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없는 수학책
 
지은이 : 강미선, 정유숙 (지은이)
출판사 : 서사원
출판일 : 2024년 06월




  • 이 책은 수학을 사랑하는 두 저자가 대한민국 최초로 수학책 전문 서점을 열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수학의 묘미를 어른들에게 알리고, 아이들의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저자들은 수학교육의 대중화를 목표로, 연령별, 수준별로 엄선한 수학책을 소개합니다.


    문제 없는 수학책


    수학과 친해지기(미취학 아동~초등) - 이과형 아이로 키우는 평범하지만 아주 특별한 비밀

    미취학 아동. 수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 단계- 아이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수 개념] 첫 만남은 아름답게

    ‘One 일과 ‘Zero 영 두 책은 표지부터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하얀 표지에 붓으로 쓱 그려 넣은 One, 그리고 알파벳 ‘O의 빈 곳을 채운 파란 수채화 물감. 반면에 텅 빈 우주를 연상케 하는 까만 표지에 멋스럽게 휘갈겨 쓴 숫자 ‘0. 두 표지의 확연한 대비가 꽤 흥미롭다. 특히 ‘One 일은 E. B. 화이트 그림책 상 등 미국에서 15개 상을 받을 만큼 큰 주목을 받았는데, 저자의 독특한 이력에도 눈길이 간다. 저자는 ‘스타워즈 시리즈, ‘몬스터 하우스 등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아트디렉터로서 영상물 작업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시각화나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과연 숫자 1과 0만으로 책 한 권이 될까 싶었는데,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도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감동적이다.


    이 책의 도입부에는 숫자가 아닌 다양한 ‘색깔이 등장한다. 주황, 노랑, 자주, 초록, 파랑이 ‘빨강의 힘에 눌려 있는데, 심지어 ‘파랑은 빨강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한다. 어느 날 나타난 ‘1이 당당하게 빨강에 맞서자, 그에 용기를 얻은 다른 색깔들도 함께 맞서면서 숫자로 바뀐다. 아이들은 파랑을 한결같이 응원한다. 마침내 파랑과 빨강이 친구들을 따라 숫자로 바뀌자 “와, 다행이다”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숫자들의 변신에 아이들 마음이 움직인다.


    ‘Zero 영은 다른 숫자가 되고 싶던 ‘0이 모양을 바꾸지 않고 다른 숫자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찾아내는 이야기다. 0의 행동이 요즘 말로 웃프다. 0은 1처럼 돼보려고 밀고, 당기고, 쭉 늘여도 보고, 납작 엎드려 보지만 소용없다. ‘8처럼 몸을 꼬아도 보고, ‘9처럼 꼬리를 만들어보려고 애쓴다. 이런 0의 행동에 아이들은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결국 0은 남을 따라 하는 걸 포기하는데, 이때 아이들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안 돼, 포기하지 마!” 드디어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0의 진가가 드러난다. 100, 1000, 10000... 숫자 뒤에 0이 붙으며 계속 큰 수를 만들어가면, 0이 점점 커지다가 마침내 굵고 진한 0이 된다. “와!” 아이들에게 0이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이다.


    [퍼즐] 숨어 있는 숫자를 찾다 보면 생기는 능력

    “수학 그림책을 어떻게 읽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선생님이 읽어주실 땐 알겠다가도 집에 가서 읽어주려면 잘 안 돼요”라고 하소연하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데카르트 수학 학교에서 ‘수학 그림책 읽는 법이라는 강의를 열었다. 그림책 한 권을 읽어주려고 한 시간을 수업한다면 믿어지지 않겠지만, 수학 그림책은 생각보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1부터 100까지 숫자책은 수 세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의를 준비하면서 숫자에 대한 시각적 인지 능력을 높이는 책이라는 걸 재발견했다. 제목을 보면 1부터 100까지 나올 것 같은데, ‘동물을 세다 보면 숫자가 쏙쏙처럼 숫자가 빠짐없이 들어간 책은 아니다. 게다가 ‘동물을 세다 보면 숫자가 쏙쏙은 그림이 복잡하게 꽉 차 있어서 어른들은 “아이고” 하고 책을 덮고 만다. 아이들은 그 매력에 빠져들지만.


