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롭게 써먹는 화학 치트키
 
지은이 : 천페이딩 (지은이), 양장쥔 (그림), 유연지 (옮긴이)
출판사 : 미디어숲
출판일 : 2024년 05월




  • 인기 과학 유튜버이자 과학 교사가 ‘알아두면 쓸모 있는 흥미진진한 화학’을 이야기합니다. 굳이 거창한 장비와 구하기 힘든 재료가 아닌,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하는 생활밀착형 실험이 알려 주는 화학의 재미!


    슬기롭게 써먹는 화학 치트키


    삼투에 대해 알고 싶다면 달걀 하나로 시작해 보세요

    실험: 껍데기 없는 달걀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이유는 삼투 현상 때문이야

    농도가 진한 달걀액은 난막(반투과성 막)이 막고 있어서 달걀 껍데기 밖으로 흘러나오지 못합니다. 하지만 난막에는 물이 통과할 수 있는 미세 구멍들이 존재합니다. 달걀 내부와 외부의 농도가 균형을 이루려면 물의 이동이 필요합니다.


    생각해 봅시다. 달걀액의 수분 함량은 외부의 정제된 물의 양에 비하면 적습니다. 이러한 농도 차이 때문에 물은 달걀 바닥 쪽의 난막을 통해 달걀 내부로 침투하게 되고, 달걀액은 물에 의해 농도가 희석됩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빨대 속 달걀액의 높이가 점차 상승하게 됩니다. 빨대를 노른자 부위에 꽂는 이유는 이러한 달걀 내부의 변화를 쉽게 관찰하기 위해서입니다.


    농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물질이 이동하는 과정을 보통 확산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물의 확산 작용은 삼투라고 부릅니다. 삼투 역시 농도 차이에 의해 물이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위 실험에서는 달걀 아래쪽 난막을 통해 달걀 내부로 물이 이동하려고 하는 삼투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여기서 달걀액과 정제된 물의 농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몇 분 안으로 달걀 내부의 변화를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만약 시간이 한참 지나도 변화가 없다면 달걀 어딘가에 구멍이나 흠집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확산은 물질(용질)이 고농도에서 저농도로 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삼투의 경우 반투과성 막을 통해 용매가 이동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삼투의 경우 용질의 이동을 통해 농도 균형에 이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투과성 막을 통과할 수 있는 용매(물)가 이동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삼투는 용매가 많은 쪽에서 용매가 적은 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_역주)


    플라스틱이 발명되기 전에는 대부분 자연에서 얻은 자원으로 생활용품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는 동물의 장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돼지의 방광은 물을 담는 용기나 축구공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프랑스 물리학자 장 앙투안 놀레(Jean-Antoine Nollet)는 돼지의 방광막으로 술병을 밀봉한 뒤 이를 물속에 담갔는데, 물이 술병 안으로 유입되면서 막이 부푸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삼투 현상을 최초로 발견한 사례입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삼투 현상을 연구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과학자는 1901년 제1회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야코뷔스 헨리퀴스 판트호프(Jacobus Henricus van‘t Hoff)입니다. 판트호프는 용액의 삼투 현상으로 인해 생기는 삼투압의 크기가 용액의 종류, 농도, 온도와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판트호프 법칙을 제안하였습니다.


    달걀 내부에서는 반투과성 막(난막) 때문에 오직 물만이 달걀의 내부와 외부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한쪽은 순수한 물이고, 다른 한쪽은 달걀액입니다. 반투과성 막을 통해 외부의 물이 달걀 내부로 이동해도 달걀 안팎의 농도는 같아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물이 계속해서 달걀 내부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물이 달걀 내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빨대 속 달걀액의 높이가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물이 달걀 안으로 유입되면서 달걀 내부의 압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압력은 일종의 저항력으로 작용하여 달걀 안으로 더 많은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달걀액 쪽으로 이동하는 물의 양에는 상한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어느 순간에는 달걀 내부의 저항 압력과 달걀액 속으로 계속 이동하려는 물의 힘이 균형을 이루게 되는데, 바로 이때가 ‘삼투압에 도달한 상태입니다.


