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과학〉 시리즈 8번째인 이 책은 영국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천재 물리학자 폴 디랙((Paul Dirac)이 1928년에 발표한 ‘디랙 방정식’에 관한 논문을 탐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디랙 방정식에는 2가지 큰 의미가 있다. 하나는 독립적으로 발전한 양자론과 상대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방정식의 해를 통해 ‘반입자’를 예언한 것이다. 이로써 현대물리학의 저변이 현저하게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반입자》는 디랙의 1928년 논문이 완성되기까지, 그 배경지식이 되는 이론들과 논문 해설, 이후 발전 상황을 정교수와 물리군의 일대일 대화 형식으로 재미있게 설명한다. 이론을 발전시켜온 여러 과학자들의 숨겨진 에피소드도 함께 소개한다. 특히 5장에서 새로운 입자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용어를 만들고 추론하고 반박하는 일련의 과정은 매우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 책에는 논문을 읽는 데 필요한 수학식이 계속해서 등장하기에 난해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만큼 이론을 알차고 심도 있게 다룬다. 부록에는 이 책에서 다루는 파울리와 디랙 논문의 영어 원문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목록을 실어 내용을 더 깊이 탐구할 수 있도록 도왔다.
■ 저자
정완상
과학에 대한 호기심으로 서울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에 다녔고, 물리를 향한 마음이 더욱 커져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하며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30세에 경상국립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되어 학생들에게 물리 사랑을 전파하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꾸준히 연구하며 현재까지 국제 학술지(SCI 저널)에 30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직접 만나는 학생뿐만 아니라 더 많은 학생들에게 과학과 수학의 즐거움을 알려주고자 책을 통해 독자를 만나고 있다.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시리즈] 중 《아인슈타인이 들려주는 상대성 이론 이야기》를 비롯한 31권과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 50권을 집필했다. 최근에는 중학교에서도 통하는 초등수학을 카툰으로 그린 [개념 잡는 수학툰 시리즈]를 출간했고, 노벨상 오리지널 논문을 쉽게 풀어낸 [노벨상 수상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과학 시리즈]를 집필 중이다. 우리나라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쏟아져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네이버 카페 [정완상 교수의 노벨상-오리지널 논문 공부하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 차례
추천사
천재 과학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을 이해하게 되길 바라며
반입자를 예언한 물리학자 디랙_체임벌린 박사 깜짝 인터뷰
첫 번째 만남-미적분의 역사
미분과 적분의 발견_뉴턴과 라이프니츠|역삼각함수_삼각함수의 역함수|뉴턴의 일반화된 이항정리_n이 자연수가 아닌 경우|삼각함수의 무한급수 표현_다른 꼴로 나타내기|오일러 공식_오일러 수로부터|뉴턴의 미분방정식_함수의 미분을 포함하는 방정식|편미분_변수가 둘 이상인 함수에 대해서
두 번째 만남-3차원에서의 역학
3차원에서 뉴턴 역학_3차원 공간으로의 확장|라플라스_나폴레옹 시대의 위대한 수학자
세 번째 만남-제이만 효과
양자론의 탄생_불연속적인 에너지를 갖는 기묘한 입자|제이만 효과의 발견_수소의 새로운 선스펙트럼|슈타르크 효과_수소에 전기장을 걸어주면|새로운 양자수 등장_제이만 효과의 이론적 설명|양자역학의 탄생_양자를 묘사하는 물리학|보른의 확률 해석_물리적인 연산자와 파동함수|구좌표계_3차원 공간을 다르게 나타내기|각운동량 연산자_각운동량의 변화|수소 문제_수소 원자핵 속으로|세 개의 양자수로 묘사되는 전자_궤도함수|자기장 속에서의 슈뢰딩거 방정식_자기력을 받는 전자의 운동
네 번째 만남-스핀의 탄생
제4의 양자수 등장_비정상 제이만 효과를 설명하는 물리 모델|제4의 양자수 발견_슈테른과 게를라흐의 실험|파울리의 배타원리_하나의 상태에 있을 수 없다|행렬의 발견_수를 직사각형 모양으로 배열하다|파울리의 논문 속으로_스핀을 양자역학에 도입하다
다섯 번째 만남-디랙 방정식과 반입자의 발견
클라인과 고든의 시도_전자의 운동에 특수상대성이론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디랙의 등장_슈뢰딩거 방정식과 특수상대성이론의 결합|디랙의 노새 입자_힘이 작용한 방향으로 속도가 줄어든다|디랙의 논문 속으로_새로운 방정식|디랙의 구멍이론_디랙의 바다에 생긴 구멍|양전자의 발견_디랙이 예언한 전자의 반입자|반물질의 발견_새로운 반입자를 찾는 실험
만남에 덧붙여
정교수와 물리학자 간의 일대일 대화 형식을 통해, 이론 발전의 과정과 과학자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특히 새로운 입자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이를 추론하고 반박하는 과정은 독자에게 흥미로운 지적 탐험을 제공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반입자
미적분의 역사
미분과 적분의 발견
정교수: 이 책의 긴 여정을 시작하려면 미적분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네. 우리는 미분과 적분을 어떻게 발견했는지 그 역사부터 살펴볼 거야.
