히는 정원의 대가, 탸샤 튜더의 사계절 아름다운 정원 풍경을 담았습니다.
타샤의 정원
프롤로그 - 시간에 묻힌 정원
오랜 세월 동안 타샤의 정원에 수없이 가봤지만, 아무리 가도 성에 차지 않는다. 타샤가 전화해서 내 마음을 잡아당길 때마다, 그대로 차에 올라타고 그 가파른 길을 달려가서 며칠간 꽃과 맛 좋은 음식에 파묻혀 지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렇게 찾아갔던 어느 날, 거기서 리처드 브라운을 만났다. 그는 잠시 카메라를 내리고 악수하더니, 올해는 양귀비꽃이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또 비밀의 정원에서 2미터 가까이 되는 디기탈리스를 봤느냐고 물었다. 그때부터 영원한 우정이 시작되었다.
리처드는 키가 크고 당당한 체격에 환한 미소를 짓다가 자주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이다. 그는 시골을 좋아하는 겸허한 사람이다. 타샤는 “리처드는 매사에 신사지요”라고 자주 말한다. 그는 오래전에 잡지에 실을 온실 사진을 촬영하다가 타샤와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물을 때마다 “내 사진이 형편없었지요”라고 답하면서, 늘 자기 작품을 가차 없이 비판하는 성격이다. 그는 “정말이에요. 처음 왔을 때는 타샤에게 워낙 경외심을 느꼈고, 또 정원에 놀라서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그날부터 지금까지 타샤를 찾아온다. 날씨가 비할 데 없이 좋을 때도, 그리고 나쁠 때도 외진 그의 집을 출발해 타샤에게 온다. 모든 순간의 타샤와 정원을 포착하기 위해서다. 자기 작품에 까다롭게 구는 그도 가끔은 괜찮은 사진을 찍기도 한다고 인정한다.
타샤를 찾아가는 길은 가볍게 볼 여정이 아니다. 처음 집에 찾아오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타샤는 난코스임을 경고해둔다. 아주 가파르고 군데군데 위험한 도로를 올라가서 그녀의 우편함에 도착한 후에도, 집까지는 꽤 먼 길이 남아 있다. 용기 있는 사람만 그 힘든 길을 가는 모험에 도전하지만, 타샤는 길을 어찌 해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구덩이들을 뒤로 하며 먼지 속에 남기고 떠나면, 마침내 층층이부채꽃이 절하며 맞아주는 너른 풀밭에 다다른다. 차도가 그 사이에 나 있다. 몇 번인가 푸른 꽃무리 속에서 길을 잃다 보면 집이 눈에 들어온다.
타샤의 집은 언덕 꼭대기를 호령하는 듯이 보이고, 그녀가 전하고 싶은 인상 또한 딱 그 모습이다. 안팎으로 세월의 풍상을 겪은 건물로 보인다. 오랫동안 함께하며 써야만 생기는 갈라진 틈과 여러 결함들이 더욱 그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사실 아들 세스가 어머니를 위해 이 집을 지은 것은 30여 년 전이었다. 일부러 문간을 낮게 내고, 마룻바닥을 평평하지 않게 설치했다. 아마 타샤가 온 세상을 찾아다닌다 해도, 이토록 그녀의 개성에 맞는 집을 찾지는 못했을 것이다.
타샤는 남들이 자신의 집을 처음 보고는 오래된 집이라 여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속는 걸 보고 한참을 즐거워한 후에야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녀는 주부답게 살짝 뽐내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꿈꾸던 집을 지은 것은 정말이지 큰일이었으니까. 세스 또한 어머니 못지않게 현대적인 것을 꺼려서, 손으로 쓰는 연장으로 타샤의 집을 지었다. 헛간을 지을 때는 가로세로 3미터짜리 기둥을 크레인의 도움을 받아 맨손으로 세웠다.