    반트호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용액의 종류, 농도, 온도는 삼투압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주요인입니다. 대체로 달걀액의 농도가 높을수록 삼투압도 커집니다. 즉, 더 많은 물이 달걀액 속으로 이동하게 만들려면 그만큼 더 큰 삼투압이 필요합니다.


    과학 칼럼: 과학이란 무엇일까?

    현대인들은 대체로 ‘과학과 ‘철학을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최초의 과학은 철학적 사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세계는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손에 들고 있는 이 물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사람들은 사고하기 시작하면서 각자의 생각과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서로 공유하며 토론하게 되었고, 그렇게 점점 다양한 관점들이 생겨났습니다.


    기원전 500년경 고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 레우키포스(Leukippos)는 물질의 구성에 대해 탐구하면서 ‘원자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제자 데모크리토스(Demokritos)가 기원전 440년경 원자론을 발표했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모든 물질은 계속 쪼개지다가 더는 나눌 수 없는 크기에 이르게 되는데, 이때의 미립자를 ‘원자(atom)라고 부릅니다. 즉, 원자론은 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자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은 ‘공허라고 생각하는 이론입니다.


    기원전 360년 플라톤(Plato)은 ‘원소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원소가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기초라고 여겼습니다.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는 이 원소 개념을 바탕으로 4원소설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사람과 세상 만물은 물, 불, 흙, 공기(또는 바람) 이 네 가지 원소가 서로 다른 조합과 비율로 결합하여 창조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가령 흙 원소에 물 원소가 더해지면 나무가 자라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4원소설은 곧바로 주된 이론으로 자리 잡았으며,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여러 분파가 생겨났습니다. 일각에서는 공기를 가장 중요한 원소라고 주장했고, 또 다른 이들은 물을 만물의 근원으로 생각했습니다. 이후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존의 4원소를 바탕으로, 지구 밖의 천체가 제5의 신성한 원소 ‘에테르(aither)로 이뤄져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일상에서 흔히 들어봤을 법한 중국의 오행설(목, 화, 토, 금, 수 이 다섯 가지 원소가 서로 보완 및 약화시키는 원리) 역시 5원소설과 유사한 이론입니다.


    원소론이 유행하자 당시 사람들은 원소를 적절하게 조합하면 ‘황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이때부터 연금술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물, 불, 흙, 공기를 조합해 황금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오늘날 사람들한테는 우스꽝스럽게 들릴 수 있으나, 당시의 이런 시도는 과학 발전의 중요한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연금술사들은 다양한 재료를 찾아다녔고, 여러 가지 용기를 만들어 재료를 가열하고 녹였습니다. 아울러 여러 가지 재료를 다양한 비율로 혼합하고 무게를 재는 등의 작업을 반복했으며, 그 결과를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비록 그들은 황금을 만들어 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것을 발견했고 이는 화학 실험의 시작으로 이어졌습니다. 따라서 철학자가 과학자의 조상이라면, 연금술사는 화학자의 시조인 셈입니다.