    책방 단골손님 중 유독 ‘1부터 100까지 숫자책을 좋아하는 6살 아이가 있다. 들어오자마자 이 책부터 집어 들고 소파로 간다. 이 책을 한 번 읽어야 다른 책을 본다. 글자도 별로 없는 책을 어찌나 열심히 보는지. 책방에 온 첫날, 책을 산 이후로 매일 들여다본다는데, 책방에 와서도 굳이 같은 책을 또 보니 엄마로선 이해가 안 갈 법하다. 겨우 숫자 책인데? 이미 숫자도 다 알고 있는데?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아이는 매번 보고 또 보는 걸까?


    우리는 그렇게 숫자에 흠뻑 빠진 아이를 보고, “와, 얘는 머리가 좋은 것 같아요. 수학 머리가 있나 봐요”라고 말하곤 한다. 뇌를 들여다볼 수도 없으니 추측일 뿐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은 관찰력과 기억력이 좋다는 점이다. ‘관찰을 잘하려면 먼저 잘 봐야 한다. 이때 눈으로 보고 필요한 정보와 필요 없는 정보를 구분하는 능력이 ‘시지각력이다. 시지각력은 처음부터 완성된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키워지는 능력이다.


    그럼 시지각력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 훈련해야 할까? 사고력 수학 학원에 보내듯이 학원에 가서 해야 하나? 아니다. 이런 능력을 훈련시키기 위한 워크북이 바로 ‘1부터 100까지 숫자책이다. 아이와 소파에 앉거나 침대에 엎드려 생쥐를 찾고, 모자 쓴 범인을 찾고, 넥타이 개수를 센다. 짝이 될 수 있는 것을 찾고, 나뭇가지로 만든 숫자도 찾는다. 아까 셌던 것을 또 세고, 잘못 세면 처음부터 다시 세면서 수와 양을 일치시킨다. 이 책의 매력은 볼 때마다 새로운 걸 찾아낼 수 있다는 데 있다.


    초등 저학년. 다양한 경험으로 수학의 문을 여는 단계- 경험이 많으면 수학이 쉽다

    [논리] 아이를 한 뼘 더 성장시키는 논리의 힘

    ‘할까 말까?는 결정이 너무 힘든 소년, ‘할까말까에 관한 이야기다. 고민이 가득한 얼굴로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듯 우릴 바라보는 꼬마가 바로 할까말까다. 책의 제목이자 주인공이자 내용 그 자체인 할까말까. 할까말까는 아이들에게 묻는다.


    “너는 이렇게 고민한 적 없어? 친구랑 놀까? 숙제할까? 이런 고민 말이야.”

    “엄청 많아요!”


    ‘할까 말까?는 ‘경우의 수라는 수학의 개념을 알려주기 위해 만든 책이다. 일상생활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모두 몇 가지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할 일이 늘어나고 복잡해지므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한 번에 할 일인지 여러 번에 나누어서 할 일인지 판단하는 것도 결국 논리의 힘이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경우의 수와 같은 논리 영역은 지속적인 노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에서는 ‘경우의 수를 정식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니 ‘할까 말까?와 같은 그림책을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이 책은 이야기의 힘을 잘 살렸다. 제목과 주인공의 일치, 극단적인 사건의 배치, 그로 인해 생긴 문제해결의 절실함. 이런 것이 모여서 아이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수학 그림책은 수학 지식을 노골적으로 가르쳐주려는 경우가 많아서 아이들이 질색한다. 이 책은 이야기의 구조가 잘 짜여 있어 아이들이 이야기에 몰입하기 쉽다. 먼저 이야기 속에 아이들을 몰아넣고 “너라면 어떻게 할래?” 질문하며 할까말까의 고민에 같이 동참할 시간을 준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며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 줄거리만 따라가며 읽지 말고, 주인공 할까말까가 몇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지 아이가 직접 따져보게 하자.


    할까말까가 똑부리 할아버지를 만나러 갈 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비법을 전수받고 돌아올 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비교해 차이점을 이야기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좋은 방법이다. 이 책을 다 읽고, “얘들아, 수학 그림책도 재밌지?”라고 물어보면 “네,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열에 아홉이다. 이런 수학 그림책이 많아져야 아이들이 수학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초등 중학년. 수학의 맛을 즐기는 단계- 아직은 수학이 재미있어야 한다

    [개념] 개념을 술술 이해하려면 문해력이 필요해

    초등 3~4학년 또래 아이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이 수학 개념을 놓치진 않을까 걱정한다. 책방에 와서 개념을 다루는 수학 동화를 찾는 손님들도 그런 경우다. 수학 동화는 새로운 개념을 쉽게 이해하거나,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게 바로 이야기가 가진 힘이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은 수학 동화를 꺼린다. 문제집도 아니고, 설명이 빼곡한 개념서도 아닌데 왜 그럴까?


