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학의 법칙을 여러 에피소드와 결합하여 만화로 소개하는 독창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각 장의 시작은 만화로 구성되어 있어, 독자들이 쉽게 책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주인공들은 살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학의 원리를 발견하고, 이를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과생인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에게 복잡한 수학 개념을 쉽게 설명하려 노력하고, 문과생인 여자 주인공은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 점차 확장되어 가는 자신의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수학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학습 도구가 될 것이다. 이에 더하여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동시에,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수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형성하고, 수학을 통해 인간관계를 넘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저자 라이이웨이
저자 라이이웨이는 국립타이완대학 전기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타이완 사범대학 전기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중에게 수학을 쉽게 알리고자 ‘수감수학실’이라는 플랫폼을 설립하여 수학 교육 보급에 힘쓰고 있다.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의 “수학이 어렵다고만 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인지하지 못해서다.”라는 명언을 굳게 믿으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유용한지를 알리기 위해 수학과 관련한 실험적인 수업들을 개발하고 소개하고 있다. ‘연합보’, ‘국어일보’, ‘미래소년’ 등 다수의 잡지에 다양한 글을 써왔으며, 저서로는 ‘좌충우돌 청춘 수학교실’, ‘수학, 풀지 말고 실험해 봐’, ‘안녕, 아빠’, ‘평면국’ 등이 있다.
■ 역자 김지혜
역자 김지혜는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수학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로서 수학과 통하는 삶을 지향하며 수학자들의 삶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옮긴 책으로는 ‘좌충우돌 청춘 수학교실’, ‘수학의 매력’, ‘공식의 아름다움’, ‘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생각을 깨우는 수학’, ‘수학, 풀지 말고 실험해 봐’, ‘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상편,하편)’ 등이 있다. 감수한 책으로는 ‘개미가 알려주는 가장 쉬운 미분수업’,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수학의 힘’ 등이 있다.
■ 차례
추천사
등장인물 소개
Part 1 늘 꿈에 그리던 이상형의 그녀를 만났다
01 사랑의 큐피트, 직각이등변삼각형 샌드위치
02 비선형적인 다이어트 효과
03 시간 관리에도 수학이 필요하다고?
04 수학으로 지하철 자리 뺏기
Part 2 라이벌, 농구남의 출현
05 이분그래프 매칭으로 이상적인 커플을 찾아라
06 라이벌을 물리칠 기묘한 대결
07 따뜻하고도 달콤한 자유 낙하
08 어느 천재 수학자의 기하 평균 이야기
09 쇼핑에서 만난 삼각함수와 최적화
Part 3 수학으로 고백하기 대작전
10 초전개 수학여행단 1
11 초전개 수학여행단 2
12 러브 게임을 위한 조언 : 저돌적으로 출격하라
13 라이벌이 먼저 고백할 확률
14 확률로 결정되는 사랑의 운명
Part 4 너도 나와 같은 마음
15 인연의 확률을 높이는 베이즈 정리
16 우유를 미리 부을 것인가, 커피를 먼저 식힐 것인가
17 가위바위보에 숨겨진 비밀
에필로그 : 그 후의 이야기
18 수학으로 만들어 더 맛있는 머핀
19 초전개 수학교실
수학을 일상생활과 캠퍼스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만화형 학습서입니다. "좌충우돌 청춘 수학교실"의 주인공들이 대학생이 되어 수학적 사고를 통해 다양한 상황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수포자들의 거침없는 수학 연애
늘 꿈에 그리던 이상형의 그녀를 만났다
사랑의 큐피트, 직각이등변삼각형 샌드위치
“혹시 여기 앉아도 될까요?”
“어? 네...!”
민우는 자신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일찍이 꿈속의 이상형과의 첫 만남은 더할 나위 없이 낭만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정에서 책을 안고 꽃나무를 응시하는 아름다운 그녀를 보게 되었다든가, 수업 중 그녀의 팔꿈치와 부딪쳐 노트를 떨어뜨리고 미안하다며 노트를 주워 건네면서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든가, 카페에서 뜻밖에도 그녀와 내가 똑같이 아몬드 시럽을 세 번 눌러주는 큰 컵의 뜨거운 라떼를 주문한 것을 발견할 때라든지....
