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유아기 발달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자존감인 신체 자존감, 정서 자존감, 인지 자존감에 초점을 맞추어, 일상 곳곳에서 이 세 가지 자존감을 키워 줄 방법을 소개한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 생각, 행동, 대화 습관을 되돌아보고, 유쾌한 감정 습관으로 아이가 편안한 배경 정서를 갖게 하는 방법, 부모의 기대와 다른 아이의 행동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생각 습관, 옆집 아이를 대하듯 매너 있고 따뜻하게 아이를 대하는 행동 습관,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의 바람직한 행동을 지지하는 대화 습관 등 다양한 습관 재정립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 저자 이임숙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동심리와 어린이책을 공부했으며, 아동·청소년 심리치료사, 의사소통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상담을 25년간 3만여 회 진행해 왔으며, 교육자 및 상담사들을 위한 교육 및 자문역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유아, 청소년, 부모, 교육자, 상담사들을 다년간 상담해 온 끝에, 아동 심리 및 행동 문제의 90퍼센트가 자존감과 사회성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거듭 확인했다. 그리고 자존감과 사회성 문제에 관한 다양한 솔루션을 임상에 직접 적용해 보고 그 효과를 확인한 것들만을 추려 이 책에 집대성했다.
EBS 〈부모〉, 〈클래스e〉 등의 방송에서 자녀교육 관련 강의를 진행해 오고 있으며, 기업, 교육기관, 상담센터, 공공기관 등에서 대화법, 그림책 독서 치료, 인지학습 치료, 마음 글쓰기 등에 관한 교육과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한국독서치료학회 이사, 맑은숲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4~7세보다 중요한 시기는 없습니다』, 『내 아이를 위한 주의력 수업』, 『엄마의 말 공부』, 『엄마의 말 공부 2』, 2014년 세종도서 우수교양도서인 『상처 주는 것도 습관이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아이는 커가는데 부모는 똑같은 말만 한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인 『참 쉬운 마음 글쓰기』와 2009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우수저작상을 수상한 『엄마가 하는 독서치료』가 있다. 그 외에 『흔들리는 부모 힘겨운 아이』, 『따뜻하고 단단한 훈육』, 『하루 10분, 엄마 놀이』, 『엄마도 가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 『현장에서 효과적인 독서치료』를 썼고, 2017년 독서문화진흥유공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 차례
프롤로그_ 부모가 주는 최고의 심리적 유산, 자존감과 사회성
Part 1. 결국 잘되는 아이의 두 가지 힘
“우리 애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 ‘내 잘못으로 아이를 망치는 건 아닐까?’
- 정성껏 키웠는데 왜 문제 행동을 보일까?
- 자존감과 사회성 위기의 징후
주눅 들고 자존감이 무너지는 아이
- 자존감 높은 아이가 가진 세 가지
- 엄마가 보는 아이, 아이가 생각하는 나
-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 높은 아이로
- 자존감은 문제없을 때 하는 칭찬으로 달라진다
- 발달 시기에 맞춘 칭찬의 기술
친구와 자꾸 문제가 생기는 아이
- 사회성 발달의 두 가지 대원칙
- 부모와 아이의 관계 회복이 먼저입니다
- 안전한 상호작용의 경험으로 사회성이 좋아진 서윤이
특별 솔루션 1. 긍정적 변화의 시작, 그림책 심리독서
뇌와 마음, 행동을 변화시키는 그림책 심리독서의 효과
은찬이 이야기
무엇을 읽느냐보다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다
Part 2. 자존감과 사회성의 기초 다지기
자존감과 사회성의 뿌리가 되는 세 가지 축
문제 행동을 보일 때 살펴야 할 세 가지
정서, 편한 마음이 모든 변화의 시작
기질, 고치려 하지 말고 강점으로 키워라
인지, 어디서든 원활하게 상호작용하는 아이의 기본기
아이의 자존감과 사회성을 받치는 부모의 세 가지 기둥
- 부모의 욕구: 자신의 양육 방식을 점검해 보세요