    사실 나도 그렇다. 국내 수학 동화는 내 취향이 아니다. 수학을 가르치려는 마음을 글자 하나하나에 꽉꽉 눌러 담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가 없다. 보는 내내 갑갑한 마음에 얼마나 남았나 계속 책장을 들추며 읽는다. 수학 좀 하는 어른인 내가 읽어도 이렇게 부담되는 책이 아이들에게 읽힐 리 없다. 수학 동화는 동화가 우선이고, 그 안에 수학이 녹아들어야 한다는 게 수학 동화를 고르는 내 기준이다. 이야기에 몰입하기도 전에 수학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면 지레 겁을 먹어서 동화가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누나는 수다쟁이 수학자는 내가 처음으로 만난, 수학을 품은 동화다. 주인공 ‘루리는 수학과 사탕을 좋아하는 엉뚱한 소녀다.


    “삼각수를 서로 이웃해 있는 수끼리 더해보면 4, 9, 16이 되잖아. 4, 9, 16은 뭔지 알아?”

    “그건 방금 구했던 사각수 아냐?”

    “맞았어! 완전 신기하지? 호호호!”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확실하고 문학적 요소가 강해 소설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이 책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1권에서 수와 도형, 2권에서 분수, 3권에서 연산과 측정, 4권에서 소수와 분수의 연산을 다루며 초등수학 개념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2학년에서 5학년까지 내용이 버무려져 있어서 아이의 나이에 따라 세부적인 수학 내용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개념이 줄거리에 녹아들어 아이들이 부담감을 덜고 수학을 만날 수 있다.


    물론 동화만 읽고 수학 개념을 다 깨칠 순 없다. 어떤 사람들은 수학 동화만 봐도 수학 개념을 이해하고 체화할 수 있다고 믿는데, 수학은 결국 식과 기호로 나타내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책도 읽고, 수학 교과서와 문제집도 공부하는 게 맞다. 수학 동화는 당장 문제는 풀고 싶지 않지만, 수학 개념은 알고 알고 싶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친절한 도우미다.


    아이들이 수학 동화를 읽지 않는 데는 숨겨진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문해력이다. 아이들이 긴 글을 소화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동화가 어려워 수학 동화 역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익숙한 한글이 이해되지 않는데, 낯선 수학 개념이 눈에 들어올 턱이 없다. 아이가 수학 동화를 멀리한다면, 문해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독자들의 성향을 파악해서인지, 최근 출판되는 수학책들을 보면 긴 서사보다는 짤막한 이야기 위주로 나온다. 그렇다면 아이들 입맛에 맞는 수학 동화를 보면 되지 않을까? 그건 독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했으면 한다. 동화를 소화하지 못하는 문해력으로 수학 개념을 수월하게 받아들이기는 무척 어렵다.


    초등 고학년. 수학의 깊이를 더하는 단계- 풍부한 이야기로 수학의 깊이를 더한다

    [개념] 졸업 전에 이것만은 알고 넘어가자

    초등학교 수학은 연산이 대부분이라 어려울 게 없다고 말하지만 그건 어른들 생각일 뿐이고, 아이들 입장은 다르다. 초등학교 내내 사칙연산을 비롯해 약수와 배수, 분수, 소수, 도형까지 많은 걸 배웠는데 여전히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선 알 듯 말 듯하다. 중학교에선 수가 확장되고, 도형도 측정하는 수준을 넘어 논리적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졸업 전에 전체적으로 개념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초등 전체 개념을 다루고 있는 책 중에는 영역별로 정리된 문제집도 많고, 미국 책을 번역한 개념서도 있다. 문제집은 문제를 다 풀어봐야 하니 부담스러운 데다 개념에 집중하지 못해 아쉽다. 미국 책은 용어가 살짝 다르고, 초등에서 다루는 범위도 달라 읽다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교과 과정을 기본으로 하되 문제집이 아닌 개념서가 있다. ‘지금 하자! 개념 수학이다.


    이 책은 수, 연산, 도형, 측정/함수 총 네 편으로 되어 있다. 그중 첫 번째 ‘수의 목차를 살펴보면 ‘짝짓기도 수학이다 ‘수와 숫자는 다르다 ‘자릿값이란 무엇일까? ‘소수는 무엇일까? ‘0이 뜻하는 것들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접근이다. 예를 들어 “0이 뜻하는 것이 뭘까?”라고 물어보면 대개 학생들은 “아무것도 없는 거요”라고 대답한다.