하지만 민우의 이상형과의 만남은 그 어떤 것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상상했던 어떤 장면도 필요치 않은 이상형이 갑자기 나타나자, 늘 드나들던 앨리스의 공간이 극도로 낭만적으로 변했다.
그녀는 샌드위치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샌드위치에 뭐 재밌는 거 있어요?”
망했다. 혼자 속으로 생각한 호기심을 입 밖으로 내뱉은 것이다. 그녀는 그런 그를 몇 초 동안 쳐다보다가 “왜 샌드위치를 직각이등변삼각형으로 만들지 않고, 이런 어설픈 직각삼각형으로 만든 걸까요?”라고 물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직각이등변삼각형을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닌데, 흔한 직각삼각형의 예를 들어 변의 길이가 (3, 4, 5)인 삼각형을 쓰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낯선 곳에서 옛 친구를 만난 듯한 느낌 같은 거죠.”
“음, 난 변의 길이가 (3, 4, 5)보다는 (30도, 60도, 90도)의 삼각형이 마음에 드는데, 각도는 등차수열이고 변의 길이에는 무리수가 있어 화려한 느낌을 주거든요.”
민우는 자기 이야기에 취해 엉뚱한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민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그녀의 즐거운 표정은 그가 평생 언어 기능을 상실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시간 관리에도 수학이 필요하다고?
“혜수의 공부를 돕고 싶은데 어떻게 도와야 효율적일까?” 민우는 연준에게 도움을 청했다.
“공부는 사실 시간 관리를 할 줄 알아야 해. 최소한의 시간으로 공부해야 할 지식을 습득하는 거지. 투자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공부를 할 수 있다면 게임이나 휴식할 시간도 가질 수 있어. 이것은 최적화 문제로, 목표는 ‘시간이고 제한은 ‘공부해야 할 모든 책이 되지.”
민우는 의자를 끌어와 프린터 옆에 연준과 나란히 앉았다. 연준이 말했다.
“대학 입학 후, 공부는 해야 할 일 중에서도 대부분을 차지하고, 학습 범위는 중/고등학교에서처럼 교과서 내의 것이 아니야. 그래서 공부 목표는 주어진 시간 내에 가능한 많은 공부를 하는 것으로 바뀌었어.”
“가장 큰 차이가 뭐야? 이건 같은 말이 아닌가?”
“최적화 목표가 바뀌었어. 지금은 흡수된 지식의 양이 최적화의 목표, 제한은 일정한 시간이야. 고등학생 때는 공부를 다 하지 못하면 잠을 잘 수 없었지만, 지금은 기껏해야 자정까지 공부하는 편이지.”
연준은 프린터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뒷면에 다음과 같이 썼다.
고등학교 : minimize 공부 시간
subject to 공부해야 할 책 시험 범위
대학교 : maximize 공부해야 할 책
subject to 공부 시간 2시간
“subject to 뒤에 제한할 요소를 적어놓았는데, 이를 충족하면 제한 최적화(constrained optimization)라고 해. 이 두 가지 문제의 차이는 최적화의 목표와 제한식이 마침....”
연준의 말이 잠시 끊기고 다운된 것처럼 몇 초 멈추었다가 다시 이어졌다.
“주어진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공부 방법은 다른 과목을 번갈아 공부하는 거야. 그러면 수학 공부를 계속해도 지치지 않아.”
“그래프 이론은 연관성을 나타내는 수학이야.” 연준의 ‘수학청년 모드가 가동되었다.
“그래프 이론은 쾨니히스베르크의 칠교문제(Seven Bridges of Konigsberg)서 비롯되었어. 쾨니히스베르크에는 일곱 개의 다리가 있는데, 현지 주민들은 주로 다리 위를 산책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냈지. 그들은 중복하지 않고 일곱 개의 다리를 한 번에 건널 수 있는지 궁금해했어.”