    물론 후세의 과학자들이 발표한 이론이나 해석이 과거의 철학자들이 제시했던 개념과 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기본적인 개념이나 정의는 비슷하기 때문에 과거에 쓰였던 수많은 용어가 현대 과학에서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661년 아일랜드의 과학자 로버트 보일(Robert Boyle)은 저서 『회의적 화학자(The Sceptical Chymist)』를 통해 수년간 4원소설을 반박했고, ‘원소라는 용어를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그가 정의한 원소는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물질이며,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이와 더불어 한 원소가 다른 원소로 전환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보일의 이런 주장은 과거의 학자들과 큰 차이점이 존재했습니다. 그는 이론만 제시한 것이 아니라 많은 실험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증명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화학이라는 학문의 기초를 세운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대 과학에서 정립된 원소의 정의는 19세기 초 영국의 과학자 존 돌턴(John dolton)의 원자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존 돌턴의 원자설에서는 물질의 특성을 나타내는 가장 작은 단위가 동일한 종류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을 때 이를 ‘원소라고 부릅니다. 돌턴의 원자설은 데모크리토스의 개념을 받아들여 물질을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최소 단위를 ‘원자라고 정의했습니다. 또한 돌턴은 화학 반응이 진행될 때 ‘미세 입자(원자)들의 상호 교환이 발생하면서 물질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돌턴의 이론은 후대 과학 발전에 무척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신은 어쩌면 이런 의문이 들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은 왜 직접 물질을 쪼개어 원자나 그보다 더 작은 입자를 찾으려고 하지 않았을까? 이는 그들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진 재료를 이용해 원자의 크기를 상상해 봅시다. 평범한 종이 한 장을 10조각, 100조각, 1000조각으로 자르다 보면 그 크기는 이미 우리의 머리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작아집니다. 원자의 크기는 대략 평범한 종이를 100만 조각으로 나누었을 때와 비슷합니다. 이 정도의 크기는 고배율 광학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습니다. 이러한 미시적 세계를 탐구하던 인류는 다양한 실험 결과를 통해 원자 구조를 추측하고 묘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모든 물질이 단순히 네 가지 원소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만큼 원소에 대해 훨씬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또한 로버트 보일보다도 더 명확하게 원소를 정의할 수 있고, 존 돌턴보다도 원자 내부의 구조를 더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이러한 용어들은 사실 수천 년에 걸쳐 쌓인 지식과 지혜의 결과물입니다. 그러니 다음에 누군가 ‘원소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그 간단한 용어 뒤에 숨어 있는 오래된 역사를 잊지 말고 기억해 주세요!



    연소를 통해 배우는 화학

    실험: 폐 액체의 화려한 변신, 알코올로 안전한 반고체 연료 만들기

    달걀 껍데기에는 탄산칼슘이 포함되어 있으며, 달걀과 식초가 반응하면 칼슘 아세테이트가 생성됩니다. 이 물질은 물에 녹아 칼슘 이온(Ca2+)과 아세테이트 이온(CH3COO-) 두 입자로 분리됩니다. 달걀 껍데기의 탄산칼슘과 식초의 아세트산이 모두 반응할 때까지 용액을 계속 저어주고 여기에 달걀 껍데기를 추가로 넣어주게 되면, 보다 순수한 칼슘 아세테이트 용액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칼슘 아세테이트 용액에 알코올을 넣으면 용액 안에 더 다양하고 복잡한 입자들이 생겨나 입자 간의 상호작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입자 간의 상호작용력은 물질의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입자 간의 상호작용력이 강하면 고체나 액체 상태가 될 수 있고, 입자 간의 상호작용력이 약하면 기체 상태로 변하게 됩니다. 위 실험에서는 칼슘 아세테이트와 알코올의 혼합으로 인해 젤과 같은 반고체 상태의 물질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이 젤 형태의 물질은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이를 오랫동안 방치하거나 칼슘 아세테이트 용액과 알코올을 혼합할 때 너무 과도하게 흔들면 다시 액체 상태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알코올은 가연성이 있어서 고온이나 작은 불꽃에도 바로 불이 붙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알코올을 사용할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가연성뿐 아니라 높은 휘발성 역시 알코올이 위험한 이유입니다.


    어떤 알코올 용액이 담긴 병 안에 알코올 증기가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만약 병이 엎질러져 병 속의 알코올 증기가 불씨에 닿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알코올 증기가 불에 타면서 발생하는 열은 남아 있는 액체 알코올을 기화시켜 더 많은 가연성 기체를 만들게 됩니다. 아울러 연소 공간이 확장되니 불길은 빠르게 퍼져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알코올 가스 폭발입니다.