나는 좋은 날씨, 궂은 날씨 가릴 것 없이 타샤의 집에 가봤다. 산꼭대기에 햇살이 쏟아질 때도 타샤의 집 안은 어둡다. 그래서 현관을 빠져나와, 앞에 펼쳐진 정원과 맞닥뜨리면 유난히 눈이 부시다. 눈이 적응될 즈음 가까이 있는 테라스만 보인다. 테라스는 깊은 밤에 꾸는 명랑한 꿈처럼 펼쳐져 있다. 화려한 신기루처럼 초현실적으로 보여서, 가끔씩 그런 빛나는 효과를 노리고 일부러 실내를 어둡게 집을 지은 건 아닌지 궁금해진다. 타샤의 재치를 알기에 대놓고 묻지는 않지만.
5월 - 정원, 깨어나다
5월은 그녀가 다락에 고이 모셔둔 골동품 드레스들처럼 프릴과 레이스 모양으로 시작된다. 그러다 풍경이 바뀌면서 화사한 꽃봉오리들이 초록색 화초를 꾸민다. 그때부터 상황이 빠른 속도로 변해 타샤는 변화를 따라잡으려고 숨차게 움직인다. 그녀가 그림을 미뤄두고 모든 시간과 정성을 정원에만 쏟는 한 달이 있다면 바로 5월이다.
물론 5월의 꽃들은 지난가을에 미리 계획하고 심은 것들이다. 지난가을 타샤는 춥고 우울한 날씨 속에서 엄청난 양의 구근을 땅에 뿌렸고, 계획대로 꾸밈새가 좋아진 것 외에는 올봄에 개선될 구석도 없다. 그러나 원예가들이야 늘 기대에 부푸는 법, 타샤는 노력의 열매를 감상하느라 한순간도 낭비하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 남은 봄 동안 소망했던 풍경을 보려면, 5월에 어마어마한 준비를 해야 한다.
5월에는 정원만 다시 태어나는 게 아니다. 헛간 안마당도 분주해진다. 어린 염소 새끼들은 늘어진 귀를 출렁대면서 풀밭을 짓밟고, 나무 그루터기에 올라가 산의 왕 노릇을 한다. 한편 닭장에는 작은 병아리 떼가 종종대며 어미 닭들을 쫓아다닌다. 정원사들은 화초뿐 아니라 가금류에도 관심이 많은 듯싶다. 타샤는 깃털 달린 동물을 귀여워한다. 늘 밴텀닭과 뿔닭을 키운다.
5월의 프리마돈나는 새들과 구근 화초들이다. 그녀는 구근을 단 몇 개가 아닌 수천 개씩 심는다. “풍성하게 피어야 하니까요.” 우리가 못 알아차린다는 듯 타샤는 그렇게 말하곤 한다. 봄에는 수선화를 비롯한 구근 화초들이 한 아름씩 피어 산들바람에 너울대야 한다는 게 타샤의 철학이다.
6월 - 지천으로 핀 꽃
6월은 타샤가 친구들을 불러서 원예 솜씨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시기다. 가끔은 사람들의 반응에 오히려 놀라기도 한다. 손님들이 계속 밀려 들면 한숨 쉬며 말한다. “난 전생에 여관 주인이었을 거야. 분명해.” 하지만 타샤는 주인 노릇을 잘한다. 사실 우리를 부를 구실로 파티 계획을 세운다. 이른 봄, 길이 통행할 수 있게 되면 타샤는 사방에 야생화 꽃줄을 걸어놓고 파티를 연다. 그녀는 거대한 꽃기둥을 세워서 어린 친구들이 주위를 돌면서 끈을 꼬며 춤추게 하겠다고 늘 약속하지만, 지금까지는 워낙 정원 일에 바빠서 그런 손이 많이 가는 행사는 열지 못했다.
세례 요한 축일(6월 24일 · 옮긴이) 전날 밤이나 지점(하지점과 동지점 ·옮긴이)이 가까우면, 타샤는 층층이부채꽃 초원에서 모닥불을 피운다. 누군가 경솔한 짓이라고 말하면 그녀는 얼른 “층층이부채꽃은 재를 좋아하거든요”라고 설명한다. 해마다 날씨가 좋아, 너른 들판에서 별빛을 받으며 매혹적인 행사를 치른다. 바이올린 반주에 맞춰 보랏빛 꽃대가 너울대고, 코기들은 사람들 다리 사이를 뛰어다니며 좋아서 깽깽거린다. 화관을 쓴 어린 아이들은 키득대면서 쫓아다니고, 타샤는 눈을 반짝이며 저녁 내내 얼마나 춤을 많이 췄는지 자랑한다. 그녀의 흥겨운 스텝에 젊은 사람들이 녹초가 되었으리라.
