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너와 대화하고 싶어
 
지은이 : 표아름누리 (지은이)
출판사 : 서사원
출판일 : 2024년 09월




  • 아이의 언어 발달이 느리거나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경우, 부모는 걱정하고 불안해할 수 있습니다. 수년간 미국에서 활동한 소아 언어치료사인 저자는 "아이들이 말문이 트일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주변 사람들의 위로가 오히려 문제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아이의 언어 발달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즉시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엄마도 너와 대화하고 싶어


    말이 느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고민

    말이 느린 우리 아이, 이대로 괜찮을까?

    “좀 더 기다리면 괜찮아질까요? 아니면 다른 병원에 가서 진단을 다시 받아야 할까요?” 이 질문을 한다는 건 병원을 다녀왔어도 어째서인지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마다 양육 환경 및 성장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긴 어렵다. 다만 아무런 조치 없이 마냥 말이 늘기를 기다리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의 언어 발달을 막는 ‘기다려보자’라는 말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봐. 우리 애도 말이 느렸어!” 흔히 육아 고수라는 지인들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안도감과 우리 애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니까. 그런데 마냥 속이 편하지 않다. 왜 그런 걸까? 그건 말이 왜 늦으며, 지금 어떤 발달 상태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아이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질 때 아이에게 어떤 도움을 줘야 할지 모를 때마다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곤 기다려야 할지 진료를 받아야 할지 또다시 고민하게 된다.


    만약 부모 자신이 아이의 언어 발달 상태에 합리적인 판단이나 선택을 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면 반드시 언어발달평가를 받아보길 바란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이기에 부모의 직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남의 말은 남의 말이며, 남의 상황일 뿐이다. 만약 당신의 아이가 지금보다 훨씬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가만히 있겠는가. 그러니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면 아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언어 발달이 현저히 지체된 게 아니라서 조금 더 기다리기로 마음먹을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 따르면 말이 느린 아이 중 70%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말이 트이고 또래와 똑같이 언어 발달이 이뤄진다고 한다. 하지만 나머지 30%는 발달장애를 겪는다.


    우리 아이가 70%에 속할지 30%에 속할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70%에 희망을 걸고 기다린다면 곰곰이 생각해보자. 우리 아이의 어떤 면 때문에 언어 발달을 검색하고 자료를 찾아 보았는지. 기다리기로 결정했으나 마음 한구석이 왜 찜찜한 건지. 늦은 밤까지 포털사이트에 아이의 행동 특징을 검색하고 자료를 찾아보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이럴 때는 무작정 기다리지 말고 진료 예약을 걸어보자. 말이 느린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으므로 기다리는 동안 ‘말이 느린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과 ‘그에 맞는 양육 계획’을 세워야 한다.


    늦은 언어 발달이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

    말이 느린 아이 중 미취학 아동들은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욕구와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어휘가 적어 언어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를 때리거나 답답한 마음에 표현 자체를 안 하는 등 행동으로 마음을 보여준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수록 아이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느끼고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된다.


    언어 기초 능력이 부족한 상태로 학령기에 접어들면 듣기, 쓰기, 읽기 및 다양한 학습 발달과 관련된 문제가 뒤따라온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들면 개념과 추론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학습을 잘 따라가지 못하며 언어 발달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인지 능력 또한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학습장애를 초래하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언어 발달을 점검하고, 언어 발달의 기초를 탄탄하게 세워줘야 하는 이유는 언어가 세상과 소통하며 지내는 데 꼭 필요한 기본 요소이기 때문이다. 언어 능력은 벽돌로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오랜 시간 탄탄하게 기초 작업을 한 뒤에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리는 것처럼 언어 발달도 기초 실력을 갖춰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따라서 언어 발달이 지연되면 ‘우리 아이가 좀 느린가 보다’라며 일관하지 말고 재빠르게 치료를 받아 언어 발달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말이 느린 게 아니라 다른 발달이 느린 걸까?

