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없이도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습니다. 5~7세 발달에 맞춘 건강한 공부 정서를 통해 아이의 학습 지능을 높이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다섯 살 공부 정서
자기주도학습력으로 키우는 5~7세 우리 아이 공부 정서
모든 아이는 타고난 학습자
모든 아이는 공부 욕구를 지니고 태어난다
인간은 욕구를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도 배고플 땐 먹고, 졸릴 땐 자고 싶어 하지요. 생존을 위해 필요한 생리적 욕구를 타고난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양육자의 따뜻한 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싶은 욕구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애정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스스로 성장하고 싶은 욕구 역시 인간이 지닌 타고난 욕구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욕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공부 욕구입니다. 인간이 공부하기를 추구하는 존재라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는 아주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어린아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어린아이에게 있어 배우고 익히는 것(공부)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욕구이자 그들의 삶 속에서 매 순간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부 욕구를 충족하는 서로 다른 방식
공부 욕구는 모든 아이가 지닌 공통적 특성이지만 이를 추구하는 방식은 저마다 매우 다르게 나타납니다. 어떤 아이는 문자나 매체를 통해 배우기를 선호하는 반면 어떤 아이는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경험하며 배우기를 선호합니다. 또 어떤 아이는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스스로 익히는 데 반해 어떤 아이는 여러 친구와 함께 어울리고 소통하며 익힙니다. 하늘 아래 똑같은 아이는 없고, 그렇기에 저마다의 배움 역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지식의 형태는 다양합니다. 앞서 언급한 문자나 매체를 통해 배우는 지식을 명시적 지식이라고 합니다. 형식을 갖추고 있고, 말이나 글로 표현하여 전달할 수 있는 지식이지요. 이것은 사실을 암기하고 논리적 추론을 이해하는 형태로 학습이 이루어집니다.
반면 몸으로 부딪치고 경험하며 배우는 지식은 암묵적 지식이라고 합니다. 언어로 표현하기는 어려우며, 관찰과 경험을 통해 몸으로 체득하며 배울 수 있는 지식이에요. 아이들은 대부분 암묵적 지식으로 세상을 배웁니다. 이 시기의 발달 특성상 직접 보고, 듣고, 만져보고, 느껴야만 가장 잘 배우고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자와 언어에 대한 발달이 급격히 이루어지는 7세 이후가 되면 명시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을 고루 배우게 되지요.
다양한 지식의 종류만큼이나 학습 방식도 다양합니다. 그리 어렵지 않게 과제를 시작하고 학습 이후의 성취감을 즐기는 아이가 있는 반면, 과제에 대한 거부감과 부담감이 너무 커서 책상 앞에 앉는 것조차 싫은 아이도 있습니다. 무언가를 배우면 그것에 대해 혼자서 끊임없이 반복하고 되뇌며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아이도 있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아는 것을 이야기하고 뽐내며 지식을 견고히 하는 아이도 있지요.
분명한 것은 명시적 지식이든 암묵적 지식이든, 홀로 익히든 함께 익히든 아이들은 늘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책을 읽으며, 유치원과 놀이터를 오가며, 자신만의 놀이를 펼치며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우리 아이는 공부는 하나도 안 하고 매일 놀기만 해요.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교재 내용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명시적 지식에 한정된 좁은 의미의 학습만을 공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합니다. 이미 잘 배우고 있는 아이에게 어른 입맛의 공부를 들이밀면 공부 욕구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건 순식간이거든요.
아이가 가진 고유한 성향과 기질, 그리고 발달 속도의 차이는 공부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유아기 첫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양육자가 원하는 학습 방식이 과연 아이에게도 잘 받아들여질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평생학습 시대, 다섯 살 공부 정서 여든 간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사실 빠르게 변한다는 말로는 변화의 속도감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할 정도이지요. 어제까진 불가능했던 기술들이 자고 일어나면 가능해지고, 겨우 하나의 기술을 익히고 나면 그새 변형되고 확장되어 전혀 새로운 지식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시대가 빠르게 변한다는 것은 우리가 한 번 익힌 지식의 수명이 놀라울 만큼 짧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와 동시에 수명을 다한 지식의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지식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그러니 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 가려면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배워야 합니다. 하물며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요?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전 생애에 걸쳐 이루어지는 그야말로 평생학습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바른 공부 정서
평생학습 시대에서 자신의 삶을 잘 꾸려가기 위해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올바르게 형성된 공부 정서입니다. 공부 정서라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말 그대로 풀어보면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고, 정서는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이나 기분을 뜻합니다. 이 두 의미를 합쳐보면 결국 공부 정서란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는 것에 대한 감정이나 기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들의 학업적 성취에 있어 배움에 대한 태도와 감정이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면서 최근에 이 단어는 자녀 교육을 다루는 책이나 강연 등에서 꽤 자주 언급이 되고 있습니다.
