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어린 시절을 지나오지만, 부모가 되어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과연 우리 아이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
『부모의 문답법』은 모든 부모가 고민하는 궁극적인 소통 문제에 대해 풍부한 선택지와 전문가적 해답을 제시한다. 양질의 대화를 나누고 싶은 부모들에게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바로 아이의 ‘기질’에 맞는 대화법을 적용하는 것. 똑같은 상황에서도 아이들이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저마다의 기질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 리베카 롤런드는 이 문제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학자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고 보스턴어린이병원 신경과에서 구어 및 문어 전문가로도 활약 중이다. 아이들 개인의 특유한 성격을 고려하면서도 핵심 자질을 길러줄 수 있는 여덟 가지 대화법을 친절하고 명쾌하게 소개하며, 본격적인 대화의 세계로 부모들을 초대한다.
■ 저자 리베카 롤런드
하버드 교육대학원과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하버드 교육대학원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고, 보스턴 어린이병원 신경과의 구어 및 문어 전문가로도 활동 중이며 국가 공인 언어병리학자로서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를 비롯한 여러 집단에서 대화와 소통을 주제로 강연하며 관계를 가꾸는 대화, 아이의 자신감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대화법 연구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보스턴에서 남편 필립, 두 아이인 소피와 폴과 함께 살고 있다.
■ 역자 이은경
연세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과 심리학을 공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영문 에디터로 근무하며 바른번역 아카데미를 수료한 후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성공의 속성』 『히든 스토리』 『너의 마음에게』 『매일 매일의 역사』 『진정한 나로 살아갈 용기』 『인생을 바꾸는 생각들』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가』 『긍정의 재발견』 『나와 마주서는 용기』 등이 있다.
■ 차례
추천의 글 | 아이와의 대화가 막힌다고 느끼는 부모라면
들어가며
1장 | 눈높이를 맞추고 다가가는 기회 대화
2장 | 쏟아지는 궁금증을 해결하는 학습 대화
3장 | 감정을 다채롭게 표현하는 공감 대화
4장 | 자존감과 독립심을 키워주는 자기 대화
5장 |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는 관계 대화
6장 | 창의력을 키워주는 자유로운 놀이 대화
7장 | 다름을 받아들이는 열린 대화
8장 | 나를 알고 이해하는 기질 대화
후기 | 대화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들a
아이를 키우다 보면 솟구치는 질문들,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해결 안 되는 문제들! 아이의 삶을 변화시킬 하버드 언어학자의 특별한 부모 대화 특강과 만나보세요.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친절한 대화 팁을 총망라하였습니다.
부모의 문답법
쏟아지는 궁금증을 해결하는 학습 대화
배워나가는 대화의 관건은 말하는 ‘내용이 아니라 ‘방식이다. 그런 양질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들은 자신이 갖고 있던 믿음 중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를 알아차리고 이를 바꿔나가고자 한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아이와 진실한 대화를 나누며 아이의 생각을 통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부모가 되어간다. 신념을 완전히 바꾼다는 건 결코 간단하지 않으며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변화는 사소한 순간에, 오랜 대화 속에서 분명히 일어난다. 아이가 실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그런 변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배움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보통은 전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일류 대학에 입학해 연봉이 높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을 떠올리곤 하지만 사실 학습의 근원을 따지고 보면 그건 올바른 목표라고 할 수 없다. 원래 학습의 본질은 아이가 관심 갖는 분야에 다가가기 위한 수단이다. 건강한 학습법을 배운 아이는 성장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고 취미를 꾸려나갈 수 있다. 책에 푹 빠진 아이가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고, 무언가를 만들고 발명하고 설계하고 싶어하듯 말이다. 『엘리먼트』의 저자 켄 로빈슨은 “행복하려면 우리가 진정으로 열정을 느끼는 분야를 만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열정을 느끼는 분야를 찾은 아이는 동기 수준이 높아지며 성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법을 배운다.
