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나 틴더에서 알게 된 얼굴 모르는 남자와 채팅한 후 데이트를 즐기고,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 떨고, 임대료가 저렴한 셰어하우스에서 친구들과 살아가는 돌리 앨더튼. 어린 시절부터 지켜온 우정은 언제나 변함없지만, 혼자의 삶은 버겁고 어렵기만 하다. 깊고 진득한 사랑을 꿈꾸지만, 현실 연애는 한없이 가볍고 짧다.
폭주한 20대, 숙취처럼 찾아온 서른에 비로소 그가 알게 된 건 ‘남는 것은 나’이라는 작고도 명백한 진실이다. 이름 모를 우울과 불안을 이겨보고자 찾아간 심리 상담실에서 그는 ‘울고 있는 자아’를 마주한다. 너무나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잘 몰랐던 자신. 서른이 되었지만 아직은 어른이 아니라는 그, 우리는 그를 보며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사랑을 시작하고 싶거나 이미 사랑을 하고 있거나 사랑을 멈춘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 시대 가장 용감한 사랑 이야기가 여기 있다.
■ 저자 돌리 앨더튼
저자 돌리 앨더튼은 1988년에 태어난 영국의 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이다. 런던 엑서터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세인트조지 런던대학교에서 저널리즘 석사 과정을 공부했다. 저자의 데뷔작인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출간 즉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21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저자가 직접 각본을 쓴 동명의 드라마가 BBC에서 제작되기도 했다.
‘고스트(Ghosts)’, ‘굿 매테리얼(Good Material)’ 등 두 편의 소설을 발표하며 소설가로도 큰 사랑을 받은 돌리 앨더튼은 ‘GQ’, ‘코스모폴리탄’, ‘에스콰이어’ 등에 기고하고 있으며, 단편영화를 만들고 팟캐스트를 제작하는 등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역자 김미정
역자 김미정은 서울여자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세대학교 영어통번역학과와 고려대학교 외국어센터 전문 번역가 과정에서 강의했다. 옮긴 책으로는 ‘크래시’, ‘테러 호의 악몽’, ‘캐롤’, ‘칼리의 노래’, ‘아내를 죽였습니까’, ‘이토록 달콤한 고통’, ‘어둠을 먹는 사람들’, ‘사람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서른 살의 여자를 옹호함’, ‘나를 위해 산다는 것’ 등이 있다.
■ 차례
10대에 내가 알던 사랑
남자애들
망한 데이트 일지: 12분
망한 파티 연대기: 팬티 주인 나와!
새벽의 질주
레시피: 숙취 해소용 맥앤드치즈
망한 데이트 일지: 어느 간선도로에 있는 우중충한 호텔에서
망한 파티 연대기: 2007년의 마지막 날 콥햄에서
실연 그리고 몸무게
스물하나에 내가 알던 사랑
들러리 서는 바보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
정신분석과 어른의 연애
쿨하지 못한 캠던의 쿨하지 못한 여자들
레시피: 나와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생선 뫼니에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라는 말 뒤에 바뀌는 것들
망한 데이트 일지: 차라리 내가 내고 말지
레시피: 클럽에서 퇴짜 맞고 먹는 클럽샌드위치
망한 데이트 일지: 술이 깬 오전에 나눈 진한 키스
스물다섯에 내가 알던 사랑
연애를 하면 좋은 점과 짜증나는 점
하염없이 기다리고 쓸데없이 쇼핑하는 인생
주간 쇼핑 리스트
플로렌스
레시피: 스크램블드에그
내가 인디아 휴대전화로 대신 보낸 문자
벼랑 끝에 몰린 자의 심리상담
상심의 호텔
연애 구루에게 제대로 당한 사연
이만하면 충분해
28년간 터득한 28가지 교훈
나에게 돌아오다
스물여덟에 내가 알던 사랑
서른
레시피: 정서적 붕괴를 표현한 생일 케이크
서른,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
전 세계 21개국에서 8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2023 틱톡 북 어워드에서 ‘독서 슬럼프를 끝내줄 최고의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돌리 앨더튼은 관계, 사랑, 실패,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내며, 자신의 경험과 고백이 녹아있는 성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
남자애들
나의 사랑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은 건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민망할 정도로 서로 죽고 못 사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인성이 형성되는 시절에 본 영화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고전 뮤지컬이라면 사족을 못 썼고, 진 켈리나 록 허드슨이 나오는 영화에 푹 빠져 살았기 때문에 남자들이 영화배우처럼 우아하고 매력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녀공학에 다니면서 이런 환상이 순식간에 박살났다.
