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는 고양이 종말에 반대합니다
 
지은이 : 김보영, 이은희, 이서영 (지은이)
출판사 : 지상의책(갈매나무)
출판일 : 2024년 01월




  • 한국을 대표하는 SF 작가 김보영,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은희, 작가이자 사회활동가인 이서영이 한자리에 모여, 인간을 넘어 ‘비인간’이라 칭해지는 다양한 존재와 공존하는 삶을 모색합니다.


    SF는 고양이 종말에 반대합니다



    명징한 이분법을 좋아하는 너에게 - 다양성 공존을 묻는 위험한 질문

    세상이 이렇게 넓은데, 생물의 성별은 두 개뿐? - 옥타비아 버틀러의 〈블러드차일드〉와 성별이분법의 허상

    《블러드차일드》, 옥타비아 버틀러(Octavia E. Butler) 1984

    이 단편은 인간보다 강한 외계인이 지구를 정복한 세계의 이야기예요. 그 외계인은 곤충처럼 생겼고, 인간의 몸에 알을 낳아 번식하는 대신 인간을 돌봐 주지요. 외계인과 인간은 공생관계이자, 지배하고 지배받는 관계예요. 주인공 소년은 인간의 몸을 찢고 유충을 꺼내는 끔찍한 출산현장을 목격하고, 누나 대신 자신이 출산하겠다고 말해요. 외계인은 주인공을 평생 사랑해 주겠다고 약속하지요.


    사회적으로 여성 신체가 가지는 핵심 요소를 임신으로 보는 경향성이 있잖아. 여성이 임신할 때 요구되는 정서적인 부분을 남성이 재현하잖아. 외계인에 의해 임신할 것이 예정된 그 남자는 두려워하기도 하고, 불안해하기도 하고, 억울해하기도 하지만, 자기를 임신시킬 외계인에게 애정을 느끼고, 기대고 싶어 하기도 하고 말이야. 말하자면, 로맨스에서 여성이 보이는 모든 태도를 그 남자가 느낀다는 점이 흥미로웠어.


    아, 임신이 남성이 체험할 수 없다고 보는 여성 속성의 극단적인 예라는 거지?


    응, MTF(Male to Female) 그러니까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 여성을 배척하는 사회적인 이유 중 하나로 임신을 못 한다는 점을 들기도 하니까.


    내가 이 소설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사랑과 폭력이 공존하는 공생관계였어. 인간이 결국 폭력적인 외계인을 어쨌든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 말이지. 옥타비아 버틀러의 다른 소설인 《킨》에서도 주인공은 자신에게 몹시 폭력적인 백인과 같이 살아가. 《와일드 시드》에서도 폭력적인 초월생명체 와 살아가고. 적대적인 존재와 공존하는 이야기가 놀라웠는데, 그게 아마 미국 사회에서 흑인이, 그것도 가난한 흑인 여성이 생존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었어. 백인에게 수탈당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없앨 수도 없고, 밉지만 증오할 수는 없고, 용서는 못 해도 사랑할 수는 있고, 그저 사회구성원으로서 같이 살아가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 말이야.


    실제로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잖아. 국가가 국민에게 폭력을 행하고, 국민끼리도 서로 미워하고, 폭력을 쓰고, 저 동성애 반대 시위하는 단체들만 봐도 그렇잖아. 하지만 서로 이해할 수 없어도, 용납할 수 없어도, 때로는 가치관에 반해도, 그래도 공존을 택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사회라고 생각해. 우리는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만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라 미워하고 적대하는 사람들끼리도 공존하는 것이 사회라는 거지.


    맞아, 더해서 나는 성별이분법에 불편감을 발생시키는 이질성이 좋았어. 오메가버스처럼 말야.


    오메가버스

    비엘 로맨스 세계관 중 인기 있는 장르예요. 이 세계에서는 남자가 임신할 수 있어요. 알파로 태어난 남자는 오메가로 태어난 남자를 임신시킬 수 있어요. 알파와 오메가는 동물처럼 발정기가 있어서 오메가가 암컷 고양이처럼 발정하면 알파가 그 냄새를 맡고 관계를 맺어요. 오메가는 급이 낮은 남자라서 여자와 짝을 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여자에 비해서도 급이 떨어져요. 오메가가 임신해서 낳은 애는 제대로 된 애라고 여겨지지 않기도 하고.


