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동화작가에서 평생 꿈꾸던 정원을 완성해내기까지 40여 년 시간이 묻어 있는 타샤 정원의 시작과 끝을 이야기해드립니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연주의적 라이프 스타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봄꽃처럼 반가운 얼굴로 돌아왔습니다.
타샤 튜더 나의 정원
프롤로그
꿈에 그리던 버몬트에 땅을 구하다
버몬트주에 사는 것이 오랜 소망이었는데, 그것도 큰아들 세스의 땅 바로 옆에 내가 살게 될 마땅한 땅을 발견했을 때는 정말이지 기뻤습니다. 남향받이의 산자락으로, 거친 초지를 전형적인 버몬트의 숲이 둘러싸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땅은 전부 30만 평이었는데, 거의 한가운데쯤에 약간의 평평한 장소가 있었기에, 그곳에 내가 살 집을 짓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나에게는 살고 싶은 집의 모델이 있었습니다. 1740년대부터 뉴햄프셔주에 있던 농가 주택으로, 가구 기술자였던 큰아들 세스에게 그 집과 똑같은 집을 낡아 보이게 지어달라고 부탁했지요. 세스는 내 친구가 살고 있던 그 집에 몇 번이나 찾아가서 측량을 했고, 땅 모양 때문에 남북의 위치가 바뀐 것 이외에는 전혀 다른 부분이 없을 정도로 똑같은 집을 지어주었습니다. 게다가 기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나무못으로 대들보와 기둥을 연결하는 1740년대 당시의 기법으로 말이지요.
‘뉴햄프셔에 애써 만든 정원을 버리면서까지 새로 이사할 필요가 있나요?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지만, 나는 너무나도 버몬트에 살고 싶었습니다. 인생은 짧지 않나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는 게 좋지요. 버몬트로 옮겨오면서 내 인생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버몬트가 아닌 곳에서 산다는 건 상상할 수조차 없지요.
20년 후의 정원을 상상하며
버몬트는 기후 조건이 나쁘고 토지 대부분이 비스듬한 모양새였기 때문에 뉴햄프셔의 집과 전혀 다른 정원이 만들어졌습니다. 집이 완성된 지 2, 3년 후 세스는 불도저로 땅을 파고 텃밭 옆에 있는 샘에서 물을 끌어와 연못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물론 수련을 부지런히 심었지요. 정원의 서쪽 옆면에 있는 초지에 야생화 씨앗을 뿌려 야생화 정원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보다 나중에 생각한 아이디어였습니다. 땅을 갈아엎고, 석회를 흙에 섞고……………. 지금과 같은 정원으로 만드는 데 3년이 걸렸습니다.
내가 30대였을 때, 어느 식물학 교수의 훌륭한 정원을 가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던 적이 있습니다. 들어보니 만들어진 지 20년이 지난 정원이라고 하더군요. 나 또한 식물이 풍성하게 자라나 아름다운 꽃을 즐길 수 있기까지는 몇 년이고 어려움을 참고 견뎌야 한다고 처음부터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요. 정원은 하룻밤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 12년은 참고 기다려야 하지요. 하지만 나는 정원이 너무 좋아서 견딜 수가 없어요. 정원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은 조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타샤의 가드닝 노하우]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정원
나의 정원에는 테마를 정해서 계획적으로 만든 꽃밭은 없습니다. 어느 꽃밭에서건 사계절에 따른 변화와 리듬을 즐길 수 있도록 개화 시기가 서로 다른 식물을 섞어서 심지요. 또 다양한 식물의 색과 향기, 감촉의 어울림도 생각하고 어떻게 심어야 아름답게 보일지도 염두에 둡니다. 예를 들어 본채의 벽 앞을 따라가며 꽃을 심는다면, 접시꽃이나 쥐오줌풀처럼 키가 큰 것을 벽에 붙여 심고, 앞쪽으로는 키가 작은 식물을 심은 후, 두 화초 사이에 고전적인 장미나 백합을 섞어 심는 식이지요. 게다가 가을에 화단 가장자리 쪽으로 다양한 색깔의 히아신스를 섞어 심어놓으면 4월 초부터 5월까지 한꺼번에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그 아름다움과 향기에는 언제나 가슴이 설레고 말지요.