민우가 연준을 쳐다보며 혀를 내둘렀다.
“못 믿겠으면 인터넷 검색해 봐. 어떤 사람이 이 문제를 수학자 오일러(L. Euler)에게 묻자 그는 이상하게 여겼어. 오일러는 쾨니히스베르크에 가본 적도 없고, 이건 수학 문제가 아닌데 왜 그에게 물었을까?”
“수학 문제라 해도 왠지 모를 것 같아.”
“하지만 오일러는 중복 없이 한 번에 일곱 개의 다리를 건널 수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돼.”
연준의 말에 민우는 웃으며 그가 그린 그림으로 시선을 돌렸다. 각 선분 옆에 과목이 적혀 있고 선분과 선분의 교점에 숫자가 표시되어 있다. 다시 자세히 보니 이 수는 점에 연결된 선분의 수이다.
“이 수를 차수(degree)라고 하는데, 오일러는 쾨니히스베르크의 칠교 문제에서 그래프 이론이라는 점과 선으로 현상을 분석하는 수학 영역을 발전시켰어. 쾨니히스베르크의 칠교 문제에서 모든 다리는 하나의 선이지. 우리가 말한 한 과목은 바로 선분 하나야. 선분 간의 연결은 공부 습관에 따라 그려져. 방금의 예를 보면 수학은 물리나 화학과 이어서 공부해야 해서 보다시피 수학의 선분은 물리, 화학과 연결되어 있어.”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일이 수학에 의해 추상화된 후에도 동일하다는 것이 조금 의외였다.
“독일 작가 괴테는 ‘수학자들은 모두 프랑스인이며, 그들이 네가 한 말을 자신의 언어로 다시 한번 말하면 완전히 다른 표현이 된다고 했어.”
“괴테의 심정을 알겠어.”
“괴테가 말하지 않은 한 가지는 이 예처럼 수학자는 완전히 별개인 일을 동일한 표현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는 거야. 그래서 수학자는 한 가지 해결 방법만 발명하면 많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여기에서 오일러는 한 번에 모든 선분을 지나려면 두 개 점의 차수가 홀수여야만 한다는 것을 발견했어. 만약,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중복 없이 한 번에 모든 선분을 지날 수는 없어.”
라이벌, 농구남의 출현
쇼핑에서 만난 삼각함수와 최적화
민우는 멀리서 걸어오는 혜수를 보았다. 그녀는 청바지에 핑크 스웨터를 입고 짙은 붉은색 뿔 모양의 단추가 있는 외투를 걸쳤다.
며칠 전 기말 발표 때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얘기에 “하루 시간을 내서 정장을 사러 가야 하는데, 나는 이 방면에 소질이 없어.”라는 민우의 푸념에 혜수는 대뜸 “저와 같이 가요. 물건을 고르는 안목은 좀 있다는 소릴 듣거든요.”라며 기분 좋게 백화점 동행을 자청했던 것이다.
그녀는 내 여자친구가 맞을까?
매장을 나오면서 그녀가 덧붙여 말했다.
“여성들에게 옷을 사는 규칙은 N개의 매장에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하나를 찾는 것이죠. 하지만 남성들은 최단 시간 안에 자신에게 맞는 어느 값 이상의 옷을 찾는 것이니 추구하는 최적화 목표가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난 처음 매장에서 입어 봤던 정장이 가장 잘 맞았던 것 같은데? 입었을 때 착용감도 좋았고.”
“매장마다 자체 스타일이 있으니까요. 이 옷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혜수가 거울에 비친 민우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거울에 비친 옷이 멋져 보일 때는 조명과 거울 크기 때문이기도 해요.”
“조명?”
“어떤 가게에서는 부드러운 조명을 써서 안색이 좋아 보이게 하고, 좁고 긴 거울을 사용해서 비교적 날씬해 보이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도록 만들기도 하죠.”