첫 정치학 수업을 예로 들겠다. 열두 명이 함께 수업을 듣는 교실에 여학생은 단둘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나였다. 내 평생 그렇게 많은 남자애들과 같은 공간에 있었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거기에서 가장 잘생긴 남학생이 책상 밑으로 내게 쪽지를 건넸다. 나는 그가 여학생들의 심장을 떨리게 하는 이상형이라는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때 선생님이 비례대표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접힌 쪽지 윗면에 하트가 그려져 있기에 나는 연애편지인 줄 알고 내숭을 떨며 쪽지를 펼쳤다. 그림이 그려져 있고 이해를 돕는 주석이 그 밑에 달려 있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오크 그림 아래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너 이렇게 생겼음.”
졸업할 무렵, 한때는 신앙처럼 모시던 MSN 메신저를 더는 하지 않았다. 엑서터대학에서의 첫 학기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그 무렵 페이스북이 등장했다. 페이스북은 온라인에서 남자를 만나는 보고였다. 이번에는 훨씬 개선돼서 남자들의 생생한 정보가 한 페이지에 모두 집약돼 있었다. 나는 대학 동기들의 사진을 일일이 검색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외모의 소유자가 보이면 누구든 추가했다.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신속하게 주고받으면서 만남을 계획했다. 나는 대성당이 있는 데번의 캠퍼스 유니버시티에 다녔기 때문에 사람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MSN이 빈 캔버스 위에 환상을 그려 넣는 것이었다면, 페이스북 메시지는 만남의 도구로서 역할을 철저히 수행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런던으로 돌아올 무렵, 나는 페이스북에서 애인으로 삼고 싶었던 남자들에게 온라인 화장품 사이트 대표라도 된 듯 전화를 걸어 설득력 있게 공략하던 버릇을 단호히 접고 새로운 패턴을 구축했다. 소개를 받거나 파티에서 만난 남자와 몇 주간 이메일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다진 다음 두 번째 만남을 약속했다. 이것이 누군가를 알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이해했다. 일단 남자와 거리를 두고 나 자신을 거르고 걸러 최고의 모습을 내보일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내가 아는 가장 웃긴 유머를 섞어서 가장 근사한 문장을 만들고 그가 감동할 법한 노래란 노래는 모조리 동원했다. 대부분 로렌이 보내준 노래였다. 나도 답례로 로렌에게 노래를 보내면 로렌은 그 곡을 문자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남자에게 보냈다.
이렇게 문자와 이메일만 주고받는 관계는 거의 매번 실망으로 끝났다. 첫 데이트는 실제로 만나는 게 더 낫다는 것을 서서히 느끼기 시작했다. 실제로 만나지 않으면 상상 속 상대방과 그의 실제 모습 사이의 괴리가 점차 벌어지기 마련이다. 머릿속에서 숱한 인물을 창조한 다음 대본을 쓰듯 우리만의 케미를 창조했기에 나중에 실제로 만나면 처참히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오로지 여자들 틈에서 성장기를 보낸 여자라면 누구나 비슷한 말을 들려줄 것이다. 남자란 근사하고 오묘하며 매력적인 존재이지만, 동시에 경멸스럽고 괴상한 생명체이기도 하다고. 그리고 전설 속 괴생명체 사스콰치처럼 위험한 존재일 수 있다고. 이런 얘기를 한다는 건, 당신이 평생 견고한 환상을 품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수년간 내가 한 일이라고는 팔리와 담장에 걸터앉아 두툼한 신발 고무바닥으로 벽을 차며 똑같은 교복을 입고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 여학생 수백 명에게서 벗어나려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뿐이었다. 여학교만 내내 다니면 상상력이 올림픽 출전 선수처럼 매일 단련된다. 버릇처럼 현실에서 벗어나 환상의 세계에서 강렬한 판타지의 열기를 느낀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 나는 이성에 대한 나의 환상과 집착이 식은 줄로만 알았다. MSN 인스턴트 메신저에 처음 로그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20대 후반이 돼서도 남자들과 어울리는 법을 잘 모를 줄은 정말 몰랐다. 남자가 문제였다. 그걸 바로잡기까지 15년이나 걸렸다.
망한 데이트 일지: 12분
때는 2002년, 열네 살. 나는 미스셀프리지에서 산 체크무늬 치마에 검은색 닥터마틴 신발을 신고 형광 오렌지빛이 감도는 크롭티를 입는다.
소년의 이름은 베트자렐. 학교 친구 내털리의 지인이다. 두 사람은 유대인 방학 캠프에서 만나 그때부터 줄곧 MSN에서 채팅을 이어왔다. 내털리는 새 친구를 물색하는 중이다. 우리 학년 어떤 여자애가 지독한 습진에 걸렸는데 자해를 했다고 내털리가 헛소문을 퍼트리는 바람에 친구들이 모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나도 내털리가 친구로 삼으려고 노리는 사람 중 하나다.