물리군: 미분과 적분은 영국의 뉴턴과 독일의 라이프니츠가 비슷한 시기에 독립적으로 발견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정교수: 맞아. 먼저 뉴턴에 대해 알아볼까? 그는 영국이 자랑하는 위대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라네.
뉴턴은 케임브리지 대학 트리니티 칼리지를 다니던 중 미적분의 원리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뉴턴의 운동법칙과 중력에 관한 내용은 그의 위대한 저서 《프린키피아》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수학양: 《프린키피아》에 미적분이 설명되어 있나요?
정교수: 《프린키피아》에서 미분과 적분을 소개한 내용은 아주 짧아. 뉴턴은 미분과 적분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독자들을 위해 기하학적인 방법으로 이 책을 집필했거든.
물리군: 미분과 적분 내용은 어느 책에 들어 있죠?
정교수: 뉴턴은 1736년 출간된 자신의 책 《유율법》에서 미분과 적분을 구체적으로 다루었다네.
수학양: 이 책 이름은 생소하네요.
정교수: 뉴턴이 집필한 훌륭한 저서 중 하나인데 《프린키피아》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
물리군: 그렇군요. 이제 미분과 적분을 발견한 또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해주세요. 라이프니츠는 어떤 수학자예요?
라이프니츠가 적분을 생각하게 된 동기는 포도주를 숙성하는 오크 통의 부피를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미분과 적분 연구 결과를 1684년 독일 학회에 발표했다. 그런데 뉴턴이 1669년 작성한 논문 무한급수에 의한 해석에 관하여에 이미 미분과 적분 아이디어가 들어 있었다. 라이프니츠는 자신과 뉴턴의 방법이 서로 상이하여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 학회의 생각은 달랐다. 영국 학회는 라이프니츠가 뉴턴의 논문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라이프니츠는 이 일로 크게 상처받고 우울증에 빠졌다. 1711년부터 죽을 때까지 그는 미분과 적분을 뉴턴과 독립적으로 발견했는지, 아니면 원래 뉴턴의 아이디어를 다른 표기법으로 쓴 것뿐인지에 대해 논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제이만 효과
양자론의 탄생
정교수: 1900년대 초에 ‘양자라는 혁명적인 아이디어가 등장했네. 1900년 독일의 플랑크는 빛이 불연속적인 에너지를 갖는 입자라는 것을 발견했어. 이런 기묘한 성질의 입자를 양자(quantum)라고 불렀네. 빛을 이루는 양자를 광자(photon)라고 하지.
물리군: 양자는 뉴턴의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나요?
정교수: 그렇다네. 뉴턴의 물리학에서 입자는 연속적인 에너지를 갖기 때문에 불연속적인 에너지를 가지는 양자를 묘사할 수 없어.
플랑크는 뜨거운 물체에서 나오는 복사선을 연구하던 중 진동수가 o인 광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는 ho, 2ho, 3ho···처럼 불연속적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제이만 효과의 발견
정교수: 보어는 수소에서 나오는 선스펙트럼에 관한 발머 공식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수소 원자 속의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가 불연속이라는 것을 알아냈지. 하지만 보어의 수소 원자모형은 정확한 것이 아니야. 양자역학이 만들어지고 나서야 확실한 모형이 완성되네.