원만한 대화를 위한 3E전략
일상생활에서 학습 이야기를 할 때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나는 어른과 아이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며 얻은 3E 아이디어를 임상 실무에 활용해보았다. 모두가 대화에 참여하도록 이끌고 이야기가 원만하게 흘러가도록 하는, 쉽게 말하자면 뒷주머니에 간직해놓고 필요한 순간에 꺼내 쓸 수 있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3E 구성요소를 하나씩 살펴보자.
풍부한 대화를 이끄는 3E
-아이의 사고 확장
-다양한 가능성 탐색
-발전을 위한 평가
확장(Expand)
아이가 한 말을 받아서 늘리는 기법이다. 단어나 문장을 더하거나 뜻을 보다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다. 어머니가 대화에서 확장 기법을 많이 쓸수록 2~3세 유아의 언어능력이 크게 발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거리에 지나가는 트럭을 보고 아이가 “큰 트럭”이라고 말했을 때 어머니가 “맞아, 저건 큰 트럭이야”라고 대답하면 관심을 보인 화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발언을 확장시켜준 것이다.
탐색(Explore)
아이가 당면한 환경을 넘어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하고, 머나먼 곳의 풍경과 낯선 사람들을 상상하고, 여러모로 새로운 발상을 궁리해 해결책을 고민하도록 탐색을 유도하는 말도 좋다. “너는 트럭이 어디로 갔으면 좋겠어?”같은 질문 말이다. 트럭이 벽에 부딪혔다면 “어떻게 해야 트럭이 부딪히지 않을까?” “트럭이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처럼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런 질문을 받은 아이는 추상적이고 창의적인 방향으로 생각할 기회를 얻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된다. 책을 읽을 때 세상의 경계가 확장되는 것처럼 상상하고 예측하고 가설을 세우는 것도 같은 역할을 한다.
탐색 과정에서는 탈맥락적 언어를 사용하는 경향, 즉 추상적 생각이나 눈앞에 없는 대상을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쉽게 말해 ‘집은 구체적이고 ‘건축은 탈맥락적이다. 어휘력과 스토리텔링을 키워주는 탈맥락적 언어를 발달시킬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간단한 방법으로도 모범이 될 수 있다. 책 내용 일부를 들려주거나, 시간과 장소의 제약에서 벗어나 어떤 주제를 다루거나, ‘예나 ‘아니오로 대답할 수 없는 개방형 질문 위주로 대화를 나누어보는 것이다.
평가(Evaluate)
아이에게는 자신의 사고, 아이디어, 전략, 계획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생각해보는 평가 과정이 필요하다. 잘 배우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자기 연민이 필요하다. 자기 연민이 없으면 자기비판적 성향이 지독하게 강해질 수 있다.
평가란 부정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느낌을 좀 더 객관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긍정적인 행위다. 평가 자체를 부담과 공포가 아니라 질문을 돌아볼 기회를 만드는 일시 정지 버튼으로 생각하자. 그래야 아이도 한층 더 깊이 있는 질문과 아이디어를 꺼낼 수 있으며 자기 자신을 신뢰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감정을 다채롭게 표현하는 공감 대화
공감을 어려워하는 요즘 아이들
성취와 성공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현대사회의 특성 때문에 요즘 아이들은 다른 사람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을 더욱 어려워한다. 말하자면 각자도생 사고방식인 것이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따지는 평가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걱정이 너무 커져서 감정을 알아차릴 정신적 여유가 없어지고 도움의 손길을 뻗을 기회도 놓쳐버리고 만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거품처럼 부푼 자기 감정에만 매몰된 탓에 나 자신과 타인이 정확히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헤아리지 못한다.
