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아름다운 피카소의 미술수업
 
지은이 : 김미진 (지은이)
출판사 : 열림원어린이
출판일 : 2024년 09월




  • 김미진 작가는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동화 형식으로 풀어내며, 예술의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인문학적으로 접근하여, 미술 감상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경험임을 강조합니다. 예술의 이해는 우리 삶의 여정을 비추는 빛이 되어, 고난 속에서도 의미와 감동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작고 아름다운 피카소의 미술수업

    비둘기를 잘 그리는 아이

    어느 날, 아버지는 피카소가 그린 비둘기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피카소, 비둘기가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아. 정말 잘 그렸다."


    아버지는 감격한 목소리였습니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해요."

    "피카소, 내 붓과 물감을 몽땅 너에게 주마."


    피카소는 아버지가 농담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정말로 자신의 화구를 피카소에게 물려주었어요.


    "네가 나보다 그림을 잘 그리기 때문에 주는 거야. 넌 커서 우리 집안을 빛내는 훌륭한 화가가 될 거야. 진짜 뛰어난 화가가 되려면 더욱 열심히 그림 공부를 해야 한다. 알겠지?"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었습니다. 피카소는 하늘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은 아버지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더욱 멋진 그림을 그려서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릴게요."


    피카소는 자신이 사는 말라가 마을의 풍경을 매일같이 스케치북에 담았습니다. 항구에 있는 어선과 해변에서 쉬고 있는 가난한 가족, 헤라클레스 탑, 로마풍의 등대, 일요일마다 구경 갔던 투우 장면······. 그런 것들을 여러 번씩 반복해서 그리곤 했습니다. 가끔은 가위로 귀여운 집오리와 다람쥐를 오려서 동생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 솜씨가 어찌나 뛰어난지 마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피카소, 그림만 잘 그리는 줄 알았는데 종이도 정말 잘 오리는구나."

    "네 손이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아. 정말 놀라운 솜씨야."


    피카소는 칭찬을 듣고도 어깨를 우쭐거리며 잘 난 척하지 않았습니다.


    "더욱 열심히 미술 공부를 해서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려야지."


    피카소는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얼마 후, 피카소 가족은 바르셀로나로 이사를 갔습니다. 아버지가 직장을 옮겼기 때문입니다. 바르셀로나는 번화한 도시였습니다. 이삿짐 정리가 끝나자 아버지가 피카소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습니다.


    거리에는 상점들이 즐비하고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아버지, 저기 미술관 좀 보세요. 정말 크고 웅장해요. 미술관 안에는 훌륭한 그림들이 많이 걸려 있을 거예요."

    "돌아오는 일요일에 너를 데리고 미술관 구경을 갈 생각이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바르셀로나는 정말 멋진 곳이에요."


    피카소는 사방을 둘러보며 들뜬 표정을 지었습니다. 카탈루냐 광장에는 비둘기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피카소가 모이를 주자 비둘기들이 졸졸졸 따라왔습니다.


    "다음에는 꼭 스케치북을 챙겨 와야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비둘기들을 잔뜩 그릴 수 있게 말이에요."

    "피카소, 넌 왜 그렇게 비둘기를 좋아하는 거니?"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하는 새잖아요. 저는 사람들이 비둘기처럼 싸우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네 착한 마음씨가 기특하구나."


    아버지는 피카소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피카소는 미술 학교에 들어가서 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미술 학교 입학 조건에는 나이 제한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심사위원들을 설득했습니다.


    "제 아들은 나이가 어리지만 그림 그리는 능력이 아주 뛰어납니다. 제발 입학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에 심사위원들도 두 손을 들고야 말았습니다.


    "좋습니다. 그렇지만 입학시험에 합격해야만 우리 학교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입학시험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피카소는 한 달 동안 치러도 다 풀 수 없는 과제들을 단 하루 만에 해치웠습니다.


    "맙소사! 믿을 수가 없군요."

    "우린 뭘 더 가르쳐야 하는 거죠?"


    심사위원들은 입을 쩌억 벌린 채 할 말을 잊었습니다. 미술 학교에 입학한 피카소는 나이 많은 형들과 함께 공부를 했습니다. 하지만 피카소는 곧 학교에 싫증이 났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피카소, 학교에 가는 게 싫은 거니?"

    "학교는 너무 심심해요."

    "그게 무슨 소리냐? 아버지가 너를 위해서 얼마나 애를 쓰셨는데."

    "선생님들은 옛날 방식만을 반복해서 가르쳐요. 규율도 엄격하고 숨이 막힐 것만 같아요. 저는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그리고 싶어요. 옛날 화가들처럼 그릴 바엔 아예 안 그리는 게 좋겠어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의논했습니다.


    "피카소는 특별한 아이예요. 학교에서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모양이에요."

    "화가로서 천재적 재능을 가진 아이가 미술 학교 공부만 쫓아간다는 것은 답답한 일인지도 모르지."


    아버지는 집 근처에 화실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작지만 아늑한 공간이었습니다.


