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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 관하여
 
지은이 : 수전 손택 (지은이), 김하현 (옮긴이)
출판사 : 윌북
출판일 : 2025년 07월




  •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지성의 목소리. 『해석에 반대한다』, 『은유로서의 질병』 등 현대사에 가장 강력한 저작을 남긴 작가. ‘지성계의 여왕’, ‘텍스트힙의 원조’로 불리며 새로운 감수성과 사유의 시대를 연 수전 손택의 대표작과 국내 초역 에세이들을 소개하는 시리즈 [수전 손택 더 텍스트]를 선보인다.


    여자에 관하여


    수전 손택의 통찰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누구나 무심코 던질 수 있는 이 질문에, 수전 손택은 날카로운 통찰을 담아 답한다. 『여자에 관하여』의 첫 문장은 단순한 나이가 아니라, 여성에게 부여되는 사회적 잣대의 시작을 알린다. 이 책은 손택이 30~40대에 썼던 글들을 묶은 것으로, 나이 듦에 대한 이중 잣대, 아름다움의 속박, 페미니즘의 본질 등 ‘여자로 산다는 것’에 대한 그의 치열한 사유를 담고 있다.


    나이 듦의 이중 잣대와 여성의 아름다움

    손택은 여성이 마주하는 현실을 냉철하게 파헤친다. 사회는 여성에게 오직 ‘소녀의 아름다움’만을 요구하며, 나이가 듦으로써 얻는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남성은 아무 불이익 없이 나이 드는 것이 '허용'되는 반면, 여성은 '추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중압감'에 짓눌린다. 아름다움은 여성에게 권력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을 부정해야 하는 모순적인 힘이 된다. 여성은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압박받으면서도, 그 매력 때문에 전문성과 권위를 의심받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손택은 이러한 현실을 '이래도 문제고 저래도 문제'라고 명료하게 지적하며, 아름다움의 특권이 오히려 여성을 예속시키는 장임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이는 외모 지상주의가 더욱 심화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이다.


    고정관념에 대한 저항과 자기반성

    흥미로운 점은 손택 스스로가 과거의 자기반성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한때 자신이 누리는 '예외'적인 삶을 권리로 받아들였던 시절의 오만을 고백하며, 여성이라는 '제3세계'가 겪는 어려움을 외면했던 과거를 솔직하게 인정한다. 이 대목은 손택의 사유가 고정된 신념이 아닌, 끊임없이 수정하고 발전하는 살아있는 지성임을 보여준다. 그는 독자에게 '나는 늘 깜짝 놀랐고, 때로는 짜증스러웠는데, 당시에는 그들이 우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고백하며, 자신의 편협했던 시각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그의 글을 더욱 신뢰하게 만들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사회적 편견은 없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한다.


    페미니즘과 지적 단조로움에 대한 경계

    페미니즘에 대한 그의 시각 역시 단순하지 않다. 손택은 페미니즘이 '단순한' 진리이기에 힘이 있지만, 모든 것을 그 맥락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지적 단조로움을 경계하며, 페미니즘적 비평은 가치가 있지만 '정치적 노선'이 되어 경직되는 것을 반대한다. 이러한 태도는 '매혹적인 파시즘'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드러난다. 예술의 미적 가치와 정치적 올바름 사이에서 타협하지 않고, 진실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을 강조하는 손택의 모습은 오늘날의 젠더 갈등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그는 '나는 정치적 노선을 좋아하지 않아요. 지적 단조로움과 나쁜 글을 낳거든요'라고 말하며, 모든 것을 하나의 틀에 가두려는 태도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새로운 사유와 스타일의 제안

    손택은 '엘리트 문화'와 '대중문화'를 나누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거부했다. 그는 '자기만족적인 용어'로 문화를 재단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의 증상이라고 보았다. 그의 글은 『보그』 같은 대중 매체에서부터 지성인들을 향한 논쟁적인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경계를 허물고 자유롭게 오갔다. 그는 작가란 '세계에 관심을 갖고, 사회의 앞선에 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믿었으며, 그 믿음대로 평생을 치열하게 사유하고 글을 썼다. 이 책에 담긴 그의 글들은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관습과 전형성을 거부하고, 비판을 피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생각하려는 손택의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여자에 관하여』는 1970년대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와 놀랍도록 잘 맞아떨어진다. 젠더 이슈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소셜 미디어가 병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을 만들어내는 지금, 손택의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은 단순히 페미니즘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끊임없이 생각하고,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타협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요구하는 손택의 강렬한 제안이다.


    - 핵심 메시지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잣대는 나이와 아름다움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모순적이며 억압적이다. 진정한 페미니즘은 정치적 노선이 아닌, 모든 종류의 불합리와 편견에 저항하는 끊임없는 사유와 실천의 과정이다. 이 책은 낡은 관습을 거부하고 지적 단조로움을 피하며, 여성으로서의 삶을 주체적으로 탐색하고 투쟁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길잡이이다.


    - 추천 글

    오랫동안 '수전 손택'이라는 이름만 듣고 그의 깊은 사유를 만나지 못했다면, 이 책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여자에 관하여』는 복잡한 현실을 명쾌하게 해부하는 손택의 지성을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입문서이다. 젠더, 미, 권력에 대한 그의 통렬한 시선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얻게 해 줄 것이다. 낡은 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얻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