식물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해주면 식물이 기뻐할지도 생각합니다. 처음 심는 식물은 같은 것을 세 개씩 사서 서로 다른 장소에 심어본 후, 가장 잘 자라는 장소에서 불려간답니다.
여러해살이식물을 심어 저절로 씨앗이 떨어져 퍼져나가게 해주는 것도 재미있지요. 댐스 바이올렛이나 물망초, 캄파눌라 같은 것은 자연 발아도 잘되고 오랜 세월 동안 여기저기로 퍼져나갑니다. 새나 바람이 씨를 옮겨주어 이듬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싹을 틔워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는 합니다.
화분이나 상자, 나무통을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이고 재미있는 방법입니다. 나는 좋아하는 꽃을 화분이나 상자에 심어서 현관 앞에 놓아둔 채 즐기기도 하고, 다양한 식물을 한 화분에 심어 서로의 조화를 실험해보기도 합니다. 연못의 수련 또한, 일부러 연못까지 가지 않아도 보고 즐길 수 있도록 가까운 곳에 놓아둔 나무통에서 키울 때도 있지요. 추위에 약한 식물 중, 가을에 온실로 옮기기 쉽도록 일부러 화분에 심어둔 것도 있습니다.
정원이 찬란하게 빛나는 5월과 6월
‘뉴잉글랜드의 기후는 겨울이 아홉 달이고, 썰매 타기에 적당치 않은 달이 석 달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이곳은 4월에도 눈이 내리고 5월에 들어서도 늦서리가 내릴 때가 있습니다. 9월이 되면 벌써 서리 걱정을 하게 되지요. 서리 걱정 없이 정원을 돌볼 수 있는 기간은 4~5개월 정도나 될까요. 하지만 그것도 매년 다릅니다. 큰 눈이 오는 해가 있는가 하면 거의 눈이 오지 않는 겨울도 있고, 초여름에 비가 한 달이나 계속 내린 해도 있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의 기후는 뭔가 이상합니다.
하지만 사계절의 변화는 분명합니다.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 25도까지 떨어지기도 하고 하루 종일 바깥 온도가 영하 18도 이상 올라가지 않을 때도 있지만, 3월이 되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눈이 녹기 시작하거든요. 그러면 마음이 분주해지지요. 주문한 씨앗도 속속 도착하기 시작합니다. 정원을 둘러보면 여기저기에서 구근이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누렇게 말랐던 풀 사이사이에서 초록빛 새싹이 엿보이기 시작합니다. 문을 열어두면 이른 봄의 상쾌한 공기가 들어오고 작은 새들이 도란도란 지저귀는 소리도 들려옵니다. 헛간에 있던 닭들도 운동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여름용 우리로 옮겨줍니다. 겨울바람꽃, 스노드롭, 크로커스 같은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봄이 찾아온 것이지요.
정원이 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는 때는 5월과 6월입니다. 수선화와 튤립이 모여 피기 시작하면 정원은 크림색 아지랑이로 둘러싸인 것처럼 보입니다. 물망초가 정원을 뒤덮으면 연보랏빛 베일이 쳐진 것 같지요. 5월 말에는 돌능금나무에 꽃이 가득 피는데 그 모습은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붓꽃과 층층이부채꽃이 어울려 정원을 보랏빛으로 물들일 때면 내가 좋아하는 작약의 봉오리가 부풀어오르기 시작하고, 작약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나면 이번에는 장미가 꽃필 준비를 합니다.
버몬트의 여름부터 가을까지
산 위에 위치한 이곳의 기온은 여름에도 오전이 15도 전후이고 오후에도 27도를 넘는 일이 거의 없지요. 7월, 어린 잎의 연두 빛깔이 점점 진해지면 야생화 정원은 데이지로 뒤덮입니다. 정원 여기저기에 자랑스러운 접시꽃이 활짝 피어나고 캄파눌라의 한 종인 캔터베리 벨즈가 피기 시작하면 여름도 후반에 접어드는 거예요. 여름 꽃이 거의 다 진 후에는 루드베키아와 과꽃, 참으아리가 정원을 환하게 만들어줍니다. 8월 말부터 9월에 걸쳐 점점 습도가 높아지면서 이른 아침 대지에 촉촉한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가 가을의 시작입니다.