    아이가 또래보다 말이 느려도 조급한 마음을 먹지 않은 부모도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기관에서 아이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얘기를 들으면 걱정이 앞선다. 말만 조금 느린 줄 알았는데 같은 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줄을 서야 하는데 혼자만 뛰어다니고, 그림 그리는 시간에 색연필을 바닥에 던지는 아이를 보면 말이 느려서 저러나 싶어 하루라도 빨리 말을 가르치려고 한다. 그런데 ‘말만 가르친다고 상황이 나아질까?’란 생각이 들면 이 모든 상황은 말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몰려온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부족한 상호작용이 일으키는 사회성 발달 지연

    툭하면 소리 지르고, 때리고, 던지며 고집부리는 우리 아이. 집에서는 어느 정도 받아주고 넘어갈 수 있지만 밖에서도 그렇다면 사회성에 문제가 생길 게 분명하다. 이참에 훈육이라도 해보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할 수 있는 건 “울지 말고 말로 해. 말로 해야 엄마가 알아듣지!”, “빼앗지 말고 말로 하라고 했지! 그렇게 하면 친구들이 너랑 안 놀아!”라며 아이와 싸우는 것뿐이다. 부모는 왜 아이가 짜증을 내면서 소리를 지르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고, 아이는 아이대로 욕구를 해소하지 못해 울음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단체 생활을 하고 적응하는 데 지속해서 문제가 나타나거나, 문제 행동으로 기관에서 퇴소당하거나, 주 양육자 외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이 질적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관찰되면 ‘사회성 발달 지연’을 의심해야 한다. 사회성이란 원활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이고, 사회성 발달 지연은 사회적 질서가 포함된 집단 생활에 적응이 느린 것을 말한다.


    사회성 발달 지연을 겪는 아이는 부모와 상호작용이 충분하지 않았거나 바르지 못한 상호작용을 학습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성 발달 지연이 포착된다면 질적인 상호작용을 해왔는지 돌아봐야 한다. 상호작용 중에 특히 ‘눈맞춤’과 ‘호명 반응’은 언어 발달을 가늠하는 데 아주 중요한 기준이다. 눈맞춤과 호명 반응은 아이가 상호작용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다. 이것이 약하다면 아직 상대와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고, 이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소통의 기회가 줄어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만 2세 이전의 아이라면 이름을 불렀을 때 고개를 완전히 돌리고 부모의 눈을 정확히 쳐다보는지 관찰해보자.


    단체 생활에서 문제 행동을 보인다면 밥 먹기, 손 닦기와 같은 기초 생활 습관부터 잡아주고, 순서 지키기와 기다리기 같은 사회 규칙을 가르쳐야 한다. 집 밖에서 생활할 때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사회 규칙을 지키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 규칙은 사람과 함께 어울리면서 배우는데 또래 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라면 사회 규칙을 배울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


    아이가 요구하지 않아도 부모가 알아서 척척 다 해주거나 울리지 않으려고 아이에게 모든 걸 맞춰줄수록 아이는 사회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음식을 혼자 먹을 수 있게 유도하고 흘린 것은 스스로 치울 수 있게 도와주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아이는 부모가 기다려주는 만큼 배운다. 부모 눈에 아이는 하나부터 열까지 도움이 필요한 아기로 보일 수 있으나 아이는 어른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영리하다는 걸 기억하자.



    언어 발달 특징 및 육아 태도 점검(순차적 언어 발달)

    언어 발달의 첫 번째 단계: 감각통합

    나는 지금껏 만난 모든 부모에게 “아이는 몸이 준비되어야 말을 배웁니다”라는 말을 전했다. 어떤 고민이든 어느 발달 단계에 있든 상관없이 말이다. 10명 중 9명의 부모는 언어 치료를 받으러왔다가 ‘말’이 아닌 ‘몸’ 얘기를 듣곤 무슨 말인가 하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말’은 소통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소통을 하기 위해선 상대방에게 주목하고 상대의 의도를 알아차려 이해하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언어 발달에 기초가 되는 자기 조절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이것이 앞에서 말한 ‘몸’이다. 이 능력이 낮으면 의미 있는 소통을 할 수 없다.