이런 성향은 청년들에게도 나타난다. 2000년에 대학생이었던 사람들과 2010년에 대학생이었던 사람들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최근 학생들의 공감 척도 수치가 더 낮다는 걸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고통받는 사람들을 염려하는 ‘공감적 관심 수준이 조망 수용 능력과 더불어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이건 아이들 탓이 아니다. 아이들은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얼굴을 마주 보는 것조차 중요치 않다고 여기는 환경에 그저 반응하고 있을 뿐이니 말이다.
부모의 공감 능력이 곧 아이의 공감 능력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비롯해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다면 공감 능력을 부모 자신에게까지 넓혀 발휘해야 한다. 이런 아이들은 대개 의사 표현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부모가 먼저 아이가 원하는 바를 알아채고 충족시켜주기란 결코 쉽지 않다. 연구자 크리스틴 네페는 이럴 때 스스로를 긍정적이고 애정 어린 목소리로 대하면 수치심, 죄책감, 자책의 소용돌이를 멈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내가 아는 많은 부모가 아이를 상대하며 좌절스러운 상황을 마주했을 때 “오늘은 조금 어렵네. 그래도 늘 그랬듯 금세 해결되겠지” 같은 주문을 만들어 외우는 것으로 도움을 받았다.
창의력을 키워주는 자유로운 놀이 대화
놀이에 정해진 답은 없다
아이가 아직 어릴 때라면 놀이 친구로서 부모가 곁에 대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늘 그런 건 아니다. 모래밭이나 레고 상자 옆에 앉아 있는 부모를 보면 “저게 강아지야?” “그런 파란색인가?”처럼 정답을 정해놓고 해설하듯 이야기하니 말이다. 이런 식으로 말을 걸면 어휘력을 길러줄 수 있긴 해도 계획을 말로 표현하거나 간단한 질문을 심오한 질문으로 심화하는 데 필요한 자기 대화를 방해하게 된다. 게다가 서로가 고단해지는 탓에 부모에게도 아이와의 놀이가 또 다른 의무처럼 느껴진다. 아예 질문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 질문이 탐색의 기회를 밀어낼 때 놀이의 핵심이 사라진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는 원래 같은 일을 반복하과 싶어 한다. 반복이 학습을 강화하고 만족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지켜봐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한없이 지루하기만 할 뿐이다. 놀이는 즐거워야 한다. 부모도 아이도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진실하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는데, 지루하지만 흥미로운 것처럼 보이려 애쓰는 것이 전형적 사례다. 하지만 아이는 어른이 꾸며낸 감정을 금세 알아차린다. 아이가 원하는 건 부모가 진심을 다해 자신에게 주목하면서 의견을 보태주는 것이다. “이거 봐라!”라면서 부모의 관심을 끄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잘 노는 아이 만들기
아이의 속마음 들여다보기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어쩌면 아이는 제일 못하는 일을 제일 좋아할 수도 있고 조금이라도 못하는 것 같으면 일단 싫어하고 볼 수도 있다. 이는 해야 한다는 식의 표현과 원한다는 식의 표현을 얼마나 사용하는지로 알 수 있다.
만약 아이가 새로운 놀이를 해보고 싶어 한다면 구체적인 부분들을 함께 짚어주자. 예를 들어 새로 도전하려는 놀이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면 앞으로 진행될 일정을 미리 고려해보는 것이다. 또 어떤 부분에 끌린 건지, 어떤 부분을 계발하고 싶은 건지 질문하며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자. 준비 과정을 마치고 시작하기로 결심했다면 진행 과정을 정기적으로 평가하자. 도전 의식과 의욕을 느끼는지, 서툰 부분을 도와주는 친구가 있는지, 혹여 불만이 생겼다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다음 예를 참고하자.
아이가 “나는 축구를 못해. 그만둘 거야”라고 말했다.
-흔한 대답: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잖아. 좀 더 노력해보자. 알겠지?”
-신선한 대답:
“언제부터 그렇게 느끼기 시작했어?”
“더 하고 싶은 활동이 있어? 이유는?”