“거울의 기울어진 각도와 관련이 있을 것 같아.”
“무슨 뜻이죠?”
“예전에 물리학에서 거울이 15도 기울었다고 가정하면 투영된 사람은 거울이 기울어진 각도의 두 배인 30도만큼 기울어진다고 배웠던 기억이 나. 그래서 30도 뒤로 젖혀진 자신의 발뒤꿈치가 우리와 가장 가깝고 정수리가 가장 멀어. 삼각측량을 배울 때 물체가 우리와 가까울수록 커 보이고 멀수록 작아 보인다는 것을 알았지. 발이 거울과 가장 가깝고, 머리 쪽으로 올라갈수록 거울과 점점 멀어져. 즉, 우리 다리와 상체의 비율이 평소보다 더 커져서 다리가 더 길어 보이니 비율이 더 좋아 보인다는 뜻이야.”
민우는 ‘거울이 x도 기울어질 때 사람의 다리 길이 비율이 y% 상승한다는 식의 계산을 하면서 문득 연준의 조언이 떠올랐다. 역시 자신 없는 복잡한 해석은 하지 말고 예를 들어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m 높이와 100m 높이의 건물이 모두 우리 눈앞 1km 거리에 있다면, 우리는 그들의 높이가 1:10인 것처럼 보여. 그런데 10m짜리 건물을 앞으로 500m만 더 옮겨도 20m짜리 건물이 1km 거리에 있는 거야. 그래서 높이 비가 1:5가 되지. 기울어진 거울은 아마 이런 영향과 같을 거야.”
“맞아요, 정말 대단해요! 전 오랫동안 쇼핑을 했지만, 처음으로 숨은 이치를 알게 됐네요. 어쩐지 어떤 바지는 분명히 매장에서는 다리가 길어 보였는데, 집에 가서 입으면 또 그냥 그렇더라고요.”
혜수는 좌우를 살피면서 점원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 몰래 거울을 정상 각도로 밀어 놓았다. 그러자 민우는 다리가 길어 보이는 착시를 혜수 앞에서 들키고 싶지 않아서 재빨리 한쪽으로 비켜섰다.
두 사람의 감정은 함께 나쁜 짓을 한 공범의 분위기로 살짝 달아올랐다. 민우는 이런 달달함이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줄 알았다. 그는 점원을 보면서 머릿속에 어떤 서랍이 또 튕겨져 나왔다.
“옷 가게에 몇 명의 점원이 있어야 할까?”
“무슨 뜻이에요?” 혜수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점원 수가 적을수록 월급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적어지지. 하지만 또 이상적으로는 가게의 구석구석을 점원이 살필 수 있어야만 즉시 고객을 응대하고, 절도 상황도 막을 수 있어. 따라서 가게의 크기, 모양, 진열대의 배치와 사각지대가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점원의 수가 정해져야 하는 거지.”
민우는 계속 말을 이었다.
“미술관 문제(Art Gallery Problem)라는 수학 고전 문제가 있어. 미술관에 여러 개의 전시실이 있고, 어느 위치에 경비원을 두어야 모든 작품을 감시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최소한의 인력으로 관리할 수 있지. 어쩌면 옷 가게의 점원 수도 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
그는 핸드폰으로 자료 검색을 하곤 뭔가 설명이 잘못된 부분이 있어서 다시 보충 설명을 했다.
“미술관 문제에서 경비원은 정지되어 있지만, 옷 가게 점원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 그리고 고객이 점원을 찾으면 그가 원래 담당했던 구역은 다른 점원이 도와줘야 해. 그래야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동적인 최적화 문제가 되는 거야. 이는 매장의 크기 및 모양과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고객 수, 고객 서비스 처리 시간, 점원이 걷는 속도와 관련이 있어. 내가 방금 검색해 보니, ‘감시자 문제(Watchman Problem)라는 또 다른 문제가 있어. 이것은 이동 가능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최단 경로에서 모든 구역을 봐야 하는데, 아마도 이 문제와 관련이 있을 것 같네. 아, 미안해. 너무 몰입해서 이야기했어. 또 모두 말뿐이고 답을 계산해 내진 못했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장황하게 늘어놓은 설명에, 혜수의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 민우는 좀 민망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미소지었다.
