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를 위한 교과서 문해력
 
지은이 : 정형권 (지은이)
출판사 : 성림원북스
출판일 : 2024년 04월




  • 변화하는 입시 환경에 맞춰 중·고등학생들이 "3SR2E" 프로그램을 통해 문해력과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실천 가이드입니다. 다양한 사례와 실천 노트를 통해 학생들이 학습에 몰입하고 성취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제공합니다.


    10대를 위한 교과서 문해력


    문해력 학습법과 3SR2E

    학습 능력을 발전시키는 지름길

    학년이 올라갈수록 독서 능력이 바탕이 되어 배경지식이 풍부하고, 지식과 지식을 연결하여 추론하고, 다양한 사고를 하도록 훈련된 학생이 공부도 잘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 능력을 발전시키는 지름길은 독서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따라서 공부가 어려운 학생들은 마음을 급하게 먹지 말고 기초로 돌아가 책 읽는 습관과 올바른 읽기 방법을 익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공부의 핵심은 ‘읽기에 있다. 수학, 영어, 사회, 과학 어떤 과목이 든 교과서의 내용을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공부의 핵심이다. 학습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은 바로 책 읽기를 통해 형성된다.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힘만 있다면 학습 능력의 반은 갖춘 것이나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가출 때문에 상담을 받고 있던 중학교 2학년 중환이를 만난 건 어느 해 여름이었다. 중환이는 당시 성적이 최하위권이었고, 흔히 말하는 문제아였다. 학교에서도 각별히 주의하는 인물이었고, 부모님도 “제발 학교만 졸업해라.”라고 애원할 정도였다.


    중환이는 첫 만남부터 다소 도발적인 자세로 나왔다. 중환이가 나에게 던진 첫 마디는 “저는 공부 안 해요. 재미없어요. 저 공부시키려거든 그냥 가시는 게 좋을 거예요.”였다. 나는 웃으면서 “너, 공부하려고 했어? 넌 아직 준비가 안 돼서 공부할 단계가 아닌 것 같은데? 공부 안 할 거니까 나중에라도 공부하고 싶으면 그때 얘기해. 야, 너 싸움 좀 한다면서? 커서도 계속할 거냐? 선생님도 학교 다닐 때 싸움 좀 했는데 지금은 싸움 같은 거 안 해. 선생님이 너한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 앞으로 잘해보자.”


    중환이와의 코칭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중환이의 문해력 수준은 엉망이었다. 대화할 때 사용하는 어휘도 초등생 수준이고, 4학년 동생보다도 수준이 더 낮은 상황이었다. 딱히 수업 시간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데 중환이는 만화 읽는 것은 좋아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만화 읽기였다. 우리는 매번 만날 때마다 만화를 읽었다. 내가 하는 일은 중환이의 수준에 맞는 좋은 만화를 구해오는 것이었고, 중환이는 그 시간에 즐겁게 만화를 읽었다. 나는 중환이가 보고 나면 그 책을 받아서 읽었다. 중환이가 읽어야 내가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중환이는 더 열심히 읽었다. 그렇게 읽은 만화책이 점점 쌓여갔다. 만화의 수준도 점점 올라갔다. 글 밥도 많아지고 내용도 깊어졌다.


    어느 날부터는 신문을 읽었다. 일간지 두 개를 준비해서 서로 번갈아 가면서 읽고 인상 깊은 기사를 서로 얘기하였는데, 중환이가 의외로 본인의 관심 분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얘기를 하는 바람에 수업이 늦게 끝나곤 했다. 어느 날은 국제 정세나 시사 문제에 관해 물어와서 한참을 얘기 나누곤 했다. 어떤 날은 조금만 더 얘기하고 가면 안 되냐며, 나를 붙잡기도 했다.


    그렇게 수업을 진행하던 어느 날, 중환이가 코칭 시간이 1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다음 시간에 봐야겠구나. 하고 생각하던 찰나에 중환이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많이 늦었네. 무슨 일이 있었니?”

    “모레가 시험인데요, 우리 반 1등 하는 애 노트를 베껴 오느라고 좀 늦었어요. 죄송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 자기는 공부 안 할 거라고 말했던 중환이가 시험공부를 하고 온 것이다. 그동안 책을 읽고 말하는 것 위주로 진행했는데 내면에서는 변화가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어디 좀 볼까? 음, 사회하고 국사를 정리했구나.”