7월 - 데이지 화환과 참제비고깔
충충이부채꽃이 만개하지 않은 때도 초지는 눈부시다. 사실 타샤는 그다음 시기를 더 기꺼워한다. 층층이부채꽃이 절정기를 막 지날 즈음, 초지에는 황소눈 데이지와 댐스 바이올렛이 천천히 피기 시작한다. 노란색과 흰색 데이지와 보랏빛 댐스 바이올렛의 어울림에 화가인 타샤는 말할 수 없이 흐뭇해진다. 이제 세인트 존스워트, 노란 토끼풀, 노란 데이지, 수레국화가 피게 된다. 한때 셜리 양귀비가 자랐지만, 공격적인 다른 꽃들과 경쟁을 제대로 못해 자취를 감췄다. 눈을 쌓아두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초지의 위쪽 끝에서는 산딸기(타샤가 “이렇게 달콤한 건 처음”이라 말하는)가 자란다.
초지는 가끔씩 하는 제설 기사와의 다정한 의논 외에는 관리에 품이 들지 않는다. 타샤는 데이지를 잘 가꾸려고 나무 난로에서 나온 재로 만든 잿물을 뿌려준다. 물론 매년 열리는 한여름 모닥불 파티에서 나오는 재도 뿌린다. 다른 비료는 뿌리지 않는다. 해마다 9월 중순이 되면 이웃인 앤디 라이스가 초지의 잔디를 깎고, 그것이 초지가 받는 보살핌의 전부다. 그럼에도 초지는 언제든 매력적이고, 타샤에게 데이지 화환의 재료 이상을 준다.
결혼식이나 한여름의 파티 같은 특별한 일이 생기면 타샤는 참석한 아이들에게 데이지 왕관을 만들어 준다. 축하 행사가 아니어도 타샤는 손자들을 위해 화관을 만든다. 아이들이 손놀림을 보고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어 하기를 소망하면서. 칭찬의 말을 하면 그녀는 얼른 손을 젓는다. “아니, 난 리스를 제대로 만들 줄 몰라요.” 하지만 화관은 예쁘고 오래간다. 그녀는 꽃의 수명을 늘리려고 접시나 욕조에 담가둔다. “하지만 씌워주기 전에 물기를 잘 빼야 해요. 여자애 수십 명이 찬물이 목덜미로 줄줄 흐르자 비명을 지르면서 뛰어다닌 적이 있었거든요. 난장판이 됐지요.”
7월, 타샤의 정원은 풍성하다. 꽃송이가 풍성하고, 할 일이 넘친다. 해마다 다른 종류의 문제가 생겨서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언덕 꼭대기를 내리치는 천둥번개와 분투를 벌여야 되는 해도 있다. 당당히 서 있던 참제비고깔, 접시꽃, 디기탈리스가 폭풍우에 황폐해진다. 타샤는 폭풍우를 끔찍이 싫어한다. 어머니가 벼락에 맞을 뻔해 머리에 꽂았던 핀들이 녹아내린 일을 당했으니, 타샤로서는 두려울 것이다. 그녀는 폭풍우를 두려워하고, 마크 트웨인의 말을 빗대 "천둥은 인상적이지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번개다"라고 빈정대기도 한다.
하지만 7월, 몇 차례의 벼락보다 가뭄이 들어서 정원사를 더 괴롭히는 경우도 많다. 타샤는 수련 연못 때문에 애를 태운다. 또 뿌리가 깊지 않은 진달래들과 테라스에서 시들해지는 연약한 허브들을 염려한다. 타샤는 대형 물뿌리개로 물을 주면서 말한다. “420미터 높이에서는 한낮에 모든 게 시들어버리고 말지요. 내게 원수가 있다면 호스를 다루게 하겠어요. 호스를 똑바로 펴려고 하면 어찌나 속을 썩이는지.”