물리군: 어떤 면에서 정확하지 않다는 건가요?
정교수: 보어의 원자모형에서 전자가 있을 수 있는 궤도는 정수 n으로 기술돼. 그러니까 양자수가 한 개만 나타나지. 그런데 발머의 실험 이후에 새로운 사실들을 찾게 되었어.
물리군: 어떤 내용이죠?
정교수: 수소 원자에 자기장이나 전기장을 걸어주면 새로운 선스펙트럼이 나오는 것을 발견했지. 이를 처음 알아낸 사람이 제이만이야. 그의 연구를 소개하겠네.
1893년에 제이만은 자화된 표면에서 편광된 빛의 반사를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1895년 그는 스트라스부르에서 돌아와 레이던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수학과 물리학을 강의했다. 1896년 제이만 효과를 발견한 그는 1900년에 암스테르담 대학의 물리학 교수가 되었다. 1918년에는 중력 및 관성 질량에 관한 등가 원리를 실험으로 확인하여 중력에 대한 일부 실험: 결정 및 방사성 물질의 질량 대 중량 비율을 발표했다.
물리군: 제이만 효과가 뭐예요?
정교수: 제이만은 강력한 자기장을 걸어주면 수소의 선스펙트럼이 더 많이 생긴다는 것을 알아냈어. 이렇게 자기장의 영향으로 수소의 선스펙트럼이 더 많아지는 현상을 제이만 효과라고 부르지. 이 연구로 제이만은 1902년 스승인 로런츠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네.
새로운 양자수 등장
정교수: 보어의 논문이 나온 후 이론물리학자들은 왜 제이만 효과가 일어나는지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려고 했어. 그 첫발을 내딛은 사람은 독일의 조머펠트야.
조머펠트는 제이만 효과나 슈타르크 효과는 보어의 원자모형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두 효과에 추가된 선스펙트럼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보어 모형의 양자수 n 이외에 두 개의 새로운 양자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새로운 두 양자수를 l, m이라고 썼다.
조머펠트는 이 세 개의 양자수 중 m은 원자에 자기장을 걸어주었을 때 전자의 에너지를 다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양자수의 도입으로 조머펠트는 제이만 효과를 설명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n=1인 궤도일 때, 허용되는 l=0이므로 m=0이 된다.
조머펠트는 이 경우를 전자의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로 바닥상태라고 불렀다. 이때 m은 하나의 값만을 가지므로 자기장이 있든 없든 전자의 에너지는 변함없다. 따라서 제이만 효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n=2인 궤도를 보자. 이 경우 l=0, 1이 가능하다. l=0이면 m=0만 가능하지만, l=1이면 m=-1, 0, 1이 가능하다. 즉, 자기장을 걸어주면 서로 다른 m의 값에 따라 전자의 에너지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이때 더 다양한 파장의 빛이 방출되며, 제이만 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조머펠트가 논문을 발표한 당시에는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원리나 슈뢰딩거 방정식이 나오기 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논문은 단순히 실험과의 비교를 통해 이루어진 결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양자역학이 만들어진 후의 일이다.
양자역학의 탄생
정교수: 1924년부터 1926년 사이에 드디어 양자를 묘사할 수 있는 물리학이 형성되네. 이것을 양자역학이라고 부르지. 이 시기 물리학자들은 전자를 양자로 묘사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어. 지금부터 그 내용을 소개하겠네.
1925년 하이젠베르크는 양자가 만족해야 하는 근본 원리인 불확정성원리를 발표했다. 고전역학에서는 고전적인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양자의 경우는 두 양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 불확정성원리이다.
하이젠베르크의 논문이 나오고 몇 달 뒤, 보른과 요르단은 양자역학에서는 위치나 운동량이 수가 아니라 파동함수에 작용하는 연산자가 되어야 함을 알아냈다.