9월 초가 되면 나뭇잎이 점점 물들기 시작하고,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답다는 단풍이 절정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해에 따라 달라집니다. 잦은 폭풍우가 찾아와 아름답게 물들었던 단풍이 하룻밤 만에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10월이 되면 여름 동안 떼어놓았던 외부 창문을 끼워서 이중창으로 바꿉니다. 정원에서는 가을에 심는 구근을 묻고 추위에 약한 식물을 온실에 넣어두거나 시든 꽃대와 낙엽을 치우는 등 다시 바빠집니다. 마지막에는 모든 정원에 퇴비를 뿌려야 하는 큰일도 남아 있지요.
‘과일도 없고, 꽃도 없고, 잎사귀도 없고, 새도 없고, 모든 게 다 없는 11월이라는 말이 있지요? 11월이 되면 이제 머지않아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됩니다. 나는 겨울도 좋아한답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땅 아래에서 식물들은 고요히 잠을 자고 있습니다. 집 안에서는 난롯불이 따뜻하게 타오르고요. 그 옆에서 나는 봄이 오면 식물들이 다시 잠에서 깨어나 정원을 빛나게 해주리라 상상하며 조용하게 붓을 움직여 그림을 그립니다.
매년 가을, 10센티미터의 거름을 뿌려준다
식물을 보살피는 일이란 기르는 식물 모두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마음을 쓰는 일이지요. 잡초를 부지런히 뽑아주고, 땅의 산성도를 체크해서 모자란 성분을 보충해주고, 거름을 뿌려주는 일이랍니다. 자연적인 것을 좋아해서 제초제나 화학 비료는 사용하지 않아요.
매년 가을이면 정원 전체에 거름을 10센티미터 두께로 깔아줍니다. 숙성된 소의 분뇨를 이웃 농가에서 트럭으로 대량 구입한 후 야생화 정원 한쪽에 한동안 쌓아두어 거름으로 만들지요. 부엌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대부분 닭의 모이로 주기 때문에 거름용으로는 쓸 수 없지요. 봄에 새로운 식물을 심으려고 구멍을 팔 때마다 그 흙에도 거름을 잘 섞어 넣어줍니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숙성된 분뇨를 물에 녹여 만든 액체 비료를 정기적으로 뿌려줍니다. 물론 액체 비료는 모든 식물에게 줘도 괜찮지만, 가을에 전체적으로 거름을 깔아주었기 때문에 대부분은 굳이 액체 비료까지 줄 것까지는 없지요. 하지만 좀 더 번져나가길 원한다거나 크게 키우고 싶을 때에는 성장 보조의 역할로 뿌려주기도 합니다. 특히 장미는 액체 비료를 뿌려주면 그 응답을 해오지요.
나의 정원은 만들어진 지 30년도 더 지났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거름을 흙에 섞어가며 토양을 화초에 알맞게 변화시켜왔지요. 또 다행히 이곳은 애팔래치아 산맥 북단의 그린 마운틴즈라는 이름을 가진 산맥 지대로 연중 강우량이 유독 많은 곳입니다. 이곳에 있는 식물들이 보통 이상으로 잘 자라주고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이유는, 오랜 세월 땅의 힘을 키워가며 좋은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해온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곳의 자연이 준 선물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추위로부터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하는 일
버몬트의 겨울 날씨는 변화무쌍합니다. 영하 20도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가도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몰려와 4도까지 금세 올라가기도 하지요. 그러다가도 얼음장처럼 차가운 비가 세차게 쏟아져서 나뭇가지를 부러뜨려놓기도 하고, 때로는 비가 큰 눈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눈이야 늘 대환영입니다. 쌓인 눈이 담요 역할을 해주어 아무리 기온이 떨어져도 눈 덮인 지면이 얼지 않기 때문이지요. 눈이 오지 않으면 지면에서 깊이 수십 센티미터까지도 땅이 얼어버리기 때문에 짚이나 솔잎을 화단에 깔아주어야 합니다. 어느 해 눈이 적으면 피해를 입는 식물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날씨를 조정할 수는 없으니 대비책을 마련해주고 기도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어요.