    그것도 흥미롭구나. 그러니까, 오메가는 남자가 여자 역할을 하는 셈인데, 여자 역할을 한다는 이유로 그 남자의 지위가 여자보다도 낮아진다는 건가?


    네, 모순적이죠?


    이상하네? 여자 역할을 해도 남자면 남자와 여자 중간 지위여야 하는 거 아닌가?


    음, 현실에서도 아무래도 성소수자의 지위가 보통 남자나 여자의 지위보다 낮으니까. 그리고 비엘은 아무래도 여자의 판타지니까, 《블러드차일드》에서처럼, 남자가 임신을 수행하는 것으로 유약해지고, 복잡한 처지에 놓이고, 배우자나 집안에 종속되는 모습을 보며 즐기는 것 아닐까.


    혹시 그 오메가는 간성이 아닐까?


    인간에게도 남자도 여자도 아닌 성이 존재하나요?

    간성(間性) 혹은 인터섹스(intersex)

    성기, 생식기, 성호르몬, 염색체, 성징 등에서 전형적인 남성이나 여성으로 구분되는 신체 정의에 맞지 않는 사람을 말해. 비율은 조사에 따라 다르지만, 유엔에서는 0.05~1.7퍼센트의 사람들이 간성으로 태어난다고 해.


    간성은 현실에서도 2,000명에 한 명에서 300명 중에 다섯 명 정도로 태어나니까, 만약 그 숫자가 늘어나서 인구 중 3분의 1 정도 확률로 태어난다면, 단결 씨가 말하는 그 세계가 될 수도 있겠네.


    그럼, 간성도 임신할 수 있나요?


    여성이 임신할 수 있는 건 자궁이 있어서야. 물론 난소도 필요하겠지만, 요즘에는 난자를 기증받아 시험관 아기 시술도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간성이라도 멀쩡한 자궁이 있다면 임신할 수 있지. 스와이어 증후군처럼 말야.


    스와이어 증후군(Swyer syndrome)

    염색체상으로는 남성 XY 이지만, 태아 초기 발달 과정의 이상으로 인해, 고환이 만들어지지 못하거나 퇴화되어 여성형 생식기를 가지고 태어나는 증상이야. 초기 태아는 장차 남성 생식기가 될 뮐러관과 여성 생식기가 될 울프관을 모두 가지는데, 고환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의 자극이 없으면 뮐러관이 퇴화되고 울프관이 자라서 염색체 형과는 상관없이 여성 생식기를 가지고 태어나게 돼.

    스와이어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염색체는 XY지만, 여성형 외부 생식기, 자궁, 질, 나팔관을 갖고 태어나. 난소는 없어서 난자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난자를 기증받아서 시험관 시술로 임신하거나 출산할 수 있지. 실제 사례도 있어.


    정말 남자도 임신할 수 있었군요!


    그렇구나. 그러면, 미래에 어느 정도 인류의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오메가 세계가 될 수도 있겠네!


    만약 간성이 존재한다면, 주변에서 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건 말이지. 첫째, 본인이 간성인지 모를 수 있어. 예를 들어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은 염색체는 XY지만 겉모습은 완벽한 여성이거든. 이런 사람들은 염색체 검사를 받기 전에는 본인이 간성인지 모르고, 남들도 알 방법이 없어.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Androgen Insensitivity Syndrome; AIS)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은 염색체상으로는 XY인 남성이고, 고환에서 남성 호르몬도 나오는데, 이 남성 호르몬에 반응하는 수용체가 없어. 여성도 수치는 낮지만 남성 호르몬이 나오고 몸에 영향도 미치거든. 하지만 이 사람들은 남성 호르몬이 전혀 작동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전형적인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지.