- 부모의 자존감: 양육 스트레스에 영향을 줍니다
- 육아 신념: 아이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건설적 생각으로 바꿉니다
특별 솔루션 2. 엄마 아빠를 위한 그림책 심리독서
- 엄마의 마음을 돌보는 그림책 심리독서
- 아빠의 마음을 돌보는 그림책 심리독서
- 그림책에서 배우는 부모의 지혜
Part 3. 자존감,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마음의 힘
평생 아이를 지켜 줄 최고의 유산, 세 가지 자존감 키우기
- 유아기에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자존감
신체 자존감: 신체 능력과 외모에 주눅 들지 않는 아이
정서 자존감: 자신을 사랑하고, 믿고, 돌보는 아이
인지 자존감: 배우고 생각하기를 즐기는 아이
아이의 자존감을 단단하게 만드는 부모의 네 가지 습관
아이의 자존감을 해치는 의외의 문제
부모의 감정 습관: 유쾌함, 기특함, 고마움
부모의 생각 습관: 호기심, 수용, 긍정적 의도
부모의 행동 습관: 좋은 부부 관계, 매너, 웃음
부모의 대화 습관: 일치형 대화, 이중 메시지 금지, 편안한 상황의 대화
특별 솔루션 3. 자존감이 쑥쑥 자라는 그림책 심리독서
- 단단한 내면을 키우는 심리독서 대화법
신체 자존감을 키우는 그림책 심리독서
정서 자존감을 키우는 그림책 심리독서
인지 자존감을 키우는 그림책 심리독서
나답게 살아가는 힘을 키워 주는 그림책 심리독서
Part 4. 사회성, 어디서든 행복한 아이의 조건
우리 아이는 사회성의 세 가지 조건을 갖추었나요?
선생님들이 고민하는 아이의 사회성 문제
세상과 소통하는 첫걸음, 자기표현
관계를 원만하게 이끄는 힘, 공감 능력
어디서든 잘 적응하는 아이의 비밀, 사회 인지 능력
아이의 사회성을 꽃피우는 부모의 네 가지 지혜
- 사회성을 키우기 전에 꼭 필요한 애착 회복
친구 사귐의 단계를 활용하는 지혜
일상의 사회적 기술을 키우는 지혜
학습 관련 사회적 기술을 키우는 지혜
친구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지혜
※ 아이의 사회성 문제로 걱정하는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특별 솔루션 4. 사회성이 쑥쑥 자라는 다섯 가지 심리독서법
- 사회 인지 능력을 키우는 그림책 표지 대화
건강한 친구 개념을 키우는 그림책 심리독서
친구 상처를 회복하는 그림책 심리독서
사회적 기술을 가르치는 그림책 심리독서
학습 관련 사회적 기술을 키워 주는 그림책 심리독서
부록 1 자존감과 사회성을 키우는 데일리 그림책 심리독서 시나리오
부록 2 아이와 부모를 위한 추천 그림책
맘카페, 육아서, 유튜브에서 온갖 육아 정보를 배우고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의 문제 행동은 오히려 점점 늘기만 할 때, 부모들은 어디에 양육 초점을 두어야 할지 막막함을 느낀다. 창의성, 뇌과학, 회복탄력성, AI 능력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육아 트렌드도 바뀌지만, 저자는 절대 변하지 않는 인간 고유의 성장 동력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자신을 가치 있고 잠재력을 가진 존재로 여기는 자존감, 그리고 친구와 잘 어울리고 갈등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회성이다.
이임숙의 결국 잘되는 우리 아이
결국 잘되는 아이의 두 가지 힘
“우리 애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 ‘내 잘못으로 아이를 망치는 건 아닐까?
부모는 정성을 다해 아이를 키우면서 종종 이런 불안에 시달립니다. 아이를 너무 사랑하기에 순간순간 스며드는 걱정과 불안이 엄마 아빠의 마음을 휘저어 놓습니다. 그럴 때마다 부모는 여러 육아 정보에 귀기울이고 육아서를 읽고 강의를 듣습니다. 알고 보면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유아기 육아의 기본은 매우 명확합니다.
아이가 안정된 정서를 형성하고, 부모와의 놀이를 통해 즐거움을 만끽하며, 활기찬 신체 활동을 충분히 할 수 있고,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친구들과 마음껏 놀며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부모가 이런 지침을 잘 지키려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는 왜 시간이 갈수록 짜증이 많아지고 떼를 쓰며 일상 행동에 문제를 일으키는 걸까요? 부모는 그 이유가 너무 궁금하고 답답합니다. 그래서 상담실을 찾아오는 많은 부모들은 “우리 애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라고 하소연합니다.