8월 - 백합과 산딸기
타샤는 연중 손님을 대접하지만, 특히 8월이면 서늘한 언덕 꼭대기로 모여드는 사람들이 많다. 타샤는 늘 멋진 안주인 역할을 해낸다. 특히 추수한 작물로 맛 좋은 빵을 구워 손님들을 기쁘게 하기를 좋아한다.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손님들이 있을 때는 장작 스토브에 불을 피운다. 그녀는 으스대는 목소리로 말한다. “난 음식은 모두 장작 스토브로 하거든요. 물론 장작 스토브는 까다롭지요. 아무 나무나 땔 수 없거든요. 소나무와 나무토막을 태워서는 빵을 제대로 구울 수가 없어요. 하지만 난 엔젤 케이크(카스텔라의 일종 · 옮긴이)를 성공적으로 구워낼 수 있어요. 쉽지 않은 일인 건 알지요?”
해마다 이맘때면 리처드가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서 타샤의 집에 찾아올 만도 하다. 타샤는 그의 식성을 놀리기를 좋아한다. “지난번에 리처드가 미리 연락도 없이 찾아왔기에, 우리가 방금 파이를 다 먹었다고 말했지요. 물론 장난으로 그랬어요. 그가 고개를 떨구더군요. 어찌나 풀이 죽은 모습이던지, 그 자리에서 파이를 구워줘야 했다니까요.” 사실 타샤는 리처드의 섬세한 미각을 귀하게 여긴다. 그가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고 들뜬 목소리로 “좋은 냄새가 나네요”라고 말하면, 그녀의 뺨이 환하게 빛난다.
타샤는 먹거리를 따려고 테라스를 내려가다가, 자꾸만 딴 데로 빠진다. 화사한 꽃들이 피어 정원은 찬란하다. 이맘때면 꽃마다 키가 훌쩍 크고 풍성해서, 테라스는 봄의 희미한 색조와는 달리 짙은 색들의 잔치가 벌어진다. 콘플라워의 꽃잎이 얼굴을 활짝 펴고, 오솔길에 통통한 접시꽃들이 줄지어 핀다. 이즈음의 꽃들은 대담하고 색조가 강렬하다. 타샤가 겹꽃보다는 한 겹꽃이 예쁘다는 접시꽃은 저절로 씨앗을 뿌리는 듯, 한여름에 멋지게 피어난다. 꽃대에 예쁜 꽃잎들이 줄줄이 피어나서, 나는 옆을 지날 때마다 시샘의 눈길을 감출 수가 없다. 알풍뎅이가 이파리 하나 갉아먹지 않는다. 타샤의 정원은 워낙 추워서 겨우내 해충이 살아남을 수가 없다.
타샤의 접시꽃도 샘나지만, 스위트피를 보면 부러워 죽을 지경이다. 서늘한 언덕 꼭대기에 내가 본 스위트피 중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핀다. 물론 서늘한 날씨 덕분만은 아니다. 타샤는 해마다 호화로운 꽃 잔치를 벌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는다. 타샤와 이웃들 간에 경쟁 같은 것이 벌어진다. 숲의 들머리에 누구네 스위트피가 맨 먼저, 가장 곱게 피느냐를 놓고 다툰다. 타샤는 경쟁자들을 누르기 위해 겨울에 씨앗을 사러 ‘애그웨이로 달려 간다. 씨앗을 밤새도록 물에 담갔다가, 질소 고정 세균 속에 넣고 굴린 다음, 토탄 화분에 심어 침실 창틀에 올려놓는다.
봄이면 화분에서 자란 것을 채소밭의 철망 울타리 옆에 심고, 어린 덩굴 곁에 호를 파놓는다. 스위트피가 뻗을 즈음, 구덩이에는 비료를 뿌린다. 타샤는 사람 다니는 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놓인 대형 통에서 비료를 발효시킨다. 그녀의 딸 에프너는 봄이면 비료를 만들 소 배설물을 가져온다. 통에 배설물과 물을 넣어두면 여름내 삭아 비료가 된다. “냄새가 향기롭진 않을 거예요.” 타샤는 통의 뚜껑을 열기 전에 경고한다. 물 1갤런을 넣고 희석시켜 스위트피 구덩이에 뿌려줄 참이다. 뚜껑을 열면, ‘향기롭지 않은 정도가 아님이 밝혀진다. 그래도 이 악취 나는 비료 덕에 내가 본 중 가장 키 크고 (“일부는 키가2미터도 넘지요.”) 향기로운 스위트피가 자란다. 타샤는 엄청난 칭찬을 받은 후, 내가 집에 갈 때 이 날개 달린 꽃을 한 아름 들려 보낸다.