내털리는 내가 남자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는 걸 알고 MSN으로 베트자렐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한다. 보답으로 자기와 가끔 점심을 같이 먹자는 제안에 나는 무언의 동의를 하고 뛸 듯이 기뻐한다.
베트자렐과 나는 MSN에서 한 달간 매일 채팅한 후 실제로 만나기로 한다. 그는 자기 또래 애들은 죄다 미성숙하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게다가 자기가 또래보다 키가 크다고 하는데 나 역시 그렇다. 우리는 이런 공통된 최고의 경험을 즐긴다.
우리는 쇼핑센터에서 만나기로 한다. 팔리에게 같이 가자고 부탁했다.
베트자렐 도착. 그가 보내준 사진과 조금도 닮지 않았다. 곱슬머리를 완전히 밀어버렸고 캠프 이후 살이 잔뜩 붙었다. 우리는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베트자렐은 아무것도 시키지 않는다.
말은 팔리가 도맡아 한다. 베트자렐과 나는 민망해서 입을 다물고 바닥만 내려다본다. 베트자렐이 쇼핑백을 하나 들고 왔다. ‘토이 스토리 2’ 비디오테이프를 샀다고 한다. 나는 그에게 유치하다고 말한다. 그는 스커트를 입은 내게 스코틀랜드 남자 같다고 한다.
나는 그에게 버스를 타야 해서 이만 가보겠다고 한다. 데이트는 12분 만에 끝난다.
집에 도착해 MSN에 로그인하자 베트자렐이 곧바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는 내가 괜찮은 여자이긴 한데 아무 감정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일장 연설을 써놓고 집에 앉아서 내가 로그인하기를 기다리는 건 무례하다고 따진다. 자기가 날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자기를 덜 좋아한다는 걸 알아차리고 선수를 친 것이다.
베트자렐은 한 달간 나를 차단했다가 결국 용서한다. 우리는 다시는 만나지 않았지만 열일곱 살까지 절친한 친구로 지낸다.
나는 계약상 의무를 저버리고 내털리와 두 번 다시 점심을 같이 먹지 않는다.
스물하나에 내가 알던 사랑
남자는 자유분방하고 문란한 여자를 사랑한다. 첫 데이트에 섹스하고 밤새 그들을 재우지 말라. 아침에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고 두 번 다시 전화하지 말라. 그들에게 싫다고 말한 다음 성인 용품 판매점에서 파는 간호사 복장을 입고 그들의 현관 앞에 나타나라. 틀에 박히지 않은 어떤 모습이든 돼라. 이것이 남자의 관심을 끄는 법이다.
당신이 가장 친한 친구의 남자 친구를 꾸준히 무시하면, 그들은 결국 떠날 것이다. 가능하다면 감기나 가벼운 구내염 대하듯 그들을 대하라.
첫 이별이 가장 어렵다. 이별한 후 몇 달간은 아이처럼 길을 잃고 혼란스럽다. 진실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이 정말 진실인지 의심스러워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배워야 할까 고심하게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남자 집에 가서 자라. 그래야 아침에 나오고 싶을 때 언제든 나올 수 있다.
완벽한 남자는 올리브색 피부, 갈색 혹은 녹색 눈동자, 크고 오뚝한 코, 짙은 턱수염, 곱슬곱슬한 검은 머리를 지녔다. 몸에 민망하지 않을 정도의 문신이 있고, 빈티지 리바이스 청바지는 다섯 벌 정도 갖고 있다.
깡말라야 내 모습에 행복해지고 사랑받을 자격이 생긴다.
당신이 취하지 못하게 말리거나, 남하고 시시덕거리는 꼴을 보지 못하는 남자와는 사귀지 마라. 당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어야 한다.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 마음에 중심이 서고 안정되고 차분해진다.
남자에게 차이는 게 세상에서 제일 기분이 더럽다.
대체로 남자들은 믿을 만하지 않다.
연애에서 가장 좋을 때는 처음 3개월이다.
좋은 친구는 늘 남자보다 당신을 먼저 생각한다.
28년간 터득한 28가지 교훈
1. 장기간 폭음과 강력한 마약을 주기적으로 즐기면서도 심한 갈증이나 공허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100명 중 하나다. 마약이 끼치는 악영향에 중독되지 않는 사람은 200명 중 하나다. 수년간 해답을 알려고 애쓴 끝에, 나는 키스 리처즈가 여기에 어긋나는 예외라고 결론 지었다. 그는 존경받아야 하나, 그를 따라 하려면 조심해야 한다.