사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이에게 칭찬보다 잘못을 더 많이 지적했다면,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무섭게 혼만 냈다면, 놀 때도 자유롭게 두지 않고 시시각각 잔소리를 했다면, 아마도 부모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더 커지고 있을 겁니다. 혹은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아이에게 적합하지 않은 양육 방법을 계속 사용했거나 아이에 대한 기대와 욕심으로 과한 압박을 주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부모는 부단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니 허탈합니다. 그래도 부모가 자신의 감정에 매몰되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은 피해야겠지요.
혹시 아이의 문제 행동이 늘어나고 있다면, 현재 우리 아이의 상황과 태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그 원인과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어디에 초점을 두고 어떻게 양육해야 할지 방향을 찾아 갈 수 있으니까요.
우선 많은 부모들이 토로하는 세 가지 유형의 고민을 보면서 문제의 실마리를 함께 풀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세 아들 지오 엄마예요. 지오가 너무 말을 안 들어요. 자기 마음에 안 들면 큰 소리로 울고, 장난감이나 컵을 던지기도 해요. 심지어 던지고선 엄마를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요. 말로 타이르려 애를 쓰지만, 뺀질대는 표정을 보면 저도 화를 버럭 내게 되네요. 그러면 아이는 엄마 나빠. 저리 가!라고 소리 지르며 저를 때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이가 계속 분노 조절을 못 하면 나중에 학교에 입학해서 무슨 일이 생길지 걱정이 돼요.
4세 딸 서아 엄마예요. 서아가 너무 느려서 속이 터질 때가 많아요. 아침에 세수하고 옷을 입고 밥을 먹기까지 한나절이 걸려요. 느린 기질인가 싶어서 기다려 주고 격려도 하지만, 그래도 계속 꾸물거리니 저도 모르게 재촉하고 모진 소리를 하게 됩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울먹일 때가 많아요. 친구들 앞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요. 저러다가 자신감도 없어질까 봐 걱정돼요. 나름 기다려 주고 마음 읽기를 해 주어도 변화가 없어요.
5세 아들 강이 엄마예요. 아이가 활발하게 잘 놀고 씩씩해서 너무 사랑스러운데 친구들과 놀이 중에 승부욕이 발동하면 규칙을 어기고 제멋대로 굴 때가 많아요. 당연히 양보도 안 하고요. 자기 입장만 생각하고 주변 상황이나 분위기도 파악 못 하고 고집부리고 떼를 써서 제가 난처한 상황이 자주 생 겨요. 무엇보다 그렇게 놀이모임이 끝나면 제가 너무 자존심이 상해서 집에 와서 아이를 크게 혼내게 되네요. 이 모든 상황이 너무 속상해요.
- 정성껏 키웠는데 왜 문제 행동을 보일까?
상담을 하며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다 보면, 중요한 심리적 특징 두 가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문제 행동이 많은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생각해서 자존감이 낮고, 사회성이 부족하여 친구 관계에서 트러블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밝고 활발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즐기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존감이 높고 사회성도 건강하게 잘 발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속상한 일이 생겨도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부정적인 감정을 훌훌 털어 버리고 다시 일상의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아이가 성장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성장하게 하는 근원적인 내면의 힘은 자존감에서 나오고, 현실에서 아이를 이끌어 주는 힘은 사회성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지요.
따라서 아이가 어떤 문제 행동을 보인다 해도 부모는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사회성이 발달하는 방식으로 양육해야 합니다. 또한 유아기 양육에서 가장 중요한 자존감과 사회성은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서 매 순간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존감과 사회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지오, 서아, 강이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아이 키우는 데 정답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 문제로 막막하고 답답할 때 나아갈 길을 밝게 비춰 주는 육아의 지혜는 분명히 있습니다.
*자존감이란?
개인의 능력과 가치를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자신이 자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이며 다양한 문제에 유능하게 대처할 수 있고 사회에서 필요한 존재라고 믿는 마음.
*사회성이란?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주변 환경 및 사람들과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유능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친사회적 행동 능력.