    이 책은 0을 ‘자리 지킴이 ‘시작점 ‘크기가 0인 수 ‘양수와 음수를 가르는 기준점이라고 한다. 그러면 학생들 반응은 이렇다.


    “뭐라고요? 0이 그렇게 하는 일이 많아요?”


    그런데 이건 아이들도 이미 다 아는 개념이다. 다만 ‘0의 다양한 기능과 뜻에 대해 이름 짓지 않았던 것뿐이다.


    ‘수뿐 아니라 ‘연산 ‘도형 ‘측정/함수도 개념 순서대로 정리하고 그들 사이의 관계를 명백하게 함으로써 그동안 배웠던 것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펼쳐놓았다. 고등학교에서는 이런 개념서가 익숙하다. 대표적인 책이 ‘수학의 정석이다. 이 책에는 이런 캐치프레이즈가 붙어 있다. ‘만만하게 읽고 단단하게 다지는 초등 개념 수학의 정석! 실로 ‘정석이라 할 만하다.


    이 책은 복습용, 예습용, 교과서 병행용으로 쓸 수 있다. 복습용일 때는 순서대로 읽어나가되 하루에 한 단원씩 읽고, ‘창의 융합 사고력과 ‘톡톡 수학 게임도 풀어본다. 예습용으로 볼 때는 어려운 개념이 나온 단원을 꼼꼼하게 읽으면 좋다. ‘스토리텔링 수학과 ‘개념과 원리 부분 위주로 살펴보자. 교과서 병행용으로 볼 때는 맨 뒤에 있는 개념 트리를 확인해 어느 지점인지 확인한 후 해당 단원을 찾아본다. 한 번에 한 단원을 다 읽지 말고, 교과서에서 이해 안 된 부분, 좀 더 깊이 설명된 부분을 읽으며 이해의 폭을 넓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초등학생 부모일수록 학년 순서대로 공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부모들은 학년마다 배우는 수학 개념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5학년에 나오는 개념이 4학년 때 배운 개념의 심화 내용일 수 있으며 6학년에 배우는 개념은 5학년 개념의 다른 측면일 수도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개념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각 학년의 과정만 반복적으로 복습하고 심화 학습을 하면 마치 코끼리 다리만 붙잡고 코끼리의 모습을 상상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이런 책은 저학년 때부터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부모도 아이도 초등수학의 큰 그림을 그려보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수학의 세계로 빠져들기(중등~성인) - 우리는 모두 수학을 좋아했다

    [대학수학] 수학을 전공으로 삼고 싶은 고등학생들에게

    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다닐 때 선생님에게 “수학에 소질이 있다”라는 말을 들은 경우가 많다. 자녀가 수학에 소질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부모들은 매우 기쁘다. 하지만 수학자보다는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전한 것 같다. 수학을 전공하면 부와 명예에서 멀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참고로 필즈상 상금은 1500만 원이다.


    세계적인 수학자의 부모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갈릴레오의 아버지는 아들이 의사가 되기를 바랐고, 칸토어의 아버지는 아들이 공학 기술자가 되기를 원했다. 스위스의 수학자 가문 베르누이 일가에선 사업가나 다른 직업을 바라는 부모의 기대와 달리 수학자가 11명이나 배출됐다.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에 가지 못할 뻔했던 가우스는 귀족의 후원으로 대학에 입학해 수학을 공부했다. 귀족의 후원이 없었다면 우리는 수학의 왕 가우스를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공학이나 의학도 이과지만, 수학을 응용하거나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수학 전공과는 다르다. 요즘 대학에서 수학과가 사라지고 응용수학과, 수리통계학과, 전산수학과 등 수학과 다른 전공을 융합한 전공으로 바뀌고 있다. 수학은 수학 자체를 연구하는 순수학문이다.


    그래도 무조건 수학이 좋아서, 교수나 학자의 길을 걷고 싶어서 수학과에 오려는 학생들도 있다. 그런데 막상 수학과에 들어가서 ‘이런 곳이었나? 하며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수학과 대학에서 배우는 수학은 전혀 다른 과목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뿌리가 잘린 나무토막 같아서 정체를 알 수가 없고 왜 배우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수학의 뿌리를 계속 탐색하고, 나무 전체 모양을 알고 싶은 학생들이라면 수학을 전공해도 좋다. 예를들어 ‘빨간 사과 1개와 파란 사과 1개를 더하면 사과 2개가 된다는 1+1=2의 한 가지 예일 뿐이다.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은 수학과에 진학해서 ‘1+1=2에 대한 수학적인 증명을 배운다. 이것이 진짜 수학이다.