    “네, 베끼면서 열심히 외웠어요.”

    “오, 그래? 그럼 몇 가지 물어볼까?”

    “네, 물어보세요. 열심히 외웠으니까 자신 있어요.”


    나는 중환이에게 기본적인 개념 내용 위주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제법 대답을 잘하였다.


    “오, 정말 열심히 쓰고 외웠나 본데.”라고 칭찬을 해주었다.


    그날을 계기로 중환이는 공부에 조금씩 재미를 붙여갔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독서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본인이 재미있어 하는 장르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서 읽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서서히 사회, 과학, 역사 등 장르로 확대하도록 한다. 교과서는 문학과 달리 무미건조하게 서술되어 있으므로 비문학 장르의 책을 읽다 보면 읽기 능력이 향상돼 교과서 읽기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3SR2E 공부법 매뉴얼

    3SR2E는 3번 천천히 읽고(3SR), 2번 표현하기(2E)를 말한다. 각 회당 주어진 미션에 따라 천천히 읽기(Slow Reading)로 3회 읽고, 각 회당 읽은 시간을 기록한다. 읽은 다음 읽은 것을 표현하는 것(Expressing in writing and in speaking)이 중요하다. 1회는 노트에 쓰고 1회는 말로 설명한다(2번 표현).


    3SR2E: 3번 천천히 읽고, 2번 표현하기

    SR: Slow Reading

    E: Expressing in writing and in speaking


    3SR2E의 실천 방법은 다음과 같다.


    *분량을 무리해서 정하지 않는다.

    *각 회독에 주어지는 읽기 방법에 따라 읽는다.

    *핵심은 천천히 읽는 것이다.

    *모르는 낱말이 많으면 1SR 전에 낱말의 뜻을 찾아서 책에 적는다.

    *한 번 읽을 때마다 휴식 시간을 짧게 가진다.

    *한 번 읽을 때마다 읽은 시간을 재서 기록한다.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천천히 읽도록 노력한다.

    *다 읽고 나서는 책을 보지 않고 최대한 기억해서 읽은 내용을 노트에 적어본다.

    *노트에 적은 다음 읽은 책과 비교하여 빠진 부분을 채워 넣는다.

    *노트에 적은 내용을 부모님이나 선생님 혹은 친구에게 설명해본다.



    사례로 보는 문해력 공부법

    공부는 읽기만 잘해도 되는 거네요

    영춘이는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운동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공부였다. 모든 스케줄은 운동부 일정에 맞춰 짜였다. 훈련시간이 정해져 있고 늦게 끝나다 보니 학습코칭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더구나 집에 와서는 개인 훈련도 해야 했기 때문에 공부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코칭하는 시간에만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코칭은 일주일에 두 번 진행하였고, 영춘이는 코칭 시간만큼은 열심히 공부하였다.


    첫 수업에서 국어 교과서를 읽어보게 하였다. 학교 진도에 맞추어 교과서 본문을 읽게 했는데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영춘이는 계속 질문을 했다. 나는 인터넷을 검색해서 단어의 뜻을 책에 메모하도록 했다. 영춘이는 책을 많이 안 읽어서 기본적인 어휘도 소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운동 때문에 수업에 자주 빠지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공부가 힘든데 공부에 대한 집중도가 더 떨어지고 학습 의욕도 많이 하락한 상황이었다.


    코칭 수업은 국어와 영어 교과서로 진행하였다. 국어 교과서를 가지고 ‘3SR2E(3번 천천히 읽고 2번 표현하기)로 읽기 훈련을 진행했다. 읽기 방법을 웬만큼 습득하게 되자 같은 방법을 영어 교과서에 적용하였다. 국어 교과서의 읽기 횟수가 늘어나면서 영춘이에게 느낌을 물었다.


    “국어 교과서를 천천히 읽고, 읽고 나서 표현해보니까 어때?”

    “네, 반복해서 읽을수록 내용이 잘 이해되고 기억이 잘 나요.”


    그것은 영어 교과서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3SR2E로 영어 교과서 읽으니까 도움이 돼?”

    “네, 예전에는 영어 교과서를 천천히 읽지 않았는데, 천천히 읽을수록 내용이 확실하게 잘 이해됩니다.”