그 후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을 이용해 수소 원자 속의 전자의 운동을 다룰 수 있었다. 수소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 한 개로 이루어져 있다. 수소의 원자핵은 양성자이고 전자에 비해 너무 무겁다. 따라서 둘 사이에 같은 크기의 힘인 전기력이 작용하지만 원자핵은 거의 안 움직이고 전자만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리군: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 때 태양에 비해 지구가 너무 가벼워서 태양이 정지해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정교수: 맞아. 그 경우는 태양과 지구 사이에 중력이 작용하는 거지.
물리군: 전자와 원자핵 사이에도 중력이 작용하잖아요?
정교수: 그 힘은 전자와 원자핵 사이의 전기력에 비해 너무 작아서 무시할 거야. 수소 원자 속의 전자는 3차원 공간에서 움직이니까 이제 3차원에서의 불확정성원리와 슈뢰딩거 방정식을 알아야 하네.
자기장 속에서의 슈뢰딩거 방정식
정교수: 제이만 효과는 자기장과 관계있어. 그러니까 자기장 속에서 전자의 운동을 다루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만들어야 하네.
물리군: 어떻게 만들죠?
정교수: 전자는 음의 전기를 띠고 원자핵은 양의 전기를 띠기 때문에 전기력을 받아. 즉, 원자핵이 전기장을 만들고 전자는 그 전기장의 영향을 받지. 원자핵이 만든 전기장을 E라고 하면, 전자가 전기장에 의해 받는 힘(전기력) Fe는 Fe=eE가 돼. 여기서 e는 전자의 전하량일세.
물리군: 전자는 음의 전기를 띠고 있으므로 e는 음수이군요.
정교수: 맞아. 제이만의 실험은 원자에 자기장을 걸어주는 거야. 따라서 전자는 자기력을 받지. 걸어준 자기장을 B라고 하면, 전자가 자기장에 의해 받는 힘(자기력) Fm은 실험을 통해 Fm=e/cv×B가 된다는 것을 과학자들이 알아냈다네. 여기서 v는 전자의 속도를 나타내는 벡터이고 c는 빛의 속력이야.
스핀의 탄생
제4의 양자수 등장
정교수: 자기장 속에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적용했을 때, 제이만이 발견한 선스펙트럼은 모두 설명할 수 있었지만 프레스턴이 추가로 발견한 선스펙트럼, 다시 말해 비정상 제이만 효과를 설명할 수는 없었지. 이제 물리학자들은 비정상 제이만 효과를 나타내는 물리 모델을 만들어야 했네.
1920년 세 개의 양자수 n, l, m을 발견한 조머펠트는 세 개의 양자수로 정상 제이만 효과를 설명할 수는 있지만 비정상 제이만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양자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냈지. 그는 이 양자수를 s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바로 제4의 양자수라네.
파울리의 배타원리
정교수: 제4의 양자수를 가지는 물리학을 완벽하게 기술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파울리를 소개하겠네.
제4의 양자수에 관심을 가졌던 파울리는 1925년, ‘파울리의 배타 원리를 발표한다. 제4의 양자수가 두 개의 값을 가지는데, 이 두 값이 다르면 전자는 (n, l, m)이 같더라도 같은 상태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제4의 양자수가 같은 전자는 하나의 (n, l, m) 상태에 있을 수 없다. 한편 1925년에 울렌벡(George E. Uhlenbeck)과 하우드스밋(Samuel Goudsmit)은 제4의 양자수는 각운동량과 관계있다고 생각했다.
물리군: (n, l, m) 중에서 l과 m은 전자의 각운동량과 관계있잖아요? 그런데 제4의 양자수는 어떤 각운동량과 관계있다는 거죠?
정교수: l과 m은 각운동량 연산자와 관계있어. 여기서 각운동량은 위치벡터와 운동량벡터의 곱으로 정의하지. 울렌벡과 하우드스밋은 이렇게 정의하는 각운동량 외에 제4의 양자수와 관련 있는 각운동량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했지.
울렌벡과 하우드스밋은 전자가 기존의 각운동량 외에 제4의 양자수와 관련된 각운동량을 가진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지도 교수인 에렌페스트에게 건넸다. 에렌페스트는 두 사람에게 전자 이론의 권위자인 로런츠와 이 논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라고 권했다. 둘은 로런츠에게 논문을 보냈고 로런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자가 새로운 각운동량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만약 전자가 새로운 각운동량을 가진다면 빛보다 속력이 빨라질 겁니다.”