    독일 수학자 바일은 “수학은 무한에 대한 학문이다”라고 했다. 자연수가 끝없이 나열되는 것도 무한이지만 0. 999...도 무한이다. 언젠가 모 중학교 도서관에 저자 특강을 가서 학생들에게 아무거나 질문을 하라고 했더니, 첫 번째 나온 질문이 “왜 0. 999...가 1이에요?”였다. 수업 시간에 분명히 배우긴 배웠는데,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학 시험에 나오면 정답은 말할 수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 답을 믿지 않는다. 우리 책방에 오는 어른들도 그 학생과 같은 질문을 하곤 한다. 고등학교 때 극한을 배우면 0. 999...가 왜 1인지 알게 된다. 극한을 배우고 나서도 여전히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지만. 함수의 극한을 배우고 나서 극한 개념을 바탕으로 미적분으로 넘어가니 미적분도 결국 무한과 관련이 있다. 무한은 수학에서 탐구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무한이나 연속성에 대해 궁금한 학생들이 고등학교 때 읽으면 좋을 책으로 ‘0의 발견을 추천한다.


    제1장에서 연산의 역사를, 제2장 ‘직선을 끊는다에서는 실수의 연속성을 다룬다. 연속성은 무리수와 관련 있다. 고대 수학자들은 “무리수는 수가 아니다”라고 결론을 지었다. 도형을 다루는 기하에서는 수가 아닌 ‘연속된 어떤 양으로서 무리수를 다루었다. 무리수를 포함한 실수의 연속성은 미적분 개념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결국 무리수를 수로 인정해야 했다. 이런 내용을 학교 수학에서는 가르치지 않고 ‘실수는 연속성이 있다라고만 짚고 넘어간다. 실수의 연속성에 대해 궁금한 학생들은 이 책을 보기 바란다. 물론 어른이 읽어도 좋다.


    “미적분은 실생활에 쓰인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는데, 소수는 왜 배우는 거예요?”


    소수야말로 불필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이렇게 묻곤 한다. 2의 배수, 3의 배수, 5의 배수를 판정하는 법은 중1 때 배운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 에라토스테네스는 체로 걸러서 남은 수를 골라내는 방법으로 소수를 찾아내는 ‘에라토스테네스의 체라는 방법을 고안했다. 매우 탁월하고 기발한 방법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2703이나 ‘24567800123671이 소수인지 아닌지 척 보고 알기 어렵다. 그렇다. 아직도 우리는 어떤 수가 소수인지를 알아내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소수의 음악은 ‘소수 판정법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 책을 쓴 마커스 드 사토이에게는 12살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수학 수업 중 선생님이 “수업 끝나고 이따가 좀 보자”라고 한 것. 이럴 땐 둘 중 하나다. 크게 혼이 나거나 크게 칭찬받거나. 덜컥 겁이 난 마음에 잔뜩 긴장한 사토이에게 선생님은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


    “내 생각에 너는 진짜 수학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는 편이 좋겠다.”


    두근. 학교에서 가르치는 수학 말고 진짜 수학을 알아보라고? 이게 무슨 뜻일까? 선생님은 그에게 수학책을 몇 권 추천해 주셨다. 그렇게 진짜 수학과 만나게 된 사토이는 영국 옥스퍼드 수학과 교수이자 왕립학회 연구원이며 대중교육자가 되었다.


    사토이처럼 수의 매력에 빠진 아이들, 특히 소수에 빠진 극소수의 아이들이 있다. 소수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일단 소수는 다른 수로부터 만들어지지 않아서 ‘대체 불가다. 다른 수를 만들어내는 원자와 같은 소수는 모든 자연수의 근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본질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소수에 빠져든다.


    왜 그런 것에 매력을 느끼는지는 알 수 없다. 난해한 추상화를 보고 “저게 뭐야?” 하고 아무런 감흥을 못 느끼는 사람에게 현대 미술의 매력을 설명하기는 어렵고, 이상한 단어를 이리저리 조합한 시를 읽으며 “대체 무슨 말이지?” 하는 사람에게 시의 아름다움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소수도 마찬가지다. 무한을 계속 탐색하고 싶고, 소수의 매력에서 헤어나기 힘든 학생들이 수학과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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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