2. 일주일에 사흘을 각기 다른 이방인과 잠자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300명 중 하나다. 사람들은 뭔가를 필사적으로 기피하기 때문에 그러지 않는다. 그들의 생각이나 행복, 몸 때문일지도 모른다. 외로움, 사랑, 늙음과 죽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수년간 해답을 알려고 애쓴 끝에, 나는 로드 스튜어트가 여기에 어긋나는 예외라고 결론 내렸다. 그는 존경받아야 하나, 그를 따라 하려면 조심해야 한다.
3. 더스미스의 ‘Heaven Knows I’m Miserable Now’의 가사가 인생의 현실을 가장 깔끔한 언어로 설명한다. 희망을 품고 시작했으나 김이 빠지며 박살나는 20대의 초반 5년을 우아하고 정확하게 요약한다.
4. 인생은 어렵고 힘들고 불합리하며 비이성적이다. 거의 말이 되지 않는다. 인생은 대부분 불공평하다. 그런 인생을 졸이면 행운과 불행이라는 탐탁지 않은 공식만 남는다.
5. 인생은 아름답고 넋을 빼는 마술처럼 재미있고 웃기다. 인간은 경악스러운 존재다. 모두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살아간다. 꽉 찬 쓰레기통이 부서지면 소리치고 욕한다. 매 순간을 흘려보내며 종말을 향해 조금씩 다가간다. 고속도로 위로 번지는 복숭앗빛 석양에, 아기 머리에서 솔솔 풍기는 냄새에, 납작하게 포장된 조립식 가구의 효율성에 감탄하면서도, 언젠가 사랑하는 이들의 수명이 다하리라는 것을 안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6. 당신이란 존재는 당신이 방금 마신 마지막 차 한 모금까지 그동안 일어난 일을 다 더한 총합이다. 부모가 어떻게 안아줬는지, 처음 사귄 남자 친구가 당신의 허벅지를 보고 뭐라고 했는지. 이런 것들이 벽돌처럼 발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인 것이다. 당신의 별남, 약점, 고약함은 당신이 처음 눈을 뜬 순간부터 텔레비전에서 본 것, 교사한테 들은 말,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비롯된 나비 효과다. 과거를 찾는 탐정이 된다는 건 놀라울 정도로 유용하고 홀가분하다.
7. 심리 상담을 받아봐야 어느 정도까지만 자신을 파악할 뿐이다. 운전을 배우려고 필기시험을 치르는 것과 비슷하다. 시험지에는 아는 만큼 적어낼 수 있지만, 어느 시점이 돼서 운전석에 앉으면 운전을 어찌해야 하는지 완전히 난감해진다.
8. 모두가 심리 상담을 받으며 자신의 내면을 탐험할 필요는 없다. 다들 어느 정도는 고장 난 게 확실하지만, 많은 이들이 고장 난 채 살아갈 수 있다.
9. 연애하고 싶지 않은데 꼭 해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0. 공항에서 여행을 떠나는 길에 편의점에서 모기 쫓는 스프레이 두 통을 사지 않으면 휴가를 완전히 망치게 된다. 여행지에 가서는 절대로 사게 되지 않는다. 매일 밤 야외에 앉아 저녁을 먹는 내내 같이 휴가 온 사람들에게 “온몸을 물어 뜯겼어”라고 투덜거렸다간 다들 공격적인 성향을 슬쩍 드러낼 것이다. 만일 누군가 깜박하고 스프레이를 챙겨오지 않았다면 당신도 분명 짜증을 냈을 것이다. 출발할 때 공항에서 꼭 사도록. 그럼 다 해결된다.
11. 설탕을 매일 섭취하지 말라. 설탕은 몸을 안팎으로 망가뜨린다. 매일 물 3리터를 마시면 신진대사가 원활해진다. 레드 와인 한 잔은 몸에 좋다.
12. 누군가의 생일에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는 크기로 우정의 콜라주를 만들어달라고 당신에게 부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루에 세 번씩 전화하라고 당신에게 부탁한 친구도 아무도 없다. 당신 집에 의자가 모자라 저녁 식사에 초대받지 못했다고 해서 아무도 울지 않는다. 사람에게 시달려서 지쳤다면, 그들에게 귀여움받으려고 당신이 순교자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이건 그들이 아니라 당신 잘못이다.
13. 사소한 선택을 내릴 때마다 당신의 도덕적 잣대를 증명하려고 애써봐야 부질없고 진만 빠진다. 이런 계획이 피치 못하게 어그러지면 큰 타격을 받는다. 페미니스트도 왁싱을 할 수 있다. 할 수 있을 만큼만 잘해라. 세상의 대표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모든 결정을 내리지 말라.