-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 높은 아이로
자존감과 자존심의 차이는 널리 알려져 있어서 대부분 잘 알고 있습니다. 자존감은 자기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남과 비교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는 데서 비롯되는 마음이지요. 반면, 자존심은 남과 비교하여 굽히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마음을 말합니다. 비교와 경쟁을 기반으로 하기에 자존심이 강할수록 남보다 못하면 쉽게 마음이 상합니다.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잘난 채를 하거나 못 하는 걸 할 줄 안다고 거짓말까지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자존심을 세우다 보면 오히려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어떻게든 이기려 으는 건 자존감이 아니라, 자존심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문제는 아이의 자존감과 자존심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러나는지 부모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다음의 두 가지 상황에서 아이의 행동을 관찰해야 합니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이나 과제를 수행하는 상황에서 아이가 친구와 자신의 결과를 비교하는지의 여부, 실수하거나 실패한 상황에서 아이의 반응이 어떤지 살펴보는 것이지요.
수학 시험에서 자기는 한 개 틀렸는데 친구는 100점을 받았습니다. 이때 아이가 무슨 말을 하나요? 만약 100점 받은 친구를 질투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아이의 자존감이 높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누구는 몇 점을 받았는지 자꾸 비교하는 행동이 바로 자존심과 연결되어 있는 행동입니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라면, “엄마, 나 지난번보다 잘했지?”라며 자신의 지난 점수와 비교해 어떤 점이 나아졌고,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분석하고 다음에는 어떻게 대비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만약 지난번보다 나아졌거나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왔다면, 100점 받은 친구가 여럿이어도 아이는 충분히 만족하면서 다음 시험을 위한 대비를 할 수 있지요. 도전했다가 실패하거나 틀려도 다시 도전할 힘을 내는 것 역시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의 공통적인 태도입니다.
미술 수업 시간입니다. 아이들이 모두 정성껏 그림을 그렸지만 그림의 완성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선생님이 한 명의 아이에게 잘 그렸다고 칭찬을 합니다. 칭찬을 듣지 못한 두 아이의 반응입니다.
A 선생님은 00이만 좋아해. 맨날 00이만 칭찬하고!
B 내 그림은 얼굴 부분이 이상하네. 어떻게 하면 잘 그릴 수 있을까?
어떤 차이가 느껴지나요? 한 아이는 질투를 하고, 한 아이는 자신도 좀 더 잘 그리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합니다. 이렇듯 같은 상황에서 아이들이 다른 모습으로 반응하는 심리적 이유가 바로 자존감의 차이에 있었던 것입니다. 자존감이 낮으면 자기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줄 모르니 타인의 평가에 민감해지고, 칭찬받지 못하면 불안해집니다.
나름 애썼지만 결과가 나빴을 때, 실수로 어떤 일을 망쳤을 때, 또는 성적이 나쁘거나 시합에서 졌을 때 아이가 보이는 모습이 바로 자존감을 가장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척도입니다.
속상하지만 내가 실수한 것 같아. 다음에는 좀 더 조심해야겠어.
좀 더 연습하면 괜찮을 거야. 한번 해 볼게.
어려워도 끝까지 해 보고 싶어.
이런 말에서 자존감 높은 아이의 특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속상한 감정을 조절하는 자기 조절력, 실패를 극복하고 다시 도전하는 회복 탄력성, 그리고 속상한 마음과 자신이 바라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자기표현력이 모두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지요.
그런데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 주기 위한 방법과 관련해 부모들이 흔히 실수하는 것이 있습니다. 막연한 칭찬을 해서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 경우가 바로 그것입니다. 무엇을 잘했는지에 대한 근거가 없으면 아이는 칭찬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못했는데 그냥 위로해 주려 거짓 칭찬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신감을 잃기도 합니다.
또한 과정을 칭찬하지 않고 결과만 놓고 잘했다 칭찬하는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불안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리하게 반칙을 하거나 커닝을 해서라도 좋은 결과를 내려 욕심부리기도 합니다.
자존감은 문제없을 때 하는 칭찬으로 달라진다
지오, 서아, 강이, 세 아이의 자존감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놀이하는 장면을 관찰해 보니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지오 난 못해. 시시해. 하지마. 미워! 아무도 날 안 좋아해.