디기탈리스와 참제비고깔은 따뜻한 봄날이 며칠간 계속되면 땅에서 새싹이 나오는데, 이때 만약 주변의 수분이 얼어붙어버리면 바로 못쓰게 되고 맙니다. 이를 막기 위해 정원 전체에 지푸라기나 솔잎을 두껍게 깔아주고 그 위에 상록수의 잔가지들을 덮어줍니다. 세스의 처인 마저리가 이 같은 방법을 생각해냈지요. 서리가 내리기 전, 그러니까 대략 10월의 첫째 주 즈음이면 추위에 약한 식물은 전부 온실로 직행입니다. 제라늄, 월계수, 오래된 보스턴고사리, 캄파눌라의 한 종류인 침니 벨플라워, 공작고사리, 군자란 등이 있지요. 가을에 온실에 넣어두어야 하는데 미처 넣지 못한 식물들이 있다면, 갑자기 내린 서리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화분 같은 것으로 살며시 덮어둡니다.
추위에 약한 채소나 한해살이 화초를 이른 봄에 구입했을 때나 서리의 피해가 아직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될 때에는, 기후가 안정될 때까지 나무로 짠 냉상(다른 난방 기구 없이 태양열을 이용해 보온을 하는 묘상. 싹을 틔우거나 모종을 키울 때 쓴다· 옮긴이)에 넣어두면 좋아요. 또 추위에 약한 어린 여러해살이 화초를 겨울의 혹독한 날씨로부터 보호할 때도 냉상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팬지는 7월경 냉상 안에 씨를 뿌려 키우면 건강하게 겨울을 날 수 있고, 이듬해 봄이 왔을 때 원하는 곳에 심을 수 있습니다. 냉상은 자연 파종이 어려운 여러해살이 화초나 씨앗으로 구입한 여러해살이 화초를 키우는 데에도 안성맞춤이랍니다.
더위로부터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하는 일
열매는 꽃이 진 자리에 맺히는데, 열매를 맺으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열매를 거둘 생각이 없다면 시들기 시작하는 꽃을 가능한 한 빨리 따주는 편이 나무를 강하고 크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이지요. 꽃을 따거나 꽃꽂이용 꽃가지를 자를 때는 될 수 있으면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녘에 합니다. 햇빛이 너무 강해지기 전에 잘린 가지 부분이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거든요. 작약은 꽃봉오리가 큰 만큼 회복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므로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채소, 한해살이 화초, 여러해살이 화초, 관목 등 모든 식물의 모종은 봄에 심는 것이 제일 낫지요. 하지만 더러는 햇살이 강할 때나 더운 시기에 모종을 심어야 하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지요. 이럴 때에는 새롭게 바뀐 환경에 적응할 때까지 햇빛을 가려주면 식물이 받는 부담이 적어집니다. 식물을 강한 햇빛이나 서리에서 보호할 때 간단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화분이나 양동이, 바구니 같은 것입니다. 양동이로 덮어놓을 때에는 공기가 통할 수 있게 반드시 구멍을 뚫어줘야 합니다.
단, 해 질 무렵 햇살이 기울면 덮어둔 것을 열어 모종의 상태를 살피고 내일의 날씨 등을 고려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줍니다. 만일 옮겨 심은 다음 날 비가 온다면 더 이상 보호물로 덮어둘 필요가 없겠지요. 날씨에 따라 식물들은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이니 언제나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만약 옮겨 심고 난 후 더운 날이 계속될 것 같으면 보호물로 계속해서 덮어주는 동시에 매일매일 물 주는 일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식물을 옮겨 심을 때에는 계절과 상관없이 충분히 물을 줘야 해요. 흐리고 시원한 날에도 물 주기는 중요합니다. 물을 줄 때는 해 있을 때를 피해 아침이나 저녁에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잎이 타서 시들어버리고 말지요.
화분 같은 것으로 덮을 수 없는 커다란 식물은 천으로 덮어 보호해줍니다. 금낭화는 봄이 되고 따뜻한 날이 며칠간 계속되면 어쩐 일인지 성급하게 싹을 내밀기도 해서 천으로 덮어 보호해줘야 합니다.