“지금 그만두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아? 놓치는 게 있다면 어떤 걸까?”
초반에 성공하지 못해서 좌절했다면 누구든 뭔가를 배울 때는 굴곡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부분들이 어느 정도 몸에 익을 때까지 계속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격려가 필요하다.
나를 알고 이해하는 기질 대화
개성을 존중하는 맞춤 대화
한 아이에게는 수많은 다양성이 존재한다. 얼마나 활발한지, 얼마나 학구적인지, 얼마나 불안도가 높은지는 모두 다르다. 이런 특성들은 아이마다 가지각색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바뀌기도 한다. 학교에 입학해 새 친구를 사귀거나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는 평범한 과정 속에서 기질이 여러 형태로 드러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럴 때 부모는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고 사회적으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겪다 보면 아이는 점차 스스로를 알아가게 되고 별난 부분의 장점을 발견해 보듬고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간다.
“걔는 수줍음이 많아” “금세 흥분해” “되게 까다로워”라고 아이를 쉽게 단정 지으면 중요한 본질을 빠뜨리게 된다. 게다가 기질을 확인하고 꼬리표를 붙이는 주체가 바로 부모인 스스로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이런 꼬리표는 대화뿐만 아니라 아이가 장래에 어떤 사람이 되는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양질의 대화를 나누다 보면 부모는 지속적으로 아이에 대해 많은 것을 세세히 알게 되고 아이 또한 부모를 전보다 더 잘 알게 된다. 여기서 핵심은 긍정적 변화가 아이마다, 가족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각자만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기질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기질을 받아들이는 연습
학교 모임에서 만난 학부모 가브리엘라는 고등학교 1학년 아들 짐의 내성적인 성격을 걱정하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가브리엘라 역시 어린 시절에 짐과 비슷할 정도로 수줍음을 많이 타는 편이었다고 했다. 현재는 사업 컨설턴트로 성공적인 경력을 쌓으며 살고 있지만 협업 업무는 여전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성인이 되고도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이득이 될 수 있는 기회들을 놓친 적도 있다고 했다. 가브리엘라는 짐이 같은 문제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자신과 아들 모두 난독증이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나는 몇 주일에 걸쳐 짐이 난독증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격려할 수 있도록 도왔다. 내가 바란 건 짐이 외향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스스로의 기질을 존중하고 한계를 시험해보도록 돕고 싶었다. 나는 수전 케일이 집필한 『콰이어트』에서 설명한 침묵의 힘을 떠올렸다. 실제로 미국의 많은 학교가 내향성이 이끌어낼 수 있는 사려깊음과 창의성을 무시하고 외향성만 우대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실 짐도 훌륭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지만 주목받기를 원치 않았던 것뿐이다. 담임교사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짐이 의견을 말하지 않는 점만 보고 지적을 일삼았다.
나는 3E를 활용해 짐에게 왜 주목받고 싶지 않은지 물어보며 관점을 확장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짐은 “제가 할 말이 괜찮은지부터 확실히 하고 싶어요”라 대답했다. 나는 누구든지 불안정한 감정을 느끼며 오히려 그런 태도가 준비를 철저하게 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 자질이 바람직하게 작용할 방법을 탐색했다. 짐은 일단 계획이 있어야 질문에 이상적으로 응할 수 있을 것 같다 했고 우리는 대답을 계획하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우선 책상에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뒤 생각들이 떠오르면 대강 써놓고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가지를 선택해 손을 들고 말하는 방법이었다. 몇 차례 해본 후에는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이야기했고 바꾸면 좋을 것 같은 일부는 수정하며 평가했다. 짐은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성향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고 자기 인식을 높였다. 내성적 성향이 결코 나쁜 게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게다가 쓰기와 읽기까지 연습할 수 있었으니 난독증에도 도움이 된 셈이었다.
아이가 동생을 보며 말한다.