    알코올의 휘발로 인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제조업체들은 알코올의 입자와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물질을 섞어 알코올의 물리적 상태를 바꿔줍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액체 알코올을 연고 상태, 젤 상태, 심지어 고체 상태의 알코올 블록으로 만듭니다. 이렇게 형태가 변화된 알코올 제품은 액체 알코올에 비해 더 안전하므로 연료로 사용됩니다.


    연소가 유지되려면 불에 탈 수 있는 물질(알코올)과 연소를 돕는 물질(산소)이 필요하며, 물질을 점화점(고온 또는 불꽃)에 도달시켜야 합니다. 만일 이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제거하게 되면, 연소를 중지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물로 불을 끄는 주된 원리는 온도를 낮추는 것입니다. 물을 불 위에 부으면, 열을 흡수한 물이 증발하면서 수증기가 생깁니다. 그 수증기가 공간에 퍼져 산소의 농도를 낮추게 되고, 그로 인해 불은 꺼지게 됩니다.


    연소를 일으키는 세 가지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제거하는 것이 바로 불을 끄는 핵심입니다!


    하지만 휘발유, 알코올과 같은 물질을 연료로 사용하여 불을 피우다 화재가 발생한 경우, 섣불리 물을 뿌리면 오히려 연료가 퍼져나가 불길이 더 거세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정에서 반고체 상태의 알코올로 연소 실험을 할 때는 젖은 수건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불씨가 작은 경우 젖은 수건을 그 위에 가볍게 덮어주면, 온도가 낮아지고 산소가 차단되어 불이 꺼지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알코올의 연소 원리에 따라 연료 즉, 알코올을 다시 추가하려면 이전의 불씨가 완전히 꺼질 때까지 젖은 수건으로 몇 초간 덮어두어야 합니다. 안전을 위해서 불이 완전히 꺼진 것을 확인한 뒤에 알코올을 추가해 주세요.


    과학 칼럼: 라부아지에의 연소 이론, 화학에 불을 지피다

    4원소설은 17세기에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로버트 보일(Robert Boyle)이 저서 『회의적 화학자(The Sceptical Chymist)』에서 4원소설을 반박했고, 그 뒤로 수많은 이들이 만질 수는 없지만 볼 수 있는 ‘불을 다른 관점에서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물질이 왜 타는지, 불이 과연 원소인지, 연소 현상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발생하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독일의 과학자 요한 요아임 베허(Johann Joachim Becher)의 ‘플로지스톤설(phlogiston theory)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베허는 보일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화학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자신의 가설을 검증했습니다. 그 결과 1669년 베허는 연소 현상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가연성 물질 안에 ‘플로지스톤(phlogiston)이라고 불리는 성분이 있는데 물질이 탈 때 이 성분이 방출되고, 물질이 타고 남은 것은 플로지스톤이 제거된 순수한 물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이론을 역으로 생각하면 물질이 타고 난 후 남은 재와 플로지스톤이 결합하면 원래의 물질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 이론은 당시 알려진 수많은 화학 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해 냈기에 매우 빠르게 주류 학설로 자리 잡았습니다.


    18세기 프랑스 과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Antoine-Laurent de Lavoisier)는 특정 조건에서 연소 실험을 진행했는데, 최종 결과가 플로지스톤설과 모순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물질이 불에 타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더 많은 실험을 진행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사실 라부아지에의 본업은 과학 연구가 아니라 세무관이었습니다. 그는 퇴근 후 취미로 과학 실험을 했을 뿐 아니라 개인 연구실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라부아지에는 역사상 가장 전문적인 아마추어 과학자였습니다.


    라부아지에는 공기 중에서 직접 물질을 태우는 고전적인 방법 대신, 금속을 구부러진 병에 넣고 이를 밀봉한 후 연소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그 결과 연소 전후로 용기 전체의 총 무게가 변하지 않았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질량 보존의 법칙을 최초로 발표했습니다. 이 법칙은 화학 반응이 발생하기 전후로 반응에 참여하는 물질들의 총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원리입니다.