서아 내가 안 그랬어. 안 할래요. 해 봤자 안 돼요. 재미없어요.
강이 00이가 더 못해요. 내가 더 잘해요. 선생님은 00이만 좋아해
아이들의 말 속에 숨어 있는 심각한 의미를 여러분도 이제 눈치챘을 겁니다. 아이들이 자기 능력을 과소평가하며 새로운 과제를 시도하지 못하고, 실패하면 끝이고 다시 회복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며, 타인과 비교하고 불안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무시하고 믿지 못하니, 자신감, 자기 유능감, 회복탄력성이 모두 부족합니다.
즉, 자존감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증상들입니다. 세 아이의 기질이 모두 다르지만, 사실 근본적으로 아이들의 자존감을 치유하는 원리는 모두 같습니다. 지오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지오 엄마와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아이가 짜증을 내면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질문했습니다.
울지 말고 말로 해야지. 울면 엄마가 네 마음을 알 수가 없잖아. 울음그치고 또박또박 말해.
물건을 던지면 안 돼. 엄마가 안 된다고 했잖아. 깨지면 어떡해. 너 다친단 말이야.
부모라면 누구나 하는 말입니다. 잘못된 말은 없습니다. 그런데 부드럽게 말하면 아이가 엄마 아빠의 말을 무시하고, 화를 내며 말하면 아이가 놀라서 잠시 멈추기는 하지만 또다시 문제 행동을 반복합니다. 부모의 말이 아이 마음에 파동을 일으켜야 하는데 조금도 그렇지 못한 것이죠. 여기서 짚어 봐야 할 중요한 점 한 가지가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잘 놀거나 안정되어 있을 때는 별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제야 말하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편안하게 자기 할 일을 할 때 지금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칭찬과 지지와 격려의 대화, 아이가 어떤 강점을 발휘하고 있는지 찾아 말해 주는 대화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오 엄마에게 한 가지 코칭을 했습니다. 지오의 ‘잘하는 점 찾기입니다.
평화로운 일상을 보낼 때 아이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아이가 웃으며 잘 지낼 때는 누구와 함께 있나요?
아이가 밥 먹을 때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잠자리에 들 때는요?
아이가 기분 좋을 때 어떤 행동을 하나요?
기분이 좋을 때 아이는 어떤 말을 하나요?
이렇게 구체적인 상황에서 아이의 말과 행동, 모습과 태도 등을 자세하게 물어보니 비로소 전혀 알지 못했던 지오의 멋진 모습들이 나왔습니다.
약간의 코칭으로, 지오 엄마는 평범한 일상에서 지오의 수많은 장점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지오 엄마가 말한 아이의 칭찬거리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리 지오는 밥을 참 맛있게 잘 먹어. 채소도 잘 먹어서 엄마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
블록 놀이 할 때 진짜 집중을 잘해. 만드는 모양도 멋지고. 어쩜 그렇게 좋은 생각을 많이 하니?
유치원 가방도 혼자 잘 챙기잖아. 정말 훌륭해.
엄마는 이 칭찬을 지오 입장에서 듣는 경험을 해 보았습니다.
상담사: 지오의 마음으로 들으니 어떤가요?
지오 엄마: 기분이 참 좋아요.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우리 지오가 잘하는 게 참 많네요······.
지오 엄마는 이렇게 말하며 눈물이 핑 돕니다. 지오가 아무리 문제 행동을 해도 이런 기특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물론 이런 긍정적인 행동을 보이는 시간이 매우 짧을 수는 있어요. 그 시간을 늘리고 싶다면 더더욱 아이가 잘하고 있을 때 그 행동을 지지하고 강화해 주어야 합니다. 이제 집에 가서 실천할 일이 남았어요.
*하루 세 번 아이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칭찬하기
아침에 깨울 때, 등원 준비할 때, 하원 후, 놀 때, 저녁 식사 시간에, 잠자리에 들 때 중에서 하루에 세 번 일주일 동안 날마다 아이를 칭찬해 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유아기 아이들은 생각보다 꽤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이에요. 문제 행동이 아주 많았던 아이가 이런 방식의 치료 과정을 통해 불과 몇 회기 만에 행동이 완전히 달라지는 걸 보면서 부모는 이렇게 쉬운 걸 아이에게 못해준 게 너무 가슴 아프다고 했지요.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니 지오, 서아, 강이, 세 아이 모두가 신기하게도 칭찬해 준 행동은 점점 늘어나고, 문제 행동은 줄어들었습니다. 감탄스러운 점은 아이들이 자신을 묘사하는 말도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이제 물건을 집어 던지지 않아요. 던지는 건 나빠요.
