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은 여행의 시작이자 설렘의 정점입니다. 도쿄의 개성 넘치는 호텔들을 생생한 그림과 이야기로 엮어 매혹적인 공간 여행으로 초대합니다.
도쿄 호텔 도감
여백이 아름다운 호텔
사람들에게 호텔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가 있다. 어떤 호텔이라면 좋아할까? 누군가는 최상의 서비스와 환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하면, 무조건 저렴하게 묵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집처럼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사람이 있는 한편, 평소에는 경험하기 어려운 체험을 원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기념일에 묵고 싶은 곳을 찾고, 또 어떤 사람은 출장으로 묵을 만한 호텔을 찾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마다 목적과 관점이 다르니 좋은 호텔에 대한 기준도 차이가 생긴다.
내 경우에는 여백이 있는 공간을 만나면 그곳을 좋은 호텔이라고 느낀다. 객실 면적이 넓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 공간에서는 이렇게 지내야 한다는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은 장소가 있다는 이야기다. 같은 면적이어도 개방적이면서 여백의 아름다움에 젖을 수 있는 공간이란 것이 있다. 그런 공간은 러그나 소파의 배치, 침대의 방향, 예술 작품과 음악의 선택 등 준비된 요소에서 섬세한 차이가 전달되거나, 약간의 단차나 소재의 다채로움, 천장의 높이 변화를 통해 놀라울 만큼 매력적인 느낌을 준다.
예전부터 유행했던 호텔 스테이(hotel stay)라는 말을 떠올려본다. 그저 있다 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 머무르고 싶어지는 공간. 나는 여백이 있는 공간이야말로 바로 그런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매력을 풀어내기 위해 여백이 아름다운 호텔 공간들을 찾아 곳곳의 요소들을 측정하고 도면으로 그렸다. 편안한 여백과 그리기 편한 스케치는 어느 정도 맞물려서, 내가 좋다고 느낀 공간이 50분의 1이라는 축척에 확실하게 잘 담기는 여백과 일치한다. 참 신기하게도 말이다.
SORANO HOTEL_소라노호텔
신주쿠에서 전철로 30분. 다치카와역(立川駅)에서 교량을 따라가다 보면 녹음이 짙고도 세련된 지역이 나타난다. 2020년 다치히홀딩스가 옛 비행장 부지를 재개발해 문을 연 그린스프링스(GREEN SPRINGS)다. 물과 초록이 넘치는 광장에 감각적인 매장이 즐비해 평일에도 남녀노소로 북적이는 지역으로 재탄생했다.
그 한 구역에 자리한 소라노호텔은 마음과 몸 그리고 사회적 건강을 의미하는 웰빙을 콘셉트로 내건 호텔이다. 도심에 있으면서도 풍성한 자연에 위로 받으며 세심하게 설계된 인테리어와 액티비티를 경험할 수 있다. 모든 객실이 50제곱미터 이상에 발코니가 딸려 있으며, 객실 전망은 인접한 쇼와기념공원 쪽으로 시원하게 펼쳐져 호사롭다.
이 호텔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총 길이 60미터에 이르는 인피니티 수영장이다. 최상층에 자리한 온수 풀은 테두리가 보이지 않도록 디자인되어 머나먼 하늘까지 이어지는 듯해 도심 호텔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개방감이 느껴진다.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그웨나엘 니콜라가 전체 디자인을 총괄했다. "자연계에 직선은 없다"는 그웨나엘의 말을 그대로 반영한듯 객실 평면은 지그재그로 너울거리는 독특한 형태를 지녔다. 객실 안에서도 시야의 변화가 느껴지는데 그 점이 편안함으로 연결된다(스케치를 그리는 데 고생했다).
객실 어메니티에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념이 느껴졌다. 칫솔은 지참을 장려하며, 만약 지참하지 않은 숙박객은 프런트에서 다회용 대나무 칫솔을 구입할 수 있다. 구입 비용은 남미의 교육 격차를 줄이는 활동에 모금된다. 수건은 공정무역 면 수건이다. 수영장에 갈 때 객실에 준비된 다회용 목제 샌들을 신고 갈 수 있다는 점도 쾌적하고 환경에도 좋아 훌륭했다.