    각성 조절이 어려운 아이

    말이 느린 아이들 중 대부분은 각성 조절이 어려워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별것도 아닌 일로 난리를 치며 떼를 쓰고, 수업에 방해가 될 만큼 충동적인 행동을 하고, 규칙을 지키지 못하고, 갑자기 소리를 꽥 지르는 등 문제아처럼 보이는 행동을 한다.


    각성이란 인간의 심리적인 긴장감과 에너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중요한 일을 할 때 사람은 적당한 근(력) 긴장감, 균형 감각, 자세를 바르게 하는 등의 제스처를 취하는데 이렇게 몸을 움직이면 뇌가 또렷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을 두고 ‘각성 조절이 되었다’고 한다.


    각성은 집중력을 끌어올려 주어진 일을 능률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돕는다. 예를 들어 아침에 막 눈을 뜨면 머리가 멍하고 판단이 느리다는 기분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때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아침을 먹으면 머릿속이 맑아진다거나 정신이 또렷해진 기분이 들 것이다. 여기에 산책이나 운동 등 신체 활동을 더하면 뇌와 몸이 아침을 먹을 때보다 더 깨어 있는 상태를 느낄 수 있다. 반대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오면 몸에 힘이 빠지고, 행동이 굼떠지고 편안한 상태에 머물고 깊은 잠에 빠진다.


    각성은 올라가고, 더 올라가기도 하며, 낮아지고 더 낮아지는 등 주기적으로 변한다. 사람들은 각성 기복을 견디기 위해 적당한 활력을 불어넣는 활동을 본능적으로 찾아서 한다. 피곤할 때는 커피를 마시거나 세수를 하고, 차분해져야 할 때는 숨을 고르게 쉬거나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각성 조절이 어려운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각성 수준이 낮음에도 활력을 불어넣지 못해 게으르고 무기력하게 있거나 불러도 별 반응이 없거나 피곤한 모습을 보인다. 반대로 각성이 높으면 충동적으로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고,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계속 뛰고 움직이며 지나치게 활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지나친 각성은 긴장감과 불안을 유발하여 정보를 놓치기 쉬워 조금 진정시켜야 한다. 반대로 너무 낮은 각성은 집중력이 흐트러져 불필요한 정보에 신경을 쓰게 되니 뇌를 깨워 신체가 준비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각성 조절이 어려운 아이들은 선택과 집중이 어려워 밥 먹기, 양치하기, 옷 입기, 씻기 등 일상생활 활동에 어려움을 보인다. 그러므로 말을 가르쳐주기 전에 아이가 스스로 각성을 조절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를 전문적으로 ‘감각통합’이라고 한다.


    언어 발달의 두 번째 단계: 기반 다지기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수용언어

    말이 느린 아이라면 말하기(표현언어)에 집중하기 전에 ‘수용언어 수준’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 수용언어란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아이에게 “책이 어디에 있지?”라고 물었을 때 아이가 책을 가리키는 행동, “기저귀 갈자”, “신발 신자”. “밥 먹자”라는 지시를 듣고 따르는 행동은 아이가 사물을 분별하고,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지시를 따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걸 뜻하기 때문에 수용언어 능력에 속한다.


    수용언어는 표현언어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능력이라서 부모들은 종종 수용언어 단계를 건너뛰고 표현언어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수용언어가 선행되어야 표현언어가 발달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아이의 언어 이해력을 넓히고 확장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지시 사항을 수행하는 작업 기억력

    아이가 학령기에 접어들면 선생님이 말로 지시한 것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 많아지고 점점 시각적 도움 없이 다단계로 이루어진 지시를 받게 된다. 단체로 밥 먹을 때 “손 씻은 사람은 어디 가지 말고 화장실 앞에 줄 서서 기다리세요”, 놀이터에서 놀 때 “친구가 그네에서 내려올 때까지 다치지 않게 거리를 두고 기다려야 해” 같이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고 수행하는 능력은 일상 생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아이가 지시 사항을 잘 따르지 못한다면 인지 의사소통 능력 중에 지시를 따르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작업 기억력’을 살펴봐야 한다. 작업 기억력은 어떤 내용을 잠시 기억했다가 일을 처리할 때 쓰는 기억력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차를 몰고 가던 중 급하게 상가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당신은 차를 주차하고 주차한 구역을 외울 것이다. 그리고 상가 내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를 사면서 화장실 도어락 비밀번호를 외울 것이다. 도어락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화장실을 사용한 뒤 당신은 주차한 구역을 떠올리며 차를 찾고 상가를 빠져 나올 것이다. 화장실 도어락 비밀번호와 주차 구역을 외우는 것처럼 특정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보고 들은 정보를 잠시 기억했다가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작업 기억력이다.