    “전에는 어떻게 읽었어?”

    “전에는 소리 내서 한 번 읽고, 그런 다음에 그냥 해석 한번 해봤어요”.


    영춘이가 코칭 방식에 만족하고 공부를 잘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면서 코칭 수업은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영춘이가 공부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 계기는 대학 진학 문제 때문이었다. 운동만 잘해서는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거기에다 운동 선배 중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받는 학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기도 공부를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코칭 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영춘이가 운동선수라 매일 훈련하기 때문에 혼자만의 공부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어서 코칭 시간에 집중해서 잘한다면, 학교 수업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였다. 따로 숙제도 내주지 않았다.


    그런데 영춘이는 공부를 훈련처럼 생각했다. 단체로 일정 시간을 매일 연습하고, 연습장에서 훈련하는 시간 외에도 집에 와서 개인 트레이닝을 하듯이 공부도 그렇게 했다. 집에서는 항상 한 시간 공부 트레이닝을 했다. 트레이닝 방법은 국어와 영어 교과서나 자습서를 가지고 3SR2E로 연습하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작성하는 ‘주간 성찰 일지를 보면 한 주간 열심히 공부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날은 나에게 주는 한마디에 이렇게 적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항상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간 더 크게 다가오겠지.”


    꿈과 목표를 위한 나의 노력에는 자주 A를 평가할 정도로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였다. 물론 컨디션이 안 좋아서 실천이 부족한 주에는 냉정하게 C나 D를 평가하였다. 독서 활동에도 읽은 책이 늘어났다.


    학습 태도와 집중도가 좋아지는 것이 보였다. 덕분에 학교 수업에서 집중도 잘하고, 수업 시간을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러 학교에서 시험을 보게 되었다. 영춘이는 시험이 끝나고 “선생님, 저 영어 100점 맞았어요. 다른 과목도 많이 올랐고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웃고 있는 영춘이에게 물었다.


    “이번에 공부하면서 느낀 게 있어?”

    “네, 공부는 읽기만 잘해도 되는 거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교과서를 읽으려고요.”


    공부를 잘하려면 제대로 된 방법으로 기초부터 탄탄하게 익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급한 마음에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서 빨리 결과를 얻으려 하면,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고 좌절하기 마련이다. 그동안 많은 학생에게 ‘3SR2E 공부법을 지도해본 결과, 예외 없이 학습 동기가 향상되고 공부의 중요한 기술을 스스로 익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강의를 많이 들어야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은 거짓 신화에 불과하다. 요즘은 강의가 넘쳐난다. 하지만 강의를 많이 듣는 것보다 제대로 잘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자기주도학습으로 가는 첩경임을 알아야 한다.


    수학 문제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영만이는 교과서의 개념을 먼저 이해하기 위해 세 번 정도 천천히 읽고, 정리한 다음에 문제를 풀게 되었다. 연습 문제를 풀고 나서도 교과서와 자습서의 개념 정리를 한 번씩 읽곤 했는데, 문제를 풀고 나서 책을 읽게 되면 이해가 더 잘된다고 하였다. 또 연습 문제도 교과서의 본문처럼 여러 번 읽었다. 덕분에 수학에 재미를 붙이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


    영만이는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의욕에 비해 기초가 약하고 실력을 쌓을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마음은 조급한데 생각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자 답답해했다. 이럴 때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교과서나 자습서의 한 페이지를 찾아서 천천히 여러 번 읽고 써보는 것이 좋다. 수학도 천천히 읽는 방법을 통해서 내용을 잘 이해하게 되면 문제를 잘 풀 수 있게 된다. 영만이처럼 개념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무턱대고 수학 문제만 많이 풀다 보면 오래지 않아 흥미가 떨어지고 문제를 잘 풀어내지 못해 학습 동기가 떨어지고 만다.


    공부 일지 적고 뭐가 문제인지 알게 됐어요

    “민승아, 네가 공부하는 양과 과목별 공부 스타일을 알아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이제부터 공부 일기를 써보는 게 어떨까?”

    “전, 쓰는 거 귀찮은데요.”