    염색체가 XY인데, 그러니까 남자인데 여자보다 더 완벽한 여자의 몸을 하고 있다는 거군요. 우와. 지금까지 알아 온 상식이 다 무너지는 기분이네요······· 학교에서는 XX는 여자고 XY는 남자라고만 배웠는데.


    애초에 생물학적으로도 사람은 남자와 여자로 딱 갈리지 않아. 인간의 호르몬 체계는 그렇게 단단하지 않아. 애초에 생물이 기계도 아닌데, 그런 명확한 구분이 가능하겠니? 흔히 젖은 여자 몸에서만 나온다고 알고 있지만, 해부학적으로는 남자도 젖이 나올 수 있어.



    영화 같은 세계에서 살게 된다면? - 본 적 없는 세계를 상상하는 유쾌한 질문

    가상세계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까?- 어니스트 클라인의 《레디 플레이어 원》과 가상현실 속 우리의 삶

    《달빛 조각사》5, 남희성, 2007~2019

    주인은 게임 캐릭터를 판 돈으로 사채업자에게 진 빚을 갚게 된 후로는 작정하고 준비를 단단히 해서 가상현실 게임에 들어가요. 이때 초반에 열심히 능력치를 올리면서 숨겨진 직업인 조각사가 되지요. 한국 장르 시장의 주류를 게임 판타지, 혹은 가상현실 판타지로 바꾼 작품으로 평가받아요.


    가상현실은 이제 보편적인 상상이지요. 어느 정도의 증강현실은 이미 구현되어 있고.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가상현실일 수도 있다는 형태로 발전하는 상상은 SF에서는 꽤 고전적이에요. 필립 K. 딕의 《유빅》만 해도 1969년작이었으니까요. 가장 대중화시킨 영화는 아무래도 매트릭스 지만요. 참, 저는 임성순 작가의 《우로보로스》도 추천해요. 가상현실의 상상을 끝까지 밀고 간 소설이지요.


    나는 저 애플의 유명한 광고도 떠올라. 젊은 리들리 스콧이 만든 광고였지. 1984를 떠올리게 하는 빅 브라더의 스크린에 한 여자가 망치를 던지는 영상이야. 그러면서 “당신은 1984년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 나와. 생각해 보면 가상현실의 세계가 열리면 국가적 빅 브라더의 디스토피아는 확실히 상당 부분 힘을 잃는 거 같아 디지털 세계 속속들이 손이 닿기 어려우니까.


    그리고 애플은 스마트폰을 만들어 세상 사람들의 뇌를 파괴했고 우리를 모두 스마트폰 중독에 빠트렸고, 세상을 다른 의미로 감시사회로 만들어 버렸어…….


    《1984》,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49

    기술에 의한 감시와 통제사회를 예견한 소설이지요. 조지 오웰이 2차 세계대전 당시에 퍼져 나가는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과 경고로 썼고요. 이 소설의 전체주의 독재자인 빅 브라더는 지금은 감시 권력을 뜻하는 대명사예요. 이 소설에서 예견한 감시 기술 대부분이 지금 현실화되었다고 하지요.


    《리틀 브라더》, 코리 닥터로우(Cory Doctorow) 2008 위비키

    《1984》 같은 빅 브라더는 아니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마이크로 감시세계가 된 미국을 묘사해요. 테러를 빌미로 국가가 국민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면서 주인공 마커스와 친구들을 테러 용의자로 체포하는데, 마커스는 친구들과 함께 그 통제를 해킹으로 뚫고 나가지요. 어떻게 보면 리틀 브라더를 리틀 브라더 방식으로 헤쳐나가는 이야기일까요. 한국에서도 테러방지법이 발의되면서 화제가 된 작품이에요. 테러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회를 만들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테러를 잡는 효과 이상으로 모든 국민에 대한 인권유린이 된다는 문제를 비판하고 있어요.


    사실 인터넷은 따지고 보면 기계 하인 같은 존재잖아요. 요리법도 찾아 주고 사전도 찾아 주고 길도 찾아 주고. 내가 원하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제공해 주지요. 그런데 그 서비스를 받으려면 내 정보가 만천하에 알려질 위험을 감수해야 해요. 네트워크가 나를 감시하도록 허용해야 하지요. 현대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그 모순에 직면해 있다고 봐요.


