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는 서점 안팎을 맴도는 공기와 빛깔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한편, 그곳을 단순히 아름다운 장소로만 그리지는 않는다. 서점이 품고 있는 시간의 흔적을 섬세하게 조명하며 때로는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애틋함도 함께 드러낸다. 여기에는 건축학을 전공한 뒤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이어온 저자의 독특한 이력과 관심사가 반영되어 있다. 예리한 건축가의 시선과 다정한 예술가의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빚어진 그림들은 서점이라는 공간을 신선한 시각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책 속에는 각 서점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 또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그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 저자 마리야 이바시키나
순간의 분위기를 표현하고 느낌을 포착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림책 작가이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뒤 책의 만듦새에 관심이 생겨 편집 디자인을 공부했다. 그림책 작가이자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2020년에 그림책 독립 출판사를 열었다. 첫 그림책인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이 상하이 국제아동도서전에서 황금바람개비상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고, 그 후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가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최종 후보, 볼로냐 라가치상 출품작 TOP100에 선정되었다.
■ 역자 벨랴코프 일리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극동연방대학교 한국학과를 졸업한 뒤에 연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에서 사회 언어학 박사 과정을 잠시 밟았다. 현재 수원대학교 외국어학부 러시아어 및 러시아 문화 객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6년에 한국 국적을 취득했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과 러시아의 가교 역할을 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JTBC 예능 〈비정상회담〉에서 러시아 고정 패널로 출연했고, 지은 책으로는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가 있다.
전 세계의 독특한 서점들을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소개하는 그림책으로, 서점이 사람과 책을 연결하는 특별한 공간임을 강조합니다. 마리야 이바시키나는 각 서점의 아름다움과 역사를 포착해, 독자들에게 서점에서 느낄 수 있는 낭만적이고 지적인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25곳의 서점을 소개하며, 한국의 독립서점 2곳도 특별히 수록되어 있습니다.
어딘가에 나의 서점이 있다
서점은 책과 사람이 서로를 발견하는 곳입니다. 그렇게 마주친 책을 통해 신선한 자극을 얻거나 스스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곳이기도 하고요. 서점에서 우리는 다른 이들의 생각과 경험을 발판 삼아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한층 성숙해지기도 합니다. 우연이든, 의도적이든 말이죠. 사실 그런 걸 다 떠나서, 아름다운 표지로 덮인 책들을 하나하나 펼쳐보고 있으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은 전 세계의 인상적인 서점 25곳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서점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역사가 매우 짧은 서점이 있는가 하면, 몇 세기에 걸쳐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점도 있죠. 조그만 지하실에 자리 잡은 서점이 있는가 하면, 화려한 대극장 안에 들어선 서점도 있고요. 여기에 나오는 서점들은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오늘날까지도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서점들이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어 저는 무척 행복했습니다. 책을 펼친 독자가 자기도 모르게 다른 시공간으로 훌쩍 떠나버리듯이, 여러분도 이 특별한 서점들로 떠나는 여행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이 책을 읽은 여러분이 여기 나오는 서점 중 한 곳을 직접 방문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윌보라다 1047_콜롬비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10-47번지에 자리한 이 서점은 매일 오전 10시 47분에 문을 엽니다. 욜란다 아우사는 자신의 서점에 1047년 가톨릭교회에서 성인으로 공표된 첫 여성이자 책 장수들의 수호성인인 비보라다(Wiborada)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성인 비보라다가 지켜낸 장크트갈렌 수도원의 도서관 문에 그리스어로 새겨진 말 "마음의 치유소"는 서점의 모토가 되었죠.
성인 비보라다처럼 아우사도 현재 위기에 처한 출판업계를 살리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한답니다.
1947년에 지은 건물을 서점으로 개조했습니다. 1층부터 꼭대기 다락방에 걸쳐 독서를 하거나 대화를 하기 좋은 공간들이 조성되어 있고 카페와 작은 마당들도 있어요. 서점에서는 주로 라틴아메리카 문학 작품을 판매합니다.
바츠 북스_미국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서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하이라는 도시에 있어요. 이 서점의 책장은 햇빛이 잘 통하는 중정과 거리 사이에 있고, 방문객은 나무 그늘에 앉아 독서를 즐길 수 있습니다. 리처드 바틴데일은 군 복무 시절 프랑스에서 보았던 서점에서 영감을 얻어, 가진 책들을 이웃이나 행인들과 공유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그는 1964년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책장을 세워놓고 그 옆에 빈 유리통을 두어 지나가는 이들이 내고 싶은 만큼 돈을 내고 자유롭게 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죠. 신뢰에 기반하여 책을 판매하는 서점의 전통이 이렇게 시작되었답니다.