    그는 연소가 끝난 후 금속을 병에서 꺼내어 무게를 재고 원래의 금속 무게와도 비교를 해봤는데, 연소된 금속의 무게가 더 무거웠습니다. 이 발견은 플로지스톤설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만약 물질이 연소할 때 플로지스톤을 잃는다면, 왜 금속의 무게가 줄지 않고 늘어난 것일까? 밀폐된 병의 무게는 연소 전후가 같은데 금속의 늘어난 무게는 어디서 온 것일까? 라부아지에는 공기 중의 어떤 성분이 금속과 결합하여 연소 후 금속의 무게가 증가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그는 물질이 연소하면서 플로지스톤을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물질과 결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공기가 한 가지 이상의 기체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라부아지에는 연소에 참여하는 기체의 성분을 ‘산소(oxygen)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는 물질의 연소 과정을 물질과 산소의 결합 반응으로 보았으며, 플로지스톤설을 뒤집는 새로운 연소 이론 ‘산화설을 발표했습니다.


    1789년 라부아지에는 『화학 원론(Traité élémentaire de chimie)』이라는 저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책은 역사상 최초의 화학 교과서로 출판되자마자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이 책에서는 원소의 정의를 새롭게 정립하고 33가지 원소를 체계적으로 정리했습니다. 비록 나중에 일부 물질은 원소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 책의 중요성과 영향력은 여전히 크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라부아지에의 저서와 그의 연구 성과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그의 아내이자 최고의 연구 파트너였던 마리 앤 피에레트 폴즈(Marie-Anne Pierrette Paulze)의 공이 컸습니다. 그녀는 라부아지에와 함께 실험을 진행했을 뿐 아니라 남편의 연구 결과를 번역하여 해외에 알리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라부아지에는 각국의 여러 학파의 사람들과 연구 성과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물질에 대한 일관된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체계가 없던 연금술 시대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로 인해 여러 사람과 연구 내용을 토론할 때 많은 혼란과 어려움이 발생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화학 명명법을 발표하고, 과학계에 통일된 명명 체계 도입을 촉구했습니다. 이후 물질들의 명칭이 표준화되어 과학자들 간의 의사소통 및 지식 교류가 더욱 편리해졌습니다.


    그러다 1794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고 라부아지에는 세무관 신분으로 체포되어 같은 해 5월 단두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수학자 조제프 라그랑주(Joseph Lagrange)는 이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를 죽이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다시 100년이 지나도 그와 같은 탁월한 인물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비록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지만, 라부아지에는 화학을 통해 연금술 시대를 마감한 위대한 업적을 남겨 후세에 ‘근대 화학의 아버지로 불리게 됩니다.


    오늘날 연소는 격렬한 산화 환원 반응, 즉 물질이 산화제(예를 들어 산소)와 결합하여 빛과 열을 동반하는 화학 반응으로 정의됩니다. 불꽃은 눈에 보이는 현상일 뿐 물질이나 원소가 아닙니다. 또한 연소를 유지하거나 멈추게 하는 것은 연소의 세 가지 필수 요소(연료, 산화제, 발화점)에 의해 이뤄집니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플로지스톤설이 다소 유치하고 우스꽝스럽게 들리겠지만, 현재 우리가 믿고 있는 이론들도 수백 년 후 새로운 발견으로 뒤집힐 수 있으며, 후세가 어떻게 평가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식탐 때문이 아니라 실험에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실험: 베이킹소다가 설탕과 만나면 1: 달고나 만들기