    "피카소, 이제부터 여기서 네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맘껏 그려라."

    "여기서요? 여기가 제 화실인가요?"

    "그래, 그렇단다."

    "내 화실을 갖게 되다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피카소는 아버지 볼에 뽀뽀를 하고는 겅중겅중 뛰었습니다.


    친구 카사헤마스

    피카소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멋진 청년이 되었습니다. 투우장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한 남자가 말을 걸었습니다.


    "정말 멋진 그림이로구나. 내 이름은 카를로스 카사헤마스야. 나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나는 파블로 피카소야. 만나서 반갑다. 우리 서로 도와 가며 그림을 그리자."

    "그거 좋은 생각인데."


    피카소는 카사헤마스와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두 사람은 산 호안 거리에 화실을 빌려 함께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화실은 비좁고 추웠습니다. 두 사람의 호주머니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가구를 살 돈도 없었답니다. 그렇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카사헤마스, 내가 벽에 식탁과 찬장 그림을 그릴게."

    "좋았어. 나는 의자와 커튼을 그릴 거야."


    화실 벽은 점점 더 멋진 그림들로 장식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열심히 작업을 했습니다. 어쩌다 그림이 팔리면 그 돈으로 풍성한 식탁을 차려 다른 친구들도 초대했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자 화실 안은 점점 좁아졌습니다. 피카소와 카사헤마스가 그린 그림들로 넘쳐 났기 때문입니다. 카사헤마스가 화실 안을 둘러보며 투덜거렸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가 서 있을 곳도 없어질거야."

    "카사헤마스, 걱정하지 마. 언젠가 이 그림들이 몽땅 팔려 나갈 테니까."

    "우리 그림이 팔린다고? 나도 그렇게 되길 바란단다. 그렇지만 평생 가난하게 고생만 하다가 죽는 화가들이 더 많아. 우리도 그렇게 될지 몰라."

    "희망을 가져. 우리도 언젠가 유명한 화가가 될 거야. 사람들이 우리 그림을 사기 위해서 줄을 서는 날이 꼭 올 테니 두고 봐."


    피카소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머금으며 다시 말했습니다.


    "카사헤마스, 그동안 생각해 봤는데······. 우리 파리에 갈래?"


    몽마르트르 언덕

    이른 봄이었습니다.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맑았습니다. 파리에 도착한 피카소와 카사헤마스는 기차역을 빠져나왔습니다. 두 사람 모두 양손 가득 화구를 들고 옆구리에는 이젤과 화판을 끼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걸어가자, 퐁네프 다리가 보였습니다. 다리 앞에 거지 할아버지가 앉아 있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삼 일 전부터 굶었어요. 더 이상 배가 고파서 견딜 수가 없답니다."


    거지 할아버지가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구걸하는 소리에, 피카소는 차마 모른 척하고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피카소와 카사헤마스는 속주머니 깊숙이 간직하고 있던 돈을 꺼내 거지 할아버지에게 몽땅 주었습니다.


    "카사헤마스, 이제 몽마르트르 언덕에 가자."


    두 사람은 착잡한 마음으로 제단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피카소는 당장 자신들 앞에 닥친 어려운 일보다 오히려 거지 할아버지가 더 걱정되었답니다.


    "성모 마리아님, 불쌍한 거지 할아버지에게 따스한 집과 먹을 것을 마련해 주세요."


    성당에서 나온 두 사람은 테르트르 광장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낡은 담벼락을 지나자 예쁜 카페들이 나타났습니다. 그 주위에서 거리의 화가들이 이젤을 펴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피카소의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카사헤마스,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뭔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 주고 돈을 벌자."

    "피카소, 거리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난 창피해서 싫어."

    "뭐가 창피하다는 거야? 미술관에 걸려 있는 그림만 훌륭한 것은 아니야. 좋은 그림은 어디서나 그릴 수 있어."


    피카소는 그림 그릴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카사헤마스도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초상화를 그려 드립니다."

    피카소가 말했습니다. 한참을 기다리자 멋진 모자를 쓴 아가씨가 걸어왔습니다.


    "초상화를 그려 드립니다. 제가 똑같이 그리지 않거나, 마음에 안 든다면 돈을 받지 않겠어요."


    피카소가 말했습니다.

    "마음에 안 들면 공짜라고? 흠, 그렇다면 내 얼굴을 한번 그려 보실래요?"


    피카소는 능숙한 솜씨로 아가씨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금세 눈, 코, 입이 나타나고, 멋진 모자와 탐스러운 머리카락 그리고 단아한 드레스가 완성되었습니다.


    "어머, 내 모습이랑 똑같아요!"


    아가씨는 만족한 표정으로 피카소에게 그림값을 주었습니다.


    "카사헤마스, 좋은 일을 하니 이렇게 하늘이 도와주잖아."

    "피카소, 정말 그래. 네 말이 맞아."