정원에서 마음껏 피어날 수 있는 화초를 선택하라
나는 내 마음에 드는 식물을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심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좋아하는 모든 식물을 심을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나의 정원에서 마음껏 꽃을 피울 수 있는 식물을 고르고 그 식물이 좋아할 만한 장소를 궁리해서 찾고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심는다는 뜻이지요. 버몬트의 겨울은 혹독하기 때문에 매년 봄 새로 심어주어야 하는 식물이 반드시 몇 종류는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니 차츰차츰 이 땅에서 기꺼이 꽃을 피워주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와 할머니도 그러셨지만, 나도 여러해살이 화초가 좋습니다. 나의 정원에는 접시꽃, 작약, 금낭화, 백선 등 어머니와 할머니의 정원이 그랬듯이 옛날부터 주욱 우리와 함께했던 화초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신문이나 잡지, 책을 통해 잇달아 개발되고 있는 새로운 품종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흥미가 생기면 물론 새로운 품종을 구합니다. 마음에 드는지의 여부는 꽃의 빛깔과 잎의 우아함으로 결정합니다. 새로운 식물을 심어서 관찰해보는 것도 어마어마한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뉴햄프셔의 옛집에서는 키우지 않았지만 지금의 버몬트 정원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것도 있어요. 예를 들면, 이 주변에 흔한 멋진 고사리들. 숲의 지면은 대체로 산성의 부식토여서 양치식물에게는 이상적인 서식지인 셈이지요.
한해살이 화초로는 나팔꽃, 금잔화, 캘리포니아 포피 등의 씨앗을 매년 뿌리고 있습니다. 나팔꽃 같은 경우는, 씨를 심은 나무통의 테두리에 돌아가며 같은 간격으로 침을 박은 후 나무통 가운데에 지주를 세워 올립니다. 그리고는 박아놓은 침과 지주의 끝을 서로 실로 엮어, 그 부분을 타고 나팔꽃 가지가 올라갈 수 있게 해줍니다.
야생화도 좋아해서 원래 자생하고 있는 것 이외에도 에키네시아, 서양깨풀 등 직접 씨앗을 뿌려 불려온 것도 많이 있습니다.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식물이라 해도 그곳의 환경을 기쁘게 받아들이지 않는 식물을 무리해서 심을 것까진 없어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여러분이 있는 그 땅을 반기는 식물을 선택하는 일이겠지요.
에필로그
이 세상의 낙원이 완성될 때까지
1972년 나는 오랫동안 품고 있던 꿈을 이루었습니다. 집 근처로 도로가 지나가던 뉴햄프셔의 집에서 인적 드문 버몬트의 집으로 이사를 했기 때문이지요. 이 집은 아들이 나를 위해 특별히 지어준 집입니다.
새집으로 이사한다는 것은 정원도 함께 옮겨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1945년부터 27년간 가꾸어온 뉴햄프셔의 정원에는 내가 좋아하는 식물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식물들을 일일이 다 파내서는 버몬트로 옮겨 심었지요.
버몬트의 토양은 그때까지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흙이었어요. 약간의 점토질로 물빠짐이 나쁜 산성의 토양. 여기에 버몬트의 가혹한 기후마저 겹쳐서 아예 키울 수 없는 식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버몬트의 환경에 적응해서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식물을 새롭게 심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지금의 자랑스러운 정원이 만들어진 것이지요. 나에게 버몬트의 정원은 ‘지상 낙원입니다.
누구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가꾸어온 정원은 아니지만, 나의 정원 만들기 경험과 노하우를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여러분들께 소개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할머니의 정원 일을 도우며 자랐기 때문에 식물에 관해, 특히 나의 정원에서 키워온 식물에 관해서는 꽃의 색이나 형태, 키우는 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에 무엇을 심으면 어떤 모습으로 그 공간이 바뀔 것인지도 금세 상상이 됩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잘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거나 조언을 해줘야 할 때는 주저하게 됩니다. 대부분 취향의 문제이고, 이런저런 실험을 해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니까요.
이 아름다운 책이 정원 일을 사랑하는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시기를·······
언제나 그랬듯, 나의 정원을 아름다운 사진에 담아준 리처드 브라운에게 마음으로부터 감사를 전합니다.
2007년 2월, 버몬트의 코기 코티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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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