타샤네 단지가 아래 지대보다 서늘하긴 해도, 한여름에는 꽤 무덥다. 스토브를 때면 특히 더 무더워진다. 8월이면 요리를 할 때 타샤는 손님들을 연못으로 내보낸다. 수련 구경 때문이 아니라, 물에 들어가서 텀벙대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녀는 오스트리아산 낫을 들고, 연못에서 멀지 않은 앵초밭 주위의 풀을 정리하러 나올지도 모른다.
9월과 그 이후 - 수확의 계절
9월, 화분을 온실에 들여놓을 때가 되면 타샤는 윈슬로를 부른다. 그즈음이면 정원은 여름의 화려함을 맛보고, 옆바람과 햇살의 특혜를 누린 상태다. 화초를 실내로 옮기는 것은 큰일이고, 해마다 화초에 주는 거름이 점점 많아지면서, 화분을 옮기는 일도 커진다. 특히 월계수는 너무 커져서 타샤가 그 총각이라 부를 정도다.
타샤의 눈에는 모든 화초가 ‘아가씨다. 튼튼한 고광나무를 말할 때도 “아가씨가 온실의 자리를 많이 차지하잖아요”라고 말할 정도. 하지만 여름에 월계수가 우람하게 자라서 가을에 온실로 옮길 무렵에는 타샤도 “총각이 겨울 집으로 안전하게 옮겨졌지요”라고 말했다.
타샤가 내게 전화하는 경우는 희귀종 바이올렛이 싹을 틔우거나 온실에 난방이 나갈 때만이다. 보통은 내가 전화를 걸어 앵초가 싹트는 것에 대해 묻거나, 우리집 염소의 건강을 걱정하곤 한다. 타샤가 수화기를 들면, 개 짖는 소리가 먼저 인사한다. 타샤는 “개들을 조용히 시킬 동안 잠깐 기다리세요”라고 양해를 구한다. 나는 숨을 멈추고 저쪽에서 엄하게 “쉿!”이라고 꾸짖는 소리를 듣는다. 마침내 침묵이 퍼진다. 그제야 타샤는 전화기를 들고 누구시냐고 묻는다. 우리는 집안에 물려 내려오는 팬지 재배종들의 특성과 그것들을 얻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사이 시간이 흘러 타샤가 불에 올려놓은 음식이 바싹 졸거나, 스토브에 장작을 넣어야 될 때가 된다. 아무리 할 일이 있어도 타샤는 전화를 끊기 전에 꼭 묻는다. “거기는 날씨가 어때요? 알고 싶어 죽겠네.” 언제나 버몬트의 날씨가 훨씬 인상적이다. 사실 늘 내가 코네티컷의 날씨를 너무 흐리멍덩하게 전해서 타샤는 놀란다.
9월이면 날씨 이야기는 서리가 내렸느냐로 모아진다. 물론 버몬 이트는 그 어느 곳보다 서리가 일찍 내린다. 8월에 정원이 얼어버리는 만 경우도 가끔 있다. 타샤는 특히 추운 밤에는 아끼는 약한 화초에 미리 천을 덮어두어 피해를 방지한다. 이따금 8월의 공포가 찾아오지만, 대부분 타샤의 정원엔 9월 첫 주 무렵 서리가 내린다. 타샤는 “서리가 너무 일찍 내려서 다 시들었는데, 그 후 한 달 동안이나 날씨가 화창하면 정말 하늘이 원망스럽지요”라고 투덜댄다. 하지만 여린 화초들이 죽어도 할 일이 많다. 타샤는 육감이 뛰어난 사람이어서, 가을에는 활기 없는 때를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타샤가 수확하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했던가? 그녀는 가을이면 전화를 걸어 동백나무 이파리가 파래진다거나 극심한 질병을 없애는 법 같은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만, 늘 콩코드 포도로 막 젤리를 만들었다는 말이 은근슬쩍 나온다. 물론 포도는 서리에 상하지만, 타샤는 미리 천을 씌워두어 서리 피해를 피한다.