“정말 대단해요. 현실과 수학 문제를 연결시킬 수 있다니요.”
수학으로 고백하기 대작전
확률로 결정되는 사랑의 운명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사람이 정말 많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승강장마다 여러 사람이 늘어서 있다. 혜수는 의식적으로 가장 짧은 줄에 섰다.
드디어 지하철이 도착하고 혜수는 핸드폰을 보며 지하철에 올라탔다. 그녀의 시선이 맨 앞의 세 사람 자리로 향했다. 그곳엔 한 여자아이가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행운이 따랐는지 그 옆 두 자리는 빈자리다. 그녀가 잽싸게 앉으려는 순간, 옅은 분홍색 봉투가 좌석에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봉투 겉면에 몇 글자가 커다랗게 확대되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TO. 사범대 혜수
나에게? 혜수는 좌우를 두리번거렸지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그 여자아이와 이 편지는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다. 봉투 안에는 이어폰과 QR code가 그려진 카드 하나가 들어있고 카드 아래에는 숫자 0924206105가 적혀 있다. 혜수는 첫눈에 이 편지가 자신에게 온 것이라고 확신했다. 갑자기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이어폰을 끼고 QR code를 스캔하니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오고, 민우의 미소가 스크린에 나타났다.
혜수, 안녕? 네가 무사히 이걸 발견해서 다행이야. 널 알기 전에 난 항상 완벽한 나의 연인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지 매번 상상하곤 했어.
그녀는 맑은 두 눈을 가지고 있어. 오똑한 코, 키스할 때 우리의 코끝이 살짝 닿아. 그녀는 항상 가벼운 미소를 띠고 있어. 마치 좋아하는 음료를 마신 것 같은 해맑은 웃음, 순수해서 작은 일에 감동이나 상처도 잘 받지만, 선택에 직면했을 때는 뚜렷한 주관이 있지.
나는 시간이 한참 지나고서야 이해하게 되었어. 완벽한 연인에 관해서 너의 모든 세부 사항을 열거한 다음 그것들을 하나의 다중 최적화 문제로 정리하면 되는 거였어.
열거만 하면 되는데 왜 최적화 문제로 변할까? 완벽한 연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지. 플라톤은 “세상에 완벽한 직선은 없으며, 아무리 정확한 자라도 근사한 직선을 그릴 수 있을 뿐 무한히 확대하면 반드시 떨림을 볼 수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지.
어떤 감각으로 체득할 수 있는 사물은 모두 표상이며, 완벽한 이상적인 형태의 투영이라고.
직선의 이상적인 형태는 추상적인 수학 세계에 존재할 뿐이고, 연인의 이상형은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만 존재해. 현실에서는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연인인 거지.
우리는 여러 가지 목표 함수를 최적화하고 싶거나, 혹은 여러 방면에서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연인을 찾고 싶어 하지. 그러나 현실에서는 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내 친구 한 명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외모를 가진 완벽한 연인을 만났어.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녀는 동시에 두 명의 남자 친구를 만나는 사람이었어. 또 다른 친구는 대화가 잘 통하는 여자를 찾았지만, 그는 시종 그녀의 외모가 불만이었어.
현실에서 우리는 다중 최적화를 계층 최적화로 바꾸고, 목표를 등급별로 나누어 순서대로 추구해. 먼저 성격, 다시 외모, 또다시 취향을 보지.