    카사헤마스의 얼굴에 생기가 감돌았습니다. 두 사람은 근처에 있는 카페로 가서 배를 채웠습니다. 그런데 음식값을 지불하고 나니 다시 빈털터리 신세였습니다. 어느새 날이 저물기 시작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림 그리는 일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두 사람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카페 종업원이 말했습니다.


    "노넬 씨를 한번 찾아가 보세요. 그분도 바르셀로나에서 온 화가인데 도움을 주실지 모르죠."


    두 사람은 카페 종업원이 써 준 주소를 들고 노넬 씨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노넬 씨는 아주 친절한 분이었습니다.


    "같은 고향 사람끼리 어려울 때 도와야지. 당분간 마음 편하게 우리 집에서 지내게나."


    그 말을 듣는 순간, 하늘에 태양이 둥실 떠오른 것 같았습니다. 피카소와 카사헤마스는 이렇게 잘 곳도 생기고, 친절한 노넬 씨를 만난 것이 너무나 기뻤습니다.


    노넬 씨는 집에 놀러 온 아가씨들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카사헤마스는 깃털 모자를 쓴 아가씨에게 첫눈에 반한 모양입니다.


    "파리에 오길 정말 잘했는걸."


    청색 시대

    누군가 화실 문을 쿵쿵 두들겼습니다. 출입문을 열어 보니 경찰이 서 있었습니다.


    "카사헤마스 씨가 사망했습니다."

    "뭐, 뭐라고요?"


    피카소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카사헤마스에게는 사랑하는 아가씨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가씨는 다른 남자를 사랑했습니다. 결국 카사헤마스는 실연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피카소는 너무나 놀라고 슬퍼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 괴로워서 잠을 잘 수도 먹을 수도 없었습니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랐지만 깎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습니다.


    카사헤마스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피카소, 불행한 일을 당해서 마음이 아프겠지만, 이제 와서 개인전을 취소할 수는 없어. 이번 전시회는 네가 유명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나 혼자 유명해져서 뭐하겠어. 더 이상 그림을 그리고 싶지도 않아."

    "피카소, 용기를 내. 카사헤마스도 하늘에서 네가 잘되기만을 바라고 있을 거야."


    피카소는 혼자 생각했습니다.


    그래. 카사헤마스가 못 다 그린 그림까지 내가 그리자. 내가 열심히 그림을 그리면 카사헤마스도 기뻐할 거야.


    친구를 잃은 슬픔 속에서 피카소는 점점 더 깊은 우울증에 빠져들었습니다.


    "이렇게 슬플 때는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것일까? 나는 행복한 그림을 그릴 수 없어. 그건 내 마음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야. 맑게 지저귀는 새들과 눈부신 태양과 아름다운 꽃들을 그릴 수 없어. 내 마음이 이렇게 슬픈데 즐거운 장면을 그린다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것과 같아. 화가는 거짓된 것을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야."


    피카소는 자신의 슬픔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피카소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뚝, 떨어지자 캔버스에 있던 빨간색이 사라졌습니다. 두 번째 눈물이 뚝, 떨어지자 노란색이 빠져나갔습니다. 그렇게 눈물방울과 함께 금갈색 노을빛과 화사한 분홍빛이 지워지고, 나머지 색깔들도 한숨 소리에 녹아 버렸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푸른색뿐이었습니다. 푸른색은 피카소가 흘린 눈물의 빛깔입니다.



    피카소는 누구인가요?

    피카소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미술가로 1881년 스페인 말라가에서 태어났습니다. 스페인은 반짝이는 태양, 집시들의 플라멩코 음악과 춤, 투우로 유명한 곳이지요. 피카소의 아버지는 미술 학교 선생님이었습니다. 덕분에 피카소는 글자를 배우기 전부터 아버지의 붓과 도화지를 가지고 놀았습니다. 13세 때부터 정식으로 그림 공부를 하게 된 피카소는 1904년 파리에 완전히 정착,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합니다. 초기에는 파리 빈민가를 배경으로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그렸습니다.


    청색 물감을 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미술 평론가들은 이 시기를 피카소의 청색 시대라고 부릅니다. 그 후 분홍빛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색채를 많이 사용하는 그림을 그리게 되는데, 이때를 장밋빛 시대라고 부릅니다. 1907년부터 피카소는 입체주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입체주의 미술이란 입체적으로 여러 방향에서 본 것을 평면적으로 한 화면에 구성한 것을 말합니다. 산은 세모, 건물은 네모, 사람 얼굴은 동그라미 등 이런 방식으로 피카소는 형태들을 단순화시켰습니다.


    그림 아비뇽의 아가씨들은 입체주의 초기 작품입니다. 피카소는 평생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뿐만이 아닙니다. 조각, 도예, 판화, 무대 장치, 옷 디자인, 벽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놀랄 만큼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스페인 사람 특유의 정열과 어린아이 같은 상상력이 한껏 담겨 있습니다. 피카소는 1973년에 눈을 감았습니다.


    그의 멋진 작품들은 세계 방방곡곡의 많은 미술관에 전시되어,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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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