“쟤는 아침마다 너무 느려. 언제쯤이면 바뀔까?”
흔한 대답:
“걔는 원래 그런 거야. 네가 이해해.”
신선한 대답:
“그래서 성가시거나 불편한 점이 있어?”
“동생이 아침에 어떤 기분인지 물어본 적이 있어?”
“우리는 왜 모두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걸까?”
기질에 따른 양육법
기질은 양방향 도로처럼 발달한다. 유전적 요인에 뿌리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부모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을 보며 각자만의 방식으로도 변화하기 때문이다. 두 아이에게 똑같은 말투로 똑같은 말을 했을 때 한 아이는 킥킥거리며 웃고 다른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는 부모에게도 적용되는데 부모 역시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어간다고 느끼는지에 따라 서서히 바뀐다. 이런 변화는 대개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실제로 내 친구 케이티 드 도미니시스도 “나랑 내 남편은 세 아이를 대할 때 각각 다른 세 사람이 돼”라고 말했다.
모든 아이는 각자에게 맞는 접근법이 필요하기에 도미니시스의 대처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8~12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어머니의 양육 방식과 아이의 기질이 잘 맞을 경우, 그렇지 않을 때보다 아이의 우울과 불안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자제력이 강한 아이에게는 너무 구체적이지 않은 체계가, 자제력이 낮은 아이에게는 꼼꼼한 체계가 더 유용하다는 결과를 발표한 연구도 있었다.
이미 자제력이 뛰어난 아이는 굳이 통제할 필요가 없다. 이런 아이는 오히려 지침이 적고 스스로 선택할 기회가 많은 느슨한 접근법과 더 잘 맞는다. 자제력이 부족한 아이라면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지도가 필요하겠지만 천편일률적인 접근법은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호랑이 부모와 방목형 부모 중 더 올바른 양육 방식이란 없다. 좋은 양육 방식이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과연 바람직한 조화란 어떤 모습일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색칠 공부를 하는 아이 곁에 앉아 신문을 즐겨 읽는 부모라던가, 부모와 아이 모두 모험을 좋아해서 새로운 장소로 스노보드를 타러가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부모와 잘 맞는다고 느끼는 아이는 대개 자존감이 높고 유연하게 사고할 줄 알며 강한 소속감을 느낀다.
기질의 변화를 받아들이자
모든 사람은 저마다 고유한 기질을 가지고 있고 서로 간의 조화와 부조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한다. 부조화의 경우 제때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관계가 단절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느긋한 기질이라 자기만의 속도대로 움직이는 아이에게 부모가 뭐든지 빨리하라고 다그치는 일이 반복되면 오히려 더 처질 수밖에 없다. 부모는 부모대로 잔소리하는 일에 지켜 기대치를 낮추게 되고 이는 말싸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서로의 기질을 파악하고 잘 맞추어간ㄷ나면 충분히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고 변화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기질이 어떻게 서로를 보완하거나 깎아내리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특질 자체가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는 가치관을 형성하며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이런 관점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것 역시 기질 대화다. 기질 대화가 조화를 강조하고 서로 간의 부조화를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 아이의 기질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신경 써야 할 부분을 맞춰 보다 수월하게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다.
기질 대화는 아이가 꼬리표에 얽매이지 않게끔 이끄는 역할도 한다. 아무리 부모라 해도 세심한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몇 번의 판단만으로 아이의 근본적 기질을 정의해버리기 쉬운데 나 역시도 그런 경험이 많다.
스스로에게 “나는 오늘 내 앞에 있는 아이와 만나고 있는가?”라고 물어보자. 여태 매번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주었다면 아이도 이를 고맙게 생각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 입장에서는 더 이상 함께 등교하기를 원치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혹시 아이의 의존을 바라고 있던 건 아닌지 솔직한 마음을 돌아보자. 한 번쯤은 아이와 소통할 때 쓰는 언어를 되짚어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