물론 로런츠의 생각은 틀린 것이었다. 에렌페스트는 로런츠의 의견을 무시하고 울렌벡과 하우드스밋의 논문을 저널에 투고했고, 이 논문은 《자연과학(Naturwissenschaften)》이라는 저널에 게재되었다.
파울리는 제4의 양자수가 두 개의 값만을 가지며, 이를 공 모양의 전자가 반시계 방향 또는 시계 방향으로 자전하는 것에 비유했다. 이러한 자전을 영어로 스핀(spin)이라고 한다. 또한 파울리는 새로운 양자수를 스핀 양자수, 이것과 관계된 각운동량 연산자를 스핀 각운동량 연산자 또는 줄여서 스핀 연산자라고 불렀다.
물리군: 실제로 전자가 자전하나요?
정교수: 그렇지는 않아. 스핀 각운동량 연산자의 고윳값이 두 개인데 이것을 두 방향으로의 자전에 비유한 것뿐이야.
파울리는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하는 것에 비유할 때, 오른손으로 감아쥐면 엄지손가락의 방향이 위쪽이므로 전자가 이런 상태에 있을 때를 스핀업(spin-up)으로 불렀다. 반대로 시계 방향으로 자전하는 것에 비유할 때, 오른손으로 감아쥐면 엄지손가락의 방향이 아래쪽이므로 전자가 이런 상태에 있을 때를 스핀다운(spin-down)이라고 했다. 파울리의 재치가 돋보이는 비유이다.
디랙 방정식과 반입자의 발견
클라인과 고든의 시도
정교수: 그럼 이 책의 본론인 반입자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
물리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요.
정교수: 지금까지 다룬 내용은 양자역학과 관련된 것이었네. 양자역학은 뉴턴의 물리학을 불확정성원리에 맞게 수정한 거지. 그래서 뉴턴의 방정식 대신 슈뢰딩거 방정식이 나온 거야. 하지만 20세기 들어서 뉴턴의 물리학은 빛처럼 빠른 물체에 대해서는 성립하지 않는 것이 알려졌어. 이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일세. 뉴턴의 물리학에서와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에너지의 정의는 서로 다르다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한 물리학을 불확정성원리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었어. 이러한 양자역학을 상대론적 양자역학이라고 하지.
디랙의 등장
1926년 슈뢰딩거가 전자에 대한 양자역학 방정식인 슈뢰딩거 방정식을 발표했다. 이것을 계기로 디랙은 슈뢰딩거 방정식과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결합하는 이론을 만들겠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는 1927년부터 이 연구에 뛰어들었고, 그해 11월 말에 특수상대성이론과 잘 어울리는 전자의 양자역학 방정식을 찾는 데 성공했다. 이 논문은 1928년 2월에 발표되었다.
논문이 나오자 많은 물리학자가 디랙의 위대함에 놀라워했다. 이 논문에서 디랙은 수소 속 전자가 가지는 에너지를 슈뢰딩거가 구한 값보다 더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 게다가 여기서 또 하나의 굉장한 결과가 등장했다. 바로 음의 에너지를 가진 해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음의 에너지를 가진 해에 대응하는 입자는 훗날 반입자로 불리게 된다.
양전자의 발견
1932년에 앤더슨은 디랙이 예언한 전자의 반입자를 발견하고 이 입자를 양전자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이 업적으로 193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물리군: 앤더슨은 어떻게 양전자를 발견했나요?
정교수: 1931년부터 앤더슨은 우주 방사선이 안개상자를 지나가는 사진을 많이 촬영했네. 그는 안개상자에 자석을 놓고 우주 방사선을 연구하다가 이상한 사진 한 장을 찍었지. 이 사진에는 한 점에서 출발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구부러진 두 개의 비적이 관찰되었어. 전기를 띤 두 입자가 자석 속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휘어지는 것은 두 입자의 전하가 반대 부호임을 의미한다네. 앤더슨은 하나의 비적은 전자가 만들어내는 비적임을 확인했어.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전자와 반대의 전기를 띤 전자의 반입자의 비적임을 알게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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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