    탄산칼슘과 탄산수소 나트륨(베이킹소다) 모두 산과 만나면 이산화탄소가 생성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물질 모두 열이 가해져 물질이 분해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베이킹소다는 50~60℃의 온도로 가열하면 분해되어 이산화탄소를 방출합니다. 반면 탄산칼슘은 800℃ 이상의 고온에서만 분해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탄산칼슘이 분해되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현상을 관찰하기가 어렵습니다. 돌이 가열되어 분해되는 현상을 일반적으로는 보기 힘든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탄산칼슘을 고온에서 가열하여 분해하는 과정은 산업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공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생성물 중 하나가 바로 산화칼슘, 즉 석회입니다. 석회는 건축용 내화 재료와 건조제로 사용되며, 칼슘카바이드(탄화칼슘)를 만드는 데도 쓰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석회는 아세틸렌 생산에도 쓰이는데, 아세틸렌은 유기 화학 실험에서 다양한 화합물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핵심 원료입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조개껍데기나 달걀 껍데기, 돌멩이를 하찮게 보지 맙시다!


    달고나 실험은 베이킹소다가 열에 의해 기체를 생성하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설탕 시럽에 베이킹소다를 넣고 저으면, 시럽의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면서 베이킹소다가 분해됩니다. 이 과정에서 캐러멜화된 설탕 시럽이 거품을 일으키며 부풀어 오릅니다. 부풀어 오른 설탕 시럽은 더 많은 공기와 접촉하게 되면서 빠르게 식어 다시 고체 상태인 설탕 덩어리로 굳어집니다. 달고나는 간단하고 값싼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옛날 간식으로, 만드는 사람의 경험과 기술에 따라 부풀어 오르는 정도나 식감을 달리 만들 수 있습니다.


    베이킹소다는 열을 가했을 때 불연성 기체(불이 붙지 않는 기체_역주)를 생성하는 물질 중 하나로, 이런 특성 때문에 소화기 충전물로도 사용됩니다. 하지만 베이킹소다가 충전된 소화기는 일부 화재에만 효과적인 것이지 모든 화재에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소화기마다 용도가 다르고, 그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충전물이 사용됩니다. 다시 말해 건식 소화기라고 해서 모두 베이킹소다로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모든 화재가 이산화탄소로 진압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현장 상황에 맞는 적절한 소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원형 차 거름망을 회전하기 쉬운 곳에 매달고, 설탕 시럽이 너무 많이 새지 않도록 거름망 바닥 부분을 알루미늄 포일로 감싸주세요. 단, 설탕 시럽이 빠져나갈 구멍도 필요하므로 옆면은 포일로 감싸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준비가 끝나면 이 장치를 큰 냄비 위에 배치해 주세요. 거름망이 회전할 때 설탕 시럽이 냄비 내부 주변으로 튀어나오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시럽의 온도가 떨어지며 가느다란 설탕실이 만들어집니다.


    얼음 설탕과 물을 3:1 무게 비율로 섞은 후 약한 불에서 가열해 주세요. 설탕 시럽이 끓으면 시럽의 농도가 더 진해질 때까지 계속 가열해 주세요. 그러다 설탕 시럽의 색이 연한 황색으로 변하고, 젓가락에 시럽을 묻혔을 때 가느다란 실이 뽑힐 정도가 되면 설탕 시럽 준비가 끝납니다. 설탕 시럽을 만드는 동안에는 시럽을 저어줄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이어서 설탕 시럽을 조금씩 여러 번에 걸쳐 차 거름망 중앙에 부어주세요. 그리고 설탕 시럽이 액체 상태일 때 거름망 구멍을 통해 냄비 안쪽 주변으로 튕겨 나가도록 거름망을 빠르게 회전시켜 주세요. 이때 설탕 시럽이 식으면서 설탕실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설탕실을 모아 커다란 뭉치를 만들면 솜사탕이 완성됩니다.


    (※주의: 차 거름망을 회전시키는 과정에서 설탕 시럽이 새거나 혹은 냄비 안에서 굳을 수도 있으니, 처음부터 설탕 시럽을 넉넉히 만들어 두세요.)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