    그리고 이미 그 편의를 받기 시작한 시점에서는 정보 제공을 멈출 수가 없게 되는구나.


    가상현실은 교육에 도움이 될까요?


    온라인 비대면 교육을 하는 손자를 보니까, 처음에는 온라인 강의가 익숙지 않아서 짜증을 내더니, 막상 등교해서 학교 선생님들 강의를 듣더니 EBS가 낫다고 투덜대더라고. 최고의 강사에게 수업을 듣다가 눈높이가 높아져 버린거야.


    그야 EBS 선생님이 더 강의를 잘할 테니까요.


    그렇지. 나는 그걸 보면서, 어쩌면 지식은 정말 잘 가르치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가르치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워 주거나, 관리하거나, 다른 면의 교육을 하는 방향으로 가면 어떨까, 싶더라고, 그러면 오히려 지식이라는 면에서는 평준화될 수 있을 것 같아. 당연히 친구를 사귀거나 사회를 배우는 것은 온라인이 가르쳐 줄 수 없는 것이고.


    온라인은 그 이상의 문제가 있다고 해요. 결국 납작한 평면의 시청각만 있는 정보라서……, 촉각과 후각을 포함한 오감을 다 쓰지 않고, 운동과 움직임을 포한하지 않은 경험은 전달력이 극히 떨어진다고 해요. 집중하려면 피로도도 훨씬 높아지고요.


    맞아. 온라인으로 교육을 전부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지.

    교육과정을 전부 뜯어고치지 않은 채로 온라인으로 바로 넘어갈 수는 없어. 우리 손주들도 모든 자료가 디지털로 주어지니까, 뭘 열심히 찾아봐야 겠다든가, 지금 이 내용을 꼭 들어야 한다든가 하는 생각이 없어지더라고. 어차피 자료는 다 있고, 나중에 다시 돌려 보면 되니까 굳이 시간 맞춰 찾아보려고 하지 않더라고.


    그런데, 만약 학자 선생님이 말씀하신 방향으로 교육이 변화한다면, 오히려 선생님들이 좀 더 본질적인 선생님의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금 한국사회는 지식 전달에 너무 매달려서, 정말 중요한 교육은 못 하고 있잖아요. 저는 정말 중요한 교육은 시민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가상현실에서의 범죄는 어떻게 일어날까요?

    2016년에 VR 기기로 메타버스 세계인 호라이즌 월드를 테스트하던 연구원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사건이 있지. 아바타였지만 현실의 추행과 같게 느꼈다고.


    그때 판결이 어떻게 났나요?


    논쟁이 있었지. 가상현실이라도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성추행으로 느낄 수 있다는 사람도 있고, 가상현실은 가상일 뿐, 이를 성추행이라고 할 수 없다는 사람도 있었어. 가장 큰 반론은, 그럼 가상현실에서 서로 죽이는 것은 살인이냐는 것이었지.


    하지만 가상현실에서 살해당해도 기분이 나빠요! 살인은 아니라도 폭력일 수는 있잖아요. 온라인상의 성폭력도 강간은 아니어도 추행과 희롱에 해당하지 않겠어요?


    음, 수준의 차이는 있어도 범죄이기는 하다는 거죠?

    실제로 2022년에 가상현실에서 아바타를 이용한 성행위를 처벌하는 법안도 발의되었지.