    작업 기억력에 어려움을 보이는 아이는 단기간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해 지시 사항을 듣고 따르는 걸 유난히 어려워하며 자주 “어? 뭐라고?”라며 되묻는다. 이런 경우 부모는 아이가 부모의 말을 자주 무시한다거나 언성을 높이지 않으면 한 번에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다. 부모의 지시에 따라 옷을 갈아입으려고 방으로 가던 중 금세 딴 생각을 해서 지시를 따르려던 마음과 달리 엉뚱한 행동을 자꾸 하는 것이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관해서는 작업 기억력이 발휘되지만, 관심이 없는 분야에서는 작업 기억력이 허물어진다. 작업 기억력에 어려움이 있으면 주의력, 정보 처리 능력, 추론 및 문제해결 능력,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상황에 적절한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집중력이 떨어져 보이고, 다단계 지시를 따르기 어렵고, 대화에 적절하지 않은 엉뚱한 주제를 말해 소통하기 어렵다. 이는 전반적으로 상호작용 능력이 부족한 탓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수용언어가 낮거나 인지 의사소통 능력 중 작업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언어 발달의 세 번째 단계: 모방의 유무

    모방의 4가지 단계

    첫 번째 모방 단계는 ‘행동 모방’이다. 모방을 가르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행동 모방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행동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수단이기에 말이 느린 아이들이 편안하게 느끼고 선호하는 소통 유형이다.


    행동 모방을 가르치고 싶다면 아이에게 익숙한 것, 일상생활에서 자주 하는 행동 위주로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양손에 블록 장난감을 각각 하나씩 들고 서로 부딪치며 두드리는 행동, 청소기를 돌리는 행동, 숟가락으로 국물을 저어주는 행동 등이 있다.


    두 번째 모방 단계는 ‘몸짓 모방’이다. 행동 모방처럼 몸짓 또한 비언어적 소통이기에 말이 느린 아이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아이가 원하는 물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지, “빠빠이~” 하고 손을 흔들면 따라 흔드는지, 까꿍 놀이를 따라 하는지 몸짓 모방 능력을 관찰한 후 미숙하다면 이 단계에서 자극을 줘야 한다. 몸짓 모방을 유도하는 목적은 소통하고 싶은 ‘의도’를 가르치는 것이다.


    세 번째 모방 단계는 ‘소리 모방’으로 어휘나 단어 모방하기의 바로 전 단계다. 말소리 습득은 단계별 옹알이를 관찰하면 된다.


    아이가 말을 하기 전에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 느린 아이의 옹알이 패턴은 단순하거나 적은 경우가 많다. 어휘 모방이 어렵다면 난이도를 조금 낮춰 의성어(동물 또는 사람의 소리를 흉내 내는 말, ‘짹짹’, ‘쿵쾅쿵쾅’, ‘야옹’ 등), 의태어(사물 또는 사람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말, ‘보글보글’, ‘쑥쑥’, ‘느릿느릿’ 등), 감탄사(‘우와’, ‘이야’와 같은 쉽고 재미있는 소리를 따라 할 수 있게 도와주자. 부모가 의도적으로 의성어, 의태어, 감탄사를 말하기 힘들다면 이런 소리가 담긴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는 것도 좋다.