공부를 학교 교육과정 내에서의 지식 습득, 혹은 대학 입시를 위한 학업적 성취의 개념으로 국한하여 이해한다면 공부에 대한 긍정적인 정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싫어해도, 힘들어해도, 대학에 가기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참고 버티도록 만드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평생학습의 시대입니다. 더 이상 대학 입학=공부 끝의 공식이 통하지 않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잘못 형성된 공부 정서는 아이 삶에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토록 중요한 공부 정서의 맨 처음 단추가 끼워지는 시기가 바로 5~7세, 유치원에 다니는 나이입니다. 유치원(혹은 어린이집)에서는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지식을 습득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엄마표 교육이나 학원, 학습지 등을 시작하기도 하지요. 이때 아이의 발달 특성 과 성향에 잘 맞는 방식의 교육이 제공된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공부는 즐겁고 재미있는 것, 자신에게 필요하고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공부 정서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긍정적 공부 정서는 다음 단계의 학습을 기대하게 하고 자신감 있게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줍니다. 이 힘은 아이를 성취 경험으로 이끌며 또 다시 긍정적 공부 정서를 강화시키는 선순환으로 이어지지요. 즉, 유아기에 제대로 형성된 공부 정서는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유지, 강화되며 평생 에 걸쳐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사실 유치원 현장에서는 이미 부정적 공부 정서가 강하게 형성된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엄마와 공부하다가 혼이 났다며 울먹이는 표정으로 교실에 들어서는 아이도 있고요, 클수록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하니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고 지금 이대로 멈춰 있고 싶다고 속마음을 털어놓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로 정규 교육과정에서만 12년, 그리고 그 이후 지속되는 크고 작은 배움의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일생을 견뎌내야 한다면······ 원하는 만큼의 성취를 얻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될 겁니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 앞에서도 배움의 고비가 두려워 지레 포기하고 마는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영유아기 자기주도학습 씨앗 뿌리기
자기주도학습력이 높은 아이의 특징
자기주도 학습력이 높은 아이들의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핵심적인 특성은 무엇이 있을까요? 자기주도학습력을 구성하는 요인에 관해서는 학자마다 다양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영유아 시기에 더욱 잘 길러줄 수 있는 특성으로는 개방성, 긍정적 자기개념, 자율성과 내적동기, 그리고 창의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개방성
개방성은 배움에 대해 관심이 많고 열려 있는 태도를 뜻합니다. 또한 새로운 과제나 활동이 주어졌을 때 위축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일단 한 번 해볼까? 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요. 인지적인 자극에 호기심을 가지고 반짝이는 눈빛을 보이는 아이라면 높은 개방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 자기개념
긍정적 자기개념은 말 그대로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글자를 배운다면 잘 읽고 쓸 수 있다., 엄마가 조금만 도와주면 1부터 20까지 차례대로 셀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아이라면 긍정적 자기개념이 잘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이때 학습자로서 자신이 지닌 능력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가 기준이 되는데요.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실제 지니고 있는 능력 자체가 아니라 능력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즉 현재 수준을 과도하게 뛰어넘는 과제가 지속적으로 아이에게 주어진다면 제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정작 스스로는 본인이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믿음을 가지기 쉽습니다. 지나친 선행학습, 연령별 발달특성을 무시한 교육 방식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율성과 내적동기
자율성은 스스로의 의지와 계획에 따라 학습을 실행하는 특성을 말합니다.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 아이는 외적 보상이 주어지지 않아도 자기가 하는 일에 재미와 만족을 느껴요. 그렇습니다. 이 아이는 내적동기가 강한 것이지요.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볼까요? 양치 시간에 컵에 물을 받던 아이가 우연히 컵의 단면 위로 물이 봉긋하게 솟아오를 뿐 넘쳐흐르지 않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아이는 신기해하며 몇 번이고 물을 따르고 다시 받기를 반복해요. 물이 흐르지 않고 어디까지 찰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물의 양을 점차 줄여 받아보기도 하고, 수도꼭지에 컵을 가까이 붙여 물을 받아보기도 합니다.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그에 따라 담김과 넘침의 경계를 찾아내려 애쓰지요.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면장력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율성과 내적동기는 이렇게 아이를 자발적인 배움의 장으로 이끌어간답니다.