많은 사람이 사귀고 난 후 감정이 변하기도 하는데 이는 계층 최적화의 순서가 바뀐 것이래, 사귀기 전에는 외모를 가장 신경 쓰지만, 사귀고 나면 성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게 되어서 원래 좋아하던 상대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게 되는 거야. 더 말할 것도 없이 계층적으로 가장 최적화된 연인이 존재하고 이상적인 연인으로 불리더라도 반드시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페르미 추론법으로, 가장 완벽한 연인이 한국에 산다고 가정하면, 한국의 17~26세 여성은 약 150만 명. 다시 SNS상에서 너는 친구의 친구만 안다고 가정하면 그래프에서 거리는 2가 되지. 만약 네가 200명의 친구가 있다면, 그중 한 사람은 이 연령대의 한국 여성 200명을 알고 있을 거야. 이렇게 넓은 기준으로 계산하면 넌 여전히 2.7%의 확률로만 가장 좋은 연인을 만나게 될 것이고 만나는 순간, 바로 이상적인 연인이라는 걸 알아야 해. 마침 너는 아직 애인이 없어.
200만 원짜리 복권의 당첨 확률이 3/1000이라고 하면, 2.7%의 확률은 대략 9장의 복권을 받은 것과 같으며, 그중 적어도 한 장은 당첨되어야 하는 거야.
영상 속 민우는 시종일관 같은 자세를 유지하다가 갑자기 책상 아래에서 카드를 한 장 꺼낸다.
1 - 0.997의 9제곱 = 2.67%
정확한 식은 이거야. 한 장도 당첨되지 않을 확률을 빼면 매우 작은 값으로 0.3% X 9에 근사하게 되지. 즉, 모든 사람이 진정한 사랑을 찾는 데 일생을 바치지만, 이것은 실수로 주머니 속에 넣어둔 복권 여러 장이 당첨될 확률을 모두 합친 것과 다름없어. 일반적으로 복권에 당첨되는 건 정말 쉽지 않지.
민우는 그 말을 하며 몇 초 동안 고개를 숙였고, 혜수는 일시적으로 인터넷 신호가 불안정한 것으로 생각했다. 잠시 후 고개를 들고 그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난 당첨됐을 뿐 아니라 심지어 1등이야!
평범한 아침이었어. 나는 앉아서 아침 식사로 오믈렛을 먹고 있었지. 넌 (3, 4, 5) 직각삼각형을 쓰는 게 더 나을 것 같지 않냐고 말했어. 나는 그 목소리를 따라가 너를 보았어. 넌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는데 마치 의도하지 않게 딱 좋아하는 음료를 마신 것 같은 그런 흡족한 웃음이었어.
이 기적 같은 순간에 나는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고, 너는 모르겠지만 내가 꿈꿔 온 이상형은 가장 왜곡되지 않은 각도로, 입체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었지. 분홍색 상의에 연두색 치마를 매치한 모습으로 나타난 거야.
이후 우리는 점점 더 친해졌고, 나는 내가 근본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어. 플라톤은 현실에서 완전히 곧은 직선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지. 그것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나도 늘 사랑은 하나의 상상을 쫓는 것이고, 현실에서 연인은 이상형의 투영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연인은 일직선과 달라. 연인은 주관적이야. 많은 세부 사항을 상상할 수 없지만 함께 겪은 후에야 비로소 알게 돼. 그러니까 상상 속에 완벽한 연인은 있을 수 없어. 연인의 이상형은 망망한 사람들 속에 있는 어떤 여자아이라고, 머릿속의 상상은 단지 투영일 뿐인 거지. 우리가 그림을 보고 이상형을 찾는다면 그 한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독보적인 이상형일 거야.
화면이 갑자기 종료되었다. 혜수는 화면을 눌러 인터넷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고, 그녀는 이대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 그녀의 앞에 낯익은 목소리와, 낯익은 신발이 나타났다.
“내가 당첨된 건 1등이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환전해 줄 수 없는 슈퍼 특별상이고, 부상으로 받은 건 나만의 이상형이야.” 스크린을 빠져나온 듯 민우는 영상 속 못다 한 구절을 천천히 꺼냈다.
“혜수야, 나는 너를 좋아해. 나랑 함께 해줄래?”
혜수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수줍게 민우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혜수의 등을 토닥이며 민우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너를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