    네 번째 모방 단계는 ‘어휘 모방’이다. 말을 배울 때 중요한 점은 말을 ‘바로’ 따라 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어려움을 보이는 아이라면 바로 말을 따라 하지 않거나,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할 때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보이거나, 혼자 노는 것을 선호하는 듯한 행동을 하거나, 부모가 하려는 놀이에 흥미를 빨리 잃는 모습을 보이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아이는 소통하려는 의도가 없을 수도 있고, 뇌에서 정보를 지각하고 반응하는 ‘정보 처리 능력’이 보통 아이들에 비해 현저히 느릴 수도 있다. 또는 말에 집중하는 청각 주의력 및 말소리를 기억하는 작업 기억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말이 느린 아이는 왜(why) 말을 모방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에게 말을 모방하는 건 재미있다는 동기부여를 줘야 하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으로는 ‘주도적인 놀이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주도적인 놀이 환경이란 아이가 놀이의 주체가 되어 놀이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한다. 부모가 놀이를 이끌고 아이는 수동적인 위치에 있다면 몰입도가 떨어지고 쉽게 흥미를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아이가 주도하는 놀이에 부모가 호응할 때 아이는 재미를 느끼고 어휘 모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마음의 문을 여는 다양한 소통 방법

    근본 원인을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듯이, 말이 늦은 원인을 알아야 적절한 해결책인 언어 자극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아이의 언어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도 발달 단계에 맞는 언어 자극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단계에 맞게 자극을 주었으나 큰 성과가 없다면 현재 발달 단계보다 살짝 높은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의 언어 발달 단계를 파악했다면 그 다음은 올바른 언어 촉진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언어 발달을 향상시키는 전략을 배울 차례다.


    말이 느린 아이를 가르치려면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기, 기다림, 인내 외에 아이의 ‘잠재적 발달 영역(ZPD, Zone of Proximal De-velopment)’을 파악해야 한다. 잠재적 발달 영역이란 ‘실제적 발달 수준’과 ‘잠재적 발달 수준’ 사이의 영역을 말한다. 쉽게 말해 이 영역은 ‘아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지만 성인의 도움을 받으면 풀 수 있는 문제의 영역’이다.


    인지발달 심리학자 비고츠키에 의하면 ‘아이 혼자서 수행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할 때가 아이가 성장하는 기회’라고 말한다.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현재 수준(실제적 발달 수준)의 과제와 부모의 도움을 받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잠재적 발달 수준)의 과제 있다고 가정해보자. 아이가 현재 “기저귀 버려”, “신발 신어”와 같은 1단계 지시 수행이 가능하다면, 아이의 잠재적 발달 수준은 그보다 한 단계 높은 “기저귀 버려+신발 신어”처럼 2단계 지시 따르기다. 2단계 지시 따르기를 목표로 할 때 기저귀를 버리고 난 후 부모의 손을 잡고 신발을 신기 위해 문 앞까지 같이 가는 정도의 도움을 반복적으로 받으면 아이는 2단계 지시 따르기가 학습이 되어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다.


    아이에게 놀이 주도권을 주고 지금보다 반 단계 어려운 것을 소개할 때는 ‘아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응용해서 자극을 줄 수 있을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해 첫발을 내딛는 아이에게 무작정 혼자 걸어보라고 하지 않고 한 발 더 갈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는 것처럼 그 다음 단계의 과제를 수행하고 싶게 작은 성공의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호기심이 많고 활동적인 아이의 현재 발달 수준이 1단어 단계이고, 단어 2개를 결합해 문장 만들기를 목표로 세웠다고 가정해보자. 이 아이에게 공룡 장난감은 화장실에 두고 음식 장난감은 침실에 숨겨 10초 안에 이 2가지를 찾아오는 미션을 줘보자. 자신이 잘하는 ‘찾기 놀이’와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재미는 보장이고, 아이가 찾아온 장난감들을 합쳐 “공룡+먹어”라는 2단어 문장으로 올바른 언어 자극을 줄 수 있다. 이것이 평범한 놀이로 아이를 치료하고 성장시키는 방법이다.


    부모가 아이의 언어 발달 단계를 구체적이고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부모가 어느 정도 개입할 것인지 가늠하고, 아이가 따라올 수 있는 잠재적 발달 영역을 예측해 효율적으로 언어 발달을 이뤄야하기 때문이다.


    내 아이만의 맞춤 언어치료사가 되려고 하루하루 노력해보자. 그러면 아이의 눈높이에서 적절한 언어 자극을 주며 놀아주는 게 전보다 더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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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