-창의성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창의성 교육이라든지 창의성 향상 프로그램 등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교육이에요. 그만큼 창의성은 영유아기에 잘 길러주어야 하는 중요한 특성으로 자주 손꼽힙니다.
그런데 정작 창의성이 무엇인지 정확히 개념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아요. 창의성은 크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다양한 것을 탐색해보는 사고의 과정, 그리고 특정한 문제 상황에서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지식들을 조합시켜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으로 나누어집니다.
자기주도학습력에서는 이 중 두 번째 과정에 좀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요. 주어진 과제에 대해 아이가 나름의 독특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제시할 때, 그 엉뚱함을 따라가보는 것이 허용되는 학습 환경이라면 창의성은 자동으로 쑥쑥 자라나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스스로 자신의 문제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는 문제해결력,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평가하고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개선하는 자기평가 역시 높은 자기주도학습력을 지니기 위해 아이들이 갖추어야 할 주요 특성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단단한 자기주도학습력을 지닌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영유아 시기의 자기주도학습력은 교육기관에서 경험하는 교수·학습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양육자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나 행동,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또한 많은 영향을 받아요. 그러니 우리는 아이들이 자신을 둘러싼 모든 환경 안에서 이러한 특성들을 잘 길러낼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5~7세에 시작하는 우리 아이 첫 공부
유치원 교육과정에 대하여
유치원에서 시행하는 교육과정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는 부모님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유치원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배우는가?입니다. 봄꽃 이름을 읊거나 동요 노랫말을 흥얼거리는 걸 보면 뭔가를 하는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딱히 뭘 배웠다고 콕 집어 말하기엔 좀 애매해요. 초중고 교육과정처럼 교과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진도에 맞춰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배움의 과정이 눈에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치원에도 국가 수준의 공통 교육과정이 존재합니다. 국가 수준이라는 건 초중고 교육과정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주체가 되어 제정하고 공포하는 교육과정이라는 의미입니다. 유치원 교육과정이라고 칭하기는 했지만 정식 명칭은 누리과정인데요, 유치원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일 연령 유아에게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교육과정입니다. 즉 교육기관에 다니고 있는 모든 5~7세 아이들은 국가가 정한 공통 교육과정의 목표와 내용에 따라 교육을 받게 되며, 이러한 큰 틀 안에서 각 기관들은 고유한 교육 철학에 따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교육 활동을 운영하는 것이지요.
유치원 교육과정의 대표적인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초중고는 교과목, 유치원 교육과정은 영역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에는 배워야 할 내용들이 교과목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유치원 교육과정 에서는 교과목이란 말 대신 영역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영역은 신체 운동·건강,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 경험, 자연 탐구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 5개 영역을 우리가 잘 아는 일반 교과목과 연결해본다면 대략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을 겁니다.
1. 신체·운동 건강 영역: 체육, 보건(초 1~2: 바른 생활)
2. 의사소통 영역: 국어, 문학
3. 사회관계 영역: 사회, 도덕(초 1~2: 바른 생활)
4. 예술 경험 영역: 음악, 미술(초 1~2: 즐거운 생활)
5. 자연탐구 영역: 수학, 과학, 환경(초 1~2: 슬 기로운 생활)
*바른 생활, 즐거운 생활, 슬기로운 생활은 초등 1, 2학년에만 있는 통합 교과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의 경우 1학기 학교, 사람들, 우리나라, 탐험 2학기 하루, 약속, 상상, 이야기로 나누어져 있어요. 그리고 5개 영역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유치원을 비롯해 일상생활 속에서 지켜야 할 여러 가지 행동 양식인 기본생활 습관을 배우고 익히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제시간에 등원해 유치원 일과를 따르는 것, 올바른 식습관, 배변 처리 등이 기본생활습관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어요.
다음으로 초중고 교육과정에는 교과서와 수업 시수(과목당 정해진 수업 시간)가 있지만, 유치원 교육과정에는 없어요. 초등학교부터는 과목별 교과서가 있고 교과서의 내용을 주당 수업 시수에 따라 배웁니다. 그런데 유치원은 1일 4~5시간을 기준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한다는 기준만 있을 뿐 각 영역 별 시수를 어떻게, 얼마나 배분하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아요. 또한 교사가 사전에 계획한 내용을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 수업 대신 활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초등학교 수업은 한 교시에 40분 동안 한 과목을 배우는데, 유치원에서는 하나의 활동 속에서 여러 영역의 학습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활동 시간은 아이들의 집중력을 고려해 20~30분 내외로 진행되지만 이 역시 고정된 것은 아니에요.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교사가 계획한 활동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자유롭게 놀이하는 시간 속에서도 5개 영역에 관한 학습이 끊임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의사소통과 사회관계 영역은 교실에서 생활하는 모든 시간 동안 배우고 익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갈등을 해결하며 상호작용을 이어가니까요.