    “뭘 많이 쓰는 게 아니고, 네가 그날 공부한 과목과 페이지만 적으면 돼. 가령 영어 교과서 3과 본문 47~50페이지 2번 읽음. 수학 ○○문제집 37~38페이지 문제 풀이. 이런 식으로 매일 어느 정도 공부했는지 보려는 거야. 그리고 일주일 뒤에 네가 얼마나 공부했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우는 데도 참고하려고 하는 거야. 무턱대고 공부만 한다고 해서 좋은 성과가 나오는 건 아니잖아?”

    “네, 알겠어요. 해볼게요.”

    “그래, 노트는 아무거나 해도 괜찮아. 깨끗한 공책이면 돼.”


    그로부터 사흘 뒤 새벽 1시, 잠자리에 들려는데 갑자기 문자가 왔다. 샘, 민승이 전혀 변화 없음. 공부 일기 기록하지 않음이라는 내용이었다. 엄마가 민승이랑 같이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공부 일기를 기록하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그래서 자녀가 자는 시간에 몰래 점검을 해본 것이다. 그런데 자녀가 일지를 안 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엄마는 급한 마음에 그렇게 문자를 보낸 것이다.


    다음 수업 시간.

    민승이를 만났다. 민승이의 책상 위에는 낯선 노트 한 권이 놓여 있었다.


    “이게 무슨 노트야?”

    “공부한 것 적으라고 하셔서 적은 거예요.”


    노트를 펴보니 매일 공부한 과목과 분량을 잘 적어놓았다. 민승이는 공부 일기를 나름대로 매일매일 적었다. 그런데 엄마는 왜 노트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엄마가 몰래 자기 방에 들어와 공책을 확인할 것을 예측한 민승이가 다른 데다 숨겨놨으니 엄마가 못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다음 주도 민승이는 계속해서 공부 일기를 적어나갔다. 나는 공부 일기를 적어보니 무슨 생각이 드는지 물었다.


    “공부 일기를 적어보니까 제가 생각보다 공부를 많이 안 하더라고요. 그리고 공부하는 과목이 정해져 있어요. 안 하는 과목은 계속 안 하게 돼서 문제인 것 같아요. 그리고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이 너무 짧은 것 같아요.”


    민승이는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의 문제를 조목조목 얘기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학습의 집중도와 태도가 많이 좋아졌다. 스스로 자신의 학습시간과 양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좀 더 공부 시간을 늘렸다. 공부 시간이 편중됐던 과목도 골고루 시간을 나눠서 공부했다.


    민승이가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하자, ‘천천히 제대로 읽기(3SR2E)를 통해 교과서와 자습서를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지도했다. 민승이는 가르쳐준 방법대로 잘 따라 하고 혼자서 공부할 때도 그 방식대로 공부하며 공부에 집중을 더 잘하게 됐다.

    민승이는 이제 부모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하게 됐다. 자연히 그러한 태도와 모습을 본 엄마, 아빠의 간섭도 줄어들었다. 칭찬이 없던 아빠에게 처음으로 “이제, 제대로 공부하는 것 같구나.”라는 칭찬도 받았다. 덕분에 자신감도 회복할 수 있었다.


    천천히 읽기로 예습했더니 수업에 집중이 잘돼요

    종환이는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처음 만났는데 말수가 적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학생이었다. 종환이 어머니는 그보다 석 달 전에 자녀 공부문제로 전화를 해서 상담을 했었는데 그 이후로도 공부와 관련된 많은 문제가 정리되지 않아서 정식으로 학습코칭을 요청해왔다.


    그동안 종환이 어머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써보았으나 효과가 없어서 조금 지쳐 있었고, 종환이는 중학교에 올라와 갑자기 많아진 학업 부담으로 공부에 집중할 수 없어서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종환이의 방에는 여러 가지 ‘공부법 책이 놓여 있었다. 책을 펴보니 밑줄 치고 별표하고 접고, 굉장히 열심히 본 흔적이 있었다.


    “종환아, 이 책 다 읽은 거야?”

    그랬더니 “아뇨, 엄마가 보셨어요.” 하면서 겸연쩍게 웃음을 지었다. 많은 부모가 범하는 실수 가운데 하나가 공부법 책을 읽고 자녀에게 공부법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것이다. 책의 저자가 공부한 방법과 아이의 공부하는 모습을 비교해보면 당연히 답답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공부의 중심은 학생 자신인데 책을 쓴 저자의 주장과 방법에 맞추다 보니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입히는 꼴이 되어버린다.