    가상현실에서의 성폭력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성폭력 범죄와 형사법적 규제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에 따르면, 가상현실에서성범죄 피해를 겪을 때 신경에 미치는 영향이나 트라우마, 모든 면에서 가상과 현실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해. 어떤 실험에서는 성별을 바꾸어서, 남자가 여자 아바타의 몸으로 성추행을 당하는 실험을 해 보았는데, 마치 여자로서 추행당하는 것 같은 수치심을 느꼈다고 하지. 하지만 아직 그 문제를 다루는 법안이 위원회를 통과하지는 못했어. 가장 큰 반대는, 아바타에 대해서 한 일을 현실에서 처벌하면 너무 사람을 억압하게 된다는 거야. 극단적으로 가면, 가상공간에서 사람을 죽이면 실제로 살인죄로 처벌받아도 되냐는 거지. 물론 성적 불쾌감은 결이 다른 문제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모르는 사람과 한 자리에서 대화 나누기 쉽지 않은데, 온라인 게임에서는 모르는 사람들과 사적인 이야기도 다 하고 정보도 다 공개하면서 오래 사귄 친구처럼 놀잖아요. 역시 가상세계가 현실처럼 위험하지는 않아서가 아닐까 해요.


    응. 가상현실은 아무래도 가상현실이니까.


    저는 가상현실이 점점 더 실제와 가까워지면서, 피해자는 피해로 느끼지만 막을 법은 늦어지는 상황이 이어질 것 같아요. 그 사이에 그곳이 법의 구멍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나쁜 사람들이 재빨리 범죄를 모색할 거고, 그러다 그런 범죄가 너무 만연하거나 대형 사고가 터진 뒤에야 법이 생겨날 것 같아요. 디지털 성범죄처럼······.


    오히려 진짜가 아니라면서 더 쉽게 범죄를 시도하는 사람도 많지. 지금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쉽게 게임 안에서 성희롱하거나, 여자인 척 속여 유혹하며 사기를 치기도 하지. 그래도 가상현실이니까, 막을 방법도 현실과 다른 형태로다.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실제로 저 호라이즌 월드의 경우 원래는 개인 경계 기능이 있었다고 해. 아는 사람이 아니면 120미터 이내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기능이야.


    오, 가상현실이니까 가능한 차단 방법이네요.


    네, 이건 게임 제작자나 메타버스 개발자들이 세심하게 배려하면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지요. 오히려 이런 장치는 현실보다 훨씬 쉽게 만들 수 있잖아요. 그 사람들이 좀 더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면 좋을 텐데.


    가상현실이 현실과 똑같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사실 우리가 격투 게임을 즐겁게 하는 이유는, 실제로는 아프지 않기 때문이잖아. 실제로 아프면 격투 게임이 즐거울까?


    아프면 그냥 실제 격투가 아닐까요....?


    나는 아파도 괜찮을 것 같은데. 결국 다치지 않잖아. 그러면 그냥 현실감이지. 실제보다는 덜 아플테고.


    아, 그러네요. 원래 무술 대결은 지루한 훈련과 노력을 해야 겨우 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과정 없이 무술 대결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격투 게임을 즐기는 묘미가 그런 거니까.


    너무 안 아프면 맞아도 피하지 않을 테니 적당히 아파야 훈련 효과가 있겠다.


    우와, 만약 훈련도 없이 격투 게임에서처럼 날아다니고, 기술을 쓸 수 있다면······ 그걸 체험할 수 있다면 그것도 굉장하겠어요.


    반대로, 가상현실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끔찍한 고문을 하는 소설도 읽은 적이 있어요. 리처드 K. 모건 Richard K. Morgan 의 《얼터드 카본》이라는 소설에서는 죽지도 않고 상처도 남지 않으니 피의자를 끝없이 고문하는 이야기가 나와요.


    만약 감각을 가상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다면, 그걸 조정게임 할 수도 있다는 뜻이고, 그러면 마약 수준의 쾌락과 고문 수준의 고통도 가능한 세상이 될 텐데. 그걸 이용하는 사람도 나올 것 같아.


    하지만 만약 마약 수준의 쾌락을 가상현실로 구현할 수 있다면 마약 중독 재활에 도움이 되거나, 마약을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어쩌면 중독이나 부작용 없이 심각한 고통을 겪는 중증 환자들의 고통을 경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오, 통각을 정말 가상으로 제어할 수 있다면 그것도 가능하겠어요! 역시, 가상현실이 디스토피아가 되느냐, 유토피아가 되느냐는 어떻게 그 기술을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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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