마지막으로 초중고 교육과정과 다르게 유치원 교육과정에는 학년 및 연령 구분이 없어요. 초등학교부터는 같은 학년이면 같은 분량과 수준의 학습 진도를 따라가도록 교육과정이 설계되어 있는데요, 유치원 교육과정은 학년 및 연령별 구분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유아기는 발달의 개인차가 두드러지는 시기로, 이러한 개인차를 인정하고 존중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아는 자신의 발달 수준에 맞추어 교육 과정에서 제시하는 내용을 배우고 익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같은 연령이더라도 반마다 활동의 내용과 수준에서 차이가 있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합니다.
제가 유치원 현장에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유치원 교육과정에는 아이들이 지금 시기에 배워야 할 모든 것이 빠짐없이 다 담겨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교육과정을 설계한 사람은 국내 최고의 유아교육 및 아동 발달 이론 전문가, 그리고 다년간의 유치원 교육 현장 경험을 쌓은 현장 전문가들입니다. 유아기 아이들이 건강하고 자주적인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님에게 유치원 교육과정이 무엇이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쉽고 자세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놀이를 통해 배운다는 놀이 중심 교육과정 정도로만 설명이 되었지요. 유치원에서 무얼 배우는지 알 수가 없다는 서두의 말 역시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는 유치원 교육과정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이 교육과정을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배우려면 가정에서는 어떤 연계 지도가 필요한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려 합니다.
-유치원 교육과정을 이해하는 것의 의미
혹시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몫이지, 굳이 양육자가 그것까지 알아야 하나?라고 의문을 가지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유치원 교육과정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3개의 축이 잘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이 축은 교실 속 교사와 아이, 그리고 교실 밖 양육자입니다. 유아기 발달 특성상 교육기관과 가정의 활발한 연계, 적극적인 상호작용은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유치원에서 아무리 좋은 교육 활동이 이루어질지라도 양육자의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그 교육은 제대로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부모님 대부분이 자녀를 양육의 관점에서 교육의 관점으로 전환하여 바라보기 시작하는 때가 바로 유치원 시기 즈음이지요. 이때 자녀 교육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기 위해서는 유아기 고유의 공부법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시기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유치원 교육과정을 깊게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또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혹 유치원 교육과정은 교육기관 밖에서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평이한 내용이라 중요하게 다룰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치원 교육과정을 이해한다면 아이의 연령과 발달 수준에 적합한 지적 자극과 지원이 무엇인지 알고, 그 적정한 수준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방법적인 측면에서 또한 유아기 자녀 교육을 올바르게 시작할 수 있고요.
한글 학습을 예로 들어볼까요? 글자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5세 아이에게 자음, 모음을 써야 하는 학습지를 제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방법입니다. 관심을 보이는 시기까지 좀 더 기다릴 필요가 있지요. 그렇다고 해서 글자 읽기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7세 후반의 아이를 아무런 자극도 주지 않고 언젠간 알겠지.라며 뒷짐 지고 있는 것 또한 옳지 않습니다.
유치원 교육과정에 따르면 유아기 동안 아이들은 말과 글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글자와 비슷한 형태로 표현하는 정도의 수준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유아기 후반까지도 글자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글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유아기의 고유한 지식 습득 방식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자녀 교육을 한글, 영어, 수학 등 초등 교과에서 구분하는 기준에 따라 특정 영역으로 한정하기 쉬운데요. 유치원 교육 과정에 기반하여 이해한다면 아이가 배워야 할 것들을 5개의 영역별로 나누어 고루 살펴봄으로써 균형 있는 발달을 이룰 수 있도록 하고, 지금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유치원 교육과정이 놀이중심, 유아중심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내용을 면면이 살펴본다면 배움 중심, 또래 중심이라는 표현이 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르치는 교사 중심의 교육과정이 아니라 배우는 아이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교육과정이고 아이들이 또래와 함께 어울려 지내며 경험하는 다양한 활동이 교육과정의 핵심을 이루기 때문이지요. 이 과정에서 놀이는 배움의 효과를 높여주는 가장 적절한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앞서 유치원 교육과정을 이루는 3개의 축이 교사, 아이, 그리고 양육자라고 말씀드렸지요. 유치원 교육과정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내 아이에게 맞는 교육법을 찾을 수 있게 되기를, 이를 통해 유아기 첫 공부의 단추를 제대로 끼울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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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