바츠 북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15만여 권의 책을 판매하는 미국 최대의 야외 독립 서점이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주석으로 만든 칸막이와 천막을 사용해 책을 습기와 햇볕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특유의 건조한 기후와 적은 강수량 덕에 바츠 북스는 무사히 운영되고 있어요.
리브레리 데 콜론_ 모로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탕헤르는 윌리엄 버로스, 장 주네, 폴 볼스와 제인 볼스, 테네시 윌리엄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앨런 긴즈버그 등 수많은 작가들의 아지트였습니다. 이런 와중에 1949년 벨기에 출신의 제로피 가문이 파스퇴르 대로에 서점 리브레리 데 콜론을 열자 이곳은 곧 지성인들의 중심지가 되었죠. 지금까지도 과감한 주제를 다루는 책을 취급하는 것으로 유명한 책방입니다.
스페인에서 불과 몇십 킬로미터 떨어져 있지 않은 이곳에서는 프랑코 독재 시절에도 프랑코를 비판하는 서적이 자유롭게 팔렸습니다.
현재는 네 가지 언어로 번역된 문학 작품과 예술, 사진, 건축 기술 관련 희귀본을 주로 판매하고 있고 정기적으로 다양한 강연, 독서 모임, 영화 관람회 및 전시도 진행합니다.
리브라리아 베르트랑_포르투갈
세계에서 가장 오래 영업해온 이 서점은 1732년 리스본의 자유분방한 동네인 시아두 지구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그 시절 리브라리아 베르트랑은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시 낭독회, 문학 행사, 정치 토론회 등이 열리던 살롱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서점은 포르투갈 전역에 흩어진 52개의 지점을 거느리게 되었죠. 서점 안에 있는 일곱 개의 방에는 천장까지 닿는 책장들이 가득 차 있고, 이동식 사다리와 나무 계단이 놓여 있습니다. 여기서 책을 사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에서 구입했음을 인증하는 특별한 도장을 찍어줍니다. 지진, 내전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 아홉 명의 국왕, 세 개의 공화국과 유럽연합을 모두 거쳐온 오랜 역사를 자랑합니다. 이 모든 주제를 망라하는 책들을 품고 있기도 하죠.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_프랑스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독립 서점입니다. 사실 파리에서 이 이름으로 운영된 서점은 두 곳인데, 미국인인 실비아 비치가 프랑스 문학에 빠져 파리로 이주한 시점부터 첫 번째 서점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파리에서 개인 서점을 운영한 최초의 여성인 아드리엔 모니에를 알게 되었는데요, 모니에에게 영감을 받은 실비아는 1919년 파리에서 영어로 쓰인 책을 파는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를 열었습니다.
이 서점은 곧 영미권 문학의 중심지가 되어 전 세계의 이름난 작가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F. 스콧 피츠제럴드, T.S. 엘리엇, 에즈라 파운드, 거트루드 스타인, 제임스 조이스 · 이 외에도 수많은 비트 세대 작가들이 여기서 자주 모였다고 합니다. 서점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문을 닫았지만 1951년 조지 위트먼이라는 미국인이 실비아의 뜻을 이어받아 두 번째 서점을 열었어요. 아나이스 닌, 리처드 라이트, 훌리오 코르타사르, 헨리 밀러, 제임스 볼드윈 등 새로운 세대의 작가들이 이 서점을 찾아왔다죠.
리브레리 쥬쏨_프랑스
리브레리 쥬쏨은 비비안 갤러리에 자리한 오래된 서점입니다. 유리 돔 지붕, 모자이크 타일바닥, 프레스코화와 우아한 장식 등 신고전주의적인 인테리어 덕분에 이 갤러리는 1826년에 문을 열자마자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갤러리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이곳은 지식인, 예술가, 부르주아들이 모이는 장소이자 센강 우안의 대표적인 문화 관광지였다고 합니다. 갤러리가 문을 열었을 때부터 운영된 이 서점은 지금도 19세기나 20세기의 서적, 엽서, 인쇄물 등을 판매하고 있어요. 서점의 현재 주인은 1890년부터 가게를 운영해온 쥬쏨 가문의 후손인 프랑수아 쥬쏨입니다.
부칸들 도미니카넌_네덜란드
부칸들 도미니카넌은 네덜란드의 아주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마스트리흐트의 도미니크회 교회 안에 있어요. 13세기에 완공된 이 교회는 고딕 양식으로 지은 네덜란드 최초의 교회입니다. 이 건물은 마스트리흐트가 프랑스 제1공화국에 합병된 1794년 이전까지 500여 년간 교회였다가 이후 200여 년 동안은 기병대의 마구간, 창고, 공연장, 뱀 사육장, 권투 경기장, 자전거 보관소로도 사용되었다고 해요.