그녀는 잼과 젤리를 만드는 것을 보람으로 삼아, 애플젤리와 라즈베리, 복숭아, 블루베리, 검은 심블베리(나무딸기의 일종 · 옮긴이) 잼을 만든다. 리처드는 차를 마시면서 잼을 고를 때면 나직이 “복숭아 잼이 정말 맛 좋아요”라고 감탄한다. 진달래 정원 옆에서 자라는 평범한 매자 열매도 끓여서 젤리를 만든다. 타샤는 일손을 도운 친구들이 다음 해에 찾아가면 잼으로 보답한다. 또 매년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주기도 한다. 타샤는 개들이 간절히 원해도 모른 체한다지만, 수확물의 상당량은 개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코기 오웬이 갈망하는 눈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면, 타샤가 어떻게 못 본 체할까?
타샤는 정원에 열린 과실과 열매를 모두 수확하지는 않는다. 과실수와 관목 몇 그루는 새들을 불러들이고 먹일 계획으로 심어놓은 거니까. 테라스의 덩굴장미 다음에 심은 들장미와 마가목에 핀 오렌지색 열매가 (“스코틀랜드에서는 마가목을 ‘로완이라 부르지요. 마귀를 막으려고 심었대요.”) 돌능금과 어우러져 겨울 내내 새들의 먹이가 된다. 가을이면 큰어치새와 여새가 떼지어 돌능금나무 위로 날아들고, 타샤의 표현대로 그들은 ‘아주 만족하는 새들이다. 하지만 늦겨울이야말로 새들의 행복감은 절정에 이른다. 이런 현상을 목격해온 리처드는 이렇게 설명한다. “다들 친밀해지지요. 돌능금이 빨갛게 타오르는 무렵이면 그 광경이 어김없이 다시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지지요...”
9월에서 10월로 넘어가면서 가을이 깊어가도 타샤는 할 일이 여전히 많다. 한겨울에 꽃을 보려면 구근을 화분에 심어야 한다. 또 염소젖 치즈는 세이지를 뿌리고 누른 다음 왁스를 발라서 간수해야 한다. 냉상(난방 장치가 없는 프레임 · 옮긴이)에 앵초 화분과 팬지 씨앗을 뿌린 판을 올려놓아야 하고, ‘욕심 사나운 쥐떼를 막기 위해 모두 망으로 단단히 덮어야 한다. 한번은 타샤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내년에는 제대로 된 냉상을 만들 작정이에요. 『벤자민 버니 이야기』(영국의 동화작가 베아트릭스 포터가 쓰고 그린 그림책. 토끼들이 주인공으로 정원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옮긴이)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걸로 옆면에 단단한 벽돌을 쌓아 멋진 솜씨로 만든 냉상이지.” 타샤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그림책들을 넘기면서, 더 훌륭한 정원사가 되기 위해 배우고 아이디어를 얻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지?
바이올렛 씨앗도 뿌려야 하고, 서둘러 싹이 나지 않으면 친구들에게 전화를 한다. 저녁이면 벽난로 앞에 앉아 개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으며, 적설량을 걱정한다. 어떤 때는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그 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가늠밖에 못 한다. “이달에는 쥐 발자국을 하나도 못봤어요. 다 눈 밑에서 내 튤립을 먹고 있을 테죠.” 화초와 관련해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여느 정원사들은 11월이면 안절부절못한다. 밑동만 남은 들판과 뉴잉글랜드의 찬바람을 원망한다. 하지만 타샤는 다르다. 11월이면 그녀는 비로소 멋진 돌 테라스를 감상할 수 있고, 몇 달 후 벅차게 피어날 꽃들을 꿈꿀 수 있으니까.
계절이 깊어지면 타샤는 저녁 내내 불가에 앉아서, 흰 수선을 옆에 두고 그림을 그린다. 겨울에는 뜨개질이나 바느질을 하고 옷을 깁는다. 그녀의 손은 늘 분주히 움직이고, 머릿속에는 항상 꿈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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