    공부법 책은 공부습관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따라만 한다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학생 자신의 상황과 수준을 관찰한 후 공부법 책에서 참고할 만한 것을 한두 가지 적용해보고 실력이 향상되면 그에 맞게 확장해서 적용하는 방식으로 해나가면 좋을 텐데, 책에 나온 모든 것을 다 따라 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종환이 어머니도 비슷한 경우였다. 열심히 책에서 배운 방법을 전해주려 하였지만 자녀는 싫어하고 관계도 안 좋아졌다. 이렇게 가다가는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거라 판단했고, 좋은 방법을 그대로 하면 잘될 것 같은데, 따라주지 않는 자녀 때문에 마음이 답답했다.


    종환이는 중상위권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여느 학생들처럼 수학과 영어, 과학을 개인지도를 받고 있었는데 과외 숙제가 많아서 힘들다고 했다. 숙제가 일정 수준 이상 많으면 숙제는 더 이상 공부가 아니다. 공부를 많이 하라고 내준 숙제가 오히려 공부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고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보통 과외나 학원을 보내면 학생에게 숙제를 내주게 되는데, 가르치는 선생님 상황에서는 자기 과목을 아이가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이 나오길 기대하기 때문에 숙제를 많이 내주게 된다. 또 배운 내용을 잘 복습하고 완벽하게 습득해야 하므로 많은 숙제를 내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숙제의 양이나 어려운 정도가 어떤 학생은 할 만하고 어떤 학생에게는 힘겹고, 경우마다 다 다를 것이다. 기초가 부족한 학생에게 어렵고 많은 양을 숙제로 내준다면 그 학생은 오래지 않아 학습에 대한 흥미가 더 떨어지고 만다.


    따라서 너무 힘이 드는 정도라면 숙제를 줄여달라고 요구하거나 다른 학원으로 옮기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선생님, 우리 애 숙제 좀 많이 내주세요.”라고 부탁까지 하는 부모님도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래서 종환이 과외 숙제와 관련해서 종환이 어머니에게 “과외 선생님께 얘기해서 숙제를 반으로 줄이도록 하는 게 어떨까요?”라고 제안 드렸다. 순간 종환이 어머니의 얼굴에 불안감이 스쳤다.


    “숙제를 줄이면 공부를 더 안 하게 될까 봐 걱정돼요. 괜찮을까요?”

    “공부하는 시간만큼은 집중해야 하고 그래야 재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방식으로 계속 간다면 아마 많이 지칠 것이고 의욕도 저하될 것입니다. 일단 공부에 몰입해서 즐기는 체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과외 선생님한테 들으니 애가 숙제를 제대로 안 한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종환이가 해답을 보고 베껴서 숙제 검사를 받았다고 하네요. 그런 애가 아니었는데, 그래서 그러지 말라고 얘기할까 했는데 선생님 말씀대로 숙제를 줄이고 공부에 집중하는 체험을 하도록 해야겠네요.”


    종환이 어머니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종환이에게는 숙제를 줄이기로 한 사실을 알려주고 앞으로 진행할 수업 내용을 공유했다.


    종환이는 교과서와 자습서를 천천히 읽으면서 공부에 재미를 붙일 수 있었고, 공부 방법도 익히게 됐다. 수업 전에는 미리 여러 번 읽고, 방과 후 다시 두세 번 반복하여 읽었다. 수업 전에 교과서와 자습서를 여러 번 읽고 가니 수업에 집중이 잘 된다고 했다. 이렇게 예습과 복습, 교과서 읽기 등이 어느 정도 몸에 뱄을 때 매일 실천할 수 있도록 공부습관 일지를 쓰도록 하였다. 일지의 순서는 To do list, 오늘 할 일, 수업 되돌아보기–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 적어보기, 미리 보기–수업 내용 미리 읽고 정리하기, 교과서 천천히 읽기-한 과목 정해서 교과서 읽고 내용 기록 등으로 구성되었다.


    종환이는 그동안 해오던 것을 일지에 작성하는 것이었으므로 어렵지 않게 매일 기록해나갔다. 어느덧 공부습관 일지 두 권을 쓰고 나서 혼자서 공부하는 힘을 갖게 된 종환이는 이제는 자기만의 방식대로 공부해 나갈 수 있게 됐다. 공부 독립을 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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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