14. 자신이 좋아하는 앨범, 책, 영화는 다들 하나씩 소장해야 한다. 책장에 이 세 개만 있다면 가장 길고 춥고 외로운 밤도 버틸 수 있다.
15. 아파트에 세 들어 산다면 크림색 말고 흰색 페인트로 벽을 칠하라. 싸구려 크림색은 지저분하고 촌스럽고 조악하다. 저렴하나 환한 흰색은 근사하고 깔끔하고 차분하다.
16. 워드에서 글자를 쓴 다음 shift와 F3을 동시에 누르면 대문자 혹은 첫 글자만 대문자로 일괄 적용할 수 있다.
17. 남들의 비웃음을 사라. 바보가 돼라. 잘못 발음하라. 요구르트를 셔츠에 쏟아라. 그냥 두면 아주 마음이 놓인다.
18. 밀가루를 먹어도 소화에 아무 지장이 없다면 평균 섭취량 이하로 먹은 것이다. 파스타 90-100그램, 식빵 한 통을 다 먹으면 누구나 속이 더부룩하다. 앉은 자리에서 수박 한 통을 다 먹으면 속이 부대낀다.
19. 나쁜 남자와 꺼슬꺼슬한 턱수염을 주제로 삼는 대화보다 여자들을 단결시키기에 더 빠른 길은 없다.
20. 섹스는 나이가 들수록 좋아진다. 지금까지도 좋아졌는데 앞으로 더 좋아진다면 아흔이 되면 쉬지 않고 섹스하는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 다른 걸 하기가 불가능하다. 오후에 케이크 한 조각 먹으려고 잠시 쉴 때만 빼고.
21. 당신에게만 집중해도 정말로 괜찮다. 하고 싶은 대로 여행하고 생활하고 당신이 번 돈을 당신에게 몽땅 쓰고 좋아하는 상대가 누구든 연애하고 마음껏 미친 듯이 일해도 된다. 꼭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 필요는 없다. 상대에게 당신의 생활을 공개하거나 공유하지 않는다고 해도 쪼잔한 게 아니다.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연애하는 건 전혀 괜찮지 않다.
22. 성별, 나이, 신장과 무관하게 흰 셔츠, 도톰한 터틀넥, 갈색 가죽 부츠, 데님 재킷, 네이비 피코트를 입으면 누구나 근사해 보인다.
23. 아무리 끔찍하다 해도 이웃과 잘 지내라. 쓰레기를 버릴 때 존중의 의미로 당신이 고개를 숙이는 옆집 사람을 적어도 한 명은 사귈 것. 가스 누출, 무단 침입, 부재 시 오는 택배가 있을 것이다. 문을 두드릴 누군가가 늘 있다면 상황이 훨씬 수월해진다. 미소로 그들을 견뎌라. 유사시에 대비해 당신 집의 스페어 키를 그들에게 맡겨라.
24. 전철에 와이파이가 없다고 치자. 있어도 완전 구리다. 가방에 늘 책을 넣고 다녀라.
25. 매사가 버겁게 느껴지면 다음 일들을 실행하라. 방 청소를 하고, 답장을 보내야 할 메일에 답장을 쓰고, 팟캐스트를 듣고, 목욕하고, 11시 전에 잠자리에 들어라.
26. 기회가 생길 때마다 알몸으로 바다에서 수영하라. 그러려면 가던 길을 벗어나 뛰어들어야 한다. 해안가 근방 어딘가를 달리다 보면 짠내음이 느껴질 것이다. 차를 세우고 옷을 벗고 단숨에 바다로 뛰어가 차가운 바닷물에 가슴까지 몸을 담가라.
27. 네일이냐 기타 연주냐, 살면서 이런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때가 닥친다. 여자라면 둘 다 취할 수는 없다.
28.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세상이 급변할 것이다.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과격한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건강한 사람도 마트에서 줄을 서다 갑자기 죽을 수 있다. 미래에 만날 사랑이 버스 옆자리에 앉은 남자일 수도 있다. 중학교 수학 선생과 럭비 감독이 이제 여자일 수도 있다. 세상은 변할 것이다. 언제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나는 금리가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포착하고, 고객에게 먼저 자필서명만 해두는 것을 추천했다. 실제로 대출받을 때는 자필서명 시점과 전세퇴거일 시점의 금리를 비교해 더 낮은 금리를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필서명 시점보다 전세퇴거일의 금리가 높다면 자필서명 시점의 낮은 금리를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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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