그땐 몰라서 그랬는데, 이젠 안 그래요.
이제 잘 참아요. 그래야 훌륭한 사람이니까요.
물론 모든 아이가 빠르게 극적으로 달라지는 건 아니에요. 아이의 기질에 따라서, 그동안 쌓인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가에 따라서, 다른 심리적 문제의 여부에 따라서 시간이 훨씬 더 걸리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이렇게 아이가 잘하고 있는 것에 초점을 둔 칭찬이 아이의 마음을 치유하고, 더 나은 행동을 하려는 의욕과 동기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입니다. 아이의 자존감은 칭찬을 받으면서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자존감,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마음의 힘
신체 자존감: 신체 능력과 외모에 주눅 들지 않는 아이
우리 아이는 자신의 얼굴과 몸을 좋아하나요? 신체 자존감은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마음이며, 이는 신체 능력과 외모,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아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말을 해 주세요. 소중한 우리 아이의 신체 자존감을 높여 줄 수 있습니다.
집중할 때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네.
네가 웃는 모습을 보니 엄마 마음도 환해지는 것 같아.
밥 먹을 때 참 맛있게 먹네.
달리기를 잘하는구나.
양치질을 꼼꼼하게 정말 잘하네.
정성껏 그림을 그리는구나.
정서 자존감: 자신을 사랑하고 믿고, 돌보는 아이
정서 자존감은 자신이 가치 있고 유능하며 스스로의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입니다. 3~4세가 되면 아이는 자신에 대한 전반적인 가치를 평가하는 경향 이 생깁니다. 드디어 정서 자존감이 발달하기 시작한다는 의미이지요. 아이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보세요.
너는 너를 좋아하니? 스스로를 소중한 사람이라 생각해?
문제가 생기면 네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이루고 싶은 걸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할 일을 스스로 선택하고 싶어? 아니면 누가 알려 주었으면 좋겠어?
첫 번째 질문은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고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 즉 자기 가치감에 대한 질문입니다. 두 번째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적절하게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능력이 있으며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 스스로에 대한 기대와 신념, 즉 자기 유능감을 확인하는 질문입니다. 세 번째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과 사건에 자신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 마음, 즉 자기 조절감을 묻는 질문입니다. 아이가 모든 질문에 “네.”라고 대답한다면 정서 자존감이 잘 발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지 자존감: 배우고 생각하기를 즐기는 아이
아이의 자아지각을 검사해 보면 종종 아이와 부모의 인식이 매우 다른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인지적 자아지각입니다. 부모는 아이의 인지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반면, 아이는 자신의 인지 능력을 낮게 평가하거나 또는 그 반대의 경우이지요. 바람직한 건 부모와 아이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아이는 자신이 다양한 지식을 배우기를 즐기며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추리하는 능력이 잘 발달했다고 여기는 인지 자존감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이 인지 자존감은 아이가 훗날 공부를 하다가 어려움을 만나도 심호흡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끈기와 근성으로 이어집니다. 또 부모는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절한 공부 계획을 세워 갈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심리학 교수 셸리 테일러(Shelley Taylor)는 긍정적 착각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건강하고 행복감을 느끼며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긍정적 착각은 동기 부여에도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성공의 길로 이끌어 준다고 강조합니다. “나는 할 수 있다.”라고 외치던 사람이 실제로 이루어 내는 힘이 바로 긍정적 착각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유아기의 긍정적 착각은 건강한 인지 자존감을 키우는 데 큰 영향을 미치며, 청소년기의 학업 수행 능력과 학업 만족도를 높이는 데 있어서도 매우 유용합니다. 퍼즐 놀이이건 숫자 공부이건 간에 인지 능력에 대해서는 못한다 생각할수록 더 하기 싫어지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에 아이가 건강한 긍정적 착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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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