수영복 위에 욕실 가운을 걸치고 객실에서 수영장까지 갈 수 있는 호텔을 좋아한다. 일회용 어메니티가 과도하게 버려지지 않고, 액티비티를 즐길 때마다 소지품이나 옷을 신경 쓸 일도 없다. 소라노호텔은 이 같은 경험까지 포함해 세심하게 디자인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크인 후, 저녁 식사 후, 체크아웃 전까지 세 번이나 수영장에서 헤엄쳐서 아주 만족했다. 누군가 물어 보면 언제나 추천하는 훌륭한 호텔이다.
역사가 각인된 호텔
The Okura Tokyo_오쿠라 도쿄
가장 좋아하는 호텔 로비가 어디예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꼭 호텔 오쿠라의 로비라고 대답한다. 쇼와시대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로가 설계해 1962년 문을 연 호텔 오쿠라 도쿄. 일본 모더니즘 건축의 걸작이라고 불렸지만 2015년 재건축이 결정되어 일본 국내외 수많은 사람의 안타까움 속에서 철거되었다. 그 후 다니구치 요시로의 아들이자 건축가인 다니구치 요시오가 보란 듯이 그 내부 디자인을 계승해 2019년 오쿠라 도쿄로 신규 개업했다.
골드 빛으로 가득한 메인 로비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다. 깊이감이 느껴지는 주황색 목재가 공간과 훌륭하게 조화되어 화려하면서도 차분했다. 삼잎 무늬의 목재 맞춤 격자를 통해 들어오는 부드러운 빛과 아름다운 공간 덕분에 로비에 놓인 매화꽃 모티브의 테이블과 의자에서 자주 황홀한 기분에 젖었다.
증개축 전의 메인 로비 사진과 비교해보면 언뜻 그대로 보존한 것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그 아름다움이 그대로 살아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대에 맞추어 섬세하게 조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층수로는 6층에 해당하는 중2층의 낮은 목제 난간은 현행 법규에 따라 안쪽에 보이지 않도록 금색 기둥을 포개 시공했다. 로비 배치는 남향으로 90도 돌린 덕분에 더 밝은 빛이 들어온다. 로비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오쿠라 랜턴은 일반 전구에서 LED로 바꾸고 자연광의 변화에 맞추어 조명 강도가 섬세하게 조정된다. 매화꽃 의자는 이전에는 차분한 연지색과 마른 풀색이었고, 테이블도 검은색 옻칠만 되어 있어 차가우면서 세련된 구성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적색, 흑색, 황색 등 세 가지 색으로 전개해 그 화려함이 지금의 로비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새로운 객실동은 고층인 오쿠라 프레스티지 타워와 중층인 오쿠라 헤리티지 윙으로 구성되었다. 나는 프레스티지 타워에 묵었다. 객실 문을 열자 욕실 창으로 롯폰기의 도시 전경이 펼쳐졌다. 객실 한가운데에 옷장이 놓여, 침실과 욕실 영역이 깔끔하게 분리되어 회유성을 즐길 수 있는 평면이었다. 편리하면서 막히는 곳이 없어 넓게 느껴졌다. 가로세로 약 7미터에 이르는 면적이 선사하는 호사다.
객실 스케치를 마친 뒤 다시 로비를 감상하러 갔다. 밤에는 낮과는 전혀 다르게 차분한 조명으로 바뀌어 또 다른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다른 나라의 호텔을 모방한 것이 아닌 세계에 통하는 일본 독자적인 호텔의 창조 1962년 창업 당시에 내건 이 말이 시대를 초월해 그대로 꾸준히 재현되고 있다. 언제까지나 영원히 남기를 바라는 호텔이다.
The Prince Hakone Ashinoko_더 프린스 하코네 아시노코
건축가 무라노 도고가 말년에 설계한 아시노코 호숫가의 이 호텔은 건축 분야 종사자에게 추천하는 호텔을 물으면 꼭 거론되는 곳이다. 오다와라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급경사의 산길을 50분 정도 달린다. 조금 활기를 잃은 온천 숙소가 늘어선 풍경이 이어지다 점점 산들의 나무만 눈에 들어왔다. 내가 방문한 시기는 3월 초순. 벚나무 가지 끝에 하얀 꽃망울이 어렴풋이 맺혀 있었는데 그늘에는 아직 눈이 조금 남아 있었다.
체크인 후 로비에서 안내를 기다렸다. 1978년 개업 당시 그대로라는 로비가 아주 멋있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곡선의 천장을 따라 부드러운 간접광이 쏟아졌다. 천장 한가운데에는 꽃무늬 알루미늄박이 날카롭게 반짝였다. 카펫의 선명한 빨간색이 축제 느낌을 주면서도 타일의 검은 유약이 공간을 차분하게 잡아준다.
벽면 기둥에는 핑크빛의 인도사암이 빈틈없이 채워져 로비 안쪽까지 쭉 늘어서 있었다. 그 기둥과 기둥 사이의 움푹 들어간 공간이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 그곳에 좌면이 낮은 의자가 놓여 있었다. 스완체어라는 이름의 의자는 두툼한 쿠션이 낮게 위치해 있었고 등받이 커브가 쭉 뻗어 있어 마치 수면을 헤엄치는 백조처럼 보였다. 덴마크 건축가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같은 이름의 스완체어가 날개를 펼친 우아한 백조라면, 무라노 도고가 디자인한 이 의자는 날개를 착 접은 듯 아래쪽이 통통해 귀여웠다. 앉으면 시선이 저절로 낮아져 공간 전개가 더욱 풍성하게 느껴졌다.
로비층 라운지에서 차를 마시려고 내려갔는데 운영 시간이 지나 있었다. 느긋하게 실측하다 보면 이렇게 된다. 의기소침해진 나를 보고 직원이 말을 걸며 준공 당시 팸플릿을 보여주었다. 객실은 준공 후 여러 차례 개보수가 이루어졌는데 세면대 곡선 등 평면 형태는 처음과 동일하다고 했다. 세면대와 화장대 부분의 폭이 달라 합리적이고 아름다웠다. 그렇다. 무라노 도고 하면 곡선미다. 라운지 대신 객실로 돌아가 유기적 곡선으로 이루어진 발코니 난간을 차분하게 스케치했다.
색을 휘감고 있는 호텔
컬러 디자이너로 색을 다루는 회사에서 근무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색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왔다. 인간의 눈에는 다양한 보정 기능이 작용한다. 따라서 같은 색도 조명이나 옆에 놓인 색에 의해 전혀 다른 색으로 보이며, 작은 샘플 칩으로 볼 때와 현장의 커다란 벽면에서 볼 때도 다른 인상을 받는다. 기억 속 색은 대부분 실물보다 선명하다. 그런 감각도 소중히 여기면서 치수를 재듯이 색을 측정한다.
내장에 사용하는 색은 특히 복수의 소재, 색의 관계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벽면 색 하나만 꼽아 그 색이 좋다, 나쁘다고 판단할 수 없다. 게다가 그 색이 실제 어떤 색인지보다 질감이나 마감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 책에는 일부러 소재의 색을 측정한 측색치를 실었다. 수치화된 색으로 색이 배열되었을 때의 통일감이나 경향, 관계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싶었다. 사진만으로는 좀처럼 정확한 색조를 표현하기 어렵지만, 측색치를 바탕으로 조정하면 복수의 색의 관계를 정확하게 표시할 수 있다.
이 장에서는 색이 그저 내장 디자인의 한 요소에만 그치지 않고, 특징을 최대한 살려 호텔 브랜딩에도 적용되어 그 역할을 톡톡히 완수한 사례를 소개한다. 채집한 수치와 사진을 함께 놓고 보니 어느 호텔인지 바로 알 수 있었던 만큼, 색이 그 호텔다움을 충분히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hotel Siro_ 호텔 시로
하얀색이라는 뜻의 시로라는 이름과 세련된 디자인 프로듀스만 생각하면 화이트 큐브와 같은 예쁜 미니멀 호텔을 상상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전혀 다르다. 니시이케부쿠로의 유흥가 한가운데라는 자극적인 입지에서 동네 그 자체에 체류한다는 관점을 더해주는 개방감 있는 호텔이다.
길을 걷다 보면 거리 쪽으로 가볍게 돌출된 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나선, 직선, 원호, 꺾어진 모양 등 층별로 다른 형태의 계단들. 벽이 뒤로 약간 밀려 그 공간만큼 외부 복도가 조성되어 천장 슬래브와 계단만이 둥둥 떠 있는 듯하다. 다른 건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외관의 호텔이다.
인테리어는 세 팀의 디자이너가 맡았다. 내가 숙박한 객실 펜트하우스는 호텔 전체 설계 디렉션도 함께 맡은 마운트후지아키텍츠(MOUNT FUJI ARCHITECTS)가 디자인했다. 시로라는 말에서 연상할 수 있는 하얀색 페인트를 전체적으로 칠한 콘셉트가 아닌, 회색과 밝은 나뭇결을 섞은 부드러운 백색으로 인테리어를 구성해 멋스럽다. 객실 한가운데 위치한 안뜰이 자쿠지가 설치된 욕조와 침실을 매력적으로 분리한다.
외부 복도 바로 옆은 다른 건물이 바짝 붙어 있다. 이런 경우 보통은 두꺼운 벽으로 막기 마련인데 통로를 사이에 두고 전면을 경쾌하게 개방해 놀라웠다. 개구부는 유리문, 장지문, 커튼 등 3중으로 구성되어 베일을 하나씩 들추듯이 동네와의 거리를 조정할 수 있다. 객실 반대편에 있는 커다란 창이 무언가 특별한 정경을 담아내지 않는 덕분에 그저 그곳에 이케부쿠로라는 동네가 존재한다고 느끼게 한다.
이케부쿠로라는 번잡한 거리에 그대로 던져진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왠지 편안한 이유는 동네와 거리를 취하는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선택할 여지를 부여하기 때문인 듯하다. 수많은 호텔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아 있는 호텔이다.
LANDABOUT TOKYO_랜드어바웃 도쿄
우구이스다니역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호텔이다. 호텔 이름은 환상교차로(状交差点, Roundabout)에서 유래한 조어라고 한다. 우구이스다니라는 지역(Land)과 여행자 등이 오가는 거점이라는 점을 나타낸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세련된 내부는 우구이스다니의 네온 거리를 경쾌하게 재해석한 듯해 흥미롭다.
기획 및 내부 디자인은 야나카, 네즈, 센다기, 일명 야네센 지역을 거점으로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장소 만들기에 주력하는 HAGISO가 맡았다. 객실 평면은 전체적으로 간결한 반면, 공유부를 다채롭게 구성해 지역 주민도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카페 라운지 랜드어바웃 테이블로 운영한다.
공용부 인테리어는 분무 도장된 내장 피복이 그대로 노출된 거친 골조였다. 선명한 에메랄드그린의 난간이 눈길을 끈다. 바닥은 킨츠기 무늬의 카펫, 천장은 붉은색이 감도는 선명한 분홍색이다. 다양한 색의 내장은 이 동네의 색과 소재를 샘플링했다. 난간 외에 공용부 벽에도 사용한 에메랄드그린은 우구이스다니역 앞의 고가의 색일까 아니면 곳곳에 있는 마름모꼴 펜스의 색에서 가져왔을까? 이런 상상도 재미있다.
객실은 핑크 카펫에서 한 단 올라간 곳에 매트리스가 놓여 있었다. 매트리스를 바닥에 놓아 침대 높이를 억제해 객실이 작은데도 압박감이 없었다. 신발을 벗고 편하게 쉴 수 있는 호텔을 나는 꽤 좋아한다.
객실 어메니티의 라벨에도 절묘하게 색이 들어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일렬로 늘어놓고 사진이 찍고 싶어질 만큼 예뻐서 SNS에서도 인기다. 나도 재빠르게 스케치로 담았다. 1층 카페에서 먹는 아침밥도 아주 예쁘다. 색색깔의 재료 가운데 좋아하는 토핑을 골라 밥 혹은 토스트 위에 올리고 화려한 드레싱을 뿌리면 완성된다. 건물뿐 아니라 어메니티, 식사까지 포함해 전부 같은 세계관으로 통일되어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천장까지 시원하게 뚫린 로비에는 상징적인 네온사인 A LITTLE BIRD TOLD ME(풍문으로 들었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고, 자꾸만 사진이 찍고 싶어지는 호텔이다.
독특한 세계관이 있는 호텔
최근 몇 년 사이 라이프 스타일 호텔이라는 표현을 자주 듣는다. 높은 디자인성과 더불어 독자적 콘셉트와 가치관을 지녀, 숙박은 물론 또 다른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호텔을 말한다. 기존의 고급 호텔이나 비즈니스호텔처럼 가격대를 통한 분류가 아니라 다른 기준을 바탕으로 분류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호텔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이용한다는 성질을 지녔다. 따라서 훨씬 더 보편적이면서 최대공약수적인 가치관에 중점을 둔다. 그런데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등장하고 SNS의 보급으로 사람들의 취향이 확실해지면서 독자적 콘셉트를 지닌 호텔을 추구하고 선택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 책을 시작하면서 호텔은 침식주의 디자인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장소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런 침식주의 디자인에서 그 호텔만의 세계관을 감지할 수 있는 호텔이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디자인이나 서비스 구석구석까지 통일된 가치관을 제공할 수 있게 된 데는 기획, 설계, 운영까지 종합적으로 진행하는 기업이나 의류, 식음료업계 등 이른바 호텔 브랜드가 아닌 업계가 호텔 사업에 뛰어드는 일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호텔에 묵으러 그러한 호텔이 만들어낸 세계관을 체험하기 위해 사람들이 가는 시대가 되었다. 호텔이라는 프로그램은 이제 체험의 보고인 셈이다.
ASAKUSA KOKONO CLUB HOTEL_ 아사쿠사코코노클럽호텔
아사쿠사역에서 도보 3분, 관광객으로 활기가 넘치는 거리 히사고도리에 자리한 레트로한 느낌의 벽돌 건물 아사쿠사코코노클럽. 호텔, 공연장, 다이닝이 일체화된 흔히 볼 수 없는 공연장 일체형 호텔이다. 1층은 다이닝, 2층은 공연장 아사쿠사코코로게키, 3-10층은 호텔로 구성된다.
상점가 쪽 입구로 들어가면 구리색의 조명이 반짝이는 다이닝 규커피/라운지(9COFFEE/LOUNGE, 현재는 다른 매장 커피 바 사지키가 운영한다)가 있다.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도 많아 자유로우면서 활기가 넘친다. 식당 앞에서 도시락을 500엔에 팔고 있었는데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순식간에 품절되었다.
객실은 전부 스물일곱 실이 마련되어 있다. 전통적이고 세련된 게스트룸을 테마로, 여행 스타일에 맞추어 객실을 고를 수 있도록 모든 객실의 디자인이 다르다. 나는 슈페리어 킹 테라스에 묵었다. 그저 단순한 전통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시멘트나 철제, 가죽 등 소재감이 느껴지는 마감재를 사용해 현대적으로 완성하는 동시에 파란색 와시 벽지를 포인트로 활용하거나 감물을 들인 베드 슬로를 놓는 등 소품에 일본 전통 요소가 가미되어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테라스가 딸린 객실이 많은 점도 매력적이다. 목욕을 마친 뒤 테라스에서 놀이동산 아사쿠사 하나야시키를 바라보며 캔 맥주를 한 손에 들고 상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서민적이고 정겨운 동네의 정취를 가까이에서 즐기면서 느긋하게 지낼 수 있는 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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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