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성의 혁명, 옥스퍼드의 큐비트
속도보다 신뢰가, 규모보다 정밀함이 기술의 기준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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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성의 혁명, 옥스퍼드의 큐비트
    - 오류율 0.000015%, 불확실성의 한계를 넘어 신뢰의 언어로 진화한 기술

    속도보다 신뢰가, 규모보다 정밀함이 기술의 기준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한 번의 계산이 수백만 번 중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을 때, 기술은 비로소 과학을 넘어 철학이 된다. 옥스퍼드의 연구실은 그 철학을 수치로 증명했다 — '0.000015%', 인간이 만든 가장 정확한 계산의 언어로.

    불안정의 시대를 끝내다 ― 예측 가능한 계산의 탄생
    양자컴퓨터의 가장 큰 약점은 불확실성이었다. 큐비트는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계산 결과가 실험마다 달라졌다. 이런 불안정성은 양자컴퓨팅을 ‘미래의 기술’에 머물게 했다. 2025년, 옥스퍼드대학교 양자정보과학연구소(Oxford Quantum Information Lab)는 그 벽을 하나의 수치로 무너뜨렸다. 단일 큐비트의 연산 오류율을 '0.000015%', 즉 670만 번 중 한 번으로 줄인 것이다. 세계 주요 연구기관의 기록을 모두 갱신한 이 성과는 양자연산을 “예측 불가능한 실험”에서 “예측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꿔놓았다.

    옥스퍼드의 연구진은 이 결과를 단순한 하드웨어 개선으로 만들지 않았다. 그들은 ‘정확성’을 하나의 시스템적 설계 문제로 바라보았다. 초전도 이온트랩 장비를 초저온 상태에서 작동시키며, 진동과 전자기 노이즈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상쇄하는 '동적 잡음 억제 알고리즘'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오류가 발생하면 나중에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류를 감지한 즉시 그 반대 위상으로 상쇄한다. 즉, 오류를 “예방하는 구조”로 작동하는 것이다. 그 결과, 큐비트는 더 이상 환경에 휘둘리는 입자가 아니라, 환경을 통제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더 많은 큐비트의 시대에서, 더 정확한 큐비트의 시대로
    양자산업의 경쟁은 오랫동안 단순했다. “누가 더 많은 큐비트를 확보하느냐”가 승부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잡음도, 오류도 함께 늘어났다. 결국 ‘규모의 확장’은 효율의 저하를 낳았다. 옥스퍼드는 방향을 바꿨다. 그들은 수천 개의 불완전한 큐비트를 쌓기보다, 단 하나의 완벽한 큐비트를 만들기로 했다. 이 발상의 전환은 양자컴퓨팅의 패러다임을 ‘양(量)’에서 ‘질(質)’로, ‘속도’에서 ‘신뢰’로 이동시켰다.

    이 변화는 산업 생태계의 경쟁 구도까지 바꾸고 있다. 이전의 하드웨어 기업들은 “큐비트 수”를 중심으로 기술력을 과시했지만, 이제는 “오류율”이 경쟁의 척도가 되었다. IBM, Google, Quantinuum 등이 모두 ‘High-Fidelity Qubit’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다. 특히 옥스퍼드의 기술은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기존 IBM Q 시스템이 하나의 논리 큐비트를 구현하기 위해 1,000개의 물리 큐비트를 필요로 했다면, 옥스퍼드의 시스템은 100개 이하로 충분했다. 냉각비용은 줄고, 장비는 작아졌으며, 연산 효율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양자컴퓨팅이 드디어 연구실 밖으로 나올 준비를 마친 셈이다.

    수학이 만든 신뢰, 기술이 만든 철학
    옥스퍼드의 성취는 물리학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배경에는 '정규화 노이즈 필터링(Normalized Noise Filtering)' 이라는 정교한 수학 모델이 있었다. 연구진은 잡음의 분포를 통계적 함수로 재정의하고, 그 확률 패턴을 실시간으로 예측하여 제어 시스템에 통합했다. 큐비트의 거동이 더 이상 ‘불확실한 확률’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함수’로 다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수학이 신뢰를 설계하고, 알고리즘이 안정성을 구현하는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이 변화는 소프트웨어에도 영향을 미친다. 알고리즘 개발자들은 더 이상 오류를 확률적 변수로 가정하지 않는다. 이제 오류는 통제 가능한 상수이며, 시스템은 불안정성을 구조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이는 곧 양자산업의 비용 구조와 기술 인력의 역량 모델까지 재편한다. 기술의 본질이 “속도”에서 “정확성”으로 이동하면, 그 산업은 자동으로 사람 중심의 실험을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예측 체계로 바뀐다.

    신뢰의 임계점을 넘은 기술 ― 산업이 변하고 있다
    이제 정확성은 기술의 완성도가 아니라 산업의 언어가 되었다. 유럽연합(EU)은 2025년 “Quantum Trust Initiative”를 출범시키며 오류율 인증제 도입을 추진하고, 미국 NSF는 “Fault-Tolerance Certification Program”을 준비 중이다. 정확성이 확보된 시스템만이 금융·의료·국방 분야의 핵심 계산 인프라로 허용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신뢰는 곧 자본이 되고, 오류율은 곧 평판이 된다.

    이 변화는 산업 전반의 설계 철학에도 반영되고 있다. 초저온 냉각기, 진공 챔버, 제어 모듈 등 주변 산업들이 ‘정밀제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에는 “더 빠른 장비”가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더 조용한 장비”가 기술력을 상징한다. 하드웨어 기업들은 시스템 내부의 진동을 10배 줄이기 위한 감쇠장치, 자기 간섭을 100분의 1로 낮추는 소재를 개발 중이다. 기술은 더 이상 물리적 크기를 키우는 경쟁이 아니라, 오차를 줄이는 예술이 되고 있다.

    정확성은 결국 기술이 신뢰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신뢰가 일정 임계점을 넘어설 때, 기술은 과학에서 산업으로, 산업에서 문명으로 전환된다. 옥스퍼드의 큐비트는 바로 그 문턱을 넘어섰다. 완벽을 향한 과학의 언어는 이제 인간이 불확실성을 다루는 새로운 방법론이 되었다.

    Reference
    University of Oxford (2025). “Ultra-Low Error Quantum Operations Achieved via Dynamic Noise Suppression.”, Nature Physics, June 2025.