이 교회 건물을 2006년에 현대적인 서점으로 개조했습니다. 4년간의 복원을 거쳐 스테인드글라스와 벽면의 프레스코화, 돔 천장의 그림이 모두 보존되어 있습니다. 북쪽 벽에는 도미니크회의 대표적인 성인이자 철학자인 성 토마스 아퀴나스를 그린 벽화가 있어요. 1337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현존하는 프레스코화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이죠. 철제 2단 책장들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벽을 손상하지 않도록 벽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설치했습니다. 위층으로 올라가면 1619년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를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요. 성가대석이 있던 자리에는 사인회, 토론회, 강연, 인터뷰,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안락한 카페가 들어서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내부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끽하며 책을 둘러볼 수 있죠.
바터 북스_잉글랜드
영국 북부, 노섬벌랜드주의 작은 마을인 안윅에 1887년 기차역이 들어섰습니다. 이 역을 지나는 노선은 1960년대에 폐쇄되었지만, 기차역은 서점이 되어 남아 있어요. 서점 주인인 메리 맨리와 스튜어트 맨리 부부는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기차역의 주철 벽난로, 시계탑, 식수대, 유리 지붕 대합실 등을 복원했습니다.
겨울용 화로, 책장 위의 철로 모형. 어린이 방과 고서가 꽂혀 있는 책장 등이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내죠. 바터 북스는 유럽에서 가장 큰 중고 서점으로 꼽힙니다.
18세기에 출판된 희귀본부터 대중적인 현대 문고본까지 총 35만여 권의 컬렉션을 자랑합니다. 물물교환(barter)이라는 서점 이름에 걸맞게 이곳에서는 종종 물물교환이 이루어지기도 하는데요, 손님은 자신의 중고 책을 다른 중고 책으로 교환하거나 마일리지로 적립할 수 있습니다.
브라브르트니르 에이욜루션_아이슬란드
한 가문이 4대에 걸쳐 운영하는 브라브르트니르 에이욜루션은 아이슬란드 베스트피르디르의 작은 어촌에 있습니다. 1914년 처음 문을 연 이래로 서점의 내부는 거의 바뀌지 않았습니다. 서점은 아직까지도 중고 서적을 무게 단위로 판매하는데, 방문객은 자신이 고른 책의 무게를 직접 100년 된 저울에 달아볼 수 있어요. 한편 서점은 인기 있는 아이슬란드 현대 작가들의 작품과 그 번역본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기업에서 만든 세계 각국의 특산품과 명품도 팔죠. 방문객은 서점의 창립자인 욘 씨의 건물에서 70년 전 아이슬란드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서점의 위층은 원래 100년 넘게 서점 주인 일가가 살던 집이었지만 현재는 세를 내놓은 상태입니다. 이 집은 아이슬란드에서 20세기 초반에 지은 건물 중 지금까지 사람이 살고 있는 거의 유일한 건물일 것입니다.
아카테미넨 키랴카우파_핀란드
아카테미넨 키랴카우파는 1893년에 창립했습니다. 서점 직원들은 단골 손님이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으며 심지어 이전에 무슨 책을 샀는지를 기억하기도 합니다. 손님이 와서 가물가물한 소설책 주인공 어머니 이름만 대더라도 아마 무슨 책을 찾는지 알아낼 거예요. 아카테미넨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관용을 최우선의 가치로 내세웁니다. 이 서점에서는 언제든 어떠한 책도 검열당하지 않고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다루지요.
아카테미넨은 핀란드 최대 규모의 도서 컬렉션을 자랑합니다. 이곳에는 방대한 해외 문학 코너, 핀란드의 역사와 문화와 자연에 관한 전문 서적 코너, 전 세계의 잡지와 신문 컬렉션이 있습니다.
1969년 가을 아카테미넨은 핀란드를 대표하는 건축가 알바 알토가 지은 새 건물로 이전했습니다. 알바 알토는 북유럽 모더니즘 건축의 선구적인 인물이자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거장이죠. 구리로 덮여 근엄한 느낌을 주는 건물 외벽은 주변의 환경에 조응하는 방향으로 설계했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지붕에 뚫린 구멍을 통해 쏟아지는 환한 햇빛으로 가득 찬 중앙 홀을 마주하게 된답니다.
책방 소리소문_한국
책방 소리소문은 한적하고 조용한 제주도 마을에 자리한, 한옥을 개조한 서점입니다. 음악이 흐르고 책장과 화분에 햇빛이 비치는 아늑한 공간이에요.
서점에서 판매되는 모든 책은 서점을 운영하는 정도선, 박진희 부부가 고심하여 선별합니다.
정도선 씨는 어린 시절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를 갔을 때 조그마한 동네 책방에서 큰 위로를 얻었다고 합니다. 수많은 책 중에서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찾게 된 순간 더 이상 외롭지 않아졌다고 해요.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도 책으로 가득한 공간을 선물해주고 싶다고 하네요. 그는 이제 자신의 서점에서 사람들이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